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무릎 탁! 도사
42.195㎞가 모든 관객에게로 다가갔다. 42.195㎞는 개봉과 당시에 무척이나 뜨거운 성적을 일궈냈다. 이제까지 나왔던 수많은 장애인 소재 작품들이 망했던 것에 비교되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 대부분의 장애인 영화는 그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보는 것이 옳았다. ‘오아시스와 신기루’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었다. 이 영화는 130만 명이라는 전국 관객 수를 돌파한 작품으로써 임경우 교수가 참여했던 작품이었는데, 130만이라는 일반적인 관객 수를 동원하였지만 놀라운 것은 이 영화에서 59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 배우상이라는 쾌거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많은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안타깝게도 관객 수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하나, 언급했듯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감독들도 그 작품성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맞았다. 물론 영화를 찍은 촬영비의 본전은 찾았으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봉된 42.195㎞. 이 영화는 작품성이면 작품성, 재미면, 재미, 감동이면 감동. 그 때문에 엄청난 인원들이 영화관람을 하고 있었으며 모든 이들이 한입 모아. ‘재밌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어느새 42.195㎞의 관객 수가 개봉 31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400만 관객이 넘어서는 순간 민후는 집에서 얼씨구나 좋다 하고 춤을 췄고, 어머니가 의아해하자 400만 관객 돌파라고 말해주었다.
어머니는 놀라며 민후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리셨다.
실제로 작품의 400만 관객을 넘겼다는 것은 전 국민의 10%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보았다는 것이었으며 극장의 상영이 끝난 후에도 지속해서 방영될 것을 고려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민후는 명실공히 자리 잡은 배우가 된 것이다. 물론 계속 떠오르는 배우가 될지 아니면, 반짝 스타가 될지는 앞으로 민후 하기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에게 각종 CF 광고, 인터뷰, 예능 출연제의가 쏟아지고 있었다. 민후는 CF 광고나 인터뷰는 흔쾌히 응하지만, 예능 출연제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걸쳤다.
실제로 배우이지만 예능에 수시로 들락거리는 이들은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들은 배우가 아니라, 스타를 꿈꾸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배우가 그러는 것은 괜찮은 생각이다. 그러나 얼굴도 알려진 이가 잦은 예능 출연을 한다는 것은 비록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지는 몰라도 정작 감독들, 다른 배우들에게는 마이너스 점수를 먹게 된다.
수시로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은 정작 실제 배우 활동에서는 몰입감이 떨어지게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러던 중 혹하는 제의가 하나 들어왔다. 그 제의는 ‘무릎탁도사’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무릎탁도사는 사람들을 무조건 웃기려 한다는 프로가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진 고민과 더불어서 힘들었던 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그 사람만의 장점을 국민 MC 중 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임민엽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도 주지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 프로에 대해서는 대부분 배우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실상 이 프로는 연예인이라는 개념의 이들만 출연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수, 배우, 성우, 희극 배우, 리포터, DJ, 운동선수, 아나운서, 사회자, 감독, CEO, 목사, 작가, 장관 등 다양한 컨셉의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등장한 바가 있었다.
그와 더불어 그들의 진중한 고충도 들을 수 있었지만, 임민엽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여서 보는 내내 녹록하지는 않은 프로였다.
물론 알아주자고 이 짓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배우들도 힘들었다.
자신들이 죽도록 밤샘 촬영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뭐하는가, 1년을 촬영해도 2시간 내지에서 끝나는 것이 영화다. 사람들은 단순히 ‘재밌다’, ‘재미없다’로 갈린다. 배우들은 정말 힘들게 찍은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한 자신의 고충을 한 번쯤은 말할 수 있는 프로가 무릎탁도사이지 않은가 싶다. 일단 민후도 긍정적인 반응이고, 함 대표도 무릎탁도사라면 좋다고 말했다.
무릎탁도사는 이미 황제 소속사의 인원들도 꽤 촬영한 적이 몇 있었다. 정수가 언제 출연하겠다고 협의를 본 상황이었다.
