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최고의 소속사, 최고의 매니저
7월 날씨가 눈에 띄게 무더워졌다. 본격적인 여름 날씨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서울도 30도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민후는 괜찮았다.
현재 논스톱 5의 촬영이 5개월간 이어지면서 이젠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이 이번 연도 최고의 시트콤으로써 자리를 잡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촬영의 경우 민후가 한 회를 담당하게 된 회였다. 오늘 회의 제목은 ‘막동이가 막순이를 만났을 때’라는 회였다. 강민후는 국민 아역 배우 출신 막동이였으나 커서는 단역배우에 그쳐 있는, 그럼에도 지기 싫어하고 잘난 척이 꽤 있는 역할을 맡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회의 경우 특별출연이 존재하였다. 논스톱 4의 경우 한창 잘 나가다가 부진한 스토리의 지속으로 인하여서 한 번 주춤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하차한 배우가 있었고, 그 때문에 논스톱 4팀의 김택일 PD는 새로운 캐릭터를 출연시키기로 결정하고 캐스팅에 들어간다.
그렇게 하여서 캐스팅된 이가 한예지라는 배우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로서 역시나 그녀도 신인 배우였는데, 돋보이는 캐릭터의 개성으로 논스톱 4의 부진해지려는 시청률을 다시 잡으면서 논스톱 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였다.
그녀는 논스톱의 종방 이후에도 논스톱을 촬영할 당시의 인기를 그대로 안고는 상당히 떠오르는 신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이번 회의 촬영분에 특별 출현으로 그녀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과거 강민후가 막동이였던 시절 함께 촬영을 진행하였었던 아역 배우인 막순이로 나오게 되는데, 강민후라는 역할이 이젠 단역배우, 나쁘게 말하면 엑스트라로서 전전하는 인생이 된 반면 그녀는 숙면도 취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톱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 영화에서 다시 만나는 것으로 이번 회가 시작되는 것이었으며 본래는 한예지가 강민후를 첫사랑으로 생각하였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짧은 회였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만들려고 겨냥하고 있었다.
민후의 경우도 한예지라는 배우와의 첫 대면이었으며 더군다나 현재는 논스톱 5의 촬영 멤버가 아닌 특별출연자였기 때문에 그녀에게 질 수 없어서 평소보다 한 시간가량은 더욱 대본을 들여다보고 연습하였다고 할 수 있었다.
촬영장으로 역시나 민후는 평소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그런데 촬영장에 도착하자 한예지라는 배우가 먼저 와있었다. 의외였다. 그녀는 꽤 스케줄이 많을 신인일 것이다.
논스톱 4로 흥행하면서 여전히 그 인기를 끌고 있으니 말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촬영장으로 온 민후는 일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태프들과 웃음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는 한예지라는 배우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그녀가 빙긋하고 웃었다. 확실히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더불어서 170㎝ 가까이 되는 키와 몸매 비율이 상당히 돋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정말이네요?”
“역시 강민후.”
김택일이 한예지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계를 확인하였다. 민후는 의아한 표정이다. 사실 한예지가 촬영장에 일찍 온 이유는 과거 함께 일을 하였던 배우로서 촬영팀 인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논스톱 4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상당히 푼수기 있게 느껴졌던 캐릭터와는 달리 그녀는 상당히 예의 바르고 얌전하였으며 배우로서 누구보다 크게 노력하는 여성이기도 하였다.
그것이 그녀만의 성공 비법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김택일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거 민후가 올 때가 되었네?’ 하고 중얼거렸었다.
그녀도 촬영 시작 시간을 알고 있었고, 한 시간가량이 남았기에 의아하게 ‘아직 촬영 시간 안 되었는데요?’라고 묻자, 택일이 빙긋 웃으며 그에 대한 칭찬을 줄줄이 늘어놓은 것이다.
그 때문에 한예지도 민후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생겨 있었고, 택일의 말처럼 촬영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온 그를 보고는 화색을 보인 것이다.
잠시 김택일 PD가 촬영 장비를 점검하기 위해 움직였다. 민후는 그녀와 한 번 대본을 맞춰보고 싶었고 그것을 그녀에게 청했다.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고, 두 사람은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본을 맞춰보았다.
그녀는 강민후라는 배우가 듣던 것처럼 상당히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서 꼼꼼하였고, 대본 하나를 읊어도 그는 확실하게 읊기를 원했다.
분명 자신도 신인이기는 하였지만, 그보다는 일찍 배우로서 데뷔하였으나 그녀는 대본을 읊는 것만으로도 자신 본인이 그에게 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대본을 읊으면서도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그려질 듯 생동감 있게 대본을 읊는 것이다.
어느덧 촬영장으로 오늘 촬영을 진행할 배우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민후가 그녀와의 촬영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배우들도 상당히 낯설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구민정과는 두 사람이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막동이였던 민후를 첫사랑으로 두게 된 한예지라는 역할은 이번 회에서 그를 만나게 되고, 또 톱스타로써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스케줄을 모두 펑크 내고 민후와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녀는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벗어던진 스케줄에 후련한 모습이다.
그리고 민후도 그런 그녀와의 데이트가 상당히 즐거운 모습을 연출하였다. 그러던 중 포장마차에서 함께 떡볶이와 순대를 먹던 두 사람이 여고생들에게 ‘한예지’라는 톱스타임이 들키게 되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도망쳐 멀지 않은 곳의 창고로 숨게 된다.
예지는 그와의 추억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간접적으로 자신이 좋아했던 마음을 밝힌다.
그리고 창고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을 둘러싼 것은 벌떼 같은 기자들이었고, 두 사람의 스캔들이 퍼진다.
