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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최고의 라이벌은 최고의 친구이다 (1) (6/51)

6장 최고의 라이벌은 최고의 친구이다 (1)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논스톱 5가 드디어 첫 방영을 시작하였다. 방영을 시작하자 순조로운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14.5%. 그렇지만 첫 시작은 좋았으나 앞으로의 진행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논스톱 5. 순조로운 출발 시청률 14.5% 기록하면서 흥행의 성적, 그러나 신인배우들에 대한 우려.

(좋은일보 한국민 기자)

2000년도부터 방영을 시작하여 주말을 제외한 하루하루를 웃음꽃으로 물들였었던 청춘 시트콤 논스톱.

시청자들의 기대 하에 논스톱 5가 첫 방영을 시작하였다. 7회분이 방영된 지금까지 논스톱 5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 시청자들은 눈에 익지 않은 신인배우들의 등장에 혹여 그들이 논스톱 5의 시나리오를 쫓아가지 못할까 우려의 목소리가 큰 편이다.

그들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대하여서 시청률의 변동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논스톱 5에는 MC이자 개그맨으로 유명한 김용재가 하숙집 주인으로 출연하……(생략).

어쩌면 민후가 읽은 기사처럼 앞으로의 논스톱 5가 대박을 칠지 아니면 쪽박을 찰지는 신인배우들의 역량에 따라 달린 것일 것이다.

아마 다른 신인배우들도 근래에 자신들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을 알고는 긴장을 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현재 촬영은 꽤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젠 촬영장 내의 배우들과 형 동생, 친구가 완전히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그와 더불어서 민후의 경우 얼마 전에 처음으로 학교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논스톱 5의 첫 방영일은 3월 3일이었다.

그리고 민후는 당연하게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으며 3월 2일에 첫 대학교 생활을 시작하였다. 논스톱 5의 촬영은 실제 영화나 드라마같이 드세게 진행되는 편은 아니었다.

시트콤이라는 것 자체가 한 회를 캐릭터를 통하여서 웃음을 연발하게 만드는데, 그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매회 변하기 마련이었다.

그 때문에 웃음을 주는 캐릭터의 경우 그 회의 출연 횟수가 잦아 종일 촬영하여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배우들의 경우 다른 캐릭터가 그 회차를 맡아주면 하루에 2~4시간 정도의 느슨한 촬영이 가능하다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민후도 촬영시간이 겹칠 때가 아니면 학교에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민후는 학교에서는 이미 인기폭발이었다. 연극영화과에 다니고 있는 그는 이미 논스톱 5에 나오는 중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그가 부러우면서도 한편,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할 것이었고 그 때문에 그에게 다가오는 남녀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미모의 여성들에게 대시도 많이 받았다. 얼굴 잘생겼고, 성격 좋고, TV에까지 나오는 민후에게 그들의 대시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모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실질적으로 민후는 외적 모습에 반한 이들과는 전혀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들은 민후가 잘생겼고,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TV에도 나오니 좋을 뿐. 그것이지 않은가.

그런 이들과는 진정한 사랑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들과의 발전조차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후였다.

추후 만약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거나 혹은 자신의 외적 모습보단 내적 모습을 봐주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것 같기는 하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촬영장에 들어선 민후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스태프들이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본래 그의 촬영 시작 시각은 7시였다. 그러나 학교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촬영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배우고 있던 것 중, 검도와 불어는 수준급의 실력을 만들어 놓고는 그만두었다.

헬스클럽만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전히 다니고 있었다. 어디에서 갑자기 상체를 훌러덩 까게 될지 모르지 않는가.

그는 시간이 남을 때마다 본인의 촬영이 없다고 할지라도 촬영장에 왔다. 그에 김택일 PD는 의아해했다.

자신의 촬영도 없는 그가 촬영장에 매일같이 찾아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에 그는 ‘재밌어서’라고 표현하였다. 민후에게는 이것이 노는 것이었고, 이곳이 그에겐 요즘 아이들이 자주 가는 PC방이라는 곳과 마찬가지였다.

스태프들이나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는 것도 재미가 있었으며 이곳에 매일같이 오게 되면 촬영장 분위기와 촬영 방식에 대해서 깨우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찍는 촬영 장비, 음향기기, 조명 등의 쓰임새를 잘 알게 된다. 물론 민후의 경우는 거의 해당하지 않는 경우였다. 이미 모든 쓰임새를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으며 명칭까지도 외우고 있는 그였다.

