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성공비법, 엑스트라여도 최선을 다하라!
이제 더 이상 강민후는 사고를 당하기 전의 과거의 강민후가 아니었다. 완전히 변화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항상 식당에 나가서 12시간씩 고된 노동을 하시고 집에 와서까지 집안 빨래에 저녁 식사 준비에 청소까지 하루하루를 너무나도 힘겹게만 사시던 어머니에게도 여유가 찾아왔다.
어머니는 당연하게도 식당을 그만두셨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일한 식당에 대한 미련이 있으신 것 같기는 하였지만, 그녀도 관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녀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나섰다. 2년 내지로 카페 하나를 차려서 운영하실 거라고 확고한 계획을 밝히셨다. 민후는 환영이었다. 그와 더불어 그의 성적은 이젠 전교의 3위권에 항상 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만약 배우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라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었으며 성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하든 쫓아오는 법!
그 때문에 민후는 학교에서의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새 강민후가 된 지 2개월 차가 되었다. 몸은 더욱더 탄탄해졌다. 일반적인 고등학생의 몸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몸이었다.
쉰다섯의 나이 때에도 그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른 후배 배우들로부터 ‘정정’ 하다는 소리가 습관처럼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한 것들 덕택에 운동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더욱 섬세하게 멋지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영어와 일본어 공부 등에 능통해졌다. 영단 덕택에 더욱 빠르게 흡수해버렸다. 이젠 영어 공부와 일본어 공부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것을 배워도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다른 것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하나는 불어였다. 거의 아는 것이 없어서 머릿속이 불어에 대해서는 백지장과도 같았다.
바싹하게 배워서 유용하게 써먹으리라. 불어에 관련한 연기를 맡게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결국 언젠가는 써먹게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다음으로 그가 택한 것은 요리였다.
배우 할 사람이 요리는 왜 필요한가? 외국어 공부는 혹여 미래의 해외 진출을 위한 것이다, 라고 하지만 요리는 무슨 소용인가? 미래에 사랑받고 싶은 남편이 되고 싶어서인가?
천만에!
민후가 요리를 배우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이 그것에 대해서는 무지해서였다. 배우는 수많은 것을 직업으로 두고 있다. 극 중 역할은 때론 소설가일 때도, 건달일 때도, 선생님일 때도, 말을 타는 기수일 때도, 운동선수일 때도 있다.
언제든 변하는 것이 배우가 맡게 되는 극 중 역할이다. 이 중 특별한 훈련이 없어도 되는 배역은 많다.
예를 들어 소설가나 선생님 같은 역할이나, 샐러리맨 역할 등등의 것들은 연습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민후가 맡게 될 배역 중 하나가 요리에 관련된 것이라면?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무식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 배역이 들어오지도 않았고 확신도 서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남는 시간에 논다고 좋을 것이 있는가? 그에게는 능통함의 영단에 의한 효력이 있었고 남들보다 훨씬 빨리 배운다. 그럴 때 그는 준비를 해놓는 것일 뿐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되면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이다. 물론 교수라는 이름이던 시절에도 많은 것을 배우러 다녔으나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많기에 그 당시 엄두도 못 냈던 요리를 지금 배워두려는 것이다. 혹여 배우로서 써먹지 못하더라도 분명 좋게 쓰이는 것이 요리이니 말이다.
그러나 학원을 등록하기 전에 껄끄러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학원비였다. 자신의 집의 형편은 현재 무척 넉넉하였다. 그러나 민후는 어머니에게 계속 손 벌릴 의향은 없었다.
물론 자신으로 인해 얻은 돈이고 자신이 달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내어주실 어머니였다. 그러나 스스로 번 돈으로 학원을 다닐 마음이 있었고 사실 그는 다른 속뜻도 있었다.
촬영현장이 벌써부터 그리웠다. 실상 돈을 번다는 건 조금 핑계일 것이다. 그는 촬영현장에 가고 싶었다. 선천적인 배우인 것이다.
민후가 되고 한 번도 촬영현장에 가보지 못했다. 현재의 연도에는 재밌는 작품이 많이 촬영되고, 많은 방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업병인가는 몰라도 촬영현장에 있는 것이 그에게는 놀이였다. 그만큼 즐겁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용돈과 학원비도 벌 겸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생각 중이었다.
그는 현재에는 배우로서 바로 나설 생각은 없었다. 배우로서 나선다면 그때는 고등학교 졸업 후일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시기가 배움에 있어서 최고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곧바로 오디션장을 들쑤시고 다녀서 나름 배우가 된다고 하면 자신이 배우고 싶었던 것들은 바빠서 힘들어진다.
민후는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라는 사람이 배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게 배우라고 판단한다. 그 때문에 여유를 두고 고등학생 시절은 다른 것을 배우는데 큰 힘을 기울일 생각이었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는 않았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인터넷 카페나, 혹은 알선자를 찾으면 된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모으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엑스트라 아르바이트할 사람들을 부른 후 촬영장까지 안내하고는 하며, 언제 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며 그들을 관리하는 이들이었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 알선자의 연락처는 쉽게 알아낼 수가 있었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는 도박에 가까웠다.
어떤 엑스트라는 무척 편한 것에 반면 괜찮은 돈을 받아가고, 어떤 엑스트라는 힘든 것에 반면 투자한 것에 비해 적은 돈을 받아가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꺼려 하는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는 아마도 사극과 전쟁 신이 있는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일 것이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는 무수히 많은 역할을 해낸다. 지나가는 행인. 편하다. 걷고 또 걷고 걷기만 하면 된다. 음식점, 카페, 혹은 연기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촬영할 때 그 주위의 인원들.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척 연기하면 된다. 이 역시 편하다.
