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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대통령 표창장(1) (44/51)

7장 대통령 표창장(1)

그 일이 있은 지 2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정수도 얼마 전에 병원으로부터 퇴원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고 복귀를 한 상황이었으며 다시 순탄하게 영화 촬영 역시도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오늘 촬영장에는 전문 무술팀원들이 조금 많았다. 그들은 엑스트라로 참여하게 될 것이었는데, 오늘의 경우 나이트클럽 안에서의 난투극을 촬영하게 된다.

나이트클럽 내의 조직원들이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익환이 정배와 짜고 일부러 폭행을 당해 명분을 만들어서 그들을 치게 되는 장면이었다.

“이야아아!”

“으아아!”

카메라가 돌아가고 무술팀 인원들은 맞춰놓았던 대로 몸을 움직였다. 오늘 촬영장에는 전직 조직폭력배인 이장우도 와있었다. 사실 그와의 약속을 지켰다.

부산에서 주로 촬영을 하는지라 회식 자리가 있으면 항시 이장우의 고깃집으로 가고는 했다. 윤 감독도 실제 조직폭력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견도 밝혔었고, 의외로 영화에 활용 가능한 소재가 많아서 회식은 항시 장우의 고깃집이었다.

그에 장우는 ‘민후 씨가 진허게 은혜를 갚네.’ 하면서 좋아했다. 촬영팀 인원이 한번 가면 300-400만 원어치는 뚝딱 해치워 버리니 그는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촬영장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멀지 않은 위치이니 불러달라고 장우가 직접 말했었고, 윤 감독은 조직폭력배의 싸움을 실감 나게 풀고 싶어 그에게 와줄 수 있냐고 물은 것이다.

처음 촬영장에 오게 된 장우는 무척 신기해했고, 한편으로는 그의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인상에 스태프 중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이 영화가 다른 푼수 영화들보다는 조금 더 낫네.”

장우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오로지 눕히고 제압하기 위한 싸움을 하는 무술팀원들을 보면서 그나마 실제와 조금 흡사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 감독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그래요?”

“예, 대신 이런 것도 필요해요, 의자 같은 거 확 집어던지 부리고, 또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발차기하는…… 저거저거, 저건 빼야 합니다. 참말로 그 어떤 바보가 테이블 올라가서 발차기합니까. 테이블 발로 뻥 차서 넘어지면 황천길인디.”

윤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서 듣고 있던 민후도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 큰 부상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이번 컷에서 만족하지 못한 윤 감독은 재촬영을 요구했고 무술 감독에게 언급하여서 테이블 위에서의 발차기 신과 더불어 화려한 동작은 계속 빼내고 오히려 더욱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해달라고 했다. 생각보다 장우가 톡톡히 촬영장에 도움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라고 내가 시나리오 읽어본께 정배라는 역할은 판호보다 예전부터 한 수 위였던 남자요. 그리고 판호도 지금 현재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거고.”

난투극 신의 촬영이 끝이 나고 다음 신 촬영을 위해서 촬영팀 인원들은 준비에 바빴다. 그리고 윤 감독과 민후, 판호 역할인 진환이나 남원 등은 장우의 옆에 붙어서 이장우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우는 주먹 하나를 들어 올려 ‘이거고’라고 말했다. 즉, 부하들의 두목이라는 의미다.

“아무리 밑이었다고 해도 지금 거느리는 식구가 있는디 무서워도 까오가 있으니까 질 순 없지. 정배가 ‘불 한번 붙이 봐라.’ 이건 내 밑으로 기라는 건데, 그 어떤 조직폭력배가 쉽사리 응하겠소. 죽어도 자존심은 못 굽히지. 내가 이 시나리오를 보니까 그래도 작가가 조사를 많이 했네. 만약 내가 판호라는 역할이었어도 나도 맞았음 맞았지, 굽히지 않는다 이 말이요. 그러니께, 음…… 이름이?”

“조진환입니다.”

“허따, 진짜 이 길로 나갔음 성공했을 뻔했는디, 그나마 배우질 해서 다행이네요! 하하!”

“하하하.”

진환의 덩치는 산과 같이 컸다. 더불어 키도 1m 87㎝ 정도는 되기 때문에 장우와 나란히 앉아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더불어서 지금 현재 입고 있는 의상 자체도 1980년대의 조직폭력배 스타일이기 때문에 장우로서는 진환의 덩치에 작은 감탄을 했다.

그의 말에 진환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웃었고 다른 이들도 웃었다.

