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우리 연애해요! (33/51)

3장 우리 연애해요!

민후가 전역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아직도 머리는 짧았으며 습관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네.’라는 말보다는 ‘예.’라는 말을 많이 쓰고 ‘그런가요?’보다는 ‘그렇습니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1주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각종 인터뷰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했으며 인터뷰할 때마다 기자들은 전부 ‘시청자분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대요. 다음 작품으로는…….’이라는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다.

실상 그 물음에 대하여서 민후는 확고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하물며 할리우드 진출에 관련해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밝히지 않았다.

괜스레 그런 의견을 밝혔다가 할리우드 진출에 실패한다면 악영향만 끼칠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캐스팅이 성공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그때 밝혀도 늦지 않은 이야기이다.

현재 검토를 하게 된 시나리오 중에서는 ‘눈보다 빠르다’라는 영화가 가장 크게 들어오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 도박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19세 영화이기는 했지만, 작품성이 좋았다. 이 작품의 원작자는 다름 아닌 송준기 만화가 선생님이셨고, 추천도 송준기 만화가 선생님께서 감독에게 권유한 것으로 안다.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였다. ‘타짜들의 싸움’ 그것이 스토리의 주된 내용이었으며 돈을 전부 탕진한 청년이 타짜의 기술을 배움으로써 부흥하게 되고, 좋은 차를 몰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나누며 도박판에서 치열하게 싸운다는 내용이다.

한 번쯤 남자들이 꿈꿔보는 화끈한 한 방이라는 소재도 그러했으며, 간혹 등장하는 액션 신과 타짜꾼들 사이에서 입방아 찧어지는 기 싸움은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문에 민후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었다.

“그랬단 거지?”

함태웅 대표는 심각한 표정으로 민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확실히 그럴 만도 했다. 민후는 함태웅 대표에게 당당히 밝혔다.

‘한윤하가 좋다. 그리고 자신들은 이미 서로 사랑을 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함태웅 대표는 이제까지 그녀와 민후 사이의 일을 세세하게 물어보았다.

물론 실제 사랑을 나누게 된 때는 찬란한 재산 종방연 때였기에 그때부터 만났다고 언급했다. 태웅으로서는 소속사 대표인지라 난감한 사항이었다.

그는 커피 한 모금으로 입을 축였다.

‘이걸 어쩐다…….’

그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신중해야 할 일이었다. 민후는 현재 전역 후 돌아왔다. 이제 다시 스크린 복귀를 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한윤하는 현재 최고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여배우였다.

얼마 전 통계에서는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우리나라의 여배우 중 5위권 안에 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어쩌면 이때 두 사람의 사랑은 위험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민후가 불리했다. 다시 알려야 할 때 스캔들은 분명 악영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긍정적으로도 한 번 생각해보았다. 두 사람의 이미지는 물처럼 맑고 투명했다. 깨끗하다는 의미였다. 민후는 남자로서 이제까지 어떠한 불화도 빚지 않았으며 하물며 기부도 아끼지 않았다.

덧붙여서 소속사가 모르게 기부를 따로 하고 있었고 그가 입대하고 얼마 후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 그가 비밀리에 행하던 기부도 드러나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한윤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돈으로 이미지를 사는 배우들은 수두룩했다. 한윤하와 민후 역시도 그럴 수 있다고 사람들은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혹여 간혹 여배우들 사이에서 도는 ‘일진설’, ‘흡연설’ 등도 윤하에게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과거는 밝혀질수록 좋았다.

전교 1등을 수시로 놓치지 않았고, 항상 타의 모범이 되었으며 누구보다 리더십이 강했다. 학교 다니던 시절 밝혀진 그녀의 생활기록부이다.

이것도 크게 이슈가 되어서 다시 한번 한윤하를 천사표 배우로 인증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리고 강민후도 마찬가지다. 비록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는 성적이 좋지 못했으며 나쁜 아이들과 어울렸다는 소문이 있었다. 실상 그것은 민후도 인정했던 바이다.

