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강민후
3
박민규 장편소설
1장 42.195㎞를 위해서 달린다(2)
그녀는 집으로 방문해주기를 원했다. 민후는 자신이 음식을 대접할 의향이 있었지만, 그녀는 보여줄 것이 많다면서 집으로 오라고 청하였다. 민후는 그에 흔쾌히 수긍하였다.
그녀는 민후를 무척 반겼다. 그리고 42.195㎞라는 영화를 촬영하려 한다는 문정흠 감독의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때는 집에 돌아와서 형진을 껴안고 펑펑 울었을 정도였다.
너무 기뻐서였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이들에게 자신과 아이의 노력을 알릴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자폐증을 앓는 이를 두고 있는 부모로부터 큰 힘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크게 인터뷰에 힘썼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시나리오 집필에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42.195㎞의 주연 배우를 맡게 된 민후가 직접 인터뷰를 요청하자 좋다고 하였다.
실상, 그 영화를 이끄는 이는 감독이지만 스크린으로 보는 이는 배우인 민후였다. 형진 군의 어머니 김미희는 그에게 많은 것을 들려주고 싶었고, 그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보였으면 한다.
형진 군이 사는 곳은 아파트였다. 아파트 한편에 매니저인 정수와 함께 도착했다.
밴을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아파트는 조금 낡은 아파트였다. 301호로 도착한 민후는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네, 네! 집 안에 있습니다! 네! 네! 누구지이?”
벨을 누르자 안쪽에서 형진 군으로 추정되는 이의 독특한 음성이 들렸다. 곧이어 문 앞에 누군가 바짝 선 것을 민후는 알 수 있었다.
“누구야! 모르는 사람, 문 열어주면 안 된다고 엄마가 그랬어!”
“어머, 형진아. 아니야. 오늘 오신 중요한 손님이셔.”
“엄마, 엄마 손님이야? 엄마 손님이면 내 손님-!”
안쪽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다 문이 열렸다. 민후는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안녕하세요.”
“예, 반가워요. 들어오세요.”
그녀는 밝은 미소로 두 사람을 맞이해주었고, 낯선 사람의 방문에 형진 군은 그녀의 등 뒤에 숨어서 빼꼼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크게 났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 아마도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식사 안 하셨죠? 두 분 이 오시면 함께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밝게 웃었다. 형진은 여전히 경계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다가 민후와 눈이 마주치더니 휙 하니 자신의 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가 버렸다.
민후는 방 한구석에 조심스럽게 자신이 가져온 음료수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는 아늑한 집 안을 둘러보았다.
집 안의 한구석에는 초코파이 상자가 쌓여 있었으며, 각종 영양제와 아몬드 등도 보였으며 한쪽에는 선반에 이제까지 형진 군이 받은 트로피와 메달이 화려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민후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그것들에 다가갔다.
“형진이 꺼야, 손대지 마!”
흠칫!
민후는 어느새 뒤쪽에 나타난 형진이 경계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손을 떼어내었다. 음식을 준비하시던 어머님이 그 모습을 보시곤 웃으신다.
“저희 형진이가 메달이나 트로피 관리를 철저히 하거든요. 저도 못 만지게 해요.”
“아,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닷!”
민후가 정중히 형진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자 그도 맞추어 고개를 숙인다. 자폐증을 앓는 청년 형진을 실제로 보니 무척 많은 생각이 스치는 민후다.
그는 트로피, 메달,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면서 작게 웃었다. 어느새 그녀가 다가와 식사를 하라는 말을 하였다.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간 두 사람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죄송해요.”
“아니요, 아니에요. 뭐, 2인분 더한다고 집이 거덜 나나요? 호호!”
그녀의 재치 있는 말에 그나마 한결 나아졌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은 조금은 묽어 보이는 된장국에 야채류의 음식이었으며 닭고기가 놓여 있었다.
