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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황복을 요리하다. 강민후, 칼을 잡아라 (19/51)

7장 황복을 요리하다. 강민후, 칼을 잡아라

민후가 보았을 때 그녀는 상당히 대단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세계 한식 홍보 축제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경력이 두 번이나 있는 베테랑 요리사였다.

그와 더불어서 세계 최고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호텔 등에서 조리장으로서 제의를 받은 경력이 있었다. 대표적인 호텔로는 버즈 알 아랍 호텔이 있었으며, 더불어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임페리얼 호텔에서 역시도 제의를 받은 바가 있었지만, 그녀는 당차게 거절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흔히, ‘미스터 권’이라고 불리는 이에 비한다면 그녀의 성과는 그에 비해 작은 것이었다. 미스터 권이라는 인물은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총주방장 자리를 맡은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데도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명성을 얻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가 아직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한번 잘 찾아보라, 이름 있는 호텔, 혹은 이름 있는 요리사들을 잘 뒤져보면 여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일반인들은 요리하면, 흔히 어머니들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의 주방과 돈을 벌기 위한 주방은 확연히 차이가 컸다. 여성으로서는 무척이나 힘이 드는 것이 바로 요리의 세계였다.

그 때문에 대부분 유명한 요리사들은 남성이 많았다. 어쩌면 이것은 남녀평등을 외치는 사회에서의 평등을 벗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여성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여성들이 회피하는 일이었다.

요리는 여성들이 하기에는 무척 곤혹스러운 직업임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 김채은이라는 여성은 그 힘든 요리사의 길에서 성공하였으며 수많은 여자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은 그녀 같은 여성이 되기를 꿈꾼다. 왜인지를 아는가.

남자들도 하기 힘든 요리업계에서 여성으로서 당당히 한식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두 번 차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한식에만 일가견이 있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한식만 뛰어났다면 버즈 알 아랍 호텔과 임페리얼 호텔의 제의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생각보다도 요리사는 다재다능한 것을 할 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는 그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서울 부근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학원의 원장이었다. 이제 겨우 스물일곱의 나이다.

물론 그녀의 집안 자체가 본래 부유했던 편도 있었다. 그러나 그 부유한 집에서 무척 고된 직종인 요리를 그녀가 택했다는 것. 앞으로의 성공이 보장된 인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한민국 땅에 남았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김채은, 그녀는 대한민국의 요리계의 별 중 한 사람이 될 수가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학원에 등록하기 위하여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오죽하였으면 그녀의 이름을 딴 학원이 서울 일대에 다섯 곳이나 되었으며, 그 학원 다섯 곳 모두가 수강을 원하는 수많은 학생 때문에, 순번표까지 있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식객전쟁에서 요리사를 구하고 있고 수많은 요리사가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자 그 소문을 들었던 김채은.

그녀가 직접 제작사 측에 연락을 가해서 강민후를 트레이닝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고, 그 이유는 아마 오늘 만나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의 학원으로 직접 밴을 타고 방문을 한 민후였다. 입구로 들어서자 수강생들로 바글거렸다. 1층의 경우 제과제빵, 2층은 양식, 3층은 한식, 4층은 중식, 5층은 복어 조리사로 이루어진 것 같았으며, 6층에는 특별 지도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특별 지도실은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자리였으며 단순히 자격증 취득을 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요리를 배우는 이의 그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아마도 민후는 특별 지도실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배우게 될 것이었다. 김채은이 그를 봐주는 조건으로 일대일 레슨은 거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김채은이라는 여성의 이름값만 보아도 제작사 측은 민후만 괜찮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하였으며, 민후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였다.

그녀도 무척 바쁜 여성이었다. 그런데 강민후를 위해서 이렇게 힘써주겠다는 것에 그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었다.

“어머, 강민후다.”

“어떡해. 너무 잘생겼다.”

민후를 발견한 여자 수강생들이 입을 막고는 작은 감탄을 흘려보냈다. 180㎝가 훌쩍 넘는 키에 깔끔한 헤어스타일. 또렷한 이목구비는 여성들이 감탄을 흘리기에, 충분하였으며 더불어서 42.195㎞라는 영화를 통해서 나이 불문 수많은 이들에게도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물론 젊은 여성들에게는 이미 논스톱 5 시절부터 인기가 있었지만 말이다.

“여기 원장실이 어디죠?”

“6층에 가시면 있어요.”

민후가 내려오다가 그와 마주친 고등학생 정도 되는 여학생에게 물었다. 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위쪽을 가리켰다. 민후는 살짝 눈인사를 취해보이고는 위로 올라왔다.

6층으로 올라오자 탁 트인 공간이 보였다. 싱크대가 있었고, 렌지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상시 조리가 가능해 보이는 장소였으며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리고 그 바로 옆으로 투명한 유리 벽과 더불어 문이 있었고 유리문의 옆쪽에는 ‘원장실’이라고 적힌 곳이 있었다.

똑똑.

“네-”

노크하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단발머리라고 하기에도 무색한 길이의 헤어스타일을 한 여성이 그를 맞아주었다. 그녀를 본 민후는 자신의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고 여겼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그녀를 검색해보았고, 긴 머리카락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확인한 바가 있던 민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외모를 보고 싶어서 검색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진을 보고는 상당한 미녀라고 생각이 들었었고 청순하다고 여겼는데, 막상 본 그녀는 무척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아니, 소유자라기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꾸민 듯싶었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실제 남성의 헤어스타일을 보는 듯하였다. 깔끔한 댄디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었다.

하물며 그 차가운 분위기는 사진과는 정말 다르다고 여겼다.

“앉아요.”

