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촬영 시작, 미녀와 야수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오연훈에 관련한 기사가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같은 배우 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후배인 강민후를 오연훈이 악의적으로 공격했다는 것은 수많은 이들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강민후는 이미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고 성실한 연기 잘하는 청년으로 확실시하게 인식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연훈의 그러한 행동은 자신을 스스로 매장하는 일과 같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연훈 덕분에 강민후와 김채은 두 사람 사이에 떠올랐던 일들이 완전히 묻혀버렸다. 연훈이 한 행위는 너무나도 큰 행위이다. 이제 시청자들의 마녀사냥은 오연훈으로 겨냥된 상황이며 언론이나 인터넷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결국 징역을 면치 못했다. 불법 도박죄와 사생활침해, 그리고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서 수사망을 피해갔던 점 등 악의적인 행위 등을 고려하여 그는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황제 소속사 측은 그를 고소하고 소송으로 넘어가 수억 원의 위자료를 받아내기도 한 상황이다. 그는 복역을 완료한다 하여도 더 이상 우리나라의 그 어디에서도 떳떳하게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배우로서의 삶이 끝난 것은 당연지사였으며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보고 그의 악랄함을 수군거릴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그는 정말 갈 데까지 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젠 강민후와 완전히 연관이 없어진 일이었고 더 이상 오연훈과의 악연도 끝인 상황이었다. 사실 민후는 채은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은 후 그녀와 곧바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틀 정도 연락이 되질 않았고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민후에게는 목소리 뒤에 숨겨진 어둠이 보였고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 동영상이 촬영되면서 그녀도 분명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오연훈이 자신을 어찌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녀는 차가 우려 노력하나 한편으로는 여린 여성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그것을 자신을 위해 감당해주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녀는 단순히 자신이 원인제공을 했으니 그 일을 매듭짓는 것뿐이라고 얼버무렸다.
통화에 큰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을 때는 민후는 한숨을 크게 내쉴 뿐이었다.
윤하는 그러한 일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민후나 채은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은 평소처럼 잘 대해주고 있었다.
현재 눈보다 빠르다가 촬영을 시작한 지 2개월에 접어든 상황이었다.
곤이는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남자가 지녀야 할 야망이 무척 컸다. 그러나 그 야망 탓에 모든 것을 날리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어리석은 청년이기도 했다.
그런 곤이가 타짜 기술을 익히게 돼서 노름판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것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강민후는 촬영을 하면서 항시 누구보다 노력하는 모습을 또렷이 각인시킬 수밖에 없었다.
배우 중에서 그는 막내였고, 가장 연기 경험이 적은 편에 속했다. 물론 최강호이던 시절을 생각하면 아니었으나 외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는 하염없이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끊임없이 그에게 좋은 말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오늘의 경우 타짜 기술을 익혔던 곤이가 자신의 스승인 평경장과 함께 기차에 오르기 전의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타짜 기술을 배움으로써 자신이 잃었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따낸 곤이.
그러나 그는 결국 스승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 돈을 많이 취하려는 욕망과 욕구, 그리고 여성에 관련한 환상이 결국 그를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그에 의해 평경장은 곤이에게 손모가지를 자를 것을 원한다. 타짜는 독이라는 것을 평경장은 곤이에게 누누이 말했었고 그것을 지키지 못할 시 손목을 내놓으라고 약조를 한 것이다.
촬영에 들어서기 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민후의 양옆으로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두 배우가 앉아 있었다. 박윤식과 김윤한이었다. 윤식은 곤이의 스승 역할이었으며 윤한은 아귀라는 악역을 맡게 되었다.
실상 대본 리딩 때를 제외하고는 윤한과 민후는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날이었다.
“많이 먹어라.”
“아, 감사합니다.”
윤한이 도시락에 껴있는 새우튀김을 민후에게 넘겨주었다. 민후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윤한은 코믹,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으나 생각보다 소심한 사람이었다.
실상 민후는 오늘 그와의 촬영이 기대되었다. 그의 평소 성격과 완전히 정반대되는 아귀 역할을 맡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번 작품 끝나면 좀 쉬어야겠어. 요즘 몸이 예전 같지가 않아.”
“몸 생각하시는 게 최고입니다.”
윤식은 오늘 촬영을 끝으로 타짜 촬영이 마무리된다. 그는 영화에서 정 마담의 계략에 의해 살해당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 그 부분을 촬영한다.
이미 살해당하는 장면 등은 촬영이 완료된 직후인지라, 실상 오늘은 곤이와의 이별 장면을 찍은 후 완전히 끝나는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촬영팀 인원들이 촬영 준비에 들어섰다. 민후와 배우들도 준비에 들어갔다.
<자신이 잃었던 돈보다도 더욱 많은 돈을 따낸 곤이는 스승 평경장의 짐 가방을 들고 있었다. 돌아가는 기차에 오르기 전 그는 계속해서 스스로도 모르게 뒤쪽을 돌아본다.
아쉬웠다. 자신의 이 기술이면 더욱 많은 돈과 아름다운 여자를 취하고 호화로운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승인 평경장과의 약속이 걸렸다.
“뭐하네.”
“아…… 저…….”
그는 경장의 물음에 조심스레 말끝을 흐렸다. 남고 싶었다. 더욱 많은 돈을 따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겠다고 말하는 것도 상당히 난해했다. 평경장은 진즉에 그의 낌새를 눈치챘다.
“손꾸락 짜르라.”
“에이 씨…….”
곤이는 결국 몸을 돌려서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로 온 그는 칼을 이용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기 위해 힘을 준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그 고통과 손가락을 잃었을 때 자신은 더 이상 화투패를 잡지 못한다는 마음이 쉽사리 손에 힘을 줄 수 없게 만든다.
“크으윽! 윽……!”
그는 물을 틀어놓고 힘을 준다. 핏물이 세면대를 적시고 물에 희석되어 밑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아하아…….”
심적 부담감과 손가락으로 파고드는 고통에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러던 중 누군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그를 보고는 낄낄거리며 웃는다.
“허허, 손꾸락. 내가 봤을 때는 니 그거 절대 못 짜른다.”
“에이 씨! 당신 뭐야, 안 꺼져?”
“고생해라이.”
알 수 없는 의문의 사내는 그 말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 곤이는 다시 마음을 침착하게 잡고 칼에 힘을 주려다 칼을 내려놓는다.
‘시팔…….’
아무리 그래도 어렵게 배운 이 기술을 잃었던 돈을 땄다고 하여서 버리기에는 무척이나 아까웠다.
“남자라면 엑셀 한 번 밟아봐야 하는 거 아냐!?”
그는 결국 유혹도 이기지 못하고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다시 밖으로 나선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경장은 심드렁하게 말한다.
“왜 안 잘랐네.”
“그게, 한번 생각해보니까. 음…… 남자라면 액셀 한번 밟아봐야…….”
“주라.”
“예?”
곤이는 횡설수설 핑계를 둘러대다가 그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경장은 가방을 가리켰다. 자신이 이곳에 남는 것을 허락한다는 의미였다.
곤이의 얼굴에서 본인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오르려고 한다. 참으려고 하지만 쉽사리 되지 않는다.
