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5화
첫날부터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인 덕분인지 몸의 괴리감은 줄어 있었다.
그래서 둘째 날부터는 현무전 개인 지하 수련장에서 차크라 연공법을 수련했다.
그 결과.
[차크라 연공법의 숙련도가 2단계로 상승하였습니다.]
[차크라 포인트가 41이 되었습니다. 1문 차크라 물라다라를 개방합니다!]
번쩍!
순간 신유현의 몸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으음.”
그와 함께 신유현은 눈을 감으며 낮은 탄성을 흘렸다.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용솟음쳐 올라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열기로 인해 딱 기분 좋을 정도로 땀이 났다.
“후.”
잠시 후, 유열감을 느끼며 눈을 뜬 신유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회귀 전보다 무려 3년이나 더 일찍 기력 개방, 아니 차크라 개방을 이루어 냈다.
이 또한 정신력의 도움이 컸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불사왕의 유산과 이전 삶에서 마리아에게 배운 마나 제어법 덕분이었다.
그리고 아직 끝이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2성 초인으로 등급이 상승하였습니다!]
‘드디어 2성이 된 건가.’
차크라를 개방하고, 2성 초인이 되었다는 축하 메시지를 본 순간 신유현은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회귀 전, 지금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기력 개방을 하고 2성 초인이 되고 싶었던가.
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었다.
가문에서 쫓겨나고 3년이 흐른 후, 유럽의 마녀 마리아를 만나 마나 제어법을 배운 후 겨우 기력 개방을 이루어 냈으니까.
그런데 이번 삶에서는 차크라를 개방하면서 염원하던 2성이 된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
신유현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막 2성 최하급 초인이 된 상황.
그리고 각 초인 등급은 기력(차크라) 포인트에 따라 세부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차크라 포인트가 41이면 최하급, 43이면 하급, 45면 중급, 47이면 상급, 49면 최상급이었다.
‘그런데 기력 개방을 했을 때보다 느껴지는 마나가 훨씬 많은 것 같은데…… 이것도 차크라의 효과인가?’
신유현은 자신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차크라의 기운을 음미했다.
이제 1문 차크라를 개방했을 뿐이지만, 기력 개방을 했을 때보다도 더 방대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2성이 되었을 뿐인데 이 정도 마나 양이면…….’
이전 삶에서는 기력 개방을 했어도 마나가 부족했다.
그 때문에 강체술이나 마나를 사용하는 검술을 마음먹은 만큼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결국 게티아 놈들에게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에게 부족했던 마나를 채우게 된 것이다.
‘충분하지.’
차크라의 마나 양이라면 가문의 검술이나 강체술뿐만 아니라 불사왕의 스킬 또한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터.
그 사실에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프나코틱 바이블(EX)이 활성화 됩니다. 이제 프나코틱 바이블에 기록된 불사왕의 스킬들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프나코틱 바이블에 기록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다니!
‘이게 불사왕이 가졌던 스킬들인가?’
프나코틱 바이블에는 불사왕의 언데드 스킬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신유현의 등급이 낮아서 사용이 불가능한 스킬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핵심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언데드 작성은 지금 당장 사용이 가능했다.
‘언데드 소환은 나중에 해 봐야겠군.’
하지만 신유현은 언데드 소환 스킬을 사용하는 걸 뒤로 미뤘다. 언데드 소환은 너무 눈에 띄는 데다가, 특유의 기운이 밖으로 흘러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장의 패는 감춰 둬야지.’
어느 정도 강해질 때까지는.
그 때문에 신유현은 당분간 불사왕의 능력은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불사왕의 가호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불사왕의 가호(SSS) 효과가 발동합니다.]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불사왕의 가호라고?’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사왕의 가호와 지배력 강화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궁리하던 차였다.
그런데 설마 2성이 되자마자 불사왕의 가호가 활성화될 줄이야.
[불사왕의 가호 효과로 귀속 스킬, 다크 소울 블레이즈(S), 다크 소울 이터(S), 다크 소울 체인(S)이 해금 되었습니다.]
[퍼스트 스킬, 다크 소울 블레이즈]
-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는 흑염을 소환한다.
[세컨드 스킬, 다크 소울 이터]
- 마수들의 영혼을 흡수해서 소울 포인트로 변환한다.
- 소울 포인트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 영혼의 맛을 볼 수 있으며 상대의 상태까지 알 수 있다.
- 다른 존재는 다크 소울 이터의 흡수 과정을 볼 수도 없고, 감지할 수도 없다.
[서드 스킬, 다크 소울 체인]
- 검은 마력 사슬로 상대를 구속할 수 있다.
‘이건…….’
불사왕의 가호에 귀속되어 있는 고유 스킬들을 확인한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불사왕의 가호는 다크 소울이라는 검은 마나를 통해 세 가지 귀속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다크 소울 이터가 특출했다.
다크 소울 이터를 활용한다면, 수련이나 경험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방법으로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게임이랑 비슷하네.’
설마 포인트로 능력치를 강화시킬 수 있을 줄이야.
그렇다는 말은 차크라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러면 판을 새로 짜야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잘하면 앞서 나가 있는 후계자들을 빠르게 잡을 수도 있는 상황.
‘파천검가를 내 손안에.’
숙부인 신성현이 후견인이 되고, 다른 후계자들보다 강해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가문을 야금야금 뜯어먹기보다 아예 삼켜 버리는 걸로 계획을 틀었다.