목소리마저도 그러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나 활기가 없었다. 딱딱하고 차가웠다. 민후가 자리에 앉자 그녀가 몸을 일으켜 원두커피를 내려 그의 앞으로 가져왔다. 자세히 살피니 목덜미에 라틴어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열정…… 이라고 쓰여 있네요.”

“라틴어도 아시네요?”

그녀가 도도하게 웃어 보이면서 다리를 꼬았다. 민후는 커피로 한 모금 입술을 적셨다. 부드럽지만 그 쓴맛이 강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마시고는 그를 보았다.

“저도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요리들은 대충 보았어요.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단지, 그 소고기 경합 신은 스스로 정육점에 가시든, 해체 작업 하시는 건장한 남성분을 만나서 하시든 하세요.”

그녀는 빙긋 웃으면서 하는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까칠함이 담겨 있었다. 보면 식객전쟁에 주인공인 김인찬과 운암정의 대표인 임이원이 소고기 해체 작업을 하는 장면으로 붙는 컷이 있었다.

실상 아무리 그녀가 요리 쪽에 뛰어나다고 한들, 여성의 힘으로는 손댈 수 없었다. 뼈와 살을 바르는 일은 남성의 힘으로도 엄청난 힘이 소모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얻고 싶은 것이 있죠? 저는 저 자신을 알리고자 해서 그쪽을 도와주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쪽은 요리를 지금 당장 배워야 하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베푸는 것은 저예요. 제작사 측에서 일정의 보상금을 주지만 저도 돈은 많답니다.”

그녀는 양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보이며 장난스레 말했다. 돈 따위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였으며 그와 더불어서 자신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라는 의미였다.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민후는 기분이 나쁠 만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빙긋 웃었다.

“그렇죠. 베푸는 것은 그쪽이고 저는 받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이런 학원을 운영하실 분이면 돈은 많으실 테고, 얻고 싶은 건 저와 작품을 통한 기사 몇 면과 더욱 높은 인지도겠죠?”

“빙고.”

그녀는 빙긋 웃어 보이면서 커피 한 잔으로 다시 입술을 축인다. 말이 통한다는 모습이었다. 민후는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녀의 손을 보았다. 그녀의 손이 어째서일까, 너무나 슬퍼 보였다. 눈도 그러하였다. 강해 보이려고 하지만 민후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는 눈속임은 가능할지 몰랐다. 그러나 수십 년 배우 생활을 한 민후는 그녀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오랜 시간의 고통을 말해주었다.

요리사는 상처를 입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치지 않는 이는 없었다. 그녀의 왼팔을 살펴보면 손등과 손목 사이에 길게 뻗은 흉터가 남아 있었으며 집게손가락의 손톱 밑 부분은 새까매졌다. 손톱 밑 부분은 보통 칼과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이었다. 오랜 시간의 노력이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여성의 특성상 칼을 오래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근육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하얀 팔뚝 위로 솟아오른 핏줄들은 오랜 시간의 노고를 보여주는 듯하였다.

실제로 김채은은 차갑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특히나 남성들에게는 더욱 그런 경향이 컸다. 여성 요리사로서 이 자리까지 오는 데에 과연 쉬웠을 것 같은가?

절대 아니었다. 이것은 무척 힘이 든 과정이었다. 하물며, 그녀를 가르친 것은 여성들이 아니다. 거친 남성들이었다.

실제로 남성 요리사 중에는 거친 요리사들이 많았으며 특히나 일식이 더욱 그 부분이 심하였다. 일식을 하는 이들은 성질이 고약한 편이 많았다.

그런 숱한 남성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더불어서 그들의 여성 요리사를 바라보는 좋지 않은 시선 속에서 크기 위해서는 그녀가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 때문에 강해지려고 노력한 여성이 바로 그녀다. 그만큼 노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인생은 제각각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요리를 하면 전부 다른 맛이 나오듯이 인생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표현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며 자신 식으로 노력했다.

민후는 그 부분을 꿰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말투가 크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나마 해외에서는 차츰 여성 요리사들이 인정을 받고 있어요. 그러나 유독 이곳, 우리나라만은 아직도 차별성을 두고 있죠. 저는 식객전쟁이라는 영화가 흥행했으면 합니다. 왜일까요? 아, 그 영화에 나왔던 강민후를 가르쳤던 이가 ‘김채은’이라는 여성 요리사라며? 하길 원합니다. 제 말, 무슨 뜻인 줄 아시겠나요?”

“그만큼 가르쳐주면 따라오고, 영화 잘되고 싶으면 가르치는 대로 군말 없이 노력해라. 뭐, 비슷한가요?”

“똑똑하네요. 다행입니다. 생각보다 배우치고는 융통성이 있고, 자존심이 없으셔서.”

“그건…… 칭찬입니까?”

민후는 그래도 마지막 말에는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 배우치고는 융통성이 있고, 자존심이 없다라. 왠지 자신이 걷는 배우에 대한 길을 비하하는 것 같았다.

“자존심보다는 차라리 배우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한 말입니다. 칭찬인지 비하인지는 그쪽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수업은 주 5일 실시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도 그만큼 최선을 다해서 가르칠 것이고 따라와 주었으면 합니다. 참, 배우라고 바빠서 뭐 못했다 하는 건 핑계예요. 아시죠?”

“압니다. 참, 제가 너무 빨리 배우는 유형이니 수업진도를 느리게 하진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재밌네요.”

민후도 입 한쪽 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말했다. 가르치는 입장이 우위일지 배우는 입장이 우위일지는 지켜봐야 알지 않겠냐는 투였다. 물론 민후는 배우는 입장이기는 하였고, 당연 그녀가 우위이다.