“이야! 아직 안 죽었네, 노친네.”
“갈 길 가라.”
그러던 중 아까 전 만났던 화장실의 그 사내가 선글라스를 살짝 밑으로 내리면서 낄낄거리며 웃는다. 경장은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그를 돌아본다.
“저 새끼는…… 저 새끼 대체 뭡니까?”
“아귀다.”
“예? 아, 아귀요?”
곤이는 방금 그 사내가 아귀라는 말에 놀랐다. 아귀라면 전국을 주름잡는 타짜 중 한 사람이었고, 그는 내기에서 지면 손목을 자른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는 인물이었다.
“조심해야 할 새끼다. 정 마담은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는 여자다. 항시 조심해야 한다.”
평경장은 그 말을 끝으로 기차 위에 오른다. 결국, 자신이 또 한 사람의 타짜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곤이는 날아갈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기차에 오르는 평경장을 바라보다 기차가 출발하자 신이 나서 뛰어간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다음 편에 배드신이 있던 거 같은데, 그건 여자가 아니라 인형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민후의 인사에 박윤식은 인자한 미소로 웃어 보이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리고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민후는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 마담, 즉 강혜수와의 배드신이 있었다.
실상 강민후가 배우가 된 이후 처음 가지게 되는 배드신이었는데, 19세 영화인지라 몸 전부가 노출되게 된다. 실제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묘사되지는 않지만 격렬한 키스신과 정사 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이 표현되는데, 두 배우 모두 옷을 벗고 촬영이 되었다.
강혜수는 실상 배드신을 찍어본 경력이 많았지만 민후는 처음이었다. 최강호이던 때도 배드신은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못하거나 떨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옷을 입었다 벗었다의 차이라는 생각만 든다.
촬영이 끝이 나고 민후는 며칠 동안 이어진 촬영에 집에 들어갈 만도 했지만, 채은의 만나고 싶다는 연락에 스스럼없이 그녀의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학원에 가기 전 윤하에게 전화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학원으로 간다는 말을 전했다. 얼마 전 오연훈 때의 일로 인해 전화 통화 후 간만에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하여서 찾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똑똑.
원장실 문을 두들긴 그는 실상 많이 떨렸다. 그때의 일이 있어서일까. 그녀와의 만남이 사실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채은이 맞아주었다. 민후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짐을 싸고 있었다. ‘원장 김채은’이라고 적힌 검은색 명패 또한 상자에 집어넣었다.
“어디…… 가세요?”
들어오자마자 보인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그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한 1-2년 해외로 공부 좀 하러 가려고.”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민후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피해서 도망가는 것이었다. 덧붙여서 더 이상 입방아 찌어지지 않게 하려고 잠시 시간을 두고 해외로 가는 것 같았다. 그녀가 해외에 있다면 더 이상 그녀와 강민후를 두고 구설수에 올리는 이들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민후는 해외로 도망까지 간다는 그녀의 말에 다소 놀랐다.
“이 학원은 어쩌시고요.”
“아는 사람한테 잠시 맡겼어. 아주 믿을 만한 사람.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1, 2년 뒤에는 다시 돌아오니까.”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실상 학원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 것이었다. 그 믿을 만한 사람이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김채은이 주축이 되었기에 부응하게 된 학원이다.
실력 있는 다른 이가 잠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해도 수강생들의 감소와 인지도의 하락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죄송합니다.”
민후는 그녀에게 가지 말라는 말도, 잡을 수도 없었다. 그의 말에 채은은 잠시 멈칫했다. ‘난 참 바보야…….’라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간다는 사실을 알면 그가 잡아주지는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작은 기대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자책했다. 강민후를 피해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무서워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었다. 자신 스스로가 이곳에 계속 남아 있다면 다시 전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서서였다.
1-2년 동안 해외에서 요리 공부를 하며 자신을 진정시키고 그것이 모두 끝이 나면 다시 돌아올 예정이었다.
“네가 뭐가 미안해. 단지 부족한 게 있어서 배우러 가는 거야.”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바깥을 가리켰다.
“가기 전에 밥이라도 같이 먹자.”
그러고 보니 들어오기 전 식탁보에 감싸진 것들을 보았다. 무언가 했더니 그녀가 민후와 먹기 위해 차려놓은 밥상인 듯싶었다.
함께 밖으로 나섰다. 그녀가 걷어낸 식탁보 안의 음식은 가벼운 음식이었다.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 등의 식사였다. 두 사람은 묵묵히 식사했다.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다가왔다. 채은은 1년이나 2년 후에나 이런 자리가 마련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고 목이 자주 멨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물을 넘겼다.
“인제 그만 가봐, 바쁠 텐데.”
식사가 끝나고 그녀는 그것을 치우려는 민후를 막았다. 그녀는 민후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작별의 인사였다. 민후로서는 그 손을 결국 잡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작게 웃을 뿐이었다.
“조심히 가.”
“……예.”
민후는 꾸벅 고개를 숙인 후 밖으로 나섰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럽기만 하다. 그가 나선 후 그녀는 애써 웃었다.
“잊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노력해볼게.”
6층의 텅텅 빈 실습실에는 채은만이 남아서 민후가 나선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배우러 가겠다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1, 2년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고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은 그녀가 이번 생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은 바로 강민후라는 사실이다. 그 사실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채은과 만나고 난 후 민후는 마음이 무척 답답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가득 찼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서로가 웃으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로 식사를 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류승진의 집으로 왔다. 현재 타짜 기술을 장병연에게 배우는 것이 끝이 났지만, 여전히 병연은 승진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최동민 감독은 실감나는 노름판 촬영을 위해서 병연을 촬영장으로 오게 하여서 자신들이 하는 대사 등과 느낌, 촬영장 분위기가 실제 노름판과 흡사한지에 대해서 계속 자문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장병연은 받고 있었는데, 그에 병연은 실상 승진과 민후에게는 가르칠 것이 더 이상은 없었기에 제작사 측에 집을 구해달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렇지만 승진은 번거로운 일 하지 말고 계속 자신과 있자며 오히려 병연을 귀찮게 굴었다. 그와 있으면 심심하지 않다면서 말이다. 눈치가 보여서 나서려던 병연은 오히려 자신이 심심하다고 잡아대는 승진으로 하여금 계속 이 집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민후도 마찬가지였다. 기술 배우는 것은 끝났으나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유는 승진에게서 일단 배울 점이 많이 보였으며 어차피 보통 촬영을 하러 나설 때 승진과 민후가 함께 나서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승진도 민후에게 배울 점을 찾기 위해서인지 병연에게 했던 것처럼 촬영하는 동안 같이 지내자고 말했다.
실상, 민후에겐 좋은 일이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만나시는 분과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집을 비워주는 것도 사실 없지 않아 있었다.
요즘 어머니와 장학수는 무척 잘 되고 있었다. 메신저를 통해서 민후는 어머니와 학수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주 보기도 하고 있었으며 그 자리에 혜인이가 껴있기도 했다. 물론 민후의 사진도 그곳에 자주 올라갔다.
