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최종무기 활
아이를 출산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민후는 뚜렷한 스케줄을 잡은 것이 없었다. 현재까지는 산후조리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으며 윤하도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곧이어 다음 작품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에 제의 들어온 작품 중 유독 눈에 띄는 작품도 있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일한 피붙이인 누이를 구하기 위해 활을 든다. 라는 식의 스토리 라인이 형성되는 영화 ‘최종무기 활’.
사극은 아직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 중 뚜렷한 작품이 없었기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민후였다.
윤하는 출산한 후 살이 크게 빠지지는 않았다. 본래 임신 전만 해도 그녀는 164㎝ 키에 47㎏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55㎏ 정도 나가는 거로 안다.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는 나았다. 어떠한 이들은 10㎏이 넘게 훌쩍 찐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는 현재 민주를 안고 있었고, 민후도 그 옆에 앉아 TV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프로는 슈퍼스타 A라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였다. 한 달 전에 시작한 이 프로는 현재 시즌5까지 나온 상황이었고, 얼마 전에 혜인이가 1차 예선을 통과하고 2차 예선에 올랐었다.
실상, 며칠 전에 민후의 가족들이 전부 모였다. 이유는 슈퍼스타 A 촬영팀이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혜인이가 2차 예선에서 상당히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것이고, 더불어서 아무래도 강민후의 여동생이라는 호칭이 있었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인터뷰는 당연하였다.
민후나 가족들은 그녀를 밀어주자는 생각에 흔쾌히 응했다. 어머니는 ‘가수하고 배우하고 우리 집안에서 두 사람이 나왔네? 민주도 연예인 시켜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민후와 윤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딸아이 민주는 연예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연예인, 분명 좋은 직업이었다. 그러나 실상 스스로가 힘들어지는 직업이다. 연애도 제대로 못 하고 길거리를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사진 한 장 찍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하며 언행조차도 삼가야 하는 것이 연예인이었다.
딸아이 민주만큼은 자유롭게 자라게 하고 싶었다. 물론 이번 혜인이의 일처럼 민주가 스스로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저거 혜인이 아니야?”
“응? 맞네.”
TV에 ‘이 녀석이 언제 나오나?’ 하고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자이크 처리된 교복을 입은 여성이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었다.
-가족분 중에 배우분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네! 저희 오빠는 배우 XXX입니다.
……라고 모자이크 처리와 더불어서 강민후의 이름이 들리지 않게 나왔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는 했지만 민후는 단숨에 알아봤다. 일단 교복이 혜인이네 학교 교복이었고 체형도 같았다.
-어머니가 국내의 유명 커피숍의 CEO라는 고등학생 소녀 오빠는 배우 XXX라고 합니다.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내레이션이 나오고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광고가 나왔다. 민후와 윤하가 ‘아!’ 하고는 작은 탄성을 내뱉는다.
어째서 프로그램을 항시 잠시 쉬고 가는지 알겠다. 사람 참 긴장하게 만든다. 더불어서 혜인이와 무관한 사람들도 어떤 배우의 동생인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을 것이다.
광고가 지나가고 이내 다시 화면이 슈퍼스타 A로 전환되었다. 조금 전 보았던 영상이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단, 모자이크를 없앤 화면이었다.
-네! 저희 오빠는 배우 강민후입니다!
또다시 순식간에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인터뷰 영상이었다.
-아마 많은 분이 ‘강민후 동생!? 진짜?’ 이럴 걸 알아요. 저희 오빠는 그만큼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전 이번 출연에서 그런 반응보다는 ‘강민후 동생? 노래 진짜 잘한다!’라는 평가를 더 얻고 싶어요. 오빠도 저 자신의 힘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지켜봐 줘요. ㅤ딱!
“저, 저놈의 딱은. 방송에서 호들갑을 떨어요, 쟤가.”
민후는 카메라에 손을 이용해 총을 쏘는 듯한 시늉을 하면서 혀를 튕기는 그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다시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고 그녀가 오디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들어오자 이력서를 훑어보던 심사위원들이 놀란 표정이 되는 모습이 들어온다. 더불어서 이윤철이라는 심사위원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살짝 눈 밑으로 내려 그녀를 정확히 확인한다.
-오빠가 배우 강민후 씨 맞아요?
-예, 맞아요.
-여기 이력서 보니까 어머니는 XX 커피숍 대표님이시네요?
-네.
-여기 커피숍, 예전에 본점에 내가 한 번 간 적 있거든? 소속사 사람들하고. 근데 서비스가 장난이 아니야. 또 대표님이 직접 서빙을 하시더라고. 그래서 ‘아 날 또 알아보고 이렇게 친절히 해주시는구나.’ 했는데 날 전혀 모르시더라고. 이 커피숍 가게 전부가 이렇대. 성공할 수밖에 없지.
-저도 이 커피숍 되게 자주 가요. 카페라테 진짜 맛있던데.
커피숍 이야기가 나오자 윤철은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가보았던 평을 내놓았다 모든 심사위원이 가본 적이 있었는데 전부 만족할만한 서비스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갈수록 혜인이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심사위원들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헛기침을 하고는 혜인을 바라보았다.
-부모님 이야기나 강민후 씨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껄끄러우신가 봐요.
독설의 대명사인 윤철은 망설임 없이 물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앞에 공손히 모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녀는 잠시 주저하다 말한다.
-전 제힘으로 성공하고 싶어요……. 다른 배경이 아닌, 저 자신의 힘으로요.
괜스레 그녀의 그러한 말을 듣자 민후는 씁쓸해졌다. 방송에서도 혜인이가 민후의 동생이고, 더불어 어머니가 현재는 전국 최고의 커피숍 대표이신 재력가이시자 그쪽으로 치우쳐 시청률을 끌려고 하는 경향이 보였다.