그리고 현재 민후는 임경우 교수의 교수실에 함께 앉아 있었다. 이제 곧 기자가 취재하기 위해 올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이유는 이번에 임경우 교수님께서 공동의 적 시즌2를 발표하면서 민후와 대결구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공동의 적 1로써 흥행을 맞이하셨던 임경우 교수님은 이번 작품 개봉 후 적수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예상외로 42.195㎞가 장애인 관련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흥행을 보였다. 현재 극장가의 1위가 42.195㎞. 2위가 공동의 적 2로써 두 작품이 맹렬하게 쫓고 쫓기는 중이었다.
현재 42.195㎞가 4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민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국민은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인 강민후라는 배우에 대해서 검색해 보고 알아보기도 하며, 어느덧 그의 팬카페가 생겼다.
팬카페 명칭은 ‘주군민후’라는 이름이었다. 상당히 거창한 이름이었으며 팬들은 그가 ‘주군’ 같은 배우로서 올라섰으면 하는 바람에 이름 지은 것으로 안다.
“안녕하세요.”
“네.”
기자가 인터뷰하려는 두 사람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무래도 언론이 두 사람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임경우와 강민후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임경우 교수의 제자로 있는 민후가 소름 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임으로써 ‘임경우 교수한테 배우면 저렇게 되나?’ 하고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임경우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으면 자신이 가르쳤던 이들 모두가 톱배우가 되었을 것이다. 단지, 강민후라는 학생이 특별한 배우인 것이다.
“두 분 영화, 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42.195㎞와 공동의 적. 두 작품 모두 좋더군요.”
사실 조금 모순이 섞인 말이다. 42.195㎞는 좋은 작품으로 손색이 없으나, 아쉽게도 이번 임경우 교수님의 작품 공동의 적 2는 시즌1에서의 인기를 끌어들임으로써 얻은 흥행률이 조금 더 높았다.
실질적으로 사람들은 42.195㎞와 공동의 적 2가 맹렬하게 붙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이 작품의 승자는 42.195㎞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공동의 적 2의 경우 조금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1과는 다른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물론 임경우 교수가 연기를 못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현재 42.195㎞가 전국 관객 수 401만. 공동의 적 2가 383만이에요. 두 작품 모두 개봉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기록이죠. 임경우 교수님께서는 이번 작품 800만 넘을 것 같나요?”
“하하…… 뭐, 800만까지야. 암, 넘어야죠.”
경우의 장난스러운 말에 기자가 빙긋 웃었다. 이내 마이크를 민후에게로 향했다.
“42.195㎞도 넘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두 분 다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실질적으로 원래 42.195㎞의 배우였던 송수현은 617만 관객을 끌어냈다. 그러나 민후로 인해 상당히 변화하는 부분이 존재할 것이고 얼마나 변할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송수현보다 못했다면 617만 관객 이하일 것이고 잘했다면 그 이상일 것이다.
이제 기자가 하고자 하는 질문은 대부분이 끝이 났다. 기자의 질문은 대부분 형식적인 것이었다. 임경우의 경우 오랜 시간 활동했던 배우였고, 상당한 연기력을 보인 이였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각오 등을 물었고, 민후에게는 신인으로서 그런 연기력을 보인 것에 대한 놀라움과 서브쓰리 등에 대한 달성하게 된 계기 등을 물었다.
민후는 자신의 피나는 투혼을 그에게 언급하였다. 기자가 놀라서 입을 쩌억 벌리고 있을 때 임경우가 한 몫 거들었다.
“이 친구는 정말 그럴 친구예요. 가르치다 보면 저도 놀라곤 하죠.”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첨가된 것 같자 경우가 한 말에 기자는 감탄을 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임경우 씨에게 강민후라는 제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음…… 민후라.”
그는 턱을 어루만졌다. 그가 슬쩍 민후를 보았다.
“더럽게 말 안 듣는 학생이죠.”
“헙.”
“예?”
민후가 놀라 그를 돌아봤다. 경우가 장난스레 웃었다.