두 분의 진도는 무척 빠른 편이었다. 실제로 두 분의 나이가 이제 쉰을 넘어섰기에 재혼을 빨리하시려는 경향이 크셨다. 그리고 서로 마음이 너무나도 잘 맞기 때문에 더욱 두 사람으로서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그이는 눈치 없이 고백도 안 하고 말이야. 호호!’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가 만약 프러포즈한다면 어머니는 결혼하실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만약 결혼하게 된다면 민후는 따로 독립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자신의 나이가 이제 스물여덟이다. 언제까지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극구 반대하셨다. 실상 민후는 어머니와 장학수가 자신의 방해 없이 금실 좋게 살아갔으면 해서 드린 말씀이었으나 어머니는 그가 바빠서 얼굴도 보기 힘들지만,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후가 나가는 것을 허락해주는 날은 결혼했을 때라고 언급하시면서 말이다.
승진의 집으로 오자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면서 TV를 보는 병연과 승진이 반겨주었다. 정말 두 사람은 이렇게 보면 형제같이 편안한 분위기였다. 두 사람도 많이 피곤했던 듯싶었다.
병연도 직접 촬영에 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촬영이 있을 때 상시로 촬영장에 있어서 그도 나름 크게 고생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
“아니에요.”
“맥주 한 캔 마셔.”
승진은 시무룩한 표정의 민후를 보고는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그는 작게 웃으면서 그가 건네는 맥주를 받았다. 손으로 잡자마자 시원함이 몰려왔다. 그는 그것을 땄다.
푸쉬이익!
“아그아그, 아까워라. 자식이 또 칠칠찮게 맥주 마실 줄을 몰라요. 인마, 후루룹! 해야지.”
그는 맥주 위로 오른 거품을 마시는 시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물티슈로 민후가 흘린 것을 닦아내었다. ‘제가 할게요.’ 하자 ‘이미 다 닦았어, 인마.’ 하면서 히죽 웃는다.
“참 승진이는 좋은 남자 같단 말이야.”
병연은 그런 그의 자상한 모습을 보고는 빙긋 웃었다. 실상 민후와 병연도 항시 그와 생활하면서 크게 느낀 바가 있다. 그는 정말 자상한 남자였다.
말 한마디를 할 때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과연 이 말을 해도 될까? 상처를 입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듯이 신중하게 말을 했고, 촬영장에서 모든 이들과 조화롭게 잘 지내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병연은 생각하는 게 참 많았다. 못생긴 얼굴이지만 그가 어째서 유명한 배우인지 병연은 이미 깨달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좋은 남자가 언제까지 혼자 살 거야? 말 나온 김에 어디 봐 둔 여자 없어?”
병연은 계속 말을 할까 고민하던 말을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첫 말을 던진 김에 이어나갔다. 승진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에휴, 저 같은 녀석 데려갈 색시가 어딨다고요, 형님.”
“아니, 무슨 그런 이상한 말을 하나?”
“류승진 선배님 정도면 훌륭한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민후와 병연은 둘 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병연은 바닥을 툭! 치면서 몸을 돌려서 그를 보았다.
“괜찮긴, 뭘. 요즘 다 그럽디다, 남자도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제 어렸을 적 별명이 ‘꼴뚜기’, ‘못난이’였어요. 저도 스크린 볼 때마다 ‘아, 참 못났다-’라고 느끼는 걸요, 뭐.”
사실 병연과 민후는 알지 못했지만, 승진의 어린 시절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는 개성 있는 얼굴로 현재는 주목받고 있으나 어린 시절에는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못생겼다고 매일같이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으며, 좋아하던 여자에게 진심으로 고백을 하여도 차이기 일쑤였다.
그는 살면서 연애를 딱 두 번밖에 해보지 않은 연애 초짜였다. 지금 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심각한 수준이었다. 덧붙여서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는 ‘네 얼굴로!?’라는 반응이 이구동성으로 지인들에게서 일었다.
어쩌면 그러한 사람들의 반응으로 지금은 ‘책벌레’, ‘노력파’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겠지만 그는 말은 하지 않으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심하게 가지고 있었다.
“외모? 에이, 그런 건 젊은 애들이나 따지는 거지. 보자, 네 녀석.”
병연은 주먹 쥔 손을 내밀면서 하나씩 들어 올렸다.
“능력 좋지, 착하지, 누구보다 자상하지, 운동도 꾸준히 하지. 머리도 좋지. 이런 남자가 혼자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동생, 내가 가만히 보았을 때 동생은 너무 자신감이 없어.”
그는 손가락도 모자란다는 듯이 칭찬을 늘어놓고는 그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말했다. 민후도 계속해서 병연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용기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애석하게도 승진이 딱 한 가지, 가지지 못한 것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었나 보다. 누가 보든 그는 충분히 멋있는 남성이었다. 아무리 요즘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해도 류승진은 이성을 끌어들일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에이, 또 그렇게 쑥스럽게 말을 하십니까.”
“좋아하는 여자는 없어? 마음에 든다든가, 이 여자 좀 괜찮다 싶은.”
“이거 되게 당황스럽네. 하하.”
“있네! 있어!”
“우앗!”
승진이 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쩍 거리자 병연과 민후는 저절로 그가 마음에 둔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무척 좋았다. 병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누구야?”
“말도 안 돼요, 형님. 그런 예쁜 여자하고 저하고…….”
“이 사람이 자신감을 가져! 자네는 충분히 멋진 사람이라고!”
병연은 그의 한숨 어린 목소리에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어째서 마음에 둔 여자가 있음에도 이렇게 자신감이 부족하여서 회피하려고만 하는가.
“그 친구한테 실례는 되지 않는지 몰라.”
그는 결국 말을 하기로 한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옹알이처럼 ‘기혜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누구?’ 하자 그는 다시 옹알이하듯 ‘가예수.’라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이 터졌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답답하네요.”
“강혜수요! 강혜수! 됐지요!”
결국, 병연이 화병이 나 가슴을 두들기자 승진은 에라이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병연과 민후의 눈이 커졌다. 그가 마음을 가진 여인이 현재 눈보다 빠르다는 영화를 함께 촬영 중인 실력파 여배우 강혜수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은 나이도 동갑이었기에 촬영장에서 부쩍 친하게 지내는 듯한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승진이 그녀에게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병연도 TV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강혜수라는 배우는 알고 있었다. 그도 촬영장을 드나들면서 실제로 보았을 때 마흔 살이라는 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스크린에서처럼 드세 보이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웬만한 신인배우들은 기를 죽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순진한 승진이 좋아하는 사람이 강혜수라는 것에 두 사람은 적지 않게 놀랐다.
“거봐, 내가 이래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는 오징어를 거세게 씹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실상 막상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듣고 나니 병연과 민후로서는 조금 당혹할 수밖에 없다.
“그, 그 여자가 어디가 좋은데?”
“사람 좋은 데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냥 어쩌다 보니 좋아지더라고요.”
병연의 물음에 승진은 맥주로 한 모금 입을 축이고는 말했다. 민후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류승진과 강혜수라. 상당히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울리기도 하는 것 같았다.
“한번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시를 해 봐, 이 사람아.”
“됐습니다, 됐어요. 두 사람 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놓고는 무슨.”