그러나 그런 뜻이 아니다. 민후는 분명 놀라우리만치 빠른 흡수력을 가지고 있었다. 되레 배우면서 그는 그녀를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그녀와 몇 마디를 더 주고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았다.

“배웅은 안 해요.”

그녀가 빙긋 웃으면서 한 말이다. 민후는 문득 그녀를 돌아보았다가 냉랭한 미소에 피식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다시 밴에 오른 민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김채은이라는 여자가 그렇게 한숨이 나올 정도로 예뻐?”

정수의 물음이었다. 민후는 허탈한 웃음이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예쁜 것이 아니라, 대하는 것이 상당히 곤욕이었다. 그래도 그는 곧 있으면 자신의 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강민후라는 이름 석 자를 가진 자신의 앞에서 결국 그녀는 꼬리를 말 것이라고 판단한다.

* * *

그녀의 수업을 처음 듣게 되는 날이 되었다. 그녀의 학원으로 도착하여서 6층의 특별 지도실로 올라섰다. 수업은 평균 4시간 정도 받기로 확정된 상황이었다.

특별 지도실로 올라온 민후는 조리복에 조리모를 착용한 다른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대학생들도 몇몇 있었으며 스물 중후반대의 남녀도 보였다.

총 1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숫자였다. 그녀는 일부러 특별 지도실에서 새로 교육을 받게 될 이들과 민후의 일정을 겹치게 잡았다. 즉 그들도 오늘이 첫 수업이라는 이야기였다.

“수업 도중 여러분의 눈이 돌아가게 하 사람이 오셨네요.”

민후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자 그녀는 빙긋 웃더니 앞의 수강생들을 보면서 한 말이다. 여성 수강생들은 못내 수줍은 미소로 그를 보고 있었으며 남성 수강생들의 경우는 신기하다는 모습이었다.

“조리복, 조리모 착용하고 오세요.”

그녀의 말에 민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을 갈아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앙칼진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다른 수강생들 수업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빨리 오세요.”

그녀의 냉랭한 눈빛에 민후는 걸음을 빨리하여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자리에 섰다. ‘폭폭 하구만’ 하고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시겠지만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일반적인 수강생분들하고는 많이 다르신 분들입니다. 대회를 준비하시는 분들이죠. 즉, 이미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라는 뜻이죠.”

그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 지도실.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단순히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의 예술까지도 표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장소였다.

요즘 요리를 하는 이들은 틈만 나면 대회를 노린다. 대회에서 수상하게 되면 특급호텔에 들어갈 확률이 커지게 된다. 말 그대로 하나의 자격증이 더 붙는 셈. 가산점이 붙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요리사로서 다른 이들을 이기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여러분이 만드실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보세요. 일단 수강생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재료는 많았다. 학원의 규모 자체가 컸기 때문인지 다양한 재료들이 놓여 있었으며, 각 싱크대 앞으로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민후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곳으로 이동하였는데,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었다.

그는 아이스박스를 열어보았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세 마리의 황복이 담겨 있었다. 황복은 고급요리 재료이며 미식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였는데, 산란기의 암컷의 경우 그 가격이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편에 속한다.

이 비싼 황복이 애석하게도 식객전쟁의 시나리오에 나와 있었다.

“참! 강민후 씨, 요리 재료는 따로 제작사에 청구할 예정입니다. 아니면 본인이 지원하실 건가요?”

“제작사에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생각보다 쪼잔하네요?”

“검소하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배우분들 돈 잘 벌잖아요?”

“돈은 잘 벌어도 번 만큼 쓰고 싶진 않네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요.”

민후는 그녀의 톡 쏘는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녀가 빙긋 웃으며 다가오더니 그의 어깨 위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어주었다. 그리고는 여우같이 웃었다.

“이런 이젠 스승과 제자가 되었지요? 이제 말 놓도록 하겠습니다. 강민후 수강생.”

“……예.”

민후는 수긍했다. 확실히 현재의 그녀는 자신의 선생이었고 자신은 제자의 입장이었다. 하물며 나이도 자신보다 네 살은 많으니 말을 놓아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곧 민후는 황복을 꺼내었다. 황복은 복어의 한 종류다. 내장에 독이 있었기 때문에 제독을 올바르게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복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던 민후였다. 재료가 아까웠기 때문에 그는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어떤 식으로 하고, 어떤 식으로 다듬을지 말이다.

일단은 머리 부분을 잘라내야 하였다. 그리고 잘라낸 부분에 칼을 깊숙이 박아 칼집을 낸 후 지느러미를 모루 잘라낸 후 껍질을 벗기고 손질을 하며 내장을 제거하여야 했다.

민후는 신중하게 칼을 움직였다. 머리를 잘라내고 칼집을 냈으며 지느러미를 모두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낸 후 칼집을 냈던 곳에 다시 한번 칼을 박아 배를 가른 후 내장을 제거하였다.

내장을 제거한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황복을 보았다.

김채은은 다른 수강생들은 신경 쓰지 않고 민후의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하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다.

그에 반면, 민후는 자격증은 있지만 실제로 시나리오에 나온 것들을 제대로 요리해 본 적은 없었다. 칼은 잘 만질 줄 알지만 실제로 재료를 다루는 것은 미숙한 것이다.

당연했다. 음식의 재료로 연습하는 것은 수시로 돈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이 황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민후가 칼질을 배우는 과정에서 미친 듯이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연습하지는 않지 않겠는가.

‘생각보다 괜찮은데? 칼도 잘 잡고.’

그녀는 흥미로운 눈으로 강민후를 지켜보았다. 조리 기능사 자격증은 큰 연관이 없는 것이다. 개인의 손재주가 중요한 것이지. 그런 것을 고려하였을 때 민후의 손의 움직임은 초보자치고 상위 급에 속한다.

