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장 할리우드로 가다(1) (37/51)

7장 할리우드로 가다(1)

눈보다 빠르다의 영화 촬영이 모두 끝이 났다. 워낙 이름 있고 실력 있는 배우들이었던지라 더욱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는가 싶었으며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온 만큼 촬영에 참여한 배우들, 관계자, 감독도 기대가 크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촬영이 완료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상황이었으며 앞으로 한 달 후에나 영화 눈보다 빠르다가 극장가에 개봉하여서 전 국민 앞으로 찾아갈 수 있을 듯싶었다.

강혜수와 류승진 두 사람의 경우 공식적인 열애를 인정하고 난 후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촬영장 내에서 의외의 닭살이 돋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승진은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서는 이였지만 혜수의 경우 의외였다. 승진이 ‘뽀뽀.’라고 하면 못 이기는 척 입을 맞춰주고 간혹 혜수가 ‘입 좀 맞춰주지?’라고 도도하게 자신 식으로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순탄하게 연애를 이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고 승진은 김칫국을 빠르게 마시면서 결혼을 하면 뭘 하지 하는 생각까지도 하고는 했다.

촬영이 끝났기에 당연하게도 민후는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누가 뭐래도 내 집이 최고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 같았다. 이제 이번 작품이 개봉된 후 국내의 반응을 살피고, 영화 홍보에 관련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할리우드 진출에 관련한 준비를 시작할 계획의 민후였다.

아마도 만약 정말 민후가 할리우드의 입성에 성공한다면 그는 1년에서 2년 정도는 국내에 들어오기 힘이 들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일단 할리우드는 워낙 판이 큰 영화계이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긴 편이었고 이번에 시나리오를 받아서 검토 중인 영화가 액션, SF영화였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몸놀림을 원할 것이다.

그 때문에 당연하게도 준비 기간도 국내의 영화보다는 길 것으로 추정이 되는 상황이었으며 따로 민후에게는 능숙한 회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민후는 크게 걱정 없었다.

현재도 너무나도 능숙하게 회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열여덟의 나이에 강민후가 되었고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꾸준히 노력한 대가가 절대 적지 않은 것이다.

지아이오는 미국에서 스파이더맨 급의 인기를 누비던 만화였다. 국내에서는 그 인기를 잘 모르나 미국 쪽으로 넘어가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후가 노리는 배역은 스톰 쉐도우 역할이었다. 스톰 쉐도우는 일본에서 검술을 익힌 천재적인 인재였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악랄한 성격을 갖추고 있었고 영화 속에서 라이벌로 보이는 스네이크 아이와 대결을 보이는 존재였다.

그는 무척 폭력적인 성향이 강한 캐릭터였으며 흡사 일본의 닌자와 같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스네이크 아이.

스네이크 아이는 스톰 쉐도우가 스승을 죽였다고 여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결구조를 가지게 되고 시나리오상으로 본다면 이번에는 결국 스톰 쉐도우가 패하고 스네이크가 그를 이긴다고 설정이 잡혔다.

그러나 아직 2편 3편의 시나리오는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원작의 경우 스네이크는 스톰 쉐도우가 스승을 죽였다고 믿고 그를 쫓지만 알고 보니 스톰 쉐도우는 스승을 죽인 이를 쫓고 있었고, 결국 코브라라는 인류를 위협하는 무리에서 몸을 빼내어 세상의 안위를 지키려는 지아이오 팀에 협력하는 식으로 풀어가는 것으로 민후의 공부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언급했듯이 앞으로의 전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원작과 같을 수도 있었으며 전혀 다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일단 제작사 측은 총 세 편으로 구성하여서 영화를 찍을 예정이라고 했으며 스톰 쉐도우 역시도 시즌3까지 출연할 계획이었다. 정말 민후가 그 배역을 따낸다면 대박이 나는 것이었다.

