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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정령사-128화 (128/241)

00128  우리 흙덩이가 바뀌었어요!  =========================================================================

- 쿠오오오!

쿵쿵쿵!

불과 5미터 남짓한 거리를 남겨놓고 바싹 다가온 하급 마물에게 기사들이 창을 투척했다.

“1열, 던져!”

“투창!”

“투창!”

콰콰콰콰-!

마나를 잔뜩 머금어 파르르 떨리는 창이 거대한 마물의 신체 구석구석에 박혀 들어갔다.

- 쿠오! 쿠오!

마물이 팔로 얼굴을 가리며 날뛰는 사이, 갈고리를 들고 있던 병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놈의 방위를 차단하고 있었다.

“2열, 던져!”

그때를 노려 기다리고 있던 2열의 기사들이 창을 투척하자 좀체 움직이질 못하는 마물.

비록 이번 공격으로 마물에게 큰 타격을 입히진 못하였으나 십인장과 백인장, 그리고 불릿을 왜 합류했는지 알 수 없는 아일렌과 유실리아의 활약으로 병사들이 둘러쌀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포박조 준비 완료됐습니다!”

“이쪽도 준비 완료!”

“대장! 끝났습니다!”

그리고 병사들 사이에서 가장 계급이 높은 병장들의 외침에 세스터스가 불릿을 쳐다보았다.

“각하! 생산은 나중에 하시고, 어서 명령을!”

“생산이라니…, 어흠. 포박하라!”

올리비아와의 응응(?)을 생산이라 부르며 뒤로 밀어버리는 세스터스, 이에 불릿은 난감해하면서도 요구에 응하였다.

“포박하라!”

드디어 실행권을 획득한 세스터스가 불릿의 말을 복창하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갈고리를 움켜쥐고 있던 병사들은 일제히 마물의 몸에 그것을 걸어재꼈다.

“으 씨발, 들었지 이놈들아?! 걸어!”

“던져라, 새끼들아!”

“하위병 이 어리버리한 새끼가! 빨리 주워서 다시 던져!”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마물의 몸에 갈고리를 거는 가운데 실패하는 자도 있었으나, 병장의 통제와 더불어 투척을 하던 기사들이 병사들의 빈틈으로 들어가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 콰아! 콰아아아!!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던 날카로운 갈고리가 자신의 몸에 박히자 발버둥을 치려했으나, 육체에 틀어박힌 200여명의 갈고리는 꿈쩍도 하질 않고 있었다.

지익, 지이익-

“크읏, 대장! 버, 버티기 힘듭니다!”

“십인장 투입!”

“투입!”

“투입!”

순식간에 병사들의 체력이 고갈되어가자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들인 십인장이 투입되었고, 근육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던 병사들은 그들과 급히 교체하게 되었다.

“비켜라, 병사!”

“커허헉, 사, 살았다아….”

이렇게 병사와 기사, 신분을 가리지 않고 놈을 잡아두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불릿은 올리비아와 흙덩이에게 명령을 내려주었다.

“올리비아, 흙덩이를 놈의 얼굴까지 던져주시오.”

“괜찮을까? 흙덩이는 어리잖아.”

막상 작전대로 실행하려니 평소 티격태격 대던 흙덩이가 걱정되는 올리비아.

그런 올리비아에게 흙덩이가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 나는 괜찮아!

“흙덩이도 괜찮다 하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흙덩이는 괜찮다. 흙덩이는 땅의 정령이기도 하며 어리지도 않으니까.”

정령의 나이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애초에 인간도 아닌 소환된 존재의 나이가 중요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올리비아는 흙덩이를 들어 올리려다가도 멈칫, 멈칫했다.

그녀가 자꾸 시간을 지체하자 흙덩이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칭얼댄다.

- 빨리 안아줘.

불릿에게만 보여주던 모습이었으나 의미가 달랐기에 약간씩 풍기던 색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본 올리비아는 흙덩이가 평소 불릿에게 어떤 식으로 달라붙었는지를 떠올리며 이마에 살짝 힘줄이 솟았다.

빠직…

“그래, 좋아! 빨리 끝내자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정령인 흙덩이는 육체가 허물어지더라도 재소환하면 그만이지만, 올리비아는 크게 다치면 회복되더라도 장애가 남을 수 있었다.

사랑까지 나눈 여인이 다칠 수도 있다는 점이 염려돼 불릿이 달려가려는 올리비아의 어깨를 붙잡자 그녀에게 고양이처럼 안겨있던 흙덩이가 올리비아의 어깨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선 불릿의 말을 이어받았다.

- 셋째는 불릿! 넷째는 흙덩이! 다섯째는 올리비아!