민후는 그녀가 자신과의 스캔들로 인해서 CF며 드라마며, 상당한 것들로 피해를 보게 됨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하여 그녀와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굳힌다.
두 사람이 함께 카페에서 만나고 민후가 그녀를 떨쳐내야 하는 신을 촬영하여야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민후가 그녀에게 독설을 하는 대본이 적혀져 있었고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민후는 어제저녁 이것을 중점적으로 연습하였던 바가 있었다.
<그가 만나자는 말에 카페로 온 그녀는 기쁜 기색이었다. 스캔들로 하여금 CF나 혹은 드라마 촬영에 대한 제재가 강하였지만, 그녀는 그것보다는 강민후라는 배우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에 더욱 행복하다는 모습이었다.
“어제 많이 놀랐지, 미안해 귀찮게 해서. 그래도 나 잠적했던 거 되게 잘한 거 같아. 그렇게 해서 너 만났잖아. 민후야, 우리 이제 자주 만나…….”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이었다. 묵묵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민후는 그녀의 말을 끊는다. 자신도 그녀가 좋았다. 그녀와 더욱 자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와 만나서는 안 되었다.
자신은 한낱 단역배우일 뿐이다. 톱스타라는 이름을 가지고 사는 그녀와는 달랐다. 그녀의 성공을 위해서 그녀를 떼어내야 했다.
“이제 우리 그만 만나자, 야 솔직히 나 너랑 친하게 지내면 떡고물이나 떨어질 줄 알았는데, 떡고물은 무슨 괜히 귀찮아지기만 하고 너 만나는 것도 되게 시시해질 것 같아.”
“뭐라고?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그녀는 놀란 음성으로 묻는다. 그도 자신을 만나서 좋아한다고 여겼다. 첫사랑이었던 막동이 강민후가 자신의 연인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러나 그가 내뱉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네가 나한테 뭔데, 네가 뭐 나한테 배역이라도 하나 물어다 주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지.”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성난 표정으로 ‘이것밖에는 안 되는 놈이었어!?’하고 말한다.
그는 실소를 흘린다.
“내 진짜 모습 봤으면 이젠 그만 가보시죠, 톱스타님.”
그는 손을 휘휘 젓는다. 귀찮다는 모습이다. 화가 난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선다. 민후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다. 거짓 마음을 말하는 것은 어린 그에게 무척 힘든 것이었다.>
촬영이 끝났다. 이번 신의 경우 민후의 냉랭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아픈 그의 진심을 보여야 하는 신이었기도 하였다. 시트콤일 뿐이었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연기하였다. 한예지, 그녀가 상당히 놀랄 정도로 말이다.
시트콤은 가벼운 짧은 코미디 드라마다. 그렇기에 이런 신도 대부분 가볍게 진행한다. 그러나 민후의 진중하고도 또한 확실한 연기실력은 그녀도 진심으로 임하게 만들었다. 새삼 그녀가 감탄할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 회의 촬영이 모두 완료되고 배우들이 하나둘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한예지는 돌아가기 전 촬영팀 인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였으며, 민후는 직접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오늘 수고했어. 다음에 또 보자.”
그녀는 빙긋 웃었다. 대본 연습을 하면서 괜찮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가 먼저 말을 놔도 된다고 하였다. 머쓱하게 말을 놓던 모습이 예지의 머릿속에 아직도 어른거린다.
그녀는 그를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한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왠지 민후라는 아이가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녀는 갖는다.
* * *
황제 소속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민후의 오디션 결과에 대한 통보였으며 황제 소속사 측은 강민후를 일대일 면담 후에 소속사의 소속 인원으로 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후는 실상 황제라는 소속사가 바라보는 관점을 모두 깨우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소속 인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거의 서 있었으며 결정적인 이유가 함태웅이 제시하였었던 ‘미친 연산군 연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 당시 본인은 스스로가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20살 어린 청년이었지만 미쳐가는 왕 연산군에 대한 표현을 적절하게 해냈으며 우수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자신한다.
그가 보인 연기는 그 나이의 또래의 인원들이 갑작스럽게 주어진 그것을 해보라고 할 때 거의 100이면 100이 제대로 해내지 못할 연기일 것이었다.
그는 평소보다는 조금 긴장되고 기뻤다. 황제 소속사가 있는 건물의 앞으로 도착한 그는 잠시 그곳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다시 일하게 될 그곳 황제. 마치 그리웠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그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갖은 컴퓨터와 더불어서 꽤 많은 인원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으며 그들을 지나쳐 가면 ‘대표실’이라고 적혀진 곳이 위치해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강민후라고 합니다. 오늘 계약 때문에 이야기하는 거로 되어 있어서요.”
“아……!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민후를 이끌고는 대표실 앞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가 정중하게 노크를 하자 안쪽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들어가세요.”
사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선 민후는 중앙에 위치해 있는 소파와 더불어서 소형냉장고와 에어컨, 큼지막한 풍경화와 황제를 대표하는 간판 배우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검은색 명패에 ‘대표 함태웅’이라고 적힌 자리에 앉아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안경을 끼고 업무를 처리하던 그는 민후가 들어오자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를 잠시 바라보던 함태웅은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 여기 커피 두 잔만 가져다줘.”
그는 수화기를 집어 들고 말하고는 갈색 서류봉투를 한 손에 들고는 안경을 벗으며 민후의 맞은편에 앉았다. 민후는 꼿꼿이 자세를 하였다.
오늘 일부러 정장을 입고 왔다. 함태웅이 좋아하는 깔끔한 패션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마저도 태클을 걸었다.
“어디 대기업 면접 가나?”