-어- 알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일단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요. 그럼 노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윤철은 싱긋 웃었다. 아직 열여덟 소녀가 생각은 바르다고 느끼고 있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그녀에게 집중했다.
“사랑했던 만큼
원망해도 될까요.
그대는 나를 버린 나쁜 사람인걸.
사랑했던 만큼
더욱 가슴 치며 울고 있어요.
그대는 나를 두고 떠난 사람이라는 걸.
그래도 난 그대가 너무 그리워
보고 싶어서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왜 이제야 내가 싫어졌다 말 하나요.
그대 곁에선 난 너무 행복했었는데.
고마워요, 이 행복 내가 간직할 수 있게 해준
단 한 사람,
모질고 나쁜 당신이라는 사람이란 걸.”
노래가 시작되고 심사위원들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혜인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김민경이라는 여성 보컬은 계속해서 웃으면서 놀란 듯 노래를 경청했고 이윤철은 선글라스를 더욱더 내려 그녀를 확인했다.
한종신이라는 가수 겸 작곡가는 눈을 감고 양 팔짱을 낀 채 빙긋 웃으며 그녀의 노래를 경청했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오디션장을 가득 메웠다.
노래를 끝낸 혜인이는 호흡을 가라앉히고 심사위원들을 바라보았다.
-음성에 큰 매력이 있어요. 소녀답지 않은 호소력이 짙어요. 보면 끝 음을 올리는 힘이 무척 좋거든요, 반대로는 처음에 올리기 전에 들어서면서 어색한 부분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 부분을 다듬으면 전 충분히 멋진 가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오늘 합격 드릴게요.
김민경은 빙긋 웃었다. 혜인은 얼굴이 밝아지며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야, 왜 자신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한지 알겠네. 얼굴도 지금 보면 딱히 손댈 구석이 없고, 이 방송만 나가도 소속사에서 줄을 서겠어. 김민경 씨 말처럼 제대로 다듬으면 좋은 노래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오늘 합격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신데 감정을 어떻게 잡아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슬퍼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울어야 하는지 전부 알고 있어요. 말 그대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거죠. 한번 같이 음반 작업을 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실상 시즌5에서 이제까지 2차 보았던 이들 중에서는 가장 좋은 실력을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오늘 합격 드릴게요.
만장일치였다. 민후도 그것을 보자마자 팔을 휘두르면서 ‘예쓰!’라고 외쳤다.
-본인 스스로가 성공하겠다는 의지, 그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말했듯이 얼굴도 예쁘시고 전 충분히 혼자 성공하실 수 있다고 봐요. 실상 부모님이 재력가이네, 오빠가 유명 배우이네, 스스로한테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스스로가 어떠한 사람이 되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 의지와 열정 잃지 않고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예, 감사합니다.
-참, 그리고 제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이윤철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종신과 민경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작가가 배우 강민후 씨한테 제의를 한 30번 했다는데 모두 거절당했다네요. 얼마 전에 득녀하셨죠? 참, 배우 강민후 씨 득녀 하신 거 축하드리고요, 그 기념으로 언제 한 번 XXX 라디오 출연 부탁드립니다.
이윤철은 장난스럽게 카메라를 보면서 말했다. 민후는 헛웃음 지었다. 확실히 자신에게 이윤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수많은 출연 제의가 들어왔지만, 라디오 출연 자체를 안 하는 그였기 때문에 수없이 거절했었다.
이렇게 그 일에 대한 공격을 당할 줄이야. 물론 이윤철에게는 순전히 장난이 엿보이고 있었다.
-꺄아아악! 엄마, 나 합격했어!
-우리 딸!
그녀가 밖으로 나서고 합격 증정 티셔츠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장면이 들어왔다. 민후는 아쉽게도 저 자리에 가지 못했다. 저 자리에 갔다가 수많은 인파에게 묻힐 수도 있었고, 저 자리는 자신의 자리가 아닌 2차 예선자들 자리였기에 일부러 가지 않은 것이다.
-딸, 왜 울어.
-나 노래 잘한대, 엄마
영상 속에서는 뛸 듯이 기뻐하던 혜인이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저 때 함께 있어 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하기만 한 민후였다.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TV에 나오는 어느덧 훌쩍 커버린 동생 혜인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혜인이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날 슈퍼스타 A가 방영이 되고 수많은 이들이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보았으며 더불어서 강민후와 가족 전부가 모여서 식사를 하던 장면도 방송에 나갔기에 강민후가 오빠라는 사실은 확실시하게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혜인이가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서 대단한 노래 실력이었다.
오빠가 배우 강민후이고, 부모님이 엄청난 재력가라는 사실은 부수적일 것일 뿐이었다.
그녀가 만약 최후의 10인에 뽑히게 되어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고 더불어서 외모를 가꾸기 시작한다면 그녀는 웬만한 아이돌들보다 아름다워질 것이다.
“여기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예.”
민후는 결국 ‘최종무기 활’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하였다.
박한민 감독은 민후가 계약서에 사인하자 흐뭇한 미소로 악수를 청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배우가 다섯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손남원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송석우였으며 임경우도 상당한 금액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다음이 바로 강민후였다.
우리나라의 영화계 자체가 출연료가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강민후에게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해외였다면 강민후는 수 십 억을 받고 출연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만큼 강민후의 주가는 더욱 치솟은 상황이었고 그런 그와의 계약 체결은 박한민 감독에게 벌써 영화에 관련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실상 사극은 영화 중에서 힘들었다. 전쟁 영화와 사극 영화. 힘든 것으로 치자면 두 영화가 비슷했다. 더불어서 최종무기 활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흩어보니 액션 신이 만만치 않게 많았다.
