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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요리하는 배우 (18/51)

6장 요리하는 배우

산 사람은 살고, 죽은 사람은 잊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렇듯이 최강호의 죽음을 사람들은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였다. 그와 더불어서 민후 역시도 차기 작품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결국, 그는 네 건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제의 중에서 ‘식객전쟁’이라는 영화를 선택하였다.

식객전쟁은 말 그대로 요리사들이 펼치는 대결 구도를 그린 영화이기도 하였지만, 요리사라는 것을 영화화시키려는 의도에 관심이 컸다. 그와 더불어서 송준기 작가님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드는 영화이기에 관심이 뜨거운 편이었다.

실상, 민후는 이번 작품 식객전쟁이 흥행을 거둘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많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등을 돌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이들이 ‘원작이 나았다’라고 표하는 바가 많았다. 그런데도 민후가 그 작품을 택한 이유는 자신이 제의받은 작품 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작품이었고 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강민후는 흥행만 따지며 영화를 선택하는 배우는 아니었다. 물론 전작의 42.195㎞는 무척 흥행한 영화였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을 더하자면 유원이 역할을 맡았던 강민후의 대단한 연기력을 볼 수도, 높은 작품성을 보이기도 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강민후는 이번 연도에 개봉된 영화들이나 드라마들은 큰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의 눈에 들어온 작품 식객전쟁은 신선한 소재였으며 더불어서 이 영화에 자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실상 요리는 42.195㎞처럼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요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였으며 갖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실제 같은 재료를 두고 똑같이 요리하여도 달라지는 것이 요리였으며 프로의 세계에서는 무 하나를 썬다고 가정하여도 무의 간격과 크기가 일치하여야 했다.

왜냐, 일반적인 가정에서 먹는 음식의 경우 그 맛과 더불어서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음식이었으며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판매되는 음식의 경우 그들이 구매하였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존재했고, 그만큼 맛있어야 하였으며 그와 더불어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여서 실제로 요리사라는 직업을 전업으로 두고 있는 호텔 요리사들과 대학생들은 요리에 관련한 아티스트인 것처럼 화려한 음식들을 준비하기 마련이었다.

과거에는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현재는 아니었다. 각 대학교에서는 이제는 호텔조리학과 등 다양한 요리 관련 학과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요리 자체는 힘들지만 안정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도 떠오르고 있었다.

A급 호텔로 일컬어지는 국내 호텔의 호텔리어의 평균적인 신입사원 연봉은 2,400만 원이다. 그러나 복지 혜택과 더불어 갖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고, 요리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경력을 그 어떤 직종보다도 인정받기에 호텔의 한식이나, 양식, 중식 등의 요리에서 조리장을 따내면 연봉 6,000만 원까지도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요리였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는 현재 요리사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었다. 이러한 추세에서 식객전쟁이라는 영화는 그들에게 화려한 기술과 더불어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수많은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것이었다.

그리고 민후의 경우 이미 요리 관련한 것에 대하여서 자격증을 취득한 바가 있었으며, 제의 또한 식객전쟁 팀에서 먼저 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즉 강민후라는 배우가 수긍하고 소속사와 이야기만 끝나고 일대일 면접만 본다면 곧바로 캐스팅된다는 사실과도 같았다.

그 때문에 그는 오늘 식객전쟁의 영화 제작 감독을 맡게 될 진호범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의 사무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정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내 참 정말…… 면접 본다는 녀석이 저런 걸 가져가는 건 또 처음 본다…… 또 나까지 수발을 들어야 하니.”

“형, 저희 어머님이 이번에 갓김치 맛있게 담갔다고 가져가시라던데?”

“어머님이? 고뤠? 그렇다면 내가 민후가 시키는 건 전부 해야지. 하하!”

장난스레 투덜거리는 그에게 민후도 맞받아쳤다. 그러자 정수는 눈을 크게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본래 전라북도 전주 출신이었던 그는 현재 서울에 올라와서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면서 혼자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었다.

하물며 민후의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은 편이었고, 정수를 자주 챙겨줬기 때문에 이렇듯 정수는 민후의 어머니와도 상당히 두텁게 지내고 있었다.

