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5 복귀 =========================================================================
“…그럼 이제 중요사안은 끝났군요.”
“흐음, 이우우스가 생각만큼 운영을 잘해줘서 영주직을 계속 맡기고 싶은데, 괜찮은가?”
“맡겨주신다면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1급 행정직이 높은 위치긴 해도 영주직만큼은 아니다.
영주의 자리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가문의 영광, 그러니 이우우스로선 기쁠 따름이었다.
“하지만 제가 영주직을 계속 맡게 된다면 대영주님을 보필할 인재를 다시 찾아봐야겠군요.”
아직 후임을 찾지 못했는지 걱정 어린 이우우스의 중얼거림에 불릿이 대꾸했다.
“그 점에 대해선 염려 말라. 사무예드 3급 행정관을 한번 써봤는데 괜찮게 하더군.”
“긴장을 잘하는 편인데 그 버릇을 고쳤답니까?”
1급 행정관이 되기 위해선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불릿에게 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야한다.
그런데 말을 더듬으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에 이우우스는 사무예드의 그런 버릇을 안 좋게 보고 있었다.
“하다보면 차차 나아지겠지. 우리가 사람 가리면서 쓸 처지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찾아보면 더 나은 자가 있을 터인데….”
“이미 임명한 뒤이니 지켜보세. 그보다…, 자네들도 집을 비운지 꽤 오래 됐는데 부인들이 뭐라 안 하는가?”
다른 사안이야 회의에서 중히 다룰 것이니 지금은 사적인 이야기에 파고드는 불릿.
그도 내년이면 백년가약을 맺기에 관심이 지대한 사안이었다.
지금만 해도 흡사 부부싸움 후의 광경 아니겠는가?
“저야 가문의 영광이 될 일을 진행 중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우우스의 자랑스런 대답에 불릿도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예전부터 차기 대영주로 언급되었고, 부모님의 사후 자연스럽게 대영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우우스는 작위도 없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1급 행정관이 되었다.
그 상태에서 장기간의 시간을 보내다 그랩 자작의 반란 이후 대규모 숙청이 이루어지며 생긴 공백에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그러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고, 남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그의 능력을 불릿에게 어필할 수 있는 때였다.
“저는 그냥 지금이 좋습니다.”
“…?”
“……?”
이우우스와 불릿이 함께 물음표를 띄우고 그를 바라보자 벤젼스는 헛기침을 뱉으며 먼산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다.”
“….”
“…….”
누가 기사 아니랄까봐 벤젼스는 활발한 성욕을 자랑했다.
불릿은 차마 누구와 밤일을 치르는지는 묻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 * *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불릿과 세 여인, 모처럼 만의 탈것의 이용이었기에 모두가 나들이라도 나온 것처럼 들뜬 모습을 보였다.
덜컹, 덜커덩-
장맛비도 그쳐서 그런지 날도 맑았다. 바닥은 아직 진흙탕이었지만.
그래도 긴 장맛비가 그쳐서 기분만은 최상이었다.
“으히힛! 집이다, 집! 룰루랄라-.”
“어이구, 우리 애기, 그렇게 좋았쪄요?”
“익, 흙덩이 아기 아냐.”
“내 눈엔 애기로 보이는데 어쩌겠니? 오구오구.”
올리비아는 흙덩이의 볼을 꼬집으려 했고, 그녀는 어린아이 취급받는 것이 싫었는지 다리를 파닥이며 반항을 했다.
정령이었을 시절엔 올리비아의 이런 장난은 금방 제지당했었는데, 그땐 흙덩이의 힘이 워낙 셌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정령력을 끌어올려도 신체능력은 그닥 별로였기에 단련된 올리비아의 근력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난 불릿의 아기야, 올리비아 아기는 직접 낳아.”
화아악-
흙덩이의 소리에 장난을 치던 올리비아가 당황했다.
“여자애가 그런 말 막 던지는 거 아니라고 했지!”
“아이, 귀 아파.”
그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으니 남는 손이 없었다.
이때 유실리아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던 불릿이 흙덩이의 입술에 혀를 넣었다.
“우, 우웅….”
뽀옹….
혀를 넣은 것은 불릿이지만 당기는 것은 흙덩이였다. 흡입력이 약해 강하게 빨아들이진 못했지만 기분이 좋다는 면에선 변함이 없었다.