그러나 액션 신이 들어가는 장면. 특히나 전쟁, 사극. 많은 이들이 기피 한다. 사극의 경우 의상 팀이 준비한 의상을 입어야 하였으며 산속에서의 촬영이 이뤄질 때도 종종 있다. 그리고 겨울의 경우 의상은 추운 편에 속한다. 또 그러면서도 여름에는 장군용 갑옷이나, 병사용 옷만 입어도 땀이 질질 난다.
하물며 전쟁을 배경으로 잡았다면 총을 들고 뛰는 것은 기본이요, 소리를 질러 목이 나가고 넘어지고 다치고 깨지고 오랜 시간의 촬영은 기본이요, 덥고 춥고 아주 곤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알선자를 통해서 전해 들은 영화가 다름 아닌 전쟁영화였다. ‘태극기 펄럭이며’라는 6.25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였다. 한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는데, 대한민국 전쟁영화로써 큰 획을 긋게 되는 영화였다.
현재 가을소설이라는 드라마로서 히트를 쳤던 도원빈과 하동욱이라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로써 전쟁터로 끌려간 동생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하동욱. 그리고 자신 하나 살리겠다고 살인마로 전략하려는 형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동생 도원빈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전쟁의 참혹한 모습과 액션까지도 멋지게 연출해낸 대박인 영화였다.
그러나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부지기수로 해본 이들은 대부분 거절 의사를 밝혔을 것이다. 안 하니만 못하지 식이다.
그러나 돈이 필요한 이들, 또는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전쟁영화의 촬영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영화가 얼마나 힘든 줄 아는 민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일단 자신은 엑스트라일 뿐이지만 그 영화의 흥행성을 잘 알았다.
재미있는 영화였고, 깊은 뜻이 담겨져 있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크게 관심이 갔으며 다른 이유로는 배우로서의 자부심 때문이었다. 자신은 일반적인 돈을 벌겠다는 엑스트라는 아니었다. 배우가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힘들다고 안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게 따지는 배우는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힘들지 않고서는 보람을 얻을 수도 없는 법이기도 하였다. 하물며 주말 촬영이었기 때문에 시간도 받쳐줄 것이었다.
그로서는 상당히 기대되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촬영은 토요일 날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다고 들었다. 헬스클럽으로 온 민후는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헬스 트레이너인 김재욱을 볼 수 있었다.
그와 꽤 친해졌다. 그가 민후를 트레이너 해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이었다. 특히나 그가 마음에 드는 것이 민후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그 말은 민후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열심히 하던 학생들을 더 챙겼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민후는 탈의실로 들어가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러닝머신 앞에 섰다. 러닝머신 앞에 선 그는 눈을 감았다.
‘군인…… 전쟁…… 생명의 위험…….’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토요일 일요일 날 어떤 장면을 촬영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군인과 전쟁, 생명의 위험. 이 세 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흔하게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사용하는 장면을 추측해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고함을 내지르면서 적군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을 촬영하게 될 것이었다.
‘연습해 봐야겠어.’
러닝머신 위에 오른 민후는 버튼을 눌러서 작동시켰다. 걷는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그는 연습하자고 여겼다. 엑스트라인데 무엇을? 뛰는 것을 연습하려는 것이었다.
엑스트라의 신이어도 자신의 배역에 충실한 배우 그것이 독종 강민후였다. 자신은 돈을 받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에 소홀해서 좋겠는가, 또한 감독은 한 장면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싶은 인물이다.
그런 감독을 위해 이 정도 연습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며 다른 엑스트라들보다 자신이 훨씬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뛰는 것을 연습한다는 것이 조금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라, 전쟁터. 총을 들고 뛴다. 총을 들어본 이라면 알 것이다. 그 무게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 총을 허리 위로 들어 올리고 앞으로 쭉 뻗은 상태로 들고는 내달려야 한다. 앞쪽으로 무게 중심이 조금 쏠려야 정상이었으며 자칫 잘못했다간 어중간하게 달리는 꼴이 될지도 몰랐다.
그는 최고의 장면을 원했다. 엑스트라 따위여도 자신이 나오는 컷이 1초뿐일지라도 최고의 장면을 보이고 싶었고, 부족함이 없고 싶었다.
민후가 아는 이중 발달 장애 역할의 영화를 촬영하게 된 이가 있었다. ‘맨발의 히봉이’라는 영화였었다.
그 배우는 그 영화의 촬영을 위해서 장차 6개월간 손을 꺾어 올리고 바보처럼 뛰는 것을 연습했다.
완전 그 역할이 되어 6개월간 산 것이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후 여담으로 헬스클럽에서 뛰고 있던 자신을 보면서 웃음소리가 느껴졌다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뛰는 것이 ‘히봉이 같다’라고 사람들이 말했단다. 그만큼 그는 그 역할의 삶을 살았던 것이고, 배우로서 그것은 부끄러움보다는 자랑스러워할 일이 분명하였다.
그만큼 성공한 배우들은 최고의 컷을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었다.
그는 버튼을 눌러 슬슬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총을 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10회.
총을 쥔 그는 돌격형 자세로 총을 앞쪽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것을 흉내 내듯 뛰어보기 시작하였다. 앞쪽에는 4~6㎏ 내지의 총이 들려 있어 조금은 기운 듯한 자세였다. 그리고 발걸음은 평소 뛰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달릴 때는 평소 양팔이 교차 되어서 발도 그와 맞추어 달린다. 그러나 총을 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이 평소완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민후는 어색한 것을 느꼈다.
시선을 틀어서 헬스클럽에 배치된 전신거울을 보았다. 역시나 뛰는 동작이 몹시나 어색하였다. 그는 한 시간 동안 연습을 가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 때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부족하다고 판단하여서 한 시간을 더 뛰었다.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가 양팔로 무언가를 집듯이 하고 달리는 모습에 의아함을 보였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기는 하였지만, 그가 너무나도 열심히 하고 있어서 비웃지는 못하였다. 오늘 운동은 연습으로 전부 끝나버렸다. 씻고 나서려는 그에게 헬스 트레이너 김재욱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까 그건 무슨 동작이야? 새로 나온 체지방 태우는 동작인가?”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봐도 전혀 알 수 없는 동작이었다. 그에 민후는 고개를 저으면서 웃었다.
