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42.195㎞ 시사회!
8월. 42.195㎞의 영화의 촬영이 끝이 났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이 끝이 났다는 사실에 촬영팀 인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영화는 편집과정을 거친 후, 예고편을 만든 후에 10월 초에 배포되고 11월 초에 시사회와 더불어서 11월 말에 개봉될 예정이었다. 벌써 언론은 42.195㎞라는 영화에 관심이 뜨거웠다.
물론 42.195㎞라는 영화가 최초로 장애인을 다룬 영화는 아니었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란 소재를 다룬 영화는 몇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영화가 부진한 기록을 내면서 감독들은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흥행 부진의 소재’라고 생각하고 되도록 안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제작사나 문 감독이 흥행 부진의 소재라고 불리는 장애인을 소재로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는, 비록 흥행부진 소재라고 불리지만, 정말이지 형진 군의 이야기는 정말 한 편의 영화 같았기 때문이다.
문 감독은 이번 42.195㎞를 통해서 흥행 부진의 소재라는 그 틀을 깨버릴 예정이었으며 벌써 들끓는 언론이 심상치 않은 관객 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촬영이 끝이 나고, 촬영팀 인원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달콤한 휴식과 더불어서 회식 자리이지 않은가 싶었다.
모든 촬영이 종료되고 제작사 측의 지원을 받아서 회식 자리가 열렸다. 먹고 마시고, 웃고, 즐기는 자리였다.
민후도 술 한 잔씩을 꺾으면서 문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과 웃고 떠들었다.
“민후야, 한 잔 받아라. 수고했다.”
민후와 동갑내기 배우인 정현이 소주를 들어 한 잔 권했다. 민후는 한 잔 받고는 빙긋 웃으면서 술병을 건네받았다.
“너도 수고 많았다.”
“짠.”
“짠.”
“크-”
두 사람이 술을 거침없이 들이켰다. 정현과도 촬영하는 동안 꽤 친해진 바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민후는 전체적으로 촬영팀 안에서 그들을 이끌어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미친 듯이 노력하고 달리는 모습에 수많은 촬영팀 인원들, 배우들 심지어 문 감독마저 ‘그래, 열심히 하자.’라고 다짐을 했을 정도였다.
모든 이들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했다. 영화의 흥행? 사실 못해도 괜찮다 싶었다. 이렇듯 서로서로 위해서 노력하고 꿈을 위해 새로이 생각해 본 계기를 강민후가 만들어줬다.
수많은 이들은 촬영이 끝났지만 강민후라는 배우를 잊지 못할 것이고, 나태해질 때쯤이면 다리가 부을 때까지, 탈진할 때까지 달렸던 강민후라는 배우를 기억하며 자신을 되새길 것이다.
“감독님, 한 잔 받으세요.”
“그래, 민후. 정말 수고 많았다.”
민후가 술을 권하자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줬다. 그는 민후의 공이 크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고, 처음 신인 배우인 그의 캐스팅 때문에 우려를 많이 했지만, 그 덕분에 훌륭한 영화가 나왔다고 여기고 있었다.
술잔을 단숨에 꺾어 털어 넣은 그는 ‘크-’ 하는 감탄사를 뱉는다.
민후는 순회공연 차 자리에서 일어나 스태프들에게 술 한 잔씩을 돌리기 위해 나섰다. 술 한 잔씩들을 돌리고 수많은 이들에게 ‘수고했다’라는 인사를 들을 수 있었고, ‘다음에 꼭 보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무척 아쉬운 자리였다.
어느덧 감독님이 계시는 자리로 돌아왔다. 문 감독은 예상외로 술이 꽤 약한 편이었다. 그는 어느새 술이 올라오는 것인지 얼굴이 붉어져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다.
“감독님이 기분 좋다면서 계속 마시더라.”
임의진 선생님이 손을 휘휘 저으며 하시는 말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취하신 것 같았다.
“민후야…….”
“예, 감독님.”
그의 부름에 민후는 자세를 바로잡고는 그를 보았다.
“이 영화, 네 덕분에 촬영이 잘 끝났다. 고맙다, 고마워.”
그는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다 숙어져 있던 고개를 들더니 피식하고 웃는다.
“내가 장담한다, 문정흠 이 이름 걸고 장담한다. 너는 꼭 성공할 거야, 꼬옥 성공할 거야!”
