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장 입대, 그리고 전역 (32/51)

2장 입대, 그리고 전역

올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SBC 연기대상에 관련하여 사람들의 관심이 무척이나 뜨거운 상황이었다. 민후도 올해는 더욱 기대가 컸다. 일단 찬란한 재산이 시청률 49%를 기록하면서 엄청난 흥행을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실질적으로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연기대상’이 주어질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연기대상은 보통 연륜이 있고 연기경력이 깊은 이들 위주로 뽑기 마련이었다.

인기나 혹은 다른 것들을 제외하고 오로지 연기가 두각을 드러낸 인원에게 주는 것이 ‘연기대상’이었다. 물론 민후는 42.195㎞를 통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가 있었지만, 영화와 방송국의 드라마는 확연히 다르지 않나 싶다.

유력한 후보로는 임의진 선생님이 떠오르고 계셨다. 임의진 선생님은 평소 다양한 방면으로 연기를 하신 것에 점수가 컸고, 더불어서 이번에는 악역을 누구보다 또렷하게 표현하신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상 민후는 논스톱 5 촬영 당시를 제외하고 방송국에서 진행되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와 윤하에게는 화려한 리무진이 주어졌다. 논스톱 5. 당시에도 멤버들이 차를 타고 이동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값어치가 달랐다. 지금 그들이 탄 리무진은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리무진이었다.

두 사람의 이름값을 내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윤하는 드레스를, 민후는 깔끔한 정장에 머리를 왁스로 추어올렸다.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 역할의 주연들이었기 때문에 함께 참석하는 것이 옳았다.

윤하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더욱 가까워졌다. 마치 연인처럼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며 전화를 할 때도 자주 있었다. 공식적으로 ‘만난다’라는 말은 미흡하나 서로 마음을 확실하게 전달받았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착을 두기 시작했다.

“드레스가 되게 예쁘다.”

“내가 원래 예뻐서 그런 거야-!”

그녀는 하얀색의 드레스를 입었다. 등이 훤히 보이지만 가슴 쪽은 확실히 가려주는 드레스였다. 머리를 뒤쪽으로 묶은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그리고 밝게 빛나는 귀걸이는 우아한 자태를 부각했다.

상당한 금액의 협찬품일 것이다.

민후도 협찬을 받은 것이 있었다. 시계였다. 7천만 원 상당의 시계였다.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협찬하는 브랜드 측에서 상당한 가격의 물건을 협찬으로 내주었는데, 그만큼 강민후의 몸값도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등이…… 아오! 이거 디자인 누가 했대?”

“왜에, 이쁘잖아.”

“등 쪽은 안 이쁘거든……!”

“예쁘다고!”

“크응……!”

남이, 그것도 전국민이 그녀의 등판을 보게 될 것을 생각하자 민후는 머리가 새 하얘졌다. 자신이 이렇게 보수적이고 소심한 남자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 키스신 하나라도 찍는 걸 보면 눈이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침착해야지’ 한다. 결국, 한윤하라는 여자는 누가 보든 말든 자신의 여자이니 말이다.

이번 SBC 연기대상은 SBC 공개홀에서 진행이 된다. 공개홀 쪽에 밴이 거의 다다랐다. 연기대상에 참석하는 이들을 보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의 행렬이 보였다.

경찰들은 이미 도로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으며 SBC 방송국 측도 수십 명의 안전요원을 투입시켰다.

공개홀 앞에 도착하자 리무진 안으로 사람들의 비명이 퍼졌다. 먼저 민후가 내렸고 그는 윤하에게 손을 뻗어서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꺄아아악!”

“와아아!”

“둘이 잘 어울려요!”

“꺅!”

팬들은 안전요원들을 뚫고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안전요원들도 필사적으로 그들을 막았다. 공개홀로 들어서는 입구 쪽에는 레드카펫이 깔렸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윤하는 민후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요즘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두 사람이 찬란한 재산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 후 실제로 강민후 한윤하가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드라마. 49%의 시청률의 효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물론 민후와 윤하에게는 차츰 군대 전역 후에 이어질 두 사람의 로맨스를 생각한다면 좋은 이야기였다.

포토존에 선 두 사람은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 안으로 입장했다. 수많은 배우가 자리에 참석해 있었다. 그중 상당한 톱배우들도 많았다. 그러나 윤하와 민후도 이젠 그들과 어깨를 당당히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오연훈도 보였다.

‘웬일로 일찍 오셨다느냐. 하긴, 시상식이니까.’

오연훈은 민후를 노려보는 듯하더니 시선을 거두었다. 민후는 애초에 무시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오늘은 특별하게도 민후의 특별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과거 논스톱 촬영 당시에 논스톱 인원들끼리 그리스라는 뮤지컬을 준비하기도 했었지만, 오늘은 단독 공연이었다.

이번 OST 참여 작업이 그 영향을 받아서 SBC 방송국 측에서 제의한 것이었다. 곧이어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민후와 윤하는 주빈. 채은과 함께 앉아서 시상식을 지켜보았다.

신인배우상으로는 문채은이 수상했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연이어 배우들이 상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중 민후와 윤하가 받는 상도 작지 않았다.

올해의 마지막의 밤이 깊어지고 있었으며 민후의 특별공연으로 인한 그의 잔잔한 목소리가 전 국민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기 시작했다.

민후는 시상식에서 드라마 스페셜 부문 남자 연기상과 10대 스타상,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으며, 모두 같이 윤하 역시도 받은 바가 있었다.

덧붙여서 공로상으로는 김효정 선생님이 받으셨다. 이번에 김효정 선생님의 연기력은 엄청난 호평을 받은 바가 있었다. 분명 비중이 크신 편은 아니었으나 그만큼 몰입감을 높이는 데 한몫 단단히 하셨기에 공로상을 받으실 수 있었다.

그리고 임의진 선생님의 경우 연기대상을 받으시지는 못했지만 한 단계 낮은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시게 되었다.

하물며 시상식에서 민후가 부른 ‘잘 자요’라는 노래는 시청자들의 상당한 환심을 샀으며 라이브로 진행이 되었기에 그의 노래 실력을 어느 정도 입증시키는 방향이 될 수 있었다.

한 달.

그 정도의 시간이 남은 것 같았다. 어느덧 민후는 스물여섯 살이 되었으며 3월, 새 학기의 시즌이 다가왔다. 민후에게는 이제 하나둘 이별을 고해야 할 때가 된 상황이었다.

대부분 화보나, CF 계약 건도 다른 이들에게로 넘겨진 상황이었다. 2년 동안 CF나 화보, 그 외의 것들을 할 수 없었다. 하물며 군법에 따르면 군인은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그 때문에 군인일 시에 상업적인 용도로 일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CF나 화보 각종 수익이 다른 배우에게 넘어갔음에도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다.

이제 민후가 전역하고 돌아오면 스물여덟이라는 나이가 된다. 가장 좋은 시기였다. 그 후에는 국내에서 작품을 하나 하고 다시 안정을 잡으면 할리우드 진출을 노려볼 생각이었다.

근래에 할리우드 측에서 수많은 아시아 스타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일단 국내에서 성공한 할리우드 스타는 이지훈 정도가 될 것 같았다.

이지훈은 댄스 가수 출신이기도 하거니와 ‘풀 하우스로’라는 드라마로 아시아를 뛰어넘는 스타가 되었으며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100인 중 1위에 오른 적도 있는 이였다.