“워워, 진짜 기사에 적으면 큰일 나요. 장난입니다. 강민후란 학생은…… 칭찬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네요. 어떤 학생보다 열심이고 노력하죠. 또 저도 놀랄 정도의 연기력을 소유하고 있어요. 대단한 제자이죠. 한편으로는 녀석과 만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죠?”
“미래의 톱스타에게 점수를 따놨잖아요.”
기자의 되물음에 경우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내 마이크는 민후에게로 향하였다.
“강민후 씨에게는 임경우 교수님이란 무엇인가요?”
“제 삶의 롤모델이자, 한편으로는 라이벌이죠.”
“라이벌?”
라이벌이라는 말에 경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한 번 강의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라이벌은 최고의 적이자 친구이다.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민후가 정작 진심으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야기했다면 자신은 몰매를 맞을 것이다. 고작 작품 하나 성공시킨 신인 배우가 이러한 발언은 위험했다.
“실제 말이 라이벌이지, 좇고 싶다는 의미예요. 임경우 교수님은 누구보다 인자하시지만, 연기력이 좋으시죠. 수십 년을 쌓아온 연기력. 너무나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싶기도 해요. 또 한편으로는 임경우 교수님의 강의는 재밌습니다. 재밌다는 것은 즉, 학생들이 잘 배울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의미겠죠.”
민후가 그렇게 답하며 빙긋 웃었다. 기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사를 모두 작성한 그는 두 사람에게 다정한 포즈를 요구하였다. 임경우가 민후의 어깨 위로 손을 둘렀다.
민후와 임경우 두 사람이 활짝 웃었다. 한 학교의 교수와 제자의 이러한 기사는 아마도 많은 이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읽게 될 것이다.
하물며 한창 영화로 뜨겁게 달구고 있는 2인이 아니던가. 인터뷰가 끝이 나고 기자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나섰다. 민후와 경우도 몸을 일으켰다.
“요즘 인기가 대단하던데?”
임경우는 능글맞은 웃음이다. 민후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아직 멀었죠.”
“어디까지 노리는 거냐.”
“할리우드…… 정도요?”
“하하, 녀석.”
할리우드라는 장난스러운 말에 경우가 털털하게 웃었다. 그러나 민후는 할리우드도 눈에 두고 있었다. 외국어 공부를 왜 하겠는가. 해외 진출을 위해서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실상 최강호이던 시절에는 어느덧 그가 국민배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 때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훌쩍 넘었을 때였다.
마흔이 넘는 배우는 실상, 할리우드의 진출은 힘들어진다. 할리우드의 감독들은 화려한 액션을 펼칠 수 있는 젊은 피의 이들을 좋아하니 말이다.
때문에 민후의 이번 목표에는 할리우드 역시도 껴있었다.
* * *
현재까지의 기록을 보면 42.195㎞는 이번 연도 최고의 히트작이 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큰 상황이었다. 얼마 전 통계표에서 본 바로는 550만 관객을 넘어선 바가 있었으며, 임경우 교수님의 출연작인 공동의 적 2는 현재 서서히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전국의 영화관의 예매율 1위를 여전히 42.195㎞가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와 더불어서 강민후라는 배우의 얼굴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실정이었다.
그 때문에 민후가 다니는 한양대학교에서 그의 인기는 이젠 더욱 크게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한양대학교 측은 강민후의 성공에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더욱더 널리 알릴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경우는 같은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인 강민후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배우가 된 것에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논스톱 촬영 당시에도 그에게 많은 여자가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젠 남녀노소 불문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오늘도 민후는 자신들의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청하는 이들로 인해서 골머리를 썩인 바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동아리에 들기에는 제가 너무 바쁘네요.”
“……너무 아쉽네요.”
한양대학교에는 ‘악션!’이라는 영화 동아리가 있었다, 동아리원 수는 20여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연극에 대한 지식도나 혹은 노하우 등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민후에게는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 직접 찾아와 말을 건넨 ‘악션’ 동아리의 회장에게 민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점심을 먹은 후 민후는 곧바로 밴에 올랐다. 실상 42.195㎞의 촬영이 끝났기 때문에 촬영 때보다는 민후의 삶에 여유가 생긴 편이다.