그에 민후는 어색하게 웃을 뿐 답변하지 않았다. 곧 여비서가 커피 두 잔을 가져와 두 사람의 앞에 놓았다. 그는 갈색 봉투를 열어서 계약서를 꺼냈다. 계약서는 황제 소속사 계약서와 더불어서 매니지먼트 기획 계약서가 함께 동봉되어 들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내밀었다.
민후는 일단은 그것을 확인하였다. 황제 소속사는 무조건 돈을 목적만으로 하는 회사는 아니었다.
그 때문에 신인들에게도 꽤 대우가 괜찮은 편에 속하는 회사였고, 민후는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직 사인하라는 말을 태웅은 하지 않는다. 그는 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허공에 연기를 내뿜으면서 그는 민후의 얼굴을 살폈다.
“딱히 고칠 곳은 없네. 피부 관리만 꾸준히 받으면 될 것 같고, 몸은 좀 좋은 편인가?”
“예.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괜찮은 편입니다.”
“지 입으로 또 지 몸이 좋다네?”
태웅은 그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 웃었고, 민후도 속으로 그를 곱씹었다. ‘네가 물어봤잖느냐, 태웅아.’ 태웅은 본래의 강호에게는 형님 형님 하던 소속사 대표이기도 하면서 동생이었다. 그리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은 그 속은 무척 따뜻한 녀석이다.
민후로서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형님, 형님’ 하던 녀석의 어린 소속원이 되어보니 말이다.
“장시간의 연기 트레이닝은 필요 없을 것 같고, 딱 한 달만 트레이너 붙여줄 테니까 같이 연습해봐. 부족하면 계속 연습하는 거고, 괜찮다 싶으면 매니지먼트 통해서 스케줄 잡히기 시작할 거야.”
민후의 경우 오디션을 볼 당시 연기 지망생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신인 배우로서 소속사가 필요한 이였다.
그 때문에 현재 연기는 크게 입증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기 트레이닝을 따로 장기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태웅의 생각이었으며 옳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계약서 작성하기 전에 하나만 확실히 하지.”
그는 목 쪽을 긁어대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첫 운을 떼었다.
“이건 힘들어서 안 찍겠습니다, 저건 뭐가 많습니다. 혹여 나중에 이름 있는 배우 좀 된다고. 이건 제 스타일 아닙니다. 그딴 건 우리 소속사에 없다.”
함태웅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엄포를 놓았다. 민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이 소속사의 이름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하물며 소속원들 역시도 가벼운 이들이 아니다. 이곳 소속 배우들의 대부분이 무척 바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배우로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며 소속사 측도 때문에 그런 그들에게 적지 않은 후원을 보인다.
또한 소속사 측이나 매니저들이 알아서 아니다 싶은 작품은 아예 배우들에게 내놓지도 않는다. 배우들은 소속사에 예의를 갖추며 소속사 측도 배우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
이러한 소속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녹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견뎌야 할 것도 많아질 것이었다.
“네.”
그 말을 끝으로 태웅은 휘휘 손을 저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라는 모습이었다. 민후는 침착하게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지장을 찍었으며 매니지먼트 계약서에도 사인을 하였다.
태웅은 그것들을 쭈욱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한다, 나의 노예가 된 것을.”
웃자고 하는 말 같기는 하였는데, 그의 표정이 딱딱했기에 진심으로 말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저 민후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면서 태웅과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앞으로의 활동 방면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꺼내기도 하였다.
“올해 스무 살이던가?”
“예.”
“흐음…… 괜찮은 작품 있는데 한번 고려해 봐라.”
민후는 의아했다. 계약서 작성한 지 이제 30분 지났다. 그런데 작품을 고려해보라니. 그가 의아해하자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42.195㎞라는 마라톤을 주제로 한 실화 작품이다.”
그가 내뱉은 영화에 민후는 그의 의미심장한 뜻을 알아차렸다. 42.195㎞는 ‘유원’이라는 지체 장애를 가진 스무 살 청년의 마라톤 인생을 그린 이야기였다.
극 중 ‘유원’이라는 청년은 얼룩말을 좋아하고, 초코파이, 짜장면 김밥을 좋아하는 역할인데, 함태웅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이유는 ‘마라톤’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마라톤이라는 것을 소재로 하였다면 그것은 그만큼 달리는 신이 많다는 것이다. TV에서 보이는 10초간 배우가 뛰는 장면. 실제 그 뛰는 장면을 위해서 한 시간가량을 헥헥 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이 배우들이다.
그런데 마라톤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촬영 때마다 말 그대로 주야장천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촬영장에서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초간 뛰는 장면을 찍어도 탈진하는 배우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것을 장시간 뛰어야 한다. 하물며 극 중 역할은 자폐증이 있는 청년이었다. 민후는 곧 ‘자식’ 하고 생각한다.
함태웅은 민후에게 과제를 내준 것이다. 자신들 황제 소속사가 그만큼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으며 그는 계약서 작성하기 전 말했다.
‘이건 힘들어서 안 찍겠습니다, 저건 뭐가 많습니다. 혹여 나중에 이름 있는 배우 좀 된다고. 이건 제 스타일 아닙니다. 그딴 건 우리 소속사에 없다.’
그는 그것을 단번에 제시한 것이다. 마라톤이라는 소재의 영화는 많은 배우가 꺼릴 것이다.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하물며 마라톤과 자폐증을 접목한 영화가 과연 흥행의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배우들도 상당수가 있을 것이었으며 결정적으로 ‘달린다’라는 개념이 너무 힘이 드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태웅은 마침 알고 있던 ‘42.195㎞’를 민후에게 제시하는 것일 거다. 그는 잠시 민후를 살펴보았다. 이 녀석이 신인이어서 멋모르고 하겠다, 부터 할 수도 있다 판단한다.