민후가 오늘 준비한 것은 사차원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진호범 감독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다. 진호범 감독은 뚱뚱한 체격에 쾌활한 성격을 가진 감독이라고 평이 많았으며 더불어서 사차원적인 이미지를 누구보다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을 좋아하는 감독이었다. 뭐라고 하든 캐스팅이든 뭐든 대부분이 감독이나 다른 제작사 인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민후는 이러한 방식이 아니고, 또한 그에게 이런 모습을 굳이 보이지 않아도 캐스팅이 될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누구던가.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식객전쟁을 촬영하기로 소속사와 이야기를 끝낸 후에 민후는 일부러 피나도록 칼질 연습에 들어갔다. 실제로 이러한 영화의 경우 롱숏으로 배경 전체를 잡는 것보다는 섬세한 손길이 보이는 요리하는 부분을 클로즈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을 클로즈업하면 배우의 얼굴은 보이지 않기 마련이고, 하물며 그로 인하여서 대역을 사용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민후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감독들이든 방송 관계자들이든 확실시하게 강민후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실상 42.195㎞는 자신의 독보적인 모습이 강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임의진 선생님이나, 이지우, 문정흠 감독. 대부분 모두가 자신들만의 연기력으로 성공시킨 영화였다.

그러나 식객전쟁의 경우 말 그대로 민후라는 배우에 대해서 과감히 보여줄 수 있는 영화였다. 42.195㎞에서 연기력으로 엄청난 인증을 받았던 그는, 뭐든지 잘한다는 인식까지도 다른 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어느새 차량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민후는 일부러 점심시간 전에 도착했다. 그의 사무실로 올라와 문을 두들기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늘이 초면인 진호범 감독과 더불어서 의외의 손님이 와있었다.

다름 아닌 한국 만화계의 거장인 송준기 만화가 선생님이었다. 안으로 들어선 그는 그에 짐짓 놀란 모습으로 주춤했다가 두 사람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강민후라고 합니다!”

이젠 앞에 ‘신인’ 배우는 뺐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최대한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보여 인사하자 앉아 있던 진호범 감독이 그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송준기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민후는 예의를 차려 악수를 받았다.

진호범 감독의 경우 장난기가 많게 생겼다. 올해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흡사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마인부우를 연상하게 하는 생김새를 가지고 계셨다.

그렇다고 나쁜 쪽으로 비유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국민들에게 감독계의 배불뚝이 귀요미로 불리기도 한다. 송준기 선생님의 경우 둥그런 안경에 빵모자를 쓰고 오셨다. 올해 쉰두 살이라는 나이를 맞이하게 되신 선생님은 신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진호범 감독보다는 되레 송준기 선생님께서 민후를 날카로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오랜 시간 만화를 그렸던 그는 그 방면에 베테랑이었으며 간혹 다른 이들을 살피면서 캐릭터의 영감을 얻기도 하였다.

그 때문인지 민후를 세심하게 살폈다. 그는 일단은 이번 영화에 적합한가를 확인하였다. 머리는 길지 않았다, 짧고 단정한 헤어스타일. 요리사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와 더불어서 다부진 체격. 실제로 요리사 중에서는 몸이 다부진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요리사도 무척 스트레스받는 직업 중 하나이다. 그 때문에 그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요리사가 무거운 것을 쉴 새 없이 옮기기도 한다.

그 때문에 절로 체격이 늘어난 사람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그는 얼굴 생김새를 살폈다. 실제로 그는 관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볼 줄 아는 편이었는데 관상학적으로 보았을 때 민후는 상당히 매력적인 관상이었다.

그는 일단은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송준기의 경우도 자신의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만큼 좋은 캐릭터, 좋은 배우가 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물론 강민후라는 배우를 캐스팅한다고 했을 때 상당히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라는 배우는 42.195㎞라는 영화에서 상당히 좋게 본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영화를 촬영하게 되면 최소한의 기본적인 요리 실력은 필요할 거야. 아무리 대역을 쓴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부분은 받쳐 줘야 하거든.”

