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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정령사-124화 (124/241)

00124  첫 경험  =========================================================================

갑작스런 불릿의 부름에 올리비아는 꽃단장을 하던 것을 멈추고 그의 침실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또각, 또각.

굽이 높은 구둣발이 복도에 울려 퍼지며 그녀의 존재감을 알려주었는데, 미녀만이 할 수 있다는 틀어 올린 머리칼이 매우 탐스러워 보였다.

“무슨 일일까?”

이제 곧 출발하기 직전인 상태였기에 의문이 들었으나 그녀를 시중하던 루나는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므후훗!”

루나의 음흉한 웃음소리에 올리비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루나를 쳐다보았다.

“왜 변태같이 웃고 그래?”

“므훗, 므흐흣!”

“?? 얘가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루나의 이상행동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 올리비아가 꾸중을 주니 그제야 그녀도 음흉함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한창 꽃단장 중이신 마님을 부르는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네?”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므훗…키득키득.”

다시 시작된 음흉한 웃음소리에 올리비아의 얼굴도 슬며시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무, 무어어…, 부, 불릿이라면 이상한 이유로 부르진 않았겠지….”

말을 하면서도 확신이 서질 않는 것인지 말을 마쳤을 때엔 그 목소리가 바닥을 기는 듯했다.

한껏 자태를 뽐내던 태도는 어디가고 이렇듯 수줍은 새색시의 모습만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러한 모습에 루나가 더욱 방방 뛰며 좋아라했다.

“하녀장님이 알려주신 테크닉(?)을 사용하실 때가 왔어요!”

그 테크닉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폭발한 것인지 우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 그, 그, 그거, 그거는!”

“왜 그리 당황하세요? 그토록 바라시던 대영주님과의 사랑나누기인데, 적극적으로 하셔야죠!”

귀족들에게 있어 성생활은 일상과도 같았다. 후계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풍족해지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여가생활이었다.

부족할 것이 없는 귀족들에게 명예와 더불어 손꼽히는 관심사가 성욕이었는데, 이것을 위해 별의별짓을 다하는 자들도 있었으니 불릿이 동정(?)을 지켜온 것이 이상할 정도였던 것.

“마님께서 부끄러워하시니까 괜히 저까지 부끄러워지네요, 아잉-.”

올리비아를 보필하며 이동하던 루나가 귀엽게 앙탈을 부려보자 가뜩이나 새빨간 그녀의 얼굴은 새하얀 목과 비교돼 더욱 눈에 띄었다.

“너 정말….”

“대영주님이 급하셨나봐요, 마님이 예쁘셔서 참지를 못하시는 걸 보니 말이에요.”

41년, 급할 만 했다.(?)

그리 여긴 루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살며시 고개를 들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주었다.

“나도 40년이나 그, 그랬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

“급하실 만 했네요. 게다가 어휴, 몸까지 젊어지셔서 어찌나 군침이 도는….”

“루나! 방정맞게 뭐라는 거니!”

“올리비아 마님, 저도 여자랍니다?”

“뭐래, 진짜!”

하녀와 주인사이라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살갑게 티격태격 대며 이동하던 그녀들은 얼마 안 있어 불릿의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고조된 긴장감을 푸는 올리비아에게 루나가 귓가에 속삭였다.

“마님, 루나는 결혼식 때 아기님을 안고 싶어요.”

“으읍! 읍!”

비명이 터져 나오려던 올리비아가 스스로 입을 손으로 막은 후에 간신히 진정하고서 루나에게 화를 내었다.

“푸핫-, 그게 무슨 소리얏!”

차마 크게 외치진 못하였으나 가녀린 모가지에 핏줄이 솟을 만큼 감정을 드러내는 올리비아에게 연신 루나는 조곤조곤 말을 건넸다.

“아이 참, 요즘 높으신 분들께서 따님들을 대영주님께 시집보내시려고 얼마나 열심인 줄 아세요? 정실자리는 마님이 꿰차더라도 첩의 자리는 제한이 없잖아요?”

“그건…, 에휴우.”

본부인인 정실의 자리는 단 한 명만이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계를 낳기 위한 용도나 밤놀이를 위해 들여놓는 첩의 자리는 딱히 제한이 없었는데, 그래서 고위귀족들의 후계구도가 복잡해지는 이유로 그러한 면을 꼽을 수 있었다.

