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화 (2/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화

‘분명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라고 했었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푸른 사냥개가 자신을 과거로 보내 버린 모양.

그립고 익숙한 방 안 풍경과 스마트폰의 시간을 본다면, 과거로 돌아온 게 분명했다.

‘만약 내가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거라면…….’

순간 신유현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 시간대라면 살아 있을 것이다.

지키고 싶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이.

그리고…….

‘그놈들도 다시 나타나겠지.’

인류의 적, 데미갓 게티아.

으득.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게티아 놈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으니까.

선천적으로 마나가 부족한 자신에게 정밀한 마나 제어법을 가르쳐 준 마리아 테스타로사.

가문에서 무시받던 자신을 걱정해 주고 챙겨 주었던 어머니와 파천검가의 몇몇 사람들.

그 외에 자신과 함께 동고동락한 몇 안 되는 동료들까지.

그들은 게티아들에게 노예라고 조롱받으며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그들의 주검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맹세했었다.

반드시 게티아 놈들이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할 거면 철저하게 해야지.’

단순히 인류를 구하기 위해 게티아 놈들을 몰아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놈들이 그랬던 것처럼 철저하게 짓밟아 주고 싶었다.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복수란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그래야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도 지킬 수 있을 테지.

‘배신자 놈들도 처리해야 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게티아를 숭배하고 추종하며 동료를 판,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들이 있었다.

게티아 숭배자들.

그놈들 때문에 헌터 협회의 초인들은 게티아들에게 변변찮은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분열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미리 게티아 숭배자 놈들의 목을 날리고, 세계의 초인들을 규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하지.’

초인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힘이 없으면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또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힘이 필요하다.

게티아들을 압도할 강대한 힘이.

‘그러고 보니 불사왕의 계승자로 선택받았다고 했던가?’

신유현은 정신을 잃기 전 보았던 황금빛 문자 메시지를 기억해 냈다.

불사왕의 계승자로 선택받았다면 상태창에 뭔가 변화가 있을 터.

[상태창]

이름: 신유현

종족: 인간

나이: 20세

업적 칭호: 불사왕의 계승자

초인 등급: 1성

고유 특성: 프나코틱 바이블(EX)(비활성), 불사왕의 가호(SSS)(비활성), 지배력 강화(SSS)(비활성)

고유 스킬: 차크라 연공법(SSS),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S)

일반 스킬: 상세 보기

능력치:

근력 37 민첩 35

체력 36 정신 100

차크라 39 지배력 35

“허.”

혹시나 싶어서 상태창을 확인한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는 없었던 항목이 여럿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업적 칭호를 시작으로 고유 특성과 고유 스킬, 그리고 처음 보는 스탯까지.

‘자세한 건 차차 파악해 봐야겠지만.’

어마어마하기 짝이 없었다. 무려 EX급 고유 특성도 있었으니까.

다만 아쉽게도 현재 고유 특성들은 전부 비활성이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활성화가 되는 모양이다.

‘대체 정체가 뭘까?’

신유현은 새로 생긴 항목들을 확인하며 불사왕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어째서 수십만에 달하는 마수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인지.

무엇 하나 알 수 없었다.

단지, 불사왕이 지구의 존재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존재이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이었다.

‘프나코틱 바이블이 활성화된다면 뭔가 알 수 있을까?’

무려 EX 등급의 고유 특성.

프나코틱 바이블이라면 불사왕이나 세븐 아크스에 대한 정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런데 차크라는 뭐지?’

신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배력이 네크로맨서 계열 스탯인 건 알고 있었지만 차크라는 처음 보는 스탯이었다.

[차크라]

검사의 기력 스탯과 죽은 네크로맨서의 마력 스탯이 서로 융합하면서 히든 스탯, 차크라가 생성되었습니다.

[차크라 연공법]

분류: 고유 스킬

등급: SSS

숙련도: 1단계

설명: 히든 스탯 차크라가 생성됨에 따라 파천심법(S)과 불사왕의 마나 연공법(SS)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차크라 연공법으로 진화하였습니다.

“히든 스탯이라고?”

차크라와 관련된 항목들을 확인한 신유현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기력과 마력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히든 스탯이 생겨났을 줄이야.

거기다 차크라 연공법까지.

그뿐만이 아니다.

보통 검사들은 단전을 만들어 마나를 축적해 나가고, 마법사들은 심장에 마나 서클을 만들어 나간다.

그 때문에 검술과 마법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차크라는 기력과 마력의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그 말인즉.

‘네크로맨서의 마법과 가문의 검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차크라 덕분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연공법을 통해 차크라를 성장시킨다면 동시에 강해질 수 있었다.

파천 가문의 검사로서도.

불사왕의 네크로맨서로서도.

힘의 근원이 같으니까.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차크라와 새롭게 추가된 능력들을 당장 체감하기 어려웠다. 앞으로 성장을 해서 불사왕의 권능을 해금하게 되면 알 수 있을 터.

‘그리고 정신이 높군.’

다른 스탯들은 회귀를 하며 모두 낮아졌지만, 정신 스탯만큼은 회귀 전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육체는 10년 전으로 돌아왔지만, 정신은 그대로인 탓이리라.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활용한다면…….’

파천검가의 검술.

불사왕의 권능.

그리고 미래에 발전되어 있는 파천검가의 검술들과 수련 방법들, 수많은 실전 경험들을 포함한 이전 삶의 기억들.

그뿐 아니라 던전 게이트들의 정보와 히든 보상까지.

이 모든 것들을 활용한다면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터.

‘앞으로 5년.’

약 5년 뒤, 차원의 저편에서 레메게톤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배를 타고 게티아들이 이 세계에 나타난다.

그때가 오기 전에 복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그 첫 시작으로 무엇을 할지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가문을 나갈까?’

