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국민배우 강민후
강민후의 나이 마흔다섯. 이젠 정말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대표실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그에게는 깊은 카리스마와 날카로운 눈빛이 아직 식지 않고 깊게 살아 있는 상황이었다.
커피 한 모금을 홀짝인 그는 피곤한 듯 눈가를 비비면서 커피잔을 집어 들어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았다. 소속사의 위치도 이전하였다.
현재는 강남에 청운 소속사가 위치하여 있었는데, 4층짜리 건물을 매입하는 데에만 70억 원 가까이 들었다. 그러나 현재 청운 소속사에서의 월 매출은 50억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현재 수많은 이들이 청운 소속사를 계속해서 키워주고 있었으며 단 5년이라는 시간 만에 청운 소속사는 국내의 메이저급 소속사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강민후의 또렷하고 확실시하게 잡히는 마인드가 소속 인원들을 잡아주고, 그의 가르침과 후배 양성에 수많은 이들이 그의 말을 받잡고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실정이었다.
똑똑.
“들어와.”
“대표님, 한 시간 후 박재한 감독님과 미팅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네.”
서른 살 초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강민후의 직속 비서였다. 더불어 소속사 내에는 배우들이나 혹은 소속사 자체를 관리하는 담당 변호사 역시도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기에 민후는 코트를 챙기고는 밖으로 나섰다.
피곤한 일정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그를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훌쩍 자라 버린 민주였다. 초등학생이 된 민주는 분명 아직 어렸다. 그러나 어린 나이였지만 민주에게서는 ‘이건 아니다!’라는 것은 안 한다는 마음가짐이 확실시하였다.
더불어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고, 머리도 비상한 듯하였으며 윤하에게는 요즘 새로운 취미가 들렸다.
강민후, 한윤하.
두 사람 모두 배우 계에서 대표되던 꽃미남, 미녀 배우들이었다. 당연하게도 민주도 그 효과를 볼 수밖에 없었다. 새하얀 피부에 도드라지는 큼지막한 눈과 귀엽게 솟은 코, 작고 앵두같이 붉은 입술. 민주는 어려도 예쁘고 귀여웠다.
양 볼은 빵빵했으나 옆선도 화려했다. 그러한 것 때문에 윤하는 자신의 딸 민주를 데리고 각종 대회에 참가하였다.
‘예쁜 아이 대회’나 혹은 ‘아동 미녀 대회!’등등에 출연하였고 다양한 상을 수상한 바가 있었다.
“아빠아!”
“아이구, 우리 공주님. 아빠 기다리고 있었어요?”
“응!”
집으로 들어오자 거실에서 ‘또봇’이라는 만화를 보고 있었던 민주가 달려 나와 민후를 반겨주었다. 번쩍 들어 올린 민후는 자연스럽게 입술을 내밀었다.
자동으로 민주가 입과 양 볼에 한 번씩 입을 맞춘다. 식사를 끝내고 씻은 후 시간을 확인하니 10시였다. 내일 중요한 업무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찍 자야 했다.
그는 윤하의 옆에 누웠다.
눈을 감은 그는 곧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강민후는 의아했다. 이 어둠이 보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신은 이 어둠을 보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뭐지?’ 하면서 무슨 상황일까 하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희미하게 비추기 시작하던 불빛이 커졌다. 더불어 그 불빛은 거칠고 빠르게 다가왔으며 불빛이 커지는 순간, 강민후는 차에 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헉!”
더 놀란 건 희미했던 불빛이 다름 아닌 트럭의 라이트 불빛이었다는 사실이다.
쾅!
곧이어 차와 트럭이 충돌했다. 이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고통이 느껴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차가 ‘쿵쿵쿵!’ 소리를 내면서 구르고 있음에도 민후는 이 상황을 생각해본다.
“허억허억!”
차에서 내린 민후는 주위를 둘러본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최강호, 강민후, 대리운전 기사.
“……이건.”
자신과 강민후가 바뀌던 때였다. 자신이 새롭게 강민후의 삶을 살아주고 진짜 강민후는 영원히 사라지던 그때였다. 그리고 곧 반복되듯이 자신 앞으로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예전과 같은 말을 저승사자는 반복했다. 이 꿈속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똑같은 대답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곧 모든 이야기가 끝나가고 저승사자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던 때였다.
민후의 손을 누군가 탁 하니 잡아챘다.
“헉!”
옆으로 고개를 틀었던 민후는 놀라 기겁을 하였다. 그의 손을 잡은 이는 다름 아닌 진짜 강민후였다. 머리와 몸 곳곳에 피를 흘리고 있는 민후의 모습은 끔찍했다.
그러한 그는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내 몸을 이젠 돌려줘…….”
그의 입이 천천히 떨어지자 시선과 귀를 집중했다. 민후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많은 생각이 스치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일단 그의 손을 걷어내자고 여겼다.
그러나 그는 더욱 억세게 잡았다.
“내 몸 돌려줘! 이 도둑놈아!”
“그, 그런……!”
어째서일까. 이것은 분명 강민후의 본래의 것이었다. 그러나 줄 수 없었다. 아니, 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강민후의 행복을 위해서 대신 그의 인생을 살았건만.
정작 그에게 돌려줄 수는 없었다.
“내놔! 내놔!”
“끄으윽……!”
민후는 결국 그의 목을 조른다. 목을 옭아매는 고통과 가슴부터 끓어오르는 숨에 낮은 신음을 흘린다.
“어서 빨리 내놔!”
그의 처참한 비명이 귓가에 맴돈다.
“커헉! 헉헉!”
그는 거칠게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에는 흥건한 식은땀이 가득했다. 옆에서 놀란 윤하도 함께 깼다.
처음으로 이러한 꿈을 꾸었다. 그러나 너무 생생했고 실감나던 꿈이었다. 더불어 강민후의 처절한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괜찮아?”
윤하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악몽을 꾼 거야. 별일 아니야.”
민후는 거친 숨을 침착하게 하고는 윤하를 안심시켰다. 윤하는 수건을 가져와 그의 땀을 닦아주었다. 30분 정도 후 다시 윤하는 잠에 들었고, 함께 누워 그녀의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누운 민후는 알 수 없는 이 꿈에 의아하기만 했다.