댄스 가수 출신이지만 연기력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 실력이 탁월한 친구인지라 현재 할리우드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민후라고 못할 것은 없는 상황이었다. 덧붙여서 4개 국어 이상을 능통하게 해낼 줄 알았으며 아시아권에 방문하게 될 때도 노련한 언어를 선보임으로써 이슈를 산 적도 있었다.

대표 함태웅은 민후의 할리우드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오디션을 봐라, 실패하든 못하든 상관없다.’라고 그는 표했다.

실제로 오디션에 붙으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마는 것일 뿐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었다. 하물며 실패해도 강민후라는 배우가 있음을 그 감독에게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어서 와.”

“안녕하세요, 원장님. 모두 안녕.”

민후는 오랜만에 채은의 학원을 찾았다. 가끔 민후와 수강을 받았던 수강생들, 채은이 이렇게 모이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주최는 수강생들이 했다.

그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세 달꼴에 한 번씩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으며 오늘의 경우 민후가 곧 입영한다는 소식에 더욱 특별하게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야, 지민이 살 많이 빠졌다.”

“그럼, 나 이래 봬도 워커 소속이라고.”

지민은 못 본 사이에 살이 확 빠졌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그녀는 ‘워커’라는 호텔의 소속이었다. 워커는 국내 최고 규모의 호텔이었으며 전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였다.

그곳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나 대회의 수상과 덧붙여서 그녀의 요리 실력에 워커 측에서 앞서 스카웃을 해갔다고 들었다. 현재 지민은 채은의 전폭적인 지지 또한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지민은 채은의 후계자와 같았다.

여성이 ‘워커’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민은 해냈다. 제2의 ‘김채은’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채은도 주말에 그녀에게 수많은 레시피를 따로 제공하고 있었다.

워커는 복지도 좋았다. 자녀 대학등록금 지원, 상당한 퇴직금과 직원복지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말 그대로 그녀는 대기업에 입사한 셈과도 같았다.

“진영이 형은 요즘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면서요.”

“으아, 말도 마라. 짜다, 짜.”

“불평은. 짠 대신 배울 게 많지.”

진영이 혀를 내둘렀다. 채은은 빙긋 웃었다. 호텔은 복지가 좋다. 그러나 일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 그에 반면 레스토랑은 일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대신 복지가 좋지 못한 편이다.

채은은 어느덧 가발 없이도 단발머리를 소유하게 되었다. 어색함이 없었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특히나 유난히 검은 머리카락은 하얀색 피부와 어울려서 무척 좋았다.

자리에 모인 인원들은 민후를 위해서 자신들이 실력을 발휘한 요리들을 테이블 위로 깔았다.

무척 고급스러운 요리들이 준비되었다.

“날 위해서 이렇게 준비해준 거야?”

민후는 감격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나 오빠하고 친하다고 호텔 사람들한테 자랑해놨단 말이야. 사진 한 장 찍는 거 잊지 마.”

“뇌물이다. 시청률 50%의 주역을 위한 뇌물.”

그들은 민망했던 듯 대충 얼버무렸다. 그들이 자신을 통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것을 잘 알았다.

곧 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기 시작했다. 맛이 좋았다. 모두 더욱더 훌륭한 요리사가 되어 있었다.

음식을 먹다 민후는 채은의 목 뒤의 흉터를 볼 수 있었다. 문신이 사라지고 흉터가 자리 잡았다.

민후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한숨이 나왔다. 자신으로 하여금 그녀는 문신을 지웠다. 그러나 지운다 한들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

민후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보고 있었나 보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서 음식을 먹었다. 모든 음식을 먹은 후 갖은 게임이나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리가 치워지기 시작하고 수강생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채은은 학원을 지켜야 했다. 민후도 수강생들과 함께 내려가다가 ‘에효…….’ 하면서 몸을 돌렸다.

“어디 가?”

“원장 선생님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래? 군대 잘 다녀와라, 민후야. 바빠서 먼저 간다. 면회 한번 가마!”

진영은 아쉽다는 투였다. 그러나 바쁜 일이 있다고 했기에 아쉽지만, 손을 흔들어보였다. 민후는 어느덧 불이 꺼진 6층 특별 지도실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똑똑.

“누구니?”

“강민후입니다.”

“……들어와.”

자신을 소개하자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가 대답했다. 그가 들어오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그녀는 민후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가 군대를 다녀온 후에도 그를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여전히 그녀는 민후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었다.

민후는 소파에 앉았다. 그녀도 맞은편에 앉아 직접 내린 원두커피를 내밀었다.

잠시 두 사람 사이로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그녀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마도 그녀가 민후에게 고백을 하지 않았다면 둘이 있었다고 가정해도 이렇게 어색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야?”

그녀는 의아했다. 실상 그녀는 그가 이곳에 돌아온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다. 불현듯 ‘혹시 내게 오겠다고 하려나’ 하는 헛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희박한 가능성임을 알았다.

“저 윤하한테 말했어요.”

“……그래?”

그녀는 태연하게 원두커피를 한 모금 입으로 축였다. 오늘따라 더욱 커피 맛이 쓴 듯했다. 실상 태연한 척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 셈이었다. 말을 했다는 의미는 감정을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 관해 확인했다는 것이고, 자신에게 말을 해준다는 것은 연인과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거 아니잖아.”

“원장님은 충분히 좋은 여자예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애써 웃으며 말했다. 민후는 단호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좋은 여자다. 그러니 자신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하물며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는 충분히 훌륭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

“저보다 멋지고 좋은 남자들은 많아요. 원장님은 아까운 여자예요.”

그녀는 민후의 말에 다시 원두커피로 손을 뻗었다. 잔을 잡은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그녀는 결국 잔에서 다시 손을 놓았다.

“그 말 되게 기분 나쁘다, 민후야. 너보다 좋은 남자들은 많겠지. 돈도 많고, 잘생기고. 흔히 요즘 말하는 엄친아들은 널리고 널렸겠지. 그런데 민후야, 여자 마음은…… 괜찮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그렇다. 그녀도 수많은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엄친아이면서도 재벌가의 자녀와 결혼도 알선할 수 있었다. 자신의 집안은 꽤 큰 힘을 갖추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원장으로서의 권력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괜찮은 남자가 있다고 한들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는 만족을 느낄 수 없었다. 자신보다 더 괜찮은 사람 있으니 다른 사람을 만나라는 것은 그녀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라고 말하니? 너무 경솔한 말이지 않니.”

“……죄송합니다.”

민후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자신이 조금 경솔했던 것 같다. 윤하와 자신은 이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완전히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두 사람 사이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서 서둘러 그녀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을 사람이 어쩌지는 못한다. 특히나 좋아한다는 감정은 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녀는 점점 좋아한다는 감정 앞에서 차가워져 가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설렘, 행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얻지 못했을 때 여자는 냉정해지기도 하고 독기를 품게 될 수도 있었다.

