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0 마수의 숲으로 =========================================================================
“와, 너희 지금 뭐하냐?”
이것은 올리비아가 돌아오고서도 자신과 유실리아에겐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흙덩이와 침대에서 뒹굴던 둘에게 건넨 말이었다.
불릿과 흙덩이 둘은 성교를 나누면 나눌수록 정령력이 증가하고 흙덩이의 회복능력에 따라 배가 고파지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무한대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루가 지나도록 하고 있으니 그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올리비아가 참다못하고 찾아온 것이다.
여전히 짐승처럼 후배위를 즐기고 있던 불릿과 흙덩이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선 고개만 올리비아에게로 돌아갔다.
“그게 말이지, 일단 얘기를….”
“올리비아 나가! 뭘 보고 있는 거야?”
불릿은 이 와중에도 침착하게 대화를 시도하려 했고, 흙덩이는 부끄러움을 배워가는 중이었기에 이게 보일만한 장면이 아니란 걸 깨닫고서 그녀에게 소리쳤다.
불릿은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지만 잔뜩 땀을 흘리며 아직도 접합부위가 이어져 있어서 그런지 설득력은 없었다.
“둘이 좀 떨어지고서 얘기하자고 하시지? 나 지금 그거 할 생각 없거든?”
팔짱을 끼고서 불량하게 대꾸하는 올리비아의 말대로 이건 좀 아니었다.
불릿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겉으로 보기엔 움직이지 않더라도 살을 조였다 풀며 그를 자극하는 흙덩이의 쾌락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뽀오옥! 뻥!
빨아들이는 힘이 심했는지 진공이 풀리는 소리가 나며 흙덩이가 움찔했다.
“윽.”
“흐윽, 읏.”
빨아들이는 힘 때문에 정액을 있는 대로 배출한 불릿은 마지막 쾌감에 허리가 뒤로 빠졌고 흙덩이는 이불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여전히 올리비아가 팔짱을 낀 상태였기에 불릿은 축 늘어지는 흙덩이를 반듯이 눕힌 후에 이불로 몸을 가려주었다.
그런 다음에야 자신도 가운을 걸쳐 몸을 가린 후 올리비아에게로 다가왔다.
“징하게도 한다, 넌 우리가 보고 싶지도 않았어?”
“그….”
“됐어, 또 예쁜이가 부탁하니 매정하게 대하지 못했겠지. 남자가 마음만 약해선.”
길게 숨을 내쉬며 약간 풀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불릿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하자고 한 건데, 말할 필요는 없겠지.’
흙덩이도 잠든 마당에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꺼내서 불씨를 되살릴 이유는 없었다.
“일단 앉자.”
“그러시든지.”
불릿은 그녀를 한쪽에 마련된 탁자로 앉혔다. 자신도 짐짓 허리를 두드리는 척하며 의자에 앉았다.
“허리라도 아파?”
“…아니, 흙덩이랑 했는데 그럴 리가.”
“그럼 왜?”
“너랑 유리랑 했을 때는 살짝 아프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음. 이게 아니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
“어, 으응, 그러자.”
뭔가 자꾸 성교에 대한 주제로 대화하는 듯해 올리비아가 방문한 이유로 화제를 전환했다.
“보고 싶긴 했는데 몇 주간 자리를 비워야하기 때문에 흙덩이를 사랑해줬었다. 미안하다, 오늘은 올리비아랑 할까?”
화악-.
“…좋기는 한데, 말은 해줘야겠어. 어디로 출장을 가는데?”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고 방문한 목적은 확실히 하려는 올리비아.
불릿이 몇 주간이나 자리를 비울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아도 선뜻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유실리아는 뭔갈 아는 듯했지만 그녀의 추궁에도 굳게 입을 다물며 철통같이 비밀을 간직했기에 결국 당사자를 찾아온 것이다.
땀이 식어가자 불릿은 마음도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조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마수의 숲에 조력자가 있다.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수의 숲?! 너 미쳤지!”
찰싹!
자신도 모르게 불릿의 등짝을 때리는 올리비아의 손길.
