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빠르게 흘러간 시간, 그리고 새 생명
-배우 강민후, 지아이오 2의 촬영과 프로모션 모두 마치고 국내 복귀, 아쉽게도 지아이오 2의 성적부진…… (중계 일보 유가희 기자)
-지아이오 2. 성적은 부진하나 새로운 지아이오의 감독 ‘존 후’ 강민후의 열정과 노력에 극찬! (하늘일보 박태민 기자)
-강민후 지아이오 3. 마지막 시즌 촬영을 위해 할리우드로의 출국. 마지막 무사히 끝마치겠다는 공항 인사…… (최고 일보 이태환 기자)
-지아이오 3 촬영 마치자마자 강민후에게 할리우드 감독들의 출연 제의 쏟아져 월드 스타 입증…… (좋은 일보 김민국 기자)
-강민후 영화 ‘블러드 레전드’ 촬영 확정. 당당한 주연 배우…… (제일일보 한국민 기자)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별 강민후, 할리우드의 촬영 쉬고 국내에서 활동하기로 마음 굳혀 화제…… (조선 일보 장지훈 기자)
4년.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강민후의 나이가 이제 서른다 섯. 이젠 녹록지 않은 나이가 되었음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꾸준하게 관리를 받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시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지아이오 시즌을 무사히 모두 촬영을 완료했으며 더불어서 ‘블러드 레전드’라는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사냥꾼 역할에 강민후가 당당하게 캐스팅되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한 이슈를 샀던 바가 있었다.
더불어서 강민후가 ‘블러드 레전드’에 캐스팅 될 때 캐스팅 금액이 20억 원이었다. 처음 할리우드에 발을 들일 때보다도 두 배는 더욱 높게 솟은 금액이었다.
이보다 더 높은 출연료를 제시한 감독들도 있었으며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감독들도 상당했다. 지아이오의 시즌2부터는 ‘존후’라는 중국계 감독과 손을 잡고 일을 시작했다.
지아이오1과 2, 3는 확연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감독이 달라짐으로써 많은 것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1에 비해서 2, 3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강민후에게는 아니었다. 레이 감독에게서 빛을 발했었던 배우 강민후는 존 후 감독에게도 상당한 극찬을 받을 수 있었다. 존 후 감독은 진심으로 강민후라는 배우의 열정과 노력에 감탄했고, 그 때문에 그가 다른 감독들한테 많은 이야기를 해놨기에 수많은 감독들이 민후에게 제의를 하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더불어서 스톰 쉐도우라는 명칭 자체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간 것도 한 몫 단단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후는 4년 동안의 할리우드의 생활을 접고 국내로의 입국을 선언했다. 더 이상 할리우드의 작품 출연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윤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임신했다. 자신의 첫 아이였다. 더불어서 전 와이프는 외로워서 자신을 떠났다. 가끔씩 로스앤젤레스에서 윤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분명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정작 자신은 오랜 시간을 항시 그녀를 혼자 있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가 잠시 쉬는 날 입국했었던 민후와의 관계에서 결국 임신을 한 것이다.
강민후는 더 이상 이기적이고 싶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진가는 확실하게 발휘하였고 더는 욕심부리고 싶은 것도 없었다. 물론 자신이 남아 있으면 더욱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명성 또한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족에게 남는 것은 없지 않은가 싶었다.
강민후라는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었다. 다른 것은 없었다. 돈도, 좋은 자동차도, 좋은 배역도, 좋은 영화 출연도 가족만큼의 힘을 갖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 그만큼 몸값이 뛴 만큼 국내에서도 그만큼의 힘을 발휘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나이 서른다섯. 국내에서 누구라도 알아주는 배우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민후의 나잇대에서는 최고의 배우 중 한 사람으로 뽑히기도 하는 실정이었다.
더불어서 그는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하면서 ‘이연걸’이나 할리우드의 대표 여배우 ‘할리베리’ 등이 받았던 상, 문화 외교상까지도 수상하는 쾌거를 이륙해냈다.
문화 외교상은 그 이름이 절대 가볍지 않았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매년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에게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로 부여되는 상이었으니 말이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민후는 곧 짐을 풀기 위해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현재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윤하는 임신 12주 차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가 쪽에서 거주하고 있었고, 민후가 돌아왔으니 오늘 다시 집으로 올 예정이었다.
남은 일정이 있었기에 더욱 빨리 오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만 한 민후였다. 집으로 들어온 민후는 꺼져 있는 불을 켰다. 넓은 공간이 탁하니 모습을 드러냈다.