그는 심통이 조금 난 듯이 ‘쳇!’ 하는 표정이다. 병연과 민후는 실상 크게 할 말이 없어졌다. 두 사람이 어울리는 듯싶어도 과연 혜수가 그를 좋아해 주느냐가 문제다.
외모로 보았을 때 두 사람은 극과 극이다. 혜수는 나이답지 않은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러나 그녀에 비하면 승진은 야수라고 할 수 있었다.
미녀와 야수. 두 사람을 놓고 말하기에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근데 너, 내일 강혜수라는 배우하고 배드신 있지 않나……?”
더 이상 혜수와 승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상당히 껄끄러웠다. 다른 여자도 아닌 혜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화제를 전환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병연은 뭔가 생각난 듯 민후에게 말했다.
민후는 슬쩍 승진을 보았다.
“나아쁜노옴.”
“하, 하하…….”
승진은 장난으로 그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민후는 졸지에 죄인이 된 기분이다.
“내일 NG가 많이 난다면 널 가만두지 않으마.”
“예…….”
장난을 치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 말에 진심이 담긴 것 같기도 했다. 민후는 머쓱하게 웃었다. 맥주를 다 마시고 각자 할 일을 했다. 병연은 피곤하다며 잠을 깊이 자고 승진은 책을 읽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민후는 내일 있을 혜수와의 배드신을 생각해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대본 연습 등을 했다. 모두 끝냈을 때는 새벽 3시가 되어 있었다.
실상 민후도 많이 긴장되었다. 그로서는 처음 가져보는 신이 배드신이었다. 더불어서 강혜수라는 여인은 무척 강하고, 웬만한 배우들을 자신의 기로써 눌러버리는 여성이었다.
후배들에게도 무척이나 엄한 여성이었기에 그녀와의 배드신에서 민후는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잠을 청하려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 순진한 얼굴의 승진이 마음에 둔 여자가 강혜수라니, 극과 극의 만남이었다. 과연 승진이 고백을 한다면 혜수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반응도 조금 궁금했다.
그는 10분을 넘게 뒤척이다가 피로감에 잠에 취했다.
오늘 촬영하게 될 분량은 어제 촬영할 것과 그대로 이어지는 신이었다. 곤이가 평경장으로부터 도박을 계속하는 것을 허락을 받고 그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그녀를 찾아오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격렬한 키스를 하며 침대로 가게 되고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정 마담이 그에게 같이 동업을 할 것을 권유하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관계를 맺는 장면은 촬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키스를 하여서 침대로 가는 신, 관계 후의 신을 잡게 되는데, 관계 후 두 사람은 나체의 몸을 보이게 된다.
민후는 카메라 세팅이 완료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오늘 혜수와의 배드신을 촬영하게 될 장소였다.
현재 10분이 지났음에도 혜수는 예상 시간보다 늦어졌다.
민후의 경우 1시간 전부터 와서 중얼중얼 대본을 수차례 읽어본 후였다.
“늦어서 죄송해요.”
촬영장에 도착한 혜수는 도도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오며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최동민 감독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상당히 바쁜 여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후, 키스는 좀 하나?”
“예? 하하…….”
혜수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후 민후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녀의 말 한마디는 털털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마흔 살이었으나 정말 그 매력이 끝이 없는 여성이었다.
하물며 풍만한 가슴은 남자들이 침을 흘릴 만했다.
“아우! 최 감독, 민후가 웃어넘기는데? 못하나 봐- 이거 계속해서 촬영해야 할 것 같아.”
“혜수 씨, 이거 여기에서 욕정 풀고 그럼 안 돼. 단지 촬영일 뿐이라고.”
“그거야 나도 알지.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 나 이대 나온 여자야-”
그녀는 장난스럽게 시나리오 속 자신의 대사를 읊었다. 그러나 극 중 역할을 보이듯이 능청스러웠다. 감독과 혜수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승진이한테 저 말을 했다면 승진이는 당황했겠지.’
민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승진은 얼굴까지 붉어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을 것이다. 승진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듣고 보니 더욱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듯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녀와 민후가 관계를 맺기 전 키스를 하는 장면이었다.
“으음, 키스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그럼 어떻게?”
“부드럽게.”
그녀의 혀는 매혹적이었으며 키스를 하는 동안 그녀의 볼륨 있는 가슴이 민후의 상반신을 건드렸다. 그러나 실제로 감정 없이 하는 키스에 민후는 큰 성적 욕구를 느끼지는 않았다.
이러한 촬영이 여섯 번을 반복 촬영되었다. 키스를 하는 장면이 끝이 나고 혜수는 빙긋 웃었다.
“그래도 민후 조금 한다.”
민후는 멋쩍게 웃었다. 그녀는 정말 당찬 여자다. 저렇듯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여자 배우가 몇 명이나 있을까. 그만큼 그녀도 연기 외에는 감정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자! 민후, 마음의 준비는 되었나?”
“예.”
실상 입고 있는 옷과 속옷을 모두 탈의했다. 그리고 성기 부위에는 살색으로 테이핑을 하게 되고 실제로 스크린에서는 그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보인다.
실제 영화의 배드신에서는 성관계를 절대 갖지 않는다. 해외에서 실제로 가졌던 전례가 있기는 했으나 국내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성기 부위를 테이핑하는 것을 흔히 ‘공사’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혹시라도 촬영 중 남성 배우의 것이 커지려 해도 가려줄 수도 있었으며 음모는 모두 제거한 후에 테이핑하게 된다. 민후도 실상 배드신에 관련하여서는 촬영한 적이 없었지만 테이핑할 것을 떼 낼 때 무척이나 아프다는 말이 많았다.
테이핑한다고 해도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딱 주요 부위만 가리는 것이었고 촬영팀 인원들이 100명 가까이 되는 건 당연했다. 그중 분명 그러한 상상을 하는 이도 있을 테니 민망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테이핑을 모두 끝낸 민후는 다음 신 촬영을 위해서 바지만 입고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혜수도 테이핑 처리를 모두 완료한 것인지 가운을 입고 있었다.
가운 속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쓰윽 둘러보면 늑대 같은 촬영팀 인원 몇 사람은 슬쩍슬쩍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는 부끄러울 만도 했지만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실제로 민후보다는 그녀가 더욱 부끄럽고 민망할 것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가슴과 몸의 라인 등을 보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녀도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인 만큼 큰 의의를 두지는 않는 것 같았다.
“대본 좀 맞춰보자.”
“예.”
“대본은?”
“외웠어요.”
“멋져.”
그녀가 대본을 들고 와 민후의 앞에 마주 앉았다. 가운 틈으로 그녀의 가슴이 보일 듯 말 듯 했지만,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본을 꺼낸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고, 민후는 항시 오기 전에 외워서 오는 편이었기에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녀는 작은 감탄을 했다.
“나하고 같이 일하자. 선수가 모자라서.”
“선수라…….”
“나랑 같이 일하면 외제차 탄다.”
“이야- 외제차, 그거 마음에 드는데?”
어쩌면 그녀가 정 마담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영화 속 역할과 그녀의 실제 성격의 싱크로율은 무척이나 큰 편이었기 때문이다.
대본을 맞춰본 후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물어왔다.