채은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민후를 좋아하던 마음은 설렘과 행복이었으나 그를 얻지 못해, 그것이 분노와 시기, 질투로 다가오는 것이다. 특히나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더욱 그것이 커졌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는다.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어쩌면 이기적이겠지만 그래도 내 감정이야. 누굴 좋아하건 내 마음이야. 그리고 자유야. 그러니까 막으려고 하진 말아줘.”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작게 두들겼다. 자신의 감정을 그가 어쩌려고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민후는 충분히 이해했다. 자신이 그녀를 설득해도 그녀는 해바라기 같은 여성이다. 자신을 계속 아끼고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양다리를 걸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채은이 상처를 받는 일을 민후는 택할 수밖에 없었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녀는 마지막 나서는 그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기다릴게.’라는 말에 민후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하가 했던 말이기도 하다.

두 여인이 자신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중 한 여인은 자신과 사랑을 나누게 되고, 한 여인은 단순히 자신을 향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머리가 아득해졌고, 안타까웠으며 미안했다.

그러나 그는 밖으로 나섰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그녀의 자유였다. ‘좋아하지 마! 난 윤하랑 만날 거니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상처는 민후가 감당해야 할 것이었고, 그녀도 자신 스스로의 선택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나서고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갔다. 블라인드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주차장으로 이동하며 서서히 민후가 사라졌다.

“보고 싶어. 벌써 보고 싶어. 가지 마.”

오늘이 지나면 앞으로 2년 동안 못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윤하와 계속 만날 것이다. 휴가를 나와도 만날 것이고, 친한 사이라는 명목하에 만나게 될 것이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털썩 주저앉았다. ‘보고 싶어.’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녀는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얼굴을 감쌌다.

한참이나 울던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힘겹게 세워서 다시 소파에 가서 앉았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자신은 제삼자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하지만 자신은 사랑받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앞에 놓인 잔을 문으로 던져버렸다.

쨍그랑!

“꺄아악! 싫어!”

결국, 그것이 화가 되어 터져버렸다. 가져야 한다. 강민후를 가지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것이었다. 자신이 그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결국, 완전히 터져버렸다. 그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바라던 마음이 이젠 집착과 분노와 질투와 시기로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이제 그녀는 순수한 마음보다는 악독한 악녀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소속사 측에서 민후의 입영을 앞둔 상황에서 민후의 입영 전 팬 미팅을 할 것을 공지했다. 민후도 팬클럽 ‘주군민후’를 통하여서 팬 미팅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 열리는 팬 미팅은 ‘진실 된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다. 강민후라는 배우가 팬들에게 진실 된 이야기를 하겠다는 식으로 지은 명칭이었다.

아무래도 입영이 다가오기 때문에 평소보다도 더욱 큰 규모였다. 보통의 팬 미팅의 경우 1천 명 정도의 규모를 잡고는 진행을 했으나 이번에는 2,500명을 대상으로 팬 미팅 티켓의 발매가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발매되자마자 팬 미팅 티켓이 불티나게 팬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단숨에 2,500석이 매진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 빌리게 된 세종대학교 대양홀에 200석의 여유가 있어 200석 추가 발매를 했고, 역시 빠르게 팔렸다. 이중 찬란한 재산을 통해 그의 팬들이 된 이들의 효과도 크다 할 수 있었다.

찬란한 재산 자체가 드라마이고 대중적이었던 드라마인지라 방송 직후 영입된 팬클럽 수만 해도 수만 명을 넘어선다고 할 수 있었다.

2,700석이 매진된 팬 미팅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고,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남기는 이들도 많았다.

이번 팬 미팅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이 된다. 기자들은 출입할 수 없다는 뜻이었으며 팬들도 사진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을 통제받게 될 것이었다.

-주군민후맘: 이번에 정말 뜻깊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되게 어렵게 구했어요. 히힛^_^ 다행히도 흔쾌히 수락을 해주셔서 가능했습니다. 팬 미팅 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민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팬클럽 카페에 접속하자 팬클럽 회장으로부터 날아온 메시지 때문이었다. 주군민후맘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렇지만 42.195㎞ 때부터 민후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매 회 팬 미팅마다 참석해 민후도 상당히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기대할 만하다는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에 민후는 알 수 없어 의아할 뿐이다.

민후의 밴 차량이 세종대학교 대양홀로 이동하고 있었다. 거의 다다랐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인파를 볼 수 있었다. 2,700명은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었다. 통제를 위해서 소속사 측에서 투입한 안전요원의 숫자만 하여도 상당했는데, 거리를 통제하는 경찰들도 몇 사람 보였다.

“꺄아악!”

“와아아!”

민후의 밴이 보이자 줄을 선 행렬에서 환호성이 이어졌다. 민후는 자신을 위해 와준 팬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경호원 세 사람의 보호를 받으면서 대기실로 이동했다.

복도에는 몰래 숨어들어온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민후가 들어오자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민후에게도 사생팬은 힘든 것이었다. 과분한 사랑에 너무나도 고맙지만 난처할 때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한 인격이기에 자신을 단지 남들보다 좀 더 아껴주는 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애썼다.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한 그들을 뚫고 민후는 대기실로 들어섰다.

대기실로 들어온 민후는 ‘주군민후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군민후맘은 이번 팬 미팅에서 MC를 담당하게 되었다.

특별하게 채용된 MC였다. 보통 이러한 대규모 팬 미팅에서는 이름 있는 MC들을 쓰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특별해지고 싶었고, 하물며 주군민후맘이라는 팬클럽 회장은 젊었던 시절 MC를 맡기도 했다고 들었다. 때문에 소속사와 상의한 후에 특별 채용하게 되었다.

“왔어요?”

그녀는 민후가 오자 반갑게 맞이해준다. 상당한 규모의 팬클럽의 회장이라는 이름은 가벼운 것만은 아닐 것이었다.

그녀는 드센 깍쟁이 아주머니 같은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반듯한 정장을 차려입었다.

민후의 팬 미팅의 MC를 보게 되어 정말이지 기쁘다는 모습이었다.

“특별한 선물이라는 게 뭐예요?”

“에이, 그건 저희가 힘들게 준비한 거니까 쉽게 말해드릴 순 없죠.”

민후는 계속 궁금했다. 그녀가 쪽지로 남긴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쉽사리 말해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팬 미팅 시간이 되어봐야 알 것 같았다.

민후는 이미 숙지해온 팬 미팅 일정표를 다시 확인했다.

[강민후의 진실 된 이야기]

-사회: 김명숙

-참석 인원: 2,700명

진실 된 이야기: 스물여섯 살. 꽃다운 청년 배우 강민후의 입대를 앞두고 팬들과 나누는 진솔된 이야기. 이 자리를 빌려 강민후와 팬들 사이에서 교감을 하고 그들과 가까워진다.

-일정

17시-17시 30분: 배우 강민후의 축하공연 및 인사말

17시 30분-18시: 배우 강민후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봐!

18시-19시: 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게임

19시 30분-20시: 강민후와의 진실게임. 그에게 팬이란, 팬에게 강민후란.

20시-21시: 경품추첨 및 케이크 커팅, 마지막 인사말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진실 된 이야기의 팬 미팅은 총 네 시간 동안 진행된다. 기존의 팬 미팅보다 한 시간 연장했으며 특별한 코너를 추가했다. 강민후와의 진실게임이라는 코너였다.

물론 진실만을 말할 수는 없었다.