괜스레 씁쓸해졌다. 이 넓은 공간에서 민후가 할리우드의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잠을 잤을 것이 아니던가. 괜스레 미안해지는 순간이었고 자신이 국내로 돌아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짐을 풀고 나서는 곧바로 외가에 가서 식사하였다. 다행히도 장인어른은 없었다. 아마 있었다면 민후는 심한 꾸중을 들었을 것이다. 장인어른은 분명 엄격하신 분이었지만, 자신의 딸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좋은 아버지였다.
그리고 민후였다고 해도 자신의 딸아이가 몇 개월씩 외롭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크게 한소리 하였을 것이다. 평소 조용하시고 민후를 무척 아껴주시는 장모님께서도 오늘은 민후에게 한소리 하셨다.
그에 민후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해외 활동은 자제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제야 장모님은 어느 정도 안심을 하신 것 같았다. 장모님께서는 윤하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민후가 없었던 것에 대해 서운한 말씀을 하셨다.
실상 12주 차가 되기 전에는 입덧이 가장 심할 때였고, 13주 차부터는 안정기에 들어서게 된다. 오늘의 경우는 식사를 끝내고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윤하는 뭐가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 딴에는 항시 부모님과 함께 산부인과를 가고는 했다. 여자라는 것이 결혼하고 나이를 먹으면서도 자신이 사랑 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과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항시 윤하가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대부분의 임산부는 남편과 동행했었고, 자신만 부모님과 방문했었다. 물론 윤하로서는 딱히 그 일에 대한 별다른 기색은 내보이지 않았지만 이렇게 함께 간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출연 제의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 되게 유명한 감독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윤하는 사실 알고 있다. 민후가 자신 때문에 일부러 할리우드의 작품을 접기로 마음먹고 국내로 돌아온 것을 말이다. 그러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여성으로서 있었기 때문에 묻는다.
“그렇긴 한데, 그런 게 중요한가? 가족이 더 중요하지.”
“그런 사람이 이제까지 날 혼자 뒀냐, 칫.”
윤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뿔이 난 것처럼 말했다. 민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차량이 어느덧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강남 쪽에 있는 산부인과였다. 산부인과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산모들이 옆에 남편을 두고 함께 앉아 있었다.
민후로서는 씁쓸했다. 윤하가 비록 말하지는 않았지만, 산부인과 안에 들어와 보니 산모가 전부 남편과 함께 있다.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산부인과 한 번 못 왔던 자신이기에 윤하에게도, 배 속의 아기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오늘은 남편분하고 같이 오셨네요. 기사 봤어요.”
프런트의 간호사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산모들이나 남편들의 시선이 민후와 윤하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몇 사람이 ‘영화 잘 봤어요.’나 ‘반가워요.’ 등의 기색을 보였다.
현재 윤하는 활동을 완전히 접은 상황이었다.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3주 차 조금 넘어서부터였고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곧바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황이었으며 더불어서 아이를 낳게 되면 활발한 활동은 앞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었다.
오늘 받게 될 검사는 1차 기형아 검사와 입체 초음파 사진이었다. 1차 기형아 검사는 초음파로 하는 NT 검사와 혈액 검사를 확인한다. 혈액검사는 염색체 이상의 확률을 보는 선별검사였다.
초음파 기계를 윤하의 배 위에 가져가자 모니터에 태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3주 차였지만 벌써 머리, 팔다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민후는 내심 신기했다. 그는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 이처럼 기쁘고 가슴 뛰는 일이 있을까. 하물며 강민후에게는 남보다 더욱 특별한 일이지 않은가 싶었다.
“태아가 목덜미를 안 보여주네요.”
“예?”
“딱히 이상이 있는 건 아니고요. 밖에 나가서 좀 걷고 오시면 될 것 같아요. 계단을 왔다 갔다 한다든가, 복도를 걷는다던가요.”
윤하와 민후는 간호사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그녀의 설명을 듣고는 밖으로 나섰다. 윤하가 삐쭉 입을 내밀었다.
“원래는 검사 5분이면 끝난다던데.”
“우리 아기가 목덜미가 민감한가 보지.”