스스로 방황했었다고 확실히 답했다. 그러나 그 후가 중요했다. 갑자기 향상된 성적과 상당한 수능 점수. 속속들이 드러난 기부와 함께 다른 남자 배우들은 한 번쯤이라도 있을 법한 그 흔한 음주운전조차도 걸린 적이 없었다.

이미지 자체가 원체 좋은 두 사람이었다. 그런 둘의 연애가 공식적으로 발표가 된다?

물론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너무 나쁘게 흘러간다는 생각도 하기 힘들었다.

하물며 두 사람의 나이가 이제 스물여덟이었다. 배우로 치면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대개 배우들은 서른 중반 정도가 결혼하기에는 적합한 나이였다.

그러나 연애를 한다고 가정하면 이 나이 때 공식적인 열애설을 밝히거나, 혹은 파파라치에 의해서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것을 고려한다면 두 사람의 열애가 나쁜 것만 같지는 않았다. 단지, 서로의 안티 팬이 생길 확률이 존재했다. 가령 예를 들어 민후의 팬이 윤하의 안티 팬이 되고, 윤하의 팬이 민후의 안티 팬이 될 확률이 높았다.

어찌 보면 윤하 측 소속사가 더 난감할 것이다. 배우를 끔찍이도 아낀다는 부분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욱 강했다. 실제로 남성들은 아름다운 연예인의 연애설이 터지면 ‘쟤 진짜 예쁜데. xx하고 사귀네……. 쩝.’ 이런 식으로 그저 넘긴다.

그러나 여성들은 환상이 강한 편이라 연예인을 좋아해도 그 정도가 지나친 이들이 종종 있었다. ‘저 계집애가 감히 우리 오빠를 뺏어가!?’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것은 실제로 한윤하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렇듯 민후가 자신에게 말을 한다는 것은 한윤하도 소속사에 그렇게 말할 것이라는 뜻이고, 서로가 짊어져야 할 것은 감당하겠다는 뜻이었다.

“후회는 없나?”

태웅은 한참이나 생각했다. 담배를 세 개비는 피운 것 같았다. 그럼에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은 강민후라는 배우를 스스로 본인도 모르게 끔찍이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강민후도 남자였고 자신도 남자였다. 자신은 아직 미혼이고 가끔은 돈을 통해서 여자를 사기도 한다. 덧붙여서 아름다운 여인들과 연애도 하고는 한다. 그러나 민후는 아니었다. 많은 돈을 가졌어도 여자를 사지 않았으며 여자를 통해서 무언가 충족하려 하지도 않았다.

같은 남자로서 욕망을 억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을 안다. 하물며 이제까지 워낙 깨끗하게 소속사에 도움만 주었기 때문에 함태웅 대표는 정말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민후에게 ‘안 돼.’라고만 말할 수는 없었다.

분명 자신은 대표였고 민후는 계약자였다. 그 때문에 그럴 힘은 충분히 있었으나 이처럼 물의 한 번 일으킨 적 없는 이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같이 짊어진다면 무거운 짐은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예.”

태웅의 물음에 민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많은 것을 가졌다. 그렇지만 딱 하나, 현재 공개적으로 가지지 못한 것이 사랑이었다. 그것을 공개적으로 갖고 싶었고 후회는 없었다.

그의 대답을 들은 태웅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한숨을 크게 뱉었다.

“한윤하 양 소속사 대표하고 밥 한번 먹어야겠어.”

“……허락해주시는 겁니까?”

“오버는. 아직 허락한다는 말은 안 했어. 일단 이야기를 해봐야지.”

태웅은 실소를 흘렸다. 그의 얼굴에서 찰나 웃음이 스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웅은 이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가 처음 일으키는 물의. 자신이 받아주겠다.

“그쪽에서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서 달린 거야. 우리 쪽은 또 우리 대로 팬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고민이지만 그쪽은 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여배우가 연애한다니까 고민이지 않겠냐.”

“감사합니다.”

“김칫국 마시지 말라니까?”