이제는 20년도 더 훌쩍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와서 그 꿈을 꾸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한참이나 잠을 자지 못해 뒤척였다.
차라리 단순하게 그날의 악몽뿐이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강민후도 단순한 악몽이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한 악몽이 아닌 것 같았다.
강민후는 매일같이 그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었다. 하루라도 쉴 새가 없이 계속 꾸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났다.
일단 소속사는 이사에게 ‘몸이 안 좋으니 쉬겠어.’라는 말로만 얼버무리고 맡겨놓았고, 학원이나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였다.
윤하는 강민후가 걱정되었던 듯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했다. 일단 형식적으로 이러한 꿈을 계속 꾼다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강민후는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았다. 정신과에 간다면 지극히 정상이라고 판정을 할 것이었다.
계속해서 같은 꿈이 반복되고 있으니 민후는 분명 무언가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저희는 원인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심리적 불안감에 의해 악몽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지만, 강민후 씨께서는 그러한 모습조차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다. 지금 불안해하시는 것이 있다면 그 꿈뿐일 겁니다.”
역시나. 의사는 예상했던 대답을 내놓았다. 원인불명이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민후의 심신은 빠르게 지쳐가고 병들고 있는 것 같았다.
몸의 삭신이 저릴 때가 한두 번이 아녔고, 두통이 오거나 어지러움을 느낄 때도 많았다.
악몽으로 인해 잠을 잘 이루지 못한 것도 있을 테지만, 온몸이 저릿저릿한 통증은 강민후를 불안하게 만들고,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너무 안 좋으면 차라리 쉬는게…….”
“괜찮아. 또 이런 날에 집에 누워있을 수는 없지.”
몸의 곳곳에 전기가 오는 듯하자 자신도 모르게 민후는 자신의 온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현재 차 안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오늘 정수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국 연애를 하던 치과의사와 정수는 결혼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날에 집에서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5년을 함께 한 정수의 결혼식에 자신이 안 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결혼식장 안에는 하객들이 바글거렸다. 그중에는 함태웅 대표도 있었다. 함태웅 대표도 이제는 많이 늙었다. 가장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정수의 결혼식장 안에는 연예계의 유명 인사들이나 관계자들도 상당했다. 그리고 그중 반가운 사람으로서는 김채은도 와 있다는 것이었다.
채은은 키가 훤칠하게 큰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남성과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남성은 혼혈아였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피가 섞인 이였으며 다름 아닌 김채은의 남편이었다.
3년 전 채은은 미국의 유명한 요리사인 그와 결혼을 했고, 그 당시 민후는 진심으로 누구보다 축복해주었다. 그녀에게서는 더 이상 강민후를 좋아하거나 하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불어 그녀가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마다 민후도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편해지고는 하였다.
“민후야, 기색이 많이 안 좋아. 윤하 씨, 민후 어디 안 좋나요?”
채은은 민후를 보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올라온 민후를 보고는 걱정 어린 표정이었다. 민후는 쓰게 웃었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냥 요즘 조금 몸이 안 좋네요.”
민후는 대충 얼버무렸다. 실상 민후가 악몽을 꾸고 있다는 사실은 정수나 윤하, 또 진찰을 받았던 의사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었다.
식장에는 부모님도 와계셨다.
부모님들도 정수를 오랫동안 봐 오셨던 분이다. 어머님의 세계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미국의 LA의 가게 하나는 큰 이슈를 끌고 있었고 뉴욕에 두 개. 로스앤젤레스에도 가게 하나가 생겨났으며 계속해서 그 숫자가 늘고 있었다.
단지 안 좋은 것이라면 요즘 어머니가 기침을 자주 하시고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았다. 민후도 그녀 걱정을 할 때는 아니었지만 쉬실 때는 조금 쉬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민후는 자신의 아내가 될 여자의 손에 그가 반지를 끼워주는 모습을 보고는 박수를 쳤다.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가슴이 무척 답답해지고, 머리가 띵해지기 시작했다.
“후우.”
그는 숨을 고르게 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잘 안 된다. 몸을 옭아매는 저릿저릿한 통증 역시도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마치 온몸을 휘어 감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정수의 결혼식을 끝까지 보고 싶었고, 계속 지켜주고 싶었다. 그의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지만 그는 주먹을 꾹 쥔 상태로 참아내고 있었다.
식이 끝이 나자마자 민후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여보,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민후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걸을 때마다 고통이 엄습했으나 입 밖으로 토해내지 않았다. 화장실로 들어오고서야 그는 ‘크윽.’ 하는 작은 신음을 토해냈다.
세면대의 물을 틀어서 얼굴을 계속 적셨다. 그러나 어지러움은 가시지 않았고 가슴의 답답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방이 빙글빙글 돌자 몸을 비틀거리며 세면대에 손을 올려 몸을 지탱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돌려줘! 어서 돌려줘!’
“지금 와서 어째서 그러는 거야!”
머릿속으로 그의 목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2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이제야 강민후가 자신에게 몸을 돌려 달라고 하는 것이 의아했다.
실상 돌려주기에는 자신의 가족, 친구 지인들이 너무나도 눈에 밟혔다. 돌려준다는 것은 최강호로서는 죽는다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비틀거리던 민후는 결국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의 가슴이 미친 듯이 펌프질했다. 호흡은 가빠졌고 정신은 더욱 아득해져만 갔다. 머리를 조이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그의 몸이 바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쿵!
바닥으로 쓰러진 그의 시야로 벽이 보였다. 천천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줄 수 없어…….”
라고 그는 중얼거린다. 그를 위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돌려줄 수 없었다.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배우 강민후,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 현재 식물인간 상태 판정…… (중계일보 유가희 기자)
배우 강민후가 오늘 오전 12시경 결혼식장의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배우 강민후는 오늘 자신의 친한 지인의 결혼식을 위해 참석하였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된 강민후는 의사의 소견 결과 큰 이상은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며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 역시도 적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
강민후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사람들은 큰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반응으로 네티즌들은 ‘어서 빨리 쾌유하시기를…….’, ‘큰일이 생기지 않기를.’, ‘배우 강민후 평소 평판이 좋던데,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에 관련하여서……(생략).
