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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정령사-123화 (123/241)

00123  마물출현  =========================================================================

벌컥!

문이 세차게 열리며 등장한 인물에게 불릿은 인상이 찌푸려졌으나 이내 그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각하! 마물이 출몰했다 하옵니다!”

“뭣이?! 갑자기 마물이 왜 나타난단 말인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마물의 등장에 불릿이 버럭 소리를 치자 부복한 병사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마탑에서 이르기를, 인근 영토에서 마물의 것으로 여겨지는 파장이 감지되었다 하나이다!”

불릿에게 보고를 올리는 이는 성의 입구를 지키던 병사였는데, 이렇게 급보가 들어올 때면 정보의 정확성을 위해 직접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병사의 말에 불릿은 팔을 뻗치며 외쳤다.

“당장 성 내의 모든 가신들을 소집하도록. 그 마탑이라는 곳에서 온 자도 데려오고!”

* * *

웅성웅성-.

“무슨 일이지? 갑자기 비상소집이라니….”

“나도 모르네. 급한 일이라 하여 업무를 보던 것도 멈추고 달려왔으니까.”

“설마 또 전쟁인 것인가?”

“아니길 바라야지.”

회장에 모여든 가신들은 내란에 관련해서도 단 한 번의 발동도 걸리지 않았던 비상소집 때문에 의문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근래 가장 큰 이슈라 할 수 있는 내란 건에 대해서도 차분히 일을 진행했던 불릿이었는데, 안정기에 접어든 이때에 가려던 여행은 안 가고 뜬금없이 비상소집을 발령하니 불안함이 한층 가중되는 것이리라.

아직 회의는 시작도 안 했거늘, 서로 심각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하던 이때, 불릿이 회장으로 진입했다.

“불릿 폰 바포 백작각하께서 입장하….”

“됐어, 급하네.”

“예, 대영주님.”

척척척.

불릿은 이우우스의 말도 끊어버리고 성큼성큼 걸어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을 이었다.

“긴급속보다. 마탑에서 영지 인근에 마물이 출몰했다는 정보를 전해주었다.”

쿵!

때 아닌 재앙에 회장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마물이라니요!”

“당장 군대를 파견! 수비병력만을 남겨둔 채 전군 출정하는 게?!”

“마탑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불릿이 원탁을 내려쳤다.

쿵-!

“진정들 하시오!”

“…….”

“…….”

불릿이 버럭 성을 내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던 가신들의 입이 닫혔고, 그러자 불릿도 조곤조곤하게 말을 잇는다.

“본인이 흥분하니 자네들까지 흥분하게 되는군. 이점에 대해선 서로의 추태이니 넘어가도록 하지.”

그 말에 가신들이 고개를 숙여보였고, 불릿은 이우우스 1급 행정관에게 말을 걸었다.

1급인 이유는 지난번 시상식에서 승진했기 때문.

“이우우스, 소식을 전한 마법사는 아직인가?”

지금 사태의 모든 원인이 마탑지부에서 시작되었기에 빨리 사건제공자인 마법사가 도착해야했다.

이에 이우우스가 답변해주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성문에서 곧장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 들었습니다만, 체력이 안 좋아 뜀박질을 할 수 없다하옵니다.”

“할 말이 없구만…….”

“그러합니다, 대영주님.”

다른 이유도 아니고 단순히 체력부족으로 늦는다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얼마나 체력이 저질이면 불릿의 명을 가장 일찍 전달받은 주제에 가장 늦고 있는가 말이다.

달아올랐던 회장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을 때쯤, 드디어 당사자가 도착하였다.

“마탑지부의 마법사 지크테가 도착하였습니다.”

병사의 말과 동시에 열리는 문으로 땀범벅이 된 마법사가 숨을 헐떡이며 입실하고 있었다.

“헉, 허억…, 바, 바포 변경백 중앙영지 지부의 마법사, 허억! 지크테, 도, 도착! 허헉!”