민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녀와 함께 계단 쪽으로 가서 왔다 갔다 하고 복도를 걷기도 했다. 20분쯤 걷고 다시 돌아왔을 때 간호사는 재검사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태아가 목덜미를 훤히 보여주었다. 땀을 흘리던 윤하가 안쓰러웠던 민후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검사 결과 모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집으로 함께 돌아가기 시작했다. 민후는 윤하가 출산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활동을 줄일 예정이었다. 집 안에 그녀 혼자 두는 것은 자신 자신도 많이 불안하였다.
더불어서 자신이 웬만한 요리도 솜씨를 발휘하면 뚝딱 만들 수 있고 집안일에 소홀한 사람도 아닌 데다가 한창 윤하를 돌봐줘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집안일 등이나 혹은 그녀가 보고 싶다는 것, 듣고 싶다는 것, 먹고 싶다는 것 등 모든 것을 해줄 예정인 자상한 남자 강민후였다.
집을 보기 위해 잠시 경기도 부근으로 내려왔다. 서울 쪽에 집이 있으면서도 집을 보는 이유는 가족들이 편하게 쉴 수 있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한적한 전원주택을 장만하기 위함이었다.
배우들이나 혹은 국내의 유명 인사들 중에서 상당한 이들이 집뿐만이 아니라 전원주택을 사들여서 전원주택에서 편안히 휴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그들의 대부분이 자산이 50억 원이 넘는 이들이었다. 민후의 자산도 그 정도는 되었다. 더불어서 어머니도 얼마 전에 30억 원 상당의 전원주택을 낙찰받으신 걸로 안다.
한 번 사진으로 보았는데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민후도 아이와 윤하, 자신 세 사람이 함께 쉴 때 전원주택에서 내려와 생활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를 따라서 이동한 곳은 조금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러나 쭈욱 험한 길을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탁 트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탁 트인 공간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고 하얀색 울타리가 멋들어지게 가슴 높이 정도 오게끔 쳐져 있었으며 그 내부에는 석류나무와 소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텃밭도 있었고, 일단 집 자체가 무척이나 예쁘게 생겼다. 땅 면적만 해도 200평이었으며 집은 150평에 이르는 곳이었다.
“어떠신가요?”
“집이 너무 예뻐요.”
함께 동행한 윤하는 감탄을 터뜨렸다. 민후는 빙긋 웃었다. 어쩌면 이 정도의 전원주택을 따로 마련한다는 것은 세상 많은 사람의 꿈일 수도 있었다.
자신이 어느새 이 정도까지의 능력이 생겼는가 보다. 전원주택에는 테라스도 넓게 있었고 흔들 그네와 더불어서 그 옆쪽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더욱더 입이 떡 벌어졌다.
네모난 강화유리 안에는 벽난로가 들어가 있었으며 바깥이 훤히 보이는 강화유리가 문과 같이 있었다.
나무로 지어진 계단을 밟고 올라가자 더욱더 감탄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안방이 다름 아닌 2층에 있었는데 무척 넓었고 햇빛이 확 하니 들어오는 곳이었다. 더불어 안방을 나서면 테라스로 바로 나설 수도 있었고, 아이들 놀이방도 있었다.
민후가 확인한 가격은 33억 5천만 원이었다. 괜히 그 정도 값이 나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이 아름다우니 작은 물레방아를 만들고 그 옆으로는 테이블과 탁자를 놓아서 카페식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면 더 좋을 것 같았고, 미래의 아이를 위해서 작은 어린이용 놀이기구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았다.
가끔은 텃밭에서 키운 고추와 상추 등을 먹는 것도 상상만 해도 행복하였다.
민후와 윤하는 일단 이야기를 나누고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두 사람은 아직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꾸밀지에 대해서 흥분하여서 토론을 내놓았다.
* * *
강민후의 학원 ‘연기 배우기’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뤄내었다. 강민후가 학원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1년에만 해도 30억 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더불어 본래 한 곳이었던 학원이 두 개로 늘어났고, 그 두 번째 학원은 규모도 1.5배가량은 더 컸다. 현재 기존의 학원의 총체적인 관리는 맡겨놓은 상황이었다.
즉 원장 자리를 대신한 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름 아닌 배우 박창석이었다. 창석은 배우 중에서는 ‘톱’이라는 수식어는 어떨지 몰라도 그래도 연기 하나는 잘하는 배우였다. 더불어서 그에게 학원을 맡기게 된 계기는 그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그에게 신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작 창석은 자신은 잘 나가는 톱배우는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후배들 양성에 힘을 썼다. 더불어서 민후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가난한 수강생들을 도왔던 이래 역시도 있었으며 될수록 더욱 많은 이들을 끼워넣기 해주기 위해 뛰어다녔던 이다.
