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3 불모의 황무지 =========================================================================
척, 척, 척.
강렬한 태양빛을 받으며 이동하는 토벌대, 그곳엔 군인들만이 아닌 새하얀 원피스가 땀에 젖어들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헤엑, 덥다….”
흙덩이는 긴 챙의 모자를 착용한 채로 불릿의 곁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강렬한 태양열을 이기지 못했던 모양인지 축 늘어져선 혀를 길게 내빼고 있었다.
그녀의 복숭앗빛 혀가 바싹 말라가자 그것이 안쓰러웠던지 불릿은 축축해진 흙덩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껴 넣고서 번쩍 들어올렸다.
번쩍!
“어, 왜 그래 자기얌?”
다리가 허공에 뜨자 흙덩이가 바동거리자 불릿은 축 내밀어진 그녀의 혀를 자신의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쪼옥, 츄르릅-, 쪼옥-.”
“으으응….”
뽀옹…
불릿에게 흡입되던 혓바닥이 해방되자 흙덩이는 상기된 얼굴로 입술에 남아있는 불릿의 침을 핥으며 수줍게 웃었다.
꿀꺽.
“헤헤, 이제 목마르지 않다.”
“이 길이 맞지, 흙덩아?”
“불릿도 같이 봤잖아? 나 못 믿어?”
흙덩이는 이전처럼 대지의 기억을 사용, 인형놀이처럼 흙인형을 만들어내 흑마법사의 흔적을 재연해냈는데, 덕분에 흑마법사들이 어디로 오고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당연히 믿지.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여.”
“으븝…, 흐아앙.”
신음성이 나올 정도로 흙덩이의 혀를 적셔주는 불릿의 애정행각에 슬쩍 뒤를 바라보던 제노시스가 얼굴을 붉혔다.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각하와 작은아씨께서 저리도 짙은 키스를 나누십니까?”
적어도 가신들이 보는 앞에선 보이지 않던 애정행각이었기에 아직 어린 제노시스는 부끄러워했고, 이에 같이 동행하던 셰실리코프가 대답해주었다.
“작은아씨께서 아프신 뒤로는 사랑을 과시하시더군.”
“그러고 보니 아프셨다고 하셨는데, 어디가 어떻게 아프셨습니까?”
내년이면 혼인식을 올릴 안주인이 병상에 올랐었단 사실은 가벼이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인간이 되신지 얼마 되지 않아 면연력이 떨어지신다더군.”
“…? 잘 이해가 안 갑니다만….”
“정령력으로만 몸을 보호해서 생긴 일이라고 해서 저렇게 땀을 흘리며 걷고 계신 게 아닌가.”
“그렇습니까?”
“의사와 마법사가 그렇다니 그런 거겠지.”
이들은 면역이나 질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기에 그냥 그렇다보다, 하고 넘겼다.
아직 이런 정보를 알기엔 시대가 폐쇄적인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왜 발로 걷는 것입니까? 제가 중간에 합류해서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닙니다만, 이건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천인장인 제노시스가 셰실리코프에게 존대를 하는 것은 그가 영주이며 동시에 준남작이기 때문.
그건 그렇다 치고, 확실히 이 뜨겁고 넓은 대지를 발로만 걷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었다.
불모의 대지는 모래가 있지만 사막은 아니었고, 충분히 말을 타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땅도 단단했기에 무더위 속에 땀을 흘리며 걷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여러모로 효율이 나빴다.
“처음 이곳을 방문한 이유가 개간작업을 위해서임을 알고 있는가?”
“그래서 각하께서 이곳으로 직접 오신 게 아니십니까?”
“그렇지. 하지만 개간작업을 진행할 토지를 말발굽으로 짓밟을 수 없기에 국경선 인근에 말을 묶어두고 있었는데, 중간에 난입한 흑마법사로 인해 상황이 이리 된 것이지.”
“그렇다면 더욱 말이 필요한 게….”
“그 이유는 백작님께서 땅의 정령사라는 데에 이유가 있으시지요.”
갑자기 대화에 난입한 마탑지부장 라르벨로 자베르의 발언에 제노시스가 그를 보았다.