그러나 민후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습니다. 너무 하고 싶어요.”
“뭐?”
그는 잠시 신인이 뭣 모르고 ‘마라톤’이라는 주제를 녹록히 보나 싶었다. 그에 녀석의 표정을 살폈더니 녀석에게는 흥분에 찬 표정과 더불어서 눈이 열정과 함께 다른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다.
‘강호 형님……?’
그는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속사의 한 인원을 떠올렸다. 다름 아닌 최강호였다. 자신의 소속사에서도 알아주는 국민배우였으며 자신이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였다.
최고의 연기력, 최고의 노력파, 최고의 배우! 그런 그의 눈빛과 민후라는 아이의 눈빛이 순간 겹쳐 보였다. 그리고 함태웅이 안타깝게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이 42.195㎞라는 영화가 시나리오로 젊은 배우들에게 돌고 있을 당시 힘들 것 같다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배우들과는 다르게 민후는 무척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었다.
그는 배우로서 무궁무진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자폐증을 앓는 마라톤 선수의 이야기를 자신이 한번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전혀 맞지 않아서 하지 못해 큰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소속사 측에서 자신에게 물어다 준다는 데 싫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오히려 환영하고, 벌써 ‘42.195㎞’를 생각하니 흥분이 몰려온다.
“일단 시놉시스다. 만약 촬영한다고 하면 내년 10월쯤부터 시작할 거야. 캐스팅은 내년 2월부터 시작한다고 하니까. 문제없지?”
그는 논스톱 5에 대해서 묻는 것이었다. 한 영화에 들어가면 작품을 두 개 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나 논스톱 5가 1년만 방영을 하고 종영을 할 것이었기에 내년 3월이면 종영하게 된다. 그리고 2월에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10월에 시작하는 이유는 그만큼 영화 제작사 측과 감독이 그 배우에게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8개월 동안 뛸 수 있는 최적의 몸을 만들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라. 작품성을 중점으로 둔 영화다. 그만큼 뽑는 배우도 뛰어난 배우를 뽑으려고 할 테니.”
그는 조금 민후를 무시하듯 한 말이다. 이렇듯 말한 이유는 그가 겸손을 차리게 하기 위함이다. 본인도 소속사를 운영하는 대표이다 보니 가끔 다른 소속사 신인들 만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요즘 신인들 싹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뭐 잘났다고 그렇게 자만함에 차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앞의 강민후라는 녀석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돌아가 봐. 그리고 오늘내일 중으로 소속사 애들이 연락할 거다.”
그는 휘휘 다시 손을 저었다. 민후가 나서고 그는 피식 웃으면서 이젠 식어버린 커피로 입술을 적셨다.
그는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강민후라는 배우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물며 영화 ‘42.195㎞’의 경우도 그러하였다.
물론 그는 신인 배우이기는 하나 자신의 앞에서 대단한 연기력을 선보인 녀석이었다. 그라면 잘만하면 그 배역을 따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섰다. 때문에 그는 앞으로의 민후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되었다.
그리고 민후의 경우 막중한 과제를 받은 것과 같았다. 만약 자신이 오기로 그 작품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었어도 그 작품을 하기에 앞서 대표인 함태웅에게 자신의 노력을 보여야 하였다.
소속사와 계약이 되었다고 한들 최고의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속사에서 대기하라는 말이 떨어지면 꼼짝없이 그 배우는 대기하고 작품을 하여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수많은 소속사에서 이러한 방식을 신인 배우들에게 접목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이 어떤 잘난 배우든, 어떤 연기를 보였든 2년이라는 시간을 잡는다.
1년 동안 연기 학원 및 몸을 관리시키고 1년이라는 시간을 공백 기간을 갖게 한다. 1년을 공백 기간으로 가지게 하는 이유는 그들의 거만함을 꺾기 위함이었다.
1년 동안 참지 못하고 소속사를 박차고 나가는 신인 배우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나서는 이들을 소속사는 막지 않는다. 그들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서였다. 배우는 오랜 시간 숙성될수록 그 맛이 더해진다.
실제로 둘러보면 20대 초반의 배우 중 잘나 가는 배우들은 있지만 ‘아……! 그 연기 잘하는 배우!?’ 하고 각인되는 이는 없다. 그리고 그 잘나가던 배우들이 한순간에 홱 하니 꺾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꺾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본인의 자만심 때문이었다. 자만감은 절대 쉽사리 보여선 안 된다. PD든 감독이든 누구든 배우계는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고 소문이 한 번 안 좋게 나면 그대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잘나 간다 한들 다른 작품에 출연하지 못하면 묻히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1년도 참지 못하고 박차고 나가버리는 신인 배우들이 배우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배우는 기다림의 노고였다. 물론 톱배우들에게는 기다리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다.
그러나 인지도 높지 않은 이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은 상당한 곤욕의 시간이었다. 배고프고 춥고 고생길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기고 1년을 만약 기다렸다 친다면 그는 어느 정도 기다림과 참을성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나마 민후의 경우는 이렇게 대기시키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42.195㎞라는 시놉시스를 던져준 것도 그러했다. 그를 대기시키겠다는 것보다는 일단 그의 실력을 보자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민후도 그의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다.
“수고하세요. 수고하세요.”
민후는 밖으로 나서기 전 소속사의 관계자들에게 꾸벅 인사를 해 보였다. 그들이 어색한 웃음으로 살짝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앞으로는 그래도 한솥밥을 먹게 될 이들이었다.
인사를 끝내고 나서려던 민후는 안쪽으로 들어오는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를 확인하자 잠시 우뚝 멈춰 섰다.
언젠가 소속사를 드나들면 마주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였었는데 그것이 오늘일지는 몰랐다. 바로 자신 본인인 최강호였다.
