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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소속사 청운 창설 (50/51)

6장 소속사 청운 창설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 여성이 모두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 크리에이터 소속사라는 곳에서 말이다. 더군다나 한현화라는 배우 지망생의 경우는 성 접대를 했던 적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 접대 후에 주어진 계약서는 말도 안 되는 노예 계약서였다고 한다. 결국, 몸만을 버리고 그녀는 크리에이터에서 도망을 친 여성인 것이다. 어째서 이러한 사실을 자신에게 하루빨리 말해주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서는 민후였다.

일단은 함태웅 대표에게 자신이 이러한 일로 인하여서 언론에 나타날 것 같다. 라고 의사를 밝혔다. 함 대표는 ‘도와줄까?’라는 말을 했다. 한 소속사를 이끄는 대표로서 소속사 중 한 곳이 그런 식으로 배우들을 끌어들이고 또한 노예 계약을 통해서 소속사를 나서지도 못하게 잡고 있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지기에 충분하였다.

크리에이터는 계약을 체결한 후에 계속해서 성 접대를 진행하며 그로 인해 들어오는 수익을 모두 챙겨가고 있었고, 그러면서 작은 배역 하나를 던져주는 식이다.

즉, 얼마 전에 있었던 오혜미 사건을 크리에이터에서 실제 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대표와 매니저들이 브로커로서 활동하고 배우들이 팔려나간다.

그리고 보수는 작은 배역 몇 개 툭 던져놓고 끝이다. 더불어서 배우들에 대한 다양한 후원 역시도 부족하다고 들었다.

배우들은 소속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바짝 뜨는 게 아니었다. 소속사에서 그만큼 뒷받침해주고 후원을 해줘야 배우가 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는 그러지 않고 있었다.

민후는 소속사 쪽 전담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변호사는 직접 은미희, 이주은, 한현화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한현화의 경우는 문제가 조금 있었다. 실제 성관계가 성립되었다는 것, 물론 대표 쪽의 잘못이 무척 컸다. 그러나 그것에 응한 그녀 역시도 그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초범인지라 미미할 것이다. 그에 반면 크리에이터 소속사 대표는 너무나 많은 사람을 우롱했으며 민후가 이 사실을 공론화하면 더욱 많은 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더불어 한현화는 이미 자신이 행했던 성관계가 분명 문제가 있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서라도 크리에이터라는 소속사를 짓누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 사람의 증언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더불어 명분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민후는 자신과 잘 알고 지내는 기자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특종이라는 말에 연락한 지 30분 만에 민후가 있는 카페로 달려왔다.

중계일보의 유가희 기자였다. 자신이 배우로서 일을 시작할 때쯤 기자로 데뷔한 여성으로서 민후와 꽤 친분이 두터웠다. 안경을 끼고 마른 체형의 그녀는 머리가 흐트러진 채 카페로 들어섰다. 얼마나 다급하게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특종이라는 게 뭔가요, 강민후 씨.”

기자답게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다. 민후는 잠시 뜸을 들였다.

“특종을 드리는 대신, 기사 내용을 제가 확인할 수 있게 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강민후 씨가 주는 특종인데.”

강민후라는 배우가 주는 기삿거리가 분명 작지는 않을 것임을 중계 일보의 유가희 기자도 알고 있었다. 더불어서 강민후가 이렇게 직접 연락을 하여 특종이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일임이 확실시했다.

민후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유가희 기자는 들을수록 눈이 동그라지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특종 중의 특종이잖아!’

얼마 전에 오혜미가 브로커다, 라는 식의 일이 있었다. 물론 모든 일이 현재는 루머로써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그 뒤에 이어 강민후가 학원 내에서 성 접대 제의를 받았던 수강생들을 확보하고 그를 공격하려 하는 사실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유가희 기자는 빠르게 노트북을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곧 모든 기사를 써낸 그녀는 노트북을 돌려서 민후에게 보여주었다.

-충격! 배우 강민후의 학원 ‘연기 배우기’ 성 접대 제안받은 수강생 세 명. 상대는 OO에이터 소속사. 배우 강민후 법적 조치 입장 밝혀…… (중계일보 유가희 기자)

월드 스타, 그리고 얼마 전에는 최종무기 활이라는 작품으로써 800만 관객을 돌파시킨 흥행 보증 배우 강민후는 ‘연기 배우기’라는 학원을 운영 중에 있었다. 연기 배우기 학원은 다른 학원과는 다르게도 실제 배우들이 강의를 펼치고 더불어 최첨단 장비들을 구축하고 있어서 수강생들이 몰려 현재는 3호점까지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때 얼마 전 오혜미 사건이 터졌다. 연기 배우기 학원의 원장이자 배우 강민후는 이번에 터진 일에 대해서 자신의 학원의 수강생들도 이러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그중 세 사람의 피해자 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이에 관련하여서 배우 강민후는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인 사실로 드러났으며 피해 여성 세 사람 역시도 강민후의 도움으로 그 준비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 강민후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강민후가 거론한 소속사는 창설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는 신생 소속사 OO에이터 소속사로 상당히 많은 숫자의 배우들이 소속되어 있었으나 대부분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배우들이 대다수였다. 한편, 3년 전에는 배우 임채련 씨가 성 접대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였던 사건이……(생략).

“예. 이 정도면 됐습니다.”

“호홋, 감사합니다. 민후 씨 덕분에 부장님한테 칭찬 좀 듣겠는데요. 그보다, 이거 독점인 거 맞죠?”

“예, 맞아요. 유가희 기자님한테만 특별히 앞서 밝히는 내용입니다.”

유가희 기자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특종 중의 특종이었다. 더불어서 독점 취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서 승진을 엿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민후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 유가희 기자와 헤어졌다.

기사가 나간다면 크리에이터 소속사는 발칵 뒤집힐 것이다.

기자가 나선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네티즌들은 ‘크리에이터 소속사다!’라고 입을 올리고 있었다. 더불어 네티즌들의 반응은 황당했다. 듣도 보도 못한 소속사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강민후가 직접 일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중이었으며 민후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그와 더불어서 변호사와 피해자 세 사람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데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지만 대충 어떠한 이인지는 짐작이 간다.

“전화 받았습니다.”

-크리에이터 소속사 대표 김재민이라고 합니다. 배우 강민후 씨 휴대폰 맞나요?

“예,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민후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잠시 크리에이터 소속사 김재민 대표는 말문이 막힌 듯하다.

-기사 봤습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저희는 모르겠습니다.

“피해자 여성 세 사람의 증언을 현재 확보한 상황입니다. 크리에이터 측에서 그러한 일을 벌임으로써 저희 학원도 인지도 하락의 피해가 분명히 있었고, 그로 인한 저희 측의 손해배상 역시도 청구할 예정입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가 성 접대를 유도했다니요!