민후는 그가 말은 그렇게 했어도 거의 인정했다고 여겼다. 그의 대답에 태웅은 표정 변화 없이 어이가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는 곧 짜증이 난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나가 봐. 너 때문에 머리 아프다.”

“예. 들어가 보겠습니다.”

민후는 피어오르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가 밖으로 나서고 태웅은 그제야 픽 하고 웃었다. ‘저 어린 양 같으니라고.’ 하면서 그는 고개를 저었다.

* * *

오늘은 특별한 만남이 주선되어 있었다. 팬 미팅 당시 ‘진실 된 이야기’를 할 때 서번트 증후군을 보였던 김이태라는 남자아이와 김민정이라는, 이젠 배우를 꿈꾼다는 여자아이를 만나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실상 민후는 전역 후 두 사람의 소식이 궁금했다. 그들에게 분명 민후는 ‘희망은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의 손에서 힘들어진다면 민후가 직접 도와줄 용의도 있었다.

두 사람의 길이 녹록지 않음을 알았으나 자신은 확고히 ‘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민후가 보았을 때 김이태라는 남자아이는 흥행할 수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수소문하여서 그들의 연락처를 받은 민후는 그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희망을 위해 달렸지만 결국 1년 만에 꺾였다고 전해 들었다.

이태는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지체장애인 전문 고용 공장에서 현재 단순 찍어내는 공장 일을 한다고 들었다.

민정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대기업 하청 업체에서 LED TV를 찍어내는 일을 한다고 한다.

민후는 ‘희망은 있다.’라고 확고히 말했지만, 그 당시 김민정의 나이가 스물두 살이었던 것으로 안다. 실상 배우로 들어서기에는 조금 벅찬 나이였다. 하물며 현재는 스물네 살일 것이다. 만약 계속 배우를 위해서 전진했다면 그녀는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룸 카페 안으로 정수의 안내를 받으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민정은 반갑게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이태에게도 인사를 건네자 ‘네, 네.’라고 두리번거리면서 답했다. 두 사람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그 당시 보았을 때보다도 수척해져 있었다. 민후는 무대에서 두 사람에게서 분명 가능성을 보았으며 민정의 얼굴에서 ‘열정’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 현재는 그 열정이 아쉽게도 꺾여 있었다.

지친 삶을 살게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변질된 것이다.

“제가 오빠이니 말 놔도 되죠?”

민후는 자연스레 물었다. 그녀는 흔쾌히 수긍했다. 민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와 그 동생의 소식을 듣지 못한 것처럼 조심스레 묻는다.

“요즘 어때?”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셨어요, 힘들 거라고.”

민후는 대충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과거보다는 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직종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무턱대고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것이 연예인이라면 모든 이들이 연예인을 하고 떼돈을 벌었을 것이다.

민정의 부모님은 현실적인 편인 것 같았다.

“이태는 취미로만 하라고…… 또 전 돈 벌어서 시집가야 하지 않겠냐고…….”

그녀는 손가락을 어물쩍 거리며 만졌다. 충분히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부모님으로서는 보장 없는 삶을 위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이라도 얻어서 생활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가정형편이 별로 좋지 않니?”

부끄러워질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민후는 물었다. 민정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허리를 다치셨어요. 그래서 일을 쉬시고 계세요.”

“흐음.”

“에효.”

민후와 정수가 동시에 한숨을 뱉어냈다. 네 식구의 주된 수입을 버시는 아버지가 다치셨다. 이태는 일을 하기는 하겠지만 월 150을 벌기에도 힘들 것이다. 그나마 민정의 경우 대기업 하청 업체이기에 월 200 이상의 수익을 생각할 수도 있었다.

350만 원 정도. 그리고 아버지의 치료비를 생각한다면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둘 다 접은 거야?”

“…….”

민후는 침착하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그저 민정은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웠다. 많은 이들의 앞에서 ‘배우가 되고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을 아무것도 해낸 것이 없었다. 사실 전에 한 번 이태의 동영상을 올렸던 적이 있었으나 많은 조회 수를 얻어내지도 못했다.