최강호가 오자 많은 이들이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해 보였다. 그는 소속사 내에서도 덕망 좋고 소문난 독종으로 유명하였다. 그러나 독종이기는 하여도 한 사람 한 사람 잘 챙기는 성격 덕택에 관계자들이 상당히 그를 좋아하고는 하였다.
“식사들은 하셨는가 모르겠네.”
강호는 빙굿 웃었다. 그는 대표실로 가려고 하였다. 때문에 방금 대표실에서 나와 나서려던 민후와 정면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민후는 순간 당혹했다. 막상 자신을 만나니 평소 침착한 성격과는 다르게 당혹스러움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노련하게 수습하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신인 배우 강민후라고 합니다!”
“아하하, 그래. 오늘 새로 온다는 신인 녀석이 있다더니. 자네였구만. 그것보다 목소리 좀 낮추지, 다른 사람들 다 쳐다보지 않나.”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자신이 웃는 모습을 앞에서 지켜보니 새로운 느낌이다. 그를 보고 있자니 민후는 씁쓸함이 머금어졌다.
지금 최강호의 모습은 배가 나오고 주름이 가득 진 얼굴이다. 그러나 현재의 민후 안의 그는 젊고 탱탱하였다. 의아한 점이 있다면 저승사자가 언급하였던 죽음의 운명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죽음의 숫자가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최강호는 본래 죽을 운명이었다.
교통사고로 말이다. 그러나 그 당시의 영혼이 현재 민후에게로 깃들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날 자신이 사고를 당했던 날 결국 그가 죽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이 생겨나는 것인지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날’이 되어 봐야 하든가, 저승사자가 자신의 앞으로 나타나 봐야 풀릴 의문인가 싶었다. 그리고 설사 그가 죽는다고 할지라도 그에게 도움을 주어서는 안 되었다. 안타깝지만 운명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이 내키는 일은 아니었으나 거스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민후의 어깨를 한 번 두들겨 주고는 그대로 대표실로 들어갔다.
그가 대표실로 들어가고 민후는 그를 돌아보곤 소속사를 빠져나왔다.
* * *
함태웅이 민후에게 말하는 것은 틱틱 거렸으나 그를 소속사의 한 배우로서 인정하는 것 같았다. 민후에게도 매니저가 생겼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서 밴이 생겼다.
그리고 민후가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될 매니저를 누구보다 반겼다. 그는 민후 그 본인이 무척이나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서른한 살의 나이를 가졌다.
박정수라는 인물이었다.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무척 유명한 존재였다. 키는 177㎝ 정도였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이었는데, 그가 손을 댔던 스타들마다 꽤 크게 성공하였기 때문에 매니저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한 이였으며 민후가 그에게 끌린 이유는, 그가 진짜 ‘매니저’ 같았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그 사람을 관리하는 한편으로 그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배우와 매니저는 절대 뗄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 악덕 매니저들도 상당한 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도 신인 배우들을 맡고 있는 이중 그런 이들이 많았다. 매니저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 중 일부러 길거리 캐스팅을 하고 계약을 하게 되면 그들을 다른 소속사에 팔아먹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배우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스폰서를 구하여서 성관계를 알선시키는 말도 안 되는 행위를 저지르는 매니저들도 존재하였다. 스타의 세계는 양지와 음지로 나눠져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양지에서 활동하는 스타들은 대부분이 TV나 갖은 프로그램의 출연 빈도가 높은 이들이다. 그러나 음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경우 돈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매니저들은 스폰서를 구하게 되는데, 스폰서에는 종류가 다양하였다. 일약 갑작스럽게 주식 성공을 이뤄 부자가 된 졸부 출신과 더불어서 본래 재벌가나 혹은 이름 높은 회사의 높은 인물 등 돈 많은 이들이 스폰을 대준다.
그리고 몸이 팔리는 안타까운 연예인들의 몸값도 천차만별이었다. 적게는 수백 수천만 원에서 ‘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들은 억대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 연예인들이 애초부터 스폰서를 통하여서 수익을 내고 싶었겠는가, 아니다. 그들은 TV에 나오고 싶었고 당당하고 싶은 이들이다. 하나 그들을 매니저들이 이끌게 되는 것이고 그들은 결국 스폰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를 두고 후원을 받는 것이다.
그와 반면, 진실성 강한 매니저들은 자신들의 이득보다는 스타를 위하여서 산다. 물론 자신이 키운 스타가 크면 본인 스스로도 득을 보는 것이 많아지게 되기는 한다.
진짜 연예인들을 위하는 매니저들의 경우 단순히 운전만 하면서 택시 기사처럼 스케줄 장소로 데려다주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발을 벗고 뛰어다닌다.
어디 영화사에서 좋은 시나리오가 나왔다. 그들이 먼저 가서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자신이 맡은 배우에게 괜찮다 싶으면 앞서 이러이러해서 오디션을 보러 가자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CF나 프로가 있다고 하면 발 벗고 뛰어서 관계자들 감독들에게 출연시켜 달라고 요청하면서 그것을 따내면 ‘너 스케줄 잡혔어!’하고 진실 된 땀을 흘릴 줄 아는 이들 그들이 바로 진짜 매니저들이었다.
매니저는 곧 연예인들을 이끌어주는 동아줄과도 같았다. 그 동아줄이 썩어서 끊어지는 동아줄인지 아니면 충분히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는 매니저마다 다르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정수라는 인물은 끊어지지 않는 동아줄이다. 민후도 강호였던 시절 일주일 동안 자신의 매니저가 맹장 수술로 인하여서 어쩔 수 없이 대타로 박정수가 온 적이 있었다.