운동하는 형진을 위해 매일 이런 식사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입맛에는 맞을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민망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서 연신 ‘맛있네요.’라고 말했다. 확실히 그녀의 음식 솜씨는 좋은 편이었다. 민후는 식사를 하면서도 형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싫어, 콩 싫어.”
“이거 콩 먹으면 엄마가 다 먹고 초코파이 줄게.”
실제로 극 중 유원이 영화 속에서 좋아하는 초코파이, 짜장면, 김밥 등의 음식은 그녀가 감독에게 알려준 것이었고, 실제로 시나리오에서도 그것을 반영하였다.
“코옹, 초코파이 줘야. 흡!”
뿌웅!
“대?”
그런데 애석하게도 시나리오 속에서 웃음 짓게 만드는 장면 중 하나인 유원이 식사 중 방귀를 뀌는 것 역시도 시나리오에 실제 반영된 것인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힘을 주더니 방귀를 힘차게 뀌었다. 민후와 정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바, 방귀 소리가 참 우렁차네요.”
“호호, 저희 형진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잘 안 들어요.”
그녀가 민망한 듯 웃었다. 식사를 끝내고 차 한 잔을 두고 탁자에 마주 보고 앉았다.
형진은 계속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초코파이 한 개를 쥐여주자 얌전해졌다.
그녀는 곧 자신의 방에서 갖은 것들을 들고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평소 형진의 습관 등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폐증을 앓는 이들의 행동 경로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대부분 아이가 뺏기는 것을 싫어해요. 예를 들어서 먹을 걸 줬는데 다시 가져간다고 하면 화를 내죠. 간혹 불안함이 많은 애는 할퀴거나 꼬집기도 하는 경우도 많아요. 한데, 만약 다 큰 사람들이 그러면 정말 참기 힘들죠.”
그녀의 말에 민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였다. 하나하나 빼놓을 수 없었고, 그녀도 세심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곧 일기장을 펼쳤다.
시나리오에도 형진 군의 일기장이 존재한다. 그녀는 일기장을 보다가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옆에 앉아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형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저희 아들이 이 일기장 혼자서 쓰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인 줄 아세요?”
그녀의 물음에 민후도 정수도 고개를 저었다.
“10년이 넘어요. 평소 일반적인 아이들이 글을 떼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하여서 10년이 넘게 걸린 것 같아요. 그리고 마라톤을 시작하면서부터 일기장을 제대로 쓰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설명을 해주다가 그때를 생각했는지 목이 메었다. 자신의 아이가 일기장을 혼자 쓰는데 걸린 시간은 10년이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몇 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지능의 형진은 1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하물며 그 이유 중에는 아이가 모든 것을 거부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였다.
형진은 모든 사람과 벽을 쌓았다. 그 때문에 텃새도 심한 편이었고, 다른 자폐아 이들보다도 더욱 짜증이 심하였으며 키우는 것이 힘이 들었다.
그러다 시작하게 된 달리기 이후로 부쩍 형진은 어머니인 그녀를 잘 따라와 주기 시작했고, 텃새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아이를 바르게 이끌기 위해서 운동을 시키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것이 수년이 되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아이는 정상인들도 해내지 못한 철인 3종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최연소로 거둬낸 것이다.
그녀는 확인해 보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민후는 천천히 한장 한장 일기장을 넘겼다. 그 일기장을 보면서 민후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형진이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파악했다.
일기장에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참 많았다. 마라톤 대회에서 메달을 따니 엄마가 좋아했다, 무엇 무엇을 하니 엄마가 웃었다. 등등의 이야기가 일기마다 빠짐없이 등장했다.
다섯 살 지능을 가졌다고 한들 사랑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형진이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녀가 형진을 포기하지 않고 이토록 키워낸 원동력을 알게 된 셈이다.
