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정령사-132화 (132/241)

00132  우리 흙덩이가 바뀌었어요!  =========================================================================

“자네의 말은 잘 알겠네. 그런 식으로 의미부여를 한다면 반발심도 수그러들겠군.”

“…사실, 소신도 라체나의 부활에는 찬성입니다. 기사단이란 각하의 얼굴을 대변하는 자들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기사는 중세시대의 전차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많은 자금이 소모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일단 만들어지기만 하면 쓸모가 매우 많았던 것이다.

굳이 무력을 휘두르지 않더라도 ‘어디어디의 무슨 기사단이 그렇게 강하다고 하더라’라는 소문이라도 퍼진다면 그곳은 전쟁억지력을 가지게 된다.

또, 자기들만의 특색을 지닌 기사단은 백성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며 여러 가지 시너지를 일으킨다.

“십인장들은 신생 라체나에 넣는 것으로 하고, 병사들은 종기사로서 직위를 상향시킨다. 그리고 구 라체나의 기사들은 선임기사로서 신생 라체나의 후배들을 이끌도록 만들게.”

“감사합니다, 각하!”

허리까지 숙이며 감격함을 드러내는 세스터스. 그가 이토록 기뻐하는 것은 불릿이 유명무실해진 이전 라체나의 단원들을 기억하고 배려해준 덕이었다.

비록 그들의 실력이 선임기사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새롭게 거듭나는 라체나라면 충분히 선임이라 불릴 자격이 있었다.

세스터스가 감격스러워하자 불릿은 손을 휘휘 저으며 살짝 미소 지었다.

“민망하니 그만두도록. 당연한 일인 것을,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그러는구만.”

“아닙니다, 각하! 기존 단원들도, 분명히 기뻐할 것입니다!”

“흠, 그러고 보니 이렇게 되면 나머지 십인장들만 쏙 빼놓는 꼴이 되는군. 생각한 바 있는가?”

기존 라체나의 일반단원들은 모조리 백인장으로 군단에서 일하는 중이다.

일반기사들은 라체나 소속이 아닌, 도시의 수비와 치안유지를 위해 근무하던 자들이라 소외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여기서 이전 라체나의 단원을 빼고, 200인대의 20명의 십인장을 뺀다면 나머지 480명의 십인장들은 허탈할 수도 있었다.

“각하, 기사단을 하나 더 창설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자금이 부족하다. 백성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야.”

불릿이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기사단은 그야말로 돈을 잡아먹는 괴물이었기에 제대로 된 자금줄이 마련되지 않는 한 쉬이 늘릴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에 세스터스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었다.

“아쉽군요. 1군과 2군으로 나누어 운용할 수 있다면 세대교체에 따라 갑작스런 수준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라체나가 급작스럽게 몰락한 이유엔 단장을 비롯한 조장들이 몰살당하면서 그들을 이끌 인원이 텅 비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만 당했다면 어찌어찌 복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이 알게 모르게 키우던 일반단원들도 함께 몰살당했기에 수석기사인 벤젼스를 제외하고는 쭉정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라체나는 일반단원도 일반기사들보다는 수준이 높았으나, 그것만으로는 라체나라는 이름을 달기엔 힘든 노릇이었다.

그래서 세스터스가 동료들과 함께 한탄과 함께 고민하던 주제가 이러한 것이었는데, 자금의 문제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니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잠깐 기다려보도록.”

그가 아쉬워하는 것을 바라보던 불릿은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손바닥을 앞으로 내민 후 상념에 빠졌다.

‘불모의 황무지를 개간할 수 있다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밴과 상의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간 여건이 되지 않아 시도조차 못했던 일이었기에 지금에서야 떠오르는 불릿이었다.

성공만 한다면 한결 탄탄해진 자금을 바탕으로 기사들을 육성하며 더욱 부강해진 영토를 볼 수 있을지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한 불릿은 세스터스에게 말을 건넸다.

“일단 임시적으로 라체나를 창단하기로 하고, 회의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얘기를 조율해야겠다.”