“비밀이에요. 곧 알게 될 거예요.”
“응? 내일 보자. 조심히 들어가라.”
민후는 비밀이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여 보이고 헬스클럽을 나갔다. 그는 대체 그것이 무슨 동작일까 하고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다.
촬영이 있기 전날인 금요일 날 저녁도 민후는 헬스클럽에서 그 방식으로 뛰는 것을 반복하였다. 2시간 동안 30분 달리고 5분 쉬고 30분 달리고 5분 쉬고를 반복하는 그를 보면서 주위의 이들은 감탄과 더불어서 혀를 내둘렀다.
‘땀 봐. 대단하다.’
‘독종이구나…….’
‘학생이 몸이 참 좋더니…… 이유가 있었구먼.’
민후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운동복을 적셨다. 하물며 자신이 펼치고 있는 동작 자체가 일반적으로 달리는 것보다 더욱 체력 소모가 큰 것 같았다. 일단 민후의 몸은 그것을 쫓아가기 위해 긴장하고 있었고 머리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내색하지 않고 민후는 달리고 있었고, 헬스클럽의 이들은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중년의 남성의 트레이닝을 도와주고 카운터로 가려던 김재욱도 잠시 멈춰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는 머릿속에 뭔가 연상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나이에 걸맞게 당연히도 군대를 다녀온 군필자였으며 수색대 출신이기도 했었다.
그런 그에게 저 동작은 꽤 익숙하게 다가왔다.
잘 생각해 보니 그가 들고 있는 것처럼 흉내 내는 것은 총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총을 쥔 자세에서 뛰고 있는 것!
그는 민후의 동작이 무엇을 하는 동작인지 이해하였다. 그러나 역시 의문인 것은 뭐하러 그런 것을 힘들게 연습하고 있나 였다. 민후의 속을 전혀 모르는 그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몇몇 눈치 빠른 이들도 그의 동작이 무엇인 줄 알아챈 듯 보였다. 그들도 왜 저런 동작으로 달리나 의아했다.
한 시간을 채우고 그는 잠시 러닝머신에서 내려왔다. 그러다 자신을 보고 있던 사람들에 흠칫하고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제각각 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민후는 무안한 표정으로 정수기로 다가갔다.
“총을 들고 뛰는 자세네? 왜 그런 자세를 연습해?”
‘됐다.’
김재욱의 물음에 민후의 얼굴로 큰 화색이 돌았다. 남이 그가 총을 들고 뛰는 자세임을 알아봤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동작이 부드러워지고 그것을 연상시킬 수 있을 만큼 또렷해졌다는 것이었다.
6시간 동안의 노력으로 엑스트라로서 큰 것을 얻어냈다. 충분히 만족하였다.
“이번에 엑스트라 아르바이트하게 되었거든요.”
“군인 역할인가 보네. 나도 예전에 엑스트라 아르바이트해 봤는데, 연습할 정도의 그런 건 없던데.”
“그래도 돈 받고 하는 거니까 맡은바 충실해야죠.”
“하하, 짜식! 된 놈이야.”
민후의 말에 김재욱은 이렇게 연습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민후의 말에 참으로 감탄했다. 엑스트라이지만 충실히 해내겠다는 그 열정과 의지.
재욱은 그가 필히 성공할 놈이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꿈이 배우라더니, 나중에 성공하면 나 잊으면 안 된다.”
김재욱이 빙긋 웃으며 한 말이다. 물론 물질적인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고, 꼭 배우로서 성공하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물을 한 컵 마신 민후는 다시금 자신이 뛰었었던 러닝머신에 올랐다. 땀을 다 닦아낸 그는 천천히 러닝머신을 다시 가동시켰다.
‘정말 저건 독종이다.’
‘군대 가나? 왜 저렇게 총 들고 뛰는 연습을 하는 거야.’
‘으으……! 보기만 해도 소름 돋는다!’
다시 러닝머신에 오른 그를 보면서 헬스클럽의 많은 이들은 갖은 생각을 하기에 바빴다. 민후는 전혀 개의치 않고 남은 1시간을 더 연습하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 * *
알선자로부터 장소와 시각이 적힌 문자가 날아왔으며 복장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복장은 무늬 없는 하얀색 티셔츠 같은 것을 챙겨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혹시라도 촬영 중 전쟁 신이 아닌 다른 신을 촬영하게 될 때 편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민후는 부지런히 짐을 싸놓은 것이 있었다. 어제저녁 집에 오자마자 여행 가방을 꾸렸다. 여행가방 안에는 덥수룩하게 생긴 50년대의 젊은 남자들이 했을 법한 가발과 더불어서 허름한 옷들이 들어있었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지 몰라 챙긴 것이었다. 도움이 안 되면 마는 것이지만 혹여 이런 준비를 함으로써 감독의 눈에 들어 한 컷을 추가적으로 다른 이들보다 더 찍는다면 추가적인 수익도 생길 수 있었고, 엑스트라임에도 비중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준비성은 자신이 강의를 할 때 자주 학생들에게 말하던 것이었다. 학생들도 이런 것 준비하는 것 어렵지도 않았으며 준비해서 한 컷이라도 더 찍으면 돈도 더 벌고 좋은 것 아닌가.
감독들은 전부 준비된 이들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 감독이 ‘아, 이 배우가 이미지 딱이다!’ 했는데 그 분야에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된 것이 없으면 그것은 감독을 실망시키는 일이니 말이다.
“엄마, 나 다녀올게.”
“그래, 몸조심 잘하고. 내일 오후쯤에나 온다고?”