이 경우 신인배우들이 자신처럼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그였다. 그렇게 되면 어색한 촬영현장의 분위기를 깨우치게 되고 스태프들도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할 터이니 말이다.

그리고 확실히 민후에게로 조언을 구하기 시작한 배우들은 열심히 하는 노력을 수시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민후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가 하면, 민후가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자 그들도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다가서기 시작하였다.

민후를 따라 하는 모습이 조금 우습기는 하였으나 그들은 지금 현재 완전한 신인들이다. 꼭 성공하여야 했고 다른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리고 스태프들의 경우도 배우들과 친해지는 것이 싫지 않았다. 그들도 좋았고, 그 때문에 촬영장은 항상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그런 열심히 하는 신인배우들의 틈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빛나는 것은 항상 민후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야, 형하고 쌈박하게 담배 한 대 피울까?”

촬영 첫날 본 적이 있었던 촬영팀의 막내인 지훈의 말이었다. 처음 민후를 어색하게 대했던 것에 반면 이젠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생처럼 그는 자연스럽게 말하였다.

민후가 화답하면서 그와 함께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민후는 촬영 셋째 날부터 촬영팀 인원들의 이름을 전부 외워버렸다.

때문에 누군가를 부를 때 ‘저 유재민 감독님’이라는 식으로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곤 하였다.

그 때문에 더욱 높은 점수를 따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민후가 지훈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길게 한 모금 들이마신 그가 민후를 보고는 실실 웃었다.

“넌 참 내가 봐도 대단한 놈인 것 같아.”

“네?”

뜬금없이 민후를 보며 하는 말에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훈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안 피곤하냐, 그렇게 살면?”

“피곤하긴요. 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뭘.”

확실히 다른 사람이 보는 민후는 피곤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학교도 가고 학교가 끝나거나 촬영이 있으면 곧장 촬영장으로 오는 그였다.

그 일을 주말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매일 반복하고 있는 민후였다.

그 말에 지훈은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어린놈이 참 대단하단 말이야. 으읏차! 나도 너처럼 살면 성공할 수 있겠지.”

지훈이 하늘 높이 양팔을 들어 올려 기지개를 켠다. 민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하는 자에게 필히 보답이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때마침 오늘 촬영이 있는 민준이 촬영장으로 매니저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민후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받지도 않고 지나쳤다. 옆에 있던 지훈이 헛바람을 뱉었다.

“저런 싸가지 없는 자식. 인사를 했으면 받아줘야지. 아오, 넌 저 녀석이 뭐가 좋다고 인사를 하냐.”

실상 민후는 그가 좋지는 않다.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무엇이 좋겠는가. 그러나 일단 외적으로는 자신보다 선배였으며 더불어서 그가 질 나쁜 배우는 아니라는 판단이 서서였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배우로서 살았고 질 나쁜 배우들을 한두 사람 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정말 배우로서의 자격이 있나 싶은 이들이다.

자신들의 배경을 이용하여서 캐스팅되기도 하며 돈을 이용하여서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사고는 한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배우들을 능멸하기도 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감독마저도 무시해버리는 질 나쁜 이들이 존재하였다.

그들과는 민후는 일체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자신을 능멸하려 했다거나 하면 민후는 그들과의 철저한 싸움을 하였고 항상 그 승자는 그였었다.

결국, 그들의 배경이 어떠했든 무엇이 그렇게 잘났든 그들은 강민후의 독종성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준한테는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았으며 실상 그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대기업의 회장이라는 것 때문에 스태프들 자체도 다가서기 더욱 어려운 점이 있었다.

또 그는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그는 조명이나 혹은 카메라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위치가 마음에 안 드네요. 좀 조절해 주시죠.’ 하고는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민후는 생각한다.

조명감독, 촬영감독, 음향감독, 담당 PD 이 사람들은 10년 넘게 이 방면에 있던 베테랑들이다. 물론 그들도 실수하기 마련이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안의 신인배우들보다는 훨씬 높은 실력자들이란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런 지적을 한다는 것은 심히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일임이 분명하였다.

얼마 전에는 민준이 그렇듯 제시하자 음향감독님이 중얼거리며 ‘저런 싸가지 없는 놈, 지가 뭘 안다고.’ 하면서 중얼거리는 것도 들은 바가 있었다.

물론 민후는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배우로서 또 함께 촬영하는 사람으로서 더욱 나은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 하는 마음 안다. 그러나 공손하게 다가가 ‘저…… 감독님, 한번 이렇게, 이렇게 촬영해 보면 안 될까요?’ 하면 그들이 크게 자존심 상해하지도 않을 거고, 그들이 그를 모진 시선으로 보지도 않을 것이었다.

