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0 병상에서의 사랑 =========================================================================
벌컥!
“불릿이 아프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진정하시지요, 마님.”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욧?!”
불릿의 침실에 들어선 올리비아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베르에게 화를 내었고, 자베르는 침착하게 응대했다.
“단순한 탈진현상으로 정령력만 회복된다면….”
“그게 문제라고요! 어째서 불릿이 탈진할 정도로 정령력을 소모했어야 했냐구욧!”
“그건….”
올리비아가 지나친 반응을 보이자 자베르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녀와 함께 들어선 유실리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마님, 각하께서 몸져누워 계세요. 언성을 낮추셔야 해요.”
유실리아 또한 불릿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자이기에 조곤조곤한 어조로 올리비아에게 충고하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
“밤 스티드와 마주쳤습니다.”
자베르의 발언에 올리비아와 유실리아 두 사람 모두 크게 놀랐다.
“?!”
“불릿, 불릿!”
올리비아가 누워있는 불릿의 품으로 달려들자 충격을 받았는지 그가 신음했다.
“크으윽…, 배, 배가….”
“앗, 미, 미안!”
“정신이 드세요, 불릿님?”
두 미녀가 시야에 들어오자 불릿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선 상체를 일으켰다.
스윽.
“…으음, 두 사람은 잠깐 기다려. 자베르? 상황보고를 해주게.”
밤 스티드라는 악질적인 마물과 맞닥뜨린 탓인지 불릿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도 상황을 물었고, 자베르는 고개를 끄덕인 후 대답을 주었다.
“아직 영지 외부로 정보를 흘려보내진 않았습니다. 오늘 안에 깨어나실 것을 대비해 불모의 황무지와 맞닿은 국경선의 경계를 강화했고, 지부에서 마법사를 모두 불러들여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군인들은 국경선에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영주인 벙스 카텐 준남작도 이곳엔 없었으며, 호위병대의 대장인 크레파토스는 중앙영지의 밴에게 은밀히 연락을 넣어 불릿을 보호할 병력파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듣기로는 제노시스도 오고 있다 했으니, 사실상 바포 변경백의 최정예들이 모여들고 있던 것이다.
“셰실리코프는?”
“그 기사는 크레파토스님과 함께 저택의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백작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더군요.”
그리고 자베르도 불릿이 탈진한 데에 책임감을 느껴 하지 않아도 될 신변보호를 해주고 있던 것이었다.
대략적인 사항을 들은 불릿은 침대에 도로 누워버렸다.
털썩-.
“후우, 잘했네. 대응이 나쁘지 않군.”
“자기야, 어디 아파? 배고프진 않아? 뭐라도 좀 가져올까?”
“불릿님….”
올리비아가 호들갑을 떠는 사이, 유실리아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두 손을 꼭 모은 채 올리비아의 뒤에 서있었다.
그녀들의 걱정 어린 말에 불릿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흙덩이를 불러와줘.”
“…흙덩이를? 아직 다 안 나았는데….”
사흘이 지났지만 흙덩이는 침상에서 내려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정신은 온전히 차려서 그들이 만들어주는 영양식도 곧잘 먹고 있으니 얼마 안 있어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상한 불릿의 말에 물음을 보냈으나 되돌아오는 답변은 여전히 같은 말이었다.
“부탁한다, 흙덩이를 데려와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침실을 나선 올리비아는 잠시 후, 흙덩이를 품에 안고선 방으로 들어섰다.
“안녕…, 불릿….”
힘없는 목소리의 흙덩이가 눈에 들어오자 불릿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오랜만이구나.”
“헤…헤….”
기운이 없음에도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는 흙덩이에게 불릿은 말을 걸어주었다.
“지부장, 미안하지만 본인의 말을 집사에게 전달해주게.”
“말씀하시지요, 백작님.”
“보양식을 준비해두라고.”
“예?”
“…?”
“아?”
자베르는 물론이거니와 올리비아도, 또 유실리아도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으나 아직 불릿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흙덩이를 제외하고 모두 나가주겠나?”
“그게 무슨 소리야, 환자 둘만 내버려두고 어딜 가라고?”
“맞아요, 대영주님. 두 분은 아직 환자세요.”
“…제가 간호할 수 있게 해주세요.”
뒤따라 들어온 루나까지 합세한 세 여인의 말에도 불릿은 고집을 부렸다.
“흙덩이가 필요해져서 그렇다. 정령력을 회복해야하니 나가있어.”
“정령력을 회복하는 방법이 시간의 흐름 외에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설마, 그거하게?!”
