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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수능, 강민후 배우로서의 출격 (4/51)

4장 수능, 강민후 배우로서의 출격

민후는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태극기 펄럭이며의 촬영장에 방문한 바가 있었는데, 촬영장에 방문하면서 그는 수첩을 들고 다니거나, 처음 그곳에 갔을 때처럼 새로운 동작이 있으면 연습하고, 기억할 것은 쉽게 하기 위해 수첩에 적고 여전히 노력 어린 모습을 반복하였다.

하물며 그는 엑스트라 따위일 뿐이었지만 스태프들에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친해지기 위해 다가갔다. 스태프들은 이 영화를 촬영하는 공신들이었다.

그러한 그들과 친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며 또 그들과 친해져서 자신이 즐거울 수도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한석민 감독은 민후를 보게 되면 ‘왔어?’ 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관심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민후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가 자신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것보다는 그저 지켜봐 주는 것이 좋았다. 한석민은 분명 민후라는 아이가 대단한 녀석이라고 판단했다. 또 촬영장에 들락거리면서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보니 꿈이 배우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자신이 데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기실력이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단역으로 영화에 출연시킬 생각은 없었다.

단지 언젠간 그가 배우라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의 촬영이 끝난 후 인연이 닿으면 만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태극기 펄럭이며의 촬영은 엑스트라를 드나든 지 3개월여 만에 끝이 났다.

민후의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는 여기에서 끝을 낸 것이다.

다음 촬영장을 찾을 때에는 아마도 배우로서 찾을 것이다. 꽤 자주 촬영장을 들락거려서 돈도 두둑하게 모여졌으며 좋은 일이 또 하나 생겼는데, 태극기 펄럭이며 팀으로부터 민후의 집으로 태극기 펄럭이며 시사회 티켓 두 장이 왔다는 것이다.

촬영이 완전히 완료되고 2개월 만의 소식이었다. 태극기 펄럭이며의 시사회에 민후는 참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사회 표가 두 장인지라 여자 친구는 없는 그이기에 어머니에게 함께 가자고 청하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엑스트라일 뿐이지만 열심히 몇 개월간 다녔던 태극기 펄럭이며의 시사회를 보러 간다는 것에 좋아하셨다.

태극기 펄럭이며의 시사회는 관악구 삼성동에 위치하여 있는 메가박스에서 진행이 될 예정이었다.

민후는 어머니가 얼마 전 거금을 들여서 사신 아반떼XD의 조수석에 탄 상태로 메가박스로 향하고 있었다.

메가박스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시사회 표를 들고 영화관으로 올라서자 수많은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는 철저한 통제를 하고 있는 경호원들도 몇몇 보였으며 기자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시사회 표를 확인한 직원이 두 사람을 들여보내 주었다. 1관에서 시사회는 진행될 예정이라는데, 1관의 바로 앞에 다름 아닌 한석민 감독이 안으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일일이 한 사람씩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도 참으로 열심히 하는 감독이지 않은가 싶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아, 민후 군 왔나. 안녕하십니까, 한석민이라고 합니다.”

그는 민후를 반갑게 맞이하더니 어머니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머니가 빙긋 웃었다.

“아들이 엑스트라였는데, 표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민후가 그냥 엑스트라가 아니었어요. 명품 엑스트라였죠. 촬영장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의 침이 마르도록 민후를 칭찬하였다.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는 민후를 보면서 무척 뿌듯해하였다.

그녀도 민후가 너무나도 모든 것에 열심히 하는 것을 안다. 자신의 아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배우라는 것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던 녀석이기는 하였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깨어난 이후,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아들 민후는 내달리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아들인 민후가 뿌듯한 한편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사회장으로 들어가자 벌써 많은 사람이 자리를 차고 앉아있었으며 앞쪽 자리로는 시사회를 축하하기 위해 온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그중에는 민후가 보고는 웃음 짓게 만드는 이들도,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들도 있었다.

민후는 자신의 성공의 비결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외에 무수히 많은 배우도 자신들만의 노력과 끈기를 통하여서 배우로서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민후의 생각과 가르침만이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중 분명 다른 수로 성공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었는데, 민후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배우들의 경우 악독한 방법으로 배우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실상 시청자들 앞에서는 웃음과 선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배우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배경이나 혹은 좋지 못한 짓으로 배우로서의 자리를 잡고 있는데, 실상 배우들도 사람인지라 그들 중에는 괴팍하고 성격이 안 좋은 이들도 다수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사람은 배우들의 개차반 같은 삶은 잘 알지 못한다. 왜냐,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대부분이 돈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 중 극히 소량의 금액만 사회에 기부하여도 ‘아- 기부 천사, 누구누구.’ 하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많은 배우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돈으로 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배우들을 민후는 상당히 싫어했고, 시사회장에도 몇 사람 있었다.

그리고 민후의 경우 그런 이들과는 되도록 잘 어울리지 않는 편에 속해있었다. 추후에 다시 배우가 되어도 그들과는 여전히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사회가 시작되었다. 영화 상영에 앞서서 한석민 감독이 앞으로 나와 그들에게 인사와 더불어서 태극기 펄럭이며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일단 이번 시사회는 무척이나 큰 관심이 모인 시사회였다. 태극기 펄럭이며 자체가 엄청난 제작비와 더불어서 하동욱과 도원빈이라는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영화이기도 하였으며 대중들이 흔히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슬픈 과거사인 6.25에 대해 표현한 영화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촬영을 후원해주신 제작사 및 수시로 이어지는 밤샘 촬영에도 열심히 임해준 배우분들이나, 무술 팀원, 촬영 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짝짝짝짝!

한석민 감독이 뒤쪽으로 빠지고 이젠 배우들이 앞으로 나서서 인사말을 하였다. 그들 역시도 이번 촬영이 엄청 힘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서서 시사회장으로 작은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화 상영이 시작되었다. 태극기 펄럭이며는 화려한 영상이면 영상, 감동이면 감동, 재미면 재미. 모든 박자를 갖추고 있었기에 시사회에 참석한 이들은 숨을 죽여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민후가 엑스트라로써 참여하였던 컷인 기습 신에서 한국군이 달리면서 적들에게 돌진하는 장면이 있었다.