그가 요즘 하는 일은, 학교에 다니거나 혹은 42.195㎞에 관한 홍보나 CF 등등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영화 촬영이나 드라마 촬영에 관련한 일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경우는 전에 촬영제의를 승낙한 바가 있었던 무릎탁도사에 출연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오전 강의만 듣고 밴에 오른 것이다.
밴에 오른 민후는 정수가 건네준 테이크 아웃해온 따뜻한 커피로 입을 달래더니 ‘아- 아-!’ 하면서 목을 풀었다.
실제로 꽤 널널해진 스케줄이 되었다지만 아무 스케줄도 없던 때처럼 널널하게 뭔가를 배우기에는 상당히 힘이 부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정도의 널널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42.195㎞가 극장에서 내려갔을 때야 가능할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요즘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것들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꼭 필요한 것만 다지고 있었다. 일단은 신체적인 조건이었다. 영화 촬영이 끝난 후, 그는 다시 들어올 다른 제의들을 생각하고, 또한 배우로서의 기본적인 몸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
이미 한번 틀을 잡아놓은 몸이었기 때문에 다시 몸을 만드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미 운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근육이 기억하고 있어서 처음 운동을 하는 이들보다는 비약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매일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만 했던 그는, 다시금 러닝머신을 30분 정도만 뛰는 것으로 바꾸고 1시간이 채 되지 않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었다.
너무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사람의 몸을 망치는 독이 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많았지만 민후는 자신의 몸에 대한 관리가 엄격한 편이었기에 누구보다 철저히 지켰다.
그리고 몸을 다시 만드는 만큼, 살을 빼던 때의 식단은 상당히 달라졌다. 일단 본래의 체중으로 돌아와야 하기에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비중을 높였으며 그와 더불어서 영양제 등등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었다.
“흠흠, 오늘은 목이 상당히 괜찮네요.”
“으으, 소름 끼쳐.”
정수가 기가 질린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민후는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논스톱 5 당시, MBS 연애대상에서 축하공연을 할 때 메인 자리를 이정민에게 빼앗겼었던 때를 말이다. 물론 자신이 그 자리에 서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민후는 한 번쯤은 음악이라는 것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그것을 현재 집에서나 촬영장에서가 아닌 스케줄 장소로 이동하는 밴 안에서 행하고 있었다.
노래 연습은 말 그대로 자신의 몸으로 할 수 있다. 앉아서도 할 수 있고, 서서도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차 안에서 이동하는 동안에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단지, 작은 단점이 하나 있다면 정수의 귀가 고생한다는 것이다.
좁은 차 안에서 울리는 민후의 노랫소리는 처음에는 들을 만했지만 계속 들으니 귀속이 앵앵거릴 정도였다. 그만큼 민후는 쉴 새가 없었다.
그런데 어쩌랴. 남들 밴 안에서 이동하면서 자는 시간에 다른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녀석이 기특해서 크게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단지 자신의 귀가 조금 고생하고 있을 뿐이었다.
민후는 가장 앞서, 노래를 연습하기 전 유명한 보컬 트레이너를 알아본 바가 있었다. 일단 자신도 큰 흥행을 하는 배우였기에 그를 소개받고 지도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상 자신이 그의 밑에서 집중적으로 배우기에는 현재로서는 무척 시간이 부족한 편이었고, 일단은 복식 호흡법과 발성에 대해서 배운 바가 있었다.
복식호흡은, 하루에 1시간 정도만 하여도 폐활량과 부드러운 고음을 잡아 줄 수 있다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배웠다. 발성은 단지 지르는 것이 아니라, 흉성이나 혹은 두성 등을 이용하라고 배운 바가 있었는데, 민후는 보편적인 흉성을 배우기를 권유를 받았으며, 바이브레이션은 복식호흡과 발성에 안정성이 생기면 그때 가서 배우기로 했다.