“…일단 숨을 좀 고르도록.”

“가, 감사…, 허헉, 허억!”

말을 하면서 더욱 나빠진 안색에 불릿이 혀를 차며 그를 의자에 앉히자 마법사 지크테는 마치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양 거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휴식을 취했다.

10분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헐떡임이 사라지는 듯하자 불릿이 그에게 명하였다.

“이제 말해보도록. 대체 어떤 상황이란 말이지?”

“그것이, 휴우. 예, 백작님의 영토 인근에서 마물의 것으로 판명된 파장이 감지되었기에 급히 소식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대륙은 사악한 흑마법사와의 전쟁으로 황폐화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들의 소환마법에 의한 마물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었었다.

하급 마물이야 워낙 많이 보아왔으니 그에 대한 대비책이 개발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마탑의 마법사들이 대륙의 정세에 개입하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아직 흑마법사와의 전쟁이 끝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마탑에선 아직도 그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위치는 동쪽, 그동안 생존이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불모의 황무지에서 파장이 감지되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가?”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하면서 마물의 것이라 여겨지는 파장은 그곳에서부터 나오고 있다한다.

이율배반적인 소리에 불릿이 호통을 치자 마법사는 땀을 흘리며 대꾸하였다.

“원인은 분석 중에 있으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마물의 처리라고 생각됩니다.”

“등급은 어느 정도로 측정되었지?”

“다행히 그 점에 대해선 하급이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중급 이상으로 판명되었으면 백작님뿐만이 아니라 왕국 전역에 비상이 내려졌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하급 마물은 다소의 피해가 있더라도 영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그러나 중급 마물부턴 얘기가 달랐는데, 같은 재앙이라 할지라도 격이 다른 것이다.

하급이 지역단위라면 중급은 전국구였으니까 말이다.

“이상하군. 아무런 징조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나타날 수가 있나?”

마물은 마기를 흘리고, 몬스터는 마기에 끌린다. 그렇기에 마물이 나타났다면 그 마기에 홀린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러한 현상으로 직접 목격하지 못하더라도 마물의 존재를 알 수 있던 것인데, 불릿이 여행을 계획할 정도로 안전해진 영토에서 마물이 감지되었으니 매우 의심스런 상황이었다.

“가신들은 이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가?”

불릿은 어디까지나 총괄하는 입장이었기에 보고를 올리는 가신들이 사전에 이러한 점을 차단했어야 했다.

그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알았는지 움찔했으나 어리둥절한 기색을 보일뿐, 크게 잘못했다는 모습은 아니었다.

“외람되오나 각하, 저희 바포 변경백 내에서는 몬스터무리의 움직임이 포착된 적은 없었나이다.”

“불모의 황무지라면 카텐령의 벙스 카텐 준남작이 책임자온데, 그에게서도 마땅한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사옵니다.”

가신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놓자 불릿은 다시 마법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카텐령의 지부에선 뭐라 하던가?”

“… 구 직스 자작령 말씀이시군요. 그곳에서 전달받은 사항이었기에 알려드릴 수 있던 것입니다.”

“으음….”

이 말에 따르자면 현재 상황은 이렇다. 그 누구도 징조를 발견하지 못했고, 적어도 불릿의 영토는 안전하다.

그러나 불모의 황무지로부터 접근하는 마물무리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그의 영토에도 위험이 들이닥칠 것이다.

“각하, 토벌령을 내리실 것이옵니까?”

레너드 자작이 자신의 영지로 돌아간 사이, 그의 대리를 맡고 있던 양아들 제노시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노시스 천인장의 생각은 어떻지?”

아직 나이가 어린 제노시스에게 물음을 던지는 이유, 그것은 위기 속에서 제노시스가 얼마나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을 겸한 것이었다.