크리에이터는 일단은 발뺌하자고 입을 맞춘 상황인 것 같았다. 그러나 민후는 강경하게 ‘법정에서 뵙죠.’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에게서 성난 목소리가 들린다.

-다, 당신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 줄 몰라?

“무고죄는 무섭지만, 죄가 없는 사람을 고소했을 때 무서운 거겠죠. 죄 있는 사람을 고소할 때는 무섭지 않은 법입니다. 그럼 이만. 남은 이야기는 제 변호사와 하시길 바랍니다.”

그의 성난 음성에 민후는 차분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무고죄? 죄 없는 이들이 억울하게 당했을 때 사건을 시작한 이에게 처벌되는 법이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는 죄가 있었다. 아마도 오늘 민후가 조사를 받았으니 곧 크레에이터의 대표 역시도 조사를 받게 될 것이었다. 현재 인터넷과 뉴스 등도 무척 뜨거웠다.

모든 관심은 크리에이터 소속사와 강민후에게 향해 있었다. 뉴스나, 신문 기사들은 대부분 민후가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그러한 일을 당하여서 울분을 참지 못해 일을 진행 중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맞았다. 울분이 터진다. 실제로 따지자면 더 넓게 볼 수 있었다. 자신의 학원에 소속된 이들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치러지는 모든 성 접대에 대해서 울분이 터지는 것이다.

어째서 실력 있고 앞길 창창한 이들에게 그런 식의 성 접대를 강요하는가, 있어선 안 되었고 앞으로도 완전하게 척결 당해야 되는 일이었다. 또한 그러한 일을 강요한 이들은 분명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옳은 일이었다.

2주간의 조사. 그리고 사실은 빠르게 밝혀졌다. 오혜미 사건의 경우는 루머로 인해서 ‘사실이다’라고 말할 사람도 없었고, 사실이었다고 할지라도 모두가 입을 하나같이 닫았을 것이다. 실질적인 증거는 찾기 힘드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번 건은 아니었다. 피해 여성이 나왔고 더불어서 기사가 나가고, 민후가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으며 피해자 세 사람 역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나가자 크리에이터 소속사에 당했었던 피해자들이 나섰다. 총 네 사람이 추가적으로 피해자임을 밝히고 진술했다.

이러할 때 크리에이터의 사원들과 대표가 아무리 발뺌해도 피해갈 수 없었으며 한 사람이 살자고 모두를 고발했다. 즉 실토를 한 것이다.

밝혀진 그들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법은 충격적이다. 여성들을 유도하고 또한 연결된 조감독 혹은 드라마 PD 등 다양한 이들에게도 수익금이나 성 접대를 이룸으로써 돈을 받아내거나 혹은 배우를 출연시킨다.

더불어 그들의 주 타깃 중 하나는 재력가들이었다. 그러한 재력가들을 통해 받은 돈을 갈취해내고 출연시키고를 반복한다.

즉, 말 그대로 소속사를 위장한 성매매 업소와 같았다. 그 타깃이 돈 많고, 방송 관계자들이라는 것에서 조금 다를 것이다.

또한 검찰에서 압수한 계약서는 모두 완전히 억지 식의 계약서였다. 완전히 여배우들을 속박해 놓은 계약서다. 즉 몸을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는 계약서이다.

소속사 대표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피해자들에게 건네야 했고, 그와 더불어 징역을 면치 못했다. 또한, 징역살이 후에는 전자 발찌를 차기로 확정되었다.

그와 함께 성 접대에 가담한 적이 있던 이들 역시도 조사에 치러졌고 그에 합당한 벌들을 받았다.

일망타진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민후에게도 조금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양한 곳에서 강민후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강민후도 그들만큼의 힘을 가진 인사였다. 더불어 뒤에 계신 부모님도 힘이 있었고, 윤하나 혹은 지인으로는 채은의 힘도 강했다.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으며 더불어 만약 그들이 정말 민후를 공격한다 해도 함태웅 대표가 막아줄 것이다.

함태웅은 민후보다 힘이 훨씬 컸다. 그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과 더불어서 뻗어 있는 인맥은 대한민국 정도는 아니어도, 서울은 한 번 뒤흔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한 함태웅이 받쳐 주는 이상 민후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릴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속속들이 계속 피해자들은 물 위로 떠 오르고 있었고 그에 관련해서 검찰은 계속 수사에 나서고 있었다. 민후는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더럽고 추악한 행위가 사라지기를 말이다.

배우 강민후에게 있어서 이번에 있었던 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과연 배우 계가 이대로 괜찮은가? 연예인들이 이렇듯 살아가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비록 자신으로 인해 한동안은 잠잠해질 것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성 접대가 활개를 치기 시작할 것이다. 어떠한 이들은 신인 배우라서 한 번 출연이라도 하기 위해 그럴 것이고 매니저나, 혹은 신생 소속사가 그렇듯 수익을 내려고 할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음지였으나 민후에게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강민후는 결정했다. 신인 배우들을 키우겠다.

신인 배우들을 전문 육성하는 소속사를 창립하겠다고 말이다. 결국, 오랜 시간의 고민이 이번 일 하나로 확실시해졌다. 보통의 소속사의 경우는 인지도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정적이었으며 그들에게 들인 돈만큼의 자금을 뽑아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어도 웬만해선 신인을 뽑더라도 작품 하나에서 꽤나 인지도를 올린 배우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민후가 생각하는 소속사는 아니었다. 첫 소속사를 설립하고 기성 배우들의 유입보다는 신인 배우들의 유입을 크게 할 예정이었다.

그들의 트레이닝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으며 더불어서 아니다 싶은 이들은 확실하게 잘라내야 했다.

최소한. 강민후가 확실치 않은 신인을 캐스팅하는 소속사를 설립하는 만큼 똑 부러지고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며 열정이 가득 찬 친구들이 필요했다.

그런 자들이 아니면 받지 않을 예정이었으며 만약 그러한 인재들이 있다면 수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일단은 가장 앞서 해결해야 할 것은 황제 소속사와의 계약이었다. 일단 소속사를 창립하는 만큼 민후는 그곳을 나와야 맞았다. 실상 15년을 황제 소속사에 있었던 민후로서는 조금은 많은 고민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품은 꿈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함태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소속사 창립에 관한 이야기였고, 함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래서 나가야겠다고?”

“……네.”

민후는 죄인과 같았다. 실상, 계약 기간을 보통 3년 내지로 잡고 계약하는 중이었는데, 현재 1년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실상 함태웅 대표는 15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녀석이 나간다는 것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 물었다.

“그래, 언젠간 나갈 거라고 생각했었어. 넌 많은 걸 도전하는 남자니까.”