‘강해지면 되니까.’
가문을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직계들 중에서 가장 후계자에 가까운 인물은 청룡 검전의 전주이자 장남인 폭풍검, 신철민이었다.
현재 경지는 5성 상급 정도.
20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나이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경지였다.
즉, 최소한 그보다 강해져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실적도 필요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2성 보스를 잡는 거지.’
일주일 뒤 2성 보스를 잡지 못하면 가문을 먹기는커녕 쫓겨 나가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을 수만 있다면 상당한 실적이 된다.
거기다 둘째 형인 신철진에게서 파천신단을 뜯어낼 수 있을 터.
‘그다음에는 현무전을 내 지배하에 둬야 할 테고.’
파천검가를 먹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현무전에 대한 권한을 가져오는 것이다.
가문의 직계라는 특권 덕분에 신유현은 현무전의 전주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허울 좋은 감투나 다름없었다.
기력 개방조차 하지 못해 현무전 검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강해지면서 실적을 쌓는다면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무(武)를 숭상하는 초인들은 강함을 열망하고 강자에게 동경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단 능력부터 확인해 볼까?’
생각을 정리한 신유현은 몸속의 차크라를 끌어올렸다.
차크라에서 흘러나오는 고순도의 마나가 전신을 짜릿하게 맴돌았다.
이어서 신유현은 장검을 꺼내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웅.
그러자 장검에 맺히기 시작하는 흑색 오러.
파천심법 특유의 오러 색이다.
“흑색 오러인가? 다행이군.”
신유현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파천심법과 불사왕의 마나 연공법이 합쳐지면서 생겨난 차크라 연공법.
그 때문에 오러 색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그대로였다.
다른 오러 색이 나왔다면 가문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럼 다음은…….”
차크라 개방을 하고 오러가 제대로 발현되는 걸 확인한 신유현은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발동했다.
[불사왕의 가호를 발동. 귀속 스킬,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시전합니다.]
화르륵!
“이게 다크 소울 블레이즈인가?”
현무전의 개인 지하 연무장에서 다크 소울 블레이즈, 흑염을 발동 신유현은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흑색 오러가 입혀진 장검에서 흑염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흑염은 자신이 회귀하기 전 보았던 사내, 불사왕이 수백 마리의 마수들을 재로 만들었던 능력이라는 사실을.
‘오러 속성처럼 보이는군.’
보통 3성 초인이 되면 오러의 속성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화염, 전격, 빙결, 독, 폭발 등등.
불사왕의 권능 중 하나인 다크 소울 블레이즈는 마치 오러 속성처럼 보였다.
‘그럼 좀 움직여 볼까?’
신유현은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발동한 상태로 무영 검법의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화르륵!
검은 화염의 궤적이 아름답게 허공에 수놓아졌다.
흑염을 발동하지 않고 초식 훈련을 했을 때는 그저 물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움직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아름다운 검무를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즐겁구나.’
초식을 펼칠 때마다 1문 차크라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전신을 맴돌자, 고양감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허공에 흩뿌려지는 아름다운 흑염의 궤적을 바라보며 신유현은 점점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무영검법을 시작으로 다양한 검법의 초식들이 신유현의 검에서 펼쳐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지막 동작을 완료한 신유현은 숨을 길게 내쉬더니 자세를 낮췄다.
그런 신유현의 앞에 검술 수련을 위해 마련한 크고 단단한 바위가 있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슈아아아악!
순간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신유현의 장검이 허공에 검은 궤적을 남기며 단단한 바위를 향해 날아들었다.
스르륵.
단단한 바위 속으로 흑염이 파고드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바위를 베며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치켜 올라간 장검에서 화려하게 불타오르던 흑염이 사그라졌다.
직후 신유현은 몸을 돌리더니 천천히 납검했다.
철컥!
쩍! 화르륵!
순간 단단한 바위에서 사선으로 금이 쩍 가더니 두 조각이 나면서 흑염에 휩싸여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나쁘지 않군.”
조금 전 바위가 있던 장소를 바라보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크 소울 블레이즈는 신유현의 의지대로 무엇이든지 불태울 수 있었으니까.
‘이거라면 2성 보스쯤은 혼자서 해치울 수 있겠지.’
불사왕의 가호에 붙어 있는 귀속 스킬들이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철그럭.
순간 신유현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손잡이가 바닥에 툭 떨어져 내렸다.
“뭐지?”
신유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자신의 장검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검집 안에 있던 검날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 탓에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손잡이가 검집에서 떨어져 내렸던 것.
아무래도 일반 장검으로는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버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일찍 알아서 다행이군.”
지명 의뢰를 완수하러 던전에 가기 전에 장검이 부서져서 다행이었다.
던전에 갔을 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큰 문제가 되었을 테니까.
지금이라면 좀 더 나은 무기로 바꿀 수 있었다.
“무기고에 가야 되나.”
파천검가의 무기고.
가문의 핵심 시설들 중 하나이며 비전서와 영약, 보물과도 같은 아티팩트 장비들이 보관되어 있다.
그곳이라면 다크 소울 블레이즈에도 버틸 수 있는 무기가 있을 터.
“문제는 둘째 누나를 봐야 하지.”
파천검가의 차녀, 무기고의 신지아.
가문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인 무기고를 관리하는 수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