“기타…… 이태는 기타 치고 싶어요. 계속 치고 싶어요. 일해야 해요. 기타 쳐야 해요. 일 일…….”

이태는 민후의 질문을 이해한 것인지 진짜 자신의 속내를 말한다. 자기 생각을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장점이지 않은가 싶다.

“내가 도와줄게.”

“……네?”

민후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분명 두 사람에게 희망은 있다고 확고히 말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불빛이 꺼지려 한다. 두 사람을 돕는 것은 민후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후원한다는 말이야, 너희를.”

민후는 빙긋 웃었다. 실제로 자신의 기부금은 연 수억 원이다. 두 사람에게 자금적인 후원을 하면서 도와주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하물며 두 사람이 안타깝기도 했고, 자신이 내뱉은 말의 책임을 지려 하는 것이다.

민후는 놀란 민정에게 어떤 식의 후원을 할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일단 그들 가구에 생활비를 지원할 생각이었다. 더불어서 민정을 배우 학원에 등록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이태의 얼굴을 알릴 수 있게 한 번 방송국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고 민정은 당혹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그건 너무…….”

“받기만 하는 거 아니냐고? 헛다리 짚었어.”

민후는 씨익 웃었다. 그는 준비해둔 계약서를 꺼내었다. 실상 민후가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이 부담스러워할 것을 안다.

계약서에는 ‘성공할 시 모든 지원금액과 일정의 대가를 강민후에게 다시 반납한다.’라고 적혀져 있었다. 실상 말 그대로 후원이었다. 그러나 민정이 부담스러워할 것을 감안하여 마련한 계약서라고 할 수 있었다.

“어허, 이런 기회 흔치 않아. 왔을 때 잡으라고.”

정수는 망설이는 그녀를 보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곧 계약서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했다. 서로가 한 장씩 나눠 가졌다.

사인했던 그녀는 왈칵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을 직접 도와주겠다고 배우 강민후가 나섰다. 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정말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부끄러움이 한 점 없는 배우인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그를 자신이 한 사람의 팬으로서 아끼는 듯싶다.

* * *

-충격! 배우 한윤하, 강민후 열애 인정. 두 소속사 공식 입장 발표. 찬란한 재산 때부터 서로 호감을 갖기 시작하여…… (하늘일보 오태욱 기자)

-배우 한윤하 강민후, 친구에서 연인으로 수많은 이들 주목…… (최고일보 조한별 기자)

-배우 강민후 트위터에 ‘우리 사랑해도 될까요?’라고 글 남겨 화제…… (좋아일보 민태식 기자)

-배우 강민후 한윤하, 어디서부터 시작된 사랑인가. 수많은 이들 관심 가져…… (중계일보 유가희 기자)

배우 강민후와 한윤하의 열애설은 두 사람이 신인이던 시절부터 의혹이 제기되었던 부분이다. 그러나 소속사 양측은 강경하게 아니라고 입장을 표했던 바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두 사람은 찬란한 재산에서부터 마음을 키워가기 시작하여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공식적인 견해를 밝혔으며 소속사 측도 ‘두 사람은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좋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좋게 봐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한편에서는 두 사람이 시청자들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었다. 서로가 발달장애 센터의 봉사 활동 그 전부터 알고 있었고, 연애를 목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교묘히 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으며 그에 관련한 논스톱 5 방영 당시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한 네티즌도 나타나 더욱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관련하여 양측의 소속사는 그 당시 서로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럴 일은 없었으며 당사자들 역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양 측의 소속사 측은 법적인 강력한 조처를 함으로써 계속해서 나오는 유언비어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두 사람은 발달장애 복지센터의 봉사 활동을 하며 처음……(생략).

윤하의 소속사 역시도 갑작스러운 연애 소식에 당황한 듯싶었다. 함태웅 대표와 상대측 소속사 대표는 식사를 했고 다행히도 두 대표의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서로가 일단 이러한 일이 생긴 것에 관련한 사과를 했으며 실상 상대측 대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윤하와 강민후, 발달장애 센터에서 시작하여 인연을 쌓고 사랑을 하게 되다.