“진환 씨는 그니께, 절대 자존심은 굽히지 않겠다는 식으로 연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민후 씨는 병으로 진환 씨 마빡을 쳐분다문서…… 아, 입이 좀 거칠어부릇네. 때려버린다믄서요. 민후 씨는 자신의 밑으로 굴복 시키는 것이니께, 가차 없어야 한다는 거고요.”

“예, 알겠습니다.”

민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윤 감독은 무척 흡족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전직 조직폭력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장우를 만족하는 표정으로 보는 듯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판호의 부하들이 최정배의 부하들에 의해서 맥없이 쓰러져서 구타를 당했다. 그들은 정배 부하들에 의해서 옴짝달싹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정배와 판호는 마주 보고 있었다. 판호는 부하들이 모두 쓰러져 있었지만 다리를 꼬고 앉아서 눌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업소에 니 애기들하고 내 애기들 반반씩 배치하고, 나가는 애들 명목으로 돈 쪼까 챙겨주는 걸로.”

판호는 그래도 협상을 하기는 해야 한다고 여겼다. 정배는 명분을 들고 나타났다. 자신의 대부님을 폭행한 것에 대한 죄를 묻겠다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라도 억지 명분을 들고 왔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확실히 다른 식으로 보면 자신이 정배와 안면이 있는 사이를 건든 것이기에 시작을 자신이 했다, 라는 식으로 볼 수가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협상을 먼저 제안한 것이다.

“그래, 나가는 너희 애들 돈, 내가 한번 말해서 섭섭지 않게 챙겨주도록 해볼게. 근데 한 업소에 애들 반반을 배치하는 건 아니지.”

정배는 처음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듯싶었다. 그러나 애들을 반반씩 업소에 배치하자는 건 극구 거절했다. 업소에 반반씩 애들이 배치된다면 마찰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다르게는 정배는 이 업소를 자신이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내도 자존심이 있다.”

“하! 그래서? 담배 하나 가온나.”

이판호가 눈을 부릅뜨며 하는 말에 정배는 헛웃음 지었다. 수년 전에는 이판호가 자신의 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판호는 더 이상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모습이고, 정배는 뒤쪽의 부하에게 손을 휘휘 저어 담배를 건네받았다.

그는 품속에서 지퍼 라이터를 꺼내어 테이블을 이용해 툭 하고 밀었다.

“마, 불 한번 붙이 봐라.”

말 그대로 자신에게 예전처럼 기어 보라는 의미였다. 판호는 헛웃음 지으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지퍼 라이터를 툭 밀쳤다.

“옛다.”

그는 헛웃음 지었다. 그러나 다시 정배는 그에게 밀었다.

“붙이 봐라.”

“내 니가 알던 가방 들어주던 그 이판호 아닌기라.”

“그래? 그럼 좀 맞아야겠네.”

정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검지와 중지에 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뭉개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가차 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병으로 머리를 가격했다.

와지직!

“크헉!”

판호의 입으로 비명이 내질러졌다. 참으려고 했으나 그게 되지 않았다. 그의 몸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지려 했지만 정배가 머리채를 움켜잡고 질질 끌었다.

“으어어억……!”

병 박스가 쌓여져 있는 곳으로 그를 끌고 온 정배는 사정없이 빈 병을 꺼내서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가 완전히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을 때 그는 담배 하나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는 몇 모금 빨았다.

“후우, 새끼…… 마이 컸네.”

정배는 잠깐의 자비도 없이 그의 얼굴에 담배를 껐다.

치이익!

“끄아아악!”

판호의 비명이 나이트클럽 안에 울려 퍼졌다.>

촬영이 끝이 나고 모두가 모여 모니터를 했다. 장우는 만족한다는 듯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윤 감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의 촬영의 경우 장우가 꽤 큰 도움이 되었던 듯싶다.

이제 다시 가게로 가보겠다는 그의 말에 윤 감독은 ‘놀러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세요.’라고 말했다. 즉 촬영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장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민후의 학원은 매달마다 오디션을 보고서 성공할 수 있는 실력인지 검토하고, 또한 실력 있는 이들을 뽑아서 단역 배우로서라도 배역을 잡아주고는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강사진들이 심사를 통해서 세 사람을 추려내었다. 소파에 함께 앉아서 가장 유망한 이들과 함께 앉아 차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인 민후는 빙긋 웃었다.

이 중 한 아이는 단역 배우로서 먼저 나서고 싶다고 했다.

쉽게 뜨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오디션을 보아서 확 하니! 작품에 붙거나, 혹은 단역 배우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과정이다.