그러나 예상외로 그는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담배 연기를 뿜는다.

“어차피 네가 소속사에 벌어다 준 돈도 많았고, 난 나가는 놈 안 잡고, 들어오는 놈 막는 성격이라. 미련은 없다.”

그렇게 말하지만 함태웅의 표정에서는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자신의 대표이자, 실상은 최강호의 믿음직한 동생이었던 태웅. 그는 민후의 꿈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강민후라는 배우가 추진하는 소속사. 실상 힘들지 않나 싶었다. 신인 배우들을 키워낸다는 것은 즉, 그 신인 배우들이 성장할 때까지는 오로지 강민후가 가진 자금만으로 버티고 교육 시켜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신인 배우들이 수년 후에 팍하니 뜬다면 민후는 그들의 교육에 들인 돈의 몇 배를 가져가기는 할 터이다. 그러나 도박성이 짙었다.

그렇지만 함 대표는 강민후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 그가 42.195㎞라는 영화의 캐스팅을 너무나도 가볍게 따왔을 때도 그것을 느꼈다.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다. 더불어서 강민후 같은 급의 배우들은 자주 소속사를 옮기고는 했다. 이유는 계속해서 높은 가격이 불리기 때문이다.

민후가 이제까지 소속사에 붙어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오로지 이 소속사를 사랑해서이기 때문인 것을 안다. 더불어 다른 소속사로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소속사 창립을 위해서 계약해지를 원하는 것이었다.

“위약금은 됐다. 그 돈 받아 봤자 얼마나 되겠냐.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 줘라. 참, 정수는 어쩔 거냐? 영원한 너의 매니저가 되겠다던 녀석인데.”

가장 난감한 일이었다. 박정수, 강민후와 16년을 일한 매니저였다. 민후에게는 정말 가족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박정수는 황제 소속사의 매니지먼트 소속이었다.

말 그대로 그가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는 강민후가 아닌 다른 이의 매니저가 될 것이었다. 이미 정수와 그와 관련한 이야기는 했었다.

정수는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사표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상, 박정수는 황제 소속사의 간판 매니저 중 한 사람이었다. 아니, 매니저계에서는 그 힘이 상당한 인물이었다.

또한, 그만큼 벌어들이는 수익도 컸다. 매니저들의 경우는 자신의 담당 배우나 연예인의 수익이 커질수록 받게 되는 인센티브가 존재했는데, 정수가 번 돈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

그만큼 그도 발 벗고 뛰어다녔기에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었지 않나 싶다.

함태웅은 민후가 나서면 정수도 일을 그만둘 것을 알았다. 예상되는 결과였다. 더불어 두 사람이 이미 상의를 했을 것이다. 배신감이 들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정말 가족같이 지냈던 사람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에이 씨, 박정수 그냥 해고하련다. 이제 별로 필요 없는 자식이야, 그놈. 어차피 너 아니면 의욕도 없을 녀석인데 데리고 있어봤자 월급만 축내지.”

함태웅은 정수나 민후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선수를 쳤다. 민후는 미안해지기만 했다.

“나가 봐. 이거 가져가고.”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자리에서 계약서들을 들추던 함태웅은 민후의 계약서가 담긴 서류봉투를 그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든 민후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음번에 꼭 술 한잔 사겠습니다.”

“양주로.”

“네.”

민후는 쓴웃음을 짓고는 나섰다. 황제 소속사.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곳이고, 최강호로서도 뿌리를 내렸던 곳이지만 대업을 위해서 이렇게 물러난다.

그러나 이 황제 소속사가 국내 최고의 소속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자신에게는 언제나 최고의 소속사로 기억될 것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서는 민후는 사원들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이곳에서의 계약을 그만하기로 했다라고 말하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다. 언제나 예의 바르고 싹싹한 친구였다.

더불어서 나이를 먹어서도 언제나 그 모습은 변치 않던 한결같은 이이다. 많은 이들은 민후가 나가서도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소속사를 창립하기로 한 만큼 민후는 소속사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촬영을 쉬기로 결정하였다. 더불어서 함께 나온 정수의 경우는 소속사가 차려진 후에는 소속사의 매니저들을 총 관리하게 될 것이었으며 교육을 하게 될 것이다.

즉 강민후의 매니저는 소속사가 창립이 되면 바뀌게 된다는 것이나, 정수와 민후가 함께 동업자가 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즉 정수는 소속사와 붙어 있는 매니지먼트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정수는 매니저계에서 대단한 명성을 갖춘 사람이다. 더불어 강민후를 만남으로써 그 명성이 더욱 커졌다. 강민후를 월드 스타로 만든 이가 박정수이다! 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아마도 많은 매니저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정되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소속사를 건설한 자리가 필요했다. 송파구 쪽에 현재는 쓰지 않는 3층짜리 폐건물이 있었다. 1, 2, 3층 합쳐서 280평 수였다. 민후는 폐건물을 매입하였다.

폐건물을 매입한 후 허물고 새로 짓기 시작했다. 4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으나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더불어 취지가 좋다며 윤하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1층은 매니지먼트의 사무실로 쓸 것이고, 2층은 일반적인 사원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3층의 경우는 연기 지도 및 카메라 테스트 장소로 사용될 예정이다.

기존의 소속사와는 구조가 조금 다른 식이다. 실상 강민후는 학원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소속원들을 학원에 보내서 교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안에서도 계속 그들을 확인하고 연기력을 검토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건물의 실내장식이 마무리 지어지고, 곧 맨 꼭대기에 간판이 걸렸다.

간판에는 ‘청운’이라고 적혀 있었다.

청운이라고 소속사 이름을 지은 이유는 높고 푸르른 곳을 원하는 신인 배우들을 그 자리에 앉혀주겠다는 의미에서였다.

민후와 정수는 3층에 걸려 있는 간판 ‘청운’을 빙긋 웃으며 보았다. 함께 10년을 넘게 행했던 이들이 이제는 함께 한 소속사를 이끌어가는 대표가 되었다.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청운 소속사의 인테리어가 모두 끝이 나고 정식으로 공고가 열리기 시작했다. 사무직 인원들과 신인 배우들을 키워나갈 매니저, 코디네이터들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다양한 곳에 올라간 공고는 단숨에 사람들의 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더불어서 배우 강민후가 소속사의 대표로서 이름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지원자들의 숫자는 상당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와 정수는 직접 이력서를 낸 이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을 보아주었다. 그중 신중에 신중을 검토하여서 일할 이들을 뽑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정수에게는 반가운 얼굴들도 간혹 보였다. 매니저들이 명성 높은 박정수가 한 매니지먼트를 이끄는 대표로서 활동한다는 이야기에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우고 싶어서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더불어 코디네이터들도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었으며 사원들의 경쟁률은 50:1이 될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신중에 신중을 고려하여서 일반 사원은 다섯을 뽑았고, 매니저와 코디네이터도 일단은 다섯씩만 뽑았다.