말 그대로 그 틀만 보컬 트레이너가 잡아 주고 다른 연습은 개인적으로 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2주 정도만 하였을 뿐임에도 폐활량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음색이 맑아지고 있는 것을 하루하루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이 이것을 엄청난 가수가 될 정도의 실력으로 키우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음에 ‘가수’에 관련한 작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준비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노래 부문에서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 싶으면 아마도 민후는 평소 그랬던 것처럼 다른 것을 배우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MBS 방송국으로 도착한 민후는 복식호흡을 하던 것을 멈추고는 시간을 확인하였다. 당연히 오늘도 역시 일찍 왔다. 그리고 정수도 항상 그를 알기에 스케줄보다 일찍 그를 데리러 오고는 하였다.
MBS 방송국으로 온 그는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꾸벅꾸벅 정수와 함께 인사를 하며 다녔다. 일단 MBS 방송국은 시트콤 논스톱의 원천이었던 곳이고, 이곳에서 안면을 쌓은 이들이 상당히 많았고, 또한 자신이 이렇듯 그들과 친해지면 덕이 생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관계자들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해 보인 민후는 어느덧 김택일 PD님이 있을 ‘청춘 레인보우’회의실로 이동했다. 실상 청춘 레인보우는 논스톱 5의 후속작으로 당연히 김택일 PD가 맡고 있고 얼마 전 방영을 한 지 반년 정도 되었다.
본래 이름은 ‘논스톱 6:청춘 레인보우’로 지으려고 하였으나 차별성을 두자는 이유로 논스톱을 제하고 청춘 레인보우라는 이름으로 방영을 하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전 시리즈에 비해서는 시청률을 얻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서 1996년 남자 하나, 여자 하나로 시작되어 10년간 이어졌던 MBS 방송국 청춘 시트콤의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택일은 반갑게 맞이해 주었으며 강민후라는 배우의 트레이드마크인 박카스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오랜만의 민후의 방문에 깊게 반겨주었으며 김택일은 요즘 42.195㎞라는 영화로 하여금 한창 흥하고 있는 배우인 강민후의 변하지 않은 싹싹함에 또 한 번 감탄을 하였다.
“우리 곧 광고 하나 또 딸까?”
“어떤 광고요?”
“박카스.”
정수의 장난스러운 말에 민후는 웃어버렸다. 거참 괜찮은 생각이다 싶다.
어느덧 그들은 무릎탁도사 출연자 대기실로 안내받아 이동했다. 현재까지는 촬영팀 인원들을 제외하고 MC들은 오지 않았다. MC는 국민 MC로 꼽히는 양대 산맥 중 하나로 불리는 임민엽이 메인이고, 그 옆자리를 다른 두 사람이 보좌하는 편이다.
“택일이가 그렇게 추천을 해주더니 와줘서 반가워.”
“예, 안녕하세요.”
담당 PD와도 당연히 인사를 나눴다. 민후의 출연에 택일이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마도 민후가 이런 예능은 출연할 것이라고 택일도 오랜 시간의 경력으로 꿰뚫어 본 것 같았다.
“정말 스펙타클한 인생을 산다고 이야기가 많아. 오늘 기대할 만하겠지? 아니지, 아니지. 42.195㎞ 자체가 대박인데, 기대가 아니라, 난 이미 오늘 시청률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가 장난스레 웃었다. 이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PD는 송민근이라는 이였다. 오랜 시간 MBS 방송국의 예능을 책임지었던 사람으로서 이 프로의 성공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택일이 틈만 나면 칭찬을 자주 해서 한 번 섭외해봤는데, 확실히 첫 모습부터가 다른 배우들과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고 느껴졌다. 일단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겸손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또렷한 청년이라고 할까?
나머지 부분은 촬영하면서 지켜봐야 알 것 같았다.
“이거 한번 대충 주르륵 읽어봐. 사실 민엽 씨가 진행하는 것에 자기 생각이나 느낀 점 등을 말해주면 되니까. 어려운 건 없어. 참, 이 프로는 리얼리티여서 말 한마디에 훅 갈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 편집이란 없으니.”