그런데도 강민후가 최종무기 활이라는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사극 영화로써 뚜렷하게 각인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할 줄 알고, 많은 배역을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더불어서 가장 크게 동했던 이유 중 하나는 출연 배우 중 한 사람이 유승용이라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출연료가 높은 이중 민후 다음으로는 바로 유승용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 강민후의 경우는 월드 스타라는 이름 때문에 그 몸값이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유승용이라는 배우의 경우는 수많은 히트작과 더불어서 뛰어난 연기 실력을 갖추고 있는 배우였다.
평소 성격은 무척 쿨하고 털털하다고 들었으며 너무나도 깔끔한 성격과 시크함 때문에 실상 주위에 그렇게 친한 이는 없다고 들은 바가 있었다.
유승용이라는 배우와도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었던 민후였다. 그 바람을 이번 영화에서 이룰 수 있게 되어 그는 내심 기대하는 바가 컸다.
“주인이 역은 누구죠? 아직 캐스팅 안 되었나요?”
“주인 역이요? 물론 끝났죠. 아주 미모의 여배우입니다.”
자신이 작품 내에서 가장 애지중지하는 이가 주인이라는 역할이었다. 강민후가 맡게 된 역할은 한이라는 주인의 오빠 역할로 그녀가 청나라에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들을 쫓아간다는 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채은 씨입니다.”
“에? 누구요?”
“문채은 씨요.”
“아주아주 미모의 여배우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예쁘시긴 하잖아요. 하하, 성격이 조금 말괄량이 같으시긴 하더군요.”
민후가 헛웃음 지으며 묻자 박한민 감독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그도 문채은의 활발한 성격을 경험해본 것 같았다.
채은과는 찬란한 재산 때의 인연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 나쁘지 않은 배우였다. 단지, 너무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요즘 그녀는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배우가 되었다. 얼마 전 통계에서는 국내의 수많은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제치고 ‘연애하고 싶은 여자 연예인’ 중 당당히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고, 수많은 남성의 이상형으로 뽑히기도 했다.
외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무척 청순한 스타일이었다. 단정한 머리카락에 통통하게 오른 볼, 또렷한 눈망울과 알맞게 오른 콧대. 적당히 글래머스한 몸매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를 아는 이들은 모두 이렇게 부른다. ‘말괄량이 채은’이라고 말이다. 청순한 외모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이기 때문에 배우들 사이에서는 공식적인 별명이 되어 있었다.
“혹시 두 사람 예전에 싸우거나 했던 건 아니죠?”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촬영장이 조금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요.”
“저도 그 생각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 하하하.”
박한민 감독은 동감한다는 모습이었다. 반대로는 재밌어진다는 말도 되었다. 단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유승용이라는 배우의 성격이 시크하고 과묵하므로 문채은과는 큰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서서였다.
‘뭐, 별일 있겠어?’
그래도 어떻게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민후다. 그러나 곧 그는 그렇게 가볍게 넘긴 것이 두 사람의 불화로 다가옴을 모르고 있음에 느끼는 생각이다.
헬스장을 온 민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과거 최강호로서 알았던 활 연습을 하였었던 배우. 그는 다름 아닌 인성기였다. 활시위를 당기는 연습을 직접 인성기는 했었고, 이젠 민후가 그 연습을 해야 할 차례였다.
굳이 연습할 필요가 있겠느냐마는 일단 제목 자체가 ‘최종무기 활’이었다. 한이라는 역할은 활이라는 무기를 주로 사용하고는 하였다. 그러한데, 그 역할을 연기할 배우 강민후가 어색해서는 안 되었다.
일단은 제작사에서 민후에게 활 쏘는 방법과 자세를 가르쳐줄 이를 구하는 중이었고, 지금의 경우는 민후가 활 쏘는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헬스클럽에 나온 것이다.
비록 곧 있으면 배우게 되겠지만 활 쏘는 근육은 실제로 사람들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었다. 그리고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활을 계속해서 당기면 그날 근육통이 와서 아마 며칠은 활 당기는 연습을 하지 못할 것이었다.
미리 대비해놓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헬스클럽에 오기 전 미리 동영상과 책들을 훑어보았다.
활은 어찌 보면 총과 흡사하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으며 집중도를 요구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조작법이다.
흔하게 보급된 K-2 소총이나 혹은 M16 소총들은 조준점을 맞추고 ‘단발’로 맞힌 후 격발하면 되지만 활의 경우는 아니었다. 활시위를 자신의 오른팔을 이용해서 잡아당겨야 했으며 더불어서 총과는 다르게 뚜렷한 조준점이 없었다.
더불어 활은 탄력을 이용한 무기로써 힘과 더불어 각도를 정확하게 맞춰야만 상대방에게 명중할 수 있다고 보았다.
러닝머신이나 혹은 근력 운동을 하는 곳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제스처를 취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수 있어서 민후는 평소에 에어로빅이나 스포츠 댄스를 배우는 장소로 쓰이고 지금은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곳과 이어진 곳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매트도 깔려있었다. 들어오는 사람들이라고는 매트를 이용해서 복근 운동인 크런치나, 레그레이즈 정도를 할 사람들일 것이다.
이 안에는 전신 거울도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동작을 확인하는 것도 무척이나 좋았다. 더불어서 헬스클럽 내의 사람들은 민후가 올 때마다 자주자주 독특한 행동을 보이기는 했기 때문에 이젠 다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특히나 트레이너들의 경우는 오히려 ‘이번엔 어떤 배역이신가?’ 하고는 흥미롭게 바라볼 정도였다.