가진 자가 더욱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자리, 그것이 바로 고위귀족의 삶이었다.

올리비아 또한 그 점에 대해선 고민이 많았는지 불릿의 방문 앞에 있으면서도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확실히 우리 자, 자기가 젊기는 하지….”

늙으면서 젊은, 이상한 표현이었으나 그만큼 불릿은 연륜이 있으면서도 육체는 싱싱한, 권력과 경험, 능력, 넘치는 정력(?)까지 갖춘 최고의 신랑감이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여기사들도 관심을 갖고, 하녀들도 그에게 은근히 들이대는 와중에 자신의 정령과도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슬슬 자신의 딸이나 친인척들을 소개해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 마님, 어휴. 마님이라니까 조금 나이 들어 보이네요. 아가씨가 먼저 올라타셔야(???) 우리 순진하신 대영주님도 활활 불타오를 거라구요?”

“…우으우으…, 얘,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가씨가 자꾸 우물쭈물 대시면, 불안한 후계구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저 루나는 유실리아를 대령할 수밖에 없겠네요.”

이토록 루나가 자꾸 옆에서 부채질을 하는 이유는 이 상황이 즐거운 것도 하나의 이유였으나, 그녀가 불릿의 비밀호위대의 일원이기도 해서였다.

비밀호위대는 오직 불릿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 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희생도 감내할 만큼 숭고한 정신을 갖춘 자들이었다.

게다가 비밀호위대의 일원들은 불릿에게 구원받았던 이들과 그 후손들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불릿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40이 넘도록 독수공방하던 불릿이 드디어 제 짝을 찾아 결혼이라는 것을 하려는데, 올리비아가 자꾸만 주춤거리니 다른 여자라도 넣어서 자식을 보려던 것이다.

마침 불릿의 육체도 싱그러운 20대의 몸을 가졌으니 정령력까지 보태면 여자 대여섯쯤은 아무렇지 않게 감당할 것이다.

“아가씨, 저희는 아가씨가 대영주님과 맺어지길 바라지만, 우리들의 최우선순위는 대영주님이란 걸 알아주셔야 해요.”

“…….”

“대영주님이 행복하시다면, 저희는 모두가 그분의 노리개가 되어도 기꺼이 받아들일 거랍니다.”

불릿의 성정을 떠올리면 비밀호위대의 여성들을 함부로 다루진 않을 것이다.

설령 거사를 치뤘다고 하자, 그렇게 된다면 불릿은 책임지고 그녀들을 보살필 것은 절로 예상되는 바.

올리비아만이 불릿을 행복하게 해주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루나가 강조하자 그녀는 금세 시무룩해진 모습을 보였다.

“아가씨. 아가씨가 정말로 대영주님을, 불릿 폰 바포의 이름 아래로 들어가고자 하신다면 언제나 그분을 먼저 챙기셔야 해요.”

“…나도 알아, 알고는 있지만….”

“아는 것만으론 안 되셔요.”

평소 서글서글하고 장난기 많던 하녀 루나가 아닌, 비밀호위대원인 루나로 돌변하자 이 충직한 가신에게 올리비아는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함이 들고 있었는데,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던 루나가 오직 불릿만을 부르짖자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던 것이다.

올리비아의 커다란 눈망울에 살짝 물기가 적셔지자 루나가 배시시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래도 지금 대영주님이 가장 아끼시는 분은 아가씨니까 조금만, 요만큼만 힘내시면 되겠죠?”

루나가 엄지와 검지로 손톱만큼의 높이를 보여주자 울 것 같던 올리비아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서렸다.

“물론 하체로 힘내셔야 하겠지만요.”

“루나!!”

올리비아가 두 주먹을 꼭 쥐고 빼액! 하니 소리를 지르자 안에서부터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

“이제 얘기 끝났으면 안으로 들어오지 그래?”

“어머.”

“우으으…, 이게 다 루나 때문이야!”

그녀들도 모르게 대화가 길어졌기 때문일까, 불릿은 한참 전에 알아들은 어투로 방 안에서 외쳤고, 올리비아는 태연스런 루나의 등짝에 스매시를 날렸다.

팡!

“아얏! 대영주님! 아가씨가 루나를 괴롭혀요오-!”