그는 노련하게 황복의 내장을 제거한 후, 김채은을 돌아보았다.

“회를 떠야지. 시나리오에는 날아갈 듯한 학을 표현하라고 적혀 있어. 한번 해봐.”

그녀의 지시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회를 뜨기 시작했다. 얇은 회마다 그 간격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쉽게 되지 않았다. 결이 찢어지기도 하고, 모양이 어긋나기도 한다.

“이건 닭 아니야?”

그녀는 둥그런 접시 위에 만들어진 학이라고 만든 모양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접시를 집어 들어 올리고는 헛웃음을 띄었다. 민후도 분명 시나리오를 접하고 그것들에 대해서 피나는 노력을 가했다.

그리고 자신 딴에는 만족스럽게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그녀에게는 아니었나보다.

“너무 두껍고 균형이 맞지를 않아. 그리고 만약 네가 구매자라면 이 찢어진 회가 올라왔는데 기분이 좋겠어?”

“부족하기 때문에 배우는 거 아니겠습니까.”

민후는 그녀의 독설에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통 이런 식의 지적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이들이 많았지만 민후는 당당했다. 자신도 집에서 숱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학을 만드는 연습을 해보고 실제로 연습도 해보고 노력하였지만 역시 단시간에 쉽게 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은 미숙하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지 완벽한데 이곳에 온 게 아니다. 그녀는 ‘그렇긴 하지…….’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말에 정말 한마디도 밀리지 않는 강민후인 것이다.

“잘 봐.”

그녀가 곧 민후의 옆쪽 자리로 이동하면서 아이스박스를 챙겼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쫘르륵 펼쳤다. 갖은 칼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으며 그녀는 그중 칼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왼손이 황복을 끄집어 올렸다.

“살아 있지도 않은 황복을 그 정도로밖에 손질을 못 한다는 것은 부족하다는 거야. 똑바로 봐.”

그녀는 냉랭하게 말하고는 황복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머리를 따내고, 칼집을 냈으며 지느러미를 걷어낸 후 껍질을 벗겨냈다. 그리고 내장을 파내고 버린 뒤 손과 황복을 깨끗이 씻은 후 다시 도마를 닦아내고 손질된 황복을 도마 위로 올렸다.

도마 위로 올린 그녀는 황복을 부드럽게 회를 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손놀림은 환상에 가까웠다. 빨랐지만 부드럽고 정교하였으며, 그녀가 회 한 점을 놓을 때마다 모양이 형성되어갔다.

학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고 핀셋을 집어 들었다.

“요리는 예술이야, 핀셋은 정교한 장식을 할 때 사용하면 돼.”

그녀는 그것으로 남은 회를 이용해서 꽃잎을 만들어냈다. ‘역시……’라고 그는 생각한다. 확실히 그녀는 실력 있는 요리사였다.

회는 얇게 썰려 있어 접시를 훤히 비출 정도였다. 학은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흘렀으며 당장이라도 툭 치면 날갯짓을 할 것 같은 모습이다.

민후는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최소한 자신이 이 정도는 표현해야 식객전쟁을 촬영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었다.

“다시 해봐.”

그녀는 남은 한 마리의 황복을 가리켰다. 민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황복을 잡았다. 첫 번째보다는 나아졌으나 그녀의 것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김채은이 고작 한 번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정도로 순식간에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에 그녀는 다소 놀랐다.

‘하나를 보면 백을 깨우치는 거야, 뭐야?’

분명 돈을 받고 판다고 가정하면 부족한 솜씨이지만 자신이 한 번 보여준 것만으로도 처음보다 많이 나아진 민후였다. 이러한 손놀림과 재주를 가진 수강생은 본 적이 없는 그녀로서는 놀란 표정이다.

“피나는 노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딱 한 달. 그동안 완벽하게 해놔.”

그러나 그녀는 순식간에 표정을 지웠다. 민후는 한 달이라는 말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한 달이면 자신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지 않은가 싶었다.

곧이어 다른 수강생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요리를 앞쪽으로 내놓았다. 총 열 한 접시의 음식들이 주르르 나열되어 있었다. 민후는 요리들을 보고는 작은 감탄을 흘렸다.

수강생들의 실력이 대단했다. 정말 요리는 단지 먹는 것이 아닌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스 하나를 뿌린 것에도 정교한 손길이 느껴지고 있었다. 음식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였으며 그중에는 수강생 개인이 만들어낸 창작 요리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성에 차지 않는 표정이었다.

“너무 익혔는데?”

그녀는 먹어보고는 얼굴을 찌푸리고, 본 후에도 찌푸리며, 냄새를 맡은 후에도 찌푸린다.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해. 모두 노력하길. 대회에서 예선은 통과해야지.”

그녀가 빙긋 웃으며 수강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민후의 작품으로 왔다.

“처음에는 닭이었는데, 그나마 오리로 진화했네.”

그녀가 민후의 작품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다른 수강생들이 쿡쿡 웃었다. 확실히 다른 이들과 비교하였을 때, 모양새나 손 움직임의 정갈함 등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작품이 가장 볼품없고 모났다.

그러나 그는 부끄럽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 배우는 사람일 뿐이고, 그들은 요리 쪽 과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거나, 이미 프로인 이들이었다.

자신은 배우는 자이다. 배우는 자가 부끄러워서는 전진할 수 없었다. 부끄러워하면 피하려고만 한다. 그는 한 달 내로 이들의 입에서 웃음이 아닌 감탄이 나오게 하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김채은, 그녀에게서조차도 말이다.

‘아, 한 2개월은 걸리겠네.’

