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2화
‘차크라부터 먼저 해야지.’
차크라는 신유현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능력치다.
차크라를 중심으로 스킬이나 검법 등 여러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즉, 이거 하나만 성장시켜도 능력의 전반적인 상승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정훈 패거리와 최현성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불사왕의 권능 중 하나인 언데드는 보여 주지 않았다.
[차크라를 포인트 1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소울 포인트 100이 필요합니다. 상승시키겠습니까?]
‘……차크라 포인트 1에 소울 포인트 100이라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소울 포인트 소모에 신유현은 잠깐 멈칫했지만 고민은 짧았다.
‘그래도 질러야지.’
마음의 결정을 내린 신유현은 망설임 없이 모든 소울 포인트를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차크라에 투자했다.
[소울 포인트 200을 소모하여 차크라가 2포인트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차크라가 포인트 45에 도달하였습니다.]
[당신은 2성 중급에 도달하였습니다.]
차크라를 올리자 신유현은 2성 중급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전보다 힘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신유현이 빠르게 차크라를 올리고 2성 중급이 되었을 때.
크아아아아아!
가까운 곳에서 공기를 진동시키는 묵직한 저음이 터져 나왔다.
어느 틈엔가 던전 보스가 신유현이 있는 장소까지 다가온 것이다.
이윽고 커다란 나무 몇 그루를 옆으로 뿌리째 넘기며 거대한 마수 한 마리가 나타났다.
<2성 보스 마수, 고블린 제너럴>
위압감이 느껴지는 검은 갑주를 입고 어깨에 대검을 걸치고 나타난 존재.
키가 무려 2미터 중반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고블린 챔피언이 아니라고?’
신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전 삶에서 던전 보스는 고블린 챔피언이었다. 그런데 고블린 제너럴이 나타날 줄이야.
‘그러고 보니 머슬 고블린과 약 빤 고블린도 없었지.’
특이 개체 고블린들 또한 이전에는 보지 못했다.
대체 왜 이런 뜻밖의 상황이 생긴 것일까?
‘내가 과거로 돌아왔기 때문인가?’
당장 의심되는 부분은 자신이 과거로 회귀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회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무슨 요인 때문인지 아직 알 길이 없었으니까.
“고블린 제너럴이라니…….”
“하필 나와도 이런 놈이 나오냐?”
“우리 셋으로는 쌉불가능인데.”
고블린 제너럴을 본 이정훈 패거리는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고블린 제너럴은 고블린 챔피언과 같은 2성 보스이지만 꽤 차이가 났다.
챔피언이 2성 하급 정도라면, 제너럴은 2성 최상급 수준의 강력한 보스였다.
그 차이는 약 2배 정도.
그 때문에 이정훈 패거리가 상대하기에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상대하지.”
신유현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고블린 제너럴을 바라봤다.
소울 포인트를 전부 투자한 덕분에 2성 중급이 된 상황.
하지만 혼자 제너럴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같은 2성이라고 해도 보스 마수들은 초인들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쓰러트려 주마.’
그럼에도 신유현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불리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2성 보스를 쓰러트리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지 않았던가.
불사왕의 가호 스킬, 다크 소울 블레이즈.
그리고 흑염이 피어오르는 붉은 마검, 이그니스.
거기에 1문 차크라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방대한 마나까지.
쾅!
강체술을 발동한 신유현은 지면을 강하게 박찼다.
그러자 지면에 선명한 발자국과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파천신법(破天迅法).
첫 번째 걸음, 질풍신보(疾風迅步).
그리고 이전 삶과 달리 넘쳐 나는 마나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신유현은 가문의 신법을 펼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신유현은 고블린 제너럴의 눈앞에 도달했다.
눈앞에서 보니 고블린 제너럴의 거대한 키와 강렬한 기세 때문에 상당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 때문에 조금 전부터 이정훈 패거리들은 멀리서 굳은 표정으로 제너럴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2성 보스 따위.’
하지만 신유현은 고블린 제너럴의 기세를 바로 눈앞에서 받고 있음에도 멀쩡했다. 신이라고 자칭하는 게티아 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정신력이 높은 이유도 있었다. 정신력이 높으면 여러 상태 이상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신유현은 바로 눈앞에서 고블린 제너럴의 기세를 받아 내며 마검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까가가강!
붉은 불꽃과 함께 이그니스는 고블린 제너럴의 검은 갑주 표면에 흠집을 크게 내며 지나갔다.
‘단단하네.’
역시 오러 없이는 고블린 제너럴의 강철 갑주를 베기 힘든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강철 갑주는 레어 등급인 마검 이그니스의 공격을 흠집이 나는 수준에서 막아 냈다.
상당한 수준의 방어력이었다.
크워어어어!
이번에는 고블린 제너럴이 괴성을 지르며 대검을 치켜들더니 신유현을 향해 내려쳤다.
콰앙!
“흐읍!”
급히 이그니스를 위로 치켜든 신유현은 고블린 제너럴의 일격을 막아 냈다.
그러자 신유현의 발이 지면 속으로 파고들면서 작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이 정도면 버틸 만하지.’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적당히 제너럴을 상대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그리고 방금 전 일격을 주고받으면서 어느 정도 상태를 파악한 신유현은 이그니스에 차크라의 마나를 주입했다.
화르륵!
