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투수 성낙기-144화 (144/188)

# 144

144화 에이스 대 에이스 2

말린스파크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오늘의 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마이애미 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알렉스 비토 감독 역시 첫 경기만 잡으면 2, 3연전은 퀵후크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2선발인 호세 우레나와 3선발 샌디 알칸타라의 뒤를 받쳐줄 스윙맨으로 사무엘이 있고 불펜 투수들을 조기 투입해서 뉴욕 메츠를 꺾으려는 생각.

그러기 위해서는 첫 경기를 불펜 소모 없이 잡아내야 한다.

“이번 3연전은 성낙기에게 달렸어. 얼마나 막아주느냐에 따라 불펜 운용이 달라질 거야.”

“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이 경기만 불펜 소모 없이 잡으면 3연전 중에서 최소 2승은 가능합니다.”

알렉스 비토 감독의 말에 셜리번 코치가 대답했다. 성낙기가 1차전만 잘 막으면 2차전은 한결 수월할 것이다. 호세 우레나가 퀄리티스타트 정도는 해주는 투수인데, 만약 초반에 털리더라도 사무엘 같은 스윙맨을 쓰면 된다.

“빅게임입니다. 노아 신더가드와 성낙기의 선발 출전 경기가 열리는 말리스파크에서 오스왈도 인사드립니다. 제임스 씨 모시고 해설 듣겠습니다. 아주 중요한 3연전이죠? 두 팀의 와일드카드가 걸려 있으니까요.”

“그렇죠. 일단 동부 지구 2, 3위가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앞서 있습니다. 워싱턴이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뉴욕 메츠와 마이애미의 전력이 상당하다는 증거입니다. 두 팀 간의 경기 차는 겨우 1게임입니다. 최소한 지구 2위를 확보해 놔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하게 되겠죠.”

“현재의 승률이라면 두 팀이 나란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겠죠?”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아니, 충분하죠. 하지만, 두 팀 모두 껄끄러울 겁니다. 상대 전적에서 어느 한 팀이 월등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차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인다면 오늘처럼 성낙기와 신더가드가 붙을 공산이 큰데, 솔직히 어느 팀이 올라간다고 장담하기 어렵죠. 뉴욕 메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신더가드와 디그롬이 함께 출전할 수도 있습니다.”

“네, 오늘 경기가 미리 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될 수도 있겠네요.”

오늘의 선발 포수는 리얼무토였다. 채드 왈라치 덕분에 체력이 많이 회복된 상태.

포수 한 사람이 162경기를 모두 선발 출장하기란 어렵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리얼무토의 체력 공백을 채드 왈라치가 메워주고 있어서 걱정이 없다.

1회 초, 성낙기가 마운드에 섰고 리얼무토가 올라왔다.

“야, 성낙기. 오늘 무슨 날인 줄 알지?”

“무슨 날인데요?”

“그걸 꼭 내가 가르쳐 줘야 아니? 신더가드와 붙는 날이잖아.”

“허, 그야 두말 하면 잔소리죠.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뉴욕메츠의 전력이면 와일드카드 경쟁까지 해야 할 거야. 이번엔 작년처럼 그냥 경쟁이 아니라 결정전을 치르게 되겠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승률이 일단 5할 중반 대니까.”

“오늘 기를 꺾어놔야 결정전에도 수월하게 풀어가겠지? 타자들에게 난공불락의 이미지를 심어 놓으면 앞으로도 네 공을 치지 못할 거다. 공으로 세뇌를 시켜버려. 성낙기의 공은 절대 칠 수 없다.”

“무슨 말인 줄은 알겠지만 메이저리그가 어디 그렇게 만만한가요?”

“크흐흐, 20승 투수가 어디 가서 이런 말하면 맞아 죽는다. 자, 그럼 경기 시작해 볼까?”

***

뉴욕 메츠의 톱타자 아메드 로사리오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3할이 넘은 타율에 두 자리수 도루를 기록 중인 호타 준족의 전형이다.

1게임 차이인 만큼 오늘의 승패로 인해 공동 2위가 될 수도, 2게임 차로 벌어질 수도 있다.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아는 아메드 로사리오 또한 살짝 긴장한 모습이다.

[1회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면 보너스가 있습니다]

‘무슨 보너스?’

