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투수 성낙기-83화 (83/188)

# 83

083화 감독이 바뀌다니 4

“레인 피터 감독을 마이애미 말린스가 경질했죠? 시즌 중인데 말입니다. 레인 피터 감독이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입니다. 덕장의 이미지였던 감독인데 성적이 저조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피터 레인 감독을 경질하고 알렉스 비토를 감독으로 데려왔는데 두 사람의 성격은 아주 판이합니다. 피터레인 감독이 원만하고 상식적인 타입이라면 알렉스 비토는 불같은 성격이에요. 선수 시절엔 벤치클리어링의 대명사이기도 했죠.”

“두 사람이 선수단을 운영하는 방식도 다르죠? 피터 레인 감독이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기량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스타일인데 반해서 알렉스 비토는 그런 법이 없어요. 냉정하게 선수들의 현재 컨디션으로만 라인업을 기용하죠. 게다가 작전을 내는데도 아주 적극적입니다. 구단과의 마찰만 없다면 좋은 감독인데 그 성질머리 때문에 직장을 잃을 때가 많았죠.”

“네, 그만큼 마이애미 말린스가 급하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구단주 데릭이 올해는 기필코 가을 야구를 하겠다고 천명했거든요.”

“아마 구단주와 감독의 성격이 맞지 않았겠죠. 그리고 또 달라진 점이라면, JT 리들과 스캇 반 슬라이크를 마이너로 내려 보냈고 내야수 유망주인 웨인 크루 선수와 외야수 알렉스 노라를 올렸습니다.”

CBS 스포츠에서는 마이애미 말린스 레인피터 감독의 경질과 선수들의 위치 이동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시즌 중의 감독 경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시즌 전반기에 교체를 단행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였다.

알렉스 비토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감독 시절 아메리칸 리그 우승을 하는 등 괄목할 만한 능력을 보였지만 구단주나 단장과의 마찰이 잦았다. 선수단을 장악하고 원 팀으로 성적을 내고 싶어 하는 알렉스 비토와 선수 구성원에 관한 문제는 구단 몫이라는 단장의 이해가 엇갈렸다.

선수 수급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여하려고 하는, KBO에 더 가까운 알렉스의 스타일이 mlb와 맞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감독을 영입한 것은 마이애미에게 모험이라는 시각이 더 많았다. 알렉스 비토 감독마저 성적이 시원찮으면 또 경질할 것인가? 그런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

알렉스 비토가 감독으로 왔지만, 코치진은 그대로였다. 오스틴 단장의 뜻이었고 알렉스 비토는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래 사람들과의 교류가 별로 없는 마이웨이식 성격이었고 딱히 자기 사람이 없는 이유도 있었다.

마이애미 말린스 선수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알렉스 비토로 바뀐 경기부터 4연패를 한 6월 말, 마이애미 말린스는 동부지구의 강자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4연패를 하는 동안, 팀 순위는 동부지구 꼴찌로 떨어졌다.

“오늘, 성낙기 투수의 등판일입니다. 아주 기대 되는 경기입니다. 팀 순위는 비록 많이 떨어져 있지만 성낙기 투수만큼은 여느 팀 에이스와 다름없는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죠? 성낙기는 아주 흥미로운 투수입니다. 다만, 오늘은 상대가 만만치 않아요. 바로 전반기 9승 1패에 ERA 2.33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거든요. 성낙기 투수는 6승을 거둔 이후, 주춤합니다. 오히려 패만 더 쌓았죠. 6승 5패 ERA 2.89로 방어율도 떨어졌고요. 이는 보이지 않는 에러 등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투수 혼자 다할 수는 없거든요.”

“말씀드리는 순간 성낙기 투수 올라옵니다. 오늘 경기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구장인 말린스 파크에서 경기가 진행됩니다.”

성낙기는 연습 구를 던지고 관중석을 둘러보았다. 개막 초기에 비해 관중이 많이 빠졌다. 곳곳의 빈자리가 눈에 뜨이고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그나마 관중석이 2/3라도 들어찬 것은 성낙기의 투구를 보기 위한 팬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후욱.”

성낙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눈앞에 상태창을 떠올렸다.

[체력이 89입니다]

[세기의 강속구가 85입니다]

[포심의 제구력이 89입니다]

[커브의 제구력이 83입니다]

[슬라이더의 위력이 83입니다]

[체인지업의 위력이 83입니다]

[투심의 제구력이 78입니다]

[포크의 제구력이 79입니다]

[라이징패스트볼이 (7cm/10cm)입니다]

[퀘이크볼이 (4cm/5cm)입니다]

[어깨근육 강화 (8단계/10단계)]

[팔 근육 강화 (8단계/10단계)]

행크아론의 타격 (4단계/5단계)

짐 캇의 수비력 (4단계/5단계)

리키 헨더슨의 도주(4단계/5단계)

가만 생각해 보면 타자로서의 능력치 성장이 투수로서의 그것보다 가파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타자로 시작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다.