4년 동안 지켜본 후 민후는 계속 자신이 자리를 비우니 그 자리에 창석이 앉았으면 한다고 말했고, 창석은 처음에 기겁했으나 나중에는 ‘열심히 한번 해보죠!’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역시나 창석은 민후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다. 학원의 매출은 계속 증가했고, 더불어 더욱 중요한 것은 4년 사이에 학원에서 한창 떠오르는 배우를 네 사람이나 배출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들은 요즘 활발히 주연 배우로서 드라마, 영화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으며 그들 중 한 사람은 바로 김주민이었다. 돈이 없어서 수강을 받지 못했던 청년, 김주민.
그 청년이 어느덧 연간 수억 원을 벌어들이는 당당한 배우가 된 것이다.
현재 김주민은 학원의 강사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듣기로는 6개월 수강증을 끊어 준 후 그는 강사진들이나 다른 이들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보였다고 한다.
강민후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 결국 어떻게 해서든 공부하고, 노력하는 이들은 성공하게 된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현재 홍익대학교 부근에 세 번째 학원이 인테리어 준비하고 있었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은 편이었지만 홍익대학교 쪽인지라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실상, 민후는 본점을 맡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홍익대학교 쪽을 관리해줄 이를 뽑아야 했고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민정이 되었다.
“어때, 해주겠어?”
“너, 너무 놀랐어요.”
입국한 후 처음으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민후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에 그녀는 무척이나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실상 학원의 원장 자리는 쉬운 것도 아니었으며 더불어서 그 학원을 전부 이끌어가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에게나 믿고 맡기기에는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싶다.
“해보고 싶기는 한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내가 본 그대로라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민후는 빙긋 웃었다. 민정 정도라면 훌륭했다. 물론 아직 나이가 어린 그녀이기는 하였지만, 그녀에게서는 많은 가능성이 보였다. 더불어서 학원의 운영은 분명 돈을 벌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강민후의 마인드는 ‘많은 인재를 양성하자’였는데, 민정과 민후의 마인드가 거의 비슷했다.
때문에 그녀가 맡는 것이 가장 낫다고 할 수 있었고, 배우 계에서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번 해볼게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굳은 결심을 한 듯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후는 빙긋 웃었다. 그녀라면 흔쾌히 응해줄 줄 알았다. 민후는 몇 마디의 조언을 그녀에게 해주었다.
* * *
벌써 윤하의 배가 많이 올라왔다. 임신 26주 차였다. 배가 많이 불렀기 때문에 이젠 몸을 일으켜 걸어 다니면 허리가 아프다고 말할 정도였다. 손발 걷어붙이고 민후는 모든 일을 자신이 행하고 있었다.
잠시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민후는 허겁지겁 차에서 내렸다. 길거리 분식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모, 순대하고 떡볶이 좀 포장해주세요. 간 많이요.”
“어? 강민후다.”
“안녕하세요.”
포장마차에 들른 이유는 윤하가 순대가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에 차를 타고 오다가 쭈욱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옆에서 떡볶이를 먹던 여고생들이 민후를 알아보고는 놀란 기색이 되었다.
민후는 빙긋 웃고는 인사했다. 악수를 청해서 악수 한 번 해주고 사진 한 번을 찍어줬다.
아주머니는 그제야 알아본 듯하다.
“인제 보니 TV에 나오는 양반이네. 부인이 임신했어?”
“예. 이제 26주 차요.”
민후는 빙긋 웃었다. 옆에서 여고생들이 ‘윤하 씨, 임신했는데도 너무 예뻐요-’라고 말했다. 민후는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주머니는 간을 듬뿍 담아서 포장해주었다. 계산을 끝내고 민후는 후다닥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이렇듯 윤하가 뭘 먹고 싶을 때마다 민후는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위를 헤매면서 그녀가 먹고 싶다는 것을 꼭 사다 주고는 했다.
민후는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리 윤하가 좋아하는 순대 사 왔어요-”
“어서 와!”
민후가 문을 열면서 검은 봉지를 흔들어 보이자 소파에 앉아서 클래식을 듣고 있던 윤하가 손짓을 해줬다. 그녀는 배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정말 배가 많이 불렀다.
집으로 오자마자 매일같이 하는 행동을 또 한다. 일단은 윤하에게 먼저 입을 맞추고, 그다음으로는 윤하의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배에 입을 맞췄다.