정신을 잃고 쓰러진 강민후는 깨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벌써 1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에도 그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강민후의 부모님과 윤하에게서는 하루하루 눈물이 끊이지를 않았다. 또한, 강민후라는 배우 자체가 가지고 있었던 이름이 수많은 이들이 갑작스러운 강민후의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판정에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왜 하필 그런 좋은 날에 그랬던 거냐. 응? 몸도 안 좋은데 왜 와 가지고 남의 결혼식을 망쳐놓는 거냐고. 깨어나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모두가 나서고 정수만 민후의 앞에 앉아 있었다. 정수의 신혼여행은 취소되었다. 아니, 정수가 취소했다. 자신에게는 그만큼 강민후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강민후가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하였다는 이야기를 윤하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미련한 자식이었다.
“제발 깨어나라…… 그니까, 그래야 네가 깨어나야 멱살을 잡든 때리든 할 거 아니냐, 멍청한 놈아.”
민후의 손을 잡은 정수의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결국 울음을 흘렸다. 오랜 시간을 자신과 함께하였던 녀석이다. 그러한 강민후가 이렇게 미동 없이 쓰러져 있다는 것에 정수는 크나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디 깨어나 주기를 바란다.
그가 다시 깨어나 평소처럼 예의 바르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헉! 헉! 헉! 안 돼.’
강민후는 도망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계속 내달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계속 피를 흘리고 있는 민후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두려웠다. 죽는다는 것이 두려웠다.
쉽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을 옭아매려 하는 것인가!
그대를 위한 행복의 삶을 살았다.
그대를 성공시켰고 어머니가 행복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은 정말 강민후처럼 살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와서 돌려달라고 하는 것인가.
‘돌려줘…… 돌려줘…….’
그러나 그는 돌려줄 수 없다는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를 쫓고 있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았다. 아무리 사력을 다해 달리고 도망을 쳐도 그는 계속 민후의 등 뒤에 있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파앗!
강민후는 뒤를 돌아봤다. 차라리 두려움과 그와 직시하자, 어째서 이러는 것인지 알자고 돌아봤다.
돌아봐 그를 똑바로 보았다. 흉측한 모습의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나도 그곳에 서고 싶어. 나도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싶어, 나도 인기를 얻고 싶어…….’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나에게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너무 소중해. 그들을 볼 수 없다는 건, 나에겐 이제 지옥과 같아.’
민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돌려줄 수 없다는 의사였다. 눈물을 흘리던 그의 얼굴은 곧 딱딱하게 굳어졌다.
‘살인마! 도둑놈! 가만두지 않겠어!’
그는 다시 한번 강민후의 목을 향해 팔을 뻗는다. 민후는 피하지 않았다. 피한다고 한들,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눈앞에 보이는 두려움과 직시하자 그 순간이었다. 강민후의 모습이 환상과 같이 스르르 사라졌다. 마치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듯 사라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키가 2m를 훌쩍 넘는 저승사자였다.
‘오랜만이오.’
‘예…….’
저승사자의 등장에 민후는 확실시하게 알았다.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두 사람이 등장한 것일 거다.
‘지금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일단 앉으시오.’
저승사자가 손을 가리키자마자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에 의자가 생겨났다. 민후는 그곳에 앉았다. 저승사자는 그의 옆에 함께 앉았다.
‘강민후의 원혼이 몸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소. 단순히 보기만 하는 대리만족에 지쳤겠지. 성공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끼던 대리만족들이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저렇게 행하고 싶다고 느껴버린 거야. 그에 원혼이 저승을 벗어나 그대를 찾아간 거지.’
저승사자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처음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더불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은 최강호에게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 달라고 요청했고 강민후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무척이나 기뻐했다.
첫 작품 논스톱에 출연했을 때, 강민후는 뛸 듯이 기뻐했고, 42.195㎞가 대박이 터졌을 때 진짜 배우가 되었다는 생각에 감탄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게를 차리시고 대박이 나셨을 때, 최강호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민후라는 이에게는 그것이 ‘본래 내가 누려야 할 것이었는데…….’라고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원혼은 강호를 찾아왔던 것이다.
‘이제 이럴 일은 없을 거요. 당신도 곧 다시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는 저승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일까. 자신에게 더 이상 악몽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이었고 고통도 사라지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고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민후에게 말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무엇을 말이오?’
몸을 일으켰던 저승사자는 그의 말에 의아한 모습으로 돌아봤다.
‘민후, 그의 소중했던 사람은 이제 저의 소중한 사람이 되기도 했고, 제 욕심도 이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보고 싶다고 한다고……. 이기적일지 모릅니다. 본래 그의 몸이었으나 제가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일지도. 그러나 나중에 죽는다면, 그때…… 정말 사과하겠다고. 또, 부끄럽지 않은 강민후로서의 삶으로 마감하겠다고 말입니다.’
‘알겠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그의 모습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어둠이 남았던 이 공간에도 환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후는 너무나도 환한 빛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빠, 어서 일어나세요. 아빠.”
“민주야, 아빠 금방 일어나실 거야. 이리 와.”
강민후가 이렇게 되고 가장 슬퍼하는 이 중 한 사람은 윤하였다. 혹여 정말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무척이나 컸다. 더불어 민주는 아버지가 있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자신의 손에서만 키워줄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 그것은 윤하에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과도 같았다.
그가 어서 일어나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민주가 윤하의 품에 쏙 안겼다.
‘민주를 봐서라도 어서 일어나…….’
윤하는 산소호흡기를 찬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그를 본다.
그때였다. 민후의 검지가 꿈틀거렸다. 그것을 윤하는 확실시하게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잘못 보았나 해서 눈을 집중했다. 다시 꿈틀하고 움직였다.
“여, 여기요! 여기요!”