우여곡절 끝에 방으로 들어선 올리비아, 그녀는 루나를 문밖으로 물린 채 조신한 걸음으로 불릿의 곁에 다가섰다.

“부르셨…어?”

존대를 하려다가 말을 흐리더니 이내 반말로 끝내는 올리비아.

그녀의 어정쩡한 어투에 침상에 앉아 있던 불릿이 입을 열었다.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면 좋겠다. 듣는 내가 민망하더군.”

화아악-

금세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올리비아. 급기야 말을 더듬기까지 시작했다.

“드, 들었어?”

“…내가 이렇게 해주길 바랐나?”

덥썩.

“앗!”

곱게 차려입은 올리비아의 손목을 낚아챈 불릿이 그녀를 침상에 풀썩, 눕혀버리자 복장이 흐트러졌으면서도 올리비아는 공을 들였던 시간보다 그의 과감한 행동에 놀랐을 뿐이다.

불릿은 침상에 눕힌 그녀의 머리칼을 옆으로 쓸어 넘기며 귓가에 속삭였다.

“너의 처음, 내가 가져가도록하지.”

퍼어엉!

화산, 그것도 펑펑 용암을 쏟아내거나 그것을 분출할 수 있는 활화산처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고 있는 여성.

콩닥콩닥 뛰고 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지 두 팔로 가슴을 가렸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색정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닥까지 늘어뜨린 다리는 매끈해서 물방울이 그대로 흘러내릴 것 같았고, 살짝 드러난 복부는 만지면 탱글탱글한 감촉을 선사할 것 같았다.

이렇게 욕구를 자극하는 올리비아의 볼을 매만지던 불릿은 천천히 몸을 뒤로 빼며 말을 이었다.

“그런 고로 여행은 잠시 중지다.”

“…여행, 안 가?”

여전히 콩닥거리는 가슴을 팔로 조이고 있는 올리비아의 속삭임에 불릿이 침상에 걸터앉은 자세로 상체만 돌려 말을 이었다.

“흐음…….”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불릿은 천천히 옷을 벗어갔다.

스륵, 스르륵-

“왜, 왜 옷은 벗고 그래…?”

그럼에도 말없이 자신의 옷을 벗어가던 불릿은 바지만을 남겨놓고선 올리비아의 옷도 손수 벗겨주기 시작했다.

사르르륵-.

“아앗.”

“팔 좀 들어보도록. 벗기기 힘들다.”

“지, 지금하게?!”

놀란 음성이었으나 불릿은 담담하게, 그러나 자신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흥분됨을 감추지 못한 상태에서 말을 이었다.

“가신들이 후계를 만들지 않고선 떠날 생각도 말라는데, 어쩔 수 없더라.”

“……지금 등 떠밀려서 하려는 거야?”

부끄러움에서 약간 날카로워진 음성에 불릿은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츄웁-.”

“으으응….”

입맞춤 후 올리비아의 입술을 혀로 한번 핥은 후 떨어지던 불릿이 살짝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하고 싶다.”

식으려던 얼굴이 그 한마디에 열기를 더해가자 불릿은 속옷만 남겨진 올리비아에게 밀착하며 아까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여행, 천국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와락!

그동안 주체하지 못하던 육체의 끈을 불릿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놓아버렸다.

* * *

- 심심해.

흔들흔들, 다리를 흔들며 온몸으로 지루하다는 표를 내는 흙덩이에게 루나가 웃으며 차를 따라주었다.

“작은아씨, 여기 홍차 좀 드셔보세요.”

루나가 건네주는 달달한 홍차에 흙덩이는 그것을 마시면서도 입을 쉬지 않았다.

- 불릿이랑 놀고 싶은데, 우리 여행 간다고 했잖아?

루나는 흙덩이의 말을 못 듣는다. 그러나 정황상, 어떤 주제로 그러는 것인지는 그동안 파악한 성향으로 대충 알 수는 있었다.

“호호, 대영주님은 지금 좀 바쁘시답니다?”

- ……?

흙덩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것이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루나.

자신이랑 그렇게 차이나지도 않는 흙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약간 어색했지만 그녀는 좋다고 흙덩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이거는 불릿이 해줘야 하는데….

올리비아와 불릿이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순진한 흙덩이는 쿠키와 홍차만 홀짝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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