“우리 아들 잘 있었어?”
“아빠가 순대 늦게 사 온다고 발로 뻥뻥 차던데?”
“헉! 그랬어!? 빨리 대령해야지!”
윤하의 장난기 어린 말에 민후는 그녀의 앞으로 순대와 떡볶이를 펼쳐 보였다. 확실히 임신을 하면 여자들이 간을 찾는다더니 사실이었다. 항상 순대 부분은 민후가 먹고, 간은 윤하가 먹고는 했다.
순대와 떡볶이를 펼치고 그녀에게 나무젓가락을 건넸다. 그녀는 간부터 집어 들어 입안으로 집어넣고는 우물우물 씹은 후 삼켰다.
“아이구, 내 새끼 맛있어?”
정작 먹은 건 윤하인데 민후는 배 속의 아기에게 말한다. 그러나 26주 차부터는 아이가 들을 수 있다고 간호사에게 들었다. 때문에 항시 윤하에게나 아이에게나 좋은 말만 해주고 있었고, 요리할 때도 조미료는 일체 첨가하지 않고 해주고 있었다.
현재 계속해서 출연 제의가 쏟아지고 있었으나 강민후는 소속사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확실시하게 밝혔다. 아이의 출산까지 절대 그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가 소속사를 통해서 기사까지 내서 굳은 마음을 내보이자 출연 제의나, 인터뷰 요청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간혹 눈치 없이 제의하는 이들도 있긴 했다.
민후가 이렇게 쉬고 있어서 매니저인 정수는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요즘 연애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 오연훈에 의해서 정수가 칼에 찔렸을 때 병원으로 편지를 보내던 이 중 한 사람이었는데, 마음씨도 좋은 것 같았고 얼굴도 예쁜 여성이었다.
듣기로는 치과의사라 한다. 이젠 정수도 정말 결혼해야 할 때였다. 두 사람 사이를 자신이 가능하다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밀어줄 생각이었다.
“맛있어?”
“응. 우리 아기가 너무너무! 맛있대.”
“여, 여보가 맛있는 건 아니고?”
“그런가?”
민후가 어색하게 웃자 그녀가 ‘헤’ 하고 웃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한 민후였다.
부모님이 요즘 자주 민후에게 하소연을 하시고는 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혜인이가 가수를 하겠다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노래방이나 다녀오고 보컬 학원을 보내달라고 조른다고 한다.
부모님은 자신들은 잘 모르니 민후에게 직접 와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민후도 가수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란한 재산 OST를 불러서 앨범을 낸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그도 척 보면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여 혜인이를 볼 때마다 무척 성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서 사춘기가 왔다는 것 역시도 알게 되었다. 열세 살, 열네 살 때까지만 해도 ‘오빠-! 나랑 놀자!’ 하면서 애교도 많이 부리더니 이젠 가면 ‘오빠 왔어? 근데 왜 왔어?’라는 말부터 나온다.
물론 사춘기 때이니 이해한다. 한창 철없는 때 아니던가. 단지 문제는 혜인이가 선택한 ‘가수’라는 길이 정말 옳은 길인지, 아니면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온 단순히 팔랑거리는 귀로 인한 것인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원을 아끼시지 않는다고 하였다.
집으로 들어온 민후는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는 혜인이를 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던 민후는 살벌한 분위기에 멀뚱히 서 있었다.
“너 이 녀석, 얼굴 꼴이 그게 뭐야! 응? 무슨 애가 화장을 그렇게 하고 다니니!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어머니는 뿔이 단단히 나셨고, 새아버지도 ‘흠! 얼굴 꼬락서니 하고는!’ 하면서 신문을 펼치며 헛기침을 하셨다.
혜인은 화장을 했다.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분홍색 립스틱에 볼 터치를 한 것 같았다. 머리는 부드럽게 웨이브 졌다.
“에이, 요즘 저런 거 고등학생 애들 다 하던데, 뭘.”
“그치, 그치?”
“넌 조용히 안 해!?”
확실히 요즘 애들은 다 하는 거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날카로운 일침이 꽂혔다. 민후는 입을 꾹 다물었다. 혜인이는 다시 양손을 공손히 모으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어머니나 새아버지나 이러신 분이 아니었다. 확실히 두 분이 혜인이에게 가지는 걱정이 큰 듯싶었다.
결국, 혜인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매일 나만 가지고 뭐래! 힝!”
“저, 저 녀석이!”