아무리 불릿이라 할지라도 당사자들을 빼놓고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머지 인원들도 이번 토벌대원들의 승격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만큼 말을 주고받아야 나중에라도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을 것이다.

“토벌대에 참가했던 인원들에겐 비밀엄수와 함께 승격에 대해 미리 일러두도록. 라체나를 세상에 다시 선보이게 되면 그들이 맡고 있던 군단의 자리에 빈 곳이 생길 테니, 후임육성은 미리미리 해두라 하고.”

라체나를 재창단하며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데엔 기사라는 존재가 원래 그러한 자들이기도 했으나, 라체나로 그들을 빼버리면 군단에 빈자리가 생겨버리기에 그것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자들을 집어넣어야 했다.

라체나라는 상위기사를 제외하더라도 십부장, 백부장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일반기사들도 육성해야 했으니 돈이 어마어마하게 소모될 것이다.

병사들이 받는 월급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수가 많아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실업률이 줄어든다고 행정관들이 좋아하겠군요.”

도시 내에 실업률이 높으면 각종 범죄는 물론이거니와 상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걷는 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나중에 가선 또 다시 실업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담당업무인 행정관들에게 있어 실업률만큼 골치 아픈 문제도 없었다.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본인으로선 머리 아플 뿐이지.”

경제계획을 세우는 것은 고위행정관들도 맡고 있으나, 전체적인 그림은 불릿이 그려야 했기에 날마다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마님과 작은아씨도 좋아하시겠군요.”

“…? 어째서 그렇지?”

불릿이 머리가 아프다는데 올리비아와 흙덩이가 좋아할 이유 따윈 하나 없었다.

세스터스의 이상한 말에 불릿이 물음을 던지자 그는 딱딱함을 대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각하께오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실 때마다 마님께오서 보듬어주시니 경사가 아니겠습니까? 작은아씨께서는 워낙 각하를 좋아하시니 겹경사가 이루어지겠군요.”

여기서 말하는 경사란 후계를 잉태하는 것을 말한다.

“왜 본인의 주변에는 남의 연애관계에 관심이 많은 자들만 포진되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

“그야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후계를 낳아주실 분들이니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지요, 각하.”

“끄응.”

“하하, 힘내시지요, 각하.”

세스터스가 차렷자세에서 오른팔만 내밀어 파이팅을 취하자 불릿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흙덩이에겐 손대지 않을 것이야. 착한 아이니까 말이네.”

“아이… 아이 말씀이십니까? 그 체형으로?”

“……크흠.”

착용하고 있던 브라의 후크가 터질 정도로 커진 두 개의 융기와 팬티가 끊어질 정도로 탄력 있는 둔부를 보고서도 아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불릿의 정신세계관에 의심이 갈 정도였다.

“혹, 어린 여성이 취향이시라면 즉시 대령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비단 세스터스만이 아닌, 불릿이 복권한 이래 종종 떠돌던 소문으로, 미소녀인 흙덩이가 워낙 불릿에게 껴안고 달라붙어서 그런지 이상한 소문이 떠돌았던 것이다.

목격한 자들도 가지각색이라, 밴이나 안나 등의 내부인사들과 고위직을 담당하고 있는 가신들, 하다못해 병영의 병사들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기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게 아니네!”

버럭 소리를 친 불릿! 그러나 조금씩 목소리를 줄이더니 나중엔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자네는 가슴이 작은 여성이 좋은가?”

“기왕이면 큰 게 좋지 않습니까? 아이도 길러야 하니 말입니다.”

이 시대의 기준은 아이를 얼마나 잘 낳고, 기르느냐도 미의 한 기준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되도록 큰 가슴을 강조하면서도 잘록한 허리라인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래서 무리할 정도로 코르셋을 착용하다 실신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올리비아와 흙덩이는 불릿의 취향에 쏙 들어맞았다.

“알면서 왜 묻는가? 본인이 괜히 올리비아와…, 험험. 알겠는가?”

“부럽습니다, 각하.”

이번엔 장난기도 지운 세스터스가 진정 부러워하는 표정을 짓자 불릿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더니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며 콧소리를 내었다.

