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9 구심점은 흙덩이? =========================================================================
“어서와, 자기야! 예쁜이도 왔고, 유실리아는…응?”
“다녀왔어, 올리비앙!”
“와앗, 기다려, 기다려!”
“헤헤헤!”
다짜고짜 달려드는 흙덩이에게 올리비아는 뒤로 걸음을 주춤했으나 이내 단련된 튼튼한 몸으로 그녀를 받아주고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이구, 그새 더 큰 것 같네. 배는 안 아팠고?”
“아팠어. 피 두 번 났어.”
“두 번이나? 유실리아, 예쁜이 몸상태가 안 좋았어?”
“에, 예? 아, 아뇨, 괜찮으셨어요….”
“? 뭐야? 너 어디 아파?”
“아뇨, 그게 아니라…….”
침실까지 따라온 것도 모자라 어쩐지 반응도 미묘한 유실리아였다.
게다가 지금 복장은 기사의 정복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속옷이 보이는 치마였으니, 날카로운 올리비아의 여자력이 발동했다.
“뭐야, 불릿? 너 설마….”
“…….”
평소라면 강한 부정을 했을 불릿이 말이 없자 점점 더 일그러지는 올리비아의 얼굴.
“뭐야! 진짜 유실리아한테 손을 댄 거야?!”
화가 난 올리비아가 허리에 손을 얹고서 버럭 소리를 치려하자 흙덩이가 불릿의 침상에 그녀를 밀고선 얼굴을 부볐다.
“악, 예쁜아! 나중에, 나중에!”
참고로 이곳은 불릿의 방. 올리비아도 자신의 침실이 따로 있었으나 그동안 불릿이 그리웠기에 이곳에서 그의 체취를 맡던 중 복귀한 불릿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이다.
“우웅, 올리비아! 나 불릿이랑 했다!”
“…? 뭐를? 아, 일하러 갔었지?”
“올리비아가 불릿이랑 했던 거! 기분 좋아!”
“자기얏! 이게 무슨 소리야!”
“……소리 지르지 마라. 흙덩이는….”
“나도 알앗! 하지만, 하지만 아직 어리잖아?!”
정확히는 겉모습만 어린 것이었지만 올리비아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도 한 달하고 약간 못 봤을 뿐인데 좀 더 성장한 모습의 흙덩이였으니 충분히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그들이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유실리아는 슬그머니 불릿의 손을 잡았다.
꼭…
“앗, 너, 유실리아 너어! 진짜로 했구나!”
“…죄송해요, 마님. 하지만 저도….”
“불리잇!”
“어쩔 수 없었단 말이다!”
“어디서 그런 비겁한 변명을?!”
“있지있지, 나랑 유실리아랑 불릿하고 같이 했다? 셋이서 하니까 불릿이 조금 힘들어 했는데, 내가 치유해주면서 하니까 불릿도 힘냈어, 헤헤.”
휘이잉-.
흙덩이의 폭탄발언에 열기가 달아오르던 침실엔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하고 지나갔다.
올리비아는 목이 끼긱끼긱, 마치 기름칠이 덜 된 문짝처럼 움직이더니 불릿에게 물었다.
“자, 자기야? 서, 서, 설마, 세, 셋이서…그것도 흙덩이까지 끼고?!?!”
“그땐 어쩔 수 없었단 말이오! 진짜란 말이다! 유실리아, 흙덩아! 뭐라 설명 좀 해봐라! 어서!”
어쩐지 폭발할 듯한 올리비아의 반응에 불릿이 다급히 말하자 흙덩이가 대꾸해주었다.
“응, 처음엔 아팠는데, 나중엔 기분 좋았어! 근데 불릿이 뱃속에 퓻퓻 오줌을 싸니까 더러웠는데, 그래도 불릿이니까 참았어!”
칭찬해달라는 듯한 말이었으나 그것은 불릿을 대변해준다기 보다는 오히려 나쁜 상황으로 인도해주었다.
이젠 아예 블리자드가 휘몰아치는 듯 냉각된 분위기. 방실방실 웃는 흙덩이와는 다르게 유실리아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되어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요, 각하는 잘못이 없으세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을 해서 작은아씨까지 어쩌다 보니….”
“부울리이이이이이잇!!!”
올리비아가 폭발할 듯 싶자 불릿은 이미 맞아줄 각오까지 했기에 오히려 덤덤하게 눈을 감았으나, 기다렸던 충격은 오지 않았다.