“승진이하고 같이 살고 있다며?”
“예. 촬영할 동안은 같이 살려고요. 불편해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승진이랑 살면 좋기는 하겠다.”
그녀는 빙긋 웃었다. 그녀도 이번 작품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승진과 연이 있었는데, 그녀가 알고 있는 승진은 좋은 남자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되게 바보같이 보이던 남자이기도 했다. 매일 만나면 실실거리면서 웃기나 하고, 고지식하게 촬영장에서도 책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말을 한 수 한 수 나눌수록 생각하는 것이 깊고 다른 이들처럼 가식적인 말이 아닌 진실 된 말만 하려고 노력하는 승진은 혜수로서도 좋게 보였다.
“승진 선배님 되게 괜찮죠?”
승진에게로부터 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민후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어쩌면 자신이 두 사람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은가.
“좋은 사람이지. 요즘 그런 남자가 어딨어. 사람들이 그 매력을 몰라서 그러지.”
“그럼 선배님은 승진 선배의 매력을 알고 계신 거네요.”
“얼굴이 좀 못생기긴 했는데, 그 정도 남자 흔치 않다고 봐, 난.”
그녀는 싱긋 웃었다. ‘얼굴이 좀.’이라는 부분에서 장난스럽게 코를 찡그린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단순히 그녀도 괜찮게 보는 것이 아니라 호감이 크게 있는 편이었다.
“근데 그건 왜 물어?”
“두 분이 동갑이셔서 한번 물어봤어요. 꽤 친하신 거 같아서.”
민후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녀도 크게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
“촬영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최동민 감독의 말이었다. 민후는 입바람을 후! 하고 내뱉었다. 그녀도 몸을 일으켰다.
“자, 찍습니다.”
그 말이 들리기 시작하자 혜수는 스스럼없이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서 한쪽에 걸어놓았다. 시나리오에 ‘가운을 입으며’라는 부분도 있기에 곧 다시 입을 것이었다.
민후도 반바지를 벗었다.
민후는 일부러 이번에도 체형을 조절했는데, 남성미 같은 몸인 듯싶으면서도 소홀한 듯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도박꾼이 식스팩이 선명하고 가슴 근육이 울긋불긋하면 조금 매치가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물며 이번 영화 자체가 현실성을 크게 두기에 오히려 너무 좋은 몸도 몰입도를 떨어트릴 수 있었다.
혜수의 드러난 가슴은 풍만하고 유두는 짙었다. 마흔 살인 그녀가 가질 수 있는 몸매인가 싶을 정도로 라인까지도 환상적이었다.
그녀는 전혀 껄끄러움이 없는 듯이 침대에 걸터앉았고 민후는 드러누웠다.
“시작합니다. 악션!”
최동민 감독이 촬영의 시작을 알렸다. 두 사람은 실제 관계 후 나누는 이야기처럼 진행하여야 했다. 민후도 끊었던 담배를 촬영 때문에 다시 피우고 혜수 그녀 역시도 담배를 피운다.
민후가 일어섰을 때 카메라는 그의 뒷모습을 풀숏으로 찍어냈다. 엉덩이와 등판, 다리까지 모두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앉아 있는 모습과 일어서 가운을 입는 것까지도 풀숏을 이용해서 찍었다.
즉 가슴과 하반신을 모두 촬영하는 것이었다. 단지, 모자이크 처리로 중요부위는 가리는 것이다.
촬영은 일곱 번을 반복 촬영했다. 두 사람이 벗은 채로 촬영에 임한 시간은 총 세 시간 가까이 되었다. ‘OK’라는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민후는 바지를 입었고 그녀 역시도 가운을 입은 채로 옷을 갈아입었다.
촬영이 끝나자 민후는 숨을 훅하니 뱉어냈다. 다른 스태프 인원들이 그에게 다가와 장난스레 웃었다.
“여자애들이 아주 그냥 완전히 갔어. 이야, 근데 혜수 씨 몸 되게 예쁘더라. 예뻐. 우리 마누라랑 동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
민후는 그들이 건네는 말에 작게 웃었다. 그는 촬영이 끝이 나자마자 곧장 윤하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실상 윤하도 배드신을 촬영한다고 하여서 소심한 걱정을 했다.
전화를 걸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받았다.
“촬영 끝났어.”
-몇 시간 걸렸어.
“흠…… 세 시간……?”
-이씽, 몇 분 몇 초!
그녀의 목소리가 앙칼지게 수화기로 퍼졌다. 민후는 시끄러운 소리에 본인도 모르게 수화기를 귀에서 잠시 떼어냈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녀가 생각보다 크게 걱정을 했었던 듯싶었다.
“정말 사심 하나 없이 찍었어, 응.”
그녀는 나쁜 마음을 먹었냐는 둥 안 먹었냐는 둥 하면서 그를 추궁하고 나섰다. 민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일일이 삐지지 않게 답변을 해주었다.
통화가 끝이 났을 때 민후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 친구인 윤하가 이런 식으로 질투감을 느낀다는 것에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정 마담은 곤이를 사랑하고 아낀다. 그러나 반면 곤이는 그녀를 섹스 판타지와 더불어 동업자라는 생각밖에 가지지 않고 있었다. 실상 그것은 시나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곤이가 초라하고 남루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한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함께 영화를 보는 등의 장면도 나온다.
정 마담이라는 역할은 남자의 환상이었다. 풍만한 가슴과 아름다운 얼굴, 도도한 매력을 갖추고 재력 또한 크게 겸비한 여성이다.
그에 반면,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은 가진 것도 적었으며 남자 손님들이 집적대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다.
그러나 곤이는 정 마담보다는 그녀에게 더욱 큰 애착을 두게 된다. 그녀는 비록 술집에서 일을 하지만 자신의 주관이 또렷하고 욕심이 없는 여자이다.
곤이는 그녀에게 빚을 갚아줄까, 라고 말하며 과시를 하기도 하는데, 이 신에서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만큼 그녀는 속물이 아니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기도 했다.
결국 곤이는 그녀만큼은 진실 되게 사랑하게 되고 아끼게 된다. 그녀의 극 중 이름은 이화련이였다.
민후는 촬영장에 온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민정이었다. 얼마 전부터 눈보다 빠르다 촬영팀에 합류했다.
얼마 전, 원래 화련 역할로 캐스팅되었던 이가 작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한 달 동안은 촬영하지 못할 것 같다고 소속사 측에서 의견을 밝혀왔다.
사고로 인한 것이었기에 이미 캐스팅된 상황이어도 제작사 측은 손해배상 등을 묻지 않고 새로운 화련 역할을 캐스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는데 민후는 그 역할을 민정이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여겼다.
그녀가 연기학원을 다닌 지 이제 6개월 가까이 되어갔고 실력은 계속해서 일취월장했기에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싶었다.
그는 최동민 감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런 식으로도 끼워 넣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는 흔쾌히 와보라고 말을 했으며 민정은 그에 짤막한 오디션을 치렀다.
아무래도 전혀 인증되지 않았고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작은 불신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평가하는 자리에는 민후와 혜수, 승진도 함께 섰었다. 민후는 6개월 만이었지만 준수한 연기력을 선보인 그녀에 감탄했고, 혜수와 승진도 그녀가 고작 6개월 동안 연기학원을 다녔다는 사실에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였다.
