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5 몬스터 웨이브 =========================================================================
추적추적.
빗물로 인해 촉촉해진 산길을 걷는 불릿과 흙덩이.
브룩 남작과의 대화 때문에 괜히 흙덩이에게 더 미안해진 불릿은 그날 하루 그녀를 놓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었다.
비 오는 날에 자신의 집도 아닌 곳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기에 흙덩이도 환영하는 바여서 그날은 그냥 그렇게 보냈다.
그 후 바스톤에서 벗어나 윗지방인 바람이 머무는 곳을 향하며 각지의 마을을 순회했다.
여전히 몬스터는 많았으나 2주차가 되어서인지 사람들은 지쳤지만 상황엔 익숙해진 것 같았다.
“쾅.”
“쾅!”
푸확!
땅거죽이 파헤쳐지며 몬스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흙과 뒤섞인 채 그대로 세상과 하직했다.
“우리 집엔 언제가?”
“음?”
회색로브의 후드를 벗으며 불릿이 대꾸하자 흙덩이는 그의 옆으로 걸어와선 다시 물었다.
“춥고 힘들고 배고파. 그리고 불릿은 밖에선 안아주질 않아.”
“이렇게 안아주고 있지 않느냐?”
꼬옥 안아주는 불릿의 행동에도 그녀는 불만이 있는지 볼을 부풀리며 도리질을 쳤다.
“이거 아냐, 박아줘.”
“…아니, 야외 플레이는 좀…누가 볼 수도 있고, 뭣보다 넌 한번만 해가지곤 만족하지 못하잖니.”
‘한번이면 몰라도 하루 종일 하면 백퍼센트 들킨다고.’
그래서 불릿도 살짝 땡기면서도 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였다.
자신이야 그렇다 쳐도 누군가 그녀의 나신을 본다면 굉장히 기분 나쁠 테니까 말이다.
“그럼 집에 돌아가. 나쁜 아저씨네 집에 가기 싫어.”
흙덩이는 삼광이 저질렀던 죄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를 싫어한다.
불릿은 2주간 참아왔던 성관계를 분출했음에도 그녀의 기분이 썩 좋아보이질 않자 얼마간이라도 편히 이동시켜주고 싶어서 흙덩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 공주님안기를 해주었다.
“…치사해.”
“츄릅-, 츄웁, 츕.”
그보다 더 좋아하는 혀를 빨아주는 진공키스까지 해주자 그녀는 불만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겨우 흙덩이를 달랜 불릿은 주변을 살펴보면서도 흙덩이의 혀는 여전히 입으로 물고 있었다.
‘여정을 단축시켜야겠군.’
치유와 성교를 통한 체력회복을 하더라도 회복이라는 것이 이루어지려면 다치거나 지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했기에 둘의 심신은 분명 닳아가는 중이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몬스터를 죽이며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그들을 짓누르는 것.
특히 하급 마물떼와의 전투이후 흙덩이의 보챔은 더욱 심해졌다.
원래도 억지로 강행하여 데려온 것이니 좋아할 턱이 없었다.
그저 불릿을 사랑하는 마음에 자신의 불만을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니까.
“하앍!”
뽕….
“히익! 더, 더!”
“이쯤하자. 요 며칠 너무 하자는 거 아니니?”
슬슬 다음 마을이 나타날 시기이기에 그녀를 내려놓으려하자 흙덩이는 불릿의 목을 감싸며 놓지 않았다.
“싫어! 불릿은 흙덩이보고 다 하지말래! 자꾸 그러면 미워할 거야!”
전투의 스트레스를 성행위로 푸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후진국이 선진국에 비해 출산율이 높았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지 몰랐고, 즐길 거리도 적었으니까.
“제기랄….”
애써 참아왔더니 끝끝내 이성의 끈을 끊어버리는 흙덩이의 말에 불릿은 그녀를 안고서 명령을 내렸다.
“땅굴 파, 그 안에서 하자.”
그래도 방이라는 형식은 갖춰서 하는 불릿이었다.
“어서 오시지요, 용병님.”
“만나서 반갑소.”
이렇게 마을을 돌아다닐 때면 사람들이 넙죽 엎드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용병이란 신분을 이용하는 불릿.
