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장 할리우드로 가다 (2)(6권) (38/51)

국민배우 강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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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장편소설

1장 할리우드로 가다 (2)

대련이 끝이 나고 장 관장은 민후를 흡족한 표정으로 보았다. 경범은 상당한 실력자였다. 오랜 시간 검을 쥐지 아니했고 한 달간 다시 다녔던 강민후가 한 대를 때리기에도 힘이 든 상대이다. 그러나 민후는 남들과 다르게 그를 당황시키기도 하고 공격을 해내기도 하였다.

장관장은 만약 민후가 1년 정도만 다시 도장에 꾸준히 다녔어도 경범과 비등한 실력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경범과의 대련 이후 그다음부터는 장 관장이 직접 민후에게 공격을 취함으로써 ‘막기만 해라.’라고 말하였다. 장 관장의 검은 무척이나 빨랐다.

경범의 것과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민후는 장 관장의 말처럼 막기만 하였다.

“윽!”

민후는 턱밑에 닿아있는 검 끝에 얕은 신음을 본인도 모르게 흘렸다.

“갈수록 빨라지기 시작할 거야. 그처럼 자네도 빨라져야 해.”

“예.”

검을 거둔 그는 그렇게 일러주고는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민후는 역시나 두 손에 쥐어진 검을 이용해 그것을 막기 위하여 온 힘을 다했다.

민후가 스톰 쉐도우의 쌍검술을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촬영을 끝냈던 영화 눈보다 빠르다가 전국적으로 개봉을 완료하였다. 눈보다 빠르다는 개봉되는 순간 극장가의 1위의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며 누적 관객 수 725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9세 영화는 600만 관객을 넘어서면 12세 이용가의 1천만 관객과 같다는 말이 있었다. 하물며 눈보다 빠르다는 국내에서 이제까지 개봉되었던 19세 영화 중에서 종합적인 2위의 성적을 거두는 역변을 토해내었다.

명품배우들과 틈새 없이 잘 짜인 시나리오가 여기에서 결국 큰 한 몫을 단단히 해낸 셈이었다. 눈보다 빠르다는 거의 돌풍과 가까웠다. 오죽했으면 눈보다 빠르다를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재밌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원작 못지않다.’

실제로 원작 못지않다는 말은 무척 힘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눈보다 빠르다는 관객들에게 그러한 호평을 받아내고 있었으며 전문가들의 평점조차도 무척이나 우수한 편에 속하였다.

민후로서는 대한민국 영화 연기대상 남우주연상 부분을 수상하기도 하였을 정도이며, 그와 함께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는 바로 강혜수였다. 이번 영화에서 강혜수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이천춘사대상 영화제 올해의 여우주연상 등 여배우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굳혔으며 류승진의 경우는 남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에 덧붙여서 영화 눈보다 빠르다에서 나왔던 대사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기도 하고 있었다. ‘아수라 발발발.’ 등이나 혹은 ‘밑장빼기냐?’ ‘쫄리면 뒈지시든가.’ 등 수많은 이들이 영화 눈보다 빠르다를 자신들도 모르게 유행으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19세 영화가 700만 관객을 넘어서게 한 주 된 공신인 강민후의 경우, 이젠 대한민국의 명품배우 반열에 서도 나무랄 것이 없는 실질적인 대세가 되었다.

얼마 전 치러진 통계조사. 대한민국의 연기파 젊은 배우에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강민후가 1위를 섭렵하는 쾌거를 이루어내기도 한 상황이었다.

그의 값어치는 이제 영화 한 편당 4억 5천만 원 정도의 값어치를 하게 된 셈이었다. 전역 후 그가 이뤄낸 행보에 수많은 이들은 그에 대한 찬사를 보내주고 있는 셈이었다.

확실하게 민후는 전역 후 다시 한번 국내에 자신에 대한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었으며 이제는 정말 할리우드로 가는 일만 남은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꽤 지났다. 수개월 동안 도장에 다녀 이젠 도장 내의 인원들도 민후를 신기해하지 않고 있었다. 잠시 쉬는 틈에 대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 녀석이 모포와 화투패를 가지고 왔다.