민후가 보았을 때 무난하고 안정적인 것은 단역 배우로서 시작하는 것이다. 수입도 꽤 생길 것이었고, 더불어서 앞서 실전에 대해서 익히기도 하게 되며 감독의 눈에 띄면 더욱 좋은 배역을 따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디션의 경우는 대개 한 방을 노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함께 앉아있는 이들은 서른세 살의 늦깎이에 연기를 시작한 황현태라는 남성과 스물여섯 살의 유지혜라는 예쁘게 생긴 외모의 여성이 있었고, 스물네 살의 현재 연극영화과에서 재학 중이라는 이은정이라는 여성이 있었다.

이중 단역 배우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이는 유지혜라는 여성이었다. 스물여섯. 차근차근 밟아나가기에는 좋을 때였다. 더불어 수강생들 중에서 손가락 3개 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실력을 입증 받은 셈이었다.

민후의 학원의 강사진은 배우였고 뛰어난 이들이었다. 그들이 다소 인정한 이들이라는 뜻과도 같았다.

“그럼 현태 씨하고 은정 씨는 다방면으로 오디션에 이력서를 넣어드리고 추천서도 함께 동봉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서 따위가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 싶겠냐만 강민후의 학원에서의 추천서는 달랐다. 많은 실력파 배우들이나, 월드 스타 강민후가 검토하에 작성하는 추천서였기 때문에 그 힘이 생각보다 컸다.

두 사람은 무척 좋아하였고, 민후는 지혜라는 여성과 할 이야기가 남았기에 그들을 내보냈다.

“지혜 씨 관련해서는 제가 강사님들이나 배우분들께 말씀을 드렸어요. 단역 배우가 하고 싶으시다고. 아무래도 그쪽 계통에 전부 발이 넓으신 분들이니 곧 배역이 들어오게 될 거예요.”

“네!”

지혜라는 여성은 보면 무척 활기찬 성격의 소유자였다. 피부는 애기처럼 곱고 뽀얬으며 남성들깨나 울렸을 것 같은 여성이었다. 이렇게 면담을 나누기 전에 민후는 앞서 이들의 연기를 모두 직접 확인한 바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지혜라는 여성에게서 가장 큰 성공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막상 학원에서 배운 것을 실전에서 써먹으려고 하면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그래도 그 부분은 차차 적응해 가시면 되는 거고, 어느 정도 노하우를 알려드리자면…….”

민후는 차근차근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번 달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심사를 통해서 몇 사람을 추려내었고 그중 한 사람은 단역 배우를 확실시하게 따내고 민후의 조언에 따라 움직이다가 더 괜찮은 배역을 따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한, 오디션을 봤던 이들 중 작은 배역이었지만 한 남성이 오디션에 붙은 이례도 있었다. 때문에 수강생들은 요즘 손가락 3개 안에 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민후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추천서를 써주는 것만큼, 수강생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더욱 높은 수준의 수강생들이 되어 올라오는 것이기에 단역 배우로서 권하기에도 좋았고, 오디션에 추천서를 넣으면서도 눈치가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만 나가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밖으로 나서는 지혜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방긋 웃었다. 민후도 마주 웃어주었다. 그들과의 면담이 끝이 난 후 민후도 외투를 챙겼다. 잠시 면담을 위해 들른 것이다. 다시 바로 부산의 촬영장으로 넘어가야 했다.

영화 ‘범죄, 그놈과의 전쟁’ 촬영이 끝난 상황이었다. 한 달 후쯤에 국내에 개봉이 될 예정이었고, 현재 예고편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살 수 있었다.

이제 범죄, 그놈과의 전쟁의 촬영이 끝이 나면 민후는 몇 개월 정도 국내에서 쉰 후 다시 할리우드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드라마 ‘마이 굿닥터’ 촬영장에 민후는 와있었다. 마이 굿닥터는 얼마 전 민정이 주연으로 발탁된 드라마였다. 현재 시청률 20%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의학에 관련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의 남성이 한 병원의 소아외과의 레지던트로 근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였으며 민정은 활발하면서도 터프한 여자 의사 역할인 ‘이윤서’ 역할을 맡은 상황이었다.

상대 배역은 이주원이라는 친구로 과거에 배우 강동훤을 닮았다는 것으로 크게 이슈를 샀었고, ‘각시’라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던 미남 배우였다.

오늘의 촬영 분량은 이주원이라는 친구와 민정, 단역 배우 중 간호사 역할로 출연 중인 지혜가 나오게 된다.

굳이 이 촬영장에 나온 이유는 자신의 학원 학생인 유지혜가 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였으며 한층 배우로서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수강생들을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지혜의 경우 민정이 영화에 발탁되면서 수강생 중 가능성 있는 지혜를 자신이 끼워넣기 식으로 데려왔다.