현재 소속사의 소속 배우가 전혀 없는 상황에 많을 필요는 없었다. 일반 사원들은 오디션 공고를 내고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할 것이고, 매니저들은 이제는 거리로 나가서 배우들을 모집하거나 혹은 촬영장 등등을 돌면서 실력 있는 신인 배우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할 것이다.

더불어서 연기 지도를 맡을 이도 구했다. 아니, 구한 것이 아니라 얼마 전에 직접 연락이 왔었다. 오혜미 사건에 연루되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소문일 뿐이라는 것이 확실시해진 배우, 유지혜였다.

강민후의 학원 연기 배우기가 배출해낸 현재 상당한 주가를 자랑하는 배우였다. 물론 아직 한참은 올라가야 할 때이기는 하였으나 그녀는 자신이 도움받았던 것을 강민후의 소속사에서 그대로 다시 베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녀 역시도 민후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서야 특별 직원으로 뽑힐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바쁜 인사였기 때문에 특별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모든 준비는 끝난 상황이었다. 이제는 소속원을 받을 때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먼저 청운의 소속사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얼마 전에 벌어진 크리에이터 사건에 연루되었던 아이 은미희였다.

민후가 알고 있는 은미희는 학원에서도 무척 뛰어난 실력의 우등생이었다. 더불어서 연기력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에 민후와 정수가 주관 하에 오디션을 본 바가 있었다.

오디션을 본 후 민후와 정수는 흡족했다. 이제 겨우 스무 살. 잘만 키운다면 괜찮은 배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후는 2층에 마련되어 있는 대표실에서 계약서를 내밀었다. 은미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강민후가 오디션을 보라는 말을 하였고 오디션을 보았다.

그리고 민후는 계약을 하자고 말했다. 은미희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강민후라는 배우가 설립한 소속사. 물론 소속 배우는 하나도 없는 현재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신생 소속사일 뿐이었다.

그러나 강민후가 가진 이름만 보아도 이 소속사는 최소한 중견 소속사로서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은미희의 생각뿐만이 아니라 이 업종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더불어 민후가 적어놓은 계약서는 신인에게는 좋은 계약서였다. 계약서가 작성되는 순간, 학원에서 개인 강사가 1:1로 레슨을 시작할 것이며 더불어서 피부샵과 운동. 여건이 마땅치 않는다면 숙소까지도 제공하겠다고 적혀 있었으며 더불어 외모가 부족한 이라면 성형 부분까지도 적극 지원한다고 적혀 있었다.

배고프고 가난한 신인 배우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었다.

그녀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좋은 날 왜 울어. 앞으로 기뻐서 울 일은 더 많을 텐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내가 감사하지. 소속사에 돈 벌어줄 인원이 들어왔는데.”

민후는 능청스럽게 웃었다. 신인 배우의 단점은 인지도가 낮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고, 장점은 바로 희소성이 강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만 만나면 확 하니 뜰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후자가 이뤄진다면 그녀는 민후가 지원한 금액보다 더욱 많은 돈을 소속사에 가져다줄 것이었다.

그녀가 나서고 밖에서 그녀의 통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에게 ‘엄마, 나 강민후 소속사 들어갔어.’라는 울음 섞인 소리가 들린다.

민후는 등을 소파에 기대었다.

꼭 성공시키겠다.

자신의 소속사, 청운을 국내 최고의 소속사로 만들고 말 예정이다.

본격적인 오디션 공고가 나가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오디션은 비밀리에 진행이 되는 편이며 관계자들에게서 추천서를 받기도 하며 각 학원에서 지원하기도 하는 편이다.

더불어 각 지방에서 수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올라오기도 할 것이다.

이번 오디션 공고에 지원을 한 인원은 전국적으로 총 1,327명이었다.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이 숫자의 인원 중에서 사원들이 서류를 확인하고 걸러내었다. 총 400여 명의 지원자가 나왔다. 400명의 지원자는 총 1주일에 걸쳐서 소속사 내에서 오디션을 보게 될 예정이었다.

오디션 첫날. 소속사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사원들은 오디션을 보러 온 이들에게 번호표를 붙여주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강민후의 소속사, 청운. 이미 소문은 날 대로 났다. 실력 있는 신인들을 뽑는다. 또한, 실력 있는 신인들에게 그 어떠한 곳보다도 후한 조건을 주겠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이다.

실상 배우는 입문자는 떠오르기 힘든 직종이다. 그러할 때 강민후의 소속사에 들어간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배고픔을 없앨 수도 있었다. 또한, 지방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다.

그들에게 청운은 정말 푸른 꿈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냉정할 것이다. 그만큼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검토하여서 신인 배우들을 뽑아갈 것이다.

이번에 뽑아갈 인원은 다섯 사람 정도였다. 그러나 이중 뛰어난 실력자들이 나온다면 더 많을 것이고, 기대 이하라면 적을 것이다.

오디션이 시작되고 3시간이 지났다.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민후와 정수 지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디션이라는 것이 반복해서 다른 이들의 연기를 검토하는 것이었는데, 실상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결국 다 똑같은 패턴이었다. 연기력이 아무리 괜찮아도 모두가 같은 패턴이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확실히 연기 배우기 학원이 잘 가르쳤던 것 같아요.”

“왜?”

“그곳은 독창적으로 나서라고 항시 언급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학원들은 ‘오디션 연기 비법!’ 이런 식으로 알려주는데, 결국은 다 똑같은 오디션 비법이라 달라질 건 없는 거죠.”

민후는 그녀의 말에 픽 웃었다. 그녀도 민후와 같은 생각을 느낀 것 같았다. 요즘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이 전국적으로 통일을 시켜놓은 것인지 죄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눈물 흘리고 울고 ‘너 없음 안 되는데!’ 소리치고. 병에 걸린 듯 갑자기 픽하니 쓰러지고. 그런 식으로 배우 계에서 성공할 수는 없었다.

자신들만의 독창성이 있어야 오디션에서는 유리했다.

10분 정도 쉬고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사원에게 ‘다음 참가자’라고 말했다. 그가 문밖으로 나서고 곧이어 무척 앳된 여학생이 들어왔다. 긴 생머리에 똘망한 눈, 오뚝하지는 않지만 귀여운 콧대, 통통하게 오른 볼 살. 그러나 마른 몸매였고 가슴이 커지고, 엉덩이가 넓어지는 한창 2차 성장기에 들었을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그녀를 보면서 민후와 지혜, 정수는 헛웃음 지었다.

그녀는 교복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상태로 들어온다.

둘 중 하나다.