그러나 그는 정정한다. 그녀에게서는 한 2개월은 걸릴 것 같다. 곧이어 수강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들을 나눠 먹기 시작했다. 민후도 가담하여서 하나하나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그녀의 평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에서 냄새가 안 좋고, 맛이 나쁘다니.

그는 다른 수강생들의 틈에 껴서 음식을 맛보는 것에 취했다.

황복 요리를 능숙하게 해내는 데에 민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었다. 민후는 김채은의 수강에 들어가면서 계속해서 피나는 연습에 들어갔다.

집에서는 황복을 대신할 값싼 가격의 고등어를 이용하여서 연습하였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하였다. 일주일이 되었을 때, 민후는 이래서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른 방법을 물색하였고 해답 끝에 나온 것이 어판장에 가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지인분 중에 어판장에서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이 계셨다. 어판장의 경우 값싼 가격에 회를 맛볼 수 있어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었다.

어머니에게 이러이러한 상황을 말씀드렸고, 어머니도 지인에게 그것을 말씀하셨다. 그러자 어머니는 와서 배워도 좋다고 승낙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민후가 김채은에게 수강을 받는 시간은 1-5시까지였다. 그리고 어판장에서 일을 돕기로 한 것은 6-9시까지였다. 정수에게 양해를 구하였고, 정수도 민후의 말을 함태웅에게 전하면서 흔쾌히 수긍된 상황이었다.

어차피 영화를 준비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스케줄이 아니라면 소화를 하지 않아도 가능하였으며 12시 이전에는 스케줄 소화가 가능했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오늘의 수강이 끝이 나고 수강생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선다. 1주일 사이에 그들과도 꽤 친분을 쌓았다. 그들은 배우라고 해서 꺼렸지만 결국 같은 사람인 것을 알고, 또 민후가 먼저 살갑게 다가오니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분발해야겠어.”

그녀는 민후의 인사에 싱긋 웃었다. 그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여도 김채은은 그가 배워가는 속도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상 한 달 사이에 황복을 이용하여서 학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다른 수강생들과 비교를 해 보았을 때 민후는 확실히 도드라지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매일 그에게 핀잔을 주는 이유는 더욱더 그의 성미를 긁어내어 분발하게 하기 위함이다.

곧 민후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나섰다. 밖으로 나선 민후는 자신의 차량에 올랐다. 실상, 그가 강화도를 가는 것은 일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나았다.

하물며 괜히 정수를 데려가도 그가 그곳에서 할 게 뭐가 있겠는가. 정수는 민후가 어판장에서 배우는 동안에는 서울에 남아 방송 관계자들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요즘 민후의 인기가 상당했기 때문에 만나자는 방송관계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차에 오른 민후는 강화도로 향하였다.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만 이동하여도 어판장에 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운전한 지 시간이 지나자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민후는 일부러 차창을 내렸다. 바다 내음을 맡기 위함이었다. 어느덧 그는 어판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강화도의 선두리 어판장으로 왔다. 그는 사람들에게 꽤 소문이 자자한 횟집 ‘보광호 횟집’으로 향하였다.

“안녕하세요.”

“왔어? 빨리 앞치마 입고 회칠 준비해야지!”

민후는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잠시 당황했다. 아무래도 지금 시간이 6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밀려들어 올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음식점은 대부분 6-10시까지 피크타임이었고, 민후는 딱 그 피크타임에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회칠 줄은 아는 겨!?”

“네, 좀…….”

확답은 해놓지 못하는 민후다. 회를 칠 줄은 알지만, 이곳에서의 방식은 잘 모른다. 음식의 모양은 음식점에 따라 다르게 변한다. 그리고 이러한 어판장의 경우는 두툼하게 손님들이 먹을 수 있도록 써는 것으로 안다.

“그럼 내가 한 번 보여줄 테니까, 잘 보고 배워.”

그녀는 파마를 한 머리카락에 155㎝ 정도 될 것 같은 작은 체구의 중년 여성이셨다. 그러나 그녀는 단숨에 광어 한 마리를 낚아채더니 손질을 능숙히 해내고는 회를 쳐내고 접시에 담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겨.”

“예, 알겠습니다.”

그녀의 능숙한 솜씨를 본 민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그렇게 어려운 형식은 아니었다.

그녀는 종류별로 한 번씩 회를 치는 것을 보여주고는 옆쪽에서 제 일을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눈코 뗄 수 없이 바빴기 때문에 민후에게 신경 쓸 틈도 없어 보였다.

더불어 식당 내부의 손님뿐만 아니라, 포장 손님도 많았기에 무척 바빴다.

“전어회 좀 포장해주세요.”

“네.”

몇 번 포장해 보니 능숙해진 민후다.

“어? TV에서 봤던 양반인 거 같은데.”

전어회 포장을 요청하였던 이는 서른 후반대의 남성으로 보였다. 안경을 끼고 있었고 어린 6살 정도 되는 꼬마 숙녀의 손을 잡고는 장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민후를 알아본 것 같았다. 남성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미지였다. 민후는 방수가 되는 철색의 업소용 앞치마를 두르고,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후는 자신을 알아본 이에게 빙긋 웃어 보이고는 전어를 회치기 시작하였다. 곧 포장 용기에 고르게 담은 그가 자연스레 물었다.

“젓가락은 몇 개 넣어드릴까요?”

“세 개요. 하하, 이분 장사꾼이었네?”

그의 능청스러운 물음에 남성은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꼬마 숙녀가 민후를 가리켰다.

“횟집 아저씨 잘생겼어.”

“우리 꼬마 숙녀도 아름다워요. 나중에 오빠한테 시집와요- 꼭-”

민후의 장난기 어린 말에 꼬마 숙녀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다.

