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프롤로그 =========================================================================
“천천히 움직여.”
“사일런스.”
“바람의 정령사들, 파장 가라앉혀.”
사사삭-
50여명에 이르는 인원이 발소리를 죽이고 움직인다.
이들은 흑마법사들을 죽이기 위한 결사대.
대륙에 피를 몰고 온 사악한 자들을 물리칠 의무를 지고 있었다.
시작이 어떠했는지는 이제 중요치 않았다.
그들은 너무도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고, 증오는 끝을 보이지 않았다.
“공간차단! 죽여!”
“배리어!”
구웅-
바아앙 ̄
흑마법사가 풀어놓은 기괴한 생물체, 키메라.
순리에 어긋나는 이 생물은 종이 다른 여러 생물을 억지로 접합해 만든 괴생물이었다.
“배리어 쓰라고! 가둬!”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마법사들은 방어마법인 배리어를 키메라가 도주하지 못하게 막는 용도로 사용했다.
흑마법사의 거처에 다가온 이들은 그야말로 인류의 최정예.
- 캬아악!
끔찍한 용모로 달려드는 키메라를 거꾸러뜨린다.
마족을 소환한다는 첩보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죽어가는 동료를 피눈물을 흘리며 버리고 여기까지 온 결사대.
쿵-!
“허억, 허억!”
“사일런스! 사일런스!”
“소리 빠져나가잖아! 정령사, 뭐해!”
심처에서 마족을 소환하는 흑마법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갖은 고생.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의 뒤로 한발 물러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라보스. 파장의 간격이 짧아졌어.”
“나도 알아. 빈스, 어디까지 온 거지?”
“잠시, 잠시만 기다리시오.”
“서둘러야 해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그들.
이들이야말로 결사대를 이끄는 주역, 6인의 영웅들이었다.
“닥치고, 진격.”
폭염의 잉켈스. 용병출신의 마법사로, 전장에 그가 나타나면 적의 사기가 떨어진다.
고열로 상대를 재로 만드는 그의 마법은 시신도 남길 수가 없기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 이런, 급격한 마력의 상승을 감지.”
탐지의 빈스. 천부적인 마나회로를 갖추어 세상만사 모든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길을 찾아가는 것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파각!
- 끄어어…
“오, 너 방금 내덕에 산거다?”
“필요 없어. 나도 알고 있었다.”
땅에서 몰래 기어 올라오던 마계유충을 터트리며 자기덕이라는 안톤. 그것을 받아치는 라보스.
그들은 잉켈스를 따라온 이들로 쌍성의 수호자라 불린다. 오직 잉켈스의 명령만 듣는 이들.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순 없어요. 정령들이 불안에 떨고 있어요.”
흩날리는 금발을 날리는 여성, 우드일족의 엘프.
동료들도 본명을 모르는 그녀를 세상은 바람의 대리자라 부른다.
“악취가 풍겨온다. 아무래도 늦은 것 같군.”
그의 말에 모두가 안색을 굳히고 전면을 바라본다.
레인보우 아틱 커맨더.
비록 경지는 중급 정령사에 지나지 않으나 모든 정령들에게 사랑받는 만능 정령사.
그가 있기에 결사대의 인원을 확연히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쥐새끼처럼 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지.”
“오오, 대장! 드디어 화끈하게 빠박?!”
“천박하게 말하는군. 놈들의 대가리나 뽑아주자고.”
“잔인한 놈이, 지나 말조심 할 것이지.”
잉켈스와 쌍성이 투닥이는 사이 대화를 듣고 있던 나머지 결사대원도 준비를 마쳤다.
죽음을 각오한 강행돌파. 더 이상 시간도 없으니 은밀함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 너무 진행이 더딘데…….”
“거기, 무슨 일이지?”
“아무 일도 아니다. 이쪽은 준비가 끝났으니 어서 가도록하지.”
뒤에서 불만이 이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으나 이내 무시하는 빈스.
누가 탐지의 대가 아니랄까봐 귀는 엄청 밝았다.
“자, 그럼 가자고!”
* * *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온 것이더냐!”
“어디긴 어디야, 쥐새끼 소굴이지!”
“이노옴!”
퍼퍼펑!
콰앙-!
“제발 좀 죽어!”
“끄아악….”
드디어 적의 수뇌, 흑마법사들과 전투를 치르게 된 결사대.
그러나 그들의 반항은 만만치 않았다. 뒤에서 활성화된 마법진에서 불길한 기운이 물씬 풍긴다.
저게 완성되면 큰일나겠다 싶어 총공세를 펼쳐도 끝끝내 버티니….
‘도주할 생각도 않고 마법진을 지키는 이유가 뭐지?’
아까 구시렁거리다 들켜 입을 다물었던 중급 정령사가 전투의 와중에 또 다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이윽고 마법진을 지키는 마지막 흑마법사만 남자,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으하하! 지옥길 선물로 너희와 함께 가렷다!”
쿠구구궁-
“저, 저거 설마!”
“막아!”
6인의 영웅의 지시에 마법사들이 마법을 펼쳤으나, 갑자기 마법을 펼친 이들이 폭사했다.
퍼퍼퍽!
“아, 아아아…….”
사방팔방에 피와 살점이 달라붙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바람의 대리자.
그녀가 얕은 비명을 지르는 사이, 강대한 마족이 소환되었다.