이번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는 1박 2일간 진행된다. 무슨 엑스트라가 이틀이나 하나 하겠지만, 촬영팀은 주말을 이용해서 엑스트라들이 필요한 신을 꽉꽉 찍을 의도인 듯 보였다.
어머니는 엑스트라로라도 영화촬영장에 간다는 민후를 말리지 않았다. 사실 과거 강민후가 잘못하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오디션을 통해서만 배우가 되려 했다는 것. 애석하게도 오디션만이 답은 아니었다. 물론 오디션이 가장 보편화한 방법이기는 하였으나, 이렇듯 엑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그와 더불어 돈도 벌고 촬영장을 배우고 하는 것도 상당히 좋은 것이었다.
“밥 굶지 말고, 꼭 챙겨 먹어야 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어머니는 민후에게로 3만 원을 내밀었다. 그는 손사래를 쳤지만, 어머니가 주머니에 구겨 넣으셨다.
일반적으로 로또에 당첨된 다수의 이들이 큰돈이 생겨 버리면 물 쓰듯이 쓰는 경향이 생긴다고 한다. 돈 쓰는 방법을 몰라서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니었다. 알뜰하게 사용하셨다. 자신을 위해 비싼 액세서리나 옷 등을 구매하시지도 않으시고 그 돈으로 사업이나, 다른 뜻 있는 일을 하시려 하시니 말이다.
나중에 배우가 되면 어머니가 차지 않은 액세서리, 명품백 자신이 다 해줄 생각이었다.
집을 나선 그는 택시를 타고 월드컵 경기장으로 왔다. 시간이 딱 맞았다. 앞으로 오자 대형버스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생들을 태우고 갈 버스였으며 그 앞으로는 알선자가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음, 강민후 씨요?”
“네.”
“근데 그 여행 가방은…….”
“아하하, 1박 2일이라고 해서요.”
알선자는 그의 여행 가방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부분의 이들은 작은 종이가방이나 책가방 등을 이용하여서 하루 치 입을 속옷과 옷을 준비했다.
그러나 집에 종이가방이 없나 보다 한 그는 ‘강민후’라고 적혀진 부분에 동그라미를 치고는 그를 들여보냈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학생 옆에 앉았다.
둘러보니 ‘태극기 펄럭이며’라는 영화가 나이 불문한 엑스트라들을 모집하고 있는 것인지 10대에서 50대까지도 다양한 연령층의 이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여학생들도 꽤 있었다.
“도원빈을 실물로 보다니. 나 너무 떨려.”
“하동욱 오빠도 되게 멋있을 거 같아.”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의 좋은 점 중 하나. 일반인들이 쉽게 배우나, 연예인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여학생들의 경우는 잘생긴 남자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꽤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명단자가 모두 탑승하고 난 후 알선자가 차량에 올랐다.
차량에 오른 알선자는 탑승객들을 둘러보면서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이번 영화는 ‘태극기 펄럭이며’라는 영화예요. 말씀드렸던 흰색 티셔츠나 아니면 속 안에 입을 나시 같은 것들 준비하셨나요?”
“네.”
그의 말에 탑승객들이 이구동성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장 가시면 배우분들 계실 거예요. 그런데 너무 호들갑 떨고 그러면 안 됩니다. 지금 밤샘 촬영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인데, 솔직히 그분들도 사람이라 많이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되도록 사인해 달라, 뭐 해 달라는 말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동영상이나 사진 같은 거 찍으시면 안 되는 거 당연히 아시겠죠.”
그는 사진과 동영상 부분에서 강조하였다. 탑승객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형버스 운전석의 바로 뒷자리에 그가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버스가 출발하였다.
대형버스는 촬영지인 경남 합천으로 이동하였다. 잠시 눈을 감아 잠을 청하자 어느새 버스는 촬영장에 도착해 있었다. 알선자의 안내 하에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하였다.
대형버스는 총 네 대가 와 있었다. 월드컵 경기장뿐만이 아니라, 총 네 군데에서 대형버스로 엑스트라들을 실어서 나른 것이다.
이중 오늘만 촬영하고 갈 인원들과 내일까지 촬영하여서 일당을 더욱 받을 인원들로 나눠질 것이었다.
엑스트라들의 숫자는 총 150여 명 정도 되었다. 태극기 펄럭이며는 이 당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순수 제작비만 하여도 130억 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전 기획 기간과 시나리오 준비 및 검증 기간 주, 조연 오디션 등을 통한 6개월의 기간까지 통합하여서 총 5년을 기획한 영화였다.
제작비가 많은 만큼 엑스트라가 많은 것은 당연했다. 실제로 태극기 펄럭이며에서 총 투입되었던 엑스트라들의 숫자가 2,500여 명이나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자자! 엑스트라분들 다 왔으니까 의상 팀 빨리 의상들 입히고! 촬영현장 다시 한번 점검한다. 빨리!”
150명의 엑스트라가 온 만큼 촬영 팀은 그 뽕을 뽑아야 하였다. 때문에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번에 태극기 펄럭이며에 투입된 스태프의 숫자만 하여도 150명이다.
알선자는 빠지고 스태프들이 엑스트라들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1950년대의 의상을 가져왔다.
4천여 벌이나 제작된 의상과 물품 6천여 점을 태극기 펄럭이며는 준비한 상황이었다.
현재 나눠주고 있는 옷은 두 분류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50년대의 군복과 더불어서 50년대 시민들이 입었던 일반적인 옷들이었다.
의상팀 인원들은 짧은 헤어스타일의 남성들에게 군복을 건네주고 있었다. 민후의 경우도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군복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둘러보니 군복을 받은 엑스트라들은 열다섯 명 남짓이었다.