오디션에 대한 개념이 너무 없는 아이라서 평소 학교에서 다니는 복장 그대로 온, 요즘 흔히 말하는 잘 노는 아이 중 하나이거나, 다르게는 일부러 노린 것이다.

민후와 심사위원들은 낮게 신음을 흘리며 이력서를 확인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었으며 이름은 양수민이었다. 특이사항은 딱히 없고 있다면 모든 성적이 우수라는 것이다.

민후는 성적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성적이 ‘우수’인 여자아이가 과연 학교에서 저렇게 하고 다닐까? 민후의 생각은 아니다. 그녀가 머리가 비상하지 않은 이상, 공부밖에 모르는 아이일 것이다. 더불어 예리하게 살펴보니 그녀의 콧대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안경 자국이었다.

민후는 확실해졌다. 아이는 후자였다. 노린 것이다.

흥미롭다. 그녀는 평소 자신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들어온 것이다.

민후는 깍지를 끼면서 빙긋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성적이 무척 좋아요. 그리고 평소와 정반대되는 모습을 하고 오셨네요?”

“아…… 어떻게 아셨어요.”

“척 보면 알죠.”

그녀는 다소 놀란 모습이다. 자신과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들어왔다. 어쩌면 과감한 도박이기도 할 것이고, 다르게는 강해 보이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생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모습 자체가 심사위원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시선을 만들어주기는 했다는 것이다.

“음, 준비해 오신 이미지대로 연기를 보도록 할게요. 어디 보자…….”

민후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했다. 저 나이 또래에 가장 어울릴 연기가 무엇이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빙긋 웃었다.

“영화 써니텐 알죠?”

“네.”

써니텐. 민정이 출연했던 800만 관객을 맞이했던 흥행 작품. 그 영화를 보면서 민후가 가장 연기가 좋다고 느낀 사람이 있었다. 그건 하춘자 역할의 민정도 아니었고 나미를 연기했던 이도 아니었다.

성미 역할을 맡았던 나미를 위협하는 날라리 여고생이었다. 그녀의 연기는 무척 좋았다고 민후는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장면을 이 앞의 아이가 해주었으면 한다.

“써니텐에서 성미라는 여자아이가 나와요. 그 여자아이는 써니텐이라는 아이들 모임과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죠. 불량 학생이에요. 매점에서 주인공 나미에게 빵을 먹는 장면이 있어요. 아시나요?”

“예, 알아요.”

모든 이들에게 인상 깊었던 장면일 것이다. 대사 정도는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 장면만큼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대사는 상관없어요. 본인 스스로가 원하시는 대사를 하시고, 그 모습을 저희한테 보여주시면 됩니다.”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사위원들의 시선은 오로지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미의 앞으로 그녀가 등장하고 접착제에 취한 그녀의 모습.

그녀는 실상 접착제를 흡입하였을 때 어떠한 느낌인지 전혀 모른다. 더불어 술도 마셔본 적이 없는 여학생이었다. 그러나 TV로라도 그 모습은 보았었던 적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춥다고 진심으로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보통 마약을 하게 되면 몸의 힘이 쇠약해지면서 추워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었다.

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는 히죽히죽 웃는다. 그러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아, 아아, 안녕. 나미.”

그녀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녀의 앞에는 나미가 있다고 가정한다.

“나, 나, 나…… 너, 너, 너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흐음.”

민후와 심사위원들은 진중하게 그녀의 연기를 살피고 있었다. 실상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부족하다는 것은 즉 시선 처리였으며 더불어서 카메라의 각도를 잡아내지 못하는 몸의 움직임이었다.

그녀가 학원에서 배운 적이 없음은 단숨에 간파해낸 민후였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력은 괜찮았다.

“나, 나, 나…… 나도 끼워줘, 너희 멤버에.”

그녀는 나미에게 말한다. 그러나 나미는 그녀가 무섭다. 지금 그녀의 표정이 싫었고 풍기는 접착제 냄새가 싫었다.

‘너…… 본드 했어?’라고 묻는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다. 그녀는 히히히 웃으며 나미가 쥐고 있던 빵을 빼앗아 허겁지겁 먹는다.

그러면서 책상 위에 놓인 음료수병을 집어들어 그녀에게 내민다.

“빵만 먹으면 목마르잖아. 어서 마셔. 내가 사는 거야.”

‘시, 싫어…….’

그녀에 대한 두려움은 거부로 나타난다. 정작 자신은 그녀와 친해지고 싶기 위해 하려는 행동이나 그녀는 그것을 싫다고 한다. 억지로라도 마시게 하려고 강요한다.

“거기까지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 볼 필요는 없었다. 충분히 볼 부분은 전부 보았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작게 웃음 짓고 있었다. 정수나 혹은 지혜도 그녀가 학원에 다녔던 적은 없다는 것을 눈치챈 상황이었다.

“연기는 어떻게 배우셨어요?”

“그냥…… TV 나오는 거 보면서 따라 했어요. 집이 엄해서 연기 학원 다니는 건 꿈에도 못 꿔요.”

“그렇군요.”

심사위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 보인다. 성적이 좋은 여자아이. 부모님은 꽤 엄격하시고 사회적으로 지휘가 꽤 있으신 분들이실 것이다. 또한 그 대업을 물려받기 위해 그녀는 공부에 필사적일 것이다. 그러나 배우라는 꿈 때문에 TV를 보고 숱한 날을 연습했을 것이다.

그녀는 무척 부족했다. 연기력은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모든 부분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녀는 가꾸어지지 않은 보석이다. 더불어 이제 겨우 그녀의 나이 열일곱 살이다.

그녀에게 시간은 아직 넘치고 흘렀다. 강민후의 소속사에 소속되어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훌륭한 배우가 될 것이라는 게 민후의 확실시한 판단이었다.

“아직 부족한 건 되게 많아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수민 씨는 아직 나이도 부족해요. 아니, 나이는 부족하다는 말보다는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범위는 누구보다 커요. 만약 잘 다듬는다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 정말요……?”

“자신과 정반대되는 캐릭터. 그것을 연기하기 위해 그 복장을 입고 그 배역을 연기해내면서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무사히 해냈다는 것 자체가 그 나이에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만 가보셔도 좋아요.”

“네…….”

민후는 그녀를 극찬했지만 ‘다음에 또 봐요.’ 식의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녀가 너무 들뜨는 것도 좋지만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80%. 그의 머릿속으로 그녀를 소속원으로 들이자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트레이닝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다듬을 만한 보석이기에 충분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인 듯싶었다. 그들은 그녀가 나서는 자리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생각보다도 민후가 기대했던 만큼의 인재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은미희, 양수민, 함찬성, 김원호.