클로즈업이 많다고 할지라도 클로즈업과 롱숏을 번갈아 사용할 장면도 상당히 많았다. 그 때문에 아무리 대역을 쓴다고 가정해도 민후의 행동은 부드러워야했으며 어색함이 없어야했다.

실상 앞의 두 사람은 민후가 요리에 큰 일가견이 있음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프로급의 실력이라고 민후는 자부할 순 없었다. 그러기에는 대한민국의 수준급의 요리사들이 너무 많았다.

실제로 요리사들은 10년을 칼을 잡아줘야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편이다. 그런데 아무리 능통함의 영단과 노력이 뒷받침했다고 한들, 강민후가 그런 그들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사실 저 요리 좀 하는 편입니다. 요리 자격증은 전부 따 놓은 상태이고요. 칼질도 좀 하는 편입니다.”

“오, 그래?”

어차피 3개월 정도의 트레이닝을 거칠 예정이었기 때문에 현재 요리에 무지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진행된 캐스팅이었다. 그런데 이미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실이었다.

진 감독이 이채를 띠고 송준기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 뜻을 알아챈 민후도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엄지와 검지, 즉 칼을 잡으면 눌리게 되는 부분에 민후의 손가락은 굳은살이 가득히 박여 있었다.

2주일간 피나는 노력 끝에 박힌 굳은살이었다. 실제로 송준기의 경우도 만화를 그리기 전 수많은 자료조사를 한 결과 얻어낸 지식이었다.

일반적으로 칼을 잡는 방법은 요리사마다 다르다. 그러나 처음 쥐어보는 경우, 손바닥으로 칼의 손잡이 전체를 주먹 쥐듯 움켜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불안정한 자세다. 칼을 잡을 때는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으로 손잡이를 잡고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칼의 면을 잡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검지를 제외하고 손잡이를 잡고 검지로 칼날 위쪽을 지그시 누르면서 써는 방법 등이 있었다. 칼을 움직이는 기술도 너무나 다양하고 사람들마다 달랐다.

그 때문에 대부분 이들이 자신들의 편한 방식으로 익혀가나, 엄지와 검지 사이의 굳은살은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썼을 때 가지게 되는 굳은살이다.

“아직 다 여물지 않았구먼…….”

송준기 선생님은 민후의 굳은살을 만져보고는 빙긋이 웃었다. 이로써 송준기는 강민후라는 배우가 식객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에 수긍한 것과 같았다.

굳은살이 아직 핏기가 돌고 있었다. 그것은 즉, 이렇게 배긴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상, 초보자는 이렇듯 배기기 힘들다. 즉 칼을 어느 정도 노련하게 만질 줄 아는 이들이나, 오랜 시간 칼을 놓았다가 다시 칼질을 시작하였을 경우 이렇듯 배기기 마련일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즉, 강민후라는 배우는 이 영화를 위하여서 칼을 쉴 새 없이 잡았다는 뜻이 되는 것이었으며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진 친구라면 송준기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식사들은 하셨나요?”

“아직. 요 앞에 맛있는 김치 전골 가게가 있습니다, 선생님.”

민후의 물음에 진 감독이 고개를 저으며 준기를 보면서 한 말이다. 그는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민후의 얼굴로 화색이 생겨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을 위해 제가 약소하게나마 준비한 게 있습니다.”

약소하게 무언가를 준비하였다는 그의 말에 두 사람이 의아한 모습이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민후는 곧이어 손으로 짧고 굵게 박수를 ‘짝짝!’ 쳐냈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정수가 노크를 하고는 들어왔다.

민후가 들여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접이식 테이블이었다. 곧 정수는 부랴부랴 챙겨왔던 아이스박스와 더불어서 신문지에 싸져 있는 칼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테이블에는 칼뿐만이 아니라 나무로 만들어진 도마도 올라와 있었다.

“오?”

“하하.”

아이스박스에서 민후는 곧이어 신선한 소고기를 꺼내었다. 홍두깨살과 우둔살, 소의 엉덩이 부분에서 나오는 부위로 홍두깨살은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 덩어리이며, 고기가 약간의 단단함을 가지긴 한 편, 결이 만들어져 있기에 잘 찢어지는 부위다. 때문에 장조림용으로 많이 쓰이는 부위였으며 산적과 육회, 육포용으로도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부위였다.