반바지에 하얀색 무늬 없는 티셔츠를 입은지라 그것을 그냥 위아래로 벗지 않고 입어도 되어서 편하였다. 그는 군복을 모두 입은 후 머리에 ‘헌병’이라고 써진 방탄까지도 착용하였다.
모두 착용하고 나자 군복을 입은 이들에게로 프롭 총기가 주어졌다. 프롭은 영화상의 소품을 가리키는 property의 줄임말이다. 일반적인 프롭 총기는 모두가 실제 총과 같은 외형을 지녔으나 속 내부는 전혀 달랐다.
공포탄과 더불어서 화약이 채워져 있었는데, 일반적인 공포탄보다도 화약이 훨씬 더 많이 채워져 있었다. 그 때문에 총을 쏘는 장면들에서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현실감을 더할 수 있었다.
프롭 총기까지 받은 민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많은 엑스트라들이 의상을 입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엑스트라들은 서른 명 남짓이었다.
아무래도 인원들이 많다 보니 통제에 오랜 시간이 걸려서 벌써 한 시간을 까먹었다.
영화를 보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그러나 단 몇 초의 컷을 촬영하기 위해서도 몇 시간이 훌쩍 걸리는 것이 영화촬영이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엑스트라가 의상을 모두 입었지만, 아직 촬영장의 준비가 끝나지 않은 것인지 엑스트라들에게 앉아서 쉴 것을 스태프는 말하였다.
민후는 슬쩍 한석민 감독을 보았다. 이 영화의 제작 기획을 맡은 한석민 감독은 본래 강호였던 그와도 꽤 친분이 두터웠다.
그가 감독이었던 영화에 민후가 출연하기도 하였었는데, 그는 무척 꼼꼼한 성격에 자신이 원하는 장면이 아니면 며칠을 꼬박 걸려서라도 재촬영을 하는 이였다.
그 때문인지 그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성공한 감독이었다.
“자자, 빨리들 합시다! 빨리들! 벌써 시간 오버 되었습니다!”
한석민 감독이 촬영장의 소품들을 세팅하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소리쳤다.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감독(감독을 돕는 이. 기획팀의 우두머리)이 대본 하나를 손에 쥔 채 150여 명의 엑스트라들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군모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서른 초반 정도 되는 나이로 보였다. 다른 손에는 확성기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키더니 ‘아아-’ 하면서 테스트하였다.
“뒤쪽에도 잘 들리시나요?”
“예!”
그의 물음에 뒤쪽에서 큰 목소리로 답했다. 민후는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오늘 촬영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주인공들이 징집되어 끌려가는 장면을 촬영하게 될 것입니다. 군복을 입으신 분들은 오늘 하루 군인 엑스트라가 될 것이고, 일반적인 차림의 옷이 지급되신 분들은 피난민 역할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저희들의 통제에 잘 따르시면 빨리빨리 끝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함께 스태프들이 인원들을 데려가기 시작하였다. 군복을 입은 이들과 일반적인 복장을 착용한 이들을 나눠서 데려갔다.
군복을 입은 민후의 경우도 군복을 입은 대열에 합류하였다. 그들을 이끌고 간 스태프 한 사람은 군용트럭을 가리켰다.
“첫 신은 이 차량에서 신속하게 내리는 장면이 촬영될 것이고요, 그다음 장면으로는 내리자마자 일자로 정렬하시면 됩니다.”
그는 섬세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서라는지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있을 것을 알았다. 그는 군용트럭에 오르더니 프롭 총기를 든 상태로 신속하게 내려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들에게 군용트럭에 올라 서둘러서 내리는 장면을 연습시켰다.
가장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들이 우왕좌왕했던 장면은 일렬로 서는 장면이었다. 이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던지라 군인의 각을 잘 모르는 듯싶었다.
이미 한쪽에서는 일반적인 옷을 입었던 엑스트라들을 데리고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신들은 충분히 연습할 시간이 있었고 그 연습만 2시간가량이 진행되었다.
2시간가량 연습이 진행되자 스태프는 훌륭하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습 다 시켰어?”
“예.”
“한 번만 보도록 할게요.”
조감독이 다가왔다. 그의 물음에 엑스트라들이 일제히 차량 위에 올랐다. 그리고 곧 빠르게 내리고는 어깨총을 한 자세로 일렬로 쭉 섰다. 조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팀이 군용트럭 주위로 몰려오기 시작하였으며 조감독이 슬레이트를 들고는 나타났다.
슬레이트가 쳐지자 차량에 탑승해 있었던 운전자가 운전을 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곧바로 정차시켰다. 주위로는 카메라 여러 대가 차량에서 신속하게 내리는 그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쭉 정렬하고 서자 모니터를 확인하던 한석민 감독이 외쳤다.
“엑스트라분들 무척 좋습니다. 그런데 한 번만 더 가겠습니다.”
한 번에 연습했던 것만큼의 실력이 나와서 다른 엑스트라들은 ‘끝났나?’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민후는 예감하고 있었다. 이 장면만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을 촬영할 것이다.
분명 이 장면은 2초 남짓이나 방송될 터이다. 그러나 실제로 들이는 공은 그만큼 녹록지 않았다. 리얼리티 시대이기 때문에 실제와 더욱 흡사한 장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만 일곱 번이 촬영되었다. 일곱 번째의 촬영 때 한석민 감독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민후는 현재 이 한 장면에 출연하였지만 벌써 촬영장에 온 지 6시간이 훌쩍하고 지나버렸다. 한석민 감독은 몇 컷을 담아내자 시계를 확인하였다.
“식사하고 가실게요!”
벌써 시각이 꽤 되었다. 스태프들이 엑스트라들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다. 도시락은 돈까스 도시락이었다.
“아- 힘들다, 힘들어.”
“무슨 한 장면 촬영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려.”
군복을 입은 엑스트라들은 둘러앉아서 함께 밥을 먹었는데 20대 초로 보이는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자아이들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민후는 그 말에 속으로 쓰게 웃었다.