정말 모든 것을 말한다면 강민후의 프라이버시는 사라지는 격이다. 그러나 최선의 답을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일정표를 확인한 민후는 곧 메이크업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이 16시 5분 정도 되었다. 한 시간 정도 후면 수많은 팬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민후는 남은 한 시간 동안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 최고의 모습을 보이게 될지 고심했다. 어떤 식의 멘트를 날려야 더욱 좋아할지와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 더 아껴줄지를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한 시간이 훌쩍하고 지나갔다. 주군민후맘인 MC 김명숙도 메이크업을 받았다. 그녀는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어머어머, 웬일이래! 내가 메이크업을 다 받다니.’ 하면서 기뻐했다.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사는 그녀는 특별MC를 맡게 되어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했다.

팬 미팅 시간이 되고 그녀가 앞서 무대로 나섰다. 그녀는 생각보다 많이 떨지 않고 부드럽게 진행했다. 곧 그녀는 민후를 소개했다.

“강민후 씨입니다!”

“와아아아!”

“꺄아아악!”

팬들의 수많은 환호성 속에서 민후가 걸어 나왔다. 2,700명…… 정말 많았다. 대형 홀을 꽉 채울 정도의 인원이었다. 듣기로는 이중 해외 팬들도 3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층의 팬들도 어느 정도 확보한 민후다. 가장 크게 보탬이 되었던 것은 42.195㎞와 찬란한 재산일 것이다.

42.195㎞는 아시아권 지역에서 개봉했으며 찬란한 재산은 수많은 국가에 무료 방영된 바가 있었는데, 찬란한 재산은 일본에서 동 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느덧 월드스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된 것이다.

민후는 노래를 시작하며 등장했다. 팬들은 그의 노래에 맞춰서 손을 흔들었다.

“그대가 나를 기다려줄 순 없나요.

나 이렇게 그대에게 말하는 건.

그대를 위한 나의 마지막 인사랍니다.”

“와아아!”

“안녕하세요, 배우 강민후입니다.”

“꺄아악!”

민후의 인사말에 팬들의 환호성과 비명이 일제히 터졌다. 민후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저인데 2,700석이 매진되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신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오늘 팬들을 위한…… 음…….”

“팬들을 위한 뭐죠?”

명숙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과거 MC를 했던 경력이 있다더니 아직 죽지 않았다.

“사랑?”

“와아아!”

“꺄아악!”

“정말이요?”

“……을 보여 드려야죠. 하하.”

사랑이라는 두 글자에 관객석에서 다시금 큰 호응이 일었다. 그때 민후의 인사말과 더불어서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민후가 이제까지 활동했던 영화와 방송, 인터뷰 장면 등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민후도 무대 한편에서 지켜보았다. 입대 전이여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다. 열여덟이라는 나이. 그 나이에 강민후가 되어서 걸어온 자신의 인생은 한낱 부끄러움이 없다고 그는 판단한다.

그만큼 자신은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고 많은 것을 일구어낸 것이다.

축하공연 및 인사말 일정이 끝나고 곧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평소 팬들이 민후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는 코너였다.

아무래도 인원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랜덤을 통해서 티켓에 적혀 있는 번호를 사용해 질문자를 찾게 된다.

질문자는 총 다섯 명을 찾게 되는 형식이었다.

“155번!”

“꺄악! 어떡해!”

민후가 번호를 부르면 상대방이 손을 드는데, 없으면 다시 뽑게 된다. 손을 든 인원을 카메라가 촬영을 시작했다. 무대 뒤편의 스크린에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에게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전부 말씀드리도록 하죠.”

민후는 능글맞게 웃었다. 그녀는 녹아들어 간다는 표정이다.

“이, 이상형은?”

“흐음…… 제 이상형이라.”

이상형이라는 말에 민후는 턱을 어루만지더니 빙긋 웃었다.

“질문자분 같은 아름다운 여성분?”

“안 돼!”

“꺄아악!”

“저렇게 성형할 거야!”

질문한 이는 스크린을 통해서 보아도 앳되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연예인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았으나 또래의 남자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좋을 것 같았다.

농담 식으로 던진 말에 관객석이 술렁였다. 하물며 ‘저렇게 성형할 거야!’라는 목소리에 민후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농담입니다. 농담이에요.’ 하고 민후는 흥분한 팬들을 진정시켰다.

“전 예쁜 것보다는 자신의 일에 열심인 사람, 그런 사람이 되게 좋더라고요. 남에 대한 배려도 깊고요, 하하!”

“저요!”

“내가 바로 그런 여자!”

“나라고! 민후야!”

민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팬들은 반응해주었다. 이번 코너도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코너는 진실 된 이야기라는 코너였다.

팬 미팅 전, 티켓을 구매한 이들로부터 민후에 대해서 그의 팬들의 사연과 덧붙여서 민후를 좋아하는 진솔한 이유. 그리고 민후는 그들의 물음에 최대한 성심성의 것의 답변을 해주어야 했다.

민후는 MC인 명숙으로부터 사연이 적힌 글을 건네받았다. 총 세 사람을 선정했다.

민후는 그것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제가 배우 강민후를 좋아하게 된 것은 42.195㎞ 때였습니다. 저는 아직 어린 스물두 살 대학생입니다. 노래방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저에게는 걸림돌이라고 여겨졌던 남동생이 있습니다. 남동생은 발달장애를 앓았습니다. 저에게 그 아이는 제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식구라서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으면 항상 그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밖에 같이 나가면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공부하려고 하면 두 살 어린 제 동생은 저에게 같이 놀자며 떼를 썼습니다. 머리를 쥐어박고 ‘난 니가 싫어!’라고 소리쳤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째서 신은 저에게 이런 동생을 준 것인가, 하고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저는…….”

민후는 잠시 목이 메었다. 그는 명숙이 자연스레 건네주는 물을 건네받아 타들어 가는 목을 한 번 축이고는 다시 읽었다.

“42.195㎞를 설날 특선 영화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영화가 싫었습니다. 사람들은 42.195㎞를 희망을 담은 영화라고 부릅니다. 장애인 따위에게 희망은 없다고 저는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유원의 어머니와 동생은 저처럼 아이를 원망하며 미워할 만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유원은 부족하지만, 가족을 사랑했습니다.

달린다, 에서 보이던 희망. 그것은 동생을 새로이 바라보는 저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희망은 있다. 서로서로 믿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민후는 끝에 다다르자 말을 조금 흐렸다. 슬프지만 이 아이가 자신을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는 것에 대한 가슴 벅찬 기쁨과 슬픔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저희는 진짜 희망을 찾았습니다.”

순간 무대의 불이 전부 소등되었다. 팬들도 민후도 의아했다. 그리고 불이 켜졌을 때는 둥그런 원 무대의 끝부분을 비추고 있었다.

뚜벅뚜벅.

무대의 뒤쪽에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민후도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다. 두 사람이 걸어왔다. 한 사람은 대학생이었다. 예쁜 외모와 아담한 체구가 눈에 띄었다. 함께 들어온 이는 고등학생 정도 되는 남자아이였다.

키는 175㎝ 정도였다. 남자아이의 옆에 선 그녀는 민후에게 꾸벅 인사를 해 보였다. 명숙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인사해야지.”

꾸벅!

하고 남자아이는 민후와 관중들에게 한 번씩 고개를 숙여 보였다. 사연의 주인공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 남자아이는 여성의 지시에 따라 등 쪽에 메고 있던 통기타를 앞쪽으로 빼 왔다.

남자는 불안한 듯싶었다. 앞쪽에 빼곡히 차 있는 관객들 때문에 다리를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누나가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려 진정시켜주었다.