참고로 말하자면 둘은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옆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때려놓고는 깜짝 놀랐는지 조심스레 불릿에게 물었다.
“괜찮아? 아팠어?”
“뭔 자기가 때려놓고서…. 크흠, 셰실리코프와 벤젼스가 동행할 것이니 위험하지 않다.”
“불안한데….”
소드익스퍼트 상급인 기사가 무려 2명이 동행하는 여정이지만 올리비아는 그것만으로 안심할 수가 없었다.
지난날 불릿이 괜찮다 해놓고도 목숨의 위기를 몇 번이나 겪었었기에, 그리고 아직 아이를 가지지 못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런 것 같았다.
그녀의 불안감을 알기에 불릿은 올리비아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스윽.
가운을 입고 있긴 했으나 땀으로 끈적해진 살덩어리가 그녀의 맨살에 달라붙었다.
“거기에 누가 있는데?”
그의 팔을 살며시 밀쳐내며 물어보자 불릿은 손을 아래로 내리며 그녀의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주물럭주물럭.
“흐음, 만나고 나서 알려줄게. 지금 알려주는 건 조금 성급한 것 같네.”
“어딜 만져, 정말.”
“네 살결이 좋으니까.”
“정말…변태라니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몰라…, 흐응….”
비음을 흘리며 자신의 허벅지를 만지는 불릿의 손을 살며시 아래로 흘려 넣는 올리비아.
그녀 또한 불릿이 없는 기간 동안 굶주렸기에 대낮임에도 그리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래도 지금은 안 돼, 읏, 낮부터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이제는 예전처럼 그녀 또한 낮은 위치가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목석같았던 불릿을 정열적으로 바꿔놓는 데엔 성공했지만 그가 요즘처럼 지나치게 왕성해지게 만든 것 또한 자신이 원인이라는 생각에 크게 거부하지도 못했다.
‘아기를 갖고 싶긴 하지만….’
이젠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되어서 그런지 유실리아처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마나로 자궁구를 감싸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피임방법은 사용했다.
하다가 임신이 되면 받아들일 것이고, 몇 년이 되도 실수(?)가 발생하지 않으면 25살이 되기 전에 가질 예정이었다.
그녀는 불릿이 오랫동안 사랑하자는 얘기에 넘어가버렸으니까.
“예쁜이도 있잖아….”
찔걱.
“읏, 그만, 나, 난 이제 괜찮아!”
쏘옥!
그녀는 한번 부르르 떨고선 약간 가라앉은 표정이 되고선 불릿의 손가락을 빼버렸다.
불릿도 아쉽긴 했지만 일도 해야 하긴 했기에 욕망을 접었다.
“그럼 밤에도 하지 말까?”
“그건 아니고…, 아이 씨, 왜 오빠는 내 입에서 그런 말을 하게 하려고 그래?”
앙탈을 떨며 애교발산을 하는 올리비아에게 불릿은 이어서 말을 뱉었다.
“너는 당당한 척하면서 부끄러워하는 게 귀엽거든.”
그러면서 그녀의 머리칼을 옆으로 넘겨주니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갔다.
입술을 우물거리다가도 다시 다물며 꼼지락거리던 그녀는 들릴락 말락 그에게 속삭였다.
“유실리아도 부르자, 괜찮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딱히 셋이서 하는 거에 거부감도 없었으니 불릿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저벅, 저벅.
끼리리릭-.
“주변의 경계를 철저히 하라!”
“예.”
“옛.”
마수의 숲으로 들어서는 호위병대. 크레파토스가 지휘하고 벤젼스가 그를 받쳐준다.
셰실리코프는 불릿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직 여름이었지만 숲속은 바깥보다 시원했기에 더위를 싫어하는 흙덩이도 날아다닐 듯 좋아했다.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다리를 흔드는 흙덩이, 마차를 타고가지 못하기에 수레에 올라타서 주변 경치를 즐겼다.
원래 위험한 곳엔 데려가기 꺼려지는 그녀였지만 불릿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그녀의 존재가 필수적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그녀에게 미안하고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것인지도 몰랐다.
“흙덩아, 주변에 몬스터는 없지?”