“다음에 또 오십쇼!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민후는 물밀 듯이 들어오는 손님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받아냈다. 그는 장사꾼으로 나선다고 할지라도 크게 성공할 것이었다. 항시 노력하는 마인드와 더불어서 많은 이들과 친분을 쌓으려 하고, 친절한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민후를 알아보는 이들은 사진을 찍어가는가 하면, 의아한 모습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그는 그저 웃으면서 그들의 물음에 답해줄 뿐이었다.

그는 나름 이 어판장에서의 일이 꽤 재미있음을 알았다. 그 때문에 수산시장의 상인들에게서는 웃음이 가득한가 싶다.

어판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2주 동안 민후의 회 치는 실력은 일취월장하였다. 아무래도 민후가 있는 곳이 이곳 어판장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곳이기도 하였으며 사람들은 강민후라는 배우가 어판장에서 회를 치고 있자 의아함을 느꼈고 그로 인해서 더욱 장사가 잘될 수밖에 없었다.

민후는 원래 이곳에서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보수가 없이 일하겠다고 하였었다. 실질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이자 어머니의 친구분이신 아주머니께서는 민후가 하루 4시간씩 일하는 것에 대한 값을 쳐주셨다.

민후는 일하고 받은 돈으로 황복을 사서 집에서 연습해보기도 하였는데, 확실히 어판장에서 갖은 종류의 회를 쳐보고, 또 회를 칠 때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해보았기 때문인지 그 실력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경우는 주말이었다. 주말에는 손님들이 더욱 찾아오기도 하였고, 또 김채은의 수강도 없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는 9시에 서울에서 출발하여서 10시부터 가게의 일을 도왔다.

주말이었기 때문인지 젊은 대학생 커플들도 상당히 보였는데, 한 대학생 커플이 민후를 알아보고는 놀란 표정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우와…… 여기에는 어쩐 일로.”

“이곳 파트타임입니다. 회가 아주 싱싱합니다. 구경 좀 해보세요.”

민후는 빙긋 웃으면서 대학생 커플을 환영해주었다. 여성은 165㎝를 웃도는 키에 단발머리, 귀여운 눈웃음이 매력적인 여성이었으며 남성은 170㎝ 정도의 키에 둥그렇게 낀 안경이 어울리는 이였다.

민후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들은 이곳에서 먹기로 마음을 먹은 것인지 주문을 하였다. 민후는 가게 내부를 살폈다.

현재 시각이 2시였다. 주말이어도 2-5시까지는 보통 손님이 없는 시각이었기에 안에는 한 테이블밖에 없었다.

“실례가 되지 않다면 두 분 커플이 너무 잘 어울리셔서 그러는데, 제가 실력을 멋지게 뽐내도 될까요?”

“그래 주시면 저희야 좋죠.”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멋진 회를 대접하죠.”

민후는 빙긋 웃어 보였다. 민후는 이렇게 손님이 없고 한가한 시간에는 학을 만드는 연습을 해보고는 하였다. 주인아주머니도 손님들이 되레 무척 좋아하자 양해해주었다.

물론 재료가 다르기는 하였지만, 회를 친다는 것은 같은 개념이었고, 이렇듯 이곳에서도 학을 만드는 연습을 해보고 있었다.

민후는 싱싱한 광어를 들어 올려서 회를 치기 시작했다. 접시가 비출 정도로 얇게 써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와 더불어서 결이 절대 찢어져서는 아니 되었다.

곧 한 점 한 점 학의 모양을 형성시킨 그는 아직 재료가 많이 남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황복보다는 광어가 더욱 많은 횟감이 만들어진다.

그는 남은 것들로 학의 주위로 핀셋을 이용하여서 꽃을 만들어냈다. 총 다섯 개의 꽃이 만들어졌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둥그런 접시 위로 학 한 마리가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며 더불어서 배경으로는 투명한 꽃잎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앞치마를 벗고는 손을 깨끗이 씻고 닦은 후 자신이 직접 서빙하였다.

두 사람의 앞으로 그것을 내려놓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우, 우와!”

“하, 학이다!”

어린 학생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런 모양을 내는 곳은 최고급 일식집들이었으며 그런 곳에 가보지도 못했던 서민들은 많다. 하물며 어린 학생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었다.

두 사람은 민후가 이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

“가, 감사합니다.”

“두 분 예쁜 사랑 하시길 바랄게요.”

민후는 그들이 만족하자 자신도 기분이 좋아졌다. 실력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손님들이 좋아할 때마다 뿌듯하다. 이래서 요리사들이 힘든 직업임에도 자신의 요리로 기뻐하는 이들을 위해 요리하나 보다.

“저,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 될까요?”

“손님분이신데, 물론 되죠.”

그는 노련한 장사꾼이 되어 있었다. 여성의 물음에 민후는 옆에 함께 앉았다. 그녀가 회 접시를 들어 올려 학 모양이 보이게 했고 남성이 찍어줬다.

남성과도 사진 한 장을 찍은 민후는 곧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 정도면 김채은이 만족할 만한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1주일의 시간이 남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남아 있다면 그 시간 동안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5시가 지나고 차츰 몰려오는 손님들을 보면서 민후는 밝게 웃었다.

* * *

어판장에서 일하기로 한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았다. 아주머니는 민후가 있는 동안 무척 좋아해 주셨다. 민후 덕분에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올랐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민후의 속도가 10년을 일한 자신들 못지않았기 때문에 일손으로써 손색이 없었으며, 가끔 보이는 그의 ‘이벤트’라는 개념으로 하여금 많은 손님들이 좋아해주었다.