현재 수많은 이들은 갖은 추측을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을 보듬어주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많이 보이는 추세였다. 일단 두 사람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좋은 편에 속했다.

하물며 소속사 측이 허위적인 글을 써서 유포한 이들에 대한 강경한 법적 대응 조치를 밝히고, 허위 글 유포자들은 대부분이 소년, 소녀들이었으며 대학생들도 있었다.

그중 대부분 이들이 양측 소속사의 강경한 대응에 지레 겁을 먹고 먼저 ‘허위사실을 게재한 점 죄송하다’라고 밝혀 오면서 인터넷에 다시 한번 사과문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열애를 공식적으로 알린 지 1주일이 되었을 때 돌았던 소문이 다섯 가지 정도는 되었고, 글 유포자 다섯 사람 모두 허위사실임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강민후와 한윤하가 괘씸하다는 식으로 글을 써 내려가던 기자들은 모두 허위인 사실로 밝혀지자 이야기의 주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배우 강민후 한윤하 루머, 결국 모두 거짓으로 밝혀져…….’

‘강민후와 한윤하가 논스톱 5 전부터 만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한 열여덟 고등학생의 관심을 받기 위한 글임이 밝혀져 사과 글이 올라와 화제가…….’

‘강민후 한윤하,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한 두 배우. 네티즌들,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어…….’

기자들로서는 깔수록 맛이 좋겠지만 정말 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을 계속 건드리는 일은 무모한 짓이었다. 계속 추측 루머로 기사를 써 내려가면 소속사를 통해 고소를 당하게 되고, 법적인 제재를 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대부분의 기자는 관점을 바꾸어 두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있었다.

전역을 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민후의 차기작이 결정되었다. 그의 차기 작품은 ‘눈보다 빠르다’라는 작품으로 하기로 확정되었다. 그는 추천을 받았던 것이기 때문에 그가 승낙하자 자연스럽게 캐스팅이 확정되었다.

하물며 황제 소속사의 배우 중 한 사람인 류승진도 이번 작품을 함께 하기로 결정되었다. 조연 배우로서 활동을 주로 하는 편이기는 했으나 그도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였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된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친구라고?”

“예, 선배님.”

민후는 SBC 방송국의 출연자 대기실에 와있었다. 그가 와있는 대기실은 임민엽이 진행하는 S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곳이었다.

이름은 ‘스타왕!’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기이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 주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3년이 넘게 방영되고 있음에도 매회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민후는 현재 이태, 민정과 함께 방문한 것이었다. 실상 이태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이 민후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실상 그를 한 번 추천하는 것은 강민후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너무나도 쉬운 일에 속한다. 그에 반면 얻게 되는 것은 무척 값진 것일 거다.

대기실에는 코디네이터들과 덧붙여서 오늘 출연하는 게스트들과 담당 PD가 있었다. 이태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게 되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민후는 직접 민엽에게 전화하여 ‘이런 이런 재주를 가진 친구가 있다. 스타왕에 출연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고 민엽은 흔쾌히 와보라는 말을 했다.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

담당 PD는 불안해하는 이태를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실상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너무나도 가벼운 재주를 가졌다면 상당히 난처해진다. 아무리 이름 좋은 연예인이 추천해도 이태가 가진 재주가 평범하다면 출연을 고려해봐야 했다.

“이태야, 연주하자.”

민정이 그를 이끌었다. 불안해하던 이태는 누나가 다가와 말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작게 미소 지으며 통기타를 잡았다. 그리고 곧 그는 통기타를 퉁기기 시작했다.

띤, 띠딘, 띤띤띤띤-

띤, 디딘, 띤띤띤띤.

그의 손놀림은 빨랐다. 하물며 한 곡이 끝나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다른 곡으로 넘어갔다. 그의 손놀림은 더욱 빨라졌으며 연주를 하는 동안 한 번도 음을 놓치거나 하지 않았다.