고개를 갸웃하는 자베르완 달리 올리비아는 깜짝 놀라했다.
불릿과 흙덩이는 신체접촉을 할수록 정령력이 활성화되었는데, 가장 좋은 접촉방법은 바로 성교이다.
마법으로 인한 인위적인 치료보다는 이 방법이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았고, 마정석으로 인한 회복보다도 빠르며 안정감 있었다.
무엇보다 서로 기분이 좋고(?), 돈도 들지 않았기에 이것보다 확실한 치료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흙덩이와 불릿, 두 사람 한정의 치료법이었지만.
경악하는 올리비아와 부러워하는 유실리아. 그리고 흙덩이는….
파앗-
“헤…헤…, 불릿이랑…한다…, 헤헤….”
팔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하는 흙덩이가 침대에 누워있는 불릿을 향해 두 팔을 벌리자 그녀를 안고 있던 올리비아는 난감해했다.
“그, 서지도 않을 텐데(?) 괜찮겠어? 게다가 두 사람 다 아직 아프잖아…?”
“나는 괜찮다. 무엇보다 하면서 회복될 테니까…, 외부자도 있는데 부끄러운 말은 삼가도록.”
“…허?”
자기가 먼저 부끄러운 말을 꺼내놓고는 외부자 운운하는 불릿에게 어이가 없었으나 올리비아는 하는 수 없이 흙덩이를 불릿이 누워있는 침상에 올려주었다.
“하여튼 간에 남자들이란…, 자, 자, 우리는 나가자고.”
“저기, 무슨 의민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또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닌데 보양식은 왜 준비하라고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자베르는 이 황당한 상황에 질문을 퍼부었으나 올리비아는 막무가내로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런 게 있어요, 그런 게. 이따 밤에는 쌩쌩해질 테니 걱정 말고 일단 나가요.”
“???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그, 그…, 말할 수 없는 문제예요.”
“????”
유실리아가 수줍게 말하자 더욱더 궁금해진 자베르였으나, 결국 두 사람에 의해 강제로 밖에 내동댕이쳐진 자베르.
세 사람이 방밖으로 사라지자 마지막으로 문을 닫아주던 루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병상에서의 로맨스라니, 낭만적이어라-.”
끼이이…
탁.
침실에 두 사람만이 남게 되자 불릿은 빙글 돌아서 흙덩이를 자신의 밑에 깔아뭉갰다.
“불릿…, 나…, 힘이 안나….”
“몸살이란 게 원래 그래. 나도 지금은 그다지 좋진 못하군.”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의 불릿에게 흙덩이가 힘겹게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불릿은 그런 그녀의 손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장 네가 필요한 상황이다. 너의 능력이 필요해, 흙덩아.”
단순히 정령으로서의 능력이 필요해 성교를 갖게 되자 마음이 불편해진 불릿.
그런 그의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한 것인지 흙덩이는 불릿의 목에 팔을 두르고선 자신의 풍만한 가슴에 그를 묻어버렸다.
포옥-.
“괜찮아…, 불릿이랑 하면 기분도 좋구…, 건강해지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흙덩아….”
“불릿….”
“응.”
불릿은 흙덩이의 몸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땀냄새를 맡으며 살짝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의 촉촉이 젖은 눈망울에선 애잔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뽀뽀…해줄래? 헤헤….”
평소의 활기참과 반대로 병약한 미소녀의 분위기에 불릿은 정령력의 소모로 탈진해 기운이 없으면서도 뭔가 불끈해 흙덩이의 바람에 바로 응해주었다.
“쪽, 쪽.”
“으응…, 부, 부리(불릿)….”
자신의 입술을 헤집는 불릿의 혀놀림에 흙덩이는 가뜩이나 몸살감기 때문에 높아져 있던 체온이 더욱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릿도 평소와 다른 그녀의 체온에 더욱 흥분이 됐던지 흙덩이의 복숭앗빛 혀를 빨아먹으며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하앙….”
“쪼옥, 츄-웁, 츕-, 츄웁-, 츕-, 쪼오옥.”
마치 사탕을 굴려먹듯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온 흙덩이의 분홍색 조그마한 혀를 돌돌 돌려가며 때론 핥듯이, 때론 남김없이 빨아먹겠다는 듯 흡입하며 탐해가는 불릿.
기운이 없음에도 불릿과의 끈적한 입맞춤과 손길에 애가 탔던지 흙덩이가 야릇한 비음을 흘렸다.
“흐응, 흐으응…!”