형진에 관한 인터뷰는 민후에게도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인터뷰였다. 어떠한 자세로 유원이로서 연기하면 되는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그 극 중 캐릭터가 될지에 대해서 깨우쳤다고 할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그녀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잘해주세요, 저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어요.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공손한 인사에 민후는 되레 머쓱해졌다. 그도 절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는데, 옆에서 형진도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부탁한다!”
라고 그렇게 말한다. 그나마 형진 덕분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이야기가 끝난 후 민후와 정수가 현관문 앞에 섰다.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가네요. 다음에 또 뵐게요.”
“예, 들어가세요.”
“엄마 손님 잘 가라-”
옆에 선 형진도 민후에게로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다. 민후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몸을 불안하게 떠는 형진은 그 인사를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나름 받아줬다고 생각한다.
현관문을 나서고 밴에 올랐다. 정수가 한숨을 깊게 쉰다.
“대한민국 어머니들 참 대단해.”
“그렇죠.”
“너 분발해야겠어. 어머님 만족하게 하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정수의 피식하면서 하는 말에 민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듯 42.195㎞는 영화 속 감동과 웃음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간절한 꿈이 담기기도 한 영화였다.
그 때문에 민후는 다시 한번 마음을 바로잡는다. 더욱 열심히 분발하여서 기필코 42.195㎞라는 영화를 훌륭히 찍어내리라 하고 말이다.
42.195㎞의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온 실정이었다. 촬영이 10월 중순부터 시작된다고 통보를 받은 바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9월 말이었다.
6개월가량 연습하면서 민후에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와있었다. 폐활량, 페이스 조절, 튼튼해진 다리와 마라톤에 특화되어버린 몸.
그의 현재 몸 상태를 말하자면 아마추어 마라토너라고 해도 될 정도로 멋졌다. 그리고 오늘의 경우는 우지욱 코치님의 제의 하에 인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다.
실상 우지욱은 민후를 지켜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마라토너로서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페이스 조절 능력, 올바른 호흡법,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한 침착함.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열정과 끈기였다.
어떤 것을 가르치는 이여도 열정과 끈기가 가득한 이에게는 끌리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함께 밥을 먹으면서 ‘되게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정말.’이라고 본인도 모르게 중얼거렸는데, 그에 민후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잘 찍어야죠.”
그는 민후의 본질이 그러하다고 판단했다. 분명 연기를 위한 연습이기는 하였지만, 연습뿐이어도 그는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하물며 마라토너로서의 욕심도 컸다.
취미로 마라토너를 해보라는 제의도 해보고 싶었지만 조금 힘들 것을 우지욱이 더 잘 알았다.
그는 배우였다. 그리고 자신이 예상컨대 이번 영화 촬영 이후 더 바빠질 것이다.
이렇게 노력한 그의 작품은 흥할 것이라고 영화에 관련한 것을 잘 모르는 우지욱조차도 그렇게 예상했다. 그는 하루하루 바쁜 삶을 살기 시작할 것이고 실상 마라톤을 취미로 할 시간도 없어질 것이다.
무척 탐이 나는 인재이긴 하였지만,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무척 사랑하고 있어서 프로 마라토너의 길을 추천하지도 못한다.
단순히, 자신이 가르치는 이들에게 ‘강민후라는 배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어, 내가 가르쳤는데…….’ 하면서 경험담을 들려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와의 시간은 제작사로부터의 물질적인 보상보다도 민후라는 배우를 만났다는 것이 ‘더’ 값진 것 같았다.
민후에게 인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이 자신이 얼마만큼 달릴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이었으며 유원이로서의 완전한 몰입을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면 언제든, 자신은 유원이다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다. 극 중 캐릭터의 완전한 몰입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 흥행하였던 영화 ‘하드 보이’에서 주연을 맡았던 손남원이라는 배우는 과거 양아치 배역의 연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촬영을 위해서 촬영장에서든, 일상적인 생활에서든 바닥에 침을 찍찍 뱉고 욕을 습관화하였다.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으면 그는 ‘연습하고 있다’라고 하였고, 사람들은 ‘오-’ 하면서 놀라워했다. 물론 연습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양아치 적인 행동을 합리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의 인품을 알고 있는 실정이었고 인품 좋은 그가 그런 행동을 보이자 의아해했다.