담당 PD와 임민엽, 다른 출연자들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 되었다. 발달장애를 앓았다는 아이이나 기타 치는 솜씨만큼은 훌륭했다.

“좋은데요?”

출연자 중에는 당연히 현직 가수도 있었다. 임재원이라는 가수는 젊었지만 상당한 실력파 가수였다. 그는 이태의 기타 솜씨를 듣고 어디서 이런 인재가 숨어 있었나 하는 표정이었다.

“어떤가요?”

“난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민후의 물음에 민엽은 상당히 만족한 표정이었다. 담당 PD 역시도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발달장애를 앓았으나 이 정도의 기타 실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놀랍고 대단한 일이었다.

“다음다음 주 녹화 분에 출연하는 거로 하자.”

담당 PD는 이태와 민정을 보면서 말했다. 민정은 감사하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숙여 보였다. 실제로 이렇게 쉽게 이태가 방송 출연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민정도 방송 쪽을 노림으로써 그의 얼굴부터 알리자, 라는 생각으로 많은 곳에 지원을 해봤지만, 매번 떨어졌었다. 그러나 강민후가 도와줬다는 것에 방송 출연이 확정되었다.

현재 민후는 후원으로 연 5천만 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아버님의 병원비가 꽤 큰 편이었으며 이태의 경우 앞으로 방송 출연을 하면서 돈을 벌기도 하겠지만 안정적이지는 못했다.

하물며 민정도 연기를 배우는 데에 주력하여야 했기 때문에 주된 수입원이 전혀 없으니 연 5천만 원 정도의 지원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민정이 들어간 연기학원은 김희해가 있는 학원이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후배들 양성을 위해 누구보다 힘을 쓰는 김희해는 민정의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민후에게 ‘수강생 한 명 늘어난다고 휘청거리진 않는다.’라는 식으로 학원비 받는 것을 거부했다.

실상 후배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고는 하나 그녀가 운영하는 학원은 비싼 축에 속했다. 일단 그녀의 이름값도 그러했고 수강을 위해 방문하는 강사들도 상당히 노련한 강사진들이었으며, 한 달에 한 번꼴로는 특별 인사들이 방문하여 지도를 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카메라 같은 장비들은 모두 최신형들이기에 학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비싼 학원비가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희해는 민정이 연기학원을 다니는 동안 모두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조건이 있다면 과거 민후가 희해의 학원에서 강의했던 것처럼 강의를 한 번 더 해주는 것이었다.

“밥 먹으러 가야지.”

“저, 저기…… 바쁘시지 않아요?”

민후는 밥을 먹인 후 헤어질 예정이었다. 민정은 그의 말에 멈추면서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실상 강민후 같은 톱배우가 자신들에게 이렇듯 시간을 낭비해주어도 괜찮나 싶은 것이다.

“아냐, 오늘 쉬는 날이야. 저녁에 데이트도 있는 걸, 뭐.”

민후는 그녀가 하는 괜한 걱정에 픽 하고 웃었다. 스캔들이 난 후 윤하와의 첫 공식적인 데이트였다. 물론 말이 공식적인 데이트이지, 마스크와 모자를 써야 하는 데이트이기는 했다.

그러나 파파라치나 혹은 다른 이들에게 걸렸을 때 스캔들이 터질 염려는 없었다. 현재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난 짜장면, 짜장면 먹고 싶어.”

“그래 그럼, 짜장면 먹으러 가자.”

민후는 이태의 말에 빙긋 웃었다. 민정은 눈치가 없다는 듯이 그를 툭 쳤지만 민후는 자신도 좋아한다며 얼버무리고는 그들과 함께 중화요리 집으로 가서 식사했다.

첫 데이트 장소는 다름 아닌 극장이었다. 얼마 전에 ‘부산 해운대’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재난 영화로 수많은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다. 일단 용호상박을 통해 안면이 있는 이지원과 임경우가 주축을 그린 영화이다.

개봉한 지 2주가 지났지만 벌써부터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었다. 추측으로는 1천만 관객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극장에서 함께 만난 두 사람은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표는 이미 예매한 상황이었다. 영화 시작 시각에 맞춰서 재빠르게 들어가면 되었다.