그는 비록 지금 손에는 활이 없었지만, 활이 있다고 가정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순간 머릿속으로는 마법처럼 눈앞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들어온 방의 모습이 그려지고 자신이 서 있었다. 자신은 여우 가죽으로 만든 사냥꾼용 옷에 너저분한 턱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손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화살과 뾰족하게 갈린 화살이 있다고 생각한다.
눈을 뜬 그는 활시위를 당기듯이 오른손으로 시위를 잡고는 쭈욱 당긴다. 동영상을 통해 보았던 핵심은 활시위를 당기는 오른손이 어깨와 일직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탁!
하고 놓는 순간 머릿속으로 그려진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한번 해본 민후는 한 시간 동안을 반복했는데, 날개뼈 쪽과 오른팔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실제 활시위를 당기지 않았음에도 저리는 통증이 생겨날 정도였다. 실제로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생각 이상의 힘이 들어간다고 들었다. 실제 활을 들고 있었다면 자신은 한 시간 만에 팔을 부르르 떨었을 것이다.
그는 계속된 연습을 반복했다. 한 시간 반 정도였다. 그렇게 활시위를 당기는 연습을 계속 이어나간 그는 어느새 온몸이 축축이 땀으로 젖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흉내를 내는 것도 무척 힘이 들었다. 과거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서 총을 든 자세를 취하고 미친 듯이 뛰기만 했던 적이 그에게는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 비하면 힘이 덜 들기는 하였으나 그 무엇이든 만만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씻고 밖으로 나온 민후는 헬스 트레이너가 ‘이번엔 사극이에요?’ 하고 묻는 말에 ‘예’ 하고 짧게 답하고는 빙긋 웃고 인사한 뒤 밖으로 나섰다.
민후의 나 홀로 연습은 일주일가량 지속하였고 첫날과 둘째 날, 셋째 날은 지독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안 쓰던 근육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고통을 요구했다.
제작사로부터 활 쏘는 것을 봐줄 감독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감독은 다름 아닌 양경모라는 이가 하기로 하였다. 올해 나이 서른여덟인 양경모 감독은 도하 아시안 게임 양궁 국가대표였었으며 제28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
더불어서 얼마 전에는 전국 체육대회 양궁 남자 일반부 70m에서 금메달을 가볍게 따낸 이이기도 하였다.
현재는 감독으로서 양궁팀을 감독하는 중이었다. 배우들이 배울 수 있는 기간은 딱 40일뿐이었다.
양경모 감독은 쉽게 시간이 나지 않는 감독이었고 이것도 제작사 측에서 사정사정하여서 얻어낸 시간이라고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활을 쏘는 것은 강민후뿐만이 아니었다. 상대 배역인 유승용이 맡은 역할도 활 쏘는 것에 능통한 인물이라고 표현이 된다.
그리고 유승용이 맡은 극 중 역할 쥬신타의 부하들도 활을 쏘는 모습이 자주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총 여섯 사람이 활 쏘는 것을 기초적으로라도 익혀야 했으며 강민후의 경우는 아마 다른 이들보다도 더욱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양경모 감독과의 인사가 필요했기에 박한민 감독은 배워야 할 배우들에게 한식집을 지정하여서 알려주었다. 민후는 막 도착해 차에서 내리다가 앞서 와있는 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유승용이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서둘러 재빨리 내린 민후는 인사를 해 보였다. 흘끗 고개를 틀었던 유승용은 민후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일 뿐 딱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민후도 그의 성격은 익히 들었기 때문에 딱히 다른 말은 건네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따라 걸었다. 박한민 감독이 카톡 방에서 보내준 방으로 들어오자 벌써 다른 사람들은 전부 와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민후는 누구보다 일찍 왔겠지만, 윤하와 민주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조금 늦었다.
“앉아요.”
박한민 감독이 앉을 것을 권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사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사람들이 모두 오기까지 기다리라고 말해놓았던 듯싶었다.
“이 두 분이 주연 배우분들이신가요?”
“예.”
“반갑습니다. 강민후라고 합니다.”
민후는 무릎을 조심스레 꿇은 상태에서 한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최대한의 예의를 보인 것이다. 반면, 유승용은 한 손을 뻗어서 짧고 굵게 ‘유승용입니다.’라고 말했다.
양경모 감독은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은 눈치였다.
“아마 강민후 씨가 활을 가장 많이 잡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호리호리한 체격이 마음에 드네요. 일단 활을 든 이들도 발은 빨라야 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양경모 감독은 민후가 활을 쏘기에는 적합한 체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곧 모든 식사가 나오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양경모 감독을 소개하고 그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이끌어갈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자리였기에 모든 이들이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역시나 양경모 감독은 특히나 민후에게 ‘가장 많이 활을 잡아야 합니다.’라고 언급하였고, 유승용에게도 비슷한 말을 하였다. 유승용은 짧고 굵게 ‘예’라고만 대답하고는 일체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훈련을 시작하는 날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였으며 장소는 양 감독이 팀을 훈련하는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팀의 훈련은 보통 9시에서 6시까지 진행이 된다고 한다.
민후나 다른 배우들은 18-23시까지 배우기로 결정되었다. 이야기를 끝내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남은 것은 특훈뿐이지 않은가 싶었다.
연습실은 생각했던 것만큼 넓지는 않은 편이었다. 연습실 안에는 양궁이나 국궁들이 놓여 있었고 과녁이 있기도 하였으며 벽 곳곳에는 양 감독이나 혹은 배출해낸 제자들이 활시위를 당기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일단 이 안에서는 기초적인 체력을 익히고 더불어서 자세를 잡는다고 하였으며 밖으로 나가서는 국궁을 쏴보기도 한다고 하였다.