고기를 꺼내는 민후의 모습을 보면서 준기와 진 감독의 표정은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요리 준비라니? 웃음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지만 민후의 모습이 워낙 진지했다.

하물며 두 사람은 영화가 잘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이다. 캐스팅 예정 배우가 이렇듯 자신들을 위해 보여주겠다고 준비해온 것을 비웃는다는 것은 형편상 어긋나는 일이었다.

‘재밌는 친구네.’

진 감독은 픽하니 웃었다. 이미 강민후가 캐스팅되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렇듯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진 감독님이 재밌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준비해봤습니다.”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인지 민후는 정수가 준비한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깨끗이 씻은 후 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자신을 위해서 준비했다는 말 같았다. 이미 사차원적인 행동에 10점 만점에 9점을 준다.

곧 민후가 꺼낸 것은 깎이지 않은 배였다. 배를 꺼낸 그는 신문지를 펼쳤다. 신문지 안에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날카롭고 뾰족한 칼인 사시미가 들어 있었으며, 조그마한 크기의 과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칼들이 주르르 나열되어 있었다.

민후는 과도를 이용하여서 정성스럽게 배를 깎아냈다. 그리고 곧 식칼을 집어 든 후 배를 채치기 시작하였다. 보통의 이들이 채칼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식칼로 채를 쳐도 무방하였다.

단, 꽤 손에 익은 사람에 한해서였다. 아닌 경우라면 썰린 배의 크기가 무분별하게 되고 채칼을 사용한 게 나을 수도 있다. 민후는 2주 동안 이것을 간격을 맞추는 연습을 쉴 새 없이 반복한 것이다.

그리고 곧 그는 배를 채 썬 후 둥그런 접시 위에 꽃 주위로 펴져 있는 잎을 그리듯이 가지런히 놓았다.

그는 이내 우둔살과 홍두깨살을 도마 위로 올렸다. 물론 배를 한 번 썰었기에 그 위를 깨끗한 행주로 닦아냈다. 실상 이곳이 협소해서 그런 것이지, 아니었다면 도마를 흐르는 물에 한 번 닦고 시작했을 것이다.

요리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이었다.

아무리 좋은 음식, 화려한 음식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위생이 받쳐주지 않으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요리였다. 이곳이 협소해서 그나마 민후는 할 수 있는 최대의 방식으로 청결함을 보였다.

곧 고기를 위로 올린 민후는 두꺼운 넓이의 고기를 사시미를 이용하여서 얇게 썰기 시작하였다. 육회처럼 가늘고 조그마하게 가 아니라, 육사시미처럼 널찍한 면을 가지게 하고 그 넓이는 얇게 잘랐다.

그리고 곧 그는 다시 한번 손을 청결하게 씻어낸 후에 손을 이용하여서 썰어낸 육사시미에 작은 칼집을 내더니 그것을 꽃처럼 형상화해서 접시 위에 다섯 점의 장미를 구현해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날달걀 하나를 톡 까서 흰자를 노련하게 걷어내고는 노른자만을 띄운 뒤 깨를 뿌림으로써 완성했다. 보통 육사시미에서는 노른자나 배를 곁들여 먹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응용하여 요리한 것이다.

주위로는 아직 싱그러운 빛을 띤 채 썰린 배가 꽃의 잎이 된 마냥 펼쳐져 있었고 그 안으로는 다섯 점의 붉은 소고기들이 그 장관을 뽐내고 있었다. 더불어서 그 안에 우둑하니 황금빛을 띠는 달걀노른자는 군침이 절로 돌게 만든다.

“하하…….”

“멋지네.”

민후는 두 사람이 앉은 소파의 바로 앞 테이블 위로 육사시미와 더불어서 젓가락을 얹어서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민후를 보았다.