제노시스의 재능이 천인장이란 위치에 걸맞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는데, 그만큼 천인장이란 직위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불릿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노시스는 약간 긴장한 상태로 말을 이어나갔다.

“옛! 제 생각으로는 200인대를 동원해 토벌하면 적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토벌령을 내리면 용병과 사냥꾼 등, 무력을 갖춘 이들이 모여들어 한결 수월해진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용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비해 막대한 지출이 발생하고, 자칫 화합을 이루지 못한 토벌대로 인해 피해가 가중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마수의 숲과 특산물로 돈을 벌곤 있다지만 아직까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지 못했으므로 그럴 여력은 없다.

“그리고 송구하오나, 각하께서 나서주신다면 빠른 시일 내에 진압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노시스의 말은 곳곳에서 손이 들리는 현상을 발생시켰다.

“발언을 허한다.”

“감사합니다, 대영주님.”

발언권을 획득한 헤니발 브라투질라 3급 고문관이 인사를 올린 후 제노시스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자네는 지금 대영주님의 옥체가 상하실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겐가?”

현재 불릿은 후계자생산을 위한 여행(?)을 준비 중이었는데, 반역이라는 내전을 겪은 직후에 가장 큰 위험지역으로 최고권력자를 내모는 행위에 일부 가신들도 그의 말에 동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노시스라고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약간 생각이 다른 듯했다.

“현 바포 변경백 군단은 반란에 가담했던 병력의 관리문제로 병력의 대규모 파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관련해선 군단장님을 비롯, 본 천인장과 같은 벤젼스 선임천인장과 페릭스 천인장, 욘 부스타프 천인장, 겔럭서스 천인장이 찬성하였으니 사견만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군율에 따라 딱딱한 어조로 발표하는 제노시스에게 브라투질라가 반박했다.

“간신히 변경백이 안정되었거늘, 또 다시 대영주님을 위기에 빠트릴 순 없소! 후계를 낳으시면 모를까, 정녕 혼란을 초래할 셈인가?!”

“본 행정관도 브라투질라를 지지하오.”

“이하동문일세.”

“마님께서 아기씨를 생산하셔야함이 옳소.”

한층 격화된 논쟁은 불릿과 올리비아의 합체를(?) 강요하고 있었다.

슬며시 붉어지는 불릿의 얼굴을 뒤로한 채, 그들은 아직 합방이 이루어지지 않아 출정할 수 없다, 아니다, 가면서 하면 된다(?), 아예 여러 명을 붙이자(??)는 등의 의견을 내며 점점 이야기가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야말로 우리 바포 변경백의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주변의 강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노시스의 얕으면서도 우렁찬 목소리에 브라투질라도 맞받아쳤다.

“대영주님께서 마님과 합방하신다면 허락하겠소!”

둘의 논쟁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제노시스와 브라투질라가 불릿을 보며 동시에 외쳤다.

“합방하시지요, 각하!”

“합방합시다, 대영주님!”

주변에선 가신들이 ‘아드님 하나, 따님 하나!’, ‘올리비아님과 합방을!’이라며 외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여기사들에게도 씨앗을 나눠주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발언까지 나오게 되었다.

여인도 아니건만, 불릿이 숫처녀마냥 정절을 지키던 시절이 워낙 길었고, 한번 실종된 이후 다시 등장한 후에도 내전을 겪는 등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모두가 단합하여 그의 2세를 보고 싶어 했다.

“발키리님을 닮아 예쁜 아기가 태어나겠군요.”

올리비아의 별명을 부르며 어느새 마법사까지 합세하여 불릿의 거사를 응원하자 누구와 시선을 마주쳐야할지 알 수 없던 불릿은 눈알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알아서 할 터인데 참견은 왜….”

그리고 이들의 단합력에 불릿은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속삭이며 얼굴을 슬쩍 가렸으니….

올리비아와 무얼 할지 상상된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 작품 후기 ============================

밤 12시 10분에 이어서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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