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4 짧은 휴가 =========================================================================
휴가7일차.(??)
올리비아, 유실리아, 흙덩이의 체취가 불릿으로 물들 때까지 질리도록 한 그들은 쉴 만큼 쉬었다는 생각에 슬슬 중앙영지로 돌아가려는 계획을 가졌다.
“킁킁.”
“? 뭐하는 거니?”
모처럼 벗기 쉬운 옷이 아닌(….) 정갈한 복장의 올리비아가 묻자 코를 벌름거리던 흙덩이가 이에 대꾸를 한다.
“불릿 냄새나, 킁킁. 윽, 비려.”
화아악-.
흙덩이의 발언에 올리비아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무, 무슨 소리야! 깨끗이 씻었다고?!”
그러면서도 혹시나 싶은지 남들 안 보이게 슬쩍 아래에 손을 가져갔다 들어서 코에 가져갔다.
“…킁킁, 킁. …어라?”
미묘해진 그녀의 반응에 이번엔 흙덩이가 그녀에게 물어왔다.
“냄새나지? 그치?”
“……우리 이 상태로 성에서 돌아다녔던 거야?”
“항상 그랬는데? 윽, 올리비아 저리가. 아코, 냄새.”
“이, 이씨이…너도 좀 맡아보자!”
킁킁, 킁킁킁-
킁킁킁킁.
올리비아는 흙덩이를 허리를 붙잡고서 그녀의 하체를 맡아갔다.
마치 코가 닳을 기세로 냄새를 맡았으나 아무리 맡아도 싱그러운 향기만 느껴지자 울상을 지었다.
“뭐야, 너는 왜 냄새 좋은데….”
올리비아의 우울한 안색을 저 멀리 침상에서 바라보던 유실리아는 불릿의 품에서 꼼지락거리며 자기도 몰래 냄새를 맡아봤다.
“…킁, 킁.”
“뭐하고 있느냐.”
“어맛.”
자기 때문에 불릿이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아 미안해진 유실리아는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불릿 오빠! 얘가 나보고 냄새난데!”
“킁킁, 올리비아 잘 안 씻나봐. 맨날 냄새나.”
“씻는다고! 빡빡! 너 향료 뭐 쓰는데?”
“흙덩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침대절부터 시끄럽게 구는 광경이었지만 이러한 모습에서 불릿은 그녀들의 화가 대부분 풀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근데 냄새라니, 무슨 소리지?’
올리비아가 얼마나 청결히 하는지는 불릿이 가장 잘 안다.
왜냐하면 그녀를 품을 때마다 은은히 풍겨오는 향에 취해서 더욱 열정적으로 몸을 핥아갔기 때문.
만약 냄새가 난다면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그녀에게 주입을 해주는 자신의….
“웩, 난 정액 안 먹을래. 맛도 비리고 기분도 안 좋아.”
“아악! 아아악! 말하지 마!”
“으븝.”
“…저런 내용이었어요. 죄송해요, 그게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아니, 괜찮다.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뭔가 좀 추잡스러우면서 야한 내용의 대화였기에 불릿은 잠도 깨울 겸 입을 열었다.
“그 얘기는 그만하고, 내일쯤해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짐들 챙겨둬라.”
불릿의 발언에 티격태격하던 흙덩이와 올리비아가 멈칫했다.
“집에 가? 더 안 놀아?”
“갈 때가 됐구나….”
드디어 집에 간다는 생각에 그들을 저마다의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불릿은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고, 유실리아는 자신도 나신인 상태인데도 여인의 부끄러움을 참고서 그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옷을 다 입고 채비를 갖춘 불릿은 방을 나서기 직전 세 명의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신들과 만나고 올 테니 채비들 하고, 올리비아?”
“어, 응, 네.”
불릿에게 지명당한 올리비아가 대답하니 다시 말을 잇는 불릿.
“……바닥에 흐른다.”
철컥.
이런 말을 남기며 침실에서 사라진 불릿.
흙덩이와 올리비아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유실리아는 올리비아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백탁액에 시선을 꽂으며 자기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아기님이 갖고 싶으셨나요….”
일부러 뱃속에 불릿의 냄새를 가둬두었기에 냄새가 나는 듯했다.
* * *
자, 이쯤하고.(?)
불릿이 이러한 복귀결정을 내린 데엔 이우우스의 보고에 따른 상환변화를 봤기 때문이다.
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몬스터의 출몰은 점점 감소하는 추이에서 어제를 기점으로 평시보다 약간 낮은 정도의 몬스터 출몰도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겪고 나면 일시적으로 몬스터의 수가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었지만 대체로 다시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대했다.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자마자 몬스터의 습격을 받으면 사람들이 막을 수가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가니 10년 주기의 대륙규모의 재앙에도 인류가 버틸 수 있던 이유였다.
“안 되겠습니다.”
“설마 또 몬스터가 습격해왔는가? 아니면 하급 마물?”
이우우스 1급 행정관의 말에 불릿은 지금 상황에서 터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안들을 언급했다.
“외부의 습격? 란푸스 왕국이 드디어 움직였나? 아니면 구울 백작이 결국 어리석은 선택을?”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그게 아니라 올해는 토벌대를 결성하기 어렵다는 말이었습니다.”
“…흠, 자세히 말해보게.”
끼익-.
벤젼스, 불릿, 이우우스 이렇게 셋만이 모여 있는 상태라서 그들은 집무실에서 간단히 모임을 가지는 중이었다.
장소가 협소한 만큼 방음에 있어선 문제가 없었고, 작게 말하더라도 서로에게 닿을 만큼 충분한 거리도 확보되어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이우우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잇는다.