그는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면서 하는 말이다. 스태프들이 그의 고성방가에 잠시 이어지던 술자리가 중단되었다. 많은 이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내가 정말 미안하다! 너무 고생들 시켰어! 흐흑, 근데 어쩌냐, 난 너희들 짊어진 사람이고 어깨가 이렇게 무거운데, 얼마나 무거운 줄 알아? 매일매일 촬영장에서 어깨가 지끈지끈할 정도라고오!”
그는 미안한 감정을 표출했다. 촬영팀 인원들, 배우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모습이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촬영팀 여러부우운! 미안합니다, 못난 감독 만나서. 비 오는 날 누구는 감기 걸리고 온도는 40도까지 올라가고! 누구는 집에 안 들어온다고 마누라한테 혼나고! 또 누구는…… 여자 친구하고 헤어지고. 잠도 못 자고 촬영만 하고. 끄윽!”
그도 감독인지라 스태프들의 고충을 알았다. 이번 촬영 도중, 어떤 이는 비 오는 날 마이크를 들고 서 있다가 다음 날 40도까지 오르는 고열을 맞이해야 했으며 어떤 이는 밤샘 촬영에 마누라에게 박박 바가지를 긁히고, 한창 연애할 스태프들은 피곤함에 여자 친구도 만나지 못해 이별해야 했다.
그 때문에 미안 했다. 분명 좋은 장면을 원해서, 자신의 성격상 수도 없이 반복 촬영을 진행하였다. 그런데도 누구보다 잘 따라와 준 촬영팀 인원들, 배우들이 고마웠다.
그러나 그건 촬영팀 인원들도,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와의 촬영은 분명 힘이 든 것이었다. 다른 감독들보다 훨씬 까탈스럽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확실히 주장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덕분에 환상적인 장면이 하나하나 잡혀 나갔다.
“감독님도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혔잖아요!”
음향감독이 침울해진 분위기에서 소리쳤다. 자신들만 그렇듯 고생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문 감독이 실실 웃었다.
“에이, 문 감독님만큼 마음고생 심하게 하고 고생한 사람이 있나.”
임의진이 몸을 일으켜 그를 부축해서 하는 말이었다.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짝짝짝짝짝짝!
촬영팀 인원들이 한입 모아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쳐줬다. 그는 그들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이래서 나는 감독하나 보다…….’라고 중얼거린다.
감독은 무척 힘이 드는 직업이다. 영화가 망하면 망한 대로 큰 압박감을 받아야 하였고, 100명가량의 촬영팀 인원들을 총감독하는 것도 감독이라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렇듯 보람이 있다, 자신을 믿어주는 촬영팀 인원들이 있었고, 자신을 위해 고생해준 배우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을 응원해주는 100여 명의 그들이 있다.
그 때문에 문 감독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환상을 느끼곤 한다.
그는 빙긋 웃으면서 다시 주르륵 자리에 앉았다. 촬영팀 인원들의 박수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어느덧 문 감독은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잠시 침울했던 회식 분위기가 다시금 활기를 찾았다.
-영화 42.195㎞ 시사회 코앞, 많은 사람이 시사회 이벤트 응모. 개봉 앞두고 관심 뜨거워…… (중계 일보 유가희 기자)
자폐증을 앓는 청년, 철인 3종 경기를 최연소로 완주해낸 박형진 군을 롤모델로 둔 실화 영화 42.195㎞가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본래 장애인에 관련한 영화는 국내에서는 대부분 부진한 기록을 냈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벌써 수많은 이들이 예고편을 접하고 어서 빨리 개봉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으며, 42.195㎞의 감독인 문정흠 감독은 3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이렇듯 문정흠 감독이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 42.195㎞는 신인 배우인 강민후가 출연하여 열연하였다.
처음 우려의 목소리가 컸으나 신인 배우 강민후는 한 인터뷰에서 촬영 도중 부상 투혼을 하였던 것을 밝힘으로써 이슈를 받은 바가 있으며 마라톤을 소재로 한 영화이니만큼 준비 과정 중 꿈의 기록 42.195㎞를 서브쓰리로 달성하여 더욱 큰 이슈를 산 바가 있었다.
얼마 전 강민후에 관한 인터뷰에서 그는 ‘너무나도 즐거웠던 촬영이다. 힘든 만큼 보람찼고, 많은 이들이 봐주고 사랑해주었으면 한다. 장애인은 모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어딘가 부족할 뿐. 그 부분을 이 영화를 통해서 느껴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하였다. 한편, 이번 영화의 시사회에 벌써 수많은 응모자가 몰리면서……(중략).
