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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화 (1/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화

쿠르릉, 콰쾅!

어두운 하늘에서 벼락이 치며, 거센 빗줄기와 함께 화려한 황금빛 창들이 쏟아져 내렸다.

콰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금빛 창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가 되었다.

무너진 빌딩들.

도시 전체에 생겨나 있는 크고 작은 크레이터들.

그리고 폐허가 된 도시의 중심에는 한 사내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나도 여기까지인가.’

블랙 코트를 입고 있는 사내,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인류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존재들 중 하나가 머리 위에서 신유현을 내려다본다.

새하얀빛의 날개를 펄럭이며 천사와 같은 빛의 고리를 가진 존재, 게티아.

그들은 성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신유현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악마 같은지.

“네놈도 이제 끝이구나.”

신유현의 머리 위에서 사냥의 신, 바르바토스는 비웃음을 흘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런 그의 등 뒤에는 크고 작은 금빛 마법진이 수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금빛 마법진 속에서 반쯤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대한 창들.

하나같이 바르바토스가 소유하고 있는 레전드 등급의 창들이었다.

“쉽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라. 네놈 때문에 받은 굴욕을 풀어야 하니까.”

바르바토스는 즐거운 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사냥하지 못한 존재는 없었다.

설령 초월급 강자라 할지라도.

하지만 지금 발밑에 있는 신유현만큼은 지금껏 번번이 사냥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다른 게티아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가축이나 다름없는 하등한 인간 하나 잡지 못하고 뭘 하냐면서.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였다.

드디어 신유현을 몰아넣었으니까.

“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역시 하등한 인간답게 어리석군. 너희 인간들은 노예다. 그 사실을 네놈에게 똑똑히 가르쳐 주마.”

바르바토스는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바르바토스…… 아니, 게티아들에게 있어 인간은 도구이자 노예에 불과했다.

그들은 재미 삼아 인간을 사냥하며 살인을 즐겼다.

심지어는 꼬챙이로 천천히 찌르곤 죽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감상하는 놈도 있었고, 인간의 피로 목욕을 즐기는 놈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문용 아티팩트를 개발하거나, 인간의 몸을 개조하는 놈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희생자의 정신이 망가질 때까지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며 가지고 놀았다.

공포, 절망, 분노.

고통받는 인간에게서 흘러나오는 부(否)의 감정 에너지는 게티아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쾌락을 안겨 주었고, 더불어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에너지원이었으니까.

“악마 같은 놈들.”

신유현은 증오가 깃든 눈으로 바르바토스를 노려봤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바르바토스는 비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내 신유현의 앞에 내던졌다.

툭, 데구루루.

“……!”

그 순간 신유현의 눈이 부릅뜨였다.

비가 쏟아지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떨어진 물체는 한 여성의 머리였다.

“어, 어째서……?”

신유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유럽의 마녀, 마리아 테스타로사.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금색 머리카락과 호수처럼 푸른 눈을 가진 30대 초반의 미녀.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결코 게티아에게 굴복하지 않았던 강인함을 갖춘 불굴의 여인.

그녀는 신유현의 연인이었다.

그리고 게티아들이 지배하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유일한 마음의 버팀목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만큼은 살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미 바르바토스에게 살해당했었다니!

“어리석은 여자였지. 네놈을 살리겠다고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뭐?”

“나에게 거래를 제안하더군. 네놈에게 손을 대지 않는 조건으로 대신 잡혀 주겠다고 말이야.”

그렇게 말한 바르바토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실로 불쾌했다. 버러지 같은 인간 주제에 감히 신인 나에게 거래를 제안하다니.”

“그래서…… 그녀를 죽였다고?”

“그래.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였어야 했는데 홧김에 그만 머리를 날려 버렸지. 하지만 네놈이 있으니 상관없겠구나. 네놈은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여 줄 테니까.”

바르바토스는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떤 식으로 신유현을 고문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

귓가에서 바르바토스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유현은 웃고 있는 바르바토스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리아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

쏴아아.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신유현은 마리아의 머리를 조심스레 품속에 끌어안았다.

싸늘함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더 이상 그녀에게서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제 그녀는 이 세상에 없다고.

“으아아아아아!”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에 신유현은 마리아의 머리를 품속에 끌어안으며 한 맺힌 절규를 내뱉었다.

동시에 몸 안에 남아 있던 마나를 끌어올렸다.

[마나 집속률 100퍼센트 확인.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기동합니다.]

직후, 신유현의 머릿속에 여성의 기계음이 울려 퍼지며 증강 현실처럼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초인의 전유물이라 불리는 시스템 능력이었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고유 스킬이 발동된 순간, 신유현을 중심으로 기력파가 터져 나왔다.

그 기력파에 밀려 쏟아지는 빗줄기가 튕겨 나갔다.

한순간 비가 내리지 않는 공백 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어서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끝없는 분노로 당신의 정신이 한계를 돌파합니다.]

[게티아를 향한 당신의 분노에 차원의 저편에서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관심을 가집니다.]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가 진화합니다. 오버 드라이브의 세컨드 모드, 제로 포인트 브레이크가 발동합니다.]

번쩍!

순간 신유현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오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발동 지속 시간 1초]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장검을 꽉 움켜쥐었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1초면 충분해.’

보유한 마나를 단 1초에 모두 압축시킬 수 있는 제로 포인트 브레이크.