물론 실제 10년 이상의 경력의 ‘프로’에 비하면 그의 실력은 서툴기 짝이 없고 지적받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었다. 그렇지만 ‘배우’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민후가 이 정도의 칼질과 더불어서 모양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것을 위해서 2주간 틈만 나면 칼을 잡아서 연습을 하였다. 그로 하여금 그 결과물로 먹음직스러운 붉은빛을 띠는 육사시미가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후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 빙긋 웃으면서 다가갔다. 그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다름 아닌 소주였다. 소주에는 분무기가 연결되어 있었다.

“물을 먹지 않아서 꽃이 시들시들하네요.”

그는 빙긋 웃으면서 꽃의 위로 분무기를 이용하여서 딱 두 번 소주를 뿌렸다. 나날이 흩어졌던 물방울들이 꽃으로 떨어져 내려 이내 스며들더니 더욱더 진한 붉은빛을 돋우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수많은 업소에서 육사시미 같은 음식을 내기 전 남은 소주를 활용하여서 그 빛깔을 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민후도 공부한 부분이 상당했기에 알게 된 지식이었다.

이제 요리는 단순히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하나의 예술이 되기도 하는 시대였다. 물론 이렇듯 화려한 모양으로 만든다고 하여서 그 맛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식욕을 돋을 수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서 그 요리의 값어치 자체를 높일 수도 있다.

“두 분을 위해서 준비한 것입니다. 만족하셨을지는 모르겠네요.”

민후는 두 사람의 앞으로 미리 만들어왔던 양념장을 놓고는 겸손하게 또 멋쩍게 웃으면서 앉았다. 진 감독이나 송준기 선생님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펼쳐진 꽃을 보고 있었다.

민후는 멍한 표정의 두 사람에게 젓가락을 들어 차례대로 건네 드렸다. 진 감독과 송준기 선생님이 한 점씩 들고는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 씹었다.

“맛이 좋아.”

“이거…… 맛있어 하하! 요리왕 비룡이 생각나는데…….”

“하하, 하늘에서 용도 나타나고 말인가요?”

“그렇지, 그렇지.”

송 선생님이 장난스럽게 뱉어낸 말이다. 민후는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이 충분히 만족한 것 같았다. 진 감독은 이번 요리의 맛의 평가에서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었다.

그는 배우였다. 그의 이력을 찾아보면 어디에서 근무한 경력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며 고등학교조차도 요리 관련 학교가 아니었다. 물론 자격증이 있는 것은 잘 알겠으나, 현재의 자격증이라는 개념은 단지 그 발판이 되는 것뿐. 실전은 배워가면서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취미로 요리를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자신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것을 가정하면 이 정도는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되었다.

“선생님, 요거요거 캬-!”

“하하, 진 감독도 참.”

진 감독이 능글맞은 웃음을 짓더니 손을 꺾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두 사람은 강민후라는 배우가 충분히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진 감독은 곧바로 민후에게 계약서를 건네었다. 계약서를 건네받은 민후는 곧바로 계약서를 작성하고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진 감독은 민후를 유심히 살피면서 깊은 갈등에 빠졌다.

‘대역 없어도 될 것 같단 말이야.’

민후 정도의 실력이면 3개월 동안 시나리오상의 요리들이나 손질법, 칼질 등을 노련하게 해 보일 것 같았다. 물론 이 영화 자체가 요리를 주되게 하고 요즘의 기술력이 워낙 좋기에 대역을 쓰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큰 차이 없는 것을 진 감독은 보완해보고 싶었으며 더불어서 강민후라는 배우는 42.195㎞에서도 6개월 동안의 트레이닝 과정 중에 서브쓰리를 달성해낸 경력이 있는 대단한 배우였다.

그 덕분에 개봉 전에도 꽤 이슈를 샀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강민후가 이곳 식객전쟁에서도 대역 없이 모든 요리를 손수 자신의 힘으로 해낸다면 어떨 것인가.

물론 관객들은 더욱더 궁금증을 가지고 다가올 것이 확실시하였다. 진 감독은 단순히 작품의 질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관객들이 관심을 가질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물론 민후에게는 조금 난감한 사항이 될지도 몰랐다. 한참 고민하던 진 감독은 조심스레 물었다.

“강민후 군, 한번 대역 없이 해볼 생각 있나?”