벌써 시사회를 앞두고 수많은 사람이 응모한 상황이었다. 이번 영화의 시사회는 수차례 진행이 된다. 일반적인 시사회. 그곳에는 다른 배우들이나, 각 배우의 지인들 일반 시민들 등등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열릴 시사회는 말 그대로 특별 시사회였다. 제작사 측에서 장애인들을 따로 초청하여서 열 예정의 시사회였으며 그 외에도 수차례의 시사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한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이번 시사회에서 벌써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1관의 경우 기자들과의 인터뷰 및 그들의 영화관람 평가가 있을 것이며, 2관의 경우 기자들 몇몇과 더불어서 VVIP 시사회라는 개념으로 배우들이나 그들의 지인들, 각종 고위급 인사 측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각종 화환이 보내지고 있었으며 수많은 기자가 왔다. 200여 명. 엄청난 숫자의 기자들이었다. 1관은 기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았다.
찰칵찰칵.
수도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배우들과 감독은 눈이 아플 지경이었고, 공식적인 인터뷰가 45분간이나 치러진 상황이었다. 인터뷰가 끝이 나고 배우들과 감독들은 밖으로 나섰다.
1관에서의 인터뷰 후, VVIP인 2관으로 넘어가서 배우들 소개와 더불어서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이나 배우들의 의견 등을 말하게 될 것이고, 이곳에서 배우들, 감독들도 함께 영화를 상영하게 될 것이었다.
배우들과 감독들은 2관의 앞에 섰다. 1관의 경우 기자들을 대접하는 자리였다면 2관의 경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유명한 감독들, 배우들, 고위층 인사들, 그리고 촬영팀 인원들의 지인들이 방문하게 될 예정이었다.
하나둘 방문하기 시작하는 배우들을 향해서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도착하는 연예인들은 42.195㎞의 촬영 배우들과 악수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며, 각 배우의 지인들도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아드을.”
“엄마.”
그중에는 민후의 어머니도 있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에 어쩔 줄을 몰라 두리번거리다가 민후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안녕하세요.”
어머니의 방문에 문 감독은 손에 묻은 땀을 닦으면서 악수를 청하며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머니는 가게에서 함께 일하시는 직원 한 분과 함께 오셨다.
배우들이 어머니에게 최대한 깍듯하게 인사했다. 어머니는 몸 둘 바를 몰라 하였고, 민후는 괜스레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민후는 들어가기 전 어머니의 귀에 말했다.
“엄마 자리가 되게 잘 보이는 자리야.”
“그럼, 이 영화 주연 엄마인데 그 정도는 앉아줘야지.”
어머니는 그의 말에 빙긋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배우가 입장하고 있었고, 연이어 민후는 계속해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신인 배우인 민후의 첫 영화 데뷔작인 42.195㎞를 관람하기 위해 함태웅 대표도 임경우와 함께 왔다.
“기대가 많습니다.”
“하하, 기대하는 만큼 부응하죠.”
함태웅이 문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주 잡아 준 문 감독은 빙긋 웃었다. 이내 함태웅과 임경우가 민후에게로 다가왔다.
“자신 있나?”
“네, 자신 있습니다.”
“지켜보지.”
“잘 보마.”
“예, 교수님.”
태웅의 물음에 민후는 당차게 답했다. 자신 있었다. 이번 영화, 충분히 대표인 함태웅이든 임경우든 만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황제 소속사의 인원들을 제외하고도 민후가 긴장하게 된 이유는 최고 나라당의 대표인 박이인 대표가 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경호원 몇 명을 이끌고 들어왔다.
그녀는 전 대통령인 박정이의 딸이었다. 현재 최고 나라당 대표로서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해 보였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장애인을 소재로 한 이번 영화에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눈에 띈 이는 바로 42.195㎞를 경계하기 위해 온 이들이었다.
그건 바로 도원빈과 더불어서 최준영 감독이었다.
최준영 감독은 영화 ‘최고의 친구’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인물로서 이번에 감독으로서 데뷔하는 첫 작품인 ‘나의 형’이라는 작품의 개봉을 앞둔 중이었다.
도원빈과 손을 맞춘 그는 도원빈 말고도 ‘공동경비 지역’이라는 영화로 크게 핫하게 떴던 배우인 인하진과도 손을 잡아서 ‘나의 형’이라는 작품을 찍었는데, 이 영화 역시도 우연히 인하진이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민후가 알기로는 나의 형은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17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하니, 두 배우의 출연이 묻히지는 않는다 할 수 있었다.
“작품 잘 보겠습니다, 감독님.”
“어, 그래. 원빈이 다음에 술 한잔해야지.”
“예.”