이 네 사람이 청운의 소속사의 소속원이 된 상황이었다. 은미희도 대학생이었고, 함찬성이나 김원호, 양수민 전부가 현재 학생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단지 애를 먹은 것이 있다면 양수민을 소속사에 캐스팅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한 대학병원의 의사로서 근무하고 계셨으며 어머니는 그 병원의 수간호사셨다.

두 분 모두 엄격한 성격이셨고 더불어서 두 사람이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까 아이에게 소홀해지지 않게 더욱 엄격하게 교육하신 것 같았다.

실상 양수민의 부모님들은 배우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겁을 하시면서 손사레를 치셨다고 한다. 수민이 ‘저…… 너무 하고 싶은데…….’라는 말까지 하였다.

그 때문에 민후가 직접 병원으로 찾아갔다. 그는 걱정하는 부분 없이 아이가 옳은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얼마 전에 있었던 ‘성 접대’ 사건에 관련하여서도 입을 여셨다. 민후는 자신을 언급했다. 자신 스스로가 그 성 접대와 맞서 싸운 사람이다.

절대 소속사 내에서 그런 일은 추호도 존재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러나 쉽사리 부모님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민후가 일주일을 계속 끈질기게 찾아뵙고서야 아버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렇게 양수민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치아교정, 코 높이기, 앞트임, 뒷트임, 다이어트, 연기 트레이닝 등 그들에게 지원되는 다양한 것들. 또한 대학생인 은미희 함찬성은 숙소에 머물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강민후는 그러라며 오피스텔을 대여해 주었다. 너무 그들에게 잘해주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만약 그들의 행동이 옳지 못하거나 의지가 빈약하다 싶을 때라면 강민후는 거침없이 잘라내게 될 것이었다.

월 들어가는 돈이 사원들이나 매니저들, 코디, 배우들 관리하는 데에 총 1억 원 조금 웃돌게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2년. 2년 내지로 신인 배우들을 하나둘 출격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민후의 자금은 생각보다 넉넉했다. 학원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더불어 이제까지 모아놓은 돈. 매년 수억 원을 기부해도 항상 그에게는 더욱 많은 수익이 창출되고는 하였기 때문에 5년도 거뜬히 버틸 수 있었다.

민후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어린 친구들을 신인 배우로서 키우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아이들은 한창 놀고 싶을 때였다. 소속사의 강압은 그들을 지치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대게 학생인지라 모두가 4-6시 정도가 되어서야 연기학원에 첫 들르고 그다음으로는 운동을 하러 간다. 또한, 민후는 요구사항으로 ‘영어’ 또한 언급했다.

하루에 한 시간 만이라도 공부해라,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후는 봐준다고 한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강압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어쩌면 강민후 스스로가 무척 고지식한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아이들을 배려한다고 하여도 그게 잘 안 되었다.

결국, 오늘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작당한 것인지 소속사로 전부 오지 않았다. 아마 모두가 입을 모아서 오늘 하루 찢어지게 놀고 혼나는 건 내일로 해보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녀석들 버르장머리를 고쳐야지.”

“한창 놀고 싶을 때긴 하니까요.”

정수는 황당하단 웃음이었다. 자신 때만 하더라도 신인 배우를 안고 있는 소속사는 신인 배우들에게 왕이었다. 그러나 요즘 애들은 소속사의 지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표정이다.

민후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었다. 아이들이 놀고 싶고, 어쩌면 자신의 압박이 너무 힘들었겠지.

“대표님, 그 녀석들 노래방에 있다는데요?”

그래도 소속사 배우들이 오지 않아 사원들이나 매니저들이 가까운 노래방 PC방, 오락실 등에 전화를 해보았다. 아무래도 사원들이나 매니저들도 놀 때는 이 주위를 이용하기 때문에 친분이 있어 여자 둘 남자 둘, 이라고 말하며 찾기는 어렵지 않았나 보다.

“다녀올까요.”

“아냐, 내가 직접 갈게.”

“나도.”

정수는 따라나섰다. 민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함께 인근의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노래방 주인에게 묻고 방으로 이동했다. 7번 방이었다.

일단은 맞는지 확인하자는 생각에 문 사이로 눈을 두어 확인했다. 미희, 찬성, 원호, 수민. 네 사람이 맞았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져! 넌! 변했지!”

“우호오오.”

민후도 아무리 그래도 한 소리 크게 하자고 생각하고 마음을 먹고 왔다. 그런데 막상 노래방 문을 열자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이들은 정말 모든 것을 털어버리려는 듯 미친 듯이 노래방 내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동안 쌓였던 것이 폭발했나 보다.

마이크를 잡고 있던 찬성이 가장 먼저 민후를 발견하고는 놀랐다. 허겁지겁 서둘러 노래를 정지시켰다. 다른 이들도 민후를 발견하고는 놀라며 당혹한 기색이 되었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풀이 죽었다.

강민후는 분명 현재 엄격한 대표였다. 함태웅, 어찌 보면 그보다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강민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오늘이 아니면 언제 놀 수 있을까?

배우로 정식 데뷔하면, 과연 아이들에게 이러한 자리가 올까 하는 생각이 선다. 자신에게는 노는 것이 노력하는 것이고, PC방 가는 것의 재미가 배움의 길에 존재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노는 것은 자기 생각과 달랐다.

정수는 먼저 나서지 않았다. 민후가 뭐라고 하면 거들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푹 고개를 숙였다. 그들에게 강민후라는 대표는 자상한 사람이지만 소속사를 이끄는 사람으로서는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민후는 천천히 찬성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마이크를 거칠게 빼앗았다.

마이크를 빼앗은 그는 한숨을 크게 쉬며 아이들을 둘러본다. 아이들은 할 말이 없는 것인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들도 강민후가 엄격하나 얼마나 멋지고 좋은 사람인 줄 안다.

실상 강민후의 지원은 다른 소속사보다 월등히 컸다. 숙소로 대여해 준 곳만 해도 상당한 금액의 오피스텔이었다. 아직 성공하지도 못했으나 강민후가 자신들을 믿어주고 그만큼 후원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배고픈 연습생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강민후의 소속 아이들에게는 그런 말은 없었다. 항시 아이들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강민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둘러보던 민후는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시작’ 버튼을 눌렀다.

뚠뚠뚠뚠.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엔 넌! 변했지!”

민후는 갑자기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리듬에 맞춰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알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했다.

“야, 뭐야!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엔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어!”

“진심이 없어!”

“어!”

“오늘만은 삐딱하게!”

강민후의 말을 듣고서야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슬슬 흥을 타기 시작하더니 민후가 찬성과 어깨동무를 하고는 번쩍번쩍 뛰었다.

“오늘만은 미쳐 볼래!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어!”

아이들이 함께 번쩍번쩍 뛰며 다함께 놀기 시작했다. 문 앞쪽에 서서 지켜보는 정수는 픽 하고 웃는다. ‘너란 놈이란.’ 하는 생각이 선다.