갑작스런 불릿의 난입에 둘의 장난은 중단되었고, 이젠 부끄러움도 표현할 줄 아는 흙덩이가 자신의 두 뺨을 붉히며 손으로 살짝 가린 채 몸을 흔들었다.
“난 왜 안 해줘? 손으론 유실리아 껴안고 입으론 예쁜이 뽀뽀해주고, 난 뭐 없어?”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 올리비아에게 불릿은 유실리아의 팔을 쓰다듬으며 말을 뱉었다.
“아기 만들어 줄게.”
올리비아가 가장 원하던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남들 앞에서 듣고도 멀쩡할 만큼 멘탈이 세진 않았다.
펑.
“그,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우으우으으….”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침몰하던 올리비아는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손가락 사이로 불릿을 훔쳐보다 시선이 마주치면 화들짝 고개를 숙였다.
“유실리아, 너는 뭐 바라는 거 없나?”
이러한 와중에도 불릿의 품을 조용히 사수하던 유실리아는 작게 도리질을 치며 조금 더 그의 품에 안겨들 뿐이었다.
“…저는 지금도 행복해요.”
그야말로 현모양처다운 태도였기에 그 또한 귀여웠던지 유실리아의 턱을 잡고서 또 다시 입맞춤을 했다.
“츕, 츕, 츄웁-.”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듯이 여러 번 끊어주며 키스하니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
홍조 또한 조신함에 걸맞게 그녀의 청순미를 훼손하지 않았다.
불릿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도를 조절해 고개를 들어준 후 약간 건조해진 그의 입술을 자신의 침으로 촉촉이 만들어주는 센스.
무언가를 머금고 있던 모양인지 달콤한 냄새도 나는 것이 불쾌하지도 않았다.
“낼름, …뭐지? 왜 침이 달달하지?”
마차 안에선 딱히 할 만한 것도 없었기에 노닥거리던 불릿은 간식거리는 아니지만 그 대용을 발견한 것처럼 유실리아에게 좀 더 바싹 다가갔다.
“유실리아, 입 좀 벌려봐라.”
“나도 먹을래! 유실리아꺼 맛있어!”
“어허, 마차 안에서 뛰면 안 된다고 했었지.”
“내가 먼저! 후루룩-.”
“흑, 힉…?!”
흙덩이는 냅다 유실리아에게 달려들며 그녀의 입을 벌렸는데, 마치 꽃에 달려드는 꿀벌의 기세와도 같았다.
불릿의 키스에도 소리하나 내지 않던 유실리아가 신음을 흘려도 아랑곳 않고 흡입하던 흙덩이는 이내 그녀에게서 멀어지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포옥-.
“힛, 맛있다.”
“그럼 나도….”
“읍! 으응….”
쩝쩝소리를 내면서 유실리아의 침을 핥아먹던 불릿에게 슬그머니 올리비아도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지이익-
그녀는 불릿의 바지를 풀고서 한껏 단단해진 그것을 입에 넣었으니, 이에 불릿은 깜짝 놀랐다.
“허억, 무, 무슨 짓, 큭.”
“츄웁, 츄르릅 츄릅, 나만 쏙 빼놓고, 우극, 뽀옥-, 뽀옥-.”
“크윽, 너무 세!”
이내 그녀의 강력한 흡입력에 부르르 몸을 떠는 불릿.
퓻, 퓨퓻!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불릿의 백탁액에도 그녀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다가 시들려던 양물이 다시 단단해지니 치마를 걷어붙이고선 거기에 앉아갔다.
“꿀꺽, 복수야. 참을 수 있으면 참으라고?”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정액을 삼킨 그녀의 목덜미로 한줄기 하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 * *
돌아가는 길은 1개 중대만을 대동하여 불릿이 탑승한 마차를 호위하였다.
이 정도만 해도 웬만한 몬스터 군락은 퇴치할 수 있으니 부족하진 않은 수.
대영주의 행차치곤 부족할 수도 있지만 영토의 사정이 좋지 않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똑똑똑.
그에게 보고할 사항이 있기에 백인장이 마차의 문을 두드렸으나 안에선 답이 없었다.
“각하, 숙영지에 도착했습니다.”
“…….”
그래도 반응이 없자 다시 문을 두드리려던 백인장은 흔들거리며 새어나오는 신음에 문으로 가져가던 손을 멈추었다.