그러나 민후는 배움을 위해 이곳에 있었던 것인지라 그녀와 아쉬운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의 돌아가는 차 안에는 아주머니가 챙겨주신 매운탕 감과 횟감이 쥐어져 있었다.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했다. 퇴근한 어머니를 자신이 따뜻한 밥상으로 맞아주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도 회를 좋아하시는 편이었고, 가끔 ‘아들- 요리 배우면 엄마 맛있는 거 좀 해줘야지?’ 하고 장난스레 말씀하셨던 것을 오늘 해드릴 생각이었다.

집에 도착한 그는 어머니가 돌아오실 시간에 맞춰서 매운탕을 끓이고, 회를 쳤다.

곧 어머니가 들어오시자 그는 만들어놨던 수제비를 손으로 떠서 매운탕에 집어넣었다.

“아들, 이게 무슨 냄새야?”

집에 오신 어머니가 코로 들어오는 입맛을 돋우는 냄새에 의아한 목소리로 주방으로 오시더니, 앞치마를 두르고 수제비를 뜨고 있는 민후를 보며 놀란 표정이다.

“우리 아들, 요리하는 거야?”

“앉으시지요, 마마.”

민후는 빙긋 웃으면서 식탁을 가리켰다. 그러나 어머니는 앉지 않고 민후의 옆으로 왔다.

“우리 아들이 이걸 다 했어?”

“소인이 마마님을 위해 정성껏 준비했사옵니다.”

민후는 장난스레 웃었다. 어머니가 손을 걷어 올리시려고 하자 수제비 뜨던 것을 멈추고는 그녀를 식탁 앞으로 앉혔다.

식탁 앞에 앉은 어머니는 식탁에 놓인 둥그런 접시 위로 깔린 신문지를 의아한 표정으로 걷어냈다. 그러더니 눈을 크게 뜨셨다.

신문지를 걷어내자 우아한 자태의 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이거 어디서 사 온 거야?”

“소인이 마마님을 위해 만들었사옵니다. 허허허!”

민후는 그녀의 목소리에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어머니는 진심으로 놀라신 표정이었다. 아들이 요즘, 영화 준비를 위해서 요리도 전문적으로 배우고, 어판장에서도 배우고 있다고 들었다.

하물며, 자신의 친구에게 민후의 칼 만지는 솜씨가 제법 일류급 요리사 못지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녀는 어판장에서 일하는 여성이었지만 그쪽에서는 20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그 때문에 아무리 민후가 치는 회와 그녀가 치는 회가 다를지언정, 칼의 놀림을 보고 대충 파악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민후가 이토록 화려한 모습의 요리를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민후는 매운탕을 완성하고 식탁 위에 올렸다. 어머니가 몸을 일으켜 밥을 푸시려고 하자, 그가 성난 목소리를 냈다.

“어허! 마마님,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마님께서는 일하시느라 피곤하셨으니, 앉아 계시옵소서!”

그렇게 말한 그는 밥을 퍼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

“드시지요.”

“아들, 다 좋은데 언제까지 그런 말투 쓸 거야?”

어머니가 헛헛 웃으시면서 물었다. 민후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 이제 상황극 끄읕.”

그는 곧 어머니에게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그녀는 먼저 회를 집었다. 강렬한 맛의 매운탕부터 먹으면 회의 담백한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회를 드시고는 작은 감탄을 하셨다.

“되게 부드럽다, 아들.”

물론 단순히 회를 친 것이었지만 무척 얇았기 때문에 ‘부드럽다’라고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매운탕도 드셔보시고는 작은 감탄을 하셨다.

민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일차적으로 어머니에게 검증을 받았다. 내일은 김채은에게 자신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의 성과를 검증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접시 위의 회가 모두 비워지고 어머니는 밥도 싹싹 긁어서 매운탕과 함께 드셨다. 어머니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쁜 민후였다.

앞으로는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 * *

원장실에서 김채은은 이번 대회에 관련하여 수강생들이 제출한 그림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실제로 요리를 만들기 전, 그것을 그림으로 미리 그려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요리를 할 때는 꼭 그림을 그리는 실력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였다. 그래야 먼저 요리의 모양새를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요리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훑어본 그녀는 그것을 내려놓고는 시간을 확인하였다. 1시가 다 되어간다. 오늘 강민후라는 배우에게 자신이 내주었던 과제인 황복으로 학을 표현하는 것을 검사하는 날이었다.

물론 연습하는 과정에서 자주 본 바가 있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날수록 그는 엄청난 실력 상승을 보였다.

첫 주의 변화도 큰 편이었지만, 둘째 주, 셋째 주부터 상당한 두각이 드러났다. 그것을 보면서 김채은은 민후가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였던 자신이 빠르게 배우는 학생이라고 언급하였던 것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해하고 습득하는 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1년 정도 요리에 전념한다면 국내에 이름 있는 호텔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었으며 수년을 공부한다면 세계의 요리사들과 경쟁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아직 그에 대해서 확실한 평가를 하기는 힘드나, 그 정도로 배워나가는 스피드는 김채은 자신보다도 그가 훨씬 월등하다고 생각되었다.

똑똑.

“선생님, 저 왔습니다. 빨리 나와보세요. 빨리요.”

“응?”

그녀는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머그잔을 들었다가 문을 두들기고 곧 들어온 이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다름 아닌 강민후였다. 아직 수강 시작 20분이 남아 있었기에 그녀는 의아했다. 물론 그가 이렇듯 일찍 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자주 그랬다.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말을 걸어오고는 하였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차츰 민후를 대할 때 톡 쏘는 듯한 톤이 가라앉아 있었고, 결정적으로 그의 열심히 하는 모습에 그에게 더 이상 냉랭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수업을 그토록 귀담아듣고 열심히 하는 학생을 그녀는 자신도 그에 걸맞게 대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본래 그녀의 성격은 차가웠지만, 그녀도 옳고 그름은 아는 편이었다.