송민근 PD는 능글맞은 웃음이다. 평소 성격에 장난기가 많은 것 같았다. 민후는 대본을 훑어보았다.
실상 송민근 PD의 말처럼 임민엽의 대본 하에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 때문에 애초에 민후에게 지급된 진행표도 없었고, 단지 생각하는 ‘고민’ 한 가지만 제시해 달라고 하였다.
‘도사’라는 개념 자체가 무언가를 고민하고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찾아간다고 인식이 박혀 있었다. 그 때문에 이 프로 자체의 컨셉은 그 배우의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해답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 안에서 서로 웃음기 어린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힘든 고충도 많이 털어놓으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예능이다.
민후는 갈증이 났던 목에 박카스 하나를 따서 들이켜고는 메이크업을 받았다. 한참 메이크업을 받고 있을 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두 MC가 들어왔다.
임민엽을 도와주는 역할의 MC들로 한 사람은 가수 출신, 한 사람은 개그맨 출신으로 재밌는 사람들이다.
민후는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도중임에도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며 예의를 차려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민엽이 들어왔다.
들어온 그는 180㎝를 훌쩍 넘는 키에 100㎏도 넘을 것 같은 체중을 가진 거구의 사내였다. 그러나 그의 험악한 인상 뒤로 숨은 개그 감을 전 국민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민후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배우 계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우들이 많듯이, 개그계나 예능계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같은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진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서로가 하는 일에 비난해서는 안 된다.
서로가 제각각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난 최고의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여- 유원이 다뤼는 백만 물 쫘리 돠리!”
안으로 들어온 그는 대뜸 민후를 보고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대기실이 떠나가랴 소리를 질렀다. 민후도 흠칫하고 놀라다가 장난스레 중얼거렸다.
“끄, 끝내줘요오?”
“고라취! 끝내주지. 강민후 씨 다리는 끝내주지!”
그는 힘찬 기합을 내지르며 대기실로 들어왔다. 코디네이터는 이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이 픽 하고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는 패기 있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돠! 난 임민엽 MC라고 한돠!”
“반갑습니다, 배우 강민후입니다.”
민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강호였던 시절 그가 진행하는 프로에 몇 번 출연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거칠면서도 장난기가 많은 그는 속내만큼은 꽤 따뜻한 사람이었다.
과거에 자신이 알던 지인 후배 개그맨이 힘들어하던 시절, 발 벗고 나서서 그 후배를 위해 헌신하여 도왔던 적이 있는 이였다.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는 분명 우락부락 거대한 덩치였지만 속만큼은 누구보다 깊은 사람임을 민후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의 민후 씨의 고민-!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크, 열정적이구만.”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감탄하면서 박수를 짝짝 친다. 민후는 무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에게 박카스를 건넸다.
그것을 본 민엽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민후가 들고 있는 박카스 박스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박카스를 번갈아 보았다.
“내, 내가 하, 하나로 만족할 사람으로 보이는 건……?”
“아, 아니죠. 하하.”
민후는 후로 두 개를 더 빼앗겼다. 민엽은 단숨에 세 개를 띠리릭 따더니 벌컥벌컥 연속으로 들이켜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재밌는 사람이다.
곧 촬영을 위해서 세트장으로 이동하였다.
어떤 식으로 민후가 등장할지에 대해서 촬영팀 인원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오두방정을 요구한다.”
민엽이 장난스레 웃으며 한 말이다. 등장하면서 음악이 나올 때 오두방정 좀 떨어달라고 하는 말이다. 그의 요구에 민후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곧 촬영이 시작되고,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민후는 슬쩍 양쪽으로 열리는 문의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여기가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무릎탁도사님 계신 곳 맞나요?”
“그렇다! 내가 바로 무릎 탁! 도사다!
무릎탁 무릎탁탁! 무릎탁 무릎탁탁!
이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MC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민후도 엉성하게 춤을 추었다. 귀여운 댄스였다. 일부러 엉성한 춤사위를 보이는 것이었다.