그녀는 충분히 촬영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캐스팅이 확정되었다. 그녀로서는 첫 데뷔작인 셈이었다.
그리고 이태는 민후가 알기로는 요즘 한창 잘나가는 스타가 되어가고 있었다. 보호자 식으로 매니저 역시도 붙여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유명한 뮤지컬인 캣츠의 공연에 이태가 수많은 관객 앞에서 축하공연을 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실상 말이 후원이었지, 민후는 얼마 전에 이미 지불했던 5천만 원을 모두 돌려받았다. 더 이상 5천만 원에 이태와 민정은 구애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이태가 찍은 광고는 총 세 개였으며 그중 하나는 장애인들을 위한 공익광고였던지라 소량의 금액만 받았지만 다른 두 개의 광고는 아니었다. 이태는 상당한 금액을 받게 된 것이었고, 지금은 장애인 음악단인 ‘하모니’라는 곳에 소속되어서 전국을 누비면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하모니는 눈이 보이지 않거나, 발달장애가 있거나, 혹은 어딘가 불편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음악단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일반적인 음악단 못지않았으며 그러던 중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는 이태가 그들의 눈에 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하모니는 해외에서도 이슈가 된 적이 있는 우리나라의 보물 중 하나였다. 실제로 장애인 음악단이 이처럼 두각을 드러낸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실상 금전적인 후원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끝이 난 셈이었다. 이태는 애초에 성공할 힘이 있었다. 그러나 배경이 그를 붙잡은 것이고 민후는 잠시 그 배경을 바꾸어주고 소량의 도움만 주었을 뿐이다.
민후는 자신 덕분에 이태가 그렇게 성공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가 가진 재능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여긴다.
그리고 민정도 민후가 계속해서 도움을 주고 있었고 이번에도 자신의 배우로서의 이름을 이용하여서 그녀를 끼워 넣기 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녀의 연기력이 미비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순전히 민후는 작은 도움만을 주었을 뿐 그들의 힘으로 해낸 것이다.
“가위질하는 건?”
“선배님 말씀처럼 연습했습니다.”
그녀는 멈칫 망설이다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손을 흘끗 보니 손 쪽이 붉게 달아올랐다. 미용의 가위질은 실제 가위질과 많이 달랐으며 민후는 그 역할이 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일러주고, 오늘 촬영에 이발을 해주는 듯한 신이 껴 있으니 한 번 제대로 연습해 보라고 일러주었다.
그녀의 손을 보니 그녀가 어째서 6개월 만에 그 정도 연기력을 갖추게 되었는지 민후는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녀가 가위질을 배운 이유는 화련이 지금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빚을 모두 갚으면 미용사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쩐다…….’
민정은 태연한 척했지만, 오늘 시나리오에 들어있는 키스신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물며 자신을 후원해주고 도와주었던 남자 강민후와의 키스신이었다. 그녀가 민후에게 마음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 강민후는 외적, 내적까지도 모두 멋진 남성이니 그녀로서도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자신의 헛된 마음임을 알았고 한윤하가 떡하니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상상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그와의 키스신이라는 것에 못내 설레었고 한편으로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작게나마 존재했다.
그녀는 현재 촬영장에서 꽤 호감을 사고 있는 편이었다. 특히나 최동민 감독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다. 처음엔 불안불안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갈수록 좋은 연기력을 보이고 있었고 우려했던 바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오늘 신은 짝귀에게 패한 곤이가 심란한 생각에 빠져 택시를 타고 정처 없이 움직이던 때 화련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그녀를 쫓다가 그녀가 일을 배우는 미용실에서 된통 혼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능청스럽게 그녀의 가게로 들어가 이발을 맡긴 후 잠이 들었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입을 맞추고 키스를 함으로써 서로가 연인으로 발전함을 보여주는 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싹둑싹둑.
화련은 엉성한 가위질로 곤이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면서도 맞게 자르는 것인가 하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엉성한 초짜였다.
그녀는 한창 머리카락을 잘라주다가 어느새 피곤했던 것인지 잠에 빠져버린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화투패, 도박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도박을 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돈에 대한 소홀함은 알고 있으나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도 알고 있었으며 거만하기도 했지만 배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오늘 들어 더욱 서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는 오뚝 솟은 콧날에 날카로운 턱선을 가졌다. 생긴 것도 나쁘지 않았기에 한참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곤이가 곧 눈을 슬며시 떴다.
“으음…….”
“아…….”
그녀는 눈이 마주치자 당혹한 듯 굽혔던 무릎을 다시 폈다. 그런 그녀의 팔을 잡아끈 곤은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입을 맞췄던 그는 벗어나려는 그녀를 힘으로 끌었다.
“자, 잠깐만요.”
그러나 곤은 멈추지 않고 다시 키스를 시도했다. 그녀는 결국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고 입을 뗐을 때 화련은 민망하다는 듯이 웃었다. 곤은 귀엽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박치기함으로써 사랑의 뜻을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촬영이 끝이 나고 민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다행히도 세 번 만에 촬영이 끝이 났다. 짧은 키스신이었기에 빨리 끝날 수 있었다. 민후가 태연하지만 그녀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부럽다…… 힝…….’ 한다. 그의 여자인 한윤하. 강민후 같은 남자의 사랑을 항상 받기에 그녀가 지금 이 순간은 그 누구보다도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입술은 거칠었지만 달콤했고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그러나 민정에게는 언제까지나 오를 수 없는 산일 것이다.
강혜수와의 배드신 촬영 당시 그녀에게 승진에 관련하여서 물어보았었다. 그때 능청스럽게 넘기기는 했으나 그녀가 승진을 꽤 괜찮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일이기도 했다.
민후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곧장 승진에게 혜수가 생각보다 그를 괜찮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민후와 병연은 이때다 싶어서 두 사람이 합심하여서 승진에게 더욱 자신감을 불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결국 두 사람의 등쌀에 떠밀려서 승진은 차츰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밝힐 것을 각오한 상황이다.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이었다고 한다. 같이 작품을 하게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자신과 전혀 다르게 도도하고 억센 그녀에게서 판타지를 승진은 느끼게 된 것이고 그로 인해 좋아하게 된 것이다.
승진은 차츰 촬영장에서 그녀에게 더욱 자주 다가가고 더욱 배려하려고 노력하며 더욱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도 승진이라는 배우를 싫어하지는 않았기에 그에 절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승진이 용기를 내어서 고백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단번에 만나자라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그와 만날 의향은 있지만, 그와 몇 번 만나본 후 결정하고 싶다고 답을 내놓은 것이다.
천하의 여인 강혜수가 승진의 그러한 고백을 어느 정도 받아준 것이다. 물론 몇 번 만나보겠다고 말은 했으나 어쩌면 자존심상 튕기는 것일지도 몰랐다.
두 사람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지는 듯싶었고 오늘은 집에 혜수를 초대하여서 함께 식사한다는 말까지도 승진은 했었다. 불편하다면 자리를 피해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는 오히려 둘만 있는 것이 어색할 것 같다며 극구 사양했다.