어쩐지 이상한 순서를 정해놓은 흙덩이였으나 불릿은 애써 이를 무시하고 올리비아에게 말을 전했다.

“중간까지만 접근한 후 흙덩이를 올려 보낸다, 잊지 마.”

“알았다구, 알았어. 다녀올게, 자기야-.”

마치 아기를 안은 듯, 흙덩이를 품에 안은 올리비아가 불릿의 볼에 쪽! 하니 뽀뽀를 하고선 달려 나갔다.

불릿은 올리비아가 남긴 키스자국을 매만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녀와라.”

다다다다다!

올리비아는 마나를 잔뜩 실은 다리근육을 이용해 바람처럼 달리고 있었다.

‘우왓, 엄청 빨라!’

그녀는 평소이상으로 빠르게 달리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목에 걸고 있는 마의 꽃방울 덕택이었다.

마(魔)의 꽃방울은 마기를 흡수, 저장해 사용자에게 좋은 기운으로 되돌려주는 기능이 있었기에 마기를 갈무리하지 못하는 하급 마물의 주변은 그야말로 기운이 자욱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마의 꽃방울을 착용한 올리비아의 속도는 그야말로 바람이라는 비유가 적절할 만큼 빨랐다.

그녀는 순식간에 마물의 앞에 도착하자 팔에 힘을 잔뜩 주었다.

“간다, 예쁜아!”

- 빨리 던져! 기분 나빠!

자신의 몸을 다른 이가, 그것도 최근 불릿을 독차지하던 올리비아가 아기처럼 안아주고 있자 기분이 안 좋았던 흙덩이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흙덩이의 바람대로 올리비아는 도약을 하며 흙덩이를 던져주었는데, 모래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흙덩이는 그대로 하급 마물의 이마에 자신의 팔을 쏘아 올렸다.

쇄애액!

불릿의 정령력을 한껏 머금은 흙덩이의 팔! 그것은 날카로운 송곳의 형태를 띠었는데, 땅의 정령은 매개체가 필요한 존재이므로 땅에서 멀어지면서 흙이나 돌이 없었기에 자신의 육체를 이용한 것이었다.

흙덩이의 정령력이 놈의 이마에 닿자, 커다란 폭음이 일었다.

콰아앙-!

- 쿠허허헉!!

제자리에 선 상태로 옴짝달싹도 못하던 하급 마물은 흙덩이의 강력한 공격을 받자 머리의 절반이 날아가며 즉사해버렸다.

“흙덩아!”

다다닷!

떨어져 내리는 흙덩이, 정령이 이런 걸로 다칠 리는 없었으나 아래에서 대기하던 올리비아는 흙덩이가 떨어져 내리는 위치로 달려나가 품속에 흙덩이를 받아내었다.

푹석-.

안전하게 그녀의 품으로 착지한 흙덩이의 팔은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였는데, 한꺼번에 많은 정령력을 소모해서인지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던 모습이었다.

“괜찮아, 꼬맹아?”

흙덩이가 주먹을 날리는 주먹 쾅이나 쌍주먹 쾅을 사용했을 때에는 금방 재생되던 것을 알고 있던 올리비아였기에 한층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흙덩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아 알아볼 수 있도록 천천히 입을 뻥긋거렸다.

뻥긋, 뻥긋-

“불, 릿, 에, 게, 데, 려, 다, 줘? 알겠어!”

다다다다!

올리비아가 잽싸게 불릿에게로 달려가자 서있는 채로 죽어있던 마물의 육체는 병사들이 갈고리를 놓는 것과 동시에 뒤로 천천히 눕혀지고 있었다.

“가죽이 상하지 않도록 뒤에 있는 인원부터 손을 놓는다. 실시!”

“아이고, 팔 떨어지겠다!”

“아가씨들 다치지 않도록 뒤쪽부터 놓으라고! 뒤지게 처맞고 싶냐!”

“병사, 나 십인장이다.”

“헉…, 나탈리아 십인장님…?”

“뒤지게 맞을 준비나 해둬라.”

“이런 젠장! 말년에 뒤지게 처맞게 생겼다니! 하위병도 아닌데 상사에게 처맞게 생겼다니!!”

마물이 너무도 쉽게 죽어 이상하게 여길 만도 하건만, 병사들은 물론이거니와 기사들도 별다른 의문 없이 자기들이 할 일만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수의 숲에서 혹독하다고 알려진 겨울에도 사냥을 거듭하던 정예중의 정예병들, 하급 마물 따위 다구리로 잡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병사들이 자기들 할 일을 진행하는 동안 올리비아는 헐레벌떡 불릿에게 팔이 사라져있는 흙덩이를 대령하였다.