박정수도 한 번쯤은 최강호라는 배우를 맡고 싶었다고 그는 그렇게 본인에게 말했었는데, 일하는 것이 무척 싹싹하였고 열심이었다.
그의 밑에서 자라난 배우들이 어째서 인기 있는 배우들이 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알기로는 그도 그만큼 많은 배우를 높이 키운 것처럼 데인 것도 많은 걸로 안다. 연예인 중 가끔 매니저를 자신의 집 가정부처럼 부려먹는 이들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정수의 경우 현재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 중 한 사람에게 실수를 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그에게 헌신하였다.
하나 정작 연예인은 매니저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의 노력은 알아주지도 않은 채 소속사에 매니저 교체를 요구했다고 한다.
물론 그 연예인의 심정도 이해가 되나 매니저와 연예인은 서로 이해하고 돕고 아껴줄 주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민후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현재 민후는 논스톱 5의 촬영을 위해서 밴을 타고 헤어숍에 갔다가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매니저를 맡게 된 정수는 한 시간 일찍 가자는 말에 ‘그런가 보다’ 하였다.
조금 열심히 하는 녀석인가 싶었다. 확실히 그의 매니저를 맡게 될 때 황제 소속사 대표인 함태웅의 말이 있었다. 기대해도 될 신인이고 키울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가 예상하는 말일 뿐,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연기력은 괜찮았고, 모든 것이 좋아 보였으나 실제 성격은 모진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그는 일단은 지켜보자고 생각하였다. 그의 됨됨이가 제대로 된 이이고 키울 가능성이 크게 보인다면 그는 누구보다 크게 그를 위해서 노력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박정수라는 사람의 방식이었다.
밴에서 내리고 민후와 함께 내린 그는 함께 촬영장으로 향하였다. 촬영장으로 가는데 웬 젊은 스태프 한 사람이 민후에게로 다가오더니 주먹을 내보인다.
“왓썹맨!”
다름 아닌 촬영팀의 막내 장지훈이었다. 그의 주먹을 함께 쳐주면서 민후는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일단 여기까지는 박정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두 사람 친한 스태프 정도야 뭐, 있을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러나 촬영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뭔가 다른 배우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로 수많은 스태프가 웃으면서 반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불문하고 있었다.
“이 녀석!”
“윽!”
그때 누군가 다가와서 번쩍 민후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민후는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척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표정이 가득했고, 뒤를 돌아보니 촬영 감독이었다.
“너 소속사 들어갔다며 황제!?”
“네.”
“이야- 황제면 좋은 곳인데 신수가 폈구만.”
이런 장난까지도 서슴없이 행하는 스태프가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그는 많은 배우를 만나봤고 그중 스태프들과 꽤 친근하게 지내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민후보다는 스태프들이 오히려 민후가 오자 반기고 있었다. 그는 조금 그에 대한 흥미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식으로 생활을 하길래 이러한가 싶었다.
일단 스태프들은 신인 배우여도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수첩을 꺼내어서 ‘모든 스태프와 친하게 지냄’이라고 적었다. 일단 그는 수첩에 그에 대해서 적으면서 성격이나 행동 방향 등을 적어가고 있었다.
박정수도 매니지먼트에서는 상당히 아끼는 인재였다. 물론 이번은 함태웅 대표가 맡아달라고 직접 말했기에 맡는 것이었지만 태웅도 한 달간 지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이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민후가 자질이 남다른 신인 배우가 아니라 그저 그렇다, 라면 박정수라는 매니저가 아깝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정수, 그도 상당히 대단한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정수에게 한 달간 주어진 것은 그를 지켜보는 것이었으며 스케줄 같은 것은 들어오는 것이 아니면 자신이 찾아 나서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하였다.
민후에게 한 달은 말 그대로 소속사에 들어오게 됨으로써 지켜보는 연습생 과정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태웅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민후가 실력 있는 신인 배우라고 하더니 사실인 것 같았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두각을 드러내었다. 정수는 매니저일 뿐이었지만 연예인을 매니저 하기 위해선 촬영 장비나 현장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고 여겨서 그 부분을 공부한 바가 있었는데, 민후는 신인답지 않게 움직였으며 다른 배우들이 NG를 수시로 내는 것에 반면 그는 NG를 내지 않았다.
그의 컷에서 재촬영되는 것은 그가 만족하지 못하여서일 뿐이었다. 그는 수첩에 다시 한 가지를 적었다. ‘상당한 연기력’ 그는 벌써 그의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연기력. 그것 하나만으로도 민후는 지금 자신 나이 또래의 연기자들보다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그를 소속사에 있는 연기 지도실로 이끌었다. 보통의 소속사의 경우, 소속사 내부에 연기 지도실이 있지는 않다. 대부분 협력 되어 있는 연기 학원에 보내지고 그것을 소속사에서 전액 부담하기 마련이다.
황제 소속사만 특별하게도 소속사에 연기 지도실이 있는 것이었다. 연기 지도실에서 연기 지도를 받는 민후와 트레이너를 지켜보았는데, 민후는 트레이너를 당혹 시키는 질문을 많이 하였다.
당연하였다. 지금 받는 트레이너는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으며 일반적인 미숙한 신인들에게 주어지는 연기 지도였다.
민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고, 태웅의 경우도 한 달간만 지켜보고 부족하지 않다 싶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충분한 연기력을 가졌다고 해서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낭비할 마음은 없는 민후였다.
그는 자신이 트레이너보다도 좋은 실력이라 자부한다. 그러나 그와 자신의 방식은 다른 편이었으며 그에게도 배울 점이 있을 것이었다.