“자…… 하나, 둘, 셋, 넷.”

띤, 띠디딘, 띠딘!

띤, 띤, 띠딘, 띤, 띤, 띠딘, 띠딘!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다. 관객들도 어떠한 곡을 치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했다. 아이의 손놀림은 환상적이었고 대단했다. 찬란한 재산에서 피아노 신동이었던 강은우라는 극 중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서번트 증후군. 이 아이가 그런 듯싶었다.

연주하는 곡은 다름 아닌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곡이었다. 통기타가 주를 이룬 음악이다. 그러나 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곡이었다.

실상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는 노래였다. 그만큼 유명했기 때문이다.

띤, 띠띤, 띤, 띤띤, 띤띤띤.

띤띤띤띤띤.

“weii you done done me and you bet I felt it.”

남자아이가 통기타를 치고 여자아이가 불렀다. 남자아이는 화려하고 멋진 솜씨를 뽐냈다. 그에 반면 여자아이는 조금 뒤처진 실력이었다. 그러나 그 부족한 부분을 관중석의 이들이 채워줬다.

관중석 이들 모두가 함께 그 노래를 불렀다.

모든 노래가 끝이 나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꾸벅 관중석에 고개를 숙여 보였고 박수갈채를 받았다. 민후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다.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여겼다.

“진실하게 묻고 싶어요. 제 동생은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될 거예요. 그리고 전 강민후라는 배우를 계기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희망은 있나요?”

그녀는 물었다. 민후에게 자신들에게 희망이 있냐고 말이다. 분명 남자아이의 기타 실력은 훌륭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저 정도의 실력자들은 차고 넘쳤다.

그러나 이변은 존재했다. 아이가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점 역시 어쩌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람들은 기적과 희망을 좋아했다. 어쩌면 그것이 더욱 시선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자아이,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배우가 되기 위해 그 길을 걸으려고 한다. 실상 그 아이가 정말 노력하는지,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는 민후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아이가 정말 진실 되게 바란다면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다.

“희망은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아요. 언젠가 동생과 당신은 멋진 사람들이 될 거라고 저는 자부합니다.”

민후는 확신에 찬 음성으로 답해주었다. 이것이 자신의 진심이었다.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 결과가 돌아올 것이다. 여자아이는 빙긋 웃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남자아이는 그런 누나가 걱정되는 듯 불안한 시선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곧 그들이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민후는 생각 외의 깜짝 이벤트에 다소 놀랐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연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민후 덕분에 다시 살아갈 의욕을 찾았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그가 행하는 것들의 뉴스 기사 등을 보면서 그의 인간성을 알게 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여 어느덧 이젠 유명한 요리사가 되었다고도 말했다.

민후는 배우이지만 자신을 통해서 변했다는 사람들을 통해서 진심으로 기뻤다.

이번 코너도 끝이 났다. 그 때문에 MC가 다음 코너로 진행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진행하지 않았다. 민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민후 씨, 제가 준비한 선물이 있다고 했죠? 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팬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오늘 팬 미팅은 민후를 작별하는 자리였다. 그에게 팬들은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곧 잠잠했던 스크린이 타악! 하니 다시 켜졌다. 그 스크린에는 곧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하기 위해서 엄청 힘들었어요. 다른 분들도 저도 만나주려고 하지 않아서 말이죠. 몰래 들어간 분들도 계신답니다.”

MC는 민망한 듯 웃었다. 스크린에는 김민준이 있었다. 반가운 얼굴이다. 서로 너무 바빠서 잘 만나지 못했다.

-어,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다. 갑자기 찾아오셔서 네 팬이라고, 작별인사 좀 해주라고 하셔서. 음…… 만 후야, 난 네 덕에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배우기도 했다. 물론 우린 아직 경쟁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널 정말 아낀다. 몸 조심히 군대 잘 다녀오길 바란다.

그다음으로 곧바로 화면이 넘어갔다. 이번에는 42.195㎞를 함께 촬영한 박정현이었다. 만 후와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했다.

-쯧쯧! 불쌍한 녀석, 군대에 가다니. 물론 나도 가야겠지만…… 하하! 몸 조심히 잘 다녀와라. 참! 다녀오면 요즘 나 캐스팅 뜸하니까 한자리 주고.

그는 민망한 듯 웃었다. 계속해서 화면이 바뀌었다.

대부분 짧은 화면이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렇듯 연예인을 만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고생했을 것이 훤히 보였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잠깐이지만 선뜻 시간을 내주고, 또 그들을 찾기 위해 힘을 들였을 걸 생각하니 울컥한다.

영상 속에서는 임의진 선생님이나 송석우 선배, 유승범, 건상진, 이용주 등등의 배우들이 촬영되었다.

마지막 화면이 모두 끝난 후에는 ‘21개월, 그 시간은 짧지만 깁니다. 그러나 당신을 기억하고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민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깜짝 선물이 너무나도 고마운 것이다.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이들을 이렇게 스크린으로 만나게 되었고 팬들의 마음도 너무나도 과분했다.

“감사합니다.”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팬들은 한 입 모아 외쳤다. 그러나 계속해서 나오는 눈물은 막을 수 없었다. 5분간 팬 미팅은 잠시 중단되었고 그 후 다시 진행되었다.

민후는 마지막 인사에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쩌렁쩌렁 외친 뒤 참석해 준 수많은 인원에게 큰절을 해 보였다. 21개월이라는 시간은 분명 짧기도 하지만 길기도 한 시간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들 중 수많은 이들이 2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복귀를 한없이 기다리리라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더욱 열심히, 무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곤두섰다. 입대 전 팬 미팅 ‘진실 된 이야기’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 * *

입대 바로 전날이 되었다. 민후는 102보충대로 입대할 예정이었다. 가뜩이나 102보충대 앞에는 입영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많다. 하물며 내일 기자들과 팬들이 몰릴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인파가 모일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민후는 연예병사가 아닌 일반 보직의 병사로 입대할 예정이었다. 실상 그는 연예병사를 조금 꺼렸다. 어차피 하는 21개월,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는 수색대에 지원할까 했다.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라 만약 입대하고 수색대에 간다면 그곳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것이 강민후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물며 군대 내에서의 개인 정비 시간 등과 학습 연등 시간 등을 활용하여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울 예정이었다.

입대하기 전날이어서 그런지 어머니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셨다. 그리고 한 상 가득히 차려주셨다.

대부분이 민후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민후는 밥을 푸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잠시 보았다. 그리고 집을 둘러보았다.

집은 무척 좋았고 넓었다. 그러나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머니가 혼자 이 집에서 21개월 동안 있으실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어머니도 분명 외로우실 것이다.

그리고 민후도 가끔 생각은 하지만 묻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아들 많이 먹어. 그리고 엄마가 아들 방에 과자랑 탄산음료 갖다 놓았으니까 그것도 먹고.”

훈련소 기간에는 단당류랑 탄산음료에 환장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으신 것인지 말씀하신다. 어머니는 밥을 드시다가 한숨을 쉬신다.

“걱정 마. 요즘 군대, 군대도 아니래.”

어머니의 한숨 소리를 직감한 민후는 어색하게 웃었다. 요즘 군대가 군대가 아니라는 소문이 있을지라도 군대는 군대다. 덧붙여서 오히려 연예인인지라 군 생활을 하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불편한 점도 많을 것이다.

