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투수 성낙기-157화 (157/188)

# 157

157화 챔피언십시리즈-워싱턴 내셔널스 5

<성낙기, 챔피언십시리즈 완봉승!>

<단 3안타 완봉으로 워싱턴을 잠재운 역대급 투수 성낙기는 누구인가?>

<완봉에 솔로 홈런까지 팀 승리를 혼자 이끌다>

<101.5마일을 9회에 던진 괴물 투수>

야구 사이트마다 성낙기의 활약을 중요한 뉴스로 다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브라이스 하퍼에게 던진 마지막 공이었는데, 메이저리그 투나잇에서는 야구 전문가들이 101.5마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제가 느끼기로 성낙기라는 투수는 원래부터 빠른 공을 숨겨왔던 것 같습니다. 시즌 중에도 계속 공이 빨라졌었죠. 공의 스피드라는 게 몇 개월 만에 달라지지 않습니다.”

“만약 그 말씀이 맞다면 지난 시즌부터 그랬을 거라는 추측인가요?”

“그랬을 겁니다.”

“전 그 의견에 동조하기 힘드네요. 성낙기는 스피드를 숨긴 적이 없습니다. 강약 조절을 해왔을 뿐이지요. 지난 시즌에도 91~92마일로 좋은 성적을 올렸지요. 마이애미로서는 과분할 만큼요. 올해는 다릅니다. 팀이 좋아졌고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죠. 당연히 강하게 던지는 것뿐입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 게 공이 더 빨라질 수도 있을까요?”

“아닙니다. 아마도 오늘 브라이스 하퍼에게 던진 공이 최대치일 겁니다. 왜냐하면 가장 강한 스피드로 아웃을 시켜야만 하는 타자였거든요.”

“여러분 모시고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조금씩 의견을 달리합니다. 글쎄요. 저도 성낙기 투수를 보면 아리송합니다.”

***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본 다음 날, 허봉호 감독과 마영진 단장, 이계현 코치는 성낙기의 완봉승을 반기면서도 어딘지 미심쩍어하는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셋은 단장실에서 성낙기를 화제로 떠올렸다. 삼호슈퍼스타즈 역시 현재 가을 야구 중이다.

페넌트레이스 2위의 성적을 올린 삼호슈퍼스타즈는 플레이오프에서 모연비퍼스를 제치고 세화스쿼럴스와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었다.

“와, 어제 성낙기 보셨습니까. 보면서도 저 투수가 정말 내가 아는 성낙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니까요.”

마영진 단장이다. 좀체 들뜨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가 어제 경기만큼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 하긴, 허봉호 감독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특히, 브라이스에게 던진 공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봤지. 아주 잘 봤어. 그런데 말이야. 보다 보니 슬슬 의심이 생기더군. 혹시 저놈이 한국에서부터 공 스피드를 내보이지 않은 건 아닌가하고 말이지. 고교 때 당했다는 부상도 정말인가 싶을 정도야.”

허봉호 감독도 마영진 단장과 의견이 비슷하다.

“아닐 겁니다. 여기 있을 땐 정말 그 스피드가 맞았습니다. 제 눈은 속일 수 없어요. 다만, 한국에 있을 때도 공이 계속 빨라졌었죠. 비록 맥시멈이 140km 정도였지만요. 제가 처음 보았을 때의 125km였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향상이었죠. 그게 미국에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이계현 코치는 의견을 달리했다. 누구보다 성낙기의 공을 많이 봤고 2군에서부터 같이 생활을 해봤던 투수 코치.

“그럼, 이 코치는 앞으로 계속 빨라질 걸로 생각하는 거야?”

마영진 단장이 이계현 투수 코치에게 되물었다.

“흠…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죠. 성낙기도 인간인데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흐, 성낙기 이야기는 이쯤하고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지. 한국시리즈 말이야.”

허봉호 감독이 화제를 돌렸다.

“올해는 우승해야 합니다. 구단주님의 기대가 아주 커요.”

“웃기네. 세화스쿼럴스가 뭐 빙다리 핫바지야? 기본적인 전력에서부터 우리가 한참 밀리는 거 마단장 몰라?”