슬쩍 눈을 떠보니 불릿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흐, 흐윽!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흐, 흙덩이는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지만 유실리아는 아니잖아?! 쟤는 진짜 아니잖아!”
“올리비아, 그건….”
“변명하지 마! 네가, 네가 한 거잖아! 세우지 않으면 어떻게 한다고!(??)”
“…….”
침대에 앉혀진 올리비아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자 유실리아는 죄인이라도 된 것 마냥 안절부절 못했고, 불릿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뭐라고 한들 올리비아에겐 변명밖엔 안 될 것이었기에.
그러나 이때, 예상외의 인물이 상황타개에 나섰다.
“착하지, 착해. 우리 올리비아 착하다-.”
스윽, 스윽.
흙덩이는 흐느끼는 올리비아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올리비아가 나한테도 해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해줄게. 아이 착하다, 착해.”
“흐흑…, 예, 예쁜아?”
올리비아가 흐느끼며 파묻혔던 얼굴을 들자 흙덩이는 싱그러운 미소 대신 이번엔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선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불릿의 잘못이 아니야. 불릿은 있지, 우리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그런 거야. 올리비아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흙덩이가 그랬던 거야.”
“……??? 네가 하자고 했다고? 훌쩍!”
놀라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렸던 눈을 크게 뜨자 또르륵, 옆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들.
흙덩이는 자신의 원피스자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는데, 그 때문에 조그마한 흙덩이의 배꼽이 훤히 드러났다.
“나는 있지, 흙덩이는 올리비아도 좋고, 유실리아도 좋은걸? 게다가 셋이서 불릿을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불릿은 다정하니까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
‘……그건 어디의 하렘이냐.’
자신이 할 말은 아니었기에 불릿은 그 말을 속으로 집어삼켰다.
과정이야 어쨌든 간에 결과가 이랬으니까.
흙덩이는 점점 진정되는 올리비아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는데, 불릿이 해주듯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주었다.
스윽스윽.
“불릿에게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 왜냐하면 불릿은 흙덩이도 사랑하고, 올리비아도 사랑하는 걸? 유실리아는 혼자서 아파해서, 그래서 불릿이 사랑해주는 거야.”
“마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한 일이니까 책임지고 기사자리에서 물러날게요. 마님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서 살 테니까, 그러니까 각하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너무도 구슬픈 말이었기에 올리비아는 자신과 겨우 한 살 차이 나는 유실리아에게 너무했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다 고개를 도리질치더니 코를 슥 닦고서 허리를 쭉 폈다.
“훌쩍! 아랫도리 간수 못하는 남편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미안하다.”
“됐어, 들어보니까 불릿이 잘못한 건 아닌 것 같아.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나보단 요 예쁜이, 흙덩이가 먼저였으니 말이야.”
주욱, 주욱-
“아으아?(나말야?)”
올리비아는 흙덩이의 볼살을 잡아당기더니 눈물자국도 가시질 않은 자신의 볼을 흙덩이에게 부볐다.
“아하하, 간지러워!”
자기 나름의 애교로 흙덩이에게 보답한 올리비아는 유실리아를 바라보고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유실리아는…, 응, 그러네. 너도 혼자서 가슴앓이가 심했겠구나.”
“아니에요, 마님. 이건 그저 제가 홀로 떼를 써서 그렇게 된 일이라….”
“아니야, 나도 알아. 불릿이 오죽 둔감해야지? 그렇게 신호를 줘도 도통 알아주지를 않아요. 아마 네가 상처받을까봐 또 모른 척 하다가 떠밀리듯 고백한 유실리아를 받아준 거겠지. 맞아?”
자신이 겪었던 일이기에 불릿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인 올리비아의 말에 불릿은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
“됐다고, 이 사람아! 나보다는 유실리아나 챙겨줘. 유실리아, 이리 와봐.”
“…네, 넷. 마님!”
“겁내지 말고, 혼내는 거 아니니까. 자.”
톡톡.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치자 유실리아는 조심스레 그녀의 옆에 자리했다.
“흙덩아, 잠시만.”
“응! 불릿, 나 잘했어?”
“…….”