실제로 이렇듯, 작품에 들어가기 전 그 극 중 역할을 흉내 내며 완전히 녹아드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마라톤도 민후는 자신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유원이로서 한번 임해볼 생각이었다.
유원이는 이 마라톤은 서브쓰리로 완주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오늘 민후의 목표도 서브쓰리다.
실질적으로 현재 서브쓰리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신체적 영단의 효과와 능통함의 영단의 효과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것들은 남들보다 잘하게 하는 것일 뿐, 수년을 고생했던 이들을 몇 개월 만에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상식 이하의 일들은 힘들었다.
인천 마라톤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서 KBC 방송 팀과 MBS방송 팀이 왔다. 카메라가 돌고, 허공으로는 시간이 좀 지나면 마라톤을 하는 이들을 촬영하기 위해 헬기가 잠시 뜰 것이다.
그리고 민후의 경우도 그를 취재하기 위해 몇몇 기자들이 왔다. 42.195㎞라는 자폐증 청년을 소재로 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마라토너처럼 연습을 가하였고, 또한 그로 인해 마라톤에 출전한 민후는 흥미로운 소재 거리임이 분명하였다.
“오늘 어느 정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나요?”
중계 일보의 유가희라는 이름표를 단 여성의 물음이었다. 키가 작고 아담한 귀여운 상의 여성이었다. 민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구급차에 안 실려 가면 그나마 좋을 것 같아요.”
“하하하.”
“호호.”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주위의 기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능청스럽게 웃은 그는 자신의 오늘 목표는 ‘마라톤 완주’라고 밝혔다.
실상 서브쓰리를 노리고 있기도 하였지만, 그렇게 인터뷰를 하면 괜히 기사를 본 마라톤을 하는 이들에게 ‘몇 개월을 한 녀석이 서브쓰리? 가소롭네.’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를 한 상황에서 정말 혹여라도 민후가 마라톤을 서브쓰리로 완주하면 더욱 큰 이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 같은 경우는 민후에게만 치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민후를 지켜보기 위해 오늘 함께 온 우지욱 코치에게도 기자들 몇 사람이 다가갔다.
아무래도 우지욱 코치의 경우 국내에서도 알려진 마라토너이자, 마라톤 관련 소설을 꽤 많이 저술하였고 또한 강민후라는 배우를 그가 코치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슈가 될 만한 일이었다.
“우지욱 코치님이 생각하시는 강민후라는 배우는 어떤가요? 잘 따라와 주었나요?”
“어- 잘 따라와 주었냐고요? 솔직히 제가 다른 배우들은 만나보지 못하였지만, 이번 영화의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죠?”
“마라톤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그만큼 달리는 법을 알고 습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강민후 군의 경우 단 5개월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 방법을 정말 놀라울 정도의 운동신경으로 빠르게 습득하였죠. 열정과 노력이 대단한 친구입니다. 실상 배우만 아니었다면 제가 프로로 키워주겠다고 낚아챘을 건데 말이죠.”
인터뷰에서 우지욱은 민후에 대한 칭찬을 주야장천 늘어놓았다. 기자들은 그것을 빠르게 적으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이기에 바빴다. 인천 마라톤 시작 30분 전, 민후와 우지욱 코치는 더 이상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준비를 시작하였다. 우지욱은 평소 일렀던 것을 반복해서 말하였다. 최대한 신중하게 뛰어라, 다른 누군가 앞질러 간다고 그와 경쟁이 붙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실제로 우지욱이 아는 유명한 마라토너 후배 중에 아직 20대 후반의 조금 젊은 녀석이 있었다. 녀석은 대단한 실력으로 세계권 마라톤 대회에서도 상을 휩쓸 다리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수많은 이들의 관심사를 산 그는 정작 세계 마라톤 대회에서 유럽 쪽 마라토너 선수가 그를 도발하듯 하며 앞질러 가자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고 달렸다.