“알죠.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게 스포츠 아닙니까. 본래 가진 실력대로라면 WBC에서 좋은 성적이 가능했겠어요? 당일 컨디션도 있는 거고 변수가 많은 스포츠잖아요, 야구가.”

“그려, 변수가 많은 스포츠라서 우리가 2위까지 한 거라고는 생각 안 하나보지? 내 생각엔 4위권 전력인데 말이지.”

“그럼, 포기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질 경우를 대비해서 밑밥을 까는 겁니까.”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뿐이야. 포기? 포기할 감독이 페넌트레이스에서 죽을 둥 살 둥 2위까지 치고 올라왔겠어?”

“아무튼… 최선을.”

“그만해. 지고 싶은 감독은 없어. 100게임을 치른다면 100게임 모두를 이기고 싶은 게 감독의 마음이야.”

이야기는 성낙기로 시작해서 한국시리즈로 옮아갔다. 성낙기는 어디서나 화제였다. 그러는 사이, 미국에선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이 열렸다. 2차전 선발은 디비전시리즈에서 부진했던 호세 우레나 대신 3선발인 샌디 알칸타라가 나섰다. 호세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실력대로 간다는 말에 토를 달기 어려웠다.

조금 지친 자신의 현재에 비해, 샌디 알칸타라는 디비전시리즈에 와서 제 공을 던지는 중이다. 그리고 2차전이 열렸다.

***

“2차전이 열리는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입니다. 오늘은 왕년의 전설적인 투수죠. 랜 존슨 모시고 말씀 듣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같은 중요한 경기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어제 경기를 보셨는지요. 성낙기 투수가 호투를 했는데요.”

“봤습니다. 스피드도 대단하지만 경기 내내 로케이션이 흐트러지지 않더군요. 사실, 놀랐습니다.”

“한 경기를 앞서가는 마이애미가 승부수를 들고 나온 듯싶은데요. 호세 루에나 대신 요즘 컨디션이 좋은 샌디 알칸타라로 선발을 내세웠습니다.”

“좋은 전략이라고 봅니다. 호세 우레나 투수가 스프링캠프에서 부상 때문에 훈련을 많이 못 했었죠. 아마, 체력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워싱턴 내셔널스는 코다 글로버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고속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선수죠.”

“그렇습니다. 95마일의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로 유명하죠. 6피트 5인치의 키에 225파운드의 몸무게로 큰 키에 육중한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100마일에 가까운 스피드도 거기서 나오는 거죠.”

“네, 잘 알겠습니다. 일단 경기를 보면서 다시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아, 이제 주심의 경기 시작 선언과 동시에 코다 글로버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애초에 워싱턴으로 기우는 경기였다. 샌디 알칸타라가 최근 살아났다고는 하나, 워싱턴을 상대로 4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걸 감안하면 마이애미를 상대로 2점대의 성적을 올린 코다 글로버와의 승부는 누가 봐도 워싱턴에 유리했다.

성낙기라는 투수를 제외한다면 타격이면 타격, 투수면 투수 모두 마이애미보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따악.

“오, 투런 홈런을 터트리는 가렛 쿠퍼! 4회에 잡은 기회를 점수로 연결하는 마이애미 말린스입니다. 2:0으로 앞서 나갑니다.”

하나, 마이애미는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먼저 선취점을 올리며 힘을 냈다. 코다 글로버는 홈런을 맞고 다소 의기소침했으나, 더 이상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그러고 나서 맞이한 4회 말에 샌디 알칸타라는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딴엔, 팀이 득점한 2점을 지키려다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3회까지 잘 던지던 로케이션이 흔들렸고 제구가 되지 않은 공은 여지없이 맞아나갔다.

따악!

“7번 타자 포수 페드로에게 2루타를 허용하는 샌디 알칸타라입니다. 연속 안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적응이 끝났는지 워싱턴 타자들은 샌디의 공을 배팅 볼처럼 쳐냈고 연속 5안타로 4실점을 한 뒤, 2번 타자를 플라이로 잡으며 원아웃.

설상가상으로 다음 타자는 브라이스 하퍼였다. 원아웃에 주자는 1, 2루의 위기가 계속되었고, 샌디 알칸타라는 연달아 슬라이더를 볼로 던지며 피해가는 피칭을 했다.