밤샘 촬영을 꼬박 해봐야 저런 말이 안 나올 것이다. 그만큼 촬영은 고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들은 엑스트라일 뿐이었다.
최대한 간단한 장면이 주어지고 연습을 한다 해도 무척 간단한 것들이었다. 그에 반면 배우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서 하루를 꼬박 촬영하는 경우도 허다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드라마와 영화가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영화의 경우 촬영시간이 드라마보다 훨씬 길었다.
영화의 감독들은 당연히 영화의 흥행을 위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와도 일부러 계속 촬영하는 감독들도 있었다.
더 나은 장면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아니었다. 드라마는 일주일에 2회 분량이 촬영되어야 하였다. 그 때문에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더욱 장시간 촬영이 이뤄지며 실제로 오랜 시간 투자한 만큼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더 몰입도가 컸다.
드라마는 약 16시간에서 20시간으로 시작과 끝이 있다면 영화는 2시간 내외가 한계였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깊은 몰입감과 많은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촬영 재개합니다!”
한석민 감독의 말에 엑스트라들이 어기적어기적 몸을 일으켰다. 민후도 몸을 일으켜 다음 촬영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모든 촬영은 시나리오의 순서대로만 진행이 되지는 않았다. 상황에 따라 앞의 내용을 미리 촬영하기도 하며 뒤쪽의 내용을 촬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부드럽게 진행되는 이유는 각 회 차가 확실히 나누어져 있으며, 갑자기 앞선 내용보다 훨씬 진행된 장면을 촬영한다고 해도 배우들이 그만큼 그 작품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면 수월한 촬영이 가능했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고단했다. 당일치기의 촬영 인원들은 대형버스 두 대에 실려서 촬영장을 나섰고, 나갔던 대형버스는 밤샘 촬영에 투입될 엑스트라들을 데리고 도착하였다.
여성 엑스트라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오늘 밤의 촬영은 전투 신 중 하나로써 남한이 북한을 밤에 기습하는 장면이었다.
그 때문에 무술팀도 투입되었으며 전투를 하는 장면은 대부분 무술팀 인원들을 잡을 것이었다. 엑스트라들은 그저 뛰고 소리 지르고 폭탄이 터지면 넘어지면 되는 것이었다.
군복을 입은 엑스트라들은 방탄에 갖은 풀잎 등을 꽂아 넣었으며 몇몇 엑스트라들의 손에는 유리병도 들려 있었다. 적군에게 날리는 휘발유가 섞였다는 가정을 한 유리병일 것이다.
그것을 민후 역시도 건네받았다.
“이번 장면은 뛰는 장면입니다. 소리를 지르시며 적진에 돌진하시면 되고, 욕을 하거나 ‘다 죽여버리겠어!’ 등의 언어도 허용합니다. 유리병을 받으신 분들은 내달리면서 일제히 던지시면 됩니다. 그리고 뛰는 장면 그 후에는 본격적인 촬영이 진행되는데, 특수효과 때문에 들어간 돈만 해도 어마어마한 장면입니다. 때문에 수차례의 리허설 후 진행될 예정입니다”
조감독의 설명에 엑스트라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오늘 저녁 투입된 엑스트라들은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전투 신은 정말 힘든 장면이다. 특히나 특수효과가 가미된 것의 경우 촬영은 하지 않고 준비를 하는 데만 꼬박 힘을 다 써버릴 것이다.
특수효과의 경우 많게는 몇억의 제작비가 소요되기도 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악션!”
한석민 감독의 말이 터짐과 동시에 제작팀이 만들어 놓은 호에 들어가 있듯 앉아있던 엑스트라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이야아아아!”
“으아아아!”
“죽여 버리겠어!”
“개새끼들!!”
그들은 일제히 달렸다. 그저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 듯이 뛰기만 하였다. 카메라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그러나 역시 반복 촬영이 이어졌다.
그 장면이 세 번째 촬영되던 때에 다른 엑스트라들은 힘이 빠져버렸다.
그러나 민후의 경우는 아니었다. 이럴 때를 위해서 틈틈이 갈고닦은 것이 자신의 체력 아니던가. 하물며 자신은 영단 때문인지도 다른 사람보다 더욱 지치지 않았다.
다른 엑스트라들이 숨까지 헐떡이는 반면, 민후는 반복된 촬영에서도 열심히 내달렸다. 특히나 그는 정말 전쟁에 임하는 군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유리병을 받음으로써 자세에 조금 변동이 오기는 하였지만, 오른손으로는 총의 손잡이 부분을 왼손으로는 유리병을 든 상태로 총을 받친 모습으로 마치 무술 감독의 지시하에 연습을 감행한 것처럼 뛰고 있었다.
그의 또렷한 장면은 무척 훌륭한 것이었다. 물론 오늘 뛰는 장면이 없었다면 6시간의 노력은 헛수고였겠지만 그래도 크게 상관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빨랐고, 열심히 뛰었으며 동작도 제일 부드러웠다. 그 때문인지라도 엑스트라들 사이에서 껴있는 그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저 어린 엑스트라 누구야? 무술팀 애인가?”
모니터하면서 주시하고 있던 한석민 감독은 다른 엑스트라들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 화면에 들어오자 쉬고 갈까 하다가 유독 빠르게 내달리면서 훌륭한 자세를 갖추고 뛰는 민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세가 갖춰져 있기 때문인지 그는 무술 감독 팀 쪽 아이인가 싶었다.
“저희 애 아닌데요.”
한석민 감독 옆에서 함께 주시하던 무술 감독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답은 조감독에게서 들렸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 온 학생입니다. 아까 여행 가방 같은 걸 들고 다녀서 기억에 남는 녀석인데, 참 열심히 하는 녀석 같더라고요. 이야, 잘 뛰네, 잘 뛰어.”