그녀는 소리쳤다. 간호사든, 의사든 누구든 왔으면 한다. 천천히 민후의 눈이 떠졌다. 민후는 자신의 눈앞으로 들어오는 윤하와 민주의 모습에 작게 웃었다.
“저, 정신이 들어!?”
윤하는 서둘러 민후의 앞으로 다가왔다. 민후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따뜻한 손이 민후의 손을 잡고 있었다.
민후는 작게 웃었다.
“걱정…… 많이…… 했지……?”
“으응, 아니야. 어, 얼마 누워있지도 않았어.”
그녀에게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안도감과 더불어 그녀를 강압했던 긴장이 풀렸다. 민후는 빙긋 웃었다.
“꿈을 꾸었어. 근데 좋지만은 않은 꿈이더라…….”
민후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자신이 죽는다면 최강호로서 살아가리라. 지금은 자신이 사라진다면 슬퍼할 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깨어난 강민후는 다시 빠르게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민후에게 위로의 인사와 다행이라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더불어서 어머니와 혜인이, 새아버지 등은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셨으며 정수의 경우는 민후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오더니 반갑게 인사하며 밥을 먹고 있자 다짜고짜 멱살을 움켜쥐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것이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정수가 얼마나 걱정했을지도 눈에 선하게 들어오는 듯하였다.
민후는 그때의 일을 다시 계기로 삼았다. 자신이 죽는다면 다시 그와 만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후회 없는 삶을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게 지금보다 더욱 박차를 가하여 노력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자신에게도, 그를 위해서도 후회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 * *
또다시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강민후의 나이 쉰 살이 되었다. 이젠 주름도 제법 많았으며 더불어서 흰머리도 많이 났다.
그리고 딸아이인 민주는 부쩍 컸다. 올해 열다섯 살이 된 민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윤하와 민후의 경우 딸아이인 민주가 연예인의 삶을 살지 말았으면 했는데, 민주는 그 소망을 들어주는 듯했다.
항상 그녀가 가지고 오는 성적표로는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더불어서 커갈수록 얼굴이 예뻐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아이는 학교에서도 인기가 무척이나 많다고 들을 수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일이었고 그중 누군가는 죽은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살고 있는 이들은 죽은 자들을 잊고 빠르게 딛고 일어서는 중이었다.
강민후는 그때의 일이 있고 난 뒤 다시 본래의 삶으로 돌아와 더욱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답답한 가슴을 대신하여 다른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그가 소유한 고아원이 세 개였고, 양로원이 두 곳이었다. 모두 강민후의 이름으로 설립된 곳이었다.
강민후는 상당한 재력가가 되어 있었다. 현 자산이 300억을 넘어설 정도였다.
청운 소속사는 이젠 최고의 소속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메이저급의 소속사 중에서도 청운은 으뜸에 꼽히고 있었으며 학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학원은 전국으로 뻗어 나가 전북, 전남, 강원도, 경기도, 부산 등 다양한 곳에 오픈하고 있는 중이었다. 실상 많은 이들이 강민후와 같은 마인드를 펼치겠다며 학원을 설립하였지만, 대부분이 연 지 2년도 채 안 되어서 닫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수강생은 강민후의 학원에서 수강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명량해전이요?”
“예. 아무래도 제작사도 저도 기대가 큰 작품입니다. 이순신의 전설을 영화로 만나다. 멋지지 않습니까.”
“흠…….”
최종무기 활에서 인연을 쌓은 적이 있었던 박한민 감독은 영화 출연에 관련하여서 직접 소속사로 찾아왔다. 민후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현재 박한민 감독은 이순신의 업적에 관련한 영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순신이라는 것에 민후는 구미가 크게 당겼다. 실상 요즘 들어오는 민후의 배역들은 작아지고 있었다. 나이를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상 30대 40대의 인원들의 경우 주연을 자주 맡는다. 화려하고 멋있고 발 빠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쉰 살이라는 나이로 주연 작품은 잘 떨어지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박한민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강민후가 주연을 맡아주었으면 한다고 청하고 있었다.
“실상 강민후 씨만큼 이순신 장군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몇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서입니다.”
박한민 감독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민후는 조항을 꼼꼼히 살폈다. 민후가 출연하게 되면 받는 돈은 12억 원이었다. 최고의 금액이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국내에서 이 정도의 값을 부른 적이 없었다.
더불어 특별조항도 붙어 있었다. 만약 1천만 관객을 넘는다면 몇 %의 인센티브가 더 붙는 식이었다. 민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12억 원이라는 돈을 영화 한 편을 위해서 제의할 정도라면 소속사도, 박한민 감독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 되었다.
“잘 생각해 본다면 극장가에서 영화를 보면 관객 수를 올리는 이들은 주로 20, 30대 위주입니다. 그러나 이순신. 이 석 자만으로도 40대뿐만이 아니라 50대 60대까지도 극장으로 발걸음이 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추정하는 최소 관객 수가 800만일 정도입니다.”
“그만큼 믿는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민후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제목은 ‘명량해전 이순신’이었다. 제작사나 감독이 그토록 기대가 크다면 그만큼 해볼 만한 작품이었다.
더불어 배우로서 이순신을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걸작 한번 만들어보도록 하죠.”
박한민 감독이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을 마주 잡은 민후는 빙긋 웃었다.
민후는 자신의 서재에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번 영화 ‘명량해전 이순신’의 경우 총 세 편의 시리즈를 촬영하게 될 것이었다.
가장 앞서 촬영하게 될 것이 바로 명량해전이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40척도 안 되는 함대를 이끌고 23전 23승이라는 전 세계 해전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패의 신화를 남긴 인물이었다.
그러한 이순신을 강민후는 연기해야 했다.
민후는 안경을 낀 채 꼼꼼하게 읽어보고 있었다. 읽다가 강민후는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에서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울음을 느꼈다.
외군은 조선 수군의 숫자보다 월등히 많았음에도 조국을 위하여, 수군을 위하여 이순신은 그들과 맞서 싸웠다. 더불어 모두 승리를 거둬낸 자랑스러운 장수였다.