볼넷을 내주고 만루 작전을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리얼무토는 연속으로 볼을 요구, 원아웃 만루에 4번 라파엘 바티스타가 타석에 들어섰다.

“샌디를 내리고 사무엘로 갈까요?”

“글쎄, 일단 올라가서 구위를 확인해 봐.”

셜리번 투수 코치는 마운드로 올라갔다. 샌디 알칸타라는 10월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셜리번 코치는 리얼무토와 함께 몇 마디 말을 나누다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조금 더 던져보겠답니다. 리얼무토의 말도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군요. 제구가 흔들리는 게 문젠데 라파엘이 홈런 타자이니 슬라이더로 내야 땅볼을 유도하겠답니다.”

“제구가 되지 않으면 슬라이더는 그야말로 연습공이나 다름없는데… 휴.”

알렉스 비토 감독이 교체를 망설이는 이유는 추격조 불펜이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승조를 4회에 투입할 수는 없다. 이번 이닝만 잘 넘기면 마이애미에도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땐 투수 운용이 한결 수월해진다.

샌디 알칸타라는 리얼무토의 사인대로 초구 슬라이더를 던졌다.

따악!

라파엘 바티스타가 온몸의 힘을 실어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를 당겨 좌익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좌익수 카메론 메이빈은 타구를 바라보더니 쫒아가는 걸 멈추고 뒤돌아섰다. 라인드라이브로 관중석 하단에 꽂히는 홈런이었다.

“저기서 만루 홈런을 맞네. 오늘 경기는 일찌감치 글렀어.”

“아, 씁… 4회에 2:8이 뭐야.”

“샌디로는 막을 재간이 없다니까. 작년에 괜히 준우승한 팀이 아니야.”

“아… 성낙기가 없으니까 브라이스, 라파엘, 다 살아나네.”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어. 만루에서 바꿔줘야지. 도대체 셜리번은 뭐하러 마운드에 올라간 거야. 맘 놓고 던지다가 홈런 맞으라고?”

마이애미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것 마냥 암담해했다. 일리가 있는 절망이다. 코다 글로버의 구위가 건재하고 태너 로어크나 세자르 바르가스 같은 불펜이 싱싱한 어깨를 자랑하는 팀이다. 그런 투수들을 상대로 마이애미의 타선이 6점 이상을 뽑아내기란 복권을 긁어 당첨되는 것처럼 낮은 확률일 것이다.

***

-내 저럴 줄 알았지. 어제 1차전은 간을 본 거였어.

-워싱턴 터지니 무섭네. 마이애미가 쑥대밭이 되어버렸어.

-샌디 알칸타라가 어이없이 털리다니.

-이제 3차전은 말린스파크에서 하는 건가?

-난, 사실 2차전은 포기했어. 적지에서 1 대 1 만해도 잘한 거야.

포털 사이트에서 마이애미 팬들은 샌디 알칸타라의 부진을 아쉬워했으나, 전력 차이가 있는 만큼 연승은 기대하지 않았다는 분위기였다.

팬들의 초점은 선발 투수였는데 2차전 후, 하루 쉬고 열리는 3차전에 누가 선발로 나설 것인가가 관심사다.

시즌 때의 순서로 본다면 3차전엔 당연히 호세 우레나였겠지만,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일 거라는 전망도 있다. 호세 우레나의 연습 투구 시, 제구력은 물론 스피드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3차전 선발은 호세 우레나로 가야겠지?”

“아무래도요. 그런데 성낙기는 자신이 3차전도 던질 수 있답니다.”

“성낙기가?”

“그렇습니다.”

“1차전을 완봉으로 던지고 이틀 만을 쉰 후, 3차전에 던지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맞습니다. 아무리 일정을 당겨도 3일은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굳이 내게 성낙기의 말을 전달한 이유라도 있나?”

“그건… 성낙기가 인간의 한계를 모르는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말을 듣고 처음엔 코웃음을 쳤지만, 한편으로는 성낙기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들더군요.”

“1차전 선발에, 3차전 선발이라… 미쳤군.”

알렉스 비토 감독은 셜리번 투수 코치의 말을 애써 외면하면서도 정말 던질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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