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투수 성낙기-143화 (143/188)

# 143

143화 에이스 대 에이스 1

[포크의 제구력이 90으로 오릅니다]

[체인지업의 위력이 90으로 오릅니다]

7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눈앞에 상태창이 떴다. 포크볼의 제구력은 무려 5가 올랐고 체인지업의 위력 또한 3이 올랐다.

포크볼은 제구력으로 스탯이 오르고 체인지업은 위력으로 스탯이 오르는 이유는 처음 만나 구질을 물려받았던 두 유령의 평소 유형에 따른 것이다.

강속구의 위력으로 타자를 승부했던 헤이드 존이 사용했던 구종은 위력으로 표시가 되고 제구력으로 레전드가 되었던 드랙 실바의 구종은 제구력으로 표시가 되는 것.

‘포크볼이 90이면 거의 스트라이크 존을 향하다가 아래로 꺾인다는 소린데 삼진을 잡을 때 특히 유용하겠군.’

지금도 던지면 원 바운드에 가깝게 떨어지는 포크볼이지만, 가끔 타자를 속이기에 미흡한 점도 있었다. 모든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통과하지는 않았기 때문인데 스탯이 5가 오른 지금은 무조건 스트라이크 존을 걸친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날아오다가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라면 아무리 선구안이 좋은 타자도 볼과 스트라이크의 구별이 쉽지 않을 터.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7회까지의 호투로 자신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 성낙기였지만, 문제는 8회에도 오타니가 올라왔다는 것이다.

“오타니 투수가 또 올라옵니다. 95구를 던졌는데요. 마이크 소시아 감독,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보기보다 LA에인절스의 불펜진이 약하거든요. ERA가 무려 4.45이기 때문에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한 거죠. 최대한 끌고 가서 마무리인 킴 베드로시안에게 9회를 맡길 겁니다.”

“투구 수로 보면 8회가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겠군요. 성낙기 투수도 비슷하죠?”

“그렇습니다. 성낙기 투수 역시 91개의 투구 수를 기록 중인데요. 8회 말에 조절을 잘한다면 큰 기록을 세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맞습니다. 2안타를 맞은 오타니에 비해 성낙기 투수는 퍼펙트 행진 중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성낙기 투수에게는 기념할 만한 날이 되겠죠. 아직은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를 달성한 적이 없으니까요.”

8회에 오타니는 6번 타자 풀 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시에라에게 볼넷을 내줬다.

오늘의 첫 볼넷.

다음 타자는 마이애미의 포수 채드 왈라치였다.

“채드, 집중해. 하나만 노려.”

“걱정하지 마. 이 기회를 무안타로 날려 보내지 않을 거야.”

성낙기의 말에 채드 왈라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결기를 세우고 타석에 들어갔다. 배트를 붕붕 돌리며 예열을 끝낸 채드 왈라치는 긴장한 표정으로 오타니의 공을 기다렸다.

볼.

볼.

2구 연속 볼을 던진 오타니는 채드 왈라치의 배트가 따라 나오지 않자 모자를 고쳐 썼다. 그러고는 특유의 강속구를 전력으로 던졌다.

따악.

채드 왈라치의 배트가 힘차게 돌아갔고 타구는 외야를 향해 날았다.

좌익수가 조금 따라가다가 포기할 만큼 치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타구.

채드 왈라치는 기쁨에 겨워 두 손으로 만세를 부르며 1루로 뛰었다.

오타니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화난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차, 싶었던지 채드 왈라치가 팔을 내리고 얌전하게 베이스를 돌았다.

‘휴, 하마터면 빈볼 구실을 만들어줄 뻔했네.’

덩치에 비해 간이 작은 채드 왈라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투런 홈런으로 2:0으로 마이애미가 리드를 잡았다. 내심 완봉까지 노리고 있던 오타니의 눈빛이 흔들렸다.

***

오타니는 두 점을 내주고도 꾸역꾸역 던져 8회 초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8회 말에 성낙기가 마운드로 올라갔고 채드 왈라치는 홈런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마스크를 썼다.

인터넷 중계방송을 보는 팬들도 댓글로 웅성거렸다.

-오타니가 투런 홈런을 맞다니. 완봉이 눈앞에서 날아갔어.

-우리도 성낙기 두들기면 돼. 이제 지쳤을 거야.

-저 투수는 후반에도 강하던데. 도무지 지치는 걸 보지 못했어.

-4번 타자 트라웃이 선두타자야. 이번 회에 강판시켜 버리자.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냥 보내네. 트라웃이 성낙기에게 맥을 못 춰. 이러다가 브라이스처럼 징크스에 시달리겠어.