하물며 ‘최 간호사’라는 검색어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에는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서 단역으로는 아까운 연기력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최 간호사, 김 교수님 못 봤어?”

“방사선과에 계신 것 같던데요? 무슨 일 있어요?”

“그런 게 있어. 너 빨리 따라와.”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민후는 물끄러미 촬영 현장을 바라보았다. 이주원이라는 친구, 연기가 무척 좋았다. 실상 부족한 점이 분명 있었으나 그는 캐릭터 자체를 자신의 방식대로 살리는 개성이 있는 배우였다.

민정의 물음에 지혜가 답하고 이내 민정은 이주원이라는 배우의 팔을 잡고는 어딘가로 데려간다. 주원은 불안한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들이 카메라에서 사라지는 순간 OK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자, 15분 쉬었다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감독의 쉬고 가겠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민후의 앞으로 민정과 지혜, 주원이 다가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가장 먼저 후다닥 앞으로 달려와서 인사를 하는 이는 바로 이주원이었다. 목소리에 패기와 열정이 넘쳤고, 예의도 발랐다. 민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연기 잘하던데?”

“선배님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모자랍니다.”

민후의 말에 이주원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주원도 발달 장애를 가진 서번트 증후군 의사 역할을 맡게 된다는 사실에 관련 영화 몇 개와 드라마를 챙겨 보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42.195㎞라는 강민후의 영화였었다.

그의 연기는 마치 신이 들린 것처럼 대단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그 당시 유원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했던 민후의 나이가 스무 살이었다.

유원은 상당히 강민후라는 배우를 높은 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월드 스타라는 이름을 단 것은 그만큼 실력이 있었고, 그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어때요.”

“무척 좋아요.”

그다음으로 지혜와 민정이 다가왔다. 지혜는 활짝 웃었다. 비록 지금은 계속 대사 몇 마디 없는 단역 배우였지만 얼마 전에는 그나마 비중이 있는 역할에 조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차근차근 밟아 주연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배우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순탄한 배우의 삶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저는 거들떠도 안 보시네요. 쳇.”

“응? 하하, 내가 언제.”

“됐어요.”

민정이 지혜와 주원하고만 민후가 대화를 나누자 토라진 것처럼 입이 삐쭉 앞으로 나왔다. 그는 난처한 웃음을 짓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가봐야 했다. 잠시 근처에 스케줄이 있어서 들른 것이었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참, 지혜 씨는 혹시 불편하거나 상담하실 거 있으면 저나, 아니면 강사님들한테 말씀해주세요. 아니면 민정 씨한테 물어도 되고요.”

민후는 가기 전 큰 뜻은 없이 한 말이었다. 단지 자신의 학원에서 배출해낸 인재이기 때문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확실시하게 책임을 져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그러겠다며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민후는 스케줄 장소로 돌아갔다.

민후가 그다음으로 온 스케줄 장소는 행복의 재단, 즉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기부단체 중 한 곳의 행사였는데, 오늘의 경우는 단순히 행복의 재단 주요 인원들뿐만이 아니라, 유니세프의 인원과 행복빈 기부단체에서도 사람이 나와서 함께 이야기를 진행하는 자리였으며 민후의 경우는 초청을 받은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가 초청을 받은 이유는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해서 그가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부한 금액이 20억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금액이 알려진 바는 없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강민후가 기부한 금액은 훨씬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가 이렇듯 수십억을 기부한 사실은 실상 세상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물론 민정이나 이태를 도와줬던 일이나 혹은 자원봉사를 갔던 일, 자신이 졸업했던 대학교에 기부금을 매년 냈던 것은 기사화가 되기는 했지만 알게 모르게 기부 한 금액이 실상 20억보다도 훨씬 많을 수도 있었다.

연예인들의 기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즈니스로 통하는 세상이다. 이미지를 돈으로 사는 것이다. 몇억을 기부했다. 실상 배우들에게는 당장 생활고에 시달릴 만큼 타격이 있는 금액이 아니었으며 몇억을 투자해서 몇억 가치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에 충분히 그런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이번에 열린 다양한 기부 단체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민후가 초청된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서는 그 어떤 이도 상업적인 용도의 기부를 발견할 수 없었고, 매년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양측으로 나열되어 있는 자리에 열 명의 인원들이 주르르 앉아있었다. 총 스무 명 정도가 참석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참석한 배우는 민후뿐만이 아니었다. 유니세프에서 참석한 이가 다름 아닌 크게 얼굴을 알리고 있는 배우 중 한 사람인 인성기였다. 30년이 넘는 연기 경력을 가진 지치지 않는 국민 연기 머신이라고 불리는 배우라고 할 수 있었다.