“흠흠. 이따가 그녀들에게 찾아가봐야겠군.”

불릿, 그는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승리자였다.

* * *

“끄응.”

불릿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아유, 우리 도련님이 얼마나 만지셨으면(?) 이렇게 커지셨을까! 아유, 남세스러와!”

“응? 만져?”

“어머나, 작은아씨가 왜 모르는 척을 하실까? 여기 이 커다란 가슴, 그리고 여기 엉덩이 말이에요-.”

흙덩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41살이 된 안나는 나이도 잊고 눈을 반짝이며 흙덩이의 가슴과 엉덩이를 두드려보았다.

탱글-.

포옥!

엉덩이는 탄력 때문에 손가락이 밀려날 정도였고, 가슴은 얼굴을 파묻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와, 우리 도련님 취향이 어린아이가 아니라 이 안나는 너무나 기쁘답니다!”

“안나, 제발 그만해. 미치겠으니까.”

불릿은 집무실에서 나오며 올리비아와 흙덩이, 둘 중 누구에게 다녀갈까 생각하다 마침 안나에게 맡겼던 일도 있었기에 흙덩이의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본래 흙덩이에겐 딱히 방이란 게 없었는데, 정령이었던지라 불릿도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육체를 지니고 나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이 있었기에 따로 배정을 해주게 된 것이다.

이제는 옷이라던가 생필품들이 필요하게 됐으니 말이다.

“어머어머, 작은아씨를 덮치고 싶어서 미치시겠다구요? 너무 대담하시다-!”

“…….”

“어라? 대꾸도 없으시네? 정말 그런가 보다! 와아, 작은아씨는 좋으시겠어요-.”

“응? 불릿이 덮쳐…?”

안나가 흙덩이를 부추기며 말을 걸자 이에 흙덩이는 약간 수줍어하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었다.

불릿은 그냥 할 말을 잃었던 것뿐인데, 저런 반응을 보이자 더욱 입이 떼어지질 않았다.

“……그….”

“그럼 난 좋아! 올리비아가 불릿이랑 했던 거지? 나도 할래!”

그러면서 불릿의 품에 몸을 던지는 흙덩이. 그의 품에 몸을 내던진 흙덩이를 받아낸 불릿은 얇은 옷 너머로 느껴지는 감촉에 약간 당황했다.

물컹물컹-

“안나, 저번에 입혔던 속옷은 어디에 뒀나?”

“도련님, 이렇게 커지셨는데 그게 맞으시겠어요? 너무 커지셔서 새로 맞춰야 한다구요?”

“……얼마나 큰데?”

아무리 성에 귀부인과 레이디가 적더라도 여기사를 비롯해 하녀들도 거주하고 있었다.

그에 대비한 물품이 있을 텐데 맞는 게 없다니, 대체 얼마나 크단 말인가?

불릿은 이어지는 안나의 대꾸에 정신이 대략 멍해졌다.

“F컵 정도 되시는 것 같은데, 더 크실 수도 있고…, 대체 얼마나 만지신 거예요? 이 응큼한 늑대-.”

“…올리비아는?”

“D컵?”

“대체 그런 건 어찌 아는 것이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인데, 너무도 당당히 대답하던 안나가 허리에 손을 척, 하니 얹더니 자신만만해했다.

“흐흥! 마님과 도련님의 의류를 누가 준비하는지 벌써 잊으신 건 아니시겠죠?”

“후우, 안나는 언제나 본인을 곤란하게 만드는군.”

지금도 침대에 걸터앉은 자신에게 몸을 밀착하고 있는 흙덩이에게 미칠 것 같았는데, 이런 자신의 속도 모르고 안나가 자꾸 놀려대자 이곳을 방문한 목적도 잊을 뻔했다.

“그래서, 흙덩이는 온전히 인간이 됐나, 안 됐나?”

============================ 작품 후기 ============================

중복되지 않게 조심조심...

오늘 밤 12시 10분에도 올라와욧!

와악, 오늘 무슨 날인감 신규 투벳11위라니!

ㅇ으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