“우, 우리 아들이 저기 나오네? 우리 아들이 나왔어.”

민후의 경우 자신이 어디에서 뛰었는지 알았기에 혼잡한 화면 속에서도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지만 어머니는 어찌 단번에 알아보신 것인지 작은 목소리로 그의 팔을 흔들면서 하신 말이다.

“아이구 좋다…… 우리 민후가 TV에도 나오고.”

단순히 뛰는 장면에서 얼굴을 알아보기도 힘든 모습이었는데 그마저도 좋으신 듯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히신다. 민후는 되레 당혹스럽다.

이제 곧 어머니는 내년이면 민후가 숱하게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실 텐데 벌써 감동이시라니, 그런 어머니가 민후는 좋았다.

영화가 끝이 나고 기자들은 상영관에 남고 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섰다. 참석한 연예인들의 경우 경호원들에게 빙 둘러싸여서 이동하였는데, 어머니는 나오시자마자 빙긋 웃으셨다.

“우리 아들보다 잘 뛰는 사람이 없더라. 우리 아들이 최고지, 최고. 아들, 뭐 먹으러 갈까?”

“음…… 난 갈비?”

어머니는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다. 그녀의 물음에 민후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어머니가 그의 등을 쓰다듬어주시면서 ‘그래, 배고프지 어여 가자.’라고 말하면서 이끌었다.

엑스트라일 뿐이었지만 이번 태극기 펄럭이며에서 스치는 장면에 민후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는 그걸로 만족했다.

자신의 출연 비중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했던 노력에 만족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런 남자였고 배우였으니 말이다.

* * *

19살의 민후는 요즘 학교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우등생으로 거듭나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서 운동과 요리, 불어를 배우는 데에 소홀히 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가 끝이 나고 불어 학원에 먼저 갔다가 요리 학원에 온 그였다.

그는 학원 강사들의 요리에 대한 가르침을 수첩에 적고 머리에 입력하며 노련하게 그것들을 흡수하였다.

그리고 실습시간에 그는 칼을 노련하게 잡고는 갖은 재료들을 능숙하게 썰어냈다.

한식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는 스물다섯 정도 되는 꽤 미모의 여인이었는데, 강미리라는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민후를 볼 때마다 감탄에 또 감탄이다.

그리고 다른 학원 강사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수강생들 역시도 그러하였다. 학원에 오는 것은 대부분 자격증 취득을 위한 것이 목표였다.

그 때문에 학원 강사들도 실기시험에 나올 것들 위주로 집중적으로 가르쳐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것을 보았을 때 민후는 이미 훨씬 그 전에 자격증을 따고도 남았어야 하였다.

그는 실기를 치르기에 앞서 봐야 하는 필기에서 100점을 맞았고, 능숙한 손놀림과 단숨에 배워 버리는 실력으로 학원에 나온 지 한 달 만에 강사들은 한식이나, 양식 두 개의 시험을 봐도 합격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험을 치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민후는 ‘자격증으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려는 게 아니라, 요리라는 것을 잘하고 싶어서거든요.’라고 답했다.

자격증이 곧 으뜸인 세상이나 민후는 그 본질을 파악했다. 실상 요리도 현장에 가면 자격증과는 전혀 무관하였다. 실력이 받쳐줘야 했다.

그러나 점수를 먹기 위해 자격증을 따기 마련인데, 민후가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자격증이 아닌 오로지 요리 실력의 향상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한식 강사인 강미리가 감탄할 정도의 실력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정말 독종이야, 민후는…… 멋있어.’

그녀는 긴 생머리에 큼지막한 눈 귀엽게 솟아오른 콧대를 가지고 있었다. 수강생 중 많은 이들이 ‘한식 미모쌤’이라고 부를 정도였으며 그와 더불어서 많은 대시도 받았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두 당차게 거절한 여성이다. 그런데 고작 열아홉 살 소년에게 요즘 끌리고 있었다.

여자는 무언가에 열심인 남성에게 끌린다던가.

그만큼 민후의 노력하는 모습은 멋있었고 척척 해내는 모습도 좋았다. 더불어 얼굴도 연예인만큼 잘생긴 아이인 데다 꿈은 배우라고 하니 그녀가 안 반하고 배길쏘냐.

그러나 민후는 전혀 그녀를 이성으로써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한식 선생님’일 뿐이다.

실습시간 뚝딱뚝딱 요리를 만들어내는 민후에게 다른 수강생들을 둘러보던 그녀가 호기심이 동한 것인지 감자 한 개를 집어 들어 그에게 던졌다.

“민후야.”

그것을 받은 민후는 피식했다. 무엇을 해보라는 것인지 눈치챈 것이다. 그는 싱크대 쪽으로 양팔을 내밀고는 오른손으로는 칼을 왼손으로는 감자를 쥔 상태로 빠르게 돌려 깎기를 시작했다.

그는 단숨에 예쁜 모양으로 감자를 돌려 깎았다. 돌려 깎기란 요리에 앞서 예쁜 모양새로, 그리고 빠르게 감자를 깎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었는데,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다.

장난삼아 가르친 것을 민후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노련하게 깎아내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독종인 녀석이지만 그만큼 멋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면 당장 호텔에 들어가도 에이스겠는데.’

그녀는 감자를 예쁘게 깎은 그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당장 호텔에서도 노련한 칼솜씨를 보일 녀석이다. 현재 한식, 양식, 중식. 게다가 복어까지 다뤄 거의 모든 요리를 할 줄 알게 된 그였다.

그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그만둘 것을 직감한 그녀였다. 아마도 그는 제과제빵까지 배우고 나면 충분한 실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만족하며 그만둘 것이지 않을까 싶다.

요리를 끝낸 민후는 오른쪽 팔뚝의 핏줄이 불끈하고 솟아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요리사들은 오른손의 경우 칼질에 능숙해져 있기 때문에 오른손이 요리에 맞춰져 있어 오랜 시간 칼질을 해도 저리지 않는다.