그의 물음에 민후는 눈에 이채를 띄웠다. 사실 자신은 대역 없이 하고 싶었다. 그가 난감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진 감독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

실제로 대역이 없는 것이 작은 차이라고 할지라도 몰입감은 더욱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화에 대역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액션 영화의 경우 배우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하고, 위험한 것들은 전문 스턴트맨을 통해서 찍는 것이 나았다.

민후는 몇 번 듣고, 본 적이 있었다. 그 장면에 욕심을 부렸던 배우가 스턴트맨이 아닌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손가락 하나가 절단되어 촬영이 전면 중지되었던 일을 말이다.

더불어서 슈퍼맨의 주인공이었던 크리스토퍼 러브는 승마 경기에 참여했다가 낙마하여서 온몸이 마비된 때가 있었다.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였지만 실망스러운 일이기도 하였다.

낙마는 무척 위험했다. 그것도 대회는 더욱 그러하였으며 어쩌면 크리스토퍼가 전신 마비를 당한 것은 그뿐만의 실연이 아니라, 슈퍼맨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의 실연일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배우는 자신이 대역을 써야 하는지, 혹은 안 써도 되는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은 되레 다른 이들을 실망하게 하는 일을 만들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리고 식객전쟁의 경우, 위험요소는 단순히 칼을 만진다는 것이었다. 식칼이든 사시미이든 손이 다치고 베일 수도 있는 노릇이었지만 ‘엄청난 위험요소’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그렇게 따진다면 와이어 액션이 훨씬 위험한 경우에 속할 것이다. 그 때문에 대역 없이 간다면 충분히 가능했고, 민후로서는 너무나도 그러고 싶었다.

백날, 천 날을 연습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역 없이 하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이 어떤 배우인지 확실시하게 보여줄 것이 아니던가.

“사실 전 대역 없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감독님이 허락만 해주신다면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민후는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대역 없이 해보고 싶었다는 강민후의 말에 진 감독이든, 송준기이든 두 사람 다 민후에게 질렸다는 모습이었다. 어째서 고생길이 훤하게 보이지만 그토록 하고 싶은가?

그것이 강민후라는 배우의 매력인가? 한다. 진 감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갈등의 길에서 그의 대답에 확신이 섰다. 이번 영화에서 식객전쟁, 강민후는 대역 없이 극 중 역할 김인찬이 되어서 화려한 요리를 선보이게 될 것이었다.

“손가락을 조심하게, 너무 성급했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어.”

송준기 선생님은 두 사람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그는 이번 자신의 원작 식객전쟁이 진 감독과 더불어서 강민후라는 배우를 통하여서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민후는 그의 말에 빙긋 웃었다. 확실한 지적이었다. 대역 없이 간다는 것은 즉 영화에서 민후의 손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요리를 하는 이들은 손을 중요시해야 했다.

일단 손은 높은 수치의 세균이 번식하는 장소이기도 하였으며, 흡연, 대변 소변, 무언가를 만지는 것의 행위만으로도 오염이 된다.

그러한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했기에 다친 손이어도 안 되었다. 다친 손은 식중독균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사실 일반적인 요식업 중 다친 손이어도 요리를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양심이 있는 이들은 그러지를 아니하고, A급이라고 불리는 호텔에서는 손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진다.

손 소독제가 상시로 놓여 있으며 그와 더불어서 다친 이는 조리부문에서 나을 때까지 제외하기도 한다.

때문에 만약 촬영 진행 중 민후의 손이 다친다면, 결국 다시 대역을 섭외하여서 촬영하여야 하고 민후의 고생도 한 번에 훅 하고 날아가는 격이 되어버리는 것이니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민후가 대역 없이 촬영하는 것이 확정되었다. 대신 조건으로 3개월간의 요리 관련 트레이닝이 4개월로 연장되었다.

민후는 섬세하게 배워야 하였다.

물론 시나리오상의 요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배우면 되기는 하나, 아직 시놉시스만을 받아보았던 민후는 일단 시나리오를 보게 되면 어떤 식의 길이 열릴지 보일 것 같았다.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고 민후는 그들이 식사하러 가는 자리에 따라나섰다. 김치 전골이 맛있다는 집이었다.