그러나 강민후가 보이는 행동이 대표로서 어울리지 못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멋진 놈이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민후의 모습은 정말 멋져 보였다.

18개월이 지났다. 드디어 첫 성과를 내보일 때가 왔다. 이제 배우로서 데뷔해도 부족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설 만한 아이가 나왔다. 그 아이는 은미희였다.

연기 배우기 학원에서도 상당한 두각을 보였었던 그녀는 계속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세를 이뤄내기 시작하였다. 더불어서 이제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가 된 미희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민후는 직접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하여 시나리오들을 받아보기 시작했다. 배우 강민후가 시나리오를 요구하자 수많은 사람이 순순히 시나리오를 보내주었다.

민후는 그중 가장 미희에게 적합하다 싶은 작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바로 ‘과속스캔’이라는 영화였다. 실상, 이 영화가 흥행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시나리오를 흩어보면 왕년에 잘나갔던 가수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딸아이가 자신의 손자라고 하는 아이를 데려와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였는데, 가수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딸은 노래의 천재였고, 이제 유치원생 손자는 피아노의 신동이라는 설정이었다.

실상, 우리나라에서 음악적 소재를 사용한 가족 드라마 영화가 성공한 이례는 없었다. 그러나 부분부분 시나리오에 녹아들어 있는 코믹스러운 부분은 강민후가 흡족하기에 충분했다.

하물며 신인 배우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작품이었다. 민후는 이 작품을 미희에게 권유했다. 실상 추천은 민후가 하는 것이나 모든 것을 행해는 것은 은미희였다.

자신은 시나리오를 받고 검토하며 감독에게 소개해주는 것이 한계였다. 단, 3개월 동안 강민후는 은미희에게 통기타 강사를 붙여서 연습을 시켰다.

또한, 감독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금옥 같은 이야기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미희가 오디션을 본 후 3주가 지났을 때였다.

대표실의 전화가 울렸다. 상대방은 임형철 감독이었다. ‘써니텐’의 감독이자 현재 과속스캔을 준비 중인 그였다. 민후는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것에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그리고 역시나였다.

감독은 은미희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도 도박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인 배우이나 강민후가 키운 만큼 그녀의 연기는 좋았고, 또한 실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무척이나 컸다.

그 때문에 써니텐을 흥행시켰던 이름 높은 임 감독이 이렇듯 그녀를 캐스팅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미희 좀 불러줘.”

민후는 인터폰을 눌러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습실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하고 있던 그녀가 왔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민후는 앉을 것을 권유했다. 앞에 앉은 그녀에게 민후는 빙긋 웃었다.

“축하해.”

“네?”

다짜고짜 축하한다는 말에 그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영화 과속스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걸.”

“저, 정말이요?”

“방금 임 감독님한테 전화 왔어. 너랑 꼭 작품 같이하고 싶다더라. 이따 나랑 같이 나가자. 계약서 작성하러.”

“네, 네.”

그녀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것이다. 첫 작품을 주연으로 맡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 감독이 임형철이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박은 칠 수 있을 테고, 당당한 스크린 데뷔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게 될 것이다.

한참이나 우는 그녀를 보면서 민후는 빙긋 웃었다. 소속사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청운은 기필코 국내를 장악할 만큼 크기가 커질 것이다. 그렇게 강민후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은미희가 캐스팅된 영화 자체는 가족 드라마, 코믹 장르였다. 액션이나 혹은 특별한 것을 배울 필요는 없었다.

임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무척이나 좋아하며 아끼는 반응이었다. 그는 잔잔하고 웃음 짓게 만드는 시나리오 자체를 좋아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영화가 흥행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미희에게 필요한 것은 크게 존재하지 않았다. 노래의 경우도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삽입하여 그녀가 부른 것처럼 립싱크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상대 남자 배우는 가수로서 앨범을 낸 적이 있던 배우였다. 그 때문에 남자 배우의 경우도 큰 준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주어진 준비기간은 고작 한 달이었다.

그 후 곧바로 미희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는데, 그녀는 생각보다 촬영에 잘 따라가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개봉 후 강민후와 미희, 소속사의 이들은 쾌재를 불렀다.

개봉 3개월 만에 관객 수 750만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가족 드라마, 코믹이라는 장르는 상당히 저조한 촬영 금액으로 시작된다.

더불어 임 감독도 300만 관객 수만 넘겨도 미희는 성공적인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고 민후도 그리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750만이라는 관객. 올해 최고의 관객 수를 자랑하고 있는 중이었다. 계속해서 관객의 숫자는 늘어 800만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서 무명의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가 단숨에 작품에서 800만 관객을 기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없는 일이었다.

즉 그녀는 초대박을 일구어낸 것이며 강민후가 그녀에게 투자한 금액의 수십 배의 이익을 올린 것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영화 한 번 촬영으로 계속해서 촬영 제의가 소속사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때문에 조용하기만 했던 소속사가 전화벨 소리로 시끄러워지고 있었으며 이에 수많은 소속사와 방송 관계자들이 소속사 ‘청운’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첫 배우를 배출하자마자 대박을 따냈다. 물론 운이 좋아서기도 하겠지만 강민후라는 배우가 뒷받침했기 때문도 있음을 그들도 알았다.

소속사들은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민후가 빠르게 그들을 치고 올라갈 것이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방송 관계자들이나 감독들로부터의 전화도 끊이질 않고 있었다. ‘숨겨둔 배우가 있다면 소개 좀 해줘라.’, ‘좋은 배우 있다면 오디션 권유 좀 해달라.’라는 말들이었다.

은미희의 성공적인 출발로 청운은 국내의 상당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더불어 사람들의 반응에 힘입어 민후는 그다음 타자를 찾았다.

양수민이었다. 아직도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수수한 여자아이. 그러나 꾸미면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자아이. 수민을 내보기로 결정하였다. 역시 이번에도 민후는 수민과 어울릴 배역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리고 한 작품을 찾아냈다. 그것을 보자마자 민후는 ‘이거다!’라고 대표실에서 소리 쳤을 정도였다.

‘건축학.’

이라는 영화였다. 건축학과의 남성이 음대생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 러브스토리였다. 첫사랑을 소재로 다룬 영화였으며 현재 캐스팅된 배우 중 젊은 남성 배우는 갓 데뷔한 신인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과거와 현대를 번갈아 보여주고는 했는데, 현대의 남성과 여성이 국내에서 상당한 힘을 행사하는 배우 두 사람이었다.

첫사랑. 수수하고 아름다운 아이 양수민.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당차게 오디션에 합격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관객 수 470만 돌파! 실상 미희에 비해서는 작은 관객 수였으나 흥행에 분명히 성공한 수치였다.