“읽어봐.”
민후는 함태웅 대표로부터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이번 영화 눈보다 빠르다가 끝이 나면 할리우드 진출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인 민후를 위해서 소속사 측에서 할리우드 쪽에서 동양인을 캐스팅 준비 중인 작품을 추려 내어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가 이번에 건넨 영화는 지아이오라는 영화였다. 현재까지는 배우들이 전혀 캐스팅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오디션은 6개월 후부터 본격적으로 뽑아가기 시작하고 1년 정도의 체력관리 및 트레이닝을 실시한다고 함태웅 대표는 언급했다.
“좋게 끝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낙심하지는 마라, 아시아 국가의 수많은 배우가 노리는 영화이니까.”
함태웅 대표는 시나리오를 건네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투였다. 실상 동양인을 뽑는다는 소문이 퍼짐으로써 아시아 국가의 수많은 스타가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서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그 나라에서 으뜸인 배우들도 찾아볼 수가 있을 것이다. 과연 민후가 이 영화의 캐스팅을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으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며 성공한다면 무척 뜻깊은 일이었고 실패한다면 다른 작품을 찾아보면 되는 것이었다.
“참, 그리고 승진이 그 녀석 요즘 강혜수 씨하고 뭐 있다며?”
함태웅은 시나리오를 훑어보는 민후에게 물었다. 실상 함태웅은 두 사람이 연애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해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나이가 나이였고 하물며 열정적인 팬들보다는 단순히 그들의 연기력이 좋아서 사랑받는 배우들이었기에 두 사람이 열애해도 사회적인 이슈는 되겠지만 손해 보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인 태웅이 보아도 승진이 혜수를 꼬이고 있다는 것은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요즘 분위기 되게 좋은 것 같던데요?”
“하여튼 그 녀석도 연애 좀 하기는 해야 하니까. 별말은 못하겠지만.”
태웅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에이 씨, 그 녀석도 연애하는데…….’ 하면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였고 오래전부터 함께 일했던 사람인지라 서로에 대해서 말을 할 때도 친근함이 묻어나는 듯싶었다.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들어가라.”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민후는 밴에 올라 승진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상당히 기대되는 바가 있었다. 집에 도착한 민후는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승진의 칼질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혼자 산 지 20년이 넘은 사람답게 칼질도 능숙한 편이었다. 민후는 슬쩍 지켜보았다. 샐러드를 얇게 친 그는 썰린 방울토마토와 닭가슴살, 오이 등을 예쁘게 장식해서 놓은 후 그 위에 드레싱을 뿌려서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닭가슴살 샐러드를 제외하고도 식탁 위에는 그가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스테이크가 놓여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수프를 끓이고 있었다.
“룰루루.”
승진의 코에서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민후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선배님, 저 왔어요.”
“아이! 깜짝이야!”
즐거워서 그런지 아니면 음식 만드는 것에 취해서 그런지 그는 민후가 왔는지 모르고 열중하고 있다가 민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의 얼굴에는 만개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늘 다시 한번 말할 거다, 민후야. 꼭 만나고 싶다고.”
그는 빙긋 웃었다. 실상 민후와 병연이 떠밀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그것이 용기가 되어서 여기까지라도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만년총각 류승진은 무척 행복했다.
얼마 전에는 그녀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도 했었고, 오붓한 곳에서 식사하면서 웃고 떠들기도 했다. 그는 나름 재치도 가지고 있는 성격인지라 그녀에게서 웃음이 떠나가지 않게 해줄 수가 있었으며 혜수는 만족스러워하던 눈치였다.
“꼭 성공하길 바랄게요, 선배님.”
민후는 진심으로 혜수와 두 사람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승진은 분명 좋은 남자였다. 만난다면 혜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음식들이 차려지고 혜수는 조금 늦는다. 승진은 ‘왜 안 오지?’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병연이 ‘평소에는 참을성도 좋은 친구가.’ 하면서 그의 초조해하는 모습에 못내 웃었다.
띵동-!
벨 소리가 눌리자 승진은 소파에 앉아서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냅다 현관문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는 인터폰으로 상대방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문을 벌컥 열었다.
민후와 병연도 문 앞으로 갔다. 혜수가 승진을 보고는 빙긋 웃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상당히 유혹적이었다. 가슴골이 보이는 검은색 옷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누가 저 몸매를 보고 마흔 살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들어와. 들어와.”
승진은 안쪽으로 그녀를 들였다. 그녀는 집안을 둘러보더니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들만 있는 집인데 되게 깨끗하네? 나 온다고 청소한 건 아니지?”
“아닙니다, 선배님. 승진 선배님이 원래 되게 깔끔하세요.”
“그럼, 그럼.”
민후와 병연은 그의 점수를 높여주기 위해 말했다. 곧 승진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안내했다.
“여긴 베란다. 테라스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빵도 먹고. 여름에 고기 구워 먹으면 진짜 좋아.”
“으흥.”
혜수는 그를 따라서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승진의 집은 52평 정도 되었다. 17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알고 있었으며 때문에 베란다조차도 무척 넓은 편에 속했다. 방은 총 4개가 있었고 그중 서재가 제일 컸다.
그는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마지막 서재의 문을 열어보고는 해맑게 웃었다.
“만약 아이가 생기면 여기에서 동화책도 읽어주고, 공부도 시키고 다 할 거야.”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가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면 참 자상한 아버지가 될 것 같기는 했다.
아이와 함께 이 서재에서 그의 말처럼 책을 읽어주기도 할 것이고, 맛있는 것도 해주고 가끔 아이들과 게임도 하며 즐겁게 지낼 것 같았다. 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혜수는 그런 자상한 매력에 점차 승진에게 끌리는 중이었다. 사실 큰 호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와 자신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혜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승진이 그녀에게 부쩍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혜수는 더욱 그의 자상한 면과 노력하는 모습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호감이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바뀌려는 찰나였다. 승진은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혜수는 그때가 잊히지 않았다. 그는 촬영 후 잠시 쉬는 시간에 함께 대기실에서 커피를 마시다 대뜸 그 말을 했는데, 그는 얼굴이 붉어진 채 말까지 더듬으며 ‘마마, 만났으면 참 좋겠어…… 지지, 진짜 잘해줄 수 있는데.’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면서도 손마저도 부르르 떨었다. 그날 그에게 몇 차례 더 만나보고 결정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그리고 고백을 들은 당일, 혜수는 집에서 샤워하다가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아른거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나이 마흔. 그런데도 여자를 대하는 것에 떨고 두려워하며 어린 양같이 굴던 모습이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그 후 몇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이 남자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녀는 내면적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승진을 통해서 또렷이 각인할 수 있었다.
그는 비가 오면 혜수에게 우산을 씌워주기에 급급했으며 밥을 먹을 때는 누구보다 그녀를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선물이랍시고 얼마 전 그가 건네준 종이학은 혜수를 의외로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혜수도, 승진도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으며 능력이 두 사람 모두 좋았다. 승진은 수백만 원의 목걸이나 시계, 구두 등을 선물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10대나 20대들의 순수한 마음처럼 학을 받아보기는 그녀도 거의 15년 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 그녀는 이젠 완전히 승진과 만나고 싶다고 확고히 생각을 굳힌 상황이다.