그런 그에게 촌장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까지 오시며 고생하셨나 봅니다. 복장이 많이 흐트러지셨군요.”
“아…, 뭐, 흠흠. 그렇소. 많이 없앴지.”
“역시 중앙영지에서 고용한 용병님은 달라도 뭐가 다른 것 같습니다, 하하.”
“하.하.하.”
불릿은 촌장의 대화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꼼지락거리는 흙덩이의 복장을 펴주기 시작했다.
하는 데에만 급급해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었는데, 이제 보니 정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던 것이다.
그나마 비가 내리는 중이고, 또 몬스터 웨이브라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흙덩이의 몸에서 나는 불릿의 냄새에 들켰을 것이다.
“일행분의 덩치가 상당히 작으시군요.”
“그래도 그녀의 실력은 나보다 더 대단하니 무시해선 안 될 것이오.”
“오오, 저분은 B급이신가 봅니다?”
“…그렇소.”
“저희 마을은 물자가 넉넉하게 있으니 오래 머무셨으면 좋겠습니다.”
몬스터 웨이브가 끝날 때까지 모든 지역이 잠정위험지역이기에 다른 마을보다 나은 장점과 칭찬으로 그들을 엮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곳에만 머물려고 불릿이 그녀들의 간절한 부탁을 묵살했던 것은 아니다.
그때 뒤에서 흙덩이가 그의 로브자락을 당겼다.
주욱주욱.
뭔가 비밀스런 말을 하고자하는 신호였기에 불릿은 양해를 구하고 한쪽 구석으로가 허리를 살짝 낮췄다.
‘무슨 일인데?’
우물쭈물하던 그녀는 정사가 끝난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 오빠, 밑에서 막 흘러…. 닦을 거 줘.’
‘…….’
슬쩍 로브를 들추며 보여주는 흙덩이의 하체엔 불릿의 백탁액이 진득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녀와 하는 것은 기분도 좋고 체력걱정도 없어 다 좋은데, 문제는 불릿을 받아들이는 당사자인 그녀의 몸이 작았기에 하면 할수록 안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부로 흘러나왔다.
‘역시 다섯 발은 무리였나….’
그가 중얼거리는 뉘앙스가 다음부턴 줄일 거라는 듯이 보이자 흙덩이가 냅다 말했다.
‘그래도 안에 싸주는 게 기분 좋아. 아님 먹을까?’
‘됐어, 맛없다며.’
투둑, 툭.
귓속말을 속닥이는 사이 그녀의 동굴에서 머물던 백탁액이 바닥에 떨어졌다.
“거기 뭔가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둘의 대화가 길어지자 불안해진 촌장이 이쪽으로 다가오려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정액이 바닥을 더럽혀 문지르는 것만으로 없애기 곤란해 불릿은 급히 그를 멈춰 세웠다.
“괘, 괜찮소! 중요한 얘기니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아, 적어도 이틀은 머물 것이니 물자를 준비해주겠소?”
“그렇습니까…,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내일 봅시다.”
끼이익…
달칵.
드디어 촌장이 물러나자 불릿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역시 밖에서 하는 건 위험해. 뒤처리를 못하잖아.”
불릿의 불평에 흙덩이는 그녀 나름대로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안에 싸주는 게 기분 좋단 말야. 그럼 집에서 하면 되는데 불릿은 집에 안 가잖아!”
“쉿,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오.빠!”
“그래, 오빠라고 부르라고. 그럼 귀족으로 의심도 안 할 테니까.”
기특하다는 듯 불릿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의 얼굴근육이 꿈틀거리며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론 부족했던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불릿의 손을 잡고선 자신의 아랫입에 넣어갔다.
질처억-
“흑, 그, 그럼 여기 파내줘….”
아직도 느끼는 중이었는지 손가락을 조이는 흙덩이의 아랫입에 불릿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흐응….”
그녀의 쾌락에 젖은 비음소리에 불릿도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자.”
“흐이우…. 더, 더는 안 들어가는데?”
이미 꽉찼었기에 밑에서 흘러내리던 것인데 하자는 불릿의 물음에 이번엔 흙덩이가 의문을 보였다.
불릿은 그녀를 끌어안고선 뒤로 돌린 채 로브자락을 들췄다.