-쳤다. 안타!

-휴, 다행이다. 밀어 쳐서 1루수 키를 겨우 넘겼어. 빗맞았지만 힘으로 견뎠어.

-일단 노히트 노런은 물 건너갔군. 좋았어. 리리아노가 담장만 넘기면 동점이닷.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다가 안타를 맞은 성낙기는 인상을 찌푸렸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넣고 2구는 공 한 두 개를 빼는 투구를 했지만, 트라웃이 엉거주춤한 타격으로 1루수 키를 넘겨 버렸다.

‘볼을 던졌는데 그걸 쳐 내냐. 아쉽지만 하는 수 없지.’

[체력이 12 남았습니다]

그때 상태창이 떠서 남은 체력을 알렸다. 오늘 경기 초반에 퀘이크볼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아니, 오히려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면서 체력을 많이 아꼈다고 봐야겠지.

성낙기는 다음 타자 리리아노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리리아노 쳤습니다. 3루수 가렛 쿠퍼가 전진하면서 잡아냅니다. 잡자마자 2루로 송구하는 가렛 쿠퍼! 1루 주자 2루에서 포스 아웃, 2루수 시클라멘이 1루로! 아웃! 병살타입니다. 좋은 기회를 병살로 날리는 LA에인절스네요.”

“아깝군요. 타구가 3루수 정면이었고 가렛 쿠퍼의 판단력이 좋았습니다. 이로써 퍼펙트는 놓쳤지만 완봉에 한발 더 다가가는 성낙기 투수입니다.”

성낙기는 다음 타자에게 연거푸 퀘이크볼을 던져 삼진을 잡아내고 이닝을 끝냈다.

8이닝 무실점.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15승에 1.22의 방어율로 방어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된다. 성낙기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마자 교체를 요청했다.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다. 마무리로 나간 가르시아가 경기를 매조지 했다.

2:0의 스코어로 마이애미의 승리.

***

LA에인절스와의 7월 30일 승리를 기점으로 성낙기는 후반기에 승승장구했다. 8월에만 무려 5승을 추가하여 20승 투수 반열에 올랐고 각종 스포츠 방송이 그 소식을 톱뉴스로 다뤘다.

“마이매미 스포츠의 오코너입니다. 최근 성낙기 투수의 기세가 매우 대단합니다. 뉴욕 메츠에게 1게임 앞선 2위를 기록 중인 것도 성낙기 투수의 활약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데요. 해설자 호스킨 모시고 말씀을 듣겠습니다. 마이애미의 앞으로의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우선 성낙기 투수는 마이애미의 에이스 오브 에이스가 되었죠. 이 선수를 잡은 데릭 구단주의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냅니다. 20승을 넘어 2011년 디트로이트의 벌랜더가 세운 24승 기록을 깰지가 관심사입니다. 개인적으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옵션이 걸려 있죠?”

“그렇습니다. 23승 이상을 달성할 경우, 옵션을 모두 충족시켜서 5천만 불을 수령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받게 되는 거죠.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젠 가시권입니다.”

“5천만 불, 어마어마하군요. 선수의 잠재력을 이끈 구단의 선택이 탁월했네요. 그 얘기는 이쯤 하고 뉴욕 메츠와는 계속 엎치락뒤치락이죠?”

“그렇습니다. 마이애미는 선발진도 괜찮고 불펜진도 좋습니다만, 선발은 성낙기 이외엔 조금 처지는 반면에 뉴욕 메츠는 선발이 워낙 강하죠. 노아 신더가드와 제이콥 디그롬, 맷 하비 삼총사가 건재합니다. 사실 이 세 투수가 있었기에 약한 불펜진에도 3위를 유지할 수 있었죠. 앞으로 마이애미와 와일드카드 경쟁이 볼만할 겁니다.”

“9월 중순에 마이애미와 뉴욕 메츠의 3연전이 있는데요. 거기서 판가름 나지 않을까요?”

“물론, 3연전에서 한쪽이 스윕을 한다면 간단하겠죠. 하지만, 두 팀 모두 비슷한 전력이어서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겁니다.”

***

성낙기가 20승을 넘어서자 국내 방송사들은 난리가 났다. 스포츠 채널을 가진 방송사는 예외 없이 미국으로 기자를 파견했고 마이애미 구단은 몰려드는 한국 기자들의 과열 경쟁을 제어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매스컴은 성낙기에 관련된 곳이라면 사돈에 팔촌까지 캐내어 이야깃거리를 만들었고 2군에서부터 같이 팀을 이끌어왔던 구문철이나 이중호, 안민기와 김석문 등은 각 방송사의 표적이 될 만큼 섭외에 시달렸다.