조감독은 모니터에서 훌륭하게 뛰어다니는 민후의 모습을 보고는 감탄하였다. 여행 가방이라는 말에 한석민은 ‘재밌는 녀석이네.’ 하고 중얼거렸다.
여행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그는 대충 짐작했다.
“저 학생 카메라 앞쪽에서 찍힐 수 있도록 앞쪽으로 빼둬.”
“예.”
훌륭한 동작을 펼치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카메라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찍히면 더욱 좋은 장면이 만들어지리라. 그러나 그는 큰 생각은 담지 않았다.
단지, 다른 엑스트라보다 더 잘 뛰고 열심히 하는 녀석인가 싶었다.
민후는 자신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조감독이 다가와서 자신이 뛸 자리를 배치해 주었는데, 카메라에서 가장 잘 촬영이 될 곳이었다. 무술팀 인원들도 서지 못한 자리에 자신이 서서 뛰고 있는 것이다.
뛰는 장면의 촬영이 끝났다. 이 장면 역시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밤샘 촬영인지라 많은 이들이 피곤해 보였다. 촬영 팀은 제약 없는 휴식시간을 제공했다.
제약 없다는 뜻은 촬영 팀의 촬영준비가 끝나야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각자 대충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거나 버스에 들어가 자는 이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민후는 그러지 않고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조금 전에 대충 흘겨보니 무술팀 인원들이 프롭 총기를 들고는 총검술을 하는 장면을 대충 봐둔 것이 있었다. 전투 신이기 때문에 총으로 때리고, 총검술을 펼치는 장면도 있을 것이 당연하였다.
어차피 남는 시간이었다. 감독에게 무조건 봐 달라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일 뿐이었지만 더욱 좋은 장면이 촬영되면 자신 스스로 좋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었다.
후웅.
그는 프롭 총기를 휘두르면서 총검술을 펼치듯이 아까 전 무술 팀원들의 모습을 흉내 내었다. 역시나 처음에는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연습하였다. 그도 분명 사람인지라 밤샘 촬영이라는 것이 피곤하기는 하였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휘두르고 찌르고, 후리고를 계속해서 반복하였다. 실제 총은 아니었지만, 그 외관이 같았기 때문에 총을 휘두르는 무게는 상당한 체력의 그조차도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그는 반복하고 있었다.
* * *
한석민 감독은 이번 태극기 펄럭이며의 주연을 맡고 있는 이 중 한 사람인 도원빈과 함께 걷고 있었다.
그래도 밤인지라 시원한 공기가 지친 심신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다른 스태프들이나 엑스트라들은 모두 쉬고 있었다. 석민은 도원빈이라는 배우를 무척이나 아끼고 소중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도원빈. 이 석 자를 들으면 사람들은 ‘아! 그 조각 미남 배우!?’라고 한다. 분명 그는 얼굴 하나만큼은 조각처럼 잘생겼다. 그러나 그가 잘생겨서 한석민은 그를 아끼는 것이 아니었다.
도원빈은 현재 ‘가을소설’이라는 작품을 끝내면서 크게 흥한 배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더욱 높은 곳으로 더욱 나은 연기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실상 도원빈의 성공의 원동력은 얼굴이 아니라고 한석민은 판단한다. 대부분의 감독도 그리 판단할 것이다. 얼굴만 잘생기고 꽃미남답게 매일 꽃미남스러운 역할만 맡는다면 결국 스크린에서 사라지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도원빈은 꽃미남 얼굴을 가졌음에도 수많은 배역에 도전하려 하였다. 이 태극기 펄럭이며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꽃미남 배우인 그는 조금 남성적인 성향이 깃든 이 영화 역시도 어떤 배우보다 훌륭히 임해주고 있었다.
또 하나 여담이 있다면 ‘킬러들의 대화’에서 도원빈과 짝을 맞춘 배우 중 구민준이라는 배우가 있었다.
구민준이라는 배우를 사람들은 흔히 ‘아랍왕자’라고 부르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큼지막한 코와 두꺼운 쌍꺼풀을 가진 그 배우 역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서 성공한 배우로 알려졌는데, 그가 얼마 전 촬영장에 찾아와 하동욱이나 한석민 감독처럼 간이 의자에 앉지 않고 맨바닥에 앉아 있는 도원빈을 보고 간이용 의자를 선물로 주고 갔다.
그러나 도원빈은 그 의자를 받고 무척 좋아했지만 실상 그 의자에 앉지 않았다.
때문에 그것을 안 구민준이 서운하다는 듯이 전화를 했고, 혹시 자신이 못 앉게 했나 해서 감독인 그에게도 전화가 왔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라고 한 적도 없었다. 때문에 도원빈에게 가서 물었다.
그는 아직은 자신이 다른 높은 배우들이나 감독님처럼 편히 앉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표현하면서 촬영팀 인원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최고의 배우 도원빈이 의자에 아직 앉아서는 안 되는 경지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이 얼마나 겸손하고 노력이 강한 친구인가. 그 때문에 한석민은 그를 어떤 배우보다도 아끼는 것이다.
“힘들지 않냐.”
“힘들긴요, 재밌는데요, 뭘.”
한석민은 며칠간 밤샘 촬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를 않는 도원빈 때문에 되레 녹초가 된 자신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도원빈의 미소는 정말이지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한석민은 보였다. ‘도원빈’이라는 배우의 웃음에는 ‘겸손’이 묻어있었다.
남이 칭찬하려면 어색하게 웃는 녀석이다. 자신의 노력이 칭찬이나 남이 알아주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수우욱!
수우욱!
턱턱!
함께 밤공기를 쐬면서 걷다가 한석민은 담배 한 대를 피우기 위해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는 막 불을 붙이려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에 라이터를 떼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냐.”
“네. 사람 숨소리 비슷한 것도 들리는데요.”