“…하앙!”
“…헉, 헉.”
방음이 된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작은 담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지 이렇게 크고 격렬한 성교를 막아줄 정도로 마차는 그런 용도의 장소는 아니었다.
연신 덜컹거리던 가운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서 다시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 마차에 나있는 작은 창문이 덜걱 열렸다.
“셋째부인님.”
“자,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유실리아는 붉게 상기된 얼굴만 내민 채로 백인장의 말에 답하였는데, 그녀의 뒤에서 더욱 커진 신음과 살 부딪치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퍽! 퍽!
“윽, 흐윽! 하아악-!”
“쪼옥, 쪼옥.”
“크으윽, 받아들여라!”
“싸줘어!!”
백인장은 초인적인 시력으로 유실리아의 조막만한 얼굴이 미처 가리지 못한 틈으로 안의 상황을 엿봤다.
안에선 올리비아가 시소를 타듯 상하운동을 하는 중이었고, 흙덩이는 상의를 벗어던진 불릿의 가슴팍을 타고 흐르는 땀을 빨아먹으며 키스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엿본다는 사실에 유실리아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지자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꾸했다.
“오늘은 여기서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점심즈음에 도착할 것입니다.”
“알았어요.”
“…음식은 넉넉히 준비할 터이니 꼭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그녀 또한 기사였기에 한때 자신보다 윗사람이었던 백인장의 응원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꼭 오라버니를 닮은 아이를….”
“아아아-!”
유실리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올리비아가 긴 여운을 남기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축 늘어지자 흙덩이의 치유능력을 받던 불릿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리 오너라.”
“헛, 그, 그럼 이따 봬요.”
불릿에게 끌려간 그녀가 하나로 이어지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백인장은 창문을 닫아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각하께서 노력해주시니 고맙긴 하구나.”
후계문제로 위기를 적잖게 겪어왔기에 백인장은 이제 그 지긋지긋한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어서 그런지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때 유실리아를 노리기도 했지만 미처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불릿의 여자가 되어버렸으니 곱게 마음을 접어버리는 백인장.
“중대장님, 야영준비가 끝났습니다.”
군대는 뭐든지 빠릿빠릿하게 해야 했다. 그래서 천막을 치는 속도도 5분이면 충분했는데, 음식도 간단히 취식할 수 있는 종류로 되어있었기에 이제 슬슬 불릿이 준비하고 나와야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또 하신다.”
“예? ‘또’ 밖에서 하신 답니까?”
“마차에서 하시잖나.”
“아무리 그래도….”
야외에서 마차는 불릿의 침실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마차보다 더 넓고 쾌적한 공간이었으니 말하자면 집과 같았다.
하지만 안에서 무슨 거사를 치르는지 병사들도 다 알 정도라서 집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람이 있었다.
“불만 있으면 너도 성공하던가.”
“아니, 기사가 되는 것도 개고생을 해서 겨우 된 건데 제가 어찌 백작이 될 수 있다고 그러십니까.”
기사정도만 되어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기에 성공하란 말은 조금 저어되는 말이었다.
불릿의 부인들보단 못하지만 나름 예쁘고 아름다운 부인을 꿰차는 자리가 기사라는 직업군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군단의 십인장이 되면서 녹봉이 추가되었기에 집에서도 큰소리치면서 살고 있었다.
“너 그럼 각하께오서 너희의 보잘 것 없는 항의 때문에 아이 만들기를 그만두시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게 또 왜 그렇게 됩니까….”
“팍, 씨! 그럼 알아서 짜져있으라고들 해. 유실리아라고 좋아서 야외에서 병사들 다 지켜보는 가운데 저러고 있겠어?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겠냔 말이다!”
한때 그녀를 좋아했던 남자로서 여인의 수치도 감수하며 후계를 낳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유실리아가 백인장은 안쓰러워보였다.
“오라버니! 오라버니의 아이를 낳고 싶어요! 더 많이, 가득주세요!”
그러나 유실리아는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스스로가 원해서 열심히 허리를 놀리며 불릿을 짜내고 있었다.
애초에 고백한 것도 유실리아였고, 백인장이 모르는 사실이 한가지 더 있다.
그것은 불릿을 은근히 유혹하는 것 또한 유실리아라는 사실.
========== 작품 후기 ==========
지각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