때로는 이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으로 다가가는 것조차 꿰뚫는 그였다.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터득한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의 게스트 강민후 씨의 고민은-!”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크- 대단합니다, 대단해.”
민엽은 감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민후를 보았다.
“실상 저도 강민후 씨가 출연한다고 해서 알아본 바가 많아요. 그런데 이분 정말 소문이 대박인 분입니다.”
민엽도 자신의 프로 게스트로 출연하는 민후에 대해서 꼼꼼히 알아본 바가 있었고, 이제까지 들었던 소문이 있었다. 배우계의 미친 노력파 친구라고 들었다.
정말 노력 하나로 그 자리에 우뚝 선 대단한 친구라는 이야기가 많았고, 이번 영화 42.195㎞에서도 그 두각이 드러났다고 했다. 하물며 우스운 소리로는 그의 노력에 감탄한 스태프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유언비어조차도 있었다.
“42.195㎞의 캐스팅을 위해서 6개월 전부터 체중 감량 시작! 그와 더불어서 마라토너로서 필요한 하체를 얻어내고! 고등학교 시절 대입 수능 당시 고득점! 최고의 시트콤으로 불리는 논스톱 5에서 철없는 대역배우로서 연기력을 입증받고 신인상을 수상한 신인…… 허억허억.”
그는 속사포같이 민후에 대해서 말을 쏟아냈다. 거침 숨을 몰아쉬던 그는 다시금 진정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피식 하는 민후다.
“그리고 영화 및 드라마 방송 관계자들이 현재 캐스팅 하고 싶은 배우 1위! 영화 관계자들 소문으로 들리는 전설의 미친 노력파! 강민후!”
모든 말을 끝낸 그는 턱 하니 자신의 앞에 놓인 탁자를 쳐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게. 벌써부터 신인 배우가 이렇게 성공하고, 주목을 받기에는 쉽지 않은데 말이죠.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이것이 강민후 씨의 미친 듯한 부단한 노력 덕에 이루어진 성과다, 라고 많이 접했습니다. 사실입니까? 정말? 으응?”
그의 부릅떠진 눈빛과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추궁에 민후는 난감한 기색을 지었다. 그는 뒷머리를 어루만졌다.
“사실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뭐하지만 제가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한 것 같아요.”
“돌려 말하기는 이런 겸손한 친구! 욕심쟁이! 우후훗!”
“우후훗!”
민후의 말에 민엽과 다른 MC들이 입 모아 말했다. 그는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실제로 배우라는 직업이 노력해야 하는 직업 같아요. 아무리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반짝하고 떴다 사라질 수도 있어요. 얼마나 자신이 잘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남느냐 안 남느냐가 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죠.”
“난 별 노력 안 했는데?”
“아하하.”
민엽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무슨 소리, 본래의 그는 씨름 선수 출신이었다. 그 때문인지 방대한 체격과 그 이미지 때문에 부단한 노력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배우고 싶은 게 많다니, 여기 보면 공부도 잘했고, 연기도 잘하고, 승마, 태권도, 합기도, 검도, 또 서브쓰리에 이어서 4개 국어 이상을 할 줄 안다고 쓰여 있는데 여기에서 뭐 더 배울 것이 있다는 말입니까?”
“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다잖아요.”
“크- 멋진 말이다. 멋진 말이야. 좀 배워라, 자식들아.”
민엽은 애꿎은 다른 MC들을 보며 장난스레 눈알을 부라렸다. 그들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민엽을 본다.
“솔직히 배우라는 게 자신이 어떤 배역을 맡을지는 알 수 없어요. 검객 역할이 될지, 아니면 가수 역할이 될지,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연기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게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이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뭐 하나라도 더 배우면 도움이 되는 세상이니까요.”
“크- 그래서 4개 국어 이상에 검도, 태권도, 합기도, 또 연기까지. 대단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놀란 건 이번 42.195㎞ 촬영을 위해서 서브쓰리를 달성하셨다는 건데, 저도 많이 이야기를 들었어요.