혜인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가 버렸다. 자주 있는 일인 듯 어머니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겼다.
“요즘 애들 다 저래, 엄마.”
“에휴, 내가 속이 터진다. 속이 슈퍼스타 A? 뭐 그거 나가겠다고 공부도 안 하고 저러고 있는데. 또 밤에는 노래 연습한다고 오죽 시끄러?”
“혜인이가 그래? 슈퍼스타 A 나간다고?”
민후의 물음에 어머니는 고개만 끄덕이셨다. 확실히 부모님으로서는 저렇게 꾸미기만 하고 정작 공부는 안 하니 답답하실 수밖에.
민후는 자신이 한 번 확인해주고 아니다 싶으면 자신도 딱 잘라 ‘공부나 해!’라고 말하기로 했다. 한참이나 방에서 울던 혜인은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눈이 퉁퉁 부어 밖으로 나왔다.
참 우습다. 실상 혜인이는 요즘 페이스북이라는 곳에서 스타 중의 스타였다. ‘오늘의 훈남 훈녀’라는 페이지에서 혜인이가 올라왔던 적이 있었다. 그녀도 고등학생이었지만 무척 예뻤다.
이목구비가 무척 뚜렷했고, 몸매가 좋았다. 실상 딱 외적으로만 보자면 지금 바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실력파 보컬을 꿈꾼다니, 일단 노래를 들어 봐야 할 것 같았다.
“씨잉! 다 죽었어. 오빠가 듣고 확실하게 말해줘, 내가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았다니까.”
혜인은 이제까지 자신의 진가를 몰라주던 부모님들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휙 노려보더니 민후에게 말했다. 정말 가능성이 있다면 민후는 부모님께 좋게 말해줄 것이고, 기대 이하면 꿀밤부터 한 대 때릴 예정이었다.
곧 앙칼졌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을 감은 그녀가 왼손을 배 앞쪽에 가져다 대고 오른손은 살며시 들었다.
순식간에 방 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호라.’
민후는 다소 기대가 되는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투덜거리던 모습이 사라지고 진지한 모습이 나타났다. 연기가 그러하듯이 노래도 부르는 장르에 따라서 감정이입이 확실시하게 필요한 것이었다.
노래 시작 전 확 하니 분위기가 바뀌는 그녀의 모습에 민후는 다소 놀랐다.
그는 그녀에게 집중했다.
“한 걸음 다가갔어요.
두 걸음 다가갔어요.
세 걸음째에서 그대는 내가
싫다 말하죠.
어째서 그렇게 말하나요.
우리가 웃었던 그 시간들.
추억들이 이젠 당신께 아무것도.
아닌 게 된 건가요.
사랑했던 만큼.
원망해도 될까요.
그대는 나를 버린 나쁜 사람인걸.
사랑했던 만큼.
더욱 가슴 치며 울고 있어요.
그대는 나를 두고 떠난 사람인걸.”
작은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던 민후의 눈빛이 다소 변했다. 그에 반면 부모님은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저게 노래니?’ 하시는 모습들이었다. 민후는 자세를 바로잡고는 눈을 감고 경청했다.
아쉬운 게 있다면 호흡이 불안정했고 발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도 혜인의 실력은 상당했다. 목소리에서는 풍성함이 묻어나왔고, 또한 애틋함과 슬픔이 함께 공존하기도 했다. 그녀는 음을 확실하게 잡고 부드럽게 쏘아 올리는 힘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대가 준 반지를 봤어요.
그대가 준 신발을 신어요.
그대가 줬던 편지 읽으며 나
눈물 흘리죠.
어째서 그렇게 차갑나요.
어째서 그렇게 모지나요.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했었던
그때를 잊었나요.
사랑했던 만큼
원망해도 될까요.
그대는 나를 버린 나쁜 사람인걸.
사랑했던 만큼
더욱 가슴 치며 울고 있어요.
그대는 나를 두고 떠난 사람이라는 걸.
그래도 난 그대가 너무 그리워
보고 싶어서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왜 이제야 내가 싫어졌다 말 하나요.
그대 곁에선 난 너무 행복했었는데.
고마워요, 이 행복 내가 간직할 수 있게 해준
단 한 사람,
모질고 나쁜 당신이라는 사람이란 걸.”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쭉 뻗어 나가는 고음을 들을 수 있었다. 민후는 ‘으으으’ 하며 몸을 떨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물론 그녀보다 더욱 대단한 실력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실제로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노래가 무조건 소리 지른다고 노래니? 너만큼 하는 애들은 세상에 널렸어.”