“땅의 정령사라 함은 대지를 딛고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자, 게다가 작은아씨의 육체가 거친 동작을 행하실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말에 탑승한 채로는 안 됩니까?”
제노시스의 물음에 자베르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냥 타고 있는 것도 어려운데 가녀린 소녀의 육체가 그 상태로 정령술을 발휘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이는 불릿이 흙덩이와의 면담을 통해 알아낸 것으로, 연약해진 육체가 정령일 때를 따라잡지 못했고, 뭣보다 불릿과의 접촉이 없으면 금방 정령력이 떨어졌기에 여러모로 힘든 면이 있었다.
“그래도 돌아갈 때를 대비해서 가져올 수는 있잖습니까?”
“……?”
“…….”
갑자기 침묵하는 두 사람을 보며 제노시스가 황당해 했다.
“아니면 전투 때만 각하께오서 내려서셔도 되고, 나머지 병력들까지 걸어다닐 필요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두 사람에게 제노시스가 자신의 생각도 꺼내보았다.
“마차라던가 수레도 있고, 하다못해 각하와 작은아씨를 위해서 말 한 마리만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
“헉….”
그리고 이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던 크레파토스의 입에서 안 좋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들의 반응에 제노시스는 한숨을 쉬다가 불릿에게 외쳤다.
“각하! 일단 돌아가서 채비를 다시 갖추시지요!”
* * *
달그락-, 달그락-
카텐령으로 돌아간 토벌대는 말은 물론이고, 아예 마차와 수레까지 갖추고서 흑마법사가 숨어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와, 시원하다!”
자베르의 마법으로 내부가 서늘해진 마차에서 그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아닐세, 본인도 당황했었는데 다른 이들이라고 별 수 있겠나.”
“하하….”
도중에 자이언트 스콜피온의 습격을 받은 이후로 말이라고 하는 편리한 탈것의 존재를 망각했던 이들은 지금까지 땡볕에서 걸어 다닌 자신들은 무엇이었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쩐지 힘들더라니.’
바보 같은 행동이었으나 한편으론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나 의문도 들었다.
불릿은 물론이고 크레파토스, 셰실리코프, 세스터스, 하다못해 정예병들 중 그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무려 대영주인 불릿을 뙤약볕에서 걷게 만든 것도 그렇고, 그의 부인들도 말이란 탈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라 불리는 마법사 자베르도 까맣게 잊고 있던 것 같았으니, 이쯤 되면 뭔가 있다고 여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시원해! 시원해! 자기야 여기 시원해서 좋아! 쪽!”
“흡. …우물우물.”
방방 뛰던 흙덩이가 입을 맞춰오자 불릿은 살짝 놀랐으나 이내 그녀의 혀를 맛있는 요리를 음미하듯 우물거리며 이로 살짝 깨물다 놓으며 풀어주었다.
“푸하! 헤헤, 내 혀 맛있어?”
방실방실 웃으며 팔을 걸쳐오는 흙덩이를 옆으로 뉘이며 무릎에 닿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불릿.
“달콤하다.”
“헤헤…, 나 쪼금만 잘게….”
“잘 자렴, 우리 아가.”
이내 흙덩이가 잠들자 불릿이 고개를 들어 어색한 미소를 짓는 자베르에게 말을 건넸다.
“확실히 좋은 선택은 아니었었지?”
“…네, 부끄럽게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군요.”
“흐음….”
왼팔로 흙덩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오른손으로는 있지도 않은 턱수염을 매만지는 불릿.
그는 약간 굳은 얼굴로 자베르에게 물음을 보냈다.
“정신마법에 걸렸을 가능성은?”
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매번 불모의 황무지에 올 때는 국경선 인근에 묶어두고 오던 것은 비정상적인 경우였다.
국경선 바로 인근의 토질을 상승시킬 때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던 상황에서도 걷는 것을 고집하는 것을 누가 정상이라고 생각할까?
물론 모든 인원이 말을 타고 다닐 수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모두가 걸어 다닐 필요도 없던 것이다.
특히 불릿을 비롯한 중요인물들과 대부분 기마병으로 이루어진 호위병대까지 도보를 고집한 것은 엽기라고 할 수 있겠다.
