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1화
[소울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소울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신유현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응?’
하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다크 소울 이터는 영혼의 맛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고블린들의 맛은…….
‘아, 씁. 이거 민트초코 맛이잖아?’
마치 치약에 초코를 묻힌 것 같은 민트초코 맛이었다.
‘고블린을 잡아서 소울 포인트를 얻으려면 민트초코 맛을 계속 봐야 하는 건가.’
신유현은 속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고블린들을 처치하고 소울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로 인해 다른 초인들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신유현, 대체 언제 기력 개방을 한 거냐?”
신유현이 고블린들을 처리하자 최현성이 질문해 왔다.
스무 살이 될 동안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해 파천검가의 수치라고 불리며 무시당하던 인물.
그런데 대체 언제 기력 개방을 했단 말인가?
“5일 전에 했습니다.”
최현성의 질문에 신유현은 순순히 답했다.
기력 개방을 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다. 이미 신철호에게도 기력 개방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마나를 사용해서 쓰러트렸으니까.
아마 며칠 지나지 않아 가문 내에는 자신이 기력 개방을 했다는 사실이 퍼져 나갈 터.
그리고 지금 문제는 기력 개방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기력 개방을 닷새 전에 했다고?”
신유현의 대답에 최현성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오러 속성까지 발현시켰으면서 기력 개방을 닷새 전에 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2성이 된 지 5일 만에 3성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유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러 속성을 발현했다고 해서 꼭 3성이라는 법은 없지 않을까요?”
“뭐?”
순간 최현성은 둔기로 뒤통수를 후려 맞은 느낌이었다.
만약 2성임에도 불구하고 오러 속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현성 교관님, 잊으셨나 본데 저도 파천검가의 직계입니다.”
“……!”
파천검가의 직계.
그 한마디에 최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만큼 파천검가의 직계들은 어마어마한 재능의 소유자들이었으니까.
당장 그들의 아버지인 파천검가의 가주 신성일은 대한민국에서 철혈의 검왕이라고 불리는 최강의 초인들 중 한 명이지 않은가.
“교관님은 정말 제가 재능이 없는 줄 아셨습니까?”
신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당한 말과 다르게, 기력 개방에 한해서는 재능이 없는 게 맞았다.
그리고 신지아와 마찬가지로 최현성과 이정훈 패거리들에게도 숨기고 있었다. 자신의 검에서 피어올렸던 흑염이 사실은 오러 속성이 아니라는 것을.
단지 오러 속성처럼 보이도록 연출을 했을 뿐이었다.
불사왕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오러 속성이라고 둘러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최현성은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달렸다.
‘설마 재능을 숨기고 있었나?’
3성이 아닌 2성일 때부터 오러 속성을 사용하다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재능이란 말인가?
거기다…….
‘지금까지 알 수 없었어.’
신유현이 흑염의 오러를 보이기 전까지, 최현성은 신유현이 기력 개방을 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그럼 어떻게 마나를 숨길 수 있었던 거지?”
최현성은 궁금한 눈빛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 말에 신유현은 작게 웃었다.
자신이 기력 개방을 했다는 사실은 신지아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신지아보다 아래인 최현성이니 당연히 알 수 없을 터.
“제가 꼭 대답해야 합니까?”
최현성이 탐이 나는 인재이긴 하지만 자신이 가진 힘의 비밀을 이야기해 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내가 실언을 했군.”
최현성은 바로 물러났다.
초인들이 힘을 숨기는 건 흔한 일이었으니까.
하물며 상대는 파천검가의 직계였다.
파천검가가 가진 힘의 비밀을 파고드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복잡해 보이는 최현성의 눈빛은 이제 파천검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 있었다.
분명 닷새 전에 기력 개방을 했다는 신유현의 말을 믿지 않고, 지금까지 힘과 재능을 숨기고 때를 기다려 온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겠지.
“일단 여기부터 공략해야죠. 실패하면 가문에서 쫓겨나게 될 테니.”
신유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
“네.”
최현성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정훈이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설마 정말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지 못하면 가문에서 나가야 하는 거야?”
“어, 그렇게 되겠지.”
둘째인 신철진과의 내기는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내기에서 진다면 가문에서 나가야 했다.
‘하지만 쉽게 나가 줄 수는 없지.’
이전 삶에서 자신과 어머니를 무시하며 우습게 보던 놈들이 있었다.
이번 삶에서는 자신이 그들을 위에서 내려다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파천검가의 내부부터 장악해야 한다.
숙부인 신성현에게 뒤를 봐 달라고 한 것도 파천검가를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리고 파천검가를 장악하게 된다면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터.
신유현은 이정훈 패거리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어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나한테 좋은 생각이 하나 있거든?”
어딘가 섬뜩함이 느껴지는 신유현의 웃는 얼굴에 이정훈 패거리는 흠칫거렸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그들 앞에 있는 존재는 2성부터 오러를 사용하는 괴물 같은 파천검가의 직계였으니까.
“뭐, 뭔데?”
신유현은 쭈뼛거리며 반문한 이정훈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여기 전부 불태워 버리려고.”
화르륵!
그렇게 말하는 신유현의 마검에서 흑염이 거세게 불타올랐다.
그리고 흑염으로 활활 타오르는 마검을 앞에 들어 올리며 신유현은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이 해 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붉은 달이 떠 있는 어두운 숲속에서 검은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검은 화염은 숲을 집어삼키며 사방으로 번졌다.