그녀가 의아한 것은 빨리 온 것이 아니라 나와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녀는 그를 따라서 나섰다.

‘강민후’ 이름 석 자가 적힌 곳의 싱크대의 도마 위에는 살아서 팔딱거리는 황복이 있었다.

아마도 죽지 않게 하려고 운반하는 데 애 좀 썼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 있는 싱싱함을 보이기 위해 다급해 보였다.

“지금 내주셨던 과제를 해 보여도 되겠나요?”

“그래, 일단 해봐.”

그녀는 양 팔짱을 끼고는 지켜보기로 하였다. 곧 민후는 살아 있는 황복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한 번에 따내고, 손질을 해내기 시작했다.

죽은 황복도 처음 미숙하게 손질했던 그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었다. 흡사, 5년 이상 경력의 일식집 요리사의 손놀림을 보듯 하다.

그는 독이 있는 내장까지 제거해내고는 깨끗이 씻은 후, 황복을 회를 치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그의 한 번 한 번 움직이는 손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의 손놀림은 부드러웠으며 수십, 수백 번을 연습한 것처럼 노련했다. 그리고 얇게 회를 쳐내는 손은 조심스럽기도 하였다.

하나둘 둥그런 접시 위로 접시가 비칠 넓이의 황복이 펼쳐지기 시작하였으며 모양을 갖춰 갈수록 그녀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황복의 썰리는 모양과 크기가 거의 같았다. 그리고 그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손놀림조차 그림을 그리는 화가처럼 부드럽고 섬세하였다.

곧 학이 완성되고 그는 핀셋을 이용하였다.

“선생님 말씀처럼, 예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꽃이 아닌, 다른 것을 만들어냈다. 썰린 회를 둥글게 꽃잎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핀셋을 이용하여서 학의 우측으로 길게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곧 그것은 자라난 풀잎을 형성해냈다.

핀셋을 내려놓은 민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채은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물론 이렇게 만드는 것은 한 달 내에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흉내 내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회의 간격이 이렇듯 일정하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수도 없이 회를 쳐봐야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좀 물어보자.”

민후는 상당히 놀란 기색의 그녀를 포착할 수 있었다. 잠시 말이 없이 민후가 만들어낸 작품을 보던 그녀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만들었지? 매일매일 집에서 황복을 열 마리씩 가져다 놓고 연습한 거야?”

황복은 비쌌다. 1㎏에 시가 20만 원을 넘는 가격이다. 그러한 황복을 집에서 열 마리씩 썬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하였다.

“어판장에서 3주간 일을 했습니다.”

“어판장?”

어판장이라는 말에 그녀는 되묻는다. 민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판장에서 일단 손의 감을 익혔습니다. 그곳은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다양한 종류의 회를 칠 수 있는 장소이니까요. 다른 횟감으로 감을 익히고 그곳에서 받은 돈으로 황복을 사서 집에서 그 횟감들을 다루던 느낌으로 황복을 회 치는 연습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어판장에서의 일이 가장 컸던 것 같네요.”

어판장이라는 말에 그녀는 잠시 ‘멍’했다. 그녀는 언급했듯 꽤 돈 있는 집의 자식이었다. 그 때문에 연습이라는 개념으로 하여금 어판장에 간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하물며 그의 말은 다른 횟감을 통해서 손을 익히고 그것을 황복에 적용해 보았다는 말이었다. 대단했다.

민후는 한 달 만에, 자신이 내준 과제를 훌륭히 해내었다. 자신이 그리는 학과 마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잘했어, 아주.”

그녀는 칭찬했다. 그러면서 빙긋 웃었다. 그녀가 저렇듯 빙긋 웃는 것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물론 관계가 상당히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그는 냉랭하다고 민후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내준 과제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해낸 민후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를 집중적으로 가르쳐 ‘요리사’로서 탈바꿈시키고 싶었다. 그만큼 그의 열정은 대단하였고 재능 또한 뛰어났기 때문이다.

-배우 강민후 영화 식객전쟁 촬영 앞서 어판장에서 일하는 모습 포착…… (중계일보 유가희 기자)

배우 강민후가 어판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한 여성 블로거가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녀는 ‘강민후 씨가 만들어 준 특별한 회’라는 제목으로 자신과 옆에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은 배우 강민후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게재하였다.

사진 속에는 그녀의 말처럼 화려한 모양의 학 한 마리가 만들어져 있었으며, 학을 표현한 이는 다름 아닌 배우 강민후였다. 배우 출신의 그가 해냈다고는 믿기 힘든 모습이다.

소식을 접하고 찾아가자 블로그에 게시되었던 것처럼 강화도 부근의 어판장의 한 가게에서 배우 강민후는 횟감을 다듬고 있었다. 반갑게 기자를 맞아준 그는 ‘멀리서 찾아온 기자님’이라고 말하면서 사진 속 게재되었던 모양의 회를 선물함으로써 더욱 큰 이슈를 산 바가 있었다.

강민후는 자신을 찾아온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영화 식객전쟁을 위한 준비를 위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강민후라는 배우가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초급자라는 점이었다.

사실 배우 강민후는 요리 관련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한 상황이기는 하였으나 요리의 경우 자격증보다는 경력으로 쳐주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배우 강민후는 거의 초보에 가까운 이였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이렇듯 쾌거를 보인 그는 누리꾼들, 특히 다른 요리사들의 관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를 가르치는 이는 김채은 요리사로서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두 번 차지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여성 요리사로 알려져 더욱 큰 관심을 사고……(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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