[미션을 달성한 후에 알려 드립니다]

‘잘났다. 아주 사람을 가지고 노는군. 뉴욕 메츠의 타자들이 만만한 타자들이 아니야.’

[쉽다면 미션이 아니겠지요]

‘이제는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하네. 겨우 상태창 주제에 말이지.’

[그럼, 미션을 없앨까요?]

‘협박까지 하는 거냐? 너, 삼진 잡은 후에 다시 얘기하자.’

[……]

딱.

파울.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에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 배트가 밀리고 있다. 95마일이 넘는 제구 잘된 공이니 쉬운 공은 아니다.

2구 역시 같은 코스의 공에 배트를 내밀었지만 파울.

볼 카운트 노 볼 투 스트라이크로 타자에게 불리해졌다.

‘대체 무슨 공이 갈수록 빨라지는 거야. 봄에 만났던 그 투수가 아니다.’

리얼무토는 3구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성낙기는 고개를 젓고 나서 몸 쪽으로 들어가는 포심패스트볼을 선택했다. 3구 만에 끝내려는 생각. 리얼무토는 다소 위험하다 싶었는지 갸우뚱했다. 성낙기는 망설임 없이 몸 쪽으로 공을 던졌다.

팡.

“스트라이크 아웃!”

아메드 로사리오는 몸 쪽으로 공이 들어오자 브레이킹 볼을 의심했고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1회 첫 타자에게 삼구 삼진의 승부를 걸어오지는 않을 거라고 봤는데 그건 순전히 타자의 착각이었다.

자신이 만만한 타자가 아니라는 자부심도 한몫 했는데, 3할이 넘는 타자에게 함부로 승부를 걸어오지는 않을 거라고 여긴 것이 실수였다.

공은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밀고 들어왔고 타자가 기대했던 브레이킹은 없었다.

“아우, 쟤 뭐 하는 거냐? 삼구 만에 삼진 당하고 들어오네.”

“바보가 따로 없어. 몸 쪽으로 들어오는 공인데 쳐다만 보고 나가떨어졌어.”

“성낙기가 언제부터 저렇게 잘 던졌지?”

뉴욕 메츠의 관중들은 첫 타자가 삼진을 당하자 한마디씩 쏟아냈다.

1회 첫 타자부터 심상치가 않다.

아무리 에이스 투수라도 1회엔 몸이 덜 풀려서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든지 하는 게 있는데 성낙기라는 투수에게는 그런 것도 안 보인다.

하지만 뉴욕 메츠의 팬들도 기대를 거는 구석은 있었다.

아메드 로사이로가 비록 허무하게 물러났지만 2번 타자 마이클 콘포토와 3번 타자인 도미닉 스미스의 컨디션이 요즘 들어 최상이기 때문이다.

두 타자 모두 최근 5경이 타율이 4할을 넘어서고 있다.

이른 바,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이는 절정의 타격감이다. 마이클 콘포토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타석에 섰다. 서자마자 성낙기를 노려봤다.

***

‘뭐야, 눈싸움 하자는 거야?’

성낙기는 마이클 콘포토의 시선을 받고 내심 황당했다. 노려보는 폼이 마치 원수라도 만난 것 같지 않은가. 같이 노려보다가 말았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는 걸 굳이 헛짓으로 체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뭘 그리 쳐다보고 그래. 그런다고 성낙기가 쫄 것 같아?”

“신경 쓰지 마. 나만의 루틴이니까.”

“루틴이 왜 그 모양이냐. 째려보면 없던 힘이라도 생기나 보지?”

“지금 리얼무토 너랑 말장난할 마음 없다. 공이나 잘 받아.”

“알았어. 너에겐 특별히 좋은 공을 줄게. 도저히 칠 수 없는 공으로 말이지.”

그렇게 말해놓고 리얼무토는 라이징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대체적으로 타자들이 가장 치기 어려워하는 구질이다. 포심패스트볼도 치기 어려운 마당에 마지막에 치솟기까지 하는 볼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마이클 콘포토가 평소에 낮은 공을 잘 치는 습성을 감안한 볼 배합.

팡.

“스트라이크!”