“몰라, 씁. 시작한 건 너니까 알아서해.”
막무가내로 밀어 넣는, 그렇지만 다정한 손길에 흙덩이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는 불릿의 양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오, 오빠아아-!!”
“쯧쯧, 여자가 왜 자기보다 약한 놈을 따라다니나 했더니 아랫도리로 홀린 거였구만.”
그리고 그들의 이런 행위는 밖으로 다 들리고 있었다.
용병행세를 하길 정말 잘한 불릿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군주로서의 위신을 죄다 깎아먹었을 테니까.
빗줄기가 약해져서 그런지 더욱 잘 울리는 둘의 사랑행위였다.
* * *
이틀을 머문다는 당초 예정과는 다르게 불릿은 하루만에 주변을 정리하고 바로 떠나버렸다.
그 이유야 뻔할 뻔자, 흙덩이가 그렇게 큰 목소리로 외쳤는데 밖까지 안 들렸을 리가 없었다.
주민들의 반응도 쉬쉬하긴 했으나 마을처자들과 순진한 청년들이 얼굴을 붉혀댔으니 눈치 빠른 불릿이 모를 수가 없었다.
결국 도망치듯 후다닥 일을 끝마친 둘은 바람이 머무는 곳의 영주성으로 향하게 되었다.
“하아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불릿과 달리 흙덩이는 룰루랄라 신이라도 났는지 살짝 점프를 해대며 걸어가고 있었다.
장마라고 해도 내내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닌지라 모처럼 만의 맑은 하늘에 둘은 회색빛 로브를 벗었다.
한바탕 정사를 치루고 난 뒤라서 그런지 더욱 그녀의 몸매에 눈길이 가던 불릿은 화들짝 놀랐다.
‘육체에 정신이 이끌려선 안 된다. 육체에 정신이 이끌려선….’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남자의 본능.
이토록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자신의 부인이라는 점에 행복을 느끼는 불릿.
그러면서도 올리비아, 유실리아와는 아직까지 서신 한편 주고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못할 짓을 하긴 했지.’
울부짖던 올리비아, 망연자실한 모습의 유실리아. 흙덩이가 자지러지게 울던 모습은 팔짱을 끼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선명히 겹쳐져 보여 더욱 미안했다.
그래서 더욱 사랑을 갈구하고 맹세도 어기며 성교를 했던 것인지 몰랐다.
사랑을 확인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에 육체관계만큼 좋은 것도 없었으니까.
그렇다곤 해도 마을에서의 일은 부끄러운 게 맞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긴 했다.
영주성에 다가갈수록 몬스터는 거의 나타나질 않았고, 그렇게 반나절을 걸으니 철통경계를 서고 있는 병력을 볼 수 있었다.
“너흰 누구냐! 어디서 온 것이지?”
성벽 위에서 외치는 문지기의 말에 불릿은 흙덩이에게 부탁을 했다.
“흙덩아, 돌벽 3개정도 보여줘. 팔짱은 그만 끼고.”
용병행세는 마을을 순회할 때만 이기에 대영주로서의 위엄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둘이 찰싹 달라붙어 분홍빛 하트를 뿅뿅 날리는 것은 썩 좋은 행위는 아니다.
불릿이 정령력을 불어넣어주며 부탁하자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에게서 떨어지며 정령술을 선보였다.
“돌벽!…세에개-, 히힛.”
즐거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가로세로 오 미터는 될법한 육중한 크기의 돌벽이 성문의 앞에 나타났다.
드드드드득!!
“으헉!”
“화살 장전!”
이것을 위협으로 간주한 지휘관의 명령에 성 깊숙한 곳으로부터 외침이 들려왔다.
“멈춰어라아-!”
대기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가 울리자 활에 화살을 먹이던 병사들은 그 자세 그대로 멈추었고, 얼마 안 있어 지축을 울리픈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
“문 열어!”
“네, 넵!”
고함과 대답이 오고간 후 성문의 옆에 난 작은 문이 열리자마자 바람처럼 무언가가 나타났다.
“훅, 후욱! 삼광 셰실리코프, 대령했습니다, 각하! 후욱!”
중무장을 한 기사, 셰실리코프가 갓 입대한 하위병처럼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