“예정된 날보다 1년이나 일찍 기습적으로 시작된 몬스터 웨이브에 각 영토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무슨 소린가? 우리는 훌륭히 막아냈지 않나?”
분명 불릿과 흙덩이의 활약으로 하급 마물이 무려 다섯이나 연합된 몬스터 군단을 하루 만에 쓸어냈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불릿은 기분도 나빴고, 또 반대편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열심히 움직인 부인들의 공로도 무시당한 것 같아 안색이 안 좋았다.
이에 벤젼스가 자신의 의견을 첨부했다.
“각하, 저희야 이렇게 막아냈습니다만 다른 곳은 어떨지 생각해보셨는지요?”
“베니스 남작과 카질런 남작을 말하는가?”
“저희 바포 변경백이 아니라 루드밀라 전역을 말하는 겁니다.”
“흐음.”
흑마법사 토벌은 불릿의 영토에서만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전력이 생각 외로 강력했고, 이번 몬스터 웨이브만 하더라도 놈들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으니까.
‘가이아 여신의 말도 있었고.’
여신까지 나타나 불릿에게 계시를 내렸으니 그것만은 확실했다.
‘당신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태고의 순혈에게 힘을 빌려야 한답니다’
아직도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서 생생이 울리고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는 끝났다, 그렇다면 그녀가 언급한 전쟁이란 또 다른 무언가, 즉 이 상황에서 보자면 흑마법사 토벌을 의미하리라.
“우리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초토화가 됐겠지.”
“네, 저도 그 부분 때문에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입니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라 하여 전 지역에 그런 대군이 몰려들 리는 없지 않은가?”
“난민 유입률이 심상치 않습니다. 벤젼스 천인장?”
이우우스가 벤젼스를 바라보며 말하자 이에 응답하는 벤젼스.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는 시기에 난민이 생겨나는 것은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오나, 그 수가 예년의 3배 이상입니다.”
“3배? 어디 망한 영지라도 생긴 것인가?”
“아직 확인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왕국의 상황이 좋다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다른 군벌들이야 불법적으로 군사를 일으킨 것이지만 불릿의 바포 변경백은 왕으로부터 인정받은 자치령이다.
지금에 와선 딱히 왕실에 대한 충성심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죄 없는 왕국민들까지 외면하기엔 불릿의 심성이 차갑지 않았다.
그래서 난민이 발생하면 곧잘 받아들여 자신의 백성으로 만들기도 했다.
최전방지역이면서 괜히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다 이러한 정책이 있으니 영지민들도 믿고 따라오는 것이었다.
“괘씸한 놈들인지라 쌤통이긴 한데 백성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고생인지, 참….”
혀를 차며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던 불릿은 뭔가 생각났는지 벌떡 몸을 앞으로 당겼다.
“잠깐, 아직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유입률이 3배? 그럼 현재진행형이란 소리인가?”
“송구스럽사오나 그렇습니다.”
“아, 돈….”
난민유입은 일손이 부족한 변경백에선 좋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많은 인원이 들어서면 그들을 수용할 자리도 없고, 각종 범죄나 실업률이 증가해 도시의 치안율이 낮아진다.
무엇보다 그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기본적인 생활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했기에 돈이 필요했다.
기껏 발 벗고 뛰며 벌었던 돈이 이번 몬스터 웨이브로 단번에 다 날아가 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많은 병사가 죽었다는 것이고, 그들의 보상 문제와 수습에 걸리는 시간,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손해, 등등등….
“이건 뭐 하나 해결하면 문제 두세 개가 나타나는군.”
그가 이마를 짚으며 고뇌하자 이우우스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도 저희는 대영주님이 계시니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앞장서진 않을 거다만?”
지금도 올리비아와 유실리아, 흙덩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눈치를 보는 중이었는데 한 번 더 그런 짓을 하면 다 끝, 쫑나는 것이다.
“특산물도 있고, 정 안 되면 영토 내의 숲을 밀어버리고 개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럼 숲에서 얻을 수 있는 품목이 줄어들잖은가.”
변경백 내에 개간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은 일손부족도 있지만 그게 문제였으면 불모의 황무지를 개간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개간할 자리가 없던 이유는 숲에선 목제를 비롯, 열매나 약초, 짐승 등이 있고 그것들은 일정한 비율로 순환한다.
농사만으로는 불가능한 물품도 있기에 일부러 건들지 않는 부분.
“그 문제에 대해선 작은아씨의 능력에 기대야겠지요.”
“또 돌아다니라고?”
“호위병대를 꾸리겠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 부흥시켜보지요.”
“그 많은 인원을 어디에 배치하려고 그러는가?”
“카텐령의 영지민들이 대거 탈주했었기에 그곳에 정착시킬 것입니다. 그곳의 곡물이 맛은 없더라도 배는 곯지 않잖습니까?”
맛만 없을 뿐이지 영양가도 있고, 알알이 꽉꽉 들어차있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웬만해선 음식을 가리지 않는 불릿이 거부할 정도로 더럽게 맛이 없는 것이 카텐령의 음식이었다.
내년부터 제대로 농사를 지으면 괜찮겠지만 적어도 올해는 그 맛없는 곡물을 섭취해야할 것이다.
“흠, 마침 그곳이 빈 거주지가 많으니 괜찮긴 하겠지. 천막보단 훨씬 나으니 난민들도 괜찮아 하겠군.”
“바스톤에도 난민을 보냈으면 합니다. 중앙영지소속 군단은 믿을 수 있는 자들로 꾸려야하니 어쩔 수 없지만, 바스톤이라면 영지군에 자원할 자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곳도 있었지. 일단 돌아가서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지금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공적인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미팅과 비슷했다.
개인적인 얘기도 하면서 약간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에 대화의 주제가 딱히 정해진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