실상 부대들은 연예인이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이유는 그의 팬들이 보내는 어마어마한 양의 선물과 편지들을 받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물며 그중 악성 팬들은 ‘우리 오빠 훈련하면 가만두지 않아.’라고 말도 안 되는 협박문을 쓰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

‘난 군대를 두 번이나……. 에효.’

민후는 최강호이던 시절 군대를 다녀왔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짧지 않았다. 3년 가까이 되었고 폭행과 폭언이 당연시되던 곳이 그 당시의 군대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군대를 두 번 간다는 것은 참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일이었다. 그나마 어떤 식으로 해야 사랑받을지 알고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에휴,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어머니는 결국 식사를 하시다가 눈물을 흘리시고 만다. 숟가락을 놓으시면서 눈가를 매만지신다.

“나 잘 다녀올 수 있어. 또 어떤 누가 날 함부로 해.”

실상 민후를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있다고 한들 민후의 성격상 그 당사자는 스스로 민후의 편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렇지.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어머니는 애써 웃으신다. 그런 어머니를 잠시 바라보다 민후는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도 이제 연애 좀 해야지.”

어머니는 민후의 말에 숟가락을 멈칫하신다.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셨지만, 충분히 재혼을 하실 수 있었다. 하물며 어머니의 외로움이 항상 민후의 눈에 보이고는 했다.

실상 그녀도 재혼에 대해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민후가 아른거려서 그러지를 못했다. 혹여 새아버지라는 이름 때문에 그가 불편함을 겪게 되지는 않을지,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후는 충분히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만을 바라보며 홀로 살아오신 분이 바로 어머니였다. 하물며 자신의 나이 이제 스물여섯이다. 혼자서 제 앞가림은 충분히 다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하물며 어머니가 재혼하신다면 민후는 독립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도 너무 달려오기만 하신 것 같았다.

로또가 당첨되자마자 곧바로 가게를 창업하셨고 쉴 새 없이 일만 하셨다. 그러면서도 민후를 챙기는 것에 소홀하지 않으셨다. 그것이 벌써 몇 년째 이어졌다.

물론 그 덕에 그녀의 가게는 부흥하고 연간 수십억 매출을 내는 가게의 당당한 CEO가 되셨다. 그러나 이젠 조금 쉬면서 그녀도 즐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는 민후의 말에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21개월 뒤를 기대할게. 어떤 좋은 분과 만날지.”

어머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상 어쩌면 민후는 이미 어머니가 마음에 둔 남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중년의 여성이셨지만 충분히 좋은 여성이었다.

여성으로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기도 했으며 얼굴도 고우신 편이었다. 많은 남성이 다가오기도 했었을 것이고, 그중 어머니도 마음에 드셨던 남성이 있었을 것이다.

전역하면 민후의 나이 스물여덟. 이젠 정말 어머니가 한 번쯤 인생을 즐겨보았으면 하고 바라는 민후다.

민후가 탄 차량이 강원도 춘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춘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차량으로 붐볐다. 입영일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많을 것이었다.

“형, 강진모 씨는 어때요?”

“꽤 괜찮아. 그래도 너만 하겠냐. 21개월 뒤에 네 매니저 다시 맡을 거니까 대기하고 있어.”

실상 정수도 2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은 더는 강민후의 매니저가 될 수 없었다. 강민후의 매니저라고 해서 그가 없는 동안 일을 쉴 수도 없는 노릇이며 그는 소속사와 연결된 매니지먼트의 매니저였다. 그 때문에 강진모라는 배우의 매니저로 변경되었다. 강진모는 상당히 실력 있는 톱배우였다. 성격도 꽤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나마 정수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정수는 민후에게 강조했다. 21개월 뒤에는 무조건 다시 그의 매니저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정말 강진모라는 배우는 괜찮았다. 그렇지만 강민후라는 배우만큼은 아니었다.

정수는 민후와 함께 일하면서 정말로 ‘재밌다’라고 느꼈다. 그를 처음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논스톱 5에 출연하여서 한창 뜨고 있는 새내기 배우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덧 대한민국 톱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었다. 하물며 그와 함께 정수 자신도 성장했고 강민후라는 배우가 자신을 진심으로 챙겨주는 마음이 무척이나 좋았다.

평생 그와 함께해도 아쉽지가 않을 것 같았다.

밴 차량에는 다행히 어머니도 함께 탑승하셨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가시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시곤 했다. 그럴 때마다 민후는 손을 잡아 드렸다.

-언제쯤 들어가?

윤하와도 문자를 계속 주고받고 있었다. ‘오직 그대와’라는 영화에 그녀는 얼마 전 캐스팅되었다. 멜로 영화였다. 상대 배우는 용호상박 내에서 몇 번 만났었던 대표적인 카리스마 남성 배우 소원재였다.

이번 영화가 멜로인 만큼 두 사람의 베드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순간 울컥할 뻔했지만 ‘소심해지지 말자, 민후야.’ 하고 몇 번을 되뇌면서 진정했다.

어느덧 강원도 춘천에 도착했다. 춘천의 명물 닭갈비로 식사를 마치고 102보충대로 향했다.

102보충대에 밴이 도착하자 수많은 기자와 팬들이 모여들었다. 다행히도 소속사에서 붙여준 경호원들이 밴 뒤에서 계속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호원들이 차에서 내려 그와 어머니를 엄호해주었다.

몰려온 이들의 수가 워낙 많았다.

“심정이 어떠세요?”

“입대 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셨는데 한마디만 해주세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기자들과 팬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아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강민후라는 배우의 2년이라는 공백 기간은 어쩌면 정말 길지도 모르는 시간인 것이다.

곧 경호원들이 그들을 진정시키면서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민후에게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전역한 후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한 기자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민후는 웃었다. 이제 입대인데 벌써 전역 후 계획이라니, 쓴웃음으로 답해주었다.

실상 입대하기 전인지라 수많은 인터뷰를 했었다. 그 때문에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조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멋진 남자가 돼서 돌아오겠습니다! 충성!”

민후는 각 잡힌 자세로 경례를 취해 보였다. 강호였던 시절을 고려하면 무척 오랜만의 경례인지라 어색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순간 파파팍! 하고 연속으로 터졌다.

민후는 기자들과 팬들을 향해 한 번 큰절을 해주었다.

21개월 동안 자신을 잊지 않고 기다려줄 이들과 과분한 사랑을 주었던 팬들에 대한 예의였다. 한참이나 일어서지 못했던 민후는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어차피 가야 할 곳이고 자신이 이겨내야 할 시련이었다. 두 번째라는 것에서 황당하긴 했다. 그렇지만 어차피 하는 거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해내리라고 다짐했다.

곧 그가 102보충대 입영소 안으로 들어갔다. 배우 강민후는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 입대했다. 스물여섯 4월에 말이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전역 후에는 더욱 높은 곳에 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 * *

민후는 한 달간의 훈련소 기간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를 받게 되었다. 11사단이었다. 통칭 젓가락 부대라고 불리는 그곳은 최전방에 배치되어 있었다.

하물며 무척이나 힘이 든다고 잘 알려진 군부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후는 그곳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수색대원이 된 그는 누구보다 빨랐고, 누구보다 노력했으며 누구보다 더욱 강인했다.