그 때문에 완주는커녕 탈진하여서 떨어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갔다는 그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마라톤에서는 페이스 조절은 꼭 필요한 일이다.
“천천히 달려, 꼭 완주하진 못해도 괜찮아.”
첫 마라톤 출전인 만큼 스트레칭을 도와주면서 우지욱이 한 말이다.
“예.”
그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음을 느낀 민후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천천히 신중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그는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곧 방송이 나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출발선 앞으로 서기 시작했다. 오늘 참가자들의 수는 총 1,100명 정도 되었다. 상당히 많은 숫자였다.
타앙!
화약총이 터지면서 사람들이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9월의 말에 접어든 오늘은 평소보다 선선한 날씨였다. 17도. 뛰기에 큰 무리가 생길 날씨는 아니었고, 해도 뜨겁지 않았다.
물밀 듯이 몰려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내달리기 시작하였고, 역시나 초반에 출발을 하며 달리는 무모한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민후는 달리기 시작한 순간 자신이 연기할 유원이가 되었다. 유원이가 된 그는 그처럼 달리기 시작하였다. 이젠 완전히 그처럼 달리는 노하우에 익숙해져 버린 그였다.
또한, 이젠 달리라고 하면 본인도 모르게 어느새 유원이처럼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 강민후다.”
“어, 진짜?”
“안녕하세요.”
달리던 도중 민후와 비슷한 또래의 대학생들이 보였다. 아마도 마라톤 완주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참가한 학생들 같았는데, 달리는 민후를 보면서 반가움을 표출했다.
그러나 민후는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오로지 온 신경을 마라톤에 집중해야만 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면 말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러면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자신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학생들을 발견하지 못한 척하였다. 학생들은 장난스럽게 느릿느릿 달리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천천히 뛰는 민후도 그들을 앞지를 수 있었다.
그러다 뒤쪽에서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달리는 자세가 되게 이상한데?”
“그러게, 뭐지? 강민후가 아닌가?”
그들의 웃음소리에 민후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달렸다. 몸에서 열이 후끈후끈 오르기 시작하며 호흡이 거칠어지려고 한다. 호흡이 거칠어지려고 하면 더욱 천천히 뛰면서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는 평소 성격처럼 무척 침착하게 뛰었다. 그리고 달리는 내내 주위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앞만 보면서 뛰었다.
한 시간이 경과하였다. 어느새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점이다. 그는 달리면서 종이컵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와아아!”
“강민후 씨, 힘내요!”
“오오오!”
시민들이 환호 소리를 보낸다. 그와 더불어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민후는 컵 하나는 머리에 뿌리고 한 컵은 단숨에 마신 후 바닥에 버렸다.
그는 계속 달렸다. 달리다 보니, 구급차가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빠르게 지나간다.
“구급차, 누가 아프다.”
그는 유원이처럼 아주 작게 중얼거린다. 구급차는 빠르게 사람들을 제치고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이동했다. 아주 잠깐의 관심만 주고 그는 계속 내달렸다.
2시간째가 되자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예 벌러덩 드러누워 버린 이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걷기 시작한 이들의 경우 아마도 취미로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실상 2시간 20분부터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나, 프로 마라토너들의 시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는 여전히 달렸으며 수분이 부족할 때는 물을 마시고 몸에 뿌림으로써 목을 축이고 열기를 식혔다.
“강민후 씨, 힘내요!”
“화이팅!”
걷기 시작한 수많은 시민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달리는 강민후를 응원하고 있었다.