하물며 해외에서는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 지아이오를 원작을 두고 만들어낸 영화였기에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의 영화만큼의 흥행률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스톰 쉐도우라는 역할 자체가 일본의 검술을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제작사 측은 한국인인 민후보다 어쩌면 일본 쪽에서 노리는 배우를 더욱 눈여겨볼지도 몰랐다.

그렇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민후에게는 그들의 눈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최소한 한국인이지만 일본인 못지않게 냉철한 닌자를 표현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래야 그로써 가질 수 있는 승산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는 시간이 남은 때를 이용하여 계속해서 닌자에 관련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찾아서 보고 닌자에 관련한 책을 사서 읽어보기도 했으며 원작만화인 지아이오를 전부 네 번 정도는 읽은 것 같았다.

그리고 닌자의 행동 범위와 그들의 움직임 기술 등을 머릿속으로 완전히 읽혀냈다고 판단했을 때 그는 어떤 식으로 연습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집에 거대한 크기의 다트판을 샀다.

1m 크기의 높이는 될 듯한 다트판이었다. 그리고 민후는 그 다트판에 쉴 새 없이 다트를 던졌다. 그는 다양한 자세로 다트판에 다트를 던져보았으며 옆에는 항시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었다.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어떤 동작이 어색함이 없고 어떤 동작이 더욱 생동감 있는지를 찾아내었다. 그는 하루에 세 시간씩 다트를 잡아서 다트를 던졌으며 집 안에서 익숙해졌을 때는 밖으로 나가서 넓은 공간에서 다트판을 더욱 멀리하고 다트를 던지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꾸준히 하게 되니 어느덧 그의 다투던지는 실력은 선수급 실력 못지않았다. 아마추어 다트 던지기 대회라도 나가면 금메달을 따지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까지 민후는 했다.

다트 던지기로 표창을 던지는 연습을 끝낸 민후는 그다음으로는 자신이 과거 검을 배웠었던 검도장을 찾아갔다.

검도장은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이 도장을 다닐 당시에만 하더라도 민후는 논스톱 5에 출연하던 신인 배우였다. 사람들은 신기해하기는 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민후가 도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후에게로 향했다. 주로 미성년자들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들은 민후의 등장에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강민후가 여기 다녔었나 봐…….”

“우아…….”

관장님께서 몇 번 다니는 이들에게 그 말을 했던 적이 있는 것인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후는 그런 그들을 크게 개의치 않고 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관장님, 저 왔습니다.”

“민후구나.”

관장 장호석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발견하고는 기쁜 듯이 몸을 일으켰다. 정말 수년 만의 만남이었다. 거의 7-8년 가까이 된 것 같았다. 그도 많이 늙었다. 그 당시에만 해도 서른 중반 정도의 나이였는데 지금은 마흔이 훌쩍 넘은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예전 못지않았다. 그는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국제 검도 대회에서 젊은 시절 5년 연속 우승을 휩쓴 베테랑이었으며 지금도 검을 놓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 같은 인물이었다.

민후가 굳이 그를 찾은 이유는 그러했다. 그라면 비록 국내의 검도와는 많이 다르지만 스톰 쉐도우의 검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앉아라, 앉아. 이젠 어엿하구나. 장가가도 되겠어.”

그는 무척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제자를 창출했고 수많은 이들이 이름을 날리지만 실상 찾아오는 이들은 크게 많이 없었다. 그런데 8년 만에 제자가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더불어 그는 민후에 대한 깊었던 갈망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요즘도 가끔 ‘만약 민후가 검을 잡았다면…….’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했다.

그는 어쩌면 세계로 뻗어 나가 많은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검에 대해서 가르쳐줄 인재였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재능을 따라가던 인원은 보지를 못했었다.

“네가 나오는 영화들은 빼놓지 않고 봤어. 찬란한 재산 때는 우리 마누라가 손뼉까지 치면서 봤다니까.”

그는 매실 음료를 두 개를 꺼내와 그에게 하나 건네었다. 민후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실상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만에 찾은 도장이었다. 그러나 8년 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관장님의 주름뿐이요, 민후가 나이를 먹었음이다.