그러한 그의 마음이 시나리오에 고이 담긴 것과 같았다. 민후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을 닦아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민후가 울컥하고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시나리오는 탄탄했다. 초반부의 시나리오의 경우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전의 과정을 그렸고 후반부의 경우 화려한 전투 신을 그리고 있었다.
“이번 영화 대단할 것 같아.”
그는 빙긋 웃었다. 현재 제작사 측에서 잡은 제작비만 하여도 200억 정도였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강민후는 판단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모두 읽었던 시나리오를 다시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밤이 새도록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읽었다.
배우들에게 주어진 준비 기간은 5개월이라는 시간이었다. 박한민 감독은 외군의 수장 역할로는 1번 방의 선물이라는 영화로 크게 흥했던 배우 중 한 사람인 김수완을 선택했다.
김수완은 수많은 대작을 탄생시킨 연기파 배우 중 한 사람으로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민후보다는 후배인 배우였다. 올해 마흔두 살로 알고 있었다.
배우들에게 주어진 준비기간은 4개월 정도 되었다. 더불어 이순신은 활에 큰 일가견이 있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 민후의 경우 최종무기 활에서 갈고 닦은 활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다듬기만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료되었다.
민후는 시나리오를 받은 지 4일 만에 전부 외워버렸으며 더불어 이제는 이순신과 같은 근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수백 번을 읽어보았다.
그 때문에 대본 리딩을 할 때 수많은 이들이 감탄을 터뜨리며 ‘역시 강민후다…….’라는 반응을 보인 바가 있었다.
또한 촬영 스케일 또한 놀라웠다. 김수완이 입게 될 일본군 장수의 갑옷은 약 3천만 원을 들여서 제작된 것이고, 이순신 역할을 맡은 민후가 입게 될 갑옷은 2,500원을 들여 특수 제작한 것이었다.
또한 총 제작된 갑옷의 경우 1천여 벌 정도였으며 조선의 갑옷은 국내에서 일본의 갑옷은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조선군 갑옷의 경우 모두 규칙적으로 통일화되었다.
그에 반면 일본에서 제작된 갑옷은 모두 달랐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이 이들이 자기 가문에 걸맞게 갑옷을 제작해서 입었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실제 일본군을 맡게 될 이들은 실제로 머리를 싹 밀게 되었다.
그 머리엔 가발이 씌워지게 되는데, 가발비로 들어간 예산비만 하여도 8천만 원 정도에 육박할 정도로 컸다.
더불어서 전투 신을 찍게 될 이들은 전국 각지의 무술팀에서 50여 명을 선출하여서 창과 칼, 활 등 다양한 방면의 베테랑들을 모집한 상황이었다.
즉 최고의 스케일, 최고의 장비, 최고의 배우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턴트맨들의 연습실에서 그들의 연습 장면을 바라보는 민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전국 각지의 유능한 스턴트맨들을 모았다더니 사실인 것 같았다.
그들의 움직임은 무척 좋았다. 더불어 민후도 검의 합을 맞춰 보고 활을 쏴보는 연습을 하였다.
촬영은 진도의 울돌목과 완도에서 세트장을 형성하여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진도의 울돌목은 실제로 물살이 너무나 세고 위험한 곳이었다. 그 때문에 그 안에서 실제로 촬영을 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촬영팀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었다.
첫 촬영 날이 다가왔다. 의상팀 인원이 민후에게로 갑옷을 건네주었다. 실제로 소품용 갑옷이었지만 6㎏은 될 정도로 묵직하였다. 더불어 그에게 턱수염을 붙여주기도 하였다.
촬영팀 인원들도 첫 촬영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박한민 감독도, 제작사도 국내에서 진행되는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었으며 강민후도 이 정도까지의 스케일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형성된 세트장만을 보고도 감탄을 터뜨릴 정도였다.
얼마 후 촬영이 시작되었다.
영화 촬영은 총 1년 6개월 동안 진행이 되었다. 즉 18개월 동안 강민후는 ‘이순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현재 편집과정을 전부 끝낸 후에 광고가 나가는 중이었다.
광고만 보아도 국민들은 짜릿한 전율을 일으켰다. 이순신,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살 수 있기 충분하였으며 덧붙여서 국민배우라고 불리는 이 시대 최고의 배우인 강민후의 출연과 더불어 상대역은 김수완이었기 때문이다.
강민후는 정말 이번 영화에서 온 힘을 다했다. 그만큼 촬영팀 인원들도 아주 힘들었으며, 자신도 많이 힘들었다. 특히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해전을 찍는 것이었다.
해전 신은 최종무기 활에서 절벽에 오르는 신을 찍는 것처럼 매번 찍을 때마다 긴장감과 압박감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사회에서 강민후와 박한민 감독은 수많은 배우나 연예계 관계자들에게 크나큰 극찬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간혹 삐딱한 영화평론가들의 경우는 태클을 걸고 나왔지만 개봉하면 국내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명량대전 이순신이 국내 개봉했다.
-강민후, 김수완 주연. 영화 명량해전 이순신 개봉 후 4일 만에 400만 관객 돌파
영화 명량해전 이순신이 개봉한 지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객 수 400만을 가뿐히 넘어섰다. 개봉 4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불어서 500만 관객을 넘어선 명량해전 이순신은 현재 예매율이 압도적인 1위였으며 예매를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극장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더불어 네티즌이나 사람들의 평가도 무척 좋았다. 영화 명량해전 이순신을 본 이들은 강민후의 연기를 보면서 실제로 이순신이 살아 나왔다고 극찬할 정도였으며 더불어 눈을 뗄 수 없었던 해전을 보면서 그들은 작게 감탄했다고 한다. 한편, 배우 강민후는 극 중 이순신이라는 역할을 맡고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이순신에 대한 존경심과 그에 대한 감사에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을 흘렸을 정도라고……(생략).
영화 명량해전 이순신(이하 명이)은 관객 수 400만을 넘어서면서부터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상황이었다. 명이는 압도적이었다. 명이와 함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명이는 압도적인 행보를 보인 바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가족들이 다 함께 명이를 보러 오기도 하였으며 학교에서 권장 영화로 추천까지도 이뤄지고 있었다.