가문의 검술이라면 이미 충분히 알고 있고, 가문에 있으면 불사왕의 능력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었다.

‘아니지.’

신유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차크라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가문의 검술도, 불사왕의 스킬도 차크라를 사용하니까.

‘나가도 그냥 나갈 수는 없지.’

파천검가에는 바깥세상에서 구하기 힘든 온갖 보물들이 존재한다.

무기나 장비, 영약과 비전서 등등.

그중 가문에서 보유하고 있는 영약을 복용한다면 차크라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가문을 나가는 것보다, 가문에서 얻을 수 있는 단물은 다 빨아먹고 나가는 게 더 이득이었다.

‘아니면 내가 직접 가문을 손에 넣어도 되고.’

게티아 놈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세력이 필요했다.

그 발판으로 가문을 손에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어머니도 계시니 말이야.’

현재 가문에는 어머니가 계셨다.

이전 삶에서 어머니를 비롯한 일부 가문 사람들은 신유현을 챙겨 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게티아들에게 죽어 갈 때 신유현은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삶에서는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 받은 도움만큼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으니까.

‘당분간 남아서 지켜봐야겠군.’

그렇게 신유현은 일단 파천검가를 뜯어먹기로 결정을 내렸다.

위이잉!

그때 침대 위에 있던 스마트폰이 진동하면서 착신음인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의 어텐션이 울려 퍼졌다.

신유현은 스마트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다혈질 꼰대]

발신자를 확인한 신유현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둘째 형이네. 이 형부터 먼저 뜯어먹어 볼까?”

* * *

신유현은 검술 명문으로 유명한 파천검가의 삼남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어머니는 가주인 신성일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문제는 신유현의 어머니가 초인이 아니라 세계에서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일반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가문에서 자신과 어머니가 얼마나 무시받고 구박을 받았던가.

그에 반해 신유현의 배다른 형제들은 가문의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또한 검술 명가의 직계들답게 모두 재능이 흘러넘쳤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지.’

신유현만 재능이 없었다.

아니, 재능이 없지는 않았다.

가문의 검술만큼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이해하고 익혔으니까.

이해력 하나만큼은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신동이라는 소리도 곧잘 듣곤 했었다.

하지만 초인 사회에서 힘의 척도는 다름 아닌 마나다.

마나를 앞세운 위력적인 기술과 압도적인 신체 능력 앞에서는 검술 실력이 뛰어나도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2성 초인이 되려면 조건이 있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기력 개방.

하지만 신유현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기력 개방을 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스무 살이 되면 최소 2성은 되어 있어야 하며, 재능 있는 자들은 3성에 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유현은 20살이 되었어도 여전히 1성 검사였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가문의 형제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며 욕을 먹었다.

바로 지금처럼.

“내가 부른 지가 언젠데 왜 이제 와? 형이 부르면 재깍재깍 튀어 와야지. 마나도 못 쓰는 쓰레기가.”

파천검가를 지키는 사방 수호 검전 중 하나인 주작대가 거주하는 주작전.

그 5층 건물 복도 끝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신유현이 들은 폭언이었다.

‘하.’

나름 각오를 하고 왔지만, 막상 욕을 들으니 기가 차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신유현은 고개를 들고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인물을 바라봤다.

파천검가의 둘째, 폭열검 신철진.

그는 주작전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신유현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23살인 신철진은 신유현과 3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파천검가의 직계답게 엄청난 재능을 지닌 실력자였다.

20살에 이미 일류 검사 수준인 4성에 도달했으며, 지금은 5성 검사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다른 형제자매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그뿐인가?

파천검가의 절대자인 가주, 신성일.

7성 검사인 그는 서양에서는 마스터, 동양에서는 화경이라고 부르는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파천검가는 그야말로 재능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용건만 말해.”

“뭐? 용건? 새끼, 말이 짧다?”

신철진은 날카로운 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와 함께 강렬한 기세로 신유현을 압박하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평소처럼 신유현이 개처럼 바닥에 엎드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신유현은 신철진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아 내며 웃어 보였다.

“하여튼 이놈의 집안은 사람을 개처럼 물어뜯으려고만 하지.”

“뭐, 이 새끼야?”

신철진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기세를 받아 낸 것도 모자라 건방진 소리를 내뱉었으니까.

신철진은 더더욱 기세를 끌어올리며 압박했다.

하지만 전신을 옥죄며 짓누르는 압박감 속에서도 신유현은 태연하게 웃으며 신철진의 기세를 받아 냈다.

‘그래도 게티아 놈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귀엽지.’

비록 신체 능력과 차크라는 1성 수준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전 삶에서의 경험으로 100까지 올라간 정신력 덕분에 버텨 낼 수 있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날 부른 용건이나 말해.”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신철진을 두려워했었다. 타고난 기질이 워낙 강압적인 데다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왔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기어오르지 마라, 가문의 무능한 쓰레기 놈아.”

신철진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세는 거두어들였다.

물론 신유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렇지 않아도 지랄 맞은 성격 때문에 늘상 사고를 치고 다녀서,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신성일에게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무실에서 무슨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신성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신유현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강하게 나갔다.

물론 선을 넘지 않을 정도로만.

들이받는 건 강해지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뭐야?”

“네놈에게 가문의 지명 의뢰가 내려왔다.”

‘역시.’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삶에서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가문에서 내려온 지명 의뢰를 받았다.

가문의 지명 의뢰는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이 직접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다.

“우리 가문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2성 던전 게이트가 발생했다. 가문 사람들 몇 명 붙여 줄 테니 공략하고 와라.”

“준비 기간은?”

“오늘 당장 갔다 와.”

신철진의 말에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싫다면 어쩔 건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