두 사람은 잠시 추억에 빠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민후는 실례가 되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었다.

“관장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감은 오더구나.”

민후는 미안했다. 8년 만에 찾아뵌 스승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장 관장은 이미 대충 예상하였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웃음 지었다.

“닌자라고 아시죠?”

“일본 얍실이들?”

“예.”

장 관장의 재치 있는 표현에 민후는 웃음을 지었다.

“그게 왜?”

“이번에 해외 쪽으로 한번 진출해보려고 합니다. 할리우드로 갈 거예요. 이번에 동양인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하나 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닌자다?”

“예.”

그의 말을 들은 장 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싶었다. 닌자는 쉽게 킬러와 같았다. 단지 일본식으로 표현할 존재들일 뿐이다.

그들의 대표적인 복장은 온몸을 두르는 검은색 옷과 표창을 날린다는 것. 그리고 특이한 점을 찾자면 그들의 검술은 빠르고 노련하다는 것이다.

단칼에 죽이려는 힘보다는 여러 차례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술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쌍칼입니다.”

“하하.”

칼 두 개를 쥐어야 한다는 말에 장 관장은 헛웃음 지었다. 칼을 두 개 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검을 한 손에 하나씩 쥔다고 가정한다.

실상 가검은 1㎏ 정도의 무게다. 그러나 1㎏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계속 휘두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한 손으로 하나씩 쥐어서 휘두르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는 손에 특화되어 있다. 주로 많은 사람이 오른손잡이이다. 그런데 양손을 써야 하니 왼손을 노련하게 쓸 수 있는 노하우 역시도 필요했다.

“배우겠다는 게 가르쳐 달라는 거지?”

“예.”

“뭐,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장 관장은 생각보다 쉽게 수락했다. 민후는 의외였기에 꽤 놀랐다. 장 관장의 검도장은 이름 세가 컸다. 일단 그는 거의 전설에 가까운 이였기 때문에 검도장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하물며 더욱 재밌는 것은 간혹 도장 깨기라고 하여서 검을 좀 쓴다는 이들이 일부러 그의 도장을 찾아와서 대련을 신청하고는 했다. 이제까지 스무 명 정도가 왔는데 우스운 건 그들 전부가 패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더욱 명성이 쌓여서 8년 가까이 지났어도 이 도장이 쟁쟁한 것이다.

그래서 또 그만큼 바쁜 사람이 장 관장일 수도 있었다. 민후에게만큼 개인적인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러나 장 관장은 민후에게 가르치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는 실상 계속 꿈꾸었다. 민후를 가르치던 당시 자신이 받았던 희열을 말이다. 그 희열은 스스로의 성취감은 없었으나 민후의 성장을 보면서 느끼는 그와 언젠가는 싸워보고 싶다는 희열이었다.

그 희열은 무척 가슴을 뛰게 하고 무도인으로서 즐거운 것이었다. 그 희열을 장 관장은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언제부터 할 거냐?”

장 관장의 물음에 민후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오늘부터 하고 싶습니다.”

민후의 답에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민후는 항시 패기와 열정이 어떠한 이보다 높았고 검을 쥐고자 하는 자세도 발랐다. 또한, 무도인으로서의 예의 또한 갖추고 있는 녀석이다.

배우로서의 길에서 써먹을 것을 얻는 것치고 그는 무도인으로서의 많은 것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장 관장과 민후가 밖으로 함께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문 앞에 몰려들었던 인원들이 우르르 뿔뿔이 흩어졌다.

민후와 관장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흩어졌던 이들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강민후가 함께 여기에서 검을 만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모두 배우는 것에 집중해라! 한눈팔지 마!”

웅성거리자 장 관장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들 모두가 단번에 시선을 거두었다. 장 관장은 엄하게 가르친다. 평소에는 한없이 잘해주나 그가 보았을 때 옳지 못한 행위는 절대 참지 못한다.