열심히는 하나, 대기업 자녀라는 이름으로 살았기 때문인지 그는 어울리는 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민준은 평소보다 일찍 왔다. 요즘 다른 배우들도 본래 시간보다 일찍 오고 있었으며 강민후라는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은 밥 먹듯이 촬영장에서 살고 있었다.

그도 본인이 느끼고 있었다. 촬영장의 많은 이들이 자신을 멀리하고 있었다. 그는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칭호를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

멋모르는 어렸던 녀석들은 그를 ‘돈’으로 보았으며 나이가 들기 시작할 때는 사람들은 거리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같은 급의 상류층의 이들과는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들과 있으면 그들은 이번에 땅을 몇 평 샀고, 차를 어떤 차를 샀고, 어떠한 비즈니스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싫었다. 자신의 주변이 싫었다. 그리고 배우가 되고 싶었다. 부자로만 살았던 그는 배우가 되어서라도 다른 인생을 사는 이들처럼 행동해보고 싶었다.

자신이 부자라는 굴레에 벗어나려 해도 쉽사리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연기에서만큼은 그게 가능했다.

때문에 그도 상당히 노력하였다. 소속사도 회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들어갔다.

오로지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해냈다. 하물며 언론에는 아직 신인배우인 그가 어디의 회사의 자녀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배우가 된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계속 자신 본인이 촬영장에 스며들지 못하자 용기를 내서 평소보다 일찍 왔다.

“안녕하세요, PD님.”

민준은 내심 담당 PD에게 기대를 하면서 인사하였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왔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그저 빙긋하고 웃고 어깨를 툭 치더니 대본을 들고는 촬영 장비들의 설치 여부를 확인하러 갔다. 그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성격 탓인 줄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먼저 다가가 웃으면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쉽지 않다. 몸에 밴 습관이리라.

‘오늘도 난 휴대폰 번호 한 번 안 따이는 건가.’

그는 피식하고 웃었다. 아직도 촬영장 내에서 번호를 아는 이는 세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일적인 연락을 취하는 담당 PD나 작가들 정도였다.

그때 때마침 촬영장으로 자신에게 인사를 해 보였던 강민후와 촬영팀 막내가 들어오고 있었다. 강민후는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으쌰으쌰! 오늘도 보람찬 일을 하자고요!’라고 소리쳤다.

그에 스태프들은 어이없다는 표정보다는 같이 ‘그래, 으쌰으쌰 해야지.’, ‘죽겄어. 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새끼들 때문에 내가 오늘도 으쌰으쌰 한다, 민후야.’, ‘으쌰으쌰’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민후의 그런 장난에 화답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민준은 한숨을 나직하게 쉬었다.

* * *

한양대학교의 연극영화과에 다니게 된 민후다. 강의를 받고 있는 그의 앞에는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료이자 현재는 한양대학교의 특별교수직으로 재직 중인 임경우가 서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의 강의에서는 확실히 자신의 면모와는 다른 성격이 보였다. 항상 언급하듯이 민후가 하는 것이 무조건 100% 옳다, 라고 할 순 없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게 살아가기 마련이었으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공하기 마련이다.

물론 어떤 것이든 노력이라는 것이 가미된다는 것은 같은 의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민후는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임경우를 보고 있었다.

그는 질문도 많이 하고 임경우가 ‘강민후 학생, 한번 생각을 말해보세요.’ 하면 물 흐르듯이 대답을 하고는 한다.

임경우에게 그는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현재 논스톱 5라는 시트콤에서 보여주는 그의 연기도 좋았다.

분명 시트콤의 경우 촬영시간이 촉박하여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서 배우들의 연기가 미흡하게 표출된다. 그러나 민후만은 촉박한 촬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질문하는 학생, 자신의 강의를 성심성의껏 들어주는 학생을 싫어하는 교수는 없었다. 임경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그런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얼마 전에는 경우가 제시한 배우에 관련한 리포트에서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강민후는 최고의 리포트를 선보였었다.

그는 ‘배우의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리포트를 작성해 왔는데, 보는 임경우도 작은 감탄을 흘릴 정도로 치밀하고 탄탄하게 이뤄진 것들이었다.

물론 그는 강의를 자주 빼먹는 학생이기는 하였다. 그러나 임경우는 최대한 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강의 중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학생 강민후가 꽤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제가 또 다른 비법 하나를 전수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임경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하얀색 분필로 칠판에 적었다.