도원빈도 그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한석민과 그가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동하였다. 도착한 곳에는 젊은 열여덟 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프롭 총기를 들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계속 휘두르고 있었다.
“뭐 하…….”
“쉿.”
도원빈이 의아한 목소리를 내려 했다. 석민이 그것을 막았다. 그는 앞의 젊은이를 자세하게 살폈다. 자칫 총기를 휘두르는 모습에 무술 팀원인가 싶겠지만 눈에 익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니 조금 전에 남들보다 유난히 체력이 좋고, 동작이 일사불란했던 학생이었다. 그는 땀까지 흠뻑 젖어서 프롭 총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총검술을 연습하는 건가? 엑스트라가?’
자신 본인이 무술팀도 아니었고 고작 엑스트라가 어떤 비중을 원하기에 총검술을 연습하는가 싶었다. 더군다나 밤샘 촬영인지라 피곤할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피곤함도 잊은 것인지 땀에까지 흠뻑 젖어있었다. 한석민의 마음을 더욱 동하게 한 것은 슬쩍 본 그의 얼굴은 단순히 그것을 연습하는 것에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석민과 도원빈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총검술 연습은 왜 하나, 학생?”
한석민이 물었다. 사실 민후는 이미 누군가 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한석민 감독과 배우 도원빈인 줄은 몰랐었다.
“아, 그냥 시간이 남아서요.”
“그냥 시간이 남아서인 것치고는 열심히 하네.”
한석민은 빙긋 웃으면서 한 말이었다. 그의 어조에는 그를 칭찬하는 듯한 투가 담겨 있었는데, 민후는 그에 멋쩍게 웃었다.
“엑스트라여도 돈 받고 하는 건데 잘해야죠.”
그의 웃음에서 석민은 순간 도원빈의 웃음과 그의 웃음이 겹치는 것을 보았다. 남이 보라고 하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하고 싶어서 하였고 누군가 칭찬했을 때 민망함에 보이는 그 미소가 앞의 남자아이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감독 생활을 한 한석민이다. 그 역시도 배우들이 남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것처럼 어떤 배우들이 성공할 상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두워서 얼굴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다. 몇 걸음 더 다가가서 악수를 청하면서 얼굴을 가까이서 확인하였다.
“이거 내 영화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해주는 친구라면 감사하지.”
얼굴을 확인한 그는 속으로 낮은 신음을 흘렸다. 도원빈 못지않은 잘생긴 얼굴을 가진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가 더욱 놀란 것은 눈빛 때문이었다.
도원빈의 눈빛과 비슷한 눈을 가진 이였다. 도원빈 같은 눈을 가진 이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의 눈에는 수많은 열정과 용기, 끈기가 깃들어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배우 중에도 이런 눈을 가진 이들은 흔치 않았으며 한석민이 보았던 그런 눈을 가진 배우들은 100이면 100.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명품배우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름이 뭐지?”
“강민후라고 합니다.”
“강민후라, 다음 주 주말에도 엑스트라들 불러서 촬영하니까 와줬으면 좋겠어. 열심히 하는 게 보기 좋아.”
“네, 오려고 했습니다. 촬영장이 재밌어서요.”
석민의 말에 민후는 빙긋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촬영장이 재밌는 녀석이라니 정말 이상한 녀석이었다.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와의 이야기를 끝낸 석민은 도원빈과 함께 다시 걸었다.
“저 친구 되게 열심이네요.”
도원빈은 민후를 보고는 작은 감탄을 하는 것 같았다. 석민은 빙긋하고 웃었다. 강민후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한 한석민이다.
만약 저 아이가 엑스트라가 아닌 배우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아이라면 태극기 펄럭이며의 촬영이 끝난 후에도 언젠간 만날 것이었다.
혹여 배우가 아닌 다른 꿈을 가진 아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꼭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을 한석민은 가졌다.
* * *
자신이 만족하는 총검술의 모습이 얼핏 나왔다. 물론 100% 만족하지는 못하였다. 일단 시간이 촉박하여서 흉내 내는 듯한 자세밖에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밤샘 촬영이 이어졌다. 이어진 밤샘 촬영에는 갖은 특수효과들이 터져나갔다. 수류탄이 터지고, 연막탄이 피어오르며 프롭 총기가 발포되었다.
실상 엑스트라들의 손에 들린 프롭 총기는 아예 탄이 지급되지 않은 총이다. 실제로 총을 쏘는 이들은 무술팀 인원들에 한해서였다.
그러나 민후는 총검술을 어느 정도 익혀놓은 것이 있었기에 격렬하게 싸우듯이 행동하면 된다는 조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능숙하게 총검술을 펼치듯이 하면서 촬영에 임하였다.
이번 컷은 특수효과가 들어갔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어 수차례의 리허설 후, 딱 한 번의 촬영으로 끝이 났다. 그래도 한석민 감독은 상당히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어느새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4시였다. 4시가 되자 스태프들은 서둘러서 촬영 장비를 일부 걷어내고 철수 준비에 있었으며 빠져있던 알선자들이 다시금 엑스트라들을 모아서 대형버스로 안내했다.
민후도 대형버스에 올랐다.
알선자는 명단을 확인하여서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촬영에 임하였는지 검토하고는 돈을 지급하였다.
“이름이?”
“강민후요.”
“아, 조감독님께서 되게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다음번에도 꼭 오라네요.”
“아, 네.”
알선자는 그렇게 언급하면서 민후에게로 하얀색 봉투를 건넸다. 봉투를 열어보자 학생이 가지기에는 꽤 두둑한 돈이 들어있었다.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당 배급이 끝난 후 대형버스가 촬영장을 유유히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민후는 그제야 버스에서 잠에 곯아떨어졌다. 밤샘 촬영임에도 한숨도 자지 않고 다른 것에 열심히 하였던 것이 지금 피곤이 몰려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