시선이 거둬지고 관장은 사범에게 말하여 가검을 두 자러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에게 곧바로 양손으로 검을 만지는 방법을 알려주려는가 싶었다.

그는 민후에게 한 자루씩 잡아보라고 했다. 가검은 실제 칼과 그 모양이 같으나 날이 두꺼워 베이지 않는 검이다. 그러나 실제로 맞으면 무척 아팠다. 양손으로 그것을 잡게 한 그는 쭉 펼쳐보라는 말을 했다.

1㎏ 남짓이라고 할지라도 가검 두 개를 쭉 펼쳐서 들고 있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올려보라고 했다.

가검을 들어 올린 후 그는 일정한 곳에서 다시 내리라고 했다.

그는 자세를 반복시켜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복해라, 들고 있는 검이 깃털처럼 가벼울 때까지.”

“예.”

민후는 토를 달지 않았다. 누구보다 장 관장은 베테랑인 사람이었다. 분명 그만의 뜻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민후는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실상 30회 정도까지는 수월했다. 그러나 30회를 넘어서부터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하고 50회를 넘었을 때는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70회부터는 한 번 한 번 올리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었으며 100회를 하니 팔이 후들거려 하나도 겨우 끌어 올렸다.

“계속. 계속해.”

가검은 아령과 잡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분명 어깨 운동을 할 때 와 비슷한 동작으로 들어 올리는 자세를 반복한다. 그러나 가검은 아령과 다르게 한 손에 들어오지 않고 검날이 길었으며 손이 옆으로 늘어졌다.

민후는 한 개 올리는 것이 힘들어졌지만 장 관장은 계속해서 들어 올리라고 말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와 비슷했다. 마지막 힘까지 짜내었을 때 끝내지 않고 올려야 근육이 더욱 커지고 힘이 세진다.

그러한 것을 노리는 것인 듯싶었다.

“저게 저렇게 어렵나 가벼운데.”

“강민후가 힘이 약한가 보네.”

잠시 쉬는 시간에 앉아서 물을 마시면서 잡담을 나누던 도장의 인원들은 민후의 얼굴이 극도로 붉어지고 신음을 토해내자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이는 들고 있던 목검을 들어 올려 보였다.

몇 번 깔짝깔짝 움직이던 그들은 ‘엄청 쉬운데?’ 하면서 황당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실제로 민후처럼 양손으로 가검을 잡고 장 관장이 지시하는 자세대로 정확하게 100개 이상을 한다면 그들은 그런 말 못 할 거다.

아니 실질적으로 그들이 100개를 할 수 있을까 싶다.

민후는 오후 2시쯤에 도장을 찾았다가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오른 민후는 양 팔뚝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팔 쪽이 무척 아려왔다. 그리고 손목에도 조금 아픔이 느껴졌다. 무리해서였고 평소와는 다르게 꺾어서 들어 올리는 자세였기에 쓰지 않던 근육을 써서 근육통이 밀려오는 것이리라. 그러나 1주일 정도만 연습하여도 이 근육통은 금방 사라질 것이다.

일주일째 장 관장이 지시해주었던 동작들을 계속 반복했을 때는 계속해서 지독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는 서서히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 주일이 되었을 때는 안 아파지기 시작했다.

100개를 하면 후들거리던 팔이 130개를 거뜬히 해내기 시작했다. 안 쓰던 근육을 썼기에 초반에는 100개도 힘들었지만, 근육이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150개도 거뜬히 해내게 되었다.

2주 동안 이 동작을 반복하고 난 후에야 장 관장은 더 이상 이 동작을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검을 휘둘러보라고 말했다. 휘두르자 그는 가벼움을 느꼈다. 손에 힘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민후는 새삼 자신의 팔이 2주 사이에 두 개의 검을 들고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리고 장 관장 역시도 놀랐다. 실상 한 달 정도의 기간을 그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민후가 타고나게 가지고 있는 독종성이 2주 만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길이가 같은 쌍검술이라…… 이도류 식이라면 좋을 텐데.”