도원빈과 최준영 감독이 42.195㎞의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덧 도원빈이 민후의 앞으로 다가왔다. 저번 태극기 펄럭이며를 촬영할 당시에 도원빈은 후줄근한 군복 차림에 검은 때가 묻은 메이크업 상태였다.
그러나 그때 보았을 때도 ‘참 잘생겼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머리에 왁스를 하고 선뜻 꾸민 모습을 보니 ‘확실히 잘생겼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도원빈을 개인적으로 민후가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는 그것보다는 도원빈이 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에서 보면 그도 참 대견하다 싶었다.
“저희 저번에 본 적 있었죠.”
도원빈은 민후의 앞으로 다가와서 빙긋 웃었다. 실상 태극기 펄럭이며 당시 엑스트라로서 인상에 남았던 강민후라는 이가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문정흠 감독의 작품을 찍게 된 것은 도원빈도 놀란 사실이었다.
그가 처음 논스톱 5에 나왔을 때 서로 만날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이렇게 빠르게 이어질 줄은 전혀 예상 못 했었다.
도원빈은 강민후라는 배우의 성장성에 놀라고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도 꽤 컸다.
분명 한석민 감독님과 함께 본 강민후는 엑스트라 임에도 불구하고 총검술을 연습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이 깊었던 사람이었다.
“영화 재밌게 보세요.”
민후는 빙긋 웃어 보였다. 도원빈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작은 웃음을 지었다. VIP 시사회 시간이 다가왔다. 문을 닫고 배우들과 감독이 자리에 올라섰다.
오늘은 박형진 군이나 그 어머니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특별 시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다.
“문정흠 감독이라고 합니다.”
짝짝짝.
시사회의 무대 위에서 문 감독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해 보였다. 아무래도 평소보다도 더욱 떨릴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너무나도 중요한 스타들과 사람들, 고위급 관직자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사회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기자들 200여 명에 상당한 숫자의 응모자들 때문에 수용인원을 늘린 바가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서 수많은 스타와 갑작스러운 고위급 관직자들의 참석 의사 때문에 이렇게 VVIP라는 개념의 시사회를 공동 진행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그만큼 수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일일 수도 있었다. 일단 그 대표적인 예가 최고 나라당 박이인 대표와 그 외의 관직자들이다.
물론 어쩌면 이 영화가 큰 관심을 샀고, 장애인을 소재로 한 만큼 관심을 끌기 위한 일인지도 몰랐지만, 그들이 참석해주었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조차도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좋지 않아요, 어린 학생들은 입이 가볍고, 쉽게 뱉어내죠. ‘아, 더러워.’, ‘아, 이상해.’, ‘뭐 저런 게 다 있지?’라고 말하죠. 어른들도 다를 바는 없어요. 단지,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 대부분 이들은 장애인을 ‘모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 42.195㎞를 위해 자료 조사하고, 수많은 이들과 만나보고 한 결과, 그들은 단지 모난 사람이 아닌,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팔이 불편하고, 다리가 불편하고, 단지 느린 습득력을 가진 것일 뿐,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존중받아야 할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봐주시는 수많은 관객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느끼며 감히 저처럼 생각해 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짝짝짝짝.
문 감독의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끝이 나고 이어서 임의진 선생님, 코치 역을 맡았던 이지우, 그다음 차례로 민후의 차례가 와 그에게로 마이크가 넘겨졌다.
“아직 실감이 나지를 않습니다. 제가 이렇듯 문정흠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참여하였다는 것이 말이죠.”
그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문 감독이 손사래를 친다.
“저도 느낀 게 정말 많아요, 사실 전 개인적으로 박형진 군을 찾아가 인터뷰를 해보기도 하고, 실제로 같이 달려보기도 했어요. 이번에 영화 촬영을 위해 ‘마이런’이라는 이름으로 마라톤이 개최되었습니다.
10㎞ 정도의 거리의 짧은 코스였지만 박형진 군은 정말 빠르면서도 페이스 유지가 철저했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다섯 살짜리 지능을 가진 청년의 페이스 조절이라니.”
민후는 형용할 수 없다는 듯이 과장해서 말했다.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한다.
“문 감독님 말씀처럼 장애인이라는 개념은 ‘모자란’ 개념이 아닌, 단지 불편한 것이라고 저 또한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고, 이 영화 정말 피나는 노력과 감독님, 촬영 스태프들이 온 힘을 쏟아부어 만든 영화이니 관객분들께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것을 장담합니다.”
민후의 인사말이 끝이 나고 배우들과 감독이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 환했던 불이 꺼지면서 스크린이 옆으로 넓어졌다.