촬영하시면서 부상도 많이 당하시고, 몇 시간씩 하루에 달리셨다고 그래도 자신이 맡은 바 충실하여서 모든 스태프들이 감동을 먹었다, 라는 기사를요.”
민엽은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이다. 그도 운동선수 출신이었다. 물론 마라톤이라는 것에는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일 지는 안다.
“실상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반년 기간의 트레이닝 만에 서브쓰리를 달성하는 건, 제가 해외로 가서 빅쇼를 레슬링으로 이기고 오는 거하고 다를 바가 없는 소리거든요.”
“아…… 정말! 힘든 건가 보네요.”
“이 녀석이.”
다른 MC가 장난스레 말하자 이제야 잘 이해했다는 듯이 말하자 민엽이 눈을 부라렸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엽은 그 외에도 대본에 적혀 있는 갖은 것들을 물어봤다. 일단 민후에 대한 에피소드는 많았다. 논스톱 5에서 캐스팅된 비결 등이나 혹은 42.195㎞에서 마지막에 특이한 방식으로 운동장을 미친 듯이 달림으로써 섭외가 치러진 것도 있었다.
하물며 민엽이나 다른 MC들은 그의 노력 인생에 대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실상 민엽도, 아무리 그가 42.195㎞로 반짝하고 떠올랐다 해도 자신의 프로에 나와서 감동을 줄 수 있는 나이일까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는 사람들에게 고난과 역경을 말해주기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가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과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인생관이 무척이나 또렷한 친구였다.
하물며 그런 숱한 노력을 겪으면서 그가 겪었을 것들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민후의 경우 그에게 많은 이들이 질문한다. ‘힘들지 않아? 그렇게 하면?’이라고 말이다. 항상 누군가 그렇듯 질문할 때마다 그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당연히 힘들다. 자신도 사람이고, 남들 노는 것처럼 놀아보고 싶기도 하였으며 쉬고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 이들에게 웃음으로 말을 무마시켰지만 이렇게 답변하고 싶다.
‘남들과 같은 삶을 산다면 결국 더 이상의 발전은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이다.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았다면 민후가 몇 년이라는 사이에 42.195㎞라는 주연이 된 영화를 찍을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운이 좋았다고 한들, 이렇게 단숨에 주연 배우가 될 수도 없었으며, 황제 소속사의 소속원도 그리고 박정수라는 매니저의 신임도, 문정흠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은 남들보다 뭐든 잘하는 게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더욱 노력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 말만은 민후는 책을 저술해서라도 모든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어느덧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민엽이 그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당신은 아직 젊다!
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민후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젊은 마음에 뭐든 배우고 싶고 뭐든 해보고 싶고 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본 강민후라는 배우는 그들보다도 훨씬 더 특별한 가치관을 가진 친구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그 걱정을 해소해 드릴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아직 강민후 씨는 무척 젊다는 겁니다. 22? 23? 아직 어린 나이입니다.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접할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너무 초조해하지 마시고, 한 번쯤은 뒤돌아보고 쉬어주면서 그렇게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민엽의 얼굴에선 이번에는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다. 진심으로 하는 그의 충고 같았다. 민후는 빙긋 웃었다. 그의 충고가 바쁜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게 오아시스 같은 휴식으로 찾아오는 듯하다.
물론 그의 말처럼 자신이 당장 여유롭게 쉬엄쉬엄 살지는 못한다, 하나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자신이 조금은 느려지지 않을까 한다.
촬영이 끝이 나고 MC들도 민후도 대기실로 향했다. 민후는 민엽에게 다가갔다.
“조언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 노력하는 자한테 그 보상은 따르기 마련이니까.”
그는 감사의 인사에 멋쩍은 미소로 민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려서 주물러주었다.
임민엽 자신은 MC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였지만 배우라는 것조차도 녹록지 않은 것임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약육강식의 세계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이렇게 당당히 먹이사슬의 으뜸으로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성장해가는 그가 대견할 수밖에 없었다.
민후는 마지막으로 오늘 촬영을 함께한 MC들과 촬영팀 인원들에게 수고하라는 말과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는 방송국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