확실히 그곳의 김치 전골은 맛있었고, 만족스러울 만하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목표는 식사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함이었고, 이야기하는 내내 진 감독과 송준기 선생님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그를 바라보았다.

민후는 그들에게 확실히 점수를 따내었다는 것에 들리지 않을 쾌재를 부른다.

* * *

현재는 5월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후덥지근한 더위가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할 것이다. 민후의 식객전쟁 캐스팅이 확정되고, 1주일 동안은 쉬기로 하였다.

소속사 측에서도 허락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영화 촬영이든, 트레이닝이든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을 소속사 측에서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주는 배려일 것이다.

하물며 강민후라는 배우의 경우 이제 데뷔한 지 2~3년 된 배우들 중에서는 유독 바빴다. 그만큼 그가 많은 대중에게 알려졌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1주일이라는 남은 시간 동안 민후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단은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더 넓고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어머니와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하물며 어머니의 가게도 계속해서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가게의 매출도 다른 가게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다고 들었다.

이 중 어머니의 커피를 만드는 ‘손’도 한몫 단단히 했다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기존의 카페에서의 커피보다 어머니의 커피는 좀 더 부드럽고 진하였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하루를 커피 없이 못사는 사람들은 고유의 그 깊은 맛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의 커피를 자주 찾고는 하였다.

그 때문에 어머니에게 비법전수를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비법을 아무에게도 전수하고 계시지 않았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리시겠다는 생각이셨다.

가게도 확장하기로 결정이 났다.

이 조그마했던 카페가 이젠 60평 남짓의 카페가 될 것이었다. 집도 40평 정도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로 하였으며, 민후가 타고 다녔던 중고차를 바꾸기로 하였다.

데뷔한 이래 민후가 찍은 CF만 하여도 9건이었으며, 논스톱 5나, 혹은 42.195㎞에서 얻어낸 수익이 높은 편이었다. 하물며 이번에 식객전쟁 또한 캐스팅 확정된 상황이었기에 또 통장에 꽤 많은 돈이 쌓일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수입을 얻어낸 것은 42.195㎞였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회당 받는 돈이 존재한다. 현재 배우의 몸값 중 가장 많이 받는 이가 한 작품 당 4억 원가량을 제시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부수적인 조건이 붙는다. 몇만 명을 돌파하면 얼마가 더 지급된다는 식이었는데, 민후의 경우 500만 관객을 가뿐히 넘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받은 돈이 상당했다.

그는 자동차 매장에 와있었다. 그도 이젠 제법 명품배우의 티가 물씬 났다. 논스톱 촬영 당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그 겉이 조금 변했다는 것이지, 평소처럼 열심히 하는 강민후라는 배우임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선글라스를 V넥 긴 팔 티셔츠의 가슴골 쪽에 걸치고 청바지 하나를 입고는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도 그가 외적으로 돋보이는 이유는 피부 관리와 더불어서 민후가 개인적으로 꾸준히 했던 몸 관리 때문이었다.

의외의 인물이 들어오자 매장의 직원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그를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상품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은 민후에게 갖은 차량을 추천하였는데, 그 가격이 상당한 것들 위주였다. 민후는 ‘흠’ 하는 소리를 냈다. 자신은 별로 비싼 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제 겨우 23살. 실상, 자신이 돈 멋 좀 부리고 싶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자신의 수입은 상당한 편에 속했다. 연봉이 일단 억대에 들어서는 편이니 돈 자랑을 하고 싶다면, BMW나 포르쉐 같은 것들도 충분히 탈 수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이유는 그것은 돈에 대한 낭비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좋은 차를 사는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상 요즘 젊은 사람 중 어린 나이에 좋은 차를 끄는 것은 좋은데, 너무나도 끌고 다니는 것이 개차반인 이들이 많았다.

즉 비싼 차의 멋을 내고 싶어서 일반 도로에서 상상 이상의 속력을 내고, 여자들의 시선에 좋아하고. 그것은 민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언급했듯 그런 외제 차를 타는 이들이 모두 그런다는 뜻은 아니었다. 단지 민후의 나이에 그러한 비싼 외제 차를 탈 필요가 있느냐, 였다. 민후는 돈이라는 것을 사치 없이 쓰고 싶었다.