그가 사격했다 하면 만발을 쐈다. 무조건 신체적 영단과 능통함의 영단 탓이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개인 정비 시간을 쪼개어서 사격훈련이 있는 날에는 하루 종일 누워서 ‘앉아서 쏴’와 ‘엎드려 쏴’자세를 연습하고 호흡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기는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체력도 남달랐다. 군대에서 하게 되는 체력 검정은 3㎞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로 나눠진다.

이 중 3㎞는 12분 30초 안에 돌파하여야 특급이라는 칭호가 주어진다. 강민후의 기록은 11분 10초였다. 3㎞ 달리기 당시 단거리 달리기 선수 출신 병사와 민후가 접전을 펼쳤었다.

엄청난 장관이었다. 두 사람은 치열했고, 다른 병사들은 전부 뒤처졌다. 두 사람은 거의 대등하게 완주했다.

그리고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2분 안에 할 수 있는 개수를 해야 했다. 이 역시 두각을 드러냈다.

팔굽혀펴기 112개를 했고 윗몸일으키기를 117개 해냈다.

그것도 분기마다 그는 한 번도 특급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었다. 일반 병사들은 그를 ‘괴력민후’라고도 불렀다.

실제로 병사들은 처음에 강민후라는 배우를 많이 어려워했다. 선임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배우라는 인식이 그러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생각은 한 달 만에 사라졌다. 배우에 관련된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다.

민후는 다른 병사들처럼 초코파이를 좋아했으며 혹시라도 특별한 일이 생겨서 먹게 되는 피자 치킨에 눈이 돌아갔다. 하물며 그 어떤 이보다 선임에게 깍듯했으며 선임으로서는 누구보다 엄하게 굴었다.

하물며 간부들에 대한 예의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는 이제 막 전입해 온 하사라고 할지라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화랑!’이라고 경례했다. 11사단은 다른 이름으로 ‘화랑부대’라고 불리었고 경례법이 그 때문에 ‘화랑’이었다.

간부들은 민후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작업도 최고였고, 체력 검정도 특급이었다. 한 번도 특급전사에서 내려가 본 적이 없었다.

더불어서 연예인이지만 특별대우 따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해주려 한다면 민후가 기겁했다.

덧붙여서 그의 성실한 행실 덕택에 사단장 표창장도 몇 번이나 하사받았다. 그는 11사단 자신의 연대에서도 인기가 무척이나 높은 편이었다.

실상 그는 모든 것을 갖춘 이였다. 예의, 겸손, 성실함, 일하는 모습, 노력성.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 그는 군부대 내에서도 상당한 주가를 올리는 인물이었다.

하물며 이러한 그의 군 생활은 바깥세상에서도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라는 인터넷의 사용이 가능한 곳이 존재했다. 그곳에서 병사들은 메신저를 통해서 바깥세상과 소통하게 되고 포털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중 수많은 이들이 강민후와 함께 군 복무를 한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답변은 거의 비슷했다. ‘강민후 어때?’라는 식으로 묻는다.

그렇게 물으면 병사들은 다 똑같이 말한다. ‘대단하다, 정말 이 사람은 배우가 아니었어도 성공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에 대한 물음에 모든 이들은 칭찬으로 답변했다. 그들도 강민후 같은 병사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대단한 병사였다. 그 때문에 바깥세상에서 기자들은 그의 들리는 소리 소문에 ‘강민후, 11사단 사단장 표창장 받아…….’, ‘강민후 열혈 모범 병사. 선후임 모두 동경의 대상.’ 등등의 기사가 나갈 수밖에 없었다.

실상 수많은 이들이 연예인 군 복무에 관련한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누가누가 공익을 갔다 하면 ‘아, 그 공익 자식?’ 하고 말하고 누가 면제를 당했다고 하면 ‘뒷돈 좀 썼나?’ 한다.

그리고 연예병사를 했다고 하면 ‘연예병사, 그놈들 완전 개꿀이라며?’ 하고 혀를 찬다. 남자들은 대부분 가는 곳이 군대였다. 그 때문에 현역을 나온 이들은 연예인들의 군 생활을 마땅치 않아 했다.

그에 반면 11사단 수색대대에다가 병사로서 엄청난 호평을 받아내는 강민후는 욕을 먹을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남자들도 ‘아, 강민후라는 배우 정말 대단하다며? 3㎞를 11분에?’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의 엄청난 표창장 수여와 특급전사, 모범병사, 상점포상 등등을 합산하면 그 휴가 일수가 80일을 넘을 정도였다. 하물며 정기휴가가 30일 가까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는 군 생활 중 약 120일 정도가 휴가로 나온 셈이었다.

실제로 연예병사들은 엄청난 휴가 기간을 자랑한다. 그러나 강민후는 일반 병사였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11사단은 엄격했다. ‘연예인? 휴가? 그딴 게 어딨어!’ 식이었다.

그만큼 규율은 확실히 하고 노력한 만큼에 대한 대가를 주며 특별대우 따위는 어림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민후는 스스로의 힘으로 120일 정도의 휴가를 받아낸 것이다.

하물며 그는 상병을 달자마자 분대장을 위임받았다. 그만큼 좋은 인재는 없었기 때문이다. 강민후 분대의 이들은 모두 민후를 본받기 위해 노력했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분대장. 그에게 부조리는 없었다.

부조리 없는 군대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부조리는 없으나 그는 솔선수범하고 있었다. 그의 솔선수범에 후임들은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노력했다.

체육대회에 나가면 분대 우승. 훈련하여도 민후가 이끄는 2분대가 항상 두각을 드러냈으며 앞장섰다.

그러면서도 민후는 개인 정비를 헛되이 쓰지 않았다. 남들이 PX를 갈 때 가끔 함께 어울리며 가고 사이버 지식 정보방에 가서 메신저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흥청망청 노는 데만 개인 정비를 사용하진 않았다.

그는 그 개인 정비 시간 동안 갖은 책을 읽었다. 군대에서 그가 읽은 책만 하여도 수백 권은 족히 넘을 것이다. 덧붙여서 통기타도 배웠다. 그의 통기타 실력은 이젠 상당히 노련해졌다.

군대 안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다. 배우라는 이름의 강민후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기타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이도 있었다.

민후는 그에게 집중적으로 배웠다. 언젠간 분명 써먹을 일이 존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더불어서 전투 체육 시간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을 했다.

부대 내의 헬스시설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다. 하루 피곤하다고 쉬는 일은 없었다.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운동했다.

그리고 분대원들과 모여서 TV로 영화를 볼 때면 영화를 분석함으로써 배우로서의 끊이지 않는 열정을 충족시켰다.

그렇게 그는 누구보다 바쁘지만 즐거운 군 생활을 해나갔다. 그 때문에 시간은 청산유수처럼 빠르게 흘러버렸다. 누구는 시간이 안 간다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630일 정도 되는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고 짧게 지나가버렸다.

“강 민 후 병장님, 내일 전역하시면 뭐부터 하실 겁니까? 인터뷰입니까, 아니면 관계자들부터 만납니까?”

소부대 자율활동 시간이었다. 주로 9시에서 9시 30분까지 취침 점호를 하기 전 존재하는 분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총기 수입 등을 하는 시간이었다.

질문한 이는 얼마 전 분대장을 위임받은 임태영 상병이었다. 몸이 다부지고 리더십이 강한 친구이다.