트레이너의 경우는 그에게 자신이 가르칠 것이 딱히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강민후가 매일매일 논스톱 5의 대본을 가져와 연습 상대가 되어달라고 하여서 되어주고 있었다. 트레이너가 본 민후도 뛰어난 배우였으며 그와 더불어서 열정이 넘치는 이였다.
박정수는 그에 ‘열정이 남들보다 큼’이라고 또다시 수첩에 한 번 적었다. 오늘 하루 딱 지켜보았지만 벌써 장점들이 수첩에 쭈르륵하고 적혔다. 하물며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냈던 그는 스태프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고 있었다.
촬영을 한다고 가정하면 촬영팀에서 그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어떤 식의 각도가 더 좋게 나올 거다’라며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는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기도 한편 그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영리한 배우인 것이다.
* * *
민후에게 주어진 과제 42.195㎞의 캐스팅. 물론 아직 강민후의 경우 신인이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에 몰입감 있는 연기력으로 감동을 보여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도 없고 연기가 전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민후의 경우 캐스팅이 힘든 상황이다. 소속사의 대표 함태웅도 민후가 만약 캐스팅을 따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민후는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한번 흥미가 동한 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캐스팅 오디션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벌써 생활 패턴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신의 신체의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그는 얇은 나시 티만 입어도 멋들어지는 팔 근육과 가슴근육이 두각을 보인다.
마른 체형이기는 하지만 틈틈이 다져진 몸은 결코 숨길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그는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여겼다. 영화에 나오는 극 중의 유원이는 자폐증이었다. 스무 살의 나이를 가졌지만 실제로 그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지능이다.
그러나 달리고 싶은 청년이다. 그런 유원이가 나시를 입고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팔로 울긋불긋한 근육이 보인다면? 상당히 매치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라톤 선수들의 경우 울긋불긋한 근육들보다는 오랜 시간 쌓아온 다리 근육과 신체 리듬감, 호흡이 발달이 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 중 누구를 찾아봐도 딱 한눈에 보았을 때 우락부락한 몸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민후는 지금 현재 캐스팅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캐스팅에서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3개월 정도면 다시 본래의 몸으로 돌려놓을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자폐증을 앓는 유원 같은 몸을 만들기 위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 그는 육식을 끊었다. 현재 펑퍼짐한 근육을 잠재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백질 흡수량이 줄어야 하였다. 때문에 채식 위주의 식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헬스클럽에서 되도록 웨이트 트레이닝을 자제하기 시작하였다.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러닝머신을 주로 이용하거나 혹은 한강 둔치를 달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연 그의 두각이 다른 이들에게 드러났다. 민후가 다니는 헬스클럽은 소속사가 지원하는 헬스클럽이었다. 일종의 협종 관계가 맺어진 곳이고 소속사 인원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민후 같은 아직 지켜보는 단계의 배우들의 경우는 소속사에서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었다. 그는 전에 다니던 헬스클럽을 관두고 이곳으로 옮기자마자 달리기를 시작하였는데, 사람들 전부가 혀를 내둘렀다.
그는 러닝머신에 오르면 40분가량을 뛰었다. 천천히 뛰다 빠르게 뛰고 계속 반복하였고 40분 뒤에 내려와 물을 한 잔 마시고 5분을 쉰 뒤에 다시 또 40분을 뛰었다.
하물며 그의 PT 전담을 맡았던 이는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트레이너였다. 그가 보았던 민후는 처음 왔을 때부터 몸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웬만한 몸 좋다는 배우들만큼 몸이 예뻤다. 떡 벌어진 어깨에 불끈 올라온 가슴근육과 팔 근육, 튼실한 하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몸이다.
그리고 PT를 진행하려 하니, 그가 ‘캐스팅 준비를 해야 해서 달려야 해요.’라고 말하면서 오래 달릴 수 있는 비결 같은 것을 물어보고 근육을 작게 하고 형체를 없앨 방법 등을 물어보더니 그대로 매일같이 하루에 1시간 20분씩 달리고 있었다.
‘독종.’ 그의 진가가 또 한 번 발휘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상 민후는 근육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미친 듯이 먹어서 살을 찌우고 지방이 많아진 상태에서 다시 살을 빼볼까 하였다.
그러나 현재 시트콤 촬영 중이었기에 마음대로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차라리 근육을 뺄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게 나았다. 아무래도 헬스클럽에 소속 배우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원부터 대표인 함태웅도 이곳에 다니기 때문에 그의 그런 모습이 단연 그들의 입에 입방아를 찧을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더욱 좋은 점은 그의 독종 어린 모습에 선배 배우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와 물어보고는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이 혹여 신인 배우인 민후가 자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여서 겉으로는 큰 칭찬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정녕 감탄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살을 빼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90㎏의 170㎝의 키를 가진 남성이 있다고 가정한다. 그는 살을 빼기 위해 러닝머신에 오른다. 그러나 30분마저도 지루해지기 마련이나 그들은 살을 빼서 화려해질 모습을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하며 운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민후의 경우는 뚱뚱한 체형도 아니었고, 살을 빼야 하는 신체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멋있는 체형에서 근육이 사라진 몸으로 만들기 위해서 한 시간 20분씩 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의 보람은 하루하루 변해가는 몸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후는 자신의 몸의 근육이 빠지는 것을 보아야 했다. 이것은 보는 입장으로서도 운동의 흥미를 잃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 힘들고 지루해 보이는 1시간 20분짜리 달리기를 매일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 정도 그 1시간 20분짜리 달리기를 통하여서 몸이 자리를 잡으면 유원이처럼 달리는 방법도 연습할 생각이었다.
유원이처럼 내달린다. 민후는 자폐증을 앓는 유원이 달리는 장면을 이미 스크린으로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배우도 무척 잘했지만, 자신이 하였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배우도 뛰어난 배우였다. 그러나 민후는 스스로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 유원이는 자폐증이다. 뛴다고 해서 일반인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뛰는 내내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시선은 불안하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뛴다.