마이클 콘포토는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라이징패스트볼을 보고만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낮은 코스의 공이었지만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줄 것 같지 않은 높이였다. 그러나 마지막에 떠오르는 바람에 포수 미트에 들어와 박힐 때는 완벽한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두 번째 공은 슬라이더였는데 역시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꽂혔다. 마이클 콘포토는 투 스트라이크를 먹고 나서야 슬슬 열을 받았다.

자신을 타석에 두고도 마치 연습하듯 던지는 게 아닌가. 최근 4할 대의 맹타를 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상대 투수는 전혀 상관조차 않는 눈치다.

‘크. 날 얼마나 쉽게 봤으면 스트라이크를 막 꽂아대는 건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 마이클 콘포토.

마운드의 성낙기는 리얼무토의 사인을 받자마자 3구를 던졌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mother fucker! 체인지업에 속았어. 3구는 볼이었다고. 아, 약 올라.’

마이클 콘포토는 성낙기를 다시 노려보다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배트를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주심에게 경고만 받았다.

다음 타자는 도미닉 스미스.

성낙기에게 2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 중인 뉴욕 메츠의 간판타자였다.

“뉴욕 메츠의 타자들이 1회부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물러납니다. 아, 이러면 분위기가 마이애미 쪽으로 기우는데요.”

“뭐, 이직 1회니까 분위기가 기울 것까지는 없죠. 다만, 너무 허무하게 물러나는 건 사실입니다. 공을 아예 맞추지도 못하고 있어요. 타이밍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는 뉴욕 메츠의 타자들입니다.”

“연속 2삼진으로 투아웃을 만드는 성낙기 투수입니다. 도미닉 스미스가 요즘 엄청난 타격을 자랑하는데요. 과연 성낙기와 어떤 대결을 벌일지 기대됩니다.”

“어이, 도미닉. 칼 좀 갈았냐?”

“뭐? 칼을 왜 갈아. 갑자기 이상한 소릴 하고 그래. 주댕이로 야구 하려는 거야?”

“못 알아들으면 하는 수 없지. 말을 말자.”

‘하여튼 재수 없는 시키.’

도미닉은 속으로 말을 삼켰다. 이 순간에 포수와 말을 섞어봤자 타자에게 훨씬 손해다. 포수는 사인을 내고 공만 잘 받으면 되지만 타자가 어디 그런가.

타자는 최소한 0.2초 안에 칠까, 말까를 결정해야 하고 결정이 되었으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투수의 손을 떠나 홈 플레이트로 날아오는 공은 0.45초에 불과하니 0.25초 이내에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그런 마당에 포수와 신경전을 벌여서 스트레스를 쌓을 필요가 없다.

말싸움에서 이길 수도 있겠지만 정작 투수와의 싸움에서는 손해다. 정신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에 리얼무토의 말을 계속 받아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악.

파울.

역시 도미닉 스미스는 앞선 타자들보다 타구의 질이 다르다.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을 받아 쳐서 관중석으로 타구를 보냈다. 조금만 타이밍이 빨랐으면 안타가 될 만한 타구 궤적이다. 성낙기는 타구 방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도미닉은 다르다. 티이밍만 맞으면 어떤 타구가 나올지 모르겠어.’

따악.

파울.

2구는 라이징패스트볼이었는데 역시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이번엔 외야석이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성낙기는 신중하게 와인드업을 하며 전력투구로 공을 던졌다.

팡.

휘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떠오르는 듯하다가 마지막에 와서 가라앉는 퀘이크볼에 배트가 간발의 차이로 허공을 갈랐다. 1회 세 타자 연속 삼진 아웃, 거기에 모두 삼 구 삼진의 진기 명기였다.

[미션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포심의 제구력이 95로 오릅니다]

[슬라이더의 위력이 90으로 오릅니다]

‘슬라이더는 던지지도 않았는데 스탯이 올라?’

[미션을 달성하게 되면 랜덤으로 보너스를 드립니다. 즉, 커브를 올리기 위해 커브만 던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다음 미션은 9회까지 완봉을 할 경우 달성됩니다]

‘완봉? 뉴욕 메츠를 상대로?’

양키스를 상대로 완봉을 한 적이 있는 성낙기이기 때문에 못할 것도 없겠지만 뉴욕 메츠는 또 다르다.

더욱이 오늘은 필사적으로 타격에 임할 것이기 때문에 더 어려울 터.

만만찮은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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