민후는 그들을 불안한 시선으로 두리번거리듯 하고는 여전히 달렸다. 어느새 정말 마라토너다운 이들만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틈에서 달리는 민후. 그가 달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일이었다. 그와 맞추어 달리던 서른 중반으로 추정되는 선글라스를 끼고 다부진 다리를 가진 분께서는 민후를 보고는 빙긋 웃더니 등을 두들겨주신다.
그러더니 그대로 민후의 옆에서 함께 뛰어주시기 시작하였다.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더 힘내자고.”
실상 그와 함께 달리는 마라토너는 아마추어 마라토너 대회에서도 수상한 경력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강민후를 알아보지는 못하였다.
단지, 한 청년이 불안한 시선 처리를 하면서 지쳐가고 있자 그의 옆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확실히 민후는 지쳐가고 있었다. 신체적 영단과 능통함의 영단으로도 수년간 노력한 이들은 이기기 힘든 것이었다. 그는 정신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옆의 분 덕분에 더욱더 힘이 솟는 기분이다.
페이스메이커는 분명 그 속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듯 힘이 들어 포기하려는 이의 옆에 달림으로써 그 오기를 자극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마추어 마라토너 대회에서는 이런 이들을 자주 찾아볼 수가 있었다. 다른 이와 일부러 함께 달려주는 ‘프로정신’의 마라토너들 말이다.
두 사람은 거의 나란히 내달렸다. 그 모습이 보는 이들이 웃음을 짓게 만들 수 있는 모습이다. 남성의 경우 아직 어린 20대 초반의 이가 이 정도까지 왔다는 것에 내심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민후 정도면 엄청난 성적이었다. 특히나 나잇대를 본다고 가정한다. 물론 민후 나이의 프로 선수들은 그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어떤 젊은이들이 마라톤에 흥미를 느끼고 이렇듯 열심히 달린다는 말인가.
쉽게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대견하여 남성은 그와 달리는 것에서 나름 즐거움을 찾고 있다.
어느새 결승선에 거의 다 와 간다. 민후는 정신을 바짝 잡았다. 서브쓰리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완주는 꼭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었으며, 체력은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서 몸에 착하고 달라붙어 불쾌지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다리는 지끈거리고 있었고 허리에도 작은 통증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달렸다. 그의 노력에 맞잡아 주는 것인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을 감쌌다.
어느덧 결승선이 보였다. 그의 얼굴로 작은 웃음이 맺혔다.
“결승선- 결승선-”
그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옆의 남성도 결승선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달렸다. 곧이어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지나쳤다. 결승선을 지나치자마자 민후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자신을 도와준 남성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자신은 이렇게 빨리 도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성격상 완주는 했을 것이긴 하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아직도 극 중 유원의 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벌러덩 드러누운 상태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유원이처럼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남성도 힘에 부친 듯 양 무릎에 손을 얹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아하아, 젊은 친구가, 잘 뛰네. 하아하아.”
그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결승선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우지욱 코치가 다가왔다.
“2시간 59분 23초! 2시간 59분 23초라고!”
“네?”
민후는 그의 말에 거친 숨을 몰아쉬다 말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서브쓰리였다. 모든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꿈꾸는 서브쓰리. 그것을 강민후, 그가 달성한 것이다.
이건 놀라운 일이자 대단한 일이었다. 민후는 기뻤다. 실상 서브쓰리를 달성하고 싶은 욕심은 컸지만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함을 품고 있었다. 무척 간발의 차이로 한 달성이기는 하였으나 정식으로 마라톤을 배우기 시작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그로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빛을 발휘했음을 안다. 노력은 역시나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뭘 내가 한 게 있나.”
민후는 다시 한번 남성에게 연신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실상 그가 아니었다면 민후는 서브쓰리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 확실하다.
“어- 이게 누구야, 이거 김정길이 아니야?”
“형님이셨습니까?”