‘라이벌, 최고의 적이자 친구.’

그가 분필로 칠판을 툭툭 가리키면서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다시 한번 그것을 가리켰다.

“이게 과연 무슨 소리일까요.”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역시나 강민후였다. 경우가 흡족한 표정으로 그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킨 그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라이벌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자신을 성장시킬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친구라는 단어도 무색하지 않아서 하신 말씀이지 않나요.”

“빙고.”

경우가 하고자 하는 말의 본질을 단번에 파악하여서 대답한 민후에게 그는 빙긋이 웃었다.

실상 이미 다른 학생들도 눈치챘을 것이다. 이 말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라이벌은 자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말. 그리고 그것으로 하여금 큰 성장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임경우는 잠시 학생들 쪽으로 내려와 뒷짐을 지고 그들의 주위를 거닐기 시작하였다.

“제가 아는 선배 배우분 중에 제가 무척 존경하는 분이 계십니다. 여러분에게도 잘 알려지신 분이고 덕망 있고 연기 하나에 대한 노력하나만큼은 저도 최고라고 인정하는 분입니다.”

‘어째 나를 말하는 것 같다?’

임경우의 자신의 경험담을 묵묵히 듣고 있던 민후는 자신을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 강민후는 분명 최강호였다. 앞으로 3년 후의 미래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곳의 최강호는 변함없이 살고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하여서 그 이름 석 자를 검색한 적이 있었다. 예상과 같이 그가 출연하였던 영화나 시상식 내역, 그의 사진 등 모든 프로필이 올라왔다.

“여러분 혹시 최강호라는 배우를 잘 아시나요?”

“네-”

“네에.”

역시나 본인을 말하는 것이 맞았다. 자신의 이름의 언급에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자신을 라이벌로 두고 있었다는 것인 듯싶었다.

그는 더욱 큰 흥미를 느꼈다.

“쉰 살이 넘는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배우가 되신 분입니다. 받은 상만 해도 어마어마하신 분이죠. 그런데 한번 잘 보세요. 그분의 나이를 따지면 더 이상 외적으로 반하기는 힘들어지게 됩니다. 배우가 외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다, 참 치명적이죠.”

확실히 그렇다. 사람들의 눈과 감정을 즐겁게 해주려는 배우가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 그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민후는 그의 강의가 더욱더 흥미진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그분은 말입니다, 정말 함께 일하는 동료인 제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노력파입니다. 누가 오라든 오라지 말든 매일같이 촬영장에 왔습니다. 그리고 촬영장에 오면 뭘 하느냐, 주위를 둘러보고 장비를 확인했습니다. 자신이 스태프도 아닌데 말이죠.”

남들이 자신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고 있어도 또 이렇게 다른 이가 자신을 칭찬하는 것을 들을 때와는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민후는 그가 생각하는 자신을 다시 되새기며 웃음이 피었다.

“또 둘러보는 게 끝나면 촬영장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그러고는 책을 봅니다. 책을 정말 다양하게 보시더군요, ‘인체의 신비’, ‘에세이’, ‘시집’, ‘일반소설’, 그리고 가끔은 ‘19금’도 보시는 것 같더군요.”

“하하하.”

“호호.”

최강호가 19금라는 말에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그에 반면 민후는 어이가 없었다. 그 19세 책이라는 것은 아마도 민후가 본 적이 있는 남녀가 성관계를 통해서 얻게 되는 심리적인 것과 신체적인 성장을 표현한 책이었던 것 같다. ‘나를 야한 소설이나 보는 놈으로 만들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순전히 재미있는 강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참는다.

“한 번은 제가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책을 좋아하시냐고. 그러자 말씀하시더군요.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즐겁다고. 책을 읽을수록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공부는 쉬는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후 제가 한 행동이 무엇이었을까요.”

“책을 읽었을 것 같습니다.”

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며 하는 말이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임경우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곧 장난스레 웃었다.

“사실 그분은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분을 라이벌로, 또는 롤모델로 두고 있었습니다. 함께 있으면 ‘아,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기고 싶기도 했습니다. 또 그 같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라이벌로도 생각하는 그런 그의 앞에서 그가 책을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고 바로 그의 앞에서 책을 보는 게 창피했습니다.”

어느새 민후는 그의 강의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분과 함께하던 작품이 끝나자마자 집에서도 읽고, 촬영장에서도 읽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책을 읽으니 많은 것을 알게 되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 제가 이 자리까지 올라온 데에는 그분의 몫이 컸다고 여깁니다.”