하물며 극장 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50대와 60대의 비율 역시도 큰 편에 속했다.
명이는 압도적인 행보로 높게 솟구치고 있었다.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수많은 이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트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명이는 1천만 관객을 넘으면 계획된 시즌을 모두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는데 1천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확실시하게 확정이 된 상황이었다.
더불어서 강민후의 연기는 소름 끼치도록 좋았다는 이들이 많았다. 실상, 작품성을 두고 논란을 펼치는 이들은 많았다. 관객을 끌기 위해 해전을 중심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강민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오히려 강민후는 무척이나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은 만약 강민후가 이순신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의 흥행은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더불어, 강민후와는 반대로 김수완이라는 배우도 분명 국내에서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악성 댓글이 존재했다.
그가 구사한 일본어가 상당히 어색하다는 평이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대한민국 사람이 일본어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님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명이의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박한민 감독과 제작사 측은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잡았다. 현재 입소문을 타고 명이가 무척 재밌고 작품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더불어 추석이 껴있었기 때문에 추석을 잘만 이용한다면 1천 5백만 관객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1천 5백만 국내에서 그만큼의 관객 수를 올린 이례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명이는 1천 5백만마저도 가볍게 뛰어넘어버리는 괴력을 보였다.
1천 5백만을 뛰어넘은 명이는 끝나지 않은 행보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었다.
어느덧 관객 수 1천 750만에 근접했다. 아쉬운 점은 당연하게도 극장가의 명량의 관객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중이었다.
실상 처음 명이를 제작할 시에 제작사와 감독은 800만 관객을 목표로 두고 달렸으나 1천 7백만을 일구어내었다. 그러나 욕심은 끝이 없었고, 이미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뽑히는 영화가 되었음에도 더욱 높은 관객 수를 요구했다.
그에 제작사 측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국내에서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최고의 관객 수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아이디를 빌미로 무료 상영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무료 상영에는 조건이 존재했다. 돈이 항시 궁한 군인들이라든가 혹은 명이를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하는 독거노인들, 기초수급자 대상의 어린아이들이나 혹은 경찰들이 주 타깃이 된 상황이었다.
명이의 1천 7백만 수치는 다름 아닌 한 달 만에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총 벌어들인 금액은 1천 3백억에 육박하는 실정이었으며 200억 원의 제작비를 생각한다면 6배를 넘는 금액을 벌어들인 셈이었다. 말 그대로 제작사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1,800만. 우리나라 최고의 신기록을 위하여!”
“위하여!”
제작사 측의 주요 관계자들이나 배우들, 감독이 모여서 함께 자리를 가져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 제작사 대표가 ‘위하여’를 외치고 잔을 부딪쳤다.
실상 민후로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한 작품의 완전한 주연으로서의 작품이 뜸하던 때 그를 확실시하게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인지시켜 줄 수 있는 작품인 명이를 찍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상 두려운 부분도 있었다. 1천 8백만 신화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이들이 강민후에게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것을 과연 자신이 부응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하였다.
물론 상당한 인지도와 실력 하나로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강민후였지만 2천만 관객을 끌어올린 명이 이후의 작품에 관련하여서는 상당히 고심되는 바가 있었다.
사람들은 2천만을 넘을 수 있게 한 장본인이 강민후를 더욱 주목하고 기대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하나, 그러기에는 요즘의 작품들이 너무나도 가벼웠고 가벼운 작품에 강민후의 출연이 쉽게 결정되기는 어려운 일이 사실이었다.
명이의 돌풍이 있는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명이는 각종 TV나, 혹은 제휴 다운로드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내려간 지 6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항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중이었다. 그동안 강민후에게 무사히 많은 제의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 명이의 제작사 측은 여전히 차기작 준비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2천만 관객을 시즌1에서 넘긴 것만큼 2에서는 더욱더 화려하고 크고 웅장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해전을 보여야만 했다.
명이가 극장가에서 내려갔을 때는 총 2천만 관객에 가까운 수를 끌어들였다. 우리나라의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세 명 중 한 사람꼴로 극장에서 명이라는 영화를 봤다는 것과 같은 셈이었다.
민후가 [email protected]로 받은 수익도 상당한 편이었다. 기본 출연료인 12억과 더불어서 1천만 관객 이후 계속 [email protected] 된 것을 생각하면 그가 명이라는 영화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25억 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였다.
1,300억을 벌어들였다는 영화에서 25억 원을 번 민후의 수익은 작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국내에서 어떠한 이도 영화 한 편으로 25억 원을 받게 된 이례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명이의 시즌2의 촬영은 2-3년 후에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었다. 제작사 측이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대표님, 할리우드에서 우편물이 왔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소속사로 들어온 민후는 비서가 건네주는 갈색 봉투를 받으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현재 할리우드로의 진출을 완전히 관둔 상황이었으며 국내에서의 촬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이미 스톰 쉐도우로서 세계를 한 번 들썩였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뤽 감독은 할리우드의 감독 중에서도 상당한 힘을 가진 이름 높은 감독이었다. ‘트랜스포터’나 ‘테이큰’시리즈로 잘 알려진 감독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감독이 자신에게 직접 우편을 보냈다는 사실에 민후는 의아한 모습이었다.
그는 갈색 봉투를 사무용 칼로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컴퓨터로 두들긴 영어로 써진 글씨들을 민후는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배우 강민후에게……
친애하는 배우 강민후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일단 제 소개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뤽 감독이라고 합니다. 아마 강민후 씨도 들어본 적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편지를 보낸 이유는 작품 출연에 관련한 제의를 할까 해서입니다.
강민후 씨의 작품 중 ‘최종무기 활’이라는 작품에 저는 처음 무척이나 매료되었고 얼마 전에 개봉했던 한국의 전쟁사를 그린 영화 ‘명이’ 역시도 감명 깊게 본 바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영화를 보면서 그 배역을 맡은 이에 감탄해 눈물을 삼켰을 정도였습니다. 강민후 씨는 스톰 쉐도우 역할에 출연했을 때부터 무척이나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배우이나, 당신은 세계를 놀라게 한 배우이기도 하니까요.