단순히 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이렇듯 칼질을 오래 해도 팔이 저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칼질을 갈고 닦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밤중에는 칼질 소리 때문에 어머니가 깰 우려가 있어 시간이 남을 때, 주말 같은 날를 이용해서 칼질 연습을 쉴 새 없이 하였다. 요리 쪽은 이젠 이 정도면 충분히 어떤 요리 영화가 들어와도 잘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남은 것은 제과제빵뿐이었다. 일단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연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있으면 좋기 때문에 시험을 보기로 학원과 이야기한 후 결정하였다.

“민후가 불합격하면 선생님이 손에 장을 지진다.”

“감사합니다.”

시험을 보겠다는 그의 말에 강미리의 말이었다. 그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학원을 나섰다. 그녀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6년만 젊었어도…….”

아름다운 미모의 그녀였다. 그렇지만 민후는 고등학생이었다. 하물며 머릿속에 온통 공부, 공부, 공부.

그 생각밖에 없는 녀석 같았다. 자신이 연상녀로서 모든 것을 감수하고 데이트 신청을 해도 받아줄 턱이 없을 것이었다.

물론 자신만의 생각으로 안 받아줄 것이다, 라고 하는 것이 우스웠지만 민후도 잘생긴 외모와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만큼 학원에서 많은 고등학생 또래 아이들에게 대시를 받았지만 거부하였던 아이다.

안타까운 25살의 노처녀이면서도 미모의 여인인 그녀는 짝사랑에 대한 슬픈 한숨만 쉴 뿐이다.

* * *

민후는 요리 학원을 다니면서 한식, 양식, 중식, 복어 조리사, 제과제빵까지 모두 취득하였다. 이것이 몇 개월간의 노고 끝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일반적인 이들은 이 말을 듣는다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민후에게는 능통함의 영단의 효력도 있었으며 그 학원생들이 하루 두 시간씩 공부할 것을 민후는 시도 때도 없이 했다.

민후가 놀러 나가는 것은 요리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요, 즐거움은 항상 배움의 길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 술 마실 때 그는 배우고, 다른 학생들 PC방 갈 때 역시도 노력한 것이다.

정말 타고난 노력꾼이자 ‘독종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요리에 능숙해지자 민후는 이젠 무엇을 배워볼까 하였다. 이제 19살이었다. 곧 있으면 수능이었고 성인이 될 것이다. 수능으로는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노릴 생각의 그였다.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간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는 하였다. 한 대학교의 방송연예과 교수로 재직했던 이가 다른 교수들의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다.

그렇지만 배우로서 이미지도 그러하였고 또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의 경우 무수히 많은 톱배우들이 다녔던 곳이기도 하였다. 그와 더불어서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배우 겸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본래의 강호였던 그와도 친분이 있었던 이들도 있었는데, 분명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기는 하였지만 그들의 노하우는 많은 것을 받아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후배들을 위해 노하우와 비법 등을 전수해줄 것이었고, 배우로서 이미지를 위해서 대학교에 가야 한다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로 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판단이 선 민후이기도 하였다.

무엇을 배워볼까 하고 생각하던 그는 무술 쪽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몸의 단련은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그였다. 그러나 액션을 하기 위해서는 민첩한 몸놀림을 보일 수 있는 갖은 무술들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이미 그 전의 삶에서 그는 유도 유단자에 더불어서 태권도도 4단이었다. 4단 정도만 되어도 웬만한 도장의 사범을 맡을 수 있는 실력이지 않은가.

하물며 그의 발차기 실력은 예술이었다. 스턴트맨들이 하지도 못하는 돌려차기를 하는 반면, 유도도 깊이 깨우치고 있는 그였기 때문에 설사 그가 지금 현재 쉰다섯의 본인이었다고 할지라도 건장한 청년 두세 사람과 맞붙는다 해도 쉽사리 진다고 판단하지 않을 정도였다.

태권도, 유도는 익혔다. 태권도는 빠른 발이 무엇보다도 큰 무기로 작용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무술이다. 그리고 유도의 경우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넘어뜨리거나 그들의 하단을 공격해서 넘어뜨리는 등의 기술을 사용한다. 유도 역시도 빠른 손놀림이 중요한 무술이다.

부족한 무술이라 한다면 아마도 ‘검’에 대한 무술이지 않은가 싶었다. 민후는 요리 학원이 끝났으니 검도를 다녀볼까 했다. 검도.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혹여 그가 사극을 맡게 되고 액션이 가미된 사극이라면 그것은 민후에게 최고의 조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바로 검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영화에서의 액션과 검도의 액션은 다르겠지만 휘두른다는 그 본질은 같으니 말이다.

요리 다음의 타깃으로 검도를 잡은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검도야말로 정말 액션을 하게 된다면 큰 힘을 불어 넣어줄 무술이지 않은가 싶다.

‘검도도 어느 정도 익히면 복싱이나 배울까?’

한 발자국 앞서나간 그는 검도가 끝이 나면 복싱까지 배워볼까 한다. 정말 독종인 강민후 다운 생각이다.

* * *

수능일이 한 치 앞으로 다가왔다. 입시원서에 민후는 당연하게도 한양대학교의 연극영화과로 지원하였다. 사실 이 부분에 앞서 담임인 ‘김필두’가 조금 망설이던 부분이 있었다.

그는 민후의 현재 성적이라면 충분히 ‘법대’, ‘의대’를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1학년의 성적은 하위권이었고, 더불어서 2학년 1학기의 경우 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그 당시의 내신은 좋지 않았지만 팍! 하니 성적이 솟아오른 그는 실상 필두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녀석은 꿈이 배우라고 한양대학교의 연극영화과에 지원하고 싶다고 원서를 썼다.