눈보다 빠르다가 큰 흥행을 한 만큼 그에 관련한 관심을 두는 이들도 무척이나 많아졌고, 더불어 함께 검을 배우는 이들의 경우 더욱 그것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건 어디서…….”

“아. 제가 말 안 했나요? 아버지가 행정보급관이세요.”

“컥.”

“헉!”

김창민이라는 친구가 가져온 모포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모포였다. 화투패를 던지기에 좋은 것이나 출처가 궁금했다. 민후의 물음에 창민은 태연하게 말했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를 다녀왔던 이들에게는 언제나 행정보급관은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곧 민후는 패 다섯 장을 던진 후, 그 다섯 장에 다시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다섯 장의 패가 모두 바뀌었다.

“우와!”

“헐!”

감탄이 이어졌다. 민후는 쓰게 웃으면서 다음으로 밑장빼기와 낱장 치기를 보여주었다. 여전히 그 감탄은 이어졌다. 영화 눈보다 빠르다가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되고 장병연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었다.

실제로 눈보다 빠르다가 흥행하면서 사람들은 타짜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고 알아보기도 하였다. 실질적으로 영화 눈보다 빠르다 탓에 타짜가 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글을 올리는 이들이 늘어났으나 그들은 곧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타짜 지망생이 너무나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타짜 지망생이 많아졌다며 그만큼 돈을 벌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일반인들 같은 경우 영화 눈보다 빠르다를 봄으로써 절대 일반인은 도박판에서 돈을 딸 수 없다. 단지 타자들에게 호구로 전락할 뿐이다, 라는 확고한 생각을 자리 잡게 할 수 있었다.

“형, 가시게요?”

“가봐야지. 대표님이 찾으신다.”

“근데 형, 저 그 기술 가르쳐주면 안 돼요?”

“5년 동안 연습할 수 있냐.”

민후가 몸을 일으키자 창민이 옆으로 쪼르르 붙어 말했다. 순진한 녀석이다. 그리고 장병연의 말처럼이라면 절대 타짜가 될 수 없는 눈을 가진 아이이다.

의심이 많고, 포부가 작았다.

민후의 5년이라는 말에 그는 눈이 커졌다.

“5년이나요? 형도 5년 연습했어요?”

“난 4개월 정도? 근데 내 실력 솔직히 도박판 가면 써먹지도 못해.”

민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창민이라는 녀석은 5년이라는 말에 더 이상 가르쳐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위험한 타짜라는 직업을 위해 5년을 투자하는 것보다 5년을 공부해서 차라리 안정적인 연봉의 취업을 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관장님께 인사를 드린 후 밖으로 나온 민후는 함태웅 대표에게 향했다. 오디션 접수를 신청하자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제작사 측으로부터 답변이 날아왔다.

날짜와 일시, 장소가 적혀 있는 것이었으며 현재까지 혹여나 캐스팅된 배우가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 역시도 존재한다고 한다.

“멋지네.”

차를 타고 소속사로 향하던 민후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브랜드 카페 중 한 곳에서 익숙한 얼굴 두 사람이 플래카드에 걸려 있었다. 그건 바로 김민정과 이태였다.

민정은 이번 영화 눈보다 빠르다를 통해 데뷔하고 눈보다 빠르다가 엄청난 흥행을 거두게 되자 그녀 역시도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SBC에서 특별기획 드라마의 시청률을 한번 크게 높여 보자는 생각에 실력 있는 신인 여배우 주연을 뽑기 위해 오디션 공고를 내었고 민정이 아슬아슬하지만 당당하게도 캐스팅되었다.