남들보다 20분 정도 일찍 왔기 때문에 민후는 일단은 양 감독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국궁에 필요한 요소들이나 혹은 갖춰야 할 자세들을 양 감독은 일러주었고 민후는 귀담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하나둘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온 것은 유승용이었다. 그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도착했지만, 딱히 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의 이름이 있었고 더불어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기 힘든 사람인지라 18시에서 23시까지 훈련을 받는 것도 상당히 무리하는 것일 거다.
일단은 가장 기초적인 활시위를 당기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민후는 국궁을 직접 잡고 활시위를 있는 힘껏 쭈욱 잡아당겼다.
그에 반면 몇몇 이는 활시위를 당기면서 팔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더 당겨요, 더! 더! 그거밖에 못 당기나요?”
“이게 잘 안 되네요.”
다른 인원들은 다소 당혹한 듯싶었다. 최대한 당겨서 팽팽하게 시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위의 압박이 컸으며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에 반면 일주일 정도뿐이지만 당기는 연습을 했던 민후는 그나마 수월했고 더불어서 자세도 좋게 나왔기에 양 감독이 작게 감탄했다.
“민후 씨는 자세가 아주 좋네요.”
“감사합니다.”
“자, 당길 때는 힘 있고 팽팽하게 놓을 때는 느슨하게입니다. 유승용 씨도 무척 좋습니다.”
민후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이는 유승용이었다. 유승용은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놀랄 정도로 노련하게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이들은 올바른 자세를 잡는 것도 무척이나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처음 활을 잡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듯 양 감독은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두 시간 넘도록 활시위를 당기고 자세 잡는 연습을 했다. 양 감독은 20분간 쉬는 시간을 갖는다는 말을 하였고 모두가 자리에 한데 모여 앉았다.
“쉬기 전에 한 번만 보도록 합시다.”
모여 앉은 그들에게 양 감독은 말하면서 국궁과 화살을 집어 들었다. 과녁과 그의 거리는 30m밖에는 되지 않았다. 70m에서 양궁이었지만 우승을 따냈던 양 감독이었다.
이 정도쯤은 식은 죽 먹기이리라.
쭈우욱!
“오……!”
그가 활시위를 당기고 과녁을 향해 집중했다. 작은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자세면 자세, 눈빛이면 눈빛,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게 없었다. 마치 호랑이를 사냥하려는 사냥꾼의 용맹함까지 보일 정도로 양 감독의 모습은 훌륭했다.
탓!
펏!
그가 활시위를 놓는 순간 날아간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에 정확히 꽂혔다.
짝짝짝짝!
역시나 전직 국가대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활시위를 당기고 쏘는 모습은 환상에 가까웠다.
“이렇게들 하시면 됩니다. 아시겠죠?”
“예.”
그가 보여준 활시위를 당기는 연습법에 그제야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민후는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가 살짝 저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시간 동안 활시위를 당기니 엄지와 검지에 물집이 잡힐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일주일 동안 혼자서 연습했던 것도 실제로 활이 없이 가정하여 연습하였었던 것이기 때문에 활시위와 손가락이 직접 닿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고 계속 반복된 자세 때문에 물집이 생기고 있는 것인 듯싶었다.
아마도 2주 정도 지나면 굳은살로 바뀌지 않을까 싶었다.
민후와는 다르게 유승용이나 다른 인원들은 오른쪽 날개뼈 쪽이 저리는 듯 팔을 훙훙 허공에 돌려 보이는 것이 보였다. 민후는 몸을 일으켜 유승용의 날개뼈에 손을 가져다 대 꾹꾹 눌렀다.
“됐다.”
“뭉친 건 바로 풀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는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민후의 손을 걷어냈다. 그러나 민후는 꿋꿋이 다시 손을 뻗어서 그의 날개뼈를 눌러주었다. 그의 성격 자체가 쿨하고 털털한 것을 안다. 쉽게 표현하면 요즘 TV에서 흔히 말하는 상남자 스타일인 것이다.
그러나 상남자도 저린 것은 저린 거였고, 민후가 그가 괜찮다고 함에도 날개뼈를 만져주자 그는 낮게 ‘음…….’ 하는 작은 신음을 흘렸다.
민후는 빙긋 웃었다.
쉬는 시간이 끝이 나고 다시금 전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모든 인원이 몸을 일으켜 다시 맹연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민후의 배우는 속도는 빨랐다. 신체적 영단과 노력의 덕이 컸다. 집에 와서도 그는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연습을 멈추지 않았으며 더불어서 양 감독에게 말해서 활만 빌렸다.
활만 빌린 그는 활을 계속 당기는 연습을 하였고 그도 지독하게 날개뼈 쪽이 쑤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서 삼각근에도 통증이 꽤 느껴졌다.
그러나 2주일 정도 하자 제법 괜찮아졌다. 손가락의 물집은 굳은살로 바뀌어서 이제는 너무 무리만 하지 않으면 큰 통증은 없었다.
오늘의 수업은 야외에서 진행이 된다. 처음으로 야외에서 진행하는 것이었으며 장소는 남산 활터 국궁장인 석호정이었다.
석호정은 380여 년 동안 전통을 이어온 민간 활터였으며 역사와 전통의 맥을 이어온 서울 사대문 안의 최초 민간 국궁장이었다.
석호정은 남산 산책로를 통해 이동하고 표지판을 따라서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었다. 국궁장 앞에 도착한 민후는 이용료 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1회가 다섯 발당 1천 원으로 상당히 싼 가격이었다. 일단 들어서기 위해서는 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그마한 매표소 문을 두들겼다.
똑똑!
“아아, 양 감독이 온다던 그 친구이구먼.”
“예. 오늘 하루 이용할 건데요.”
“에이, 양 감독 제자들이 계산은 무슨. 지금 들어가서 쏘고 계시니까 일단 들어가 봐요.”