물론 배우라는 것 좋다. 한양대학교 역시도 치열한 경쟁률이 필요한 곳이었으며 연극영화과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괜히 연극영화과에 갔다가 배우가 되지 못한다면, 아까운 것을 버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지 않은가. 그래서 한번 ‘법대’를 추천해 보려 했으나 민후는 단호히 거절하면서 말하기를 ‘배우가 되고 싶어서 피가 나도록 공부했습니다. 밤에는 4, 5시간만 자고, 낮에는 배우가 되려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최선을 다하는데 어찌 다른 일을 하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필두는 그의 눈에서 진정성과 배우에 대한 열정을 보았다. 그 때문에 그의 말 한마디에 더 이상 설득할 마음을 잃었다. 오히려 응원하고 싶어졌고, 때문에 그가 추천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민후는 병원에서 깨어난 이후로 현재까지 하루에 4, 5시간의 숙면만 취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 운동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단 덕택인지 피곤한 것도 그 전보다는 덜 느끼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4, 5시간의 숙면만을 취한 것은 민후뿐만이 아니었다. 고3들, 그들에게는 지금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이다. 수년을 갈고닦았던 아이들은 수능에 최고의 실력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잠을 아끼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러했던 아이들은 그만큼의 노력의 성과물을 얻어내지 않을까 싶었다.

모처럼 황금 같은 주말이었다. 곧 수능이지만 오늘만큼은 민후는 어머니와 함께 그녀의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였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공사 중에 있는 가게였다.

가게는 큰 편은 아니었다. 서울 땅값이 워낙 비쌌기 때문에 몇억을 들여도 큰 가게는 얻지 못하였다. 약소한 크기였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앞쪽에서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리시고 그것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하는 모습을 생각하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식당 일을 하면서 남의 밑에서 모질게만 사셨던 어머니가 한 가게를 이끄는 당당한 사업주가 되기 위한 발돋움이었다.

“이제 여기에는 커피 내리는 머신을 놓을 거고, 이쪽은 생과일주스나 스무디를 만들 때 사용할 거야.”

어머니는 아직 공사 중인 가게 내부의 안쪽으로 민후를 이끌고는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민후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저 실실 웃었다.

어머니도 얼굴에서 웃음꽃이 가시지를 않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불행, 그리고 그 불행을 견디고 나니 어머니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행운과 행복.

그녀는 그것이 너무나도 소중하였고 민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민후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민후이자 강호는 쯔쯔 혀를 속으로 찼다. ‘아직 좋아하긴 이르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아. 자네 어머니의 행복뿐만 아니라, 자네의 꿈을 대신하는 것뿐이지만 멋지게 이뤄줄 거야.’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 하늘에 있는 민후는 웃고 있지 않을까.

수능 일이 다가왔다. 민후는 자신의 학교가 아닌 한별 고등학교라는 곳에서 수능을 보게 된다. 어머니가 아침 일찍 그를 깨워서 한 상 가득히 먹이고 잘 붙으라고 찹쌀떡까지도 든든히 먹였다.

어머니의 차를 타고 수능장으로 도착한 그였다. 학생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중 어떤 아이들은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깥의 많은 사람도 아이들의 성적이 잘 나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민후의 어머니도 그중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떨리지는 않았다. 사실 전교 1등을 매번 먹을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더불어서 영단과 노력을 통해서 더욱 바싹하게 지식을 익혔다.

그 때문에 마음만 먹었다면 만점을 수두룩하게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 몇 개씩 틀려주었다. 그러나 수능은 달랐다. 전쟁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오늘은 온 힘을 다해서 풀 것이었다.

곧 시험 감독관 세 사람이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감독관들을 바라보았고, 이내 그들에게 시험지와 답안지가 나누어지기 시작하였다.

수능의 성적표가 나왔다. 민후는 문제 중 한 개만을 틀리고 모두 맞혔다. 어머니는 그 성적표를 확인하고는 뛸 듯이 기뻐하셨다. 눈물까지 펑펑 흘리시면서 민후를 껴안고는 좋아하셨다.

아이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또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수도 없이 고생한 민후를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때문에 수능이 끝났으니 이제 좀 쉬엄쉬엄 가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민후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 수능이 끝이 났다. 고3 학생들은 이제 해방을 맞이한 것이다. 물론 그 해방은 오래가지는 못한다. 내년 3월까지만 갈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기뻤다.

학교는 당연하게도 고3 학생들을 출석시키지 않거나 혹은 출석시키는 학교의 경우 3교시 단축 수업만 진행하였다. 다행히 민후의 학교는 아예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하였다.

그 시간을 놀면서 보낼 생각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성인이 되면 배우의 길을 걷겠노라고 이미 생각을 굳혔던 때였다.

이젠 정말 배우로서의 준비가 필요한 시기였다. 물론 배우로서 준비한다고 현재 배우는 것들이나 운동을 게을리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그였다.

자신이 그것들에 소홀해지기 시작하는 때는 너무 바빠서 자신이 그것들을 하지 못할 때가 될 것이었다.

그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서 대학교 입학 전, 오디션을 보러 다닐 생각이었다.

주연급은 아마도 힘들 것이다. 일단 그를 보증할 만한 소속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와 더불어서 학원에 다녔던 경력도 없어서 오디션에 첨부할 이력서를 작성할 때 그 또한 적을 수 없었다.

실력 하나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요즈음은 실력이 뛰어난 신인배우들이 워낙 많은 상황이었다.

물론 류승훈이가 운영하던 학원에 갔을 당시에는 불쌍한 수강생들이 보이기는 하였고, 미흡한 신인배우들도 많았지만, 실력이 탁월한 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 정말 살아남는 이는 첫 데뷔 이후에도 계속 살아남는 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오디션을 볼 대부분의 이들은 어느 정도 보증을 설 만한 증거가 있을 것이다. 어디의 소속 배우인지, 또 다르게는 어떤 경력이 있고, 어떤 학원을 나왔는지, 또 간혹 유명한 연기 학원의 학원장의 추천서도 있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하물며 감독이든 담당 PD든 그들은 대부분 안정된 배우를 원한다. 그래야만 했다. 혹여 오디션만 보고 캐스팅하였는데, 알고 보니 속이 텅 빈 배우라면 촬영이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 되기도 한다.