콰아아-
엄청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주위를 휩쓸자 모든 결사대원이 몸을 가누지 못했다.
- 크흐흐, 버러지들이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일을 해냈구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신이 흐려지는 마족의 마기.
그러나 진정한 영웅은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 법이다.
“쥐새끼 소굴에서 큰 쥐가 찍찍거리는구나!”
- 일단 넌 사망확정.
쌍영의 안톤의 말에 그를 가리키며 죽음을 예고하는 마족.
그러나 안톤의 재치덕분인지 몸이 경직됐던 결사대가 살짝 풀려났다.
“라그나로크, 발동!”
“발동!”
“발동.”
잉켈스의 지시에 살아남은 모든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힘을 개방한다.
심지어 탐사전문인 빈스조차도 힘을 보탰는데, 과연 인류 최정예다운 기운.
얽히고설킨 기운이 마족을 옮아내며 압박한다.
그러나 마족이라고 가만히 있을까?
- 버러지들이 발악을 하는구나.
쿠구구구……
자신을 압박하는 기운에 대항하는 마기. 그 마기를 견디기가 힘들었는지 힘이 떨어지는 정령사 하나가 폭사했다.
펑!
“이런, 젠장.”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으나 떨리는 목소리가 어떤 심경인지를 대변해주었다.
그렇게 처절했던 전투를 헤치고 여기까지 온 용사들. 그런 용사들이 그저 마기에 노출됐다고 하나둘 터져나간다.
“크아압! 흐아아아!!”
“안돼, 쌍성!”
“먼저 가겠수, 대장!”
이대론 안 되겠다 여겼는지 안톤과 라보스가 마족을 향해 달려간다.
“죽어서 보자, 병신아.”
“흥. 그동안 재밌었다, 이놈아.”
씨익-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각자 불과 물의 원소를 끌어올렸다.
이윽고 마족의 흉악한 얼굴을 대면하게 되자 극도로 끌어올린 기운을 서로의 몸에 우겨넣었다.
“이거나 먹어라, 이 새끼야!”
“이거 폭탄이야, 쥐새끼야!”
푸화아악 ̄!
쿠르르르릉-
사방이 요동치며 뿌연 수증기가 시야를 가렸다.
그에 따라 마기가 급격히 약해졌으나, 이내 회복하려는지 점점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 크아악! 잡놈들이 감히 내게 상처를 입혀?!
그러면서 마기를 끌어올리는데, 쌍성에게 입은 상처가 아물려하고 있었다.
“대장, 마지막 수단을 사용해야 할 듯해요.”
“정령들이 소멸하려한다. 결단을.”
“잉켈스, 오래 못 견뎌. 빨리해.”
이미 반수가 폭사한 상황. 결사대의 대장인 잉켈스는 선택을 해야 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생존이 아닌 마족의 죽음이었다.
“모두 미안하다. 우린 여기까지인 듯하다.”
“됐어, 뭘. 역사는 우릴 기억해주겠지.”
잉켈스의 선택에 빈스의 대답. 그는 능력답게 무언가를 찾아 알리는 것을 좋아했다.
역사에 기록된다면 그것만큼 빈스에게 좋은 선물은 없으리라.
“숲을 떠났을 때부터 이미 각오했던 결과예요.”
담담한 바람의 대리자의 말.
“나쁘지 않은 선택이군.”
레인보우 아틱 커맨더의 대답. 일점 후회가 없다는 듯이 감정의 폭을 보이질 않는다.
“대장, 빨리 합시다!”
“어차피 죽을 거 저놈을 확실히 잡아야죠!”
“대지여, 나의 몸을 바쳐 그대에게 힘을….”
마족을 둘러싼 결사대원들이 각자 한마디를 뱉는다. 대꾸조차 않고 정령술과 마법의 복합증폭기에 생명력까지 쏟아 붓는 정령사도 있었다.
다만, 그 와중에도 한 명은 불만어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크아아아! 죽어라, 인간들!
“모두 미안했다! 같이 죽자!”
“흐아아아!”
“사랑해, 라냐!”
“조국에 영광을!!”
어마어마한 마력과 정령력이 한곳에 집결되어 마기와 뒤섞인다.
마족과 인간의 광기가 어우러지다 이내 사방을 비추는 섬광을 뿜는다.
 ̄ ̄!!
---!!!!
… 쿠구구구궁……
섬광은 굉음을 내며 마족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던 이들의 몸부터 소멸시켰다.
- 크아악! 이런 버러지들이이-!
그렇게 하나둘 육체가 분해되는 가운데 가장 멀리 있던 6인의 영웅이라 불리던 인물들까지 소멸되었다.
“하, 결국 이렇게 되는군….”
- 으아아, 육체가, 육체가 소멸한다-!
“오만한 자의 최후답군. 명복은 빌어주지 않으마.”
- 크아악! 저런 버러지 때문에 내가 죽다니….
이윽고 마족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마족은 마지막까지 힘을 냈던 것인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는데, 그 폭발에 마족을 조롱하던 인물도 휩쓸렸다.
“살고 싶었는데, 그게 어렵군.”
그렇게 마지막 이까지 폭발에 휩쓸리자 주위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거대한 폭발이 낳은 구덩이만이 처절했던 사투를 증명해주듯 존재감을 뽐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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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매일 연재로 성실히 하겠습니다.
오늘 중에 2편이 더 올라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