현재 저는 ‘루시퍼’라는 영화에 관련한 캐스팅을 진행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그 안에서 미스터 장이라는 극악무도한 조직의 보스 역할을 강민후 씨가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연락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갈색의 봉투 안에는 퀵이 민후에게 보낸 편지뿐만이 아니라 시나리오 역시도 동봉되어 있었다. 편지를 모두 읽은 민후는 다소 놀랐다. 퀵이라는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80여 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한 어마어마한 감독이었다.
그러한 감독이 이렇게 직접 자신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욕심을 보이면서 작품 제의를 할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다. 민후는 그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시나리오는 흥미로웠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여성인 루시퍼가 악역인 장이라는 역할에 의해서 납치가 되고 몸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을 넣은 채 강제로 운반하게 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외부의 충격에 몸속 약물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뇌의 사용량이 증가함으로써 사람이 행할 수 없는 능력을 얻어낸다는 이야기였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강민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자신의 나이 쉰이었다. 이젠 정말 국내에서의 활동조차도 조금은 벅찼다. 물론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을 원하는 국내의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의 기대에 부흥해 줄 생각이었고 만약 촬영을 하러 간다면 2년 정도는 할리우드에 있어야 할 것이었다. 한참 사랑받아야 할 때인 민주를 두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더불어 학원과 소속사도 임시 대리인이 있다고는 하나 강민후의 비중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것이 힘들었다.
그는 아쉽지만 거절하자는 생각에 밑에 적힌 이메일 주소를 통해서 거절 의사를 보냈다.
퀵 감독은 끈질겼다. 그는 민후의 답장을 받은 후에는 섭섭지 않은 계약조건을 걸었다. 40억 원의 가격을 부른 것이다. 국내의 스타 중 할리우드에서 40억을 받은 이는 없었다. 더불어 강민후의 지아이오의 촬영 당시에 받은 돈도 10억 원이었다.
약 4배가량은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강민후는 흔들리지 않았다. 돈이라면 자신도 충분히 있었고, 또 한 번 거절 의사를 확실시하게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서술했다. 퀵 감독은 그러나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민후는 골머리가 다 아플 정도였다.
그러나 거절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는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어쩌면 지금 민후의 행동이 오만방자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었다. 천하의 퀵 감독이 사정사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민후라는 배우는 매몰차게 거절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2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퀵 감독의 메일이 뜸해졌다. 민후는 드디어 포기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실상 그도 아쉬운 부분이 많기는 했다.
퀵 감독과 함께 하는 작품이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민후에게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게도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대표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누구?”
예정된 손님이 없었기에 비서의 목소리에 민후는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조금 특별하신 손님입니다. 퀵 감독님이 오셨습니다.
“뭐?”
민후는 이내 들려온 비서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민후는 경황이 없었다. 퀵 감독이라니? 비서가 자신과 농담 따먹기라도 하자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자신의 비서는 그러한 여성이 전혀 안 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정말 퀵 감독이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선다.
민후는 직접 자신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인 것은 정말 퀵 감독이었다. 금발의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퀵 감독은 민후를 보자 싱긋하고 웃어 보였다.
퀵 감독의 등 뒤의 비서나 혹은 소속사 직원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세계적인 배우인 퀵 감독이 강민후를 만나기 위해서 이렇게 친히 발걸음을 한 것이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강민후가 퀵 감독으로부터 끈질긴 제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소속사 내에서는 웬만한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반갑습니다, 강민후 씨.”
“아, 예.”
민후는 아직도 얼떨떨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악수를 받은 민후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올 것을 권했다. 안으로 들어온 퀵 감독의 바로 등 뒤에는 덩치가 산만 하게 큰 흑인이 서 있었다.
“아, 제 경호원입니다.”
“그렇군요.
흑인은 2m는 족히 될 듯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이들이 쉽게 덤벼들지도 못할 거라는 생각이 슬 정도로 위압감이 흘러나오는 사내였다.
“일단은 앉으시죠.”
민후는 흥분한 가슴을 가라앉혔다. 퀵이 이렇게 직접 자신을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기는 하였지만 당혹할 필요는 없었다.
민후는 원두커피를 내려 그의 앞으로 내려놓았다. 원두커피 한 모금을 마셔 목을 축인 그는 빙긋 웃었다.
“너무나도 확실한 의견으로 항상 거절 의사를 밝히셔서 제가 직접 왔습니다. 돌아가기 전까지 꼭 강민후 씨를 설득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며칠 대한민국에서 머물기로 작정을 한 듯싶었다. 퀵 감독이 이곳에 온 이유가 강민후를 캐스팅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이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저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작사와 상의하여 강민후 씨의 출연료 또한 50억 원으로 상향된 상황입니다. 숙식이나 혹은 많은 것 또한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런데도 부족하신 게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퀵 감독은 다급했다. 진심으로 강민후라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동양인 조직의 보스를 찾는 그에게는 딱 한 사람, 강민후라는 배우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은 퀵 감독으로부터 강한 인상과 대단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 게 만들었다.
“메일로 보내드렸듯이 오랜 시간을 비기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또한, 여기까지 온 저의 성의라도 봐주십시오. 강민후 씨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곧장 달려왔습니다.”
“흠…….”
민후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그랬다. 퀵 감독은 바쁜 인사였다. 그러한 그가 강민후라는 배우를 직접 만나기 위해 왔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퀵 감독은 민후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끝없이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민후는 단호히 계속 거절했다. 그러나 퀵 감독에게 포기란 없는 것인지 ‘내일 또 오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퀵 감독은 3일 동안 민후를 찾아와 그를 설득했다. 실상 그가 자신을 얼마나 캐스팅하고 싶어 하고 기대가 큰지 민후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상당히 동요했으나 역시나 마지막 대답은 ‘NO'였다. 결국 퀵 감독은 강민후의 그러한 확고한 답을 끊을 수 없는 것인가 싶었다.
피곤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새벽 1시였다. 윤하와 민주는 잠이 든 것인지 집은 어두웠다. 조심스럽게 민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매일 잠이 든 민주를 볼 때마다 팔을 이용해서 그녀의 키가 자랐나 안 자랐나 재는 것이었다.