양수민이 떠오르기에 충분한 관객 수였다. 소속사 청운은 배우들을 두 사람 내놓자마자 곧바로 국내에서 시선을 집중할 만한 여배우 두 사람을 내놓게 된 것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에 이어 함찬성이 첫 작품 ‘드림’이라는 드라마를 시작했다. 음악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였는데, 그곳에서 시골뜨기이나 천재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삼동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시청률 15% 이상을 따내는 쾌거를 이륙했다. 실상 은미희나 양수민에 비해서는 작은 인기였으나 함찬성의 경우는 드림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바로 출연 제의가 들어온 드라마 ‘세자를 품은 세자빈’에서 시청률 40%를 돌파하는 수치를 일구어냈다.

더불어 현재는 김원호가 ‘공부의 황제’라는 문제아들이 명문대가기 프로젝트를 펼치는 드라마에 캐스팅되어 촬영 중에 있었고 1회 18%의 시청률을 맞이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청운 소속사가 미쳤다’고 말이다. 그 정도로 지금 강민후가 배출해낸 신인들은 신인으로서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었다.

-청운 소속사. 또 한 번 엄청난 신인 배우 신화 쓰나?…… (중계일보 유가희 기자)

강민후가 대표로 설립된 청운 소속사는 설립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강민후는 소속사를 설립하면서 ‘신인 배우들을 키우기 위한 소속사를 설립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수많은 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었다.

보증 되지 않은 신인 배우를 소속사에서 계약하고 후원하는 것은 소속사의 도박이었다. 만약, 신인 배우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소속사는 그대로 적자를 보게 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속사 청운이 설립된 지 2년하고도 반. 그 기간 동안 국내를 뒤흔들 배우가 세 사람이나 배출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민 여동생으로 현재 불리고 있는 은미희였다. 과속스캔에서 800백만 관객을 돌파한 그녀는 현재는 늑대인간이라는 영화에서 개봉 한 달 만에 300만을 관객을 넘어서는 역변을 토해내고 있다. 또한, 양수민은 수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첫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건축학에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데뷔를 시작해, 현재는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진행 중에 있었으며 청운 소속사의 함찬성 역시도 처음 드림으로 이목을 끌기 시작하더니 ‘세자를 품은 세자빈’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률 40% 이상의 기록을 내세우며 현재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 중 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한편, 이에 관련하여 얼마 전에는 소속사에서 내놓은 새로운 신인 배우인 김원호가 ‘공부의 황제’로 데뷔하여 잘생긴 얼굴과 거친 반항아적인 이미지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어, 많은 이들로부터 기대를 사고 있는 중이다. 이 비결에 관련하여서 청운 소속사 대표 강민후는……(생략).

강민후가 작년에 벌어들인 수익이 15억 원 가까이 되었다. 자신의 순수익이었으며 소속사의 매출로 따지자면 어마어마한 금액을 벌어들였다. 또한 이번 연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배우들이 흥하는 만큼 직원들의 숫자도 늘리기 시작하였다. 매니저 다섯 코디 다섯에서 다섯씩 추가로 고용하였으며 사원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또한 그만큼 신인 배우들을 더욱더 계약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총 소속된 배우는 아홉 명이 되었다. 계속해서 소속사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토록 빠르게 성장하는 소속사는 아마도 ‘청운’ 소속사가 국내에서는 처음일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또 훌쩍 흐른 만큼 민후의 나이가 이제 마흔이 되었다. 보통의 배우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마흔 살이라고 할지라도 외모를 가꾸어 20대 30대같이 보인다고들 한다.

그러나 민후는 아니었다.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관리를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외적인 외모는 더 이상 관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운동은 필수 요소였다. 그러나 피부과를 다니고 보톡스를 맞고, 필러를 맞으며 축 쳐진 부분은 경락마사지로 펴고. 민후는 이러한 것들은 원치 않았다.

마흔 살은 마흔 살 같아야 한다는 것이 강민후의 생각이었다. 그의 얼굴로 주름살이 늘기 시작했으며 준수한 신사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더불어서 결정적으로 마흔 살은 마흔 살 같은 배역을 맡아야 한다는 게 강민후의 결정적인 생각이기도 하였다. 만약 송석우, 손남원, 임경우라는 배우 세 사람이 30대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면 과연 그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외모를 가꾸지 못해서 가꾸지 아니했을까? 본다면 40대이나 20대나 30대의 외모를 가지고,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배역을 맡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수면 밑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20대 같은 외모의 어떤 배우’라고 떠들어 댄다고 할지언정, 그것은 카메라나 혹은 시청자들의 ‘부러움과 동경’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고, 진짜 배우들은 실제로 나이를 먹어가며 나이에 걸맞은 배역을 찾아낸다.

그 때문에 송석우, 임경우, 손남원이 계속해서 좋은 연기력으로 사람들에게 찾아갈 수 있다고 민후는 생각했다.

이제 슬슬 소속사가 안정을 찾았기에 민후도 다시 촬영 활동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하물며 이젠 소속사에 ‘이사’ 직을 맡게 된 이도 있었다.

무척 유능한 인물이었다. 다른 소속사와의 불화로 청운에 들어온 이였는데, 민후의 빈자리는 그가 충분히 채워줄 수 있으리라.

“대표님께서 이 좋은 자리에서 한 말씀해 주시죠!”

“옳소!”

“맞아요!”

짝짝짝짝!

신인 배우들이든,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들이든 한 달에 한 번씩은 직접 민후가 자리를 마련하여 식사를 하는 자리가 존재했다. 청운 소속사만의 전통이었고, 3년 내내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라 토를 다는 이는 없었다.

연탄구이 집에서 열 명의 인원이 자리를 차지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찬성의 말에 다른 이들도 동조했다.

민후는 머쓱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잔을 들고 있었고 다른 이들도 ‘건배’ 준비를 위해 잔을 들었다.

“저 청운의 대표, 강민후는 한 가지 장담하도록 하겠습니다. 5년 안으로 청운 소속사를 국내 최고의 소속사 중 한 곳으로 키울 것을 말입니다. 저를 믿고 따라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한, 앞으로의 발전에 함께 기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하여!”

“위하여!”

현재 청운 소속사는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소속사였으나, 국내 최고라는 말은 아직 무색했다. 신생 소속사 중에서는 최고였으나 아직 굳건히 버티고 있는 소속사들이 많았다.

그는 5년 내지로 청운 소속사가 최고의 소속사가 될 것을 약속한다. 현재 소속사 내부에 변한 것은 직원이 늘고, 매니저나 배우들이 는 것이다.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 할 것이며 그들을 키워서 내보낼 것이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은 정말이지 무색하게도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버렸다. 강민후의 나이, 마흔다섯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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