민후도 몇 차례 본 사례였다. 하물며 신인배우들의 경우 문제점이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울렁증에 휩싸이게 된다. 어디서 카메라가 잘 잡아주는지, 목소리 톤은 어때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역시나 대부분이 오디션 보기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민후의 유일한 무기는 실제 촬영현장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고, 끈기가 있다는 것이며, 실력이 좋은 신인배우들, 그들을 능가할 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확 하니 붙는 것은 기대하진 못한다. 그러나 그는 빠른 시일 내로 안정적인 배역 하나를 잡아낼 자신은 있었다.

그는 오디션을 볼 이력서를 작성했다. 작성된 이력서의 경력 부분에 그는 자신의 이번 수능을 치른 성적과 더불어서 요리나 태권도, 유도, 영어, 일본어 그 외에도 승마나, 양궁, 탁구, 수영 등에 능숙하다고 적었다.

일단 심사위원들은 그의 놀라운 성적에 주목할 것이다. 수능에서 한 개를 틀리고 전부 맞는 사례는 확실히 대단한 경우였다. 그와 더불어서 수많은 것들에 능숙하다는 것에 그들은 호기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연기력에 감탄을 하게 될 터. 그러나 언급했듯 쉬운 캐스팅은 힘들었다. 보증 없는 배우는 감독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현재 주연이나 조연을 모집한다는 공고의 오디션들에 신청하였다. 그 신청한 것들에는 가리는 것이 없었다. 영화도 있었으며 드라마나, 시트콤 역시도 있었다.

오디션을 보다가 배역이 주어지면 일단은 맡아서 할 것이었다. 배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배역을 가리는 것은 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만약 배우가 배역을 가린다면 그것은 배우가 아니라 ‘스타’였다.

배우란 진짜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있는 말이다. 인기를 위해서 배우를 한다면 그것은 배우라는 것을 위해서가 아닌 ‘스타’라는 것을 위해서가 더 맞았다.

성공한 배우들은 대부분이 배역을 가리지 않고 해냈다. 그리고 ‘스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닌 연기가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된 그들이었다.

그들의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은 더욱 몰입감이 큰 연기를 만들어냈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성공할 수 있었다.

민후는 이른 아침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따뜻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은 후 곧장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는 수첩을 꺼내었다. 오늘 봐야 할 오디션이 있었다. 그 오디션을 보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선 것이다.

그는 꽤 경쾌한 마음으로 오디션장으로 향하였다.

* * *

벌써 오디션에 떨어진 지 다섯 번째였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상실감을 느끼고 힘들어하진 않았다.

유명한 배우 중 무명시절 열댓 번은 넘게 오디션에서 떨어진 이들이 수두룩했다. 오디션을 본다는 것은 감독이 그 배역에 맞는 인물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오디션을 보는 이들은 떨어졌다고 상심하는 것보다는 ‘아, 나하고 어울리지 않은 배역이었나 보네.’ 하는 것이 오히려 속이 더 편하였다.

오늘도 그는 어김없이 오디션장으로 왔다. 그는 가슴팍에 ‘132번’이라는 표를 달고 있었다. 주위로 배우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20살부터 26살까지의 나이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현재도 TV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인배우들도 몇몇 보였다. 그들은 대게 경호원들이나 매니저를 동반하여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배우지망생들과는 다르게 표정에서 여유가 보였다. 오늘 이 오디션에 이렇듯 20~26살까지의 나잇대의 이들이 많은 이유는 이번 오디션이 MBS에서 하는 시트콤의 오디션이었기 때문이다.

시트콤의 제목은 ‘논스톱’이었다.

논스톱. 2000년대 초반과 중반까지도 시청자들을 웃음바다로 끌어낸 대학생을 위주로 한 시트콤이었다. 이 논스톱을 통해서 수많은 신인 배우들이 추후 엄청난 톱배우로서 성장하기도 하였다.

논스톱은 상당한 이슈를 끌어내면서 시트콤으로써 시즌5까지 만들어지는 걸작이었다.

하물며 매회 마다 재미있고 신선한 깨알 같은 이야기는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요즘 TV에 잘 나오는 신인배우들도 상당수 오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민후의 경우도 이 시트콤에 꽤 기대가 컸다. 일단 시트콤의 경우는 보증보다는 실력, 그리고 신인배우를 많이 찾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시트콤을 통해서 일약 유능한 배우로서 떠오른 이력이 많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논스톱을 담당하는 현재 PD가 신인배우들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이였다.

김택일 PD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신인배우들을 꽤 잘 뽑았다. 신인배우들은 분명 문제점이 있었다. 일단 연기에 미숙하다는 것이고, 인지도가 없다는 것이며 보증이 확실치 않다는 것.

그러나 신인배우들의 장점도 컸다. 신인배우들은 스크린에 처음 등장하는 것이다. 작년에 드라마를 냈던 유명 배우가 그다음 연도에 영화로 출연했다.

어쩔 수 없이 몰입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신인배우의 경우 첫 스크린으로 들어서는 것이었기에 확 하니 이슈를 보이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확 하니 이슈를 보이는 경우 대부분 초대박을 치기 마련이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 바람처럼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한번 기대해 봐도 되겠어.’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112번, 들어오세요.”

“네.”

하나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주위의 배우지망생들은 긴장에 떨고 있었다.

“어떡해…….”

“잘할 수 있어. 파이팅!”

그중에는 팔다리까지 부르르 떠는 이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민후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 가지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국 관계자가 오디션장에서 나오며 말했다.

“132번, 들어오세요.”

“네.”

민후는 크게 한 번 헛바람을 내뱉었다. 항상 준비가 철저했던 만큼 민후는 이번 논스톱 5의 오디션도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조사하였다.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의 경우 일반적인 오디션처럼 배역을 정해놓고 그 인물을 뽑는 것은 아니었다.