실상 말년병장이라고 해서 전역 날이 얼마 안 남은 이들에게 대부분 말을 놓고는 한다. 그러나 민후는 그 부분에서는 엄격했다. 전역하기 전까지 진짜 군인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임태영 상병의 질문은 타당했다. 벌써부터 바깥세상은 시끄러웠다. TV를 틀어도 내일 강민후가 전역한다는 이야기가 허다했다.

그의 물음에 민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히죽 웃으며 젓가락을 집는 시늉을 했다.

“아니, 다 필요 없고 나가자마자 고깃집을 갈 거야. 그리고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고…… 치익! 캬!”

그러면서 그는 소주잔을 꺾어서 입안에 털어 넣는 시늉을 해 보였다.

‘오오……!’ 하면서 분대원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전역을 하루 앞둔 병사는 모든 병사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여자 친구는 안 만드십니까?”

“하하하!”

“글쎄……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 좀 해줘라.”

오창욱 일병의 물음이었다. 다른 분대원들도 기분 좋게 웃었다. 그들은 실상 의아했다. 배우 계에서 활동하는 그는 정말 윤하 때와의 스캔들을 제하고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물며 일반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는 여자가 줄을 이을 것 같았다. ㅤ젊었으며 잘생겼고, 상당한 수익을 올리며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톱배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군 생활을 하면서 그는 여자에 관련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 편이었다. 분명 여자들이 꼬이지 않는 것은 아닐 텐데, 이유가 의아했지만, 그것은 함께 생활하면서 풀렸다.

강민후라는 사람은 쾌락을 위해서 여자를 만나는 사람은 아니다. 고로 가벼운 만나려고 사람을 사귀진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친구라면 모를까, 강민후는 육체적이나 혹은 ‘오? 이 여자 괜찮은데?’ 하는 것보다는 진실성을 더욱 추구한다는 사실을 분대원들은 알게 된 것이다.

“제 여동생 예쁩니다!”

“예쁘긴, 보니까 오크 닮았더구먼.”

“하하하하!”

“푸하하!”

분대원들은 아쉬운 목소리로 민후와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애썼다. 민후도 그들과의 마지막 하루라는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그들과는 꽤 각별히 친해져서 메신저로라도 전역하면 연락을 주고받게 될 것 같았다.

소부대 자율활동 시간이 끝이 나고 저녁 점호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점호를 받은 후 침대에 누운 그. 21개월간의 군 생활이 흩어져 지나가고 있었다. 보람찼다. 누구보다 즐겁게 임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일부터가 기대되었다. 21개월 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그는 꽤 오랜 시간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거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군대에서 많은 병사가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명언이었다. 언젠가는 이 고된 군 생활이 끝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군인들은 하루하루를 생활한다.

함께 군 생활을 했던 동기들과 함께 중대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많은 이들이 강민후에게 인사를 해 보였다.

민후는 막상 전역 날이 오니 기쁨보다는 씁쓸함이 더욱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위병소로 뛰어나가면서 그는 중대원들이 쳐주는 손뼉과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위병소로 근접한 민후는 순간 멈칫했다. 위병소와 멀지 않은 곳으로 수많은 기자와 팬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소속사 측에서 경호원들을 보내주었다.

실제로 입대하던 때만큼이나 많은 인파였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강민후라는 배우를 잊지 않았다는 뜻과 같았다.

그중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바로 정수였다. 정수는 빙긋 웃어 보이면서 위병소를 나선 그를 안아주었다.

“고생했다.”

실상 정수는 어머니와 함께 자주 면회를 왔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부로 다시 강민후의 매니저가 되는 것으로 함태웅 대표와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함태웅 대표는 민후가 휴가를 나갈 때 줄곧 찾아뵙고는 했다. 그는 민후가 올 때마다 ‘어디서 군바리 냄새가 나지?’ 하면서 맞아주었다.

“경례 한 번만 해주세요!”

“전역 축하드립니다!”

“오빠아아!”

민후는 수많은 팬들과 기자들을 보면서 실감했다. 기자들은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면서 민후에게 마지막 경례를 요청했다.

민후는 자세를 각 잡았다. 첫 입대 날과는 다른 자세였다.

“화랑! 병장 강민후는 오늘부로 시청자들의 곁으로 돌아갈 것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척!

그는 칼날같이 빠르게 손날을 내렸다. 기자들과 팬들이 손뼉을 쳐줬다. 민후는 30분가량 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눴으며 자신을 마중 나와 준 팬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과 인사를 끝낸 민후는 밴에 올랐다.

“으흐으, 춥다.”

“드디어 제2의 전성기 시작이구나.”

정수는 룸미러를 통해서 민후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실상 민후가 군대에 있는 동안 정수는 다른 이의 매니저였지만 이제까지 수많은 관계자가 정수에게 민후에 관련된 소식을 물어왔다.

덧붙여서 민후가 전역하면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이들도 무척이나 많았다. 정수와 함태웅 대표는 그중 신중하게 민후의 복귀작으로 좋을 만한 것들을 현재 추려놓은 상황이었다.

이제 몇 개월간 민후는 다시 무척 바쁘게 지내야 했다. 일단 다른 이들에게 넘어갔던 CF나 홍보대사 등등을 다시 가져와야 했다.

2년이란 공백 동안 작품 하나 나오지 못했으며 그를 기다리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선보여서 보답해야만 했다.

그리고 윤하와의 연애도 진행해야 했다.

이미 윤하와 민후는 교제를 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

물론 민후가 그녀의 밴에서 고백을 한 후로 진짜 사랑이 시작되었다 할 수 있지만 입대하기까지도 두 사람은 ‘사귄다’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휴가 때 윤하와 만나 민후는 그녀에게 ‘만나자’라고 정식으로 말했고, 두 사람은 확실한 연인관계로 발전한 상황이었다.

물론 아직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젠 슬슬 세상에 밝혀야 했다. 계속된 비밀연애를 하다가 발각된다면 민후든 윤하든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비난은 크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한윤하는 너무나도 크게 팬층을 확보한 상황이었고, 민후의 이미지도 너무나 좋은 편이었기에 비난보다는 질투의 목소리가 클 것이었다.

그러나 비밀연애를 하다가 걸린다면 ‘이제까지 속였어!?’ 하면서 비난할 것이다. 하루빨리 세상에 공론화시키는 것이 나았다.

“자, 가볼까.”

정수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출발시키기 시작했다. 민후는 따뜻한 히터 바람에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기대되었다. 앞으로는 더욱더 큰 행보를 하게 될 것이다.

-배우 강민후, 팬들의 기다림 속에서 몸 건강히 전역하다. ‘화랑!’ 큰 목소리로 경례 취해…… (중계일보 유가희 기자)

논스톱 5, 42.195㎞, 식객전쟁, 의형제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을 선보임으로써 국내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배우 강민후. 그러한 배우 강민후가 1월 5일 전역을 했다. 배우 강민후는 11사단 수색대에서 군복무를 치렀으며 군복무를 하는 기간에도 팬들은 그의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한편, 오늘 오전 9시경 위병소를 나선 강민후는 팬들과 기자들을 향해 바짝 군기 있는 모습으로 ‘화랑!’이라고 경례를 취하여 이슈를 산 바가 있었다.

팬들과 관계자들은 앞으로 그의 행동 경로에 대한 수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빠르면 이번 연도부터 다시금 그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한편 배우 강민후는……(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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