안에는 머리가 희고 많이 여윈 노인이 앉아 있었다. 민후가 지갑을 꺼내 보이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구를 가리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양 감독은 석호정에서 활동하는 모임을 이끄는 이 중 한 사람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탁 트인 공간이 보였고 정중앙에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비석에는 ‘습사무언(習射無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습사무언이라고 적혀진 비석 바로 뒤쪽에는 네 개의 과녁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주위로는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국궁은 양궁과 같이 크게 점수에 얽매이지는 않으며 어디를 맞히든 점수는 통일되어 있다.
그만큼 과녁을 맞히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민후는 국궁이 나열된 선반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옆에 바로 신중하게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양 감독을 볼 수 있었다. 양 감독은 무척 집중하고 있었다.
민후가 다가오는지도 잘 모를 정도였다. 민후는 조용하게 지켜보았다. 바닥에는 ‘1, 2, 3, 4’라고 차례대로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사람들이 서서 쏘는 장소인 듯하였다.
후웅.
탓!
팟!
허공으로 높게 치솟아 오른 화살은 단숨에 까마득한 과녁을 맞혔다. 정중앙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솜씨라고 할 수 있었다.
짝짝짝!
“아, 자네 왔나.”
“역시 감독님 실력은 알아줍니다.”
민후는 빙긋 웃었다. 그는 머쓱한 듯 웃었다. 아직 시간이 30분은 일렀다. 그러나 항시 일찍 오는 민후였고 양 감독은 그런 그를 인정해주고 있었다.
양 감독이 본 강민후라는 배우는 무척 성실했으면서도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청년이었다. 활을 빠르게 배웠고, 도인으로서의 예의도 알았다. 하물며 민후가 검도를 배웠었던 검도장의 관장 장호석 관장과 양 감독은 친분이 있는 사이였는데, 얼마 전 술자리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장 관장이 ‘도인으로서 성공할 놈이야!’라고 외쳤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양 감독도 그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민후는 많은 자질과 더불어 자세를 갖춘 청년이었다.
“자네도 한번 쏴보지.”
“잘 될지 모르겠네요.”
“괜찮아, 쉽게 쏴서 맞는 게 활이라면 전부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땄게?”
양 감독의 유창한 말에 민후는 빙긋 웃고는 선반에 올려져 있는 국궁 하나와 화살을 잡았다. 연습실 내에서는 화살을 당기면서 연습한 적은 거의 없었다.
장소도 협소했고 더불어서 잘못 쏘면 누군가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제로 쏴볼 수 있게 야외수업을 양 감독이 마련한 것 같았다.
민후는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촉은 정확하게 과녁에 집중했으나 양 감독이 살짝 위로 올리라고 말하였다. 자세는 훌륭했다. 피나는 노력이 헛되지는 않나 보다.
그리고 활시위를 놓는 순간이었다.
탓!
휘이잉!
툭!
애석하게도 화살은 과녁과 조금 먼 곳에 떨어졌다. 민후는 아쉬운 기색이었다. 활은 좋은 것 중 하나가 보는 재미도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은 발사하면 탄이 보이지 않는다. 예광탄이라면 보이겠지만, 일반적인 총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 반면 화살의 활은 어느 정도 눈이 따라갈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화살이 느리다는 것은 아니나 길쭉한 녀석인지라 녀석이 맞을까 안 맞을까 확인할 수 있었고 가슴 졸이는 맛이 있는 것이다.
“한 번 더.”
양 감독이 화살을 건넸다. 민후는 다시금 신중하게 과녁을 향해 화살을 쐈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도 더욱 먼 곳에 떨어졌다. 속으로 ‘에잇!’ 하고 아쉬워했다.
다시 화살 하나를 양 감독이 쥐어졌다.
“심호흡 크게 쉰 후에 참고 온 신경 집중한 후에 쏴 봐.”
“예.”
양 감독의 조언대로 민후는 활시위를 잡아당기기 전에 심호흡을 크게 쉬고 호흡을 참았다. 숨을 쉬면서 작게 움직이는 몸의 움직임만으로도 화살은 빗나갈 수 있었다.
호흡을 참았던 그는 눈을 과녁에서 한 치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놓았다.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과녁에 겨우겨우 들어가 박혔다.
짝짝짝!
“후우!”
그제야 민후는 참았던 호흡을 터뜨렸다. 묘한 성취감이 생겼다. 그는 빙긋 웃었다. 하나둘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민후는 한 발을 맞히고 나서 재미가 들려서 계속 화살을 쏘고 있었고, 양 감독은 새로이 올라오는 인원들에게 쏴보라며 화살과 활을 쥐여주고 있었다.
양 감독은 물끄러미 서서 묵묵히 활 쏘는 이들을 지켜보았다. 어느덧 민후의 화살 한 발이 다시 과녁에 정중했다. 감탄이 나올 정도의 실력이었다.
실제로 2주 배워놓고, 또한 실제 쏴 보는 것은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양궁을 배운다면 올림픽에 나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와 더불어 유승용의 화살도 과녁에 박혔다.
유승용은 평소와 다름없이 큰 성취감이 일었지만 다른 기색은 보이지 않고 다시 묵묵히 화살 하나를 더 집어 들어 활시위를 당겼다.
다른 인원들은 계속해서 화살을 날리기만 하고 과녁에 맞추지 못하는 것에 반면, 주연 배우인 강민후와 유승용은 활을 시위에 놓고 당길수록 실력이 느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6시간 동안 일행은 계속해서 활을 쐈다. 쏠수록 그 맛과 재미를 안다고, 처음 어려워하였던 그들은 쏠수록 재미를 느껴서 활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마치 새로운 개념의 스포츠를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섯 시간 동안 활을 쏘고서야 석호정에서 벗어나 남산을 내려 온 일행은 근처의 막걸리 가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툼한 파전과 김치찌개가 나왔고 일행은 식사하며 막걸리를 함께 기울였다. 막걸리를 기울이는데, 요란하게 휴대폰이 울렸다. 눈살을 찌푸린 민후는 발신자가 문채은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불길하단 말이야…… 아주 불길해.’