처음엔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격해지는 움직임에 따라 요동치는 정령력을 느끼고 있었다.
응읏, 하아앙-!
복도에까지 흙덩이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자 혹시나 싶어 남아있던 여인 삼인방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
“재주도 좋네, 몸져누운 상태에서도 저런 정력이라니.”
“…저렇게 하시면 큰일나지 않으실까요?”
올리비아의 중얼거림에 루나가 걱정스런 물음을 건넸다.
복상사라는 것이 저렇게 병상에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하다보면 종종 발생하는 것이었기에 걱정한 것인데, 그녀의 물음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었다.
“예쁜이랑 손만 잡고 있어도 정령력이 오른다고 하더라.”
“네? 그런 정보가 있었나요?”
자신도 모르는 정보에 비밀호위대원인 루나가 놀라하자 올리비아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변하였다.
“그, 그 짓을 하면 서, 서, 서로의 정령력이 더 잘 오른다고…, 수련하는 것처럼….”
“합방을 하시는데 정령력이 올라요? 와, 그럼 매일 하셔야겠네요?”
“……아.”
루나의 발언에 얌전히 방안에서 들려오던 흙덩이의 헐떡임을 훔쳐듣던 유실리아가 탄식을 터뜨렸다.
왜 그러는가 싶은 올리비아의 시선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다.
“아니, 그게요, 부럽구나 싶어서….”
“…부럽긴 하지. 하면 할수록 기운이 넘친다니,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요즘엔 시도 때도 없이 네 분이 함께 하시는 건가요?”
“루낫!”
“아이 참, 대영주님 들으시겠어요.”
“앗…. 루나,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래도 루나의 말에 주의에 따라 언성을 낮추는 올리비아.
그런 그녀에게 루나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대영주님이 작은아씨를 총애하시는 거구나. 어쩐지 키스도 엄청 끈적끈적하고 길게 하시고, 그 뭐라더라, 진공키스? 작은아씨의 혀를 자신의 입으로 빨아들이다니, 꺄, 야해-.”
자신의 볼을 양손으로 감싸며 부끄러워하는 포즈를 짓는 루나에게 유실리아가 한마디 했다.
“나, 나도 불릿님이 사랑해주신다고….”
“누가 뭐랬나요? 셋.째.마.님?”
“윽….”
셋째라는 말에 유실리아가 가슴을 부둥켜안고 시무룩해하자 루나의 시선은 그녀의 가슴에 머물렀다.
“게다가 작은아씨는 가슴도 크시고, 스킨십에도 거침이 없어서 대영주님께 자주 안기시잖아요? 마님이나 셋째부인님이나 그런 면에선 노력이 부족하세요.”
사실인 말인지라 올리비아나 유실리아는 별달리 반박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그래도, 나, 나도 열심히 한다고?! 언제나 위, 위에 올라타서 불릿이 힘들지 않도록…!”
“쥐어짜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셔야지요. 작은아씨도 언제나 대영주님을 우선시하시고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셔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게 하시잖아요?”
“아니, 그건 그냥 걔의 사기적인 특징이잖아….”
응응(?)을 할수록 정령력이 늘어나고 체력이 회복되는 흙덩이는 그런 면에선 사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올리비아의 반박에 루나는 손가락을 척, 하니 들고선 유실리아에게로 그것을 향했다.
“셋째마님도 말수는 적으시지만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대영주님을 보필하시잖아요? 마님도 첫 번째라는 것에 안주하시다간 작은아씨나 셋째마님께 첫째를 빼앗기실 걸요?”
루나가 친구인 유실리아를 마님이라 부르는 것은 그녀가 불릿의 아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허물없이 구는 루나에게 유실리아는 항상 감사하고 있었다.
이러쿵저러쿵하는 가운데, 첫째를 빼앗긴다는 말에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첫째를 빼앗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정실자리에서 내려앉게 된다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하는 가운데, 루나의 말이 복도에 울렸다.
“아기씨죠, 아기씨. 작은아씨가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러워도 마님이 첫째를 낳으셔야하지 않으시겠어요?”
퍼엉!
올리비아, 또 다시 얼굴이 빨갛게 터져버렸다.
불리이이잇! 흐으으읏!!!
절정에 다다른 흙덩이의 쾌락에 젖은 비음에 루나와 유실리아의 얼굴까지 새빨갛게 터져버렸다.
“……오늘밤 안에 끝내실지 의문이네요.”
“그, 그러…게….”
정령력과 몸상태가 모두 회복될 때까지 흙덩이와 불릿의 사랑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밤 12시 10분에 발표할 내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