“하아, 하아. 자기야! 흙덩이 고쳐줘!”

- 안녕, 다녀왔어.

그녀들(?)이 무사히 다녀오자 불릿은 그녀들이 기특했는지 흙덩이를 안고 있는 올리비아의 감싸 안고선 자신의 머리로 올리바이의 이마에 콩, 흙덩이의 이마에도 콩, 찧으며 입을 열었다.

“잘했다, 잘했어. 너무도 수월히 잡아 뿌듯하구나.”

데빌로안에서는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힘겨운 사투를 벌였었는데, 이번엔 삽시간에 마물을 잡아내자 그녀들의 성장에 불릿은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흙덩이의 공격력엔 조금 미덥잖은 부분이 있었는데, 공중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훌륭히 임무를 완수해낸 흙덩이가 너무도 기특한 불릿이었다.

“아차, 깜빡했군. 올리비아, 목걸이를.”

“응? 목걸이?”

“마의 꽃방울 말일세.”

“아…, 그래. 자, 여기.”

차륵-.

올리비아가 새하얀 목덜미에서 마의 꽃방울을 벗으며 건네주자 불릿은 그것을 손아귀에 쥐고선 남아있는 기운을 흡수하였다.

푸우우우우…

마의 꽃방울이 기운을 토해낼 때 나오는 기이한 울음소리와 함께 정령력이 차오르자 불릿은 차오르는 대로 흙덩이의 팔을 치료하기에 유념이 없었다.

스르륵…

소환될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솟아나는 흙덩이의 자그마한 두 팔, 그러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쑤우욱-.

“커헉, 목걸이가!”

“왓! 무슨 일이야?!”

불릿이 손에 쥐고 있던 마의 꽃방울이 정령력과 함께 흙덩이의 몸에 흡수되자 화들짝 놀란 불릿은 사레가 들렸고, 그의 반응에 올리비아가 등을 두드려주며 안색이 변하였다.

그러나 흙덩이는 매우 편안하며 포근한, 세상근심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요동치는 정령력을 뿜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오, 올리비아! 주변을 차단! 빨리!”

불릿은 사레가 들린 것도 잊고선 올리비아에게 말을 던져놓고 그 자신은 이전에 마력삽을 흡수했을 때처럼 이상현상을 보이는 흙덩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얘들아! 주변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줘!”

“예, 마님!”

“마탑의 사자는 가까이 다가가지 말길 바란다.”

올리비아의 외침에 그녀의 주변에 있던 병력들은 마물의 해체작업을 하던 것을 뒤로한 채 주변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스터스는 호기심을 보이는 마탑지부의 마법사를 붙들고선 강렬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서 외부인은 오직 마법사 하나, 그렇기에 그가 섣부른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를 하려는 셈이다.

마법사도 아쉬웠는지 미명과도 같이 빛과 함께 정령력이 요동치는 흙덩이를 슬쩍 바라보았으나, 이 충직한 기사의 제지에 차마 다가가진 못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시길. 그런 무례는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안 되겠군. 전 병력! 각하에게서 100미터 이상 떨어져서 호위한다! 실시!”

“실시!”

“실시! 빨리 각하에게서 멀어져!”

세스터스는 그런 명령을 내리고도 안심이 되질 않는지 마법사의 팔을 잡고선 질질 끌고 갔다.

“지부장께서도 협조하길 바란다. 각하께선 지금 중요한 시기를 겪고 계시니까.”

세스터스는 군의 고위간부로서 가신들의 서열에서도 중간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정령사가문인 불릿의 정령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던 것이다.

이럴 때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이 도움 되는 길이었기에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올리비아만을 남겨놓고 물러서고 있었다.

“이거 놓으시오, 왜 이러십니까!”

“마법사가 정령의 각성순간도 모른다니, 개소리를 지껄인다면 그 입을 찢어놓을 것이다!”

“흡….”

주인이 정령사인 바포 변경백에 파견된 마법사가 사전에 조사도 하지 않고 왔을 리는 없다.

그러니 지금 마법사의 말은 그저 불릿의 곁에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포석이었으므로 세스터스가 위협을 가한 것이다.

거짓으로 인해 협박을 받게 되자 마법사는 몸을 사리게 되었고, 세스터스는 걱정과 기대를 함께 품고 있었다.

‘정령의 각성이라니, 가문의 영광이로구나!’

============================ 작품 후기 ============================

목요일은 점심 12시와 저녁 6시, 밤 12시 10분 3연재가 이루어집니다.

추천, 선작이 100단위를 달성할 때마다 추가 연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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