올리비아가 손을 놓자 흙덩이는 불릿에게 안겼고, 그녀의 말에 불릿은 말없이 안아주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자유로워진 두 팔로 유실리아를 품에 안아주더니 토닥토닥, 옛날 흙덩이의 슬픔을 달래주듯 유실리아를 토닥여주었다.
“많이 힘들었지? 저 바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속상해하지마. 아마 우리 생각에 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거야.”
“마님….”
“너도 이젠 우리 식구니까 잘 지내보자. 그래도 불릿이 능력은 있어가지고 먹여 살리는 건 문제없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불릿과 처음 맺어진 것은 올리비아인지라 그녀가 안주인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흙덩이는…논외다.
올리비아의 따뜻한 말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던 유실리아는 조금씩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마, 마님, 정말로, 죄송해요, 미안해요, 하, 하지만, 흑! 저도…, 저분을 사랑해요….”
“그래그래, 나도 그 맘 알아. 사랑이란 게 참는다고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지.”
토닥, 토닥.
유실리아는 올리비아처럼 크게 울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품에 안겨서 소리를 죽인 채 어깨를 들썩였다.
“어휴, 어쩌다가 저런 나이도 많은 남자를 사랑하게 됐을까….”
올리비아의 한숨이 담긴 푸념에 불릿이 움찔하자 이에 반응하는 것은 흙덩이였다.
“아, 맞다. 올리비아는 불릿이랑 이런 것도 해봤어?”
“응?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소리야?”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기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흙덩이는 불릿을 향해 작게 손짓했다.
“머리 좀 낮춰줘.”
“음, 이렇게 말인가?”
불릿이 그녀의 지시에 순순히 따라주자 그와 그녀의 얼굴은 숨결이 닿을 정도로 금세 가까워졌다.
그러자 흙덩이는 불릿의 머리를 덥썩 잡더니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츄릅, 츄르릅-.”
“헉….”
올리비아는 품안에 유실리아를 안은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고, 불릿은 갑작스런 기습키스에 덩달아 굳어버렸다.
“으븝, 이, 븝, 무슨, 으음-.”
흙덩이는 혀를 요란하게 물고 빨더니 ‘뽀옹…’이라는 소리가 나도록 천천히 놓아주며 불릿의 혀를 자신의 입에서 빼냈다.
“헤엑, 헤엑. 이, 이렇게 하면 굉장히 맛있고 기분이 좋아!”
숨이 찼는지 흙덩이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발갛게 달아오른 홍조가 얼마나 황홀했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뭐, 뭐야, 그게?! 그거 어디서 배웠어!”
흙덩이는 성적인 요소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기에 대부분이 올리비아와 불릿의 응응(?)을 보고 배우는 것이 전부였다.
그랬기에 올리비아가 손가락질을 하며 물었던 것인데, 이에 흙덩이는 자신의 원피스자락을 두 손으로 잡고선 수줍게 입을 떼었다.
“헤헤…, 이건 있지, 불릿이 해줬던 거야. 혀는 먹는 게 아닌데, 불릿이 먹을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줬어. 엄청…맛있어.”
그러면서 낼름, 자신의 분홍빛 혓바닥으로 불릿의 타액이 묻은 입술을 핥자 그것을 지켜보던 불릿이 헛기침을 뱉으며 고개를 돌린다.
“크흠.”
불릿의 반응을 통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자 어이가 없어진 올리비아는 유실리아에게 물어봤다.
“이게 진짜야, 유실리아?”
그녀의 물음에 유실리아는 올리비아의 품에 더욱더 파고들면서 작게 속삭였다.
“네에…. 그게, 저어….”
뭔가 더 말하려는 듯, 귀까지 피가 몰려서는 아예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선 들릴 듯 말 듯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영혼까지 빨려드는 기분이었어요…….”
유실리아까지 겪은 듯한 신종 키스법(?)에 올리비아는 결국 버럭 소리를 쳤다.
“나도 해줘!”
============================ 작품 후기 ============================
추천 2100! 선작 1300!
하루만에 추천과 선작 200단위를 넘겨서 제가 내세웠던 공약인 100당 1편의 추가 연재!
를 해야하나 요 며칠사이 갑자기 순위가 급상승해서 비축분이 덜덜 떨리게 줄어들었습니다.
내일은 일단 2편의 추가분만 연재해서 총 4편이 연재될 것입니다.
열심히 쓰고 있어요...
그럼 월요일 저녁 6시와 밤 12시 10분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