“이건 누가 만든 거야?”
“당연히 내가 만들었지.”
식탁에 앉은 그녀는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와 부드러워 보이는 수프, 샐러드, 와인을 보면서 물었다. 승진은 자연스럽게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다리에 담요를 덮어 가리면서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맛있네.”
그녀는 과장되게 감탄하거나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승진은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으나 본래 그것이 혜수의 성격이었다. 그녀는 표현을 잘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승진은 그녀도 그에게 상당히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아이구, 아이구.”
헤수가 샐러드를 먹던 중 샐러드가 옷 위로 살짝 떨어졌다. 승진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휴지를 건네면서 안절부절못했다.
“내가 할게.”
그가 휴지를 들고 안절부절못하자 혜수는 빙긋 웃으며 휴지를 건네받아 닦아냈다.
‘지극정성이네…….’
민후와 병연이 동시에 드는 생각이었다.
승진은 정말 공주를 모시듯이 깍듯이 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남자가 할 짓이냐, 하는 생각을 가지진 않았다. 사람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는 민후가 하기로 했다. 설거지를 모두 하고 돌아오자 어느새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민후의 차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함께 앉아 티타임을 가졌다.
티타임을 한창 하던 중 승진이 갑자기 배를 부여잡으면서 화장실로 갔다. 그가 화장실로 가고 병연은 단아한 기품을 흘리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입을 축인 혜수를 보면서 물었다.
“혜수 씨는 승진이 어때요?”
“글쎄요. 사는 거 보니까 결혼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혜수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답했다. 역시나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털털한 대답이었다. 병연은 도통 그녀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민후는 혜수도 승진에게 큰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듯 집까지 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녀의 성격상 이미 단번에 잘라 거절했을 것이고 몇 차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흠흠!”
화장실을 다녀왔던 승진은 시계를 흘끗 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혜수는 작게 웃었다.
“두 사람 죄송한데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승진의 헛기침은 두 사람에게 비켜달라는 의미는 아니었으나 혜수는 그러는 것을 원한 듯했다. 민후와 병연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방으로 갔다. 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문에 바짝 귀를 가져갔다.
승진은 혜수와 단둘이 남게 되자 순간 어색함이 몰려왔다. 어제저녁 모두가 잠들었을 때 그 혼자서 서재에서 수백 번은 더 고백 멘트를 연습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때가 되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그는 다짜고짜 그녀의 앞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품속을 뒤졌다.
덜덜덜.
툭.
손을 떨던 그는 그것을 꺼내다 결국 바닥에 툭 떨어트리고 말았다. 반지 케이스였다. 혜수의 눈이 이채를 머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반지 케이스를 내밀고는 열어 보였다.
“마…… 마, 만나고 싶어. 지, 진심이야…… 응……?”
그는 어제 연습했던 고백 멘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노력파 배우이자 연기로서는 최고인 류승진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혜수는 그런 그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내려 보았다.
“진심이라…….”
“정말, 정말 잘해줄게. 어떤 여자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어떤…….”
그는 떨면서 횡설수설 말했다. 그런 그의 어깨 위로 혜수의 손이 올려졌다. 그녀는 곧 피식 웃어 보이면서 양어깨를 잡아 그를 일으켜세웠다.
“난 내 남자가 누구한테 무릎 꿇는 건 싫어. 그게 나라고 할지라도. 어디에서도 당당하고 어디에서도 기품 있게 행동해.”
그는 그의 어깻죽지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어 준 후 옷깃을 바로잡아주었다. 그녀는 그가 꼭 쥐고 있는 반지 케이스에서 반지를 빼내어 자신의 손가락에 넣었다.
꼭 맞았다.
“내, 내 남자라고 했어?”
“무슨 남자가 그렇게 의심이 많아? 무슨 뜻인 줄 알잖아. 우리 만나자. 칠칠찮아서 내가 챙겨줘야겠어. 또 남자가 왜 이렇게 겁이 많은지.”
그녀는 털털하게 웃어 보이면서 코를 찡그리며 웃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승진은 자신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면서 해맑은 미소를 표출했다.
혜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승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는 ‘행복하게 해줄게.’라고 계속 되뇌면서 말했다.
“알았다니까.”
혜수는 어련히 그가 자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알았다. 류승진이라는 남자는 보증된 사람이다. 그런 그와의 만남에서 혜수도 많은 것을 배웠고 그의 매력에 결국 빠져들고 만 것이다.
“두 사람, 그만 엿듣고 이제 나오지요.”
혜수는 문 쪽을 보면서 앙칼지게 말했다. 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민후와 병연이 나왔다. 두 사람은 상당히 놀랐다. 류승진이 강혜수라는 배우를 얻어냈다.
직접 듣고도 믿기 힘들었다. 승진은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곧 병연과 민후도 허탈하게 웃었다. 진심으로 두 사람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민후는 가진다.
류승진과 강혜수 커플은 사귀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양측 소속사에서 두 사람의 열애를 밝히고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한 입장 표명에 사람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혜수와 류승진이라는 배우.
두 사람은 정말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우 류승진 정말 매력 있는 배우라면서 그런 승진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남성들의 경우 강혜수를 류승진이라는 배우가 얻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비난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의 열애에 수많은 이들은 두 사람이 무척 잘 어울린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영화 눈보다 빠르다가 어느 정도 홍보가 되는 계기도 되었다고 할 수 있어서 오히려 공식 열애 발표가 더욱 이득을 취하게 만들었다.
-미녀와 야수. 배우 류승진, 강혜수 공식 열애 인정…… (좋아일보 한태민 기자)
배우 강혜수는 많은 남자의 이상형이자 로망이기도 하다. 그녀는 마흔 살답지 않은 볼륨감 있는 몸매로 수시로 스크린에서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여성이다. 하물며 대부분 당차고 기가 센 캐릭터를 주로 맡는 그녀는 실제 성격 역시도 출연하는 배역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알려진 배우였다.
그리고 류승진. 류승진은 강혜수와는 많이 다른 인물이다. 관계자들과 동료들 사이에서 승진은 ‘순둥이’ ‘책벌레’ ‘하회탈’이라는 등의 호칭으로 불린다.
그는 혜수와는 다르게 모난 얼굴을 가졌다. 그러나 그의 연기 실력만큼은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한 두 사람이 며칠 전 공식적인 열애를 인정했다. 그에 사람들은 무척 놀란 반응을 보였다. 혜수와 승진은 서로가 너무나 다른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애를 인정한 후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많은 이들이 잘 어울린다면서 두 사람이 행복한 사랑을 이어가기를 바랐고 네티즌들은 ‘류승진이 인간 승리를 해냈다. 못생겨도 미인을 얻을 수 있다.’라는 등으로 지지를 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이렇듯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을 두고 ‘미녀와 야수’ 커플로 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무척 잘 어울리는 칭호였다. 한편, 두 사람은 촬영 준비 중인 영화 ‘눈보다 빠르다’를 통해 호흡을 맞추던 중 류승진의 고백을 통해 열애로 발전……(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