제목은 ‘시크릿’이라는 특별기획 드라마였는데,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로열백화점 대표인 주훤이라는 역할과 가난하고 하루하루 스턴트맨으로서 액션 배우의 삶을 살아가는 거침없는 여성인 길레임. 두 사람의 사랑과 더불어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여 서로의 몸이 뒤바뀌게 되는 시나리오를 넣음으로써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현재 방영하고 있었으며 8회까지 방영되었다. 현재까지 최고시청률이 33%였다. 명실공히 민정도 배우로서의 인지도를 확고히 굳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요즘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밀고 있는 유행어조차도 대세가 되는 실정이었다.

광고주들은 때문에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 노력했고, 카페에 동생 이태와 함께 출연하였던 것을 제외하고도 화장품 CF나 의류 CF 화보 등에서 러브콜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정 형편상 배우의 꿈 앞에서 멈추었던 민정이 순식간에 억대의 자산을 소유한 능력 있는 배우가 되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에 관련하여서 민후와 그녀의 기사도 났었던 적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이태와 민정, 민후의 만남은 꽤 있던 편이었고 민정과 민후의 관계에 대해 분명 궁금해하는 이들이 존재했었다.

그 때문에 민정은 애초에 그에 관련한 인터뷰를 요청한 이들에게 강민후가 팬클럽 일원이었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후원해주었으며 그와 더불어 연 5천만 원을 돕고 연기학원 등록 등에 손을 썼으며 이태 역시도 스타왕 출연 당시 강민후가 도왔음을 알렸다.

민후는 말 그대로 새로운 신인 배우를 배출해낸 셈이었고 그에 관련한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들에게 민후는 앞으로 일이 계속해서 순탄히 풀리고 시간이 차츰 흐른다면 연기학원을 운영할 계획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상 민후는 연기학원을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강한 편이었다. 민정 같은 아이들이 세상에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직접 육성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이 멋진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민후에게는 큰 희열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임이 사실일 것이다.

소속사에 도착한 민후는 문을 두들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함태웅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에게로 편지 봉투를 건네주었다.

민후는 그것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빼곡히 영어로 적혀 있었지만 민후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편지의 내용에는 민후에 관련하여서 일차적인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2차적인 면접과 오디션이 남았다는 통보와 더불어 장소, 일시, 준비물 등이 적혀 있었다.

일시는 한 달 뒤였으며 장소는 편지가 발송된 로스앤젤레스 쪽이었다.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1차에 합격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다.

워낙 지원자가 많아서 어중간한 배우들은 애초에 오디션 지원 자격조차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민후는 들었었다.

그나마 오디션에 합격하였다는 것 자체가 민후로서는 만족할 만한 일이지 않나 싶었다.

“준비는 잘 돼 가고 있냐?”

“예.”

“하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함태웅은 민후를 누구보다 믿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민후의 노력에도 안 되는 것이 있었다. 할리우드는 아시아 스타들이 들어서기에는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그만큼 노력하는 배우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듣기로는 이병운도 간다더라.”

이병운은 1991년에 데뷔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잘생기고 작은 얼굴을 가진 그는 노래앨범을 낸 전적도 있는 배우였다.

얼마 전 그는 아이시스라는 드라마에 참여하였다. 아이시스는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드라마 중 최고의 제작비를 쏟아낸 첩보 액션 드라마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다.

“이병운이 아이시스로 액션 한번 멋지게 해냈으니 할리우드도 가보겠다는 것 같아. 또 일본 쪽에서는 기무라 타쿠랑 아베 히로시도 노리고 있다는 것 같고. 되든 안 되든 그냥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해라.”

실질적으로 함태웅이 오랜 시간 이 분야에 있었던 예리한 시선으로 보았을 때 민후가 가진 가능성은 10% 남짓도 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이름 좀 날린다 싶은 배우들이 현재 계속해서 지아이오 팀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입장을 밝히는 중이었으며 일본, 중국, 대만, 또 국내까지 계속해서 관련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민후는 비공식으로 오디션을 보고 올 예정이었다. 함태웅의 생각이었다. 괜히 갔다가 떨어지면 괜히 이미지만 타격을 받는다.

“들어가라, 너무 무리하진 말고.”

“예.”

민후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이 그들에게 보여줄 것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벌써 그 모습을 보고 놀랄 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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