채은이 전화를 하자 괜스레 불길해진다. 물론 그녀가 밉거나 싫은 건 아니었지만 조용하게 양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과 함께 훈련을 마치고 술 한잔 기울이는데 그녀의 전화는 크게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채은은 괜히 전화할 여자는 아니었다.
“응, 채은아.”
-민후야- 어디야?
“나 이제 훈련 끝나고 막걸리 한잔 마시고 있어. 왜?”
-가게 이름이 뭔데?
“너 혹시…….”
-그냥 물어보는 거야.
채은의 물음에 민후는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한 잔 막걸리’라고 답해주었다. 그녀가 알았다며 ‘즐겁게 마셔.’ 하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그런데 통화를 종료하자마자 가게의 문이 열렸다. 문 위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리며 소리를 냈고 민후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채은 씨네?”
“어, 정말.”
다른 배우들이 채은을 알아보고는 화색을 보였다. 아무렴 그렇지, 괜히 가게 이름을 물어볼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어떤 이유로 온 지는 알았다.
그녀는 많은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여성이었고 근처에 스케줄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빌미로 여차여차 온 것일 거다.
“날 빼놓고 술들 마시고 계셨네요? 섭섭하게 쓰리.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녀는 능청스럽게 웃어 보이다가 묵묵히 술잔을 들어 입을 축이는 승용을 발견하고는 인사했다. 승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을 그만했다.
근데 왜 하필, 승용의 바로 옆자리에 빈자리가 있었다. 그녀는 승용의 옆에 자리를 트고는 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더욱 커졌다. 두 사람의 성격은 상극이었다.
물론 유승용이 훨씬 선배이기는 하였고, 선배에 대한 물의를 빚을 여성은 아닌 것을 알지만 괜스레 작은 불안감이 생긴다.
“이모, 여기 잔 하나요.”
“네.”
잔을 받은 그녀는 먼저 승용의 잔이 비어 있자 한 잔 채워주었다. 그러고는 ‘선배님, 저도.’ 하면서 양손으로 잡은 잔을 조심스레 내민다. 승용은 이제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녀의 잔에 진득한 막걸리를 채워주었다.
“아이구, 이렇게 실제로 보니까 정말 미인이시네.”
“감사합니다. 제가 한 미모 하죠. 호호호! 아, 인기가 요즘 너무 많아서 탈이에요. 남자들이 어찌나 저를 좋아하는지. 글쎄, 얼마 전에는 어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배우가 저한테 만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니까요?”
또한, 그녀는 말에 필요 없는 부분을 많이 붙이기도 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말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리에 함께 앉은 이들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잔이 채워지고 비워질수록 그녀의 말은 많아져만 갔고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가 너하고, 윤하 응? 이어준 사람 일등 공신이야! 누님의 공로를 알아야지!”
“예예.”
“그 의미로 500원! 호호호호! 어머, 선배님, 제가 따라드릴게요.”
너무나 활발한 그녀의 성격에 다른 배우들은 할 말을 잃었다. 더불어 양 감독과 그녀는 오늘이 초면인 경우였는데, 양 감독도 TV 안의 문채은이라는 배우를 보면서 ‘참하게 생겼네.’라고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말괄량이 같은 성격이었던지라 당혹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계속 웃고 떠들다 승용의 잔이 비워지고 그가 자신의 잔을 채우려고 하자 막걸리가 들어간 주전자를 뺏으면서 자신이 따라주겠다며 주전자를 기울였다.
막걸리를 받는 승용은 ‘흠’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
“채은아.”
“네, 선배님.”
그녀는 승용의 부르는 말에 눈을 똘망하게 끔벅이며 활짝 웃었다.
“시끄럽다. 조용히 마셔라.”
“네? 네…….”
곧 이어진 승용의 날카로운 지적에 그녀는 다소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 그러나 승용은 개의치 않고 잔에 따른 막걸리로 한 모금 입을 축였다.
민후는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은 이렇듯 담소를 나누기 위한 자리였기에 적당한 말을 한 승용이었을 테지만, 만약 촬영장에서 예민한 때였다면 승용의 입은 거칠어졌을지도 모른다.
완전한 상극. 그나마 승용의 이름이 컸기 때문에 그녀도 ‘에이, 이렇게 시끄러워야 술자리가 제맛이죠.’라는 식의 평소의 자기 합리화를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앞이 깜깜해진다. 촬영을 시작하면 두 사람의 충돌이 자주 빚어질 듯하다.
그나마 승용의 말에 채은은 어느 정도 조용해졌다. 단지, 입이 삐죽 나왔다는 게 흠이다.
오늘이 정확하게 마지막으로 훈련에 임하는 날이었고 훈련이 끝난 후 2주일 후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40일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배우들 모두가 열심히 해주었기 때문인지 그래도 자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히는 듯싶었다.
양 감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촬영장에 활 쏘는 신이 있을 때 시간을 비워 방문하여 배우들을 지도할 예정이었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민후는 국궁을 잡고는 활시위를 당겼다. 타앗! 하고 놓는 순간 날아간 화살은 과녁에 정확하게 꽂혔다.
짝짝짝짝!
다른 이들이 손뼉을 쳐줬다. 민후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어느덧 시간을 확인하니 마지막 훈련의 끝이 다가왔다. 40일 동안 내심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지만, 함께 촬영을 할 동료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기쁘기 그지없었으며 더불어서 유승용과도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인 것 같았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똑같다는 것이다.