영화의 상영이 시작되었다. 실상 민후나, 다른 배우들도 42.195㎞에 관한 인터뷰나 영화를 알리기 위한 스케줄 때문에 정작 편집과 음악 등 완성된 작품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 유원이 밥 먹었어?
뿌우웅.
-방구는 나가서 방구는 나가서.
42.195㎞는 초반에는 잔잔한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자폐증이라는 것을 웃음으로 내보이고 있다. 관객들은 ‘하하하’ 하면서 바이러스가 퍼진 것처럼 웃었다.
그리고 중반부는 유원과 유원의 어머니, 두 사람의 노력에 대해서 보였으며 코치가 그런 유원을 보면서 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모습을 잡았다.
후반부는 감동을 주 위주로 잡으며 얼룩말이 유원과 함께 달리는 듯한 특수효과를 사용함으로써 이목을 끌었다.
꾸준히 관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만큼 관객들이 몰입하고 있다는 증거였으며 민후도 찍을 때와는 다르게 이렇게 보니 느낌이 달랐다.
실상 한 신을 찍더라도 수차례 반복되는 촬영, 이렇듯 영화로 나온 것은 보면 다른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물며 자신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이니 더욱 그랬다.
상영이 끝이 나고 스크린이 다시 좁혀지면서 불이 탁 켜졌다. 다시 감독들과 배우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들이 올라서자 관객들로부터 박수가 퍼졌다. 문 감독이나 배우들은 그들의 그 박수에서 만족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조심히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문 감독은 그런 관객들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둘 관객들이 여운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서둘러 그들도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나서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표정을 살폈고, 수많은 이들이 재밌게 봤다면서 인사를 건네었다. 특히나 최고 나라당 박이인 대표는 문 감독이나 배우들과 일일이 악수를 해 보이면서 ‘정말 재밌었고, 뜻깊었습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리고 민후는 이 자리를 계기로 수많은 선배 배우들과 스타들에게 얼굴을 내보임으로써 점수를 땄다. 수많은 톱 배우들이 민후의 연기에 대해 극찬하는 태도를 보였다.
실제 시트콤 하나밖에 출연하지 않았던 민후의 수준 높은 연기는 그들을 다소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던 것이고, 매니저 정수의 번호를 따가는 다른 매니저들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원빈과 최준영 감독도 나서면서 밝은 표정이다. 도원빈이나 최준영이나 자신들이 이번에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너의 형’으로 이 작품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했을 정도다.
물론 개봉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나, 확실히 민후가 알기로 ‘너의 형’은 42.195㎞를 이기지 못한다. 특히나 최준영 감독은 문 감독의 신인 배우 강민후의 캐스팅이 획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모 아니면 도인 신인 배우의 출연. 42.195㎞가 촬영되면서 강민후의 미칠 듯한 노력과 열정, 연기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최준영 감독이다. 더불어서 직접 영화를 본 결과, 그는 신인답지 않은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자신이 본 이 영화는 흥행의 가능성이 무척 컸다.
“다음에 또 뵀으면 좋겠어요.”
민후가 빙긋 웃으며 한 말이다. 도원빈도 그러면 좋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도원빈은 이번 영화를 끝으로 내년에 현역으로 입대를 하게 될 예정이었다. 즉 ‘너의 형’ 다음으로 2년 후에나 그와 다시 마주할 날이 생기게 된다는 의미이다.
도원빈은 2년이 지난 상태에서의 강민후는 대한민국에서 의젓한 배우가 되어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드을, 영화가 너무너무 좋다.”
어머니도 직원분과 함께 나오시는데 눈이 퉁퉁 부으셨다. 아마도 훌쩍이던 사람 중에 어머니도 함께이신 듯했다. 어머니는 민후의 연기에 큰 감탄을 하였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기는 하였으나, 실제로 고등학생 시절에는 연기 학원에 딱 하루 갔었던 아들의 연기력이 무척 뛰어났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그와 가깝게 지냈던 그녀는 민후가 수도 없이 노력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논스톱 5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몰입감에 혀를 내둘렀다.
실상 논스톱 5는 명쾌하고 간략한 진행인 것에 반면 42.195㎞라는 영화는 감동성과 연기력을 중점으로 두고 있었기에 더욱 생동감 있는 표현과 더불어 배우나, 감독이 서로가 만족할 때까지 반복 촬영하였기에 누구라도 만족할만한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사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곧 42.195㎞라는 영화가 전 국민에게 찾아갈 것이었다. 시사회의 반응이 뜨거웠던 만큼, 민후는 42.195㎞를 통한 힘찬 도약을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