논스톱 5에서 대학생 역할로서, 그리고 불시의 상황에서도 수시로 변하는 연기여도 잘 소화해내고 상황대처 능력이 빠른 준비된 이를 뽑을 것이었으며 뽑히게 되면 추후 어떤 배역으로 하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꾸벅 고개를 숙여 심사위원들을 향해 예의를 취해 보였다. 심사위원들은 총 네 사람이었다. 중앙에는 ‘담당 PD 김택일’이라고 써진 곳에 안경을 쓰고 쾌활하게 생긴 서른 후반의 남성이 그를 보고 있었으며 그의 옆으로는 방송국의 관계자들이 앉아 있었다.

“강민후 씨, 올해 열아홉이시고…… 얼마 전 보았던 수능에서 한 개 빼고 다 맞으셨네요. 이야, 배우 안 해도 먹고 살겠네.”

‘기획팀부장’이라고 적혀져 있는 명패의 90㎏에 육박할 것 같은 살찐 심사위원의 말이었다. 그리고 김택일 PD도 그의 이력을 확인하였다.

그는 실소를 머금었다.

‘수영, 요리, 외국어도 능숙하고, 태권도, 유도, 검도에 양궁, 탁구, 승마, 검도는 배우고 있는 중?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어디서 장난질을…….’

김택일은 황당했다. 수능에서 한 개 빼고 다 맞은 아이가 이렇듯 많은 것에 다재다능하다.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불가능했다.

공부에 무척 매진하여야 가능한 성적이다. 그런 아이가 이런 것들을 능통하다고 본인이 적을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가? 공부했을 시간도 없었을 터인데, 최소한 김택일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허다하였으며 실제 사례로 어떠한 배우가 거짓 오디션 이력서를 통해서 배우로서 계약을 맺으려던 때에 어처구니없게도 그의 거짓이 탄로 나 계약이 불화된 적도 있었다.

그만큼 배우라는 것에 현혹된 이들이 거짓을 말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그래서 김택일은 앞에 잘생긴 소년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거 진짜예요?”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택일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기분 나쁜 시선이다. 그러나 민후는 대충 그의 생각을 짐작했다. 하나, 미안하게도 민후는 쉰다섯의 나이이기도 하였었다. 그것들은 거짓 하나 없는 사실들이었다.

그것들 모두가 ‘유능하다’라고 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탁구도 잘 치시고, 요리도 잘하고, 태권도도 하고 유도도 잘하시고. 양궁에 승마까지…… 하아, 좋습니다.”

그는 민후의 당당한 표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거짓임을 인정할 생각이 없다고 간주한 것이다. 그는 혼쭐을 단단히 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거짓으로 심사위원들을 속이려 하다니, 배우의 자격조차도 없는 녀석이라 생각했다. 연기를 못하는 것보다 더 모진 녀석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었다.

“한번 해보세요, 양궁.”

“예?”

“아시겠지만 연기를 하다 보면 불시에 촬영 장면이 변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찍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렇듯 오디션장도 마찬가집니다. 보고 싶네요, 양궁 쏘는 모습.”

택일은 실실 웃었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이기도 했다. 촬영장은 담당 PD나 감독에 따라서 수시로 대본 시나리오가 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당황하지 않고 잘 따라주는 이들이 잘하는 배우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민후는 왼팔을 천천히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활의 시위를 잡아서 당기는 시늉을 하였으며, 이내 엄지와 검지 중지로 잡고 있던 활의 시위를 놓듯이 하였다.

완벽한 자세였다. 그러나 김택일은 ‘양궁 하나는 익혔나 보네’ 생각하며 만족하지 못한 표정이다.

민후는 쉰다섯의 나이로 살았던 것들을 다시 한번 몸에 되새겼다. 예를 들어 양궁이나, 혹은 수영 탁구 같은 것들을 말이다.

운동에 접목된 것들의 경우 몸의 나이가 달라졌고, 신체가 달랐기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그것들을 짧은 기간 동안 한 번 더 단련하여 익숙해진 것이다.

김택일은 민후를 공격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받는 민후는 오히려 심사위원들에게 다재다능한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돌려차기…… 돌려차기 잘해요? 크, 정말 멋있던데, 요즘 그거. 360도 돌려차기라고 인터넷에 있던데.”

후우우웅-

착!

김택일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민후의 몸이 부웅 떠오르더니 360도를 돌면서 그대로 허공을 차올렸다. 착지까지 완벽했다.

“오…….”

다른 심사위원들이 작은 감탄을 흘렸다. 김택일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까지 자신이 제시한 것들을 훌륭히 해냈다.

그는 자신의 확신이 조금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의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어려운 것이 필요했다.

“승마도 잘한다고 했죠. 제가 말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길들여보세요.”

그는 승리의 미소를 빙긋 지었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그를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지원자에게 쓸데없는 것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 담당 PD인 김택일은 관계자들에게 큰 신뢰도를 쌓아온 사람이다.

때문에 그 이유가 있겠거니 한다.

확실히 이번에 그가 제시한 것은 승마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전혀 할 수 없는 일이다. 말에 오르기 전, 녀석의 등 뒤에 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있었다.

승마를 모르는 이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곧 민후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자신을 길들여보라는 김택일의 말에 그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노려보는 그의 시선을 김택일은 받았다. 그런데 그의 눈빛에서 수많은 것들이 다가왔다.

그것은 무척이나 많은 뜻을 담고 있었으며 그의 눈빛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순간 숨이 턱 하니 막힐 정도였다.

그는 본인도 모르게 시선을 회피했다. 민후는 피식 웃으면서 앞에 말의 머리가 있는 것처럼 다독이듯이 제스처를 취했다.

“워워워.”

순간 김택일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말을 길들이라고 제시한 것은 바로 본인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자신을 말이라 생각하고 길들이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빛에 기가 죽어버린 것이다.

말에 타기 전 길들이는 방법은 말의 눈을 보고 녀석을 기선 제압하는 것이었다. 녀석이 결국 시선을 회피하고 꼬리를 내리면 타도 된다고 허용하는 뜻과도 같았다.

민후는 그 상황을 방금 연출한 것이다.

‘진짜였어? 이 이력들이 전부 다? 대체 어떻게 배웠길래…….’