“선배님, 들어가세요. 촬영 날 뵙겠습니다.”
훈련이 끝이 나고 민후가 주차장에서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대답을 대신하고는 밴에 올랐다.
그의 시크함. 그것이 그의 매력일 것이다. 민후도 자신의 차량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향했다.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향한 이유는 함께 슈퍼스타 A를 보기 위함이었다. 원래 TV 프로그램 자체를 잘 챙겨 보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동생 혜인이가 나오는 것을 안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더불어서 오랜만에 혜인이가 집에 왔다고 한다. 혜인이로부터 얼마 전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최후의 10인에 남았다는 것이다. 혜인이는 요즘 무척 뜨거웠다. 뛰어난 실력과 상황대처 능력,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을 부각시킨 그녀는 매회가 방영되어서 출연할 때마다 이슈가 되었으며 최후의 10인에 남은 현재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더불어서 듣기로는 다양한 분야의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의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리드보컬로서의 제의도 있었고 솔로 가수나 듀엣 가수로의 제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홀로 서는 발라드 가수를 지향하고 있었고 현재 쏟아지는 제의에 마냥 기뻐서 들뜨지만은 않고 신중하게 자신을 높은 곳으로 올려줄 엔터테인먼트를 고려하는 중이었다.
오늘 같은 경우는 합숙소에서 생활하던 그녀가 오래간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고, 합숙소에 있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관리를 받고, 운동한 것으로 안다.
오랜 시간이 되지는 않았지만, 방송이라는 것이 요즘 애들 말로는 여신 남신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더욱 예뻐졌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가 주방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쳐다보더니 휙 하고는 숨었다. 민후는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강혜인, 누가 그렇게 숨어서 쳐다보래. 오빠가 왔으면 ‘오빠, 오셨습니까.’ 하고 인사부터 해야지.”
“인사는 무슨!”
민후의 나무라는 목소리에 숨어서 쳐다보며 장난스럽게 웃던 혜인이가 모습을 드러내며 어이가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못 본 사이에 그새 살이 쏙 빠졌다.
더불어서 메이크업도 받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인지 무척이나 예뻤다. 이래서 혜인이가 요즘 인기가 많구나 싶었다. 물론 그에 관련한 악성 댓글들도 달리고는 하였다.
방송이라는 것이 시청률을 위해서 많은 것을 파헤치려 한다. 슈퍼스타 A도 다를 것은 없었다. 혜인이의 가족사를 파헤쳤다. 물론 이미 국내에는 강민후의 부모님이 재혼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아는 사실이었지만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강민후의 부모님의 재혼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이미 민후는 국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굳건한 배우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인에게는 상당히 관심이 향할 수 있었고, ‘어머니 없었던 어린 시절을 이겨낸 소녀 강혜인.’이라는 식으로 내레이션을 넣어서 더욱 돋보이게 하고, 더욱 시청률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에 관련한 이야기가 슈퍼스타 A에 처음 나왔을 때는 많은 이들이 응원했다. ‘혜인 씨, 너무 예뻐요. 힘내요!’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차츰 시기, 질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일진이었다는 둥, 담배를 피운다는 둥, 술을 마신다는 둥, 돈을 뜯겼다는 이야기까지도. 수많은 루머들이 추측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루머 중에서 안타까운 것은 그중 80%가 혜인이의 친한 지인, 아는 사람, 혹여 싸웠던 적이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했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가 갑자기 확 하니 뜨며 인기 스타가 되면 배가 아파한다. 사돈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처럼 친했던 이들도 그녀가 갑자기 휙 하니 비상을 하게 되자 질투심을 느낌으로써 익명으로 그녀의 루머를 퍼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루머에 대한 대처는 확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민후의 생각이었다.
배 아파서 남을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나 배가 아프지만,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들도 분명 있었다. 혜인이는 아직 어린 열여덟.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이나 앞을 이끌어갈 진정한 사람이 필요했고, 필요 없는 인원들은 걸러내는 게 옳았다.
이미 민후는 부모님과 통화로 이야기를 꺼내 놨다. 사이버 수사대에 의뢰하여 악플러들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고 어머니 전담 변호사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 혜인이와 상의해서 처벌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신상 정보가 확인되면 혜인이가 가장 놀랄 것이다. 자신의 친구, 후배, 선배일 테니 말이다.
“오- 좀…….”
“왜, 예뻐졌어?”
“좀 더 못생겨졌다?”
“에이 씨!”
찰싹!
민후가 작게 감탄하며 위아래로 훑자 그녀는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말했다. 그녀의 손바닥이 팔뚝을 때렸다. 민후는 머쓱하게 웃었다.
시청 시간이 다가왔다. 가족이 다 함께 소파 앞에 앉아서 슈퍼스타 A를 시청했다. 오늘 방영분은 최후의 10인에 누가 남는지에 대해서 확인시켜주고 그 이름에는 당당히 혜인이가 있었다.
혜인이는 무척이나 뿌듯해하였다. 더불어서 부모님들도 적잖이 놀라고 계셨었다. 자신들은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되레 요즘에는 그녀의 인기가 하늘로 솟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크신 것 같았다. 한없이 철부지 같고 어린애 같은 아이가 벌써 사회에 뛰어드는 것과도 같았다. 더불어서 슈퍼스타 A에서 반짝 떴다고 해도 정말 반짝인 사람들이 많았다.
몇 번 TV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더 이상 행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라져버리는 이들이 많았기에 그 부분도 걱정이 크신 것 같았다.
부모님의 걱정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지 혜인이는 ‘크-! 내가 저때 얼마나 긴장했는데!’ 하면서 작은 감탄을 한다.
민후는 그런 혜인의 머리를 한 번 어루만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