하물며 극장 데이트는 다소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어두워지고, 또 스크린에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볼 틈도 없었다.

요즘은 좌측이나 우측 끝으로 두 자리씩 일렬로 만들어놓은 커플 좌석도 있어서 커플 좌석에 앉으면 다른 이들과 마찰을 일으킬 우려도 없었다.

“민정 씨하고 이태 씨는 잘 만났어?”

민후는 윤하의 밴에 올랐다. 윤하는 스케줄을 끝내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넘어왔다.

“응, 스케줄 확정.”

“오예-!”

민후는 밝게 웃으면서 확정이라고 말했다. 윤하는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니는 거야.”

그녀가 빙긋 웃으면서 풀어 헤쳐진 단추를 잠가 주었다. 이젠 완전한 연인이 된 두 사람이기에 이러한 행동도 자연스러웠다. 영화 시간이 되기 전 정수가 윤하의 매니저와 팝콘과 콜라를 미리 사놨다.

그리고 시간이 되고 상영관 쪽으로 올라온 두 사람은 그들에게 콜라와 팝콘을 건네받았다.

정수와 윤하의 매니저에게 함께 영화 상영을 하자고 했지만 두 사람은 이야기 좀 나눌 게 있다고 말했다.

극장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상영관 내부가 어두워졌다. 타이밍 좋게 들어간 것이다. 두 사람은 갑갑한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벗어도 원체 어둡고 또 영화에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멀지 않은 곳에 한윤하와 강민후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사람들은 무척 놀랄 것이다.

‘우리 윤하 손이 어딨더라-’

영화를 보면서 민후는 슬쩍 윤하의 손 쪽으로 자신의 손을 뻗었다. 작고 가냘픈 손이 만져졌다.

“응?”

“흠.”

“헤.”

팝콘을 달라는 것인가, 하여 내밀었지만 민후는 스크린에 눈을 두고 있었다. 눈치를 챈 그녀가 손을 잡아서 깍지를 꼈다. 그러면서 ‘따뜻해서 좋구만.’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재밌었다. 임경우 교수님과 이지원의 연기가 돋보였으며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도 상당히 좋았다. 부산 해운대는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집어넣음으로써 쉴 새 없이 빠른 스토리 진행을 보이더니 마지막은 강력한 쓰나미를 통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스릴을 선사했다.

그리고 결국 남게 된 자들과 죽게 된 자들로 나누어졌는데, 배우 중 신민기라는 이가 헬기에서 떨어져 바다에 빠져 결국 사망하게 될 때 상영관 내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윤하도 마찬가지였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민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작게 웃어 보였다.

영화의 상영이 끝이 나고 민후와 윤하는 빠르게 밖으로 나섰다. 사람들이 모두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실상 차라리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나서서 마주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재빠르게 극장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함께 윤하의 밴에 올랐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정수와 그녀의 매니저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지?”

윤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받지를 않았다. 이렇게 자리를 비울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물며 영화가 끝나는 시간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기에 시간에 맞춰서 밴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두 사람이 10분을 기다리고서야 윤하의 매니저가 돌아왔다. 운전석에 오른 그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에이 씨, 놓쳤네.”

“파파라치요?”

“응. 아까부터 계속 낌새가 이상하다 싶더니, 영화 보러 안 들어가길래 이상하다 싶었지.”

민후와 윤하의 주위로 파파라치가 숱하게 붙는 것은 당연할지도 몰랐다. 특히나 열애를 인정한 상황이었기에 두 사람의 작은 포옹, 어깨동무조차도 이슈가 될 수 있는 때였다.

물론 촬영이 된다고 해도 크게 피해를 볼 것은 없었다. 그러나 대중은 가끔 은밀하게 촬영되는 스타들의 로맨스에 열광을 하기도 한다. 오히려 좋은 효과를 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스타들로서는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하고 촬영을 당하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하물며 그들을 지키는 매니저들로서는 그들을 견제하는 것이 당연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한다면서 어째서 함께 영화를 보지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고생했어요, 오빠.”