일본에서 쌍검술을 이도류라고 부른다. 이도류는 한 손에는 소도를 들고 한 손에는 대도를 들어 소도로 방어하고 대도로 공격을 하는 식이었으며 필요하다면 소도로 공격을 하기도 했다.

이도류를 사용할 때 칼의 길이가 같으면 칼의 궤도에 방해가 생길 수 있었고 실상 실제 칼이라고 가정한다면 당사자가 다칠 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이도류는 소도와 대도의 조화가 좋았다. 그러나 시나리오 속의 스톰 쉐도우는 균등한 길이의 검을 사용하기에 장 관장도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장 관장은 머릿속으로 검의 궤도를 그려보았다.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어떤 식으로 쌍검을 휘둘러야 안정적인 모습이 나올지 말이다. 그는 일단 화려한 몸놀림을 구상해 보았다.

그도 영화 쪽은 잘 몰랐지만 화려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생각을 맞춘 그는 총 열두 동작으로 이루어진 것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그의 그림 실력은 엉성했지만 민후가 보기에 충분히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는 감이 잡혔다. 이번에는 그것을 다시 집중적으로 반복 연습을 시켰다.

그는 동작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해보았다. 오른손으로 찌르면서 왼손의 검을 이용해 하단을 막고, 그대로 다시 왼손의 검을 손목을 이용해 꺾어내어 찌르고 등의 동작들을 익혀나갔다.

다시 2주가 지났을 때의 그는 열두 개의 동작을 부드럽게 행할 수 있었다.

수웅, 수웅!

수웅!

타탓! 수웅!

그는 허공에 반복해서 그 동작을 취했다. 그의 검은 빨랐으며 검에 의해 허공을 빠르게 갈려 바람 소리를 거세게 내었다. 벽을 한 번 발로 집어 높게 도약한 그는 위로 세워진 오른손으로 잡은 검으로 상대방을 ‘/’ 모양으로 긋고 왼손에 쥐어진 칼날이 밑쪽으로 향한 것으로 역시나 ‘/’ 모양으로 했다. 그러나 왼손으로 쥔 검은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추어올렸다.

그는 마지막 동작을 끝냈을 때 반복해서 첫 동작으로 넘어가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취해 보이고 있었다. 그는 전혀 쉬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지만 한 시간 동안 그는 멈추지 않았다.

찰나 잠깐 쉬자는 생각에 나약하게 한 시간을 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차라리 할 만큼 하고 잠깐 쉬는 것이 옳았다.

“속도 봐.”

“히야…….”

민후의 첫날 검을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강민후가 몸만 좋았지 힘이 약하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들은 그의 검의 움직임을 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검은 물 흐르듯이 부드러웠고 단숨에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처럼 빨랐다.

애초에 민후는 검에 큰 일가견이 있던 상황이었으며 열두 동작이나 되지만 2주 동안 그것을 쉴 새 없이 반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아…… 하아.”

1시간이 지났을 때 검을 멈춘 민후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검을 쥐고 연습하는 데에도 2주간 1㎏이 빠졌다. 생각보다도 체력 소모가 큰 편이었다. 수건으로 땀을 닦아낸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버렸다. 짧게 쉬어도 제대로 쉬는 게 나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장 관장이 다가갔다.

“할 만한가?”

“괜찮습니다.”

그가 다가오자 민후는 몸을 일으켰다. ‘앉아.’ 하면서 장 관장이 마주 앉았다.

“이제부턴 대련으로 가지.”

“대련이요?”

“내가 짠 동작일 뿐이지. 지아이오 팀 무술팀이 짠 동작이 아니니까 대련을 함으로써 순간 판단력을 기르고 그쪽에서 제시하는 동작에 대해서도 잘 해 낼 수 있게 해둬야지.”