“…자존심을 생각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자베르는 불릿의 눈치를 보더니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저희도 모르는 새에 걸렸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역시 그러한가….”
마탑의 마법사는 코퍼, 아이언, 실버, 골드, 플래티넘 순으로 등급이 있다.
무려 마탑의 지부장이 되려면 적어도 골드급은 되어야 했기에 자베르가 눈치조차 못 챘었다고 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마법이었을까 싶은 가운데, 그가 이어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리 대단한 마법은 아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자네도 모르는 사이에 걸렸던 것을 어찌 그리 판단하는가?”
불릿이 보기에 자베르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허풍을 떠는 것 같았으나 그는 여전히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제가 합류한 시점은 밤 스티드가 출현했을 때입니다. 백작님은 자이언트 스콜피온이 나타났을 당시엔 어떻게 행동하셨습니까?”
“개간작업을 진행하던 때라서 국경선 인근에 말을 묶어뒀었네.”
“백작님도 걸으셨지요?”
“그렇네만 그땐 말을 묶어둔 국경선과 가까웠고, 대지의 축복을 내리는 토지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려고….”
“거기부터가 이상합니다.”
나직이 읊조리는 자베르의 발언에 불릿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베르, 실수를 인정해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네.”
“왜 굳이 말을 국경선에 묶어둡니까? 개간이 되지 않은 토지를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왜 말이 안 되지?”
“불모의 황무지의 땅은 결코 무르지 않습니다. 지금만 하더라도 마차가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토지를 지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망가지리라 생각하십니까?”
그의 말에 불릿의 얼굴은 확연히 굳어버렸다. 지금 그들은 마차에 탑승한 채로 흙덩이가 알려준 흑마법사들의 은신처로 향하고 있었고, 개간작업을 마쳤다고 해서 토질 자체가 물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토질이 바뀌었다 해서 메마른 땅이 촉촉해지는 것 또한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로를 만들어서 물을 길러와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냥 ‘작물을 기를 수 있는 마른 땅’에 불과했으니까.
“암시(暗示), 아마 걸어 다녀야 한다는 내용의 암시를 걸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가? 우린 아무것도 못 느꼈고, 당장 제노시스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의견을 제시한 인물인데 함께 왔잖은가?”
만일 국경선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그러한 암시를 주는 마법이 걸려있었다면 제노시스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각하, 그래서 저희는 그에게 감사해야합니다. 그 어린 천인장은 대륙에도 몇 없는 수준 높은 마검사이기에 암시에서 벗어날 수 있던 것입니다.”
“설명해보게,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으으응…, 부…리….”
부스럭.
그때 불릿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던 흙덩이가 벌렁 뒤척이자 원피스가 말려 올라가며 원피스와 어울리는 새하얀 팬티가 드러났다.
“흠흠.”
이에 민망해진 자베르가 고개를 돌리자 불릿은 서둘러 흙덩이의 원피스를 아래로 내려주며 자베르를 경계했다.
“……봤나?”
“흠흠…,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자베르는 흙덩이의 새하얀 팬티위로 도드라지는 도톰한 부위에 잠시 눈길을 사로잡혔다가 서둘러 눈을 떼었는데, 그래도 볼 건 다 봤기에 살짝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잘못한 것은 아니었기에 불릿은 다그치려다가도 그만두고선 한숨만 푹 내쉬었다.
“후우우. 조심성 없긴.”
“부리…이…, 츄우…….”
무슨 꿈을 그리도 기분 좋게 꾸는지 연신 불릿을 부르며 조그마한 입술사이로 혀를 내미는 흙덩이.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눈앞의 자베르가 훔쳐보았기에 그를 경계했으나, 딱히 흙덩이와의 스킨십을 숨기고픈 마음은 없었기에 곱게 잠이든 그녀의 혀를 살짝 빨아들였다.
“쭈웁.”
뽕.
“하아, 하아.”
잠이 들었을 텐데도 가쁜 숨을 내쉬는 흙덩이의 머리를 쓸어주자 다시 고른 호흡을 보이며 잠에 빠져드는 흙덩이.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