그는 그의 눈빛에서 보았던 것 중 열정도 크게 본 바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을 길들이는 모션을 취하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강민후라는 이 앞의 열아홉 소년이 쓴 이력은 모두 사실이었다.

이 아이가 실제로 능숙한 것들이었으며 거짓 하나 없는 듯하였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논스톱의 PD인 것처럼 모진 성격의 PD가 아니라 평소 쾌활하고 웃음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면 인정할 줄도 알았다.

“어- 잘 봤습니다. 정말 모두 탁월하게 해내시네요. 이 부분에서 저는 높은 점수를 한번 드리죠. 그럼 본격적으로 연기를 보고 싶습니다.”

담당 PD는 빙긋 웃으면서 그를 보았다. 민후는 그가 자신을 어느 정도 인정했음을 알아챘다.

그는 신선한 것을 그에게 던지고 싶었다. 현재의 심사위원들도 반복되는 연기자들의 연기에 지루했다.

오늘만 1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딱 한 가지 제시어를 냈다.

‘1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당신을 버리고 갔고,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이다. 그 신을 연기해 보라’고 제시했다.

시트콤의 오디션에서 이러한 제시라니, 상당히 난처해 했던 연기자들도 많았으나 더욱 심사위원들이 싫었던 것은 같은 식의 연기라는 것이다.

“흐흐흑, 엄마아아!”

“어엉엉! 엄마!”

“보고 싶었어요, 어머니!”

라고 죄다 울부짖으며 그들은 어머니를 불렀다. 같은 연기, 반복되는 것들 계속 들리는 울음소리.

그들 중 연기가 뛰어난 이들은 물론 있었다. 연기만 보고 그들에게 높은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루했다. 신선한 것이 필요했다.

오디션은 오로지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하에 선발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그들에게 더욱 높은 점수를 살 수 있었다.

제시어를 받은 민후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10년 만에 만나게 된 어머니. 울까? 아니다, 그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1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난다고 실제로 가정해 본다. 과연 울까? 물론 뜻하지 않게 헤어진 경우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껴안는 것이 현실적인 답이다.

그러나 자신을 버린 어머니. 그녀를 10년 만에 만났다. 눈물보다는 화가 먼저 나온다.

“왜, 왜 나를 버린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오늘 가서 물어볼 거야. 응. 정말 그때 왜 그랬는지, 혼자 잘 먹고 잘사니까 좋은 건지 10년 동안 뭘 한 건지 물어볼 거라고!”

민후는 자신의 주머니 속의 꺼놓은 폴더형 휴대폰을 꺼냈다. 그는 휴대폰을 열어 귀에 가져가 다른 누군가와 통화하듯 연기했다.

그렇다. 이것이 현실적인 첫 번째 답이다.

10년 전 나를 버렸던 어머니. 그녀를 생각한다면 눈물보다는 화가 치밀기 마련이다. 그리고 10년 동안 그녀를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그리움은 크게 없었다.

이 제시어는 담당 PD인 김택일 PD가 수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는 이들과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본인도 그들이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아니었다고 답하자 인상이 깊어서 오디션에 적용 시킨 것이었다.

김택일은 흥미로운 눈으로 민후를 보았다. 정확하게 현실적인 면을 간파했다.

“응, 나 이제 버스에서 내렸어. 응, 어머니 터미널에 계시데. 이제 끊어.”

곧바로 민후는 다른 연기를 했다. 어머니를 만나기 전 터미널에 왔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화가 났던 때와는 달랐다. 10년 만의 만남. 막상 다가오니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그리고 민후는 곧바로 다음 연기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휴대폰을 사용했다.

“예, 저 도착했어요, 어디 계…….”

그는 마치 자신의 눈앞으로 10년 만에 어머니를 발견한 것처럼 우뚝 멈춰 섰다. 그의 표정은 복잡함으로 얽매였다. 화를 내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잡아 추궁하리라, 왜 날 버렸냐, 어째서 그런 거냐 묻겠다 다짐했다.

그러나 초라한 행색의 어머니, 늙어버린 주름살의 어머니, 고된 삶을 살아온 것인지 초췌해진 어머니. 그녀를 보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그의 표정은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슬픔, 그리움, 긴장, 그리고 자신을 버렸음에도 초라한 행색의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

아들을 10년 동안 버리고 다시 만날 의향이 있다는 것은 그녀가 정말 그를 거둘 형편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이 역시 현실과 무척 부각 되었다.

인터뷰 중 대부분의 이들에게서 민후가 연기했던 것과 대조되는 이야기를 들었던 담당 PD 김택일이다. 그는 속으로 내심 감탄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들도 그가 보인 연기에 상당히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다른 연기자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연기였다.

또 그의 표정에서는 수많은 것들을 보았고, 그의 감정이 변할 때마다 그들의 감정도 변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네요, 아주 좋아요. 차분한 것에 일단 좋았습니다.”

오디션을 보는 연기자 중 또 하나 안타까운 것. 그들은 심사위원들이 제시하는 것을 바로바로 보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래야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실제로 아니었다. 이것은 자신들이 제작하는 것이다. 성공할수록, 자신들도 좋을 수밖에 없으며 때문에 더욱 확실한 연기자를 찾는다.

민후의 경우 다른 이들이 단 한 신에 끝낸 것에 반면 차분하게 생각하며 세 가지의 신으로 나누어서 현실감을 더욱 증가시켰다.

“그런데 실제 드라마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보통 1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면 펑펑 울지 않을까요?”

호기심이 방대해진 택일은 교묘하게 민후를 공격하고 들어왔다. 그러나 민후는 싱긋 웃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래도 10년 동안 저를 버리고 연락 한번 없었던 어머니인데 화부터 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심사위원들은 그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집중했다.

“그래도 드라마는 시청률이 중요하잖아요. 드라마처럼 차라리 우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나 택일은 멈추지 않았다. 민후는 ‘오호라, 요것 봐라?’ 하고 그의 공격에 재미있어졌다.