‘사치’. 참 애매한 단어이다. 자신이 번 돈으로 하는 사치는 옳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민후는 그 두 글자보다는 자신의 식으로 쓰고 싶었다.

민후가 존경하는 배우 중에 한 사람으로서 성룡이 있다. 성룡은 사회에 자신의 재산을 수시로 기부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자식에게는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을 거라고 하였다.

그는 누리고 산다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세계적인 액션 배우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식에게 돈 한 푼도 주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상시 자신의 몸을 버려가며 얻는 돈으로 사회에 기부한다.

이것이 진짜 돈 쓰는 방법이었다. 돈 많다고 비싼 차 끌고 다니면서 속도위반이나 하고 마우라를 불법 개조해서 ‘웨에엥!’ 하는 소리나 내고 다니다가 자신의 잘못으로 사람을 해하게 하는 흔히 말하는 ‘돈지랄’을 하는 이들은 성룡을 보고 배워야 했다.

성룡도 분명 돈 자랑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 얼마를 기부했다. 대단하지 않느냐. 그러나 그의 돈 자랑은 충분히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돈 자랑은 성룡처럼 하라. 그것이 강민후라는 배우의 또 다른 가치관이기도 하다.

“이 차량으로 할게요.”

“아, 이걸로 하시겠습니까? 이것보다 더 좋은 차들도 많은데요.”

직원은 의아한 모습이었다. 그가 보았을 때 강민후라는 배우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흥 배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량을 선택하는 이유가 의아했다.

“NF소나타, 나쁜 차는 아니잖아요. 전 이 이상의 차는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직원의 물음에 민후는 단호하게 답했다. 그의 단호한 표정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NF소나타도 상당히 좋은 차량이었다. 스물세 살이라는 나이에 끌기에는 말이다.

이미지상도 있었고, 또 이 차로 향후 5년은 넘게 끌고 다닐 예정이었기에 민후로서는 큰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 차량도 2천 초에서 후반까지의 가격이었다.

민후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무척이나 꼼꼼하고 세세하게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계약서에 사인과 도장을 찍기 전에는 망설이는 모습이 있었다.

‘강민후가 생각보다 짠돌이였구먼.’

직원은 민후를 보면서 실소를 흘렸다. 그가 본 강민후라는 배우는 최소 아우디나 벤츠 정도는 끌어줘야 그 값이 살 배우였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를 짠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강민후는 단순한 짠돌이가 아니라, 단순히 돈의 씀씀이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확실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그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당한 돈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NF소나타든, 벤츠든, 아우디든 결국은 굴러간다는 것은 똑같은 의미이지 않은가.

곧 계약을 완료한 민후는 밖으로 나섰다. 집도 이사한 것이 거의 정리 되어가는 상황이었으며 자신의 차량도 곧 있으면 바뀔 것이다. 한층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되는 민후였다.

그는 현재로서는 이 정도에 만족한다.

* * *

시나리오를 받은 민후는 꼼꼼히 시나리오를 검토하였다. 시나리오에는 여러 종류의 요리들이 나와 있었으며 민후는 그 부분을 최대한 힘써서 공부해야 하였다.

다행히도 식객전쟁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요리의 종류로써 영화 시나리오가 진행된다. 쉽게 ‘한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었다.

민후는 쉬는 시간이 있으면 시나리오를 검토해보고 각종 요리 관련 서책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분명, 이 정도까지의 지식은 필요 없었으나 그는 한 번 할 때 정확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한식에 더불어서 양식, 중식까지 적힌 책들도 찾아보아 모두 꼼꼼하게 읽은 바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제작사 측은 민후에게 요리를 가르쳐줄 이를 물색하였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았었다. 흔히 이름 좀 있다 싶은 요리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꽤 유명한 요리사 한 분을 모실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한식으로 일가견이 있는 여성이었다. 올해 나이는 스물일곱으로 젊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여성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얼굴도 무척 아름다운 여성으로 한국의 미녀 요리사라고 불리는 이며,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이였다.

그녀의 이름은 김채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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