윤하는 휴지를 뜯어서 미안하단 표정으로 그에게 건네었다. 윤하의 매니저는 상당히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쉽게 표현하면 뚱뚱했다. 그리고 조금 험상궂게 생겼다. 때문에 민후가 조금 걱정했었다.

그러나 곰같이 순진하고 착한 오빠라고 한다. 그 몸집을 가지고 정수와 함께 파파라치를 쫓았을 생각을 하니 미안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할 일인 걸, 뭐. 정수 형님이 거의 다 잡았는데. 크! 아깝다, 아까워.”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아쉽다는 기색이다. 다행히도 날씨가 추웠기에 그의 땀은 빠르게 식었다. 곧 밴이 출발하여 윤하의 집으로 향했다.

윤하는 강동구 쪽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원래 배우가 되기 전에는 집안 형편이 무척 좋지 않았다고 기사에 많이 났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통장에는 수십억 원이 있을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그녀가 돈을 벌자마자 부모님 명의로 비싼 아파트 계약을 맺고 아버지에게 1억 원 상당의 차량을 선물했다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하는 자신을 위해서는 많은 돈을 쓰지 않았다. 수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모으는 취미도, 액세서리를 사는 취미도 없었다. 그러나 쓸 땐 과감하게 쓰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그녀는 피곤했던 것인지 밴이 출발하자 민후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그러면서도 민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앙증맞은 손은 민후의 두 손가락으로도 전부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는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향수를 쓰지 않고 로션을 주로 쓰는 것 같았다. 아기 같은 부드러운 냄새에 민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두 사람, 보기 좋아요.”

매니저는 민후를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를 싫어하지는 않는 기색이었다. 룸미러를 통해 바라보면서 하는 말에 빙긋 웃었다.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거, 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또 윤하가 안절부절못할 때마다 얼마나 안쓰럽던지. 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왕 공개된 거, 윤하 울리지는 말아주세요. 강민후 씨니까 그럴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매니저는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하의 매니저 오경균은 그녀와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그녀를 맡아왔고 그녀의 배려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런 말을 쓰긴 뭐하나 윤하를 자신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윤하는 자신을 항시 도와주고 있었는데, 한편으로 경균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알았고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하여 그것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강민후와 그녀 사이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좋아한다고 여겼고 그 상대방이 강민후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강민후는 소문만 들어보아도 좋은 사람이었다. 하물며 정수에게 들어보았을 때도 그만한 배우는 없었다.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길 오경균은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줄 거예요, 윤하.”

민후는 그가 하는 걱정을 안 것인지 말했다. 스타들의 결별은 상당히 치명적이다. 오히려 열애설 인정보다도 결별설이 더욱 압박이 심한 편이다.

네가 뭔데 그 사람과 싸우느냐. 네가 뭔데 그 사람을 버리느냐. 등으로 비난을 사기 때문이다.

“조심히 들어가.”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민후의 볼에 뽀뽀하고는 매니저와 함께 아파트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까지 확인한 후 그는 자신의 밴에 올랐다.

찰칵찰칵!

민후가 밴에 오를 때 한편에서는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밴이 주차되어 있던 곳과 반대편에 있는 아반떼 차량에서였다.

밴이 출발하고 차량은 일부러 뒤쫓지 않았다. 강민후의 집 근처에도 이미 그의 동료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내려놓은 그는 턱수염이 너저분하게 자라고 많이 야윈 남성이었다.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특이한 사항은 없습니다. 생각보다도 너무 깨끗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계속 지켜봐. 누굴 만나는지,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지, 무엇을 먹는지조차도 항시 보고해.

“알겠습니다.”

사내는 전화를 종료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피곤이 몰려온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종일 한윤하와 강민후의 곁을 맴돌았다. 의뢰인은 강민후의 꼬투리를 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다. 그리고 두둑한 보수를 받은 그는 그에 걸맞은 정보를 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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