민후에게는 상당히 듣기 좋은 소리였다. 특히나 ‘그분의 공이 컸다.’라는 부분에는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다.

“그분이 더욱 잘되려고 하면 저도 배가 아파서 더 잘되려고 노력하였고, 그분이 어떤 영화를 위해 달리면 저도 미친 듯이 뛰고 달리고를 반복했습니다. 최강호, 그분을 존경하지만, 그 사람에게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근데 더 우스운 건 그분과 저는 매우 친하다는 겁니다. 여러분 알고 계시죠?”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임경우와 최강호가 친한 선후배 관계라는 이야기는 파다했다. 그의 물음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언제나 그분을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라이벌로 생각합니다. 언제나 저를 성장시킬 원동력. 때론 이렇게 라이벌을 만들어 보기도 롤 모델을 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학생들의 주위를 배회하던 그는 어느덧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강의를 끝낸 그는 빙긋하고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숙여 학생들에게 예의를 취했다. 학생들이 박수를 쳐줬다. ‘녀석도 참.’ 하면서 민후도 함께 박수를 쳐줬다.

이번 임경우의 강의는 상당히 유익했던 이야기가 많지 않았나 싶었다.

* * *

다른 배우들도 민후가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는 그들도 질 수 없다는 것에 스태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들은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서 간식을 돌리는가 하면 어떤 이는 민후의 방식대로 먼저 다가서서 그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하였다.

민후 혼자서 이토록 바꿔놓은 것이었다.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는 강민후에게 그들은 지기 싫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임경우의 강의에서 들었던 것처럼 그들의 라이벌 의식이 작용함으로써 벌어진 일일 수도 있었다.

또한, 그들은 민후에게 지지 않기 위해 연기를 더욱 철저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김택일 PD는 흡족한 모습이었다. 현재 논스톱의 방영이 된 지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트콤이 자리를 잡는 기간. 그 기간을 2개월 정도로 사람들은 추정하고 있었다.

논스톱 5는 김택일이 보기에도 불안정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그만큼 흥행 요소도 많았다. 신인배우들의 다수 출현. 그것은 정말 김택일의 도박을 건 것이었다.

신인배우는 한 번 뜨면 그 작품을 크게 흥하게 한다. 그러나 뜨지 못한다면 완전히 망하게 한다. 둘 중 하나였고, 현재는 신인배우들이 모두 잘해주고 있었다.

특히나 민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택일이었기 때문에 유독 민후가 항상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하는 판국이었지만 민후는 그런 그들의 노력까지도 뛰어넘는 독종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배우들이 민후의 방식으로 논스톱 5의 촬영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에 반면 자신의 방법으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도 딱 한 사람 존재했다.

그건 바로 김민준이었다. 그는 여전히 스태프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나마 어느 정도 어울렸던 배우들과도 이젠 어색한 기운이 도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의 연기력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으며 차츰 촬영장에서 그의 실력은 늘어가고 있었다.

본인의 방식대로 그는 실력을 키워가고 있었으며 그가 ‘다시 찍자’라고 말하는 것이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함을 김택일 PD는 잘 알았다.

그렇지만 확실히 안타까웠다. 그도 다른 배우들처럼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에게 웃으면서 다가왔으면 더 좋은 촬영현장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민준. 강민후. 이 두 사람은 현재 논스톱 5에서 꽤 크게 떠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상박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었다.

김민준의 경우는 남자답게 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보헤미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타나 ‘거- 짓말-!’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면서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었으며 민후의 경우는 아직 스무 살 어린 친구인 것과 다르게 뛰어난 실력으로 연기력도 호평을 받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서 누나들의 여심을 흔들어 놓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한편 김민준으로서도 민후에게 라이벌 의식이 누구보다 짙게 붙은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상 민후의 방식으로 성공하기는 꺼렸으며 다른 스태프들에게 쉽사리 다가가는 것도 어려웠다.

그 때문에라도 민후에게 눌리지 않기 위해 집에서 피나는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어느덧 오늘 분량의 촬영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논스톱 5의 방영 이례 처음으로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얼마 전 한 화에서 시청률 17%를 기록하였다. 상당히 이례적인 기록이었으며 방송국에서 환영한 것은 우려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시청률의 하락치가 아닌 상승치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17%면 대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에 가까웠다. 그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오늘 저녁 촬영이 없던 배우들도 회식 자리에 모일 예정이었다.

다음 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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