매캐한 연기와 검은 화염이 피어오르는 숲속에서 고블린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키에에에엑!
고블린들은 연기와 불을 피해 줄줄이 숲에서 튀어나왔다.
그런 고블린들의 앞에 붉은 검신의 마검을 든 사내가 있었다.
화르륵.
이윽고 붉은 마검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검은 화염.
키익? 키륵?
그 모습을 고블린들은 두려운 눈으로 바라봤다.
번쩍!
순간 붉은 검광과 함께 검은 화염이 허공에 수놓이며 고블린들의 목이 날아갔다.
그러자 신유현의 눈앞에 고블린들을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계획대로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크 소울 블레이즈로 숲에 불을 지른 신유현은 살아남은 고블린들을 지금 있는 장소로 유인했다.
그렇게 되도록 신유현이 흑염을 조절했으며, 이정훈 패거리들도 근처에서 고블린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흑염을 피해 유인되어 온 고블린들은 처리하기 쉬웠다. 숲에서 난 불 때문에 정신이 없는 데다가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2성 타락한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소울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2성 타락한 고블린을…….]
신유현의 눈앞에 무수하게 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숲속에 숨어 있던 고블린들이 흑염에 불타 죽은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고블린들은 숲속에 있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흑염에 불타 죽었다.
그래서일까?
‘민트초코 맛에 탄 맛이 느껴지네.’
흑염에 불타 죽은 고블린들에게서 소울 포인트를 흡수하자 민트초코에 탄 맛이 느껴졌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맛이었다.
“이건 또 무슨…….”
“이런 방식으로 고블린들을 잡는다고?”
“이거 실화냐?”
잠시 후, 신유현이 있는 장소에 온 최현성과 이정훈 패거리는 멍한 얼굴로 붉은 달 아래에서 검은 화염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숲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숲속에서는 고블린들의 비명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너희들이 잘해 준 덕분이지.”
그들의 대화를 들은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블린의 숲은 상당히 넓었다.
그 때문에 단지 숲에 불을 지른다고 해서 모든 고블린들을 처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정훈 패거리를 이용했다.
숲속 고블린들에게 미끼로 던져 준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열심히 뛴 결과, 꽤 많은 수의 고블린들을 흑염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흑염으로 처리하기 힘든 경우에는 신유현이 있는 장소로 유인해 보내든가, 이정훈 패거리들이 직접 처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신유현은 무려 백여 마리의 타락한 고블린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이정훈의 말에 나머지 두 명, 김도진과 정민석이 격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동의했다.
고블린 놈들에게 쫓기느라 온갖 개고생을 다 했으니까. 덕분에 던전 안에 있는 고블린들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지. 설마 고블린들이 이렇게 많이 있었을 줄은…….”
“그러게. 한두 놈씩 상대했다가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을걸?”
“지금 시간이 문제냐. 떼거리로 나타났으면 도망쳐야 했을 거 같은데.”
이정훈 패거리는 불타오르는 숲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예상보다 고블린들의 숫자가 많았던 것이다.
보통 던전에는 2, 30마리 정도의 마수들이 등장한다.
많아 봐야 50마리 전후 정도.
이번처럼 마수들이 100마리나 등장하는 경우는 드문 편에 속했다.
“남은 건…….”
신유현은 눈앞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숲을 바라봤다.
그 순간.
크아아아아아아아!
숲속 너머에서 어마어마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대기를 뒤흔들며 숲속 전체에 울려 퍼지는 전투의 함성.
“크윽!”
그 괴성에 이정훈 패거리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틀거렸다.
“…….”
하지만 신유현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버텼다.
4성 검사인 최현성만이 유일하게 괴성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확실히 2성이 맞나 보군.’
최현성은 신유현이 괴성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습에 2성이 맞음을 확인했다. 3성이었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버텨 냈을 테니까.
쾅쾅쾅!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무언가가 숲속의 나무를 쓰러트리며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이제 오는 건가?”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웃어 보였다.
그는 지금 이곳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 존재야말로 던전 보스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던전 보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1분도 남지 않은 상황.
신유현은 빠르게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창]
이름: 신유현
종족: 인간
나이: 20세
업적 칭호: 불사왕의 계승자
초인 등급: 2성
고유 특성: 프나코틱 바이블(EX), 불사왕의 가호(SSS), 지배력 강화(SSS)(비활성)
고유 스킬: 차크라 연공법(SSS),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S)
일반 스킬: 상세 보기
능력치:
근력 40 민첩 38
체력 39 정신 100
차크라 43 지배력 35
소울 포인트: 200
회귀를 했을 때보다 능력치가 좀 더 올라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정신력의 도움을 받아서 빡세게 수련을 한 덕분이었다.
거기에 신유현이 한 수련법도 도움이 되었다. 현대보다 조금 더 개량된 미래의 수련법을 사용했으니까.
그 덕분에 의미 있는 능력치 상승을 이루어 낸 것이다.
‘아직 등급이 낮은 것도 있지만.’
등급이 낮을 때는 능력치를 빠르게 올릴 수 있지만, 등급이 높아지면 능력치를 올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소울 포인트가 있지.’
상태창의 제일 하단을 바라보자, 아까 전 민트초코 맛을 느끼며 꾸역꾸역 흡수했던 소울 포인트가 보였다.
신유현은 재빨리 소울 포인트를 차크라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