한순간 마나가 전신의 혈액을 불태울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요동쳤다.

또한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잿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들이 멈춘 듯이 보였다.

그 속에서 신유현은 바르바토스를 향해 최후의 검격을 날렸다.

파천검법(破天劍法).

비기(祕技), 하늘베기(破天)!

그리고 세상이 갈라졌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신유현은 문득 눈을 떴다.

새하얀빛이 눈을 아프게 찔러 왔다.

그리고 자신이 평평한 지면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 신유현은 혼란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게티아들에 의해 폐허가 된 도시에서 바르바토스와 싸웠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눈부시게 밝은 하얀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늘과 대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얀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하얀 태양이 빛나는 하늘에는 무지개 색과 같은 거대한 일곱 개의 달이 걸려 있었다.

지구의 달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 순간.

번쩍! 쿠구구구구궁!

하얀빛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며 세상이 흔들렸다.

“큭!”

시야를 명멸하는 하얀빛과 시끄러운 이명 때문에 신유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갈수록 정신이 몽롱해져 갔다.

그때, 사방에서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대체 무슨 일이…….’

얼굴을 찌푸리며 신유현은 가늘게 눈을 떴다.

그러자 이번에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초원이 흐릿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여긴 또 어디야?’

신유현은 꿈인지 현실인지 알기 힘든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초원 속에서 섬뜩하게 빛나고 있는 붉은 눈들.

‘마수?’

풍경은 낯설었으나, 초원 위에 있는 놈들은 익숙했다.

게티아들이 나타나기 전, 지구를 휩쓸었던 마수들의 모습과 똑같았으니까.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마수를 도륙해 왔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마수들이 초원 위에서 물결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유현의 눈길을 끈 것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도, 무수히 많은 마수들도 아니었다.

‘저자는…….’

희미한 시야 속에서 마수들의 해일 앞에 홀로 서 있는 사내.

그런 사내의 등에서 망토와 같은 형상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흑염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화르륵!

이윽고 사내의 양손에서 생성된 흑염이 부채꼴 모양으로 마수들을 향해 퍼져 나갔다.

키에에엑!

그러자 사내의 눈앞에 있던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흑염에 휩싸이며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덧 사내의 앞에는 거대한 마도서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촤르륵!

이윽고 마도서가 활짝 펼쳐지며 한 장씩 페이지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등 뒤로, 눈에서 푸른 귀기를 피워 올리는 언데드들이 땅속에서 올라오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만에 달하는 언데드 군단이 강림했다.

아무래도 사내는 네크로맨서 계열인 듯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반 언데드와는 격이 달라 보이는 일곱 존재가 사내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수십만의 언데드와 수십만의 마수.

잠시 후,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을 가득 메운 괴물들이 격돌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하군.’

신유현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괴성과 함성이 울려 퍼지고 지면이 흔들렸다.

마수들은 언데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언데드들에게 죽은 마수들은 다시 언데드가 되어 몸을 일으켰고, 그에 따라 싸움이 길어질수록 언데드의 수는 도리어 늘어났으니까.

갈수록 늘어나는 언데드들의 수 앞에 마수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 모습을 신유현은 씁쓸한 눈으로 바라봤다.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게티아들은 강대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들이 조종하는 어마어마한 마수들 앞에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마수들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다음, 이어지는 게티아들의 공세를 버텨 내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인류는 게티아들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만약 저자가 지구에 있었더라면 게티아 놈들을 막아 냈을 텐데.’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와는 차원이 다른 저 사내의 힘이라면, 지구를 휩쓸었던 마수들을 막아 낼 수 있었을 터.

그랬다면 게티아들을 몰아내고, 인류가 노예가 되어 고통받는 미래 또한 막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한 신유현은 씁쓸한 표정으로 사내와 일곱 존재들을 바라봤다.

크르르.

바로 그때, 사내의 곁을 지키던 일곱 존재들 중 하나인 푸른 늑대가 고개를 돌리더니 신유현을 바라보았다.

[불사왕의 첫 번째 세븐 아크스인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가 시간을 넘어 당신을 바라봅니다.]

‘뭐?’

순간, 신유현은 등 뒤로 전율이 흘렀다. 눈앞의 상황이 환영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푸른 늑대처럼 생긴 사냥개가 시간을 넘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우우우우우우우!

신유현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푸른 사냥개가 길게 포효했다.

그와 동시에 눈부신 황금빛이 터져 나오더니 신유현을 덮쳤다.

“큭!”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황금빛 속에서 신유현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시야를 명멸하는 황금빛 속에서 신유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잠시 후, 눈을 감고 있는 신유현의 어두운 시야 속에서 황금빛 문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당신은 불사왕의 계승자로 선택받았습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신유현은 정신을 잃었다.

* * *

뚜루뚜뚜루.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신유현의 귓가에 익숙한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고등학생 시절 자주 사용하던 스마트폰 알람 소리였다.

“허억!”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신유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는…….”

신유현이 정신을 차린 곳은 방이었다.

어딘가 그립고도 익숙한 풍경.

“설마 내 방인 건가?”

그랬다.

지금 신유현이 있는 장소는 그가 가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방과 똑같았다.

신유현은 다급히 알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2022년 1월 15일 07:10]

“2022년? 10년 전이라고?”

신유현은 눈을 부릅떴다.

2022년 1월이라면 이제 막 20살이 되었을 때였으니까.

그리고 그 말인즉…….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건가?’

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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