그는 그것을 연습하려 하는 것이다. 실제로 민후 말고도 다른 배우들도 역할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몇 개월을 연습하는 배우들이 꽤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캐스팅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노력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만큼 민후가 42.195㎞라는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아직 지켜보기로 되어 있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되지 않았다. 이번 주가 지나면 딱 한 달이라는 시간이 채워진다.
민후는 어김없이 연기 지도실로 왔다. 트레이너와는 벌써 친한 형 동생이 되어 있었다.
그는 꽤 유명한 뮤지컬 단원의 팀이었다가 불화가 생겨서 그쪽 일을 그만두고 현재 이곳으로 넘어온 상황이었다. 영화, 연극, 뮤지컬. 실상 연기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이 같았다.
그러나 그 본질이 다를 뿐이다.
영화의 경우 카메라가 세심하게 잡아내기 때문에 작은 동작을 취한다고 하여도 신경써야 했다. 그에 반면 연극, 뮤지컬은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에 일부러 과장되게 큰 동작을 취한다.
실상 뮤지컬, 연극배우들이 카메라 연기를 하는 것은 미흡하다. 하나 민후를 가르치는 박태민이라는 이는 실제 드라마나, 영화에도 몇 번 나온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민후는 이젠 여기에서 논스톱 5의 대본 연습이 끝이 나면 태민이 관찰하고 평가해주는 식으로 유원이식의 연기를 들어갔다.
‘얼룩말, 얼룩말 예쁘다.’
라는 식의 유원이 말투를 흉내 내고 몸짓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상 트레이너인 태민은 그의 연기력이 뛰어난 것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끈임없이 노력하는 배우. 실제로 신인 배우 중 독기를 머금은 이들을 많이 봤지만, 그처럼 하는 이는 거의 보지 못한 태민이었다. 물론 그도 아직 경험이 많은 이는 아니었다. 고작 신인 배우들 연기 지도나 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민후는 이미 소속사 배우들이나 관계자들에게 ‘아, 그 미친 듯이 노력하는 애?’하고 소문이 났다. 이 소문은 좋은 것이었다. 그만큼 열심히 한다는 것이 이야기가 퍼졌다는 것이고, 민후에게로 들어올 제의의 폭이 넓어지고 평판이 좋아졌다는 것과 같았다.
“민후야, 여기 물.”
“크- 고마워요, 형.”
연기 지도를 끝내고 민후의 매니저인 정수가 다가와 500㎖짜리 생수를 건넸다.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켠 그는 메말랐던 목을 적시면서 감탄을 뱉었다.
정수는 그에 빙긋 웃었다. 한 달 가까이 지켜본 결과 그는 확신하였다. 이 녀석은 성공한다. 자신이 그냥 성공시킨 배우들처럼 성공했다는 개념보다는 더욱 큰 곳을 넘볼 녀석이었다.
이 녀석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메모했던 메모지에 수두룩하게 그에 대한 장점이 적혀졌다. 민후를 한 달 가까이 따라다니면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각할 때도 있었다.
물론 민후가 바쁘게 움직이면 그의 매니저인 그도 바빠질 수밖에 없고 피곤해진다. 그러나 민후를 따라다니는 것은 기뻤다. 자신이 맡은 배우가 스스로의 부흥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싫어할 매니저는 없었다.
그리고 그를 지켜보던 그는 결정하였다. 자신은 그의 매니저가 될 것이었다. 한 달이란 시간이 채워지면 함태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고 그의 매니저를 맡고 싶다는 의견을 확실하게 밝힐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를 키울 생각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보일 것이었다. 그리고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으리라 그는 다짐하였다. 그라면 가능하였다.
그리고 그는 일반적인 연예인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물론 정수를 매니저 이상으로 생각해주던 이들도 있었으나 결국 그들도 다를 것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민후는 다른 연예인들처럼 자신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커가는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하물며 그는 정수를 대할 때 똑 부러지게 대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친근한 동생 같은 모습도 항상 보였다.
그는 자신을 매니저가 아닌 한 사람의 친구로서 대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많이 데인 적이 있던 그에게는 그것이 새롭게 다가오고 녀석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게 생겨났다.
때문에 강민후라는 배우를 본인도 신뢰할 수 있었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연기 지도가 끝이 나고 민후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대표실로 노크를 하고는 들어간 다음에 꾸벅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대표님, 저 가보겠습니다.”
“여- 그래, 들어가라.”
태웅도 한 달간 그를 지켜보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가 건방만 가득 찬 신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의 노력에 대해서 그도 현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후는 이후에 소속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밴에 오르자 민후는 상당히 출출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을 확인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그가 운전석 쪽 시트를 잡으면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형, 저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뭐, 또 보리밥 뷔페?”
그의 말에 정수는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민후가 애교를 부리듯이 한다.
“가요, 혀어엉- 비빔밥 착착 비벼서 먹으면 크-!”
“내가 도대체 왜 너를 따라다니면서 나도 채식을 해야 하지? 난 고기 반찬 좀 있는 데로 가면 안 될까?”
“에이- 배우를 두고 다른 데 가서 밥 먹는 매니저가 어딨어요. 가요, 보리밥 뷔페로-!”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민후는 채식뷔페, 웰빙 뷔페, 보리밥 뷔페 등등을 자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매니저인 정수도 덩달아서 그와 식사를 할 때 대부분 채식 위주 식단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두 사람이 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웃음이 많다는 것은 한 달간 꽤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투덜거리면서도 정수는 피식 웃으면서 보리밥 뷔페로 차를 출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