“세상에 널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으응?”
“엄마가 실제로 노래방에서 다른 젊은 애들 노래 부르는 건 못 봤구나. 실제 가수들이 아니라, 노래방에서 일반 친구들 부르는 거 들어보면 알 텐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진가를 모르시고 계셨던 것 같다. 발라드보다는 트로트에 더욱더 감수성이 풍부해지시고 더불어서 트로트의 경우는 높은음을 내지르는 것보다는 흥겹게 이어나가는 부분이 많았다.
더불어서 요즘 저 정도 노래 실력 가진 아이들은 많다고 여기셔서 아이가 괜한 꿈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민후가 보았을 때는 오히려 부모님께서 혜인이를 적극 밀어줘야 할 것 같았다.
“엄마, 혜인이 보컬 학원 다닌 적 없잖아?”
“없지. 나 몰래 갔으면 다리 몽둥이를 확……!”
“힝.”
어머니가 눈을 크게 뜨시면서 하는 말에 혜인이 민후의 등 뒤로 쏘옥 숨었다. 민후는 작게 감탄했다.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는 것은 복식호흡이나 발성법, 바이브레이션 등을 모두 인터넷을 통해서 익혔다는 것인데, 그 정도의 것들이 이 정도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은 민후가 보았을 때는 큰 재능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성공 가능성이 컸다. 배우뿐만이 아니라, 민후에게는 가수인 동료들도 꽤 많았고 그들의 노래를 몇 번 들어본 적도 있었다. 그들만큼은 아직 아니지만,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한다면 혜인이는 부모님들이 우려하는 거와는 별개로 오히려 꽤 인기 있는 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선다.
“혜인이가 노래 좀 하는 것 같냐?”
“되게 잘해요, 이 정도면 그냥 혜인이 밀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 아버지가 민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소 놀라신 것 같았다. 민후가 보았을 땐 그랬다. 혜인은 충분히 스타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썩혀두고 공부만 시키기에는 아까운 재능이지 않은가 싶었다.
“히힝! 봤지! 봤지!? 나 이런 사람이야!”
혜인은 그제야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왔다는 듯이 새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메롱을 해 보이면서 장난스레 웃었다. 부모님은 다소 놀라신 표정이었다.
잘해도 동네에서나 잘하겠구나 싶었더니 민후는 혜인이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역시 오빠밖에는 없다니깐.”
“이럴 때만?”
“근데 오빠, 나 언제 서포트 해줄고얌?”
“무슨 서포트?”
민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딱히 그녀를 도울 일이 있던가? 그녀는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오빠의 그 인기로 나를 세상에 끄집어내면 엄청난 대스타가 되지 않을까?”
“아서라, 그런 식으로 뜨는 애들은 얼마 못 간다. 슈퍼스타 A 생각 중이라며, 거기 한번 나가봐. 방송 나가서 내 이름 말하는 것까지는 허락해줄게.”
간혹 지인이 이름 좀 있다 하는 이여서 방송에 말하고 다님으로써 팍 뜨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정말 잠깐이었다. 더불어 민후가 그녀를 이곳저곳 PD들이나 혹은 엔터테인먼트들에 소개해주는 것보다는 그녀의 힘으로 얻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왜! 쫌 동생 좀 도와주면 안 되나, 강민후 씨!”
“오빠한테 강민후 씨가 뭐야, 강민후 씨가!”
콩!
“아야!”
“엄마 안 되겠어. 얘 그냥 노래시키지 말고 방에 가둬놓고 만두만 주면서 공부시켜.”
“그럴까?”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우리 혜인이가 만두는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민후가 꿀밤을 먹이면서 화가 난 표정으로 골반 위에 양팔을 올리고 말했다. 부모님은 정말 좋은 생각이라는 듯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오라버니.”
“그래, 그래야지.”
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혜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열여덟 살. 한창 좋을 때였다. 실질적으로 도와줄 생각은 없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녀를 응원하는 민후였다.
* * *
40주 차가 되었을 때 윤하의 배는 무척이나 부풀어 올라 있었다. 당장이라도 분만을 할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 이어지다가 결국 양수가 터지고 말았다.
119 구급대원들이 다급하게 집에 도착했고, 그녀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턱!
구급 차량의 문이 닫히고 민후는 비명을 지르는 윤하의 옆에 앉아서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초산부이기 때문인지 그녀는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여, 여보…… 나, 너, 너무 아파.”