한데 우습게도 우지욱 코치와 안면이 있는 사이인 듯싶었다. 두 사람이 악수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자네가 옆에서 같이 뛰어 줬구먼.”
“형님이 맡은 아이인 줄 알고 제가 솔선수범했을 뿐입니다.”
“녀석, 입담도 여전하구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후는 우지욱 코치가 건넸던 생수 한 병을 단숨에 들이켰다. ‘크-’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제야 정말 살 것 같다는 표정이다. 고생했다는 듯이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저쪽에서 민후의 기록을 확인한 기자들이 ‘2시간 59분!? 강민후 씨가!?’이러면서 후다닥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조금 쉬고 싶었지만, 그들이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확실히 기자들에게는 더욱 놀라운 취잿거리가 생긴 것이다. 42.195㎞라는 영화의 준비를 위해서 마라토너 트레이닝을 받았던 배우가 수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꿈인 서브쓰리를 달성하였다는 것은 말이다.
“저 친구한테 왜 저렇게 기자들이 많이 붙지?”
“뭐야, 자네 모르고 같이 뛰었던 거야? 저 녀석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이야.”
“연예인이요?”
김정길이라는 사람은 민후를 취재하기 위해 달려드는 기자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에 우지욱에게 물었다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에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이 친구도 참 TV 좀 보고 살지그래. 광고에도 몇 번 나오고 하드만.”
“하하, 연예인인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히야, 근데 연예인인데 되게 탐나네요.”
“그치? 근데 물 건너갔다. 마라톤보다 배우가 좋단다.”
“왜요, 한번 꼬셔보시지.”
김정길은 진심으로 해보는 말이다. 안타깝다는 표정의 우지욱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배우가 좋다는 놈 마라톤 강요해봤자 뭐가 좋겠냐. 억지로 하는 건 절대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어.”
“웬일로 명언이시네요, 하하.”
김정길은 그의 말에 털털하게 웃었다. 민후는 여전히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기에 바쁜 모습이다.
-영화 42.195㎞에 캐스팅된 배우 강민후, 얼마 전 열린 인천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쓰리 달성하여…… (김재민 기자 하늘일보)
논스톱 5로서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한 배우 강민후, 배우 강민후는 이번 연도 2월 중 42.195㎞의 영화에 캐스팅됨으로써 많은 사람의 이목을 살 수 있었다.
캐스팅된 강민후 씨는 울트라 마라토너 선수로서 이름을 날렸었던 우지욱의 지도 하에 트레이닝을 6개월 정도 꾸준히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얼마 전 열린 인천 마라톤 대회에서 강민후는 42.195㎞를 2시간 59분 23초에 들어가면서 명실공히 서브쓰리를 달성하였다.
서브쓰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 선수들이 꿈꾸는 기록이다. 이 이름만으로 자부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으며 서브쓰리는 시간적, 체력적으로 상당히 쫓기는 기록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6개월간의 트레이닝만으로 해낸 강민후를 전문가들은 대단한 운동신경을 가졌다라고 호평하고 있다.
강민후의 트레이닝을 맡았던 우지욱 코치는 이에 ‘강민후 군은 평소에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으며 가르치는 동안 한 사람의 프로 마라토너를 가르치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우지욱 코치는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각종 마라톤 관련 책을 저술하고……(생략).
민후가 서브쓰리로 달성한 것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었다. 특히나 스포츠에 관련한 관계자들, 국민에게는 관심이 컸다. 그만큼 민후가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서브쓰리를 달성해낸 것은 충분히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해도 될 정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덧 42.195㎞의 촬영 날이 바로 코앞으로 한층 다가왔다. 코앞으로 촬영이 다가온 만큼 문정흠 감독은 모든 배우가 한 자리에 모여 친목 겸, 앞으로의 영화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를 청하였다.