“응, 없어. 흙덩이가 알아서 확인하고 있으니까 오빠도 여기 앉아.”
톡톡 옆자리를 치며 말을 타고 이동하는 불릿에게 대답하는 흙덩이.
불릿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바람에 따르기로 했다.
“세스터스, 말을 부탁한다.”
“충.”
불릿이 말에서 뛰어내리자 말의 고삐를 받아든 세스터스는 옆에 있던 병사에게 말을 맡기고서 다시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정엔 되도록 불릿을 잘 알고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 자들로 꾸려졌다.
지금도 흙덩이가 확인을 하고 있음에도 주변에 다른 위험이 없는지 돌아다니며 샅샅이 조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덕분에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허겁지겁 피하기 일쑤였다.
약간 긴장을 풀어도 괜찮다는 판단이 들자 불릿은 수레에 올라타선 흙덩이의 챙이 넓은 모자를 들추었다.
“그렇게 좋아?”
“응! 그런데 땅은 더러워. 청소하면서 가도 돼?”
마수의 숲이라서 그런지 마기가 스며들어있기에 그게 거슬렸던 모양이다.
“이동하면서 할 수 있다면 해도 좋아.”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흙덩이는 정령력을 흩뿌리며 빛가루를 공중에 퍼뜨렸다.
파아앗-!
빛가루에 닿자마자 어두침침했던 숲이 한결 밝아지기 시작했다.
우우웅-
방대한 양의 정령력을 소모하면서도 별다른 티가 나질 않을 정도로 증진된 수준.
이 정도라면 마스터라고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흙덩이는 이게 재밌는 놀이라도 되는 양 집중해서 대지의 축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신에게 간택 받은 성녀처럼 성스러워보였으니, 병사들은 자신의 임무를 진행하면서도 힐끔힐끔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 이유라고 하자면 여자가 그녀밖에 없는데다가 워낙 아름다워서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이유야 어떻든 그녀가 있기에 불릿은 든든하면서도 마음의 안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크가 이런 걸 좋아할는지….”
빈손으로 가면 부탁을 거절당할지도 몰라 이것저것 챙긴 게 지금 그들이 타고 가는 수레의 정체였다.
병장기부터 시작해서 식량, 의복, 하다못해 향신료까지….
하지만 약탈만 당하고 거절당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세상 어느 사람이 믿을 게 없어서 몬스터인 오크를 믿는단 말인가?
그렇기에 여기까지 데려온 호위병대는 빠르게 숲을 빠져나갈 수 있으면서도 개개인의 무력이 높은 자들로만 구성하였다.
‘마스터를 상대로 유효한 연계기가….’
돌벽으로 앞을 막고 혹시나 피할지 모르니 땅을 폭발시키는 대지의 분노로 빈틈없이 폭사시킨다.
그 후에 3미터에 달하는 돌송곳이 튀어나오는 죽음의 대지로 확인사살을 한다.
가이아 여신을 안 믿는 것은 아니지만 우락크가 변질됐을 가능성은 있었기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워낙 많은 배신을 당해왔기에 불릿은 사람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기에 그렇다.
우락크는 지금의 오크를 만든 자,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
“셰실리코프, 기감에 걸리는 것은?”
이에 빠른 행동을 위해 말도 타지 않고 걸어가던 셰실리코프는 눈을 반개하며 주변을 장악했다가 풀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잡히지 않습니다.”
그가 고개를 저으니 이번엔 장난질을 치듯 대지의 축복을 내리던 흙덩이에게 묻는다.
“흙덩아, 그만하고. 주변에 움직이는 몬스터가 있니?”
“우웅, 뭐가 있는 거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
“뭐가 걸린다고? 그게 뭐 같은데?”
“잘 모르겠어, 동물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니야. 마기도 안 느껴져.”
“……모두 전투준비.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불릿의 지시에 셰실리코프는 그의 명을 받들고서 자연스럽게 벤젼스에게 향했고, 향후 논의를 하는 척하며 이 소식을 알렸다.
습격이 있을 것 같다는 정보에 호위병대의 진형은 산발하면서도 수비에 용이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고, 흙덩이가 언급했던 존재는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