그러자 이그니스에서 흑염이 치솟아 올랐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고블린 제너럴을 향해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이식(二式), 파쇄(破碎)!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붉은 검광과 흑염이 공간을 가르며 고블린 제너럴을 향해 쇄도했다.
크워어어어!
고블린 제너럴 또한 괴성을 지르며 대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와 함께 피처럼 붉은 오러가 제너럴의 대검에서 피어올랐다.
2성 초인이 오러를 사용하듯, 2성 보스들 또한 오러나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직후, 흑염으로 불타오르는 이그니스와 고블린 제너럴의 대검이 서로 강렬하게 맞부딪쳤다.
콰가가가각!
화려하게 튀어 오르는 검붉은 불꽃.
고블린 제너럴의 대검에서 흘러나오는 핏빛 오러가 흑염으로 불타오르는 붉은 마검을 막아 냈다.
하지만 파천검법 이식, 파쇄는 상대의 무기나 장비를 말 그대로 깨뜨려 부수는 초식이다.
쩌적!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 제너럴의 대검에 금이 조금 갔다.
파쇄로 대검에 피해를 준 것이다.
몇 번 더 파쇄로 부딪친다면 대검을 부술 수 있을 터.
화르륵!
그뿐만이 아니라 흑염이 뱀처럼 대검을 타고 오르며 점차 집어삼켜 갔다.
크워?
위험을 느낀 고블린 제너럴은 재빨리 핏빛 오러를 피워 올렸다.
그러자 핏빛 오러에 저항을 받은 흑염이 주춤거렸다.
까앙!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고블린 제너럴은 대검으로 이그니스를 쳐 내며 뒤로 물러났다.
“반응이 좋네?”
신유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흑염이 대검을 타고 고블린 제너럴을 집어삼켰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혔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전투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신유현은 다시 이그니스를 치켜들고 고블린 제너럴을 향해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블린 제너럴 앞에 도달한 신유현.
크워어억!
그에 맞서 고블린 제너럴은 바로 눈앞에 다가온 신유현을 향해 핏빛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는 대검을 내려쳤다.
그 순간.
파천신법(破天迅法).
두 번째 걸음, 전광석화(電光石火).
파천신법의 두 번째 보법을 펼친 신유현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콰아아아아앙!
직후 고블린 제너럴의 대검이 신유현을 가르며 지면을 강타했다.
“신유현!”
그 모습을 본 최현성과 이정훈 패거리들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들의 눈에는 영락없이 신유현이 고블린 제너럴에게 당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거기다 대검이 지면을 내려치는 순간 발생한 흙무더기와 먼지 때문에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크워?
하지만 고블린 제너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앞의 먹잇감을 벤 감촉이 없었던 것이다.
화르륵!
그때 고블린 제너럴의 오른쪽 뒤편에서 화염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고블린 제너럴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뒤편에서 먹잇감이 붉은 검에 검은 화염을 피워 올리고 있었으니까.
크워어어!
다급해진 고블린 제너럴은 대검으로 신유현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늦었어.”
이미 공격 준비를 마친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 직후 붉은 마검 이그니스가 좌에서 우로 휘둘러지며 일직선으로 공간을 갈랐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콰아앙!
이그니스가 고블린 제너럴의 허리를 스치는 순간,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크워어어어억!
허리에서 터진 충격파에 고블린 제너럴은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날아갔다.
숲속에 있던 무수히 많은 나무들까지 쓰러트리면서.
파천검법 삼식은 충격파를 발생시켜 상대를 튕겨 내는 초식이었으니까.
그렇게 십 미터 이상 날아간 고블린 제너럴은 커다란 나무에 부딪치더니 지면에 떨어져 내렸다.
“아직이야!”
그때 고블린 제너럴의 상태를 파악한 이정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크아아아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블린 제너럴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역시 이 정도로는 부족한 건가?’
신유현은 혀를 찼다.
보스급 정도 되면 오러뿐만 아니라 강력한 마나 장벽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지간한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은 버텨 낼 수 있으며, 일반 총기는 통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2성 보스 고블린 제너럴이 격렬하게 분노합니다. 페이즈 2 격노 모드로 이행합니다.]
“페이즈 2라고?”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보스 마수들 중 일부는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페이즈 2 모드가 된다.
강력한 광역 공격을 하거나, 폭주를 해서 강해지거나.
어느 쪽이든 신유현에게는 좋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 고블린 챔피언이 보스로 나왔었을 때는 페이즈 2 같은 건 없었으니까.
크워어어어억!
순간 고블린 제너럴이 지면을 박차더니 엄청난 높이로 도약해 왔다. 그리고 그대로 신유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콰쾅!
단지 그것만으로도 고블린 제너럴은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발생시키며 신유현을 튕겨 냈다.
“큭!”
충격파에 휩쓸린 신유현은 이그니스를 지면에 꽂으며 쓰러지지 않고 뒤로 10미터가량 쭉 미끄러졌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고 고블린 제너럴을 노려봤다.
직경 5미터 정도 되는 크레이터 안에서 고블린 제너럴은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힘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있는 상황.
‘흉폭화인가?’
페이즈 2의 경우 다양한 모드가 있지만, 그중에서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 주는 폭주나 흉폭화가 많긴 했다.
아무래도 고블린 제너럴의 격노 모드도 그쪽 계열인 모양.
크아아아아아!
이윽고 고블린 제너럴은 괴성을 지르며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