“잘 아시는 분이죠? 강민후 씨입니다.”

짝짝짝짝!

앞쪽에 선 젊은 사회자는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지휘를 가지고 있는 이도 있었으며 다르게는 무척이나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계신 노인분도 계셨다.

이 자리 자체는 대단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한 기부를, 즉 부족하여도 나눠주는 이들을 초청하여서 벌이는 조촐한 행사였다.

소개에서 들었을 때는 노인분께서는 40여 년간 월 130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5억 원 이상의 금액을 기부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자주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짝짝짝짝!

이 안에서 실상 가장 나이가 어린 이는 강민후였다. 모두가 기특하다는 듯이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그는 머쓱하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실상 민후가 후원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 기부재단이나, 혹은 장애인 복지센터, 양로원, 고아원 등등을 합치면 열다섯 곳이 넘는다. 그는 수많은 사람에게 박수 받기에 충분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인 것이다.

하얀색 스크린이 내려오며 행사장의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만 화면이 비쳐지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기부금을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는 열한 살 소년과 일곱 살 소녀, 그리고 할머니. 세 사람이 나오고 있었는데, 기부금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새로운 집 지어주기를 시작하여서 끝내는 기부재단에서 32평 남짓의 화려하고 멋진 집을 선물해주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모든 인원들은 흐뭇하다는 박수를 쳤다. 그 외에도 수차례의 사연들이 소개되기도 하였고 마지막 글귀에는 ‘모든 기부자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글이 떠 있었다.

짝짝짝!

절차적인 행사가 끝이 나고서는 모두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백반집이었다. 말 그대로 이 행사는 친목을 다지며 앞으로도 이 마음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개최된 행사인 것 같았다.

“이런 기부 천사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아닙니다. 저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도 많은 걸요.”

인성기는 뿌듯하다는 듯이 민후의 어깨를 두들겼다. 실상 인성기조차도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고, 대부분의 연예인들도 강민후가 이처럼 많은 기부를 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리고 강민후는 자신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 안의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이들 중 분명 자신 스스로가 살아남기에도 힘든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힘이 듦에도 불구하고 나누고 베풀고 있었다. 자신에게 과연 저 정도의 용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도 되었다.

이번 자리의 참석이 무척 뜻깊게 느껴진다.

“기부라는 건 정말 이상해. 내가 하루에 십만 원을 벌었어. 그래서 만 원을 기부했지. 나한테는 큰돈도 아니고, 이거 없다고 안 죽지 않나.”

인성기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이어갔다. 그렇다, 십만 원 중 만 원은 어쩌면 작은 돈에 불과했다. 1/10밖에는 되지 않는 금액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 만 원을 받고 어떤 이는 뛸 듯이 기뻐하고, 어떤 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느끼기도 해. 또 이곳보다 더 먼 세상으로 가면 그 만 원이 몇 명의 아이들을 살리고, 몇 명의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 나에게는 작은데, 다른 이들한테는 너무나도 큰 행복이란 말이야.”

그의 말대로다. 자신에게는 작다고 할지언정, 정말 그의 말처럼 국내가 아닌 해외로 나가면 자신이 적다고 생각하는 금액으로 인해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이들도 많았다.

자신이 작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사람을 살게 하는 원동력도 될 수 있다는 말이었고, 많은 뜻을 담은 인성기의 조언이기도 하였다.

민후는 작게 웃음으로 답했다. 인성기는 만족한다는 듯이 빙긋 웃으며 다시 한번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리고 축하하네.”

“예?”

그런데 그의 갑작스러운 축하한다는 말에 민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인성기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못 들었나?”

“무엇을 말씀이신가요?”

“아아, 아니야. 일부러 아직 말해주지 않았나 보구만. 하긴, 아직 확정된 건 아닐 테니까.”

인성기의 의아한 말에 민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니?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참 대선배인 인성기에게 추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민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인성기는 궁금하면서도 묻지 않는 그의 모습이 재밌던지 웃었다.

“곧 연락이 갈 거야, 내가 봤을 때는 이번에 자네가 받을 것 같거든. 전화 받고 놀라지나 말게나.”

그는 놀라지 말라고만 언급하였다. 대체 얼마나 큰 것이기에 인성기라는 이가 그러나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라면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연락이 올 것이었다.

초조해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식사를 끝내고 사람들은 다음을 또 기약하며 헤어졌다. 민후 역시도 다른 이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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