며칠 사이에 키가 자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는 매일같이 재고 있었다. 또한 항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자신의 침실로 가고는 했다.
샤워를 마치고 윤하의 옆에 누운 민후는 눈을 감았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실상 아까웠다. 이번 작품이 아니라면 더 이상 자신은 할리우드 작품을 행하지 못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였다. 그 때문에 그는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한편으론, 자고 있는 민주와 윤하를 보니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섰다.
“정수 씨한테 들었어. 퀵 감독이 왔다며?”
잠든 줄 알았던 윤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후는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윤하는 말만을 내뱉었다.
“정말 하기 싫어서 안 하겠다고 하는 거야?”
그녀의 질문에 민후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기 싫어서’는 강민후라는 배우에게 없었다. 그에게는 모든 작품이 소중했고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퀵 감독이 직접 로스앤젤레스에서 이곳까지 날아와 자신을 설득했으니 더욱 구미가 당겼을 수밖에 없었다.
대답을 못하자 윤하의 작은 웃음이 들렸다.
“당신이 가고 싶다면 가도 좋아. 민주도 이젠 컸고, 몇 년 자리 비운다고 해서 나나 민주가 크게 힘들 건 없어.”
“그래도…….”
“당신은 연기할 때가 가장 멋있는 거 알아? 그 모습에 반해서 결혼한 건데, 정작 나나 민주가 당신을 붙잡는다면 우리 가슴이 어떨지는 생각해야지. 실상 이제 기회는 많이 없잖아.”
윤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민후를 꽉 껴안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다, 어쩌면 지금의 나이에서 더욱 하나둘 나이를 먹어간다면 더 이상 주연 배우로서의 활동은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하고 싶으면 해.”
“그래.”
민후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마에 입을 맞춘다. 작게 웃은 민후 역시도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퀵 감독은 역시나 출국 전에도 민후를 찾아왔다. 그의 표정은 무척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고집이 꺾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퀵 감독은 확정 지은 것 같았고 결정도 번복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단지, 온 이유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혹시나 하는 심정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강민후는 ‘하겠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예.”
“해, 해냈군! 해냈어!”
퀵 감독은 강민후의 수긍에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켜 자신의 경호원을 꽉 껴안으며 방방 뛰었다. 그만큼 강민후라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에 성공한 건 그에게는 많은 것을 가진 것만큼 뜻깊은 것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민후는 뛸 듯이 기뻐하는 그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퀵 감독은 일단 그의 요구사항을 들어보자는 생각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한국어로 연기하고 싶습니다.”
“……그건 왜죠?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강민후 씨는 분명 영어도 원어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능통한데요.”
강민후를 캐스팅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강민후의 영어 실력이 뛰어나서도 있었다. 아시아의 배우 중에서 그처럼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본국어를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히 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진짜 멋지고 참된 연기를 하려면 한국인은 한국인에 맞는 언어를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흠…….”
퀵 감독은 잠시 신음을 흘리며 고민했다. 확실히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원어민 정도의 실력이라고 한들, 그의 영어는 실제 미국의 거주자들과 비교한다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다.
“좋습니다.”
퀵 감독은 오랜 고민 끝에 승낙했다. 민후는 빙긋 웃으면서 이번에는 다른 조건을 말했다.
“두 달에 한 번 국내로 돌아와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말씀드렸듯이 가족들이나, 제가 이곳에서 맡고 있는 일을 최소한 하기는 했으면 합니다.”
실상 일을 최소한 하기는 했으면 한다는 말은 핑계였다.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말하는 요구사항이었다. 이것에 관련해 퀵 감독은 전자의 대답보다 따른 답을 내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은 퀵 감독은 서류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내밀었다. 꼼꼼히 읽어본 민후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하자 퀵 감독이 악수를 청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빙긋 웃었다.
-배우 강민후, 퀵 감독 각본, 제작 영화 루시퍼. 출연 확정. 22일 출국예정…… (중계일보 유가희 기자)
배우 강민후가 퀵 감독의 작품 루시퍼에 캐스팅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사고 있다. 강민후는 과거 할리우드의 작품을 전격 중단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가 있어 무척 예상외의 일이었다. 한편, 그러한 강민후의 굳은 마음을 녹인 것은 다름 아닌 퀵 감독이었다. 퀵 감독은 배우 강민후를 캐스팅 하고 싶은 욕심에 출연 제의에 그가 거절하자 국내로 출국하여 강민후를 직접 만나 며칠을 그를 찾아갔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퀵 감독은 자신이 며칠을 그를 통해 썼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퀵 감독은 강민후라는 배우의 캐스팅을 기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였으며 퀵 감독은 그라는 배우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한편 배우 강민후는 오는 출국을 한 후 약 2-3년 내지의 촬영 기간을 거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윤하가 동행했다. 아쉽게도 민주는 학교에 가 있는 실정인지라 함께 오지 못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영상통화를 했다.
-아빠, 잘 다녀와.
그녀가 손을 흔들어주자 민후도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공항의 앞으로 도착하자 빼곡하게 자리를 잡은 기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만큼 할리우드의 출연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다짐했던 강민후가 퀵 감독과 함께 작품 출연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살 수밖에 없었다.
덧붙여서 명이라는 영화로 국내 최고의 신기록을 세운 배우로 자리매김을 한 강민후의 이름을 결코 작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팡팡 터졌다. 가볍게 인터뷰를 마친 민후는 출국 절차를 마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은 민후는 벌써 기대가 된다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촬영팀 인원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료시킬 것이고, 배우들 역시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 것이다.
또한 항시 하게 되는 노력은 루시퍼라는 영화에서 강민후라는 배역의 비중을 크게 높여 줄 것이다.
새로운 도전. 할리우드의 미스터 장.
여전히 강민후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으며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아직 본래의 강민후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았다.
다시 시작된 것들은 그를 계속 전설로 만들어 줄 것이다. 국민배우 강민후, 그는 자신만의 전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간다.
<『국민배우 강민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