아무래도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딱딱하게 사무실 같은 곳이 아닌 고급 한식집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민후는 밴을 타고 이동하여 한식집 앞에 도착했다. 종업원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그를 안내했다. 옆으로 미는 형식의 문이 열리고 민후가 들어갔다. 안으로는 현재 문정흠 감독만 먼저 와 있는 상황이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민후는 꾸벅하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민후도 조금 일찍 온 편이었는데 먼저 와 있는 그 때문에 되레 의아했다. 잘 살펴보니 시나리오들을 재검토하고 있었다.
“앉지.”
민후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 시나리오들을 훑어보던 문 감독은 시나리오를 덮어 가방에 넣고는 그를 보면서 물을 한 모금 마셔 입을 축였다.
“이번에 인천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쓰리를 달성했다고?”
“네!”
그는 크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자신이 해낸 일 자체가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일이었으며 본래 그는 어른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당차고 깍듯했다.
문정흠은 그에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문 감독도 그에 관한 기사를 확인하고는 무척 놀란 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라톤에 무지한 이들이었다면 서브쓰리가 어떠한 것인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영화의 촬영을 마라톤에 관련하여 조사한 것이 상당히 되었다. 그중에는 서브쓰리에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기에 그도 다른 이들 못지않게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서브쓰리는 정말 힘든 경지였다. 전문적으로 6개월 만의 트레이닝만으로 해내기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턱없이 부족하다 할 수 있었다.
문 감독은 큰 내색은 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벌써 촬영될 영화에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서브쓰리를 달성해준 배우가 촬영해주는 42.195㎞라 기대할 만하였다.
속속들이 하나둘 배우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오늘 유원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인내환은 일정 상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오늘 참석한 이는 문정흠 감독님과 민후, 유원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임의진 선생님, 유원의 코치 역을 맡은 이지우와 유원 동생 역할인 박정현 등이 있었다.
이지우의 경우 임의진과 마찬가지로 중역 배우로서 의진 만큼의 활달한 활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평소 악역을 주로 맡아서 연기하기도 하였으며 연기력으로는 꽤 호평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박정현의 경우 올해 민후와 동갑이었다. 잘생긴 얼굴과 큰 키, 뽀얀 피부는 꽃미남형 얼굴이다. 실제 영화에서 유원으로 인해 반항아적이지만 속내는 형을 누구보다 아끼는 동생으로 열연할 예정이었다.
모든 이들이 자리에 모이자 식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민후는 자신과 함께 촬영을 진행할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인 정현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정현은 조금 까칠한 성격인 듯하면서도 민후가 하는 말마다 답변해주면서 웃기도 하고, 작은 농담을 던지기도 하였다. 촬영장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인 만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들 모두 잘 보셨나요?”
식사를 진행하면서 문 감독이 배우들을 둘러보면서 한 말이다. 임의진이 그에 ‘당연한 걸 묻고 그러세요, 감독님.’ 하고는 답한다.
실상 영화 준비 기간은 6개월이나 될 정도로 길었었다. 모든 시나리오를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배우가 자신들의 대본 정도는 외우는 것이 맞았다.
간혹 너무도 바쁜 삶을 살아가는 톱 배우들의 경우 미리 외워놓지 못해 촬영장에서 바쁘게 외우는 경우도 생기기는 하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민후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4일 만에 모두 외워버렸고, 그런데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틈만 나면 그것을 읽었다.
그는 머리에 완전히 그것을 입력시키기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을 수도 없이 시간 날 때면 반복하고 있다.
“모든 배우분들께서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배우분들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식사가 끝이 나고 정훈은 입가를 냅킨으로 닦으면서 배우들에게 격려의 말을 하였다. 42.195㎞의 감독인 문정흠이 여느 영화보다 관심이 큰 만큼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었다. 다른 배우들도 그래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들도 그러겠다는 듯이 굳은 의지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문 감독이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고 첫 촬영 날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배우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그들은 촬영이 시작되면 민후의 새롭고 놀라운 모습들을 속속들이 발견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