김아경에게는 대기업의 광고가 쏟아져 들어왔다. 톱스타들도 받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한 곳도 여러 곳, 성낙기는 그야말로 광고계의 블루칩이 되어가고 있었다.

해외 반응도 예외가 없었는데 내로라하는 나이키, 리복,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애플이나 아마존 등의, 성낙기와는 딱히 매치가 되지 않는 기업들도 손을 뻗어왔다.

“아우, 요즘 같으면 정말 스트레스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20승을 올리고 나니 그야말로 홍수처럼 광고가 밀려 들어와요. 그뿐인가요. 정관계 인사들도 얼마나 줄을 대려고 하는지 그게 더 미치겠어요. 거절하면 힘 있는 자들은 앙심을 품고 해코지를 하려고 들거든요.”

“적당히 봐서 자를 건 자르고 교통정리 잘해. 어쩌겠냐. 아경이 네가 다 이렇게 해 놓은 걸.”

“휴, 낙기 씨가 너무 잘해도 문제네. 옵션을 걸어놨지만 설마 20승을 할 줄은 몰랐어요. 그저 동기부여 측면에서 걸어놓은 옵션이었는데 말예요.”

“허허, 이럴 때가 좋은 거다. 아무튼 넌 성낙기가 잘하면 잘할수록 몸값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 기업을 운영하는 데도 플러스 요인이 많지.”

“플러스는 플러슨데… 과연 몇 승을 거둘 건지 저도 무척 궁금해요. 메이저리그 현지에선 벌랜더의 기록에 근접할 거라는 말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죠.”

“내가 볼 때도 그 언저리는 가능해. 다만, 24승 이상은 쉬운 기록이 아니지. 지난 30년 동안 25승을 넘긴 투수는 없어. 내가 알기론 밥 웰치라는 투수가 1990년에 27승을 거두었었지.”

“그렇다면 낙기 씨는 지금 메이저리그 역사에 도전하는 거네요. 저녁에 통화라도 해봐야겠어요.”

***

그날이 왔다.

뉴욕 메츠와의 3연전 중, 첫 번째 경기에 성낙기는 선발로 예정되어 있었다.

2022년 9월 15일 낮 2시에 시작하는 경기에 관중은 경기 전에 이미 매진이었다.

말린스파크에서 열리는 경기이고 성낙기는 8월의 20승을 넘어 9월에도 2승을 추가, 22승에 ERA 1.19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206이닝 만에 이루어낸 성과였다.

뉴욕 메츠의 상대 투수는 노아 신더가드. 그 역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18승에 ERA 2.45로 사이영상을 바라볼 수 있는 성적이다.

물론, 성낙기의 기록을 제외하고 매년 이맘때의 성적을 기준으로 할 때의 이야기.

하지만 올해는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은 바라보지도 못하게 생겼으니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만도 했다. 어쨌든 신더가드 또한 20승을 기록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오늘 완전 에이스 대 에이스의 대결이네.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가는 투수들이 붙었어.

-신더가드가 이겨야 동률로 와일드카드 경쟁이 치열해질 거야. 최근 두 경기에서 신더가드가 실점이 없었지.

-마이애미에 와일드카드를 내주는 건 있을 수 없어. 이번엔 뉴욕 메츠가 디비전시리즈에 나가야 해.

-솔직히 마이애미는 성낙기 아니면 최하위나 마찬가지지. 다른 투수 데려다 놨어봐. 7, 8승 정도밖에 못했을 거야.

-메츠 애들 웃기네. 그러다가 깨지고 나서 울지나 마라. 성낙기가 어떤 투수인가를 뼈저리게 알게 될 거다.

-맞아. 뉴욕에서 온 떨거지들은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와일드카드? 카드 함부로 만들어서 신용불량 되기 딱 좋지. 애들은 가라.

-냅 둬. 쟤들은 원래 맞아야 정신을 차리니까. 오늘은 아마 20삼진쯤 먹고 절망하겠지. 어쩌겠어. 그게 지들 팔자인 걸.

뉴욕 메츠의 팬들과 마이애미 팬들의 설전도 포털 사이트에서 뜨거웠다.

두 팀 모두 에이스가 등판하는 데다 3연전의 향방에 따라 와일드카드의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성낙기가 마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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