“조금만 참아, 응?”
민후는 윤하의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손으로 닦아내 주었다. 구급차는 빠르게 병원으로 달렸다. 일단은 자궁경부가 모두 열리지 않았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은 진통대기실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윤하에게 진통제가 투여되었지만 크게 효과는 없는 듯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벌써 3시간째였다. 3시간 동안 자궁경부가 열리지 않고 있었다. 어느덧 연락을 받고 친가 쪽과 외가 쪽 이들이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했지만 민후는 온 신경을 윤하에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덧 자궁경부가 모두 열렸다는 의사의 소식을 접해 듣고 분만실로 이동했다. 분만실 안에 들어온 그녀의 회음부를 소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 양 사이를 벌리고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온 신경을 집중했다.
민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민후가 지금 가장 힘든 것은 고통스러운 윤하의 비명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민후가 초조해하자 수간호사가 한 말이었다.
“꺄아악!”
의사나 간호사들은 민후를 안정시켰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혹여나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아이나 윤하, 둘 중 하나를 잃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민후와 맞잡은 윤하의 손에 힘이 꾹 들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것일 거다. 진통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경부는 쉽사리 벌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살을 찢는 고통일 것이었다. 민후로서 지금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하늘에 비는 것밖에는 없었다.
9시간째였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조금 초조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통은 9시간 이내에 분만을 하게 되나, 양수가 터지고 진통이 시작되었음에도 아이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흡입분만이나 혹은 수술을 통한 분만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때였다. 서서히 자궁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와요, 선생님!”
“산모 분! 호흡 크게 쉬시고요! 후욱 후! 후욱 후!”
“후…… 욱! 후! 후우……! 훅!”
되도록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좋았다.
자궁이 열렸다. 그때를 틈타 분만을 유도하자는 생각인 것 같았다. 윤하는 의사의 호흡을 따라했다.
“꺄아악!”
그리고 간호사의 힘을 주라는 말에 온 힘을 짜내어서 힘을 주는 것이 민후의 팔을 타고 느껴졌다. 몇 차례 더 ‘산모 님! 힘주세요! 힘!’이라는 말이 외쳐지고 사람들의 그녀를 체크하는 시선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민후의 등 뒤로도 축축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곧이어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수간호사는 재빠르게 그녀의 자궁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낸 아이의 탯줄을 제거한 후 들어 올려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낸 후에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그제야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응애애애! 응애애애! 응애애!”
아이의 울음소리는 맑고 우렁찼다. 가장 먼저 안도한 것은 온몸의 힘이 빠진 듯이 감겨 가는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던 윤하였다. 그다음으로는 민후가 주르륵 바닥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건강한 공주님입니다, 아버님.”
의사가 다가와 민후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아마도 이렇듯 쓰러지는 아버지들이 많은가 보다. 그에게 수간호사가 아이를 건넸다. 눈도 뜨지 못했고, 코도 뭉툭하고 머리카락이 축축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여보, 민주야. 건강한 딸아이야.”
아이의 이름은 강민주였다. 본래 아들을 낳으면 강민태로, 딸아이를 낳으면 강민주라는 이름을 짓기로 하였었다. 아들이든 딸이든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아이가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나줬다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기쁘고 하늘에 감사해야 할 일이지 않겠는가.
“어때? 우리 아기. 예뻐?”
“그럼 당신을 닮아서 무척 예뻐. 이거 봐봐.”
윤하에게는 무척이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민후가 조심스럽게 건네는 자신의 딸아이 민주를 안았다.
“응애응애응애!”
아이는 연신 울고 있었다. 윤하가 조심스레 한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보, 우리 아기 되게 예쁘다.”
“그럼, 당신을 닮아서 예쁘다니까.”
민후는 자신도 모르게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닦아내기에 바빴다. 아이도, 산모인 윤하도 두 사람이 모두 무사해 줘서 너무나도 기뻤다. 그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예쁘구나.”
“고생했다, 윤하야.”
장모님이나 장인어른, 민후의 부모님도 윤하와 민후 사이에서 나온 아이를 행복한 표정으로 보셨다. 민후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셨다.
“내가 벌써 할머니라니…….”
“우리한테 손녀가 생겼어요.”
어머니가 우시자 되레 그녀를 장모님께서 위로하셨다. 모두가 함께 새롭게 태어난 새 생명 민주를 보면서 미소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