장 관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짠 동작과 무술팀이 짠 동작은 흡사할 것이었으나 다를 것이다. 이것은 민후가 쌍검술을 하면서 익숙해지게 하려고 제시한 것이었다.

이 동작들을 익힘으로써 민후는 어떤 식으로 지아이오 팀에서 제시하는 쌍검술을 익혀야 빠르고 간결하게 동작을 취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될 것이었다.

“경범아.”

“예, 관장님.”

“민후하고 대련 좀 해줘라.”

"네.“

두 사람에게 목검이 주어졌다. 목검을 든 민후는 가검보다도 훨씬 더 가벼운 느낌에 마치 깃털과 같다고 여겼다. 두 사람의 대련이라는 말에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김경범이라는 사내는 사범으로도 있기는 했지만, 장 관장이 밀어주고 있는 실질적인 그의 수제자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장 관장의 뒤를 이어 국제 검도 대회에서 준우승했었고, 내년 때쯤이면 우승을 노려볼 만한 실력자이다.

그러한 경범과 민후의 대결이라는 것에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아도 강민후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러나 장 관장은 흥미로운 눈으로 민후를 지켜보았다.

경범 역시도 조금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장에 다닌 지 5년이 되었다. 그러나 그처럼 빠르게 흡수하는 이는 본 적이 없었으며 그의 검은 빨랐다.

하물며 민후는 지금 현재 양손으로 검을 잡고 있었다. 경범은 양손 무기를 사용하는 이와의 대련을 한번 해보았다. 에스크리마라는 필리핀 무술의 명칭으로 아니스, 또는 칼리라고도 한다. 60㎝ 정도의 짧은 등나무로 만든 검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쉽게 표현하면 단도 형식의 검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통 검도에서 사용하는 검의 반의 크기를 한 손씩 쥐어진다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후가 쥔 검은 경범의 것과 같은 길이의 것이었다. 즉 사정거리가 넓으나 속도는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 한 달간 계속 휘두르는 것만을 연습했던 민후였다. 덧붙여서 장 관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민후 같은 실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기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복장을 갖춰 입었다.

마주 선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예의를 취해 보였다. 장 관장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경범은 그의 빈틈을 찾았다.

빈틈은 많았다. 경범의 검이 목을 노리고 찌르고 들어왔다.

탁!

민후 오른손의 검이 그것을 쳐내면서 왼손으로 다리를 노렸다. 그러나 경범은 노련하게 스텝을 밟으며 피해냈다.

“오…….”

“와.”

선제공격을 가볍게 막아내고 반격까지 가하는 민후로 인해 주위에선 작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 관장은 ‘역시…….’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탓! 타타타! 타탓!

두 사람의 검이 빠르게 맞부딪쳤다. 경범은 검 하나를 사용하지만 민후의 쌍검술을 따라갈 만큼 빨랐다. 그가 왼쪽을 노리면 단숨에 막아내고 머리를 노렸으며 오른쪽으로 들어오면 막아낸 후 복부를 노렸다.

대단한 실력이었다.

초반에는 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붙는 듯했다. 그러나 곧이어서 경범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민후는 단숨에 점수를 빼앗겨버렸다.

경범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민후는 막기에 급급했고 그의 공격은 매번 막혔다.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경범이 다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러나 이 틈을 노리고 있던 민후가 다리 쪽을 왼손으로 막아내면서 오른손으로 공격하듯 어깻죽지를 움직였다. 대부분 유단자들은 상대방의 어깨와 몸의 움직임만을 보고 어떠한 식으로 공격해 들어올지를 예상하고 피한다.

그 점을 이용한 것이다. 경범은 그 어떤 이보다 반사 신경이 발달하여 있는 상대였으며 민후가 일부러 유도하듯 움직인 것에 접혀 들어왔다.

민후의 검이 그의 배를 찔렀다.

“와!”

“쩌, 쩐다…….”

민후의 의외의 반격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그러나 곧 민후는 결국 모든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예의를 차린 두 사람이 호구를 벗었다. 둘 다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 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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