“물론 드라마는 시청률이 중요하죠. 그래야 노력한 만큼의 노고가 생기니까요. 그래도 배우라면 시청률을 앞서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적인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실적인 것을 더 이해해야 그 시나리오 자체에 대한 몰입감도 더 커질 것이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민후는 차분히 대답하였고, 담당 PD인 김택일이 빙긋하고 웃었다. 그는 그제 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자신들이 강민후라는 학생한테 빠져 있다 보니 다른 연기자들보다 5분가량을 더 잡고 있었다.

“강민후 학생 연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혹시라도 만약 저희들에게 캐스팅되지 못한다고 해도 좋은 인연으로 언제 한 번 이 바닥에서 봤으면 합니다.”

“학생, 내가 아까 다른 거 해도 먹고 살겠네 했던 거 취소야, 취소! 연기해! 연기 꼭 해야 한다? 내가 봤을 땐 학생은 연기를 해야 크게 성공해!”

기획팀부장도 거들어서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연기를 하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이 충분히 만족하였다는 뜻이었다. 그는 살짝 묵례를 취해 보이고는 오디션장을 나왔다.

곧이어 다른 사람이 오디션장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평소 어떤 때보다도 반응이 좋은 것 같았다. 특히나 택일이 민후를 공격해주고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치면서 더욱 높은 점수를 사게 된 것 같았다.

그는 꽤 만족한 표정이다.

* * *

12월이 지나가고 1월이 되었다. 1월이 되었다는 것은 민후를 사람들이 성인으로 쳐주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자마자 민후는 일단은 1종 보통의 운전면허부터 취득하였다.

운전면허는 평생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면허였다. 그 때문에 성인이 되자마자 취득하였으며 당연하게도 93점이라는 점수를 받아서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민후를 위해서 그가 면허증을 따자마자 중고차량을 한 대 장만해주셨다. 무척이나 싼 값에 장만한 차량이었는데 어머니는 연습용이라는 의미로 사주신 것이었지만 실상 민후는 어머니보다도 운전의 베테랑이었다.

민후는 실제로 그 차량을 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오디션에 붙었을 시 촬영을 하게 되면 타고 다닐 예정이었다.

현재 소속사가 없는 상태였고, 매니저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오디션에 붙어도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가야만 하는 처지였다.

검도장을 다녀왔다가 그는 곧장 어머니의 가게로 향하였다. 불시의 기습 방문이었다. 어머니의 가게는 얼마 전 인테리어 공사를 끝냈다.

애초에 카페였던 곳이었던지라 어머니식으로 인테리어만 가볍게 바꾸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공사가 빨리 끝났다.

어머니의 가게로 오자 ‘오픈! 일주일간 아메리카노가 1인에 한해서 1회 무료!’라고 적혀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 때문인지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중에는 대학생들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돈이 없는 학생들로서는 공짜 커피가 좋을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어머니와 비슷한 연세의 아주머니들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도 있었다.

“김 씨, 아들내미 왔어!”

“으응?”

한 아주머니가 민후를 발견하고는 어머니를 불렀다. 커피를 내리시고 계시던 어머니가 민후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맞이했다.

“아드을, 어쩐 일이야?”

“운동 갔다가 엄마 보고 싶어서 왔지.”

“아이구, 그랬어.”

어머니가 토닥토닥 엉덩이를 두들기신다. 그러더니 어머니가 바쁜 듯 다시 커피를 내리시기 위해 움직이다가 민후에게로 그것을 내밀었다.

“아들, 저쪽 여자 두 분 있는 테이블.”

“으응?”

민후는 순간 당혹했다. 어머니를 보러왔다가 커피 서빙이라니. 그러나 바빴고, 현재 직원도 한 사람밖에 없었기에 거들었다.

어머니는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며 커피가 나오면 카운터에서 받아가는 식의 일반 커피숍과 달리 직접 가져다주시고는 하였다.

벌써부터 성공할 기미가 보이는 어머니의 마인드다.

본의 아니게 한참 커피를 나르던 민후는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예, 여기 MBS 방송국 논스톱 5 기획팀입니다. 강민후 씨 휴대폰 맞으신가요.

“예예.”

휴대폰 너머에서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MBS 방송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민후는 뇌리에 팍하니 뭔가 스치는 기분을 느꼈다. 그 기분은 뭔가를 눈치챘을 때, 느끼는 그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에 오디션 보셨죠. 현재 저희 논스톱 5팀에서 강민후 씨를 캐스팅하기로 결정하여서 이렇게 전화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민후는 그 말에 빙긋하고 웃었다. 그때 그 오디션 이후로도 오디션을 몇 회 더 보았었다. 총 오디션을 7회 정도 본 것 같았다. 결국 그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그럼 그때 뵐게요.

전화가 끊어지고 민후는 실실 웃었다. 드디어 배우로서의 본격 출격이다.

“아들, 왜 커피 안 나가?”

어머니가 그가 멀뚱히 서 있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셨다. 민후가 어머니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엄마, 나 오디션 합격했어. 논스톱 5.”

“하, 합겨억!? 논스톱이라면 그 대학생들 나오는 그 시트콤 아니야!?”

어머니도 논스톱은 몇 번 보신 적이 있으셨다. 그 때문에 ‘논스톱’이라는 말에 크게 놀라셨다.

특히나 어머니의 목소리가 커서 주위의 대학생들은 민후와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대학생들이나 10대들의 경우 논스톱에 한창 열광 중인 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공감대도 많았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아이구! 우리 아들이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에 캐스팅됐대요! 캐스티잉!”

어머니가 뛸 듯이 기뻐하면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 하신다. 대학생들이 상당히 놀란 눈치를 보였다. 그들도 논스톱이 어떤 시트콤인 줄 알고 재밌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기뻐하며 웃는 모습에 민후도 덩달아 웃었다. 논스톱, 상당히 기대되는 프로였다. 첫 출발이 무척 좋은 작품으로 잡힌 것 같았다.

다음 주에 민후가 직접 방송국으로 찾아가 배역을 배정받고 계약하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주가 상당히 기대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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