전설들의 능력치 부여에 현대적인 훈련과 메커니즘을 제대로 익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단한 성적을 거두었을 것이다.

뭐, 0.291의 타율에 6홈런 22타점이니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좀 더 부연하면 시대와 맞지 않는 상태창이라는 이유도 있다.

투수력 스탯은 충분히 현재에도 통하지만, 타격은 행크아론의 능력을 부여받았음에도, 워낙 시대 차이가 나다 보니 현재의 발전된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게 현재 성낙기의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어쨌든 이제 체력은 조금 더 올라 (89/100)가 되었다.

“선나키, 성적 좋은데 무리해서 던지지는 마. 사이영 상 같은 거 받아보려고 헛심 쓰지 말고 물 흐르듯이 던져. 그래야 디비전 시리즈에서 싱싱하게 던지지.”

경기 전 알렉스 비토 감독이 성낙기에게 한 말이었다. 팀 성적은 자기가 오고 나서 곤두박질인데, 뭐? 디비전 시리즈? 성낙기는 그 말을 듣고 삼호슈퍼스타즈의 허봉호 감독을 떠올렸다. 그 감독도 대충 저런 식이었다.

앞뒤 맥락 없이 말을 내뱉고 보는 스타일, 약간의 무데뽀 기질도 닮은 것 같다. 무데뽀 기질만 있는 게 아니라 예리한 구석도 있긴 하다. 물론 성낙기는 몰랐지만, 예를 들면 이런 거.

“이봐, 셜리번 코치. 선나키 말이야, 팀원들하고 사이에 문제없나?”

“전혀 문제없습니다. 너무 잘 지내서 탈이죠.”

“감독으로 오기 전, TV에서 봤는데 가끔 제 앞의 허공을 보면서 자주 말을 하더란 말이야. 그것도 아주 짜증나는 표정으로. 그런 경우는 뭔가에 억눌려서 혼잣말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회 부적응자나 자폐아들이 하는 행동이거든.”

“아, 하하. 성낙기는 그런 선수가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이죠.”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

1. 워싱턴 내셔널스.

2. 뉴욕 메츠.

3.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4. 필라델피아 필리스.

5. 마이애미 말린스.

2021년 6월 말 현재 동부지구의 순위인데, 마이애미 말린스는 워싱턴 내셔널스에 무려 9게임차나 벌어져 있다. 그리고 오늘도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스트라스버그가 워싱턴의 에이스인 데다가 브라이스 하퍼를 축으로 하는 타선의 폭발력이 동부지구 최강이다.

성낙기가 완봉이라도 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큰 기대를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인 반면에 팬들은 뉴욕 메츠의 신더가드와 맞붙을 때처럼 다시 한 번 성낙기가 해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

“빅게임입니다. 스트라스버그와 성낙기의 대결, 그리고 브라이스 하퍼와의 벤치클리어링에 성낙기도 가담했었죠. 비록 벌금 정도로 끝났지만 성낙기 때문에 브라이스 하퍼가 된통 당했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네, 그렇죠. 말리는 척 하면서 브라이스의 움직임을 제한해 버렸으니까요. 그 덕에 알칸타라는 마음 놓고 때려… 음, 그때 시작된 두 팀의 앙금이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두 팀이 자존심이 걸린 경기라고 봐도 되겠네요.”

“오늘 어떻게 던지는 게 좋겠어요?”

-오늘? 하, 그걸 왜 나에게 묻냐. 니 맘대로 던져.

“제 멘토로 오신 거 아니었어요? 그게 두 분 임무라고 알았는데?”

-험, 이런 잔챙이 게임은 아니지. 적어도 월드 시리즈는 되어야 보람도 있고….

-스트라스버그라… 100마일 정도 던지는 모양이지만 나에겐 어림없지. 난 힘 하나 안들이고 103마일을 던졌으니까.

“휴,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뭐 바랄 게 있다고.”

-그려, 알았으면 어서 던져. 최악의 위기 상황, 그런 거 아니면 부르지 마. 우리도 나름 바쁘거든.

실바와 존에게 넌지시 경기 운영에 대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제 홀로서기를 하라는 뜻인가?

워싱턴의 1번 타자 트레아 터너가 타석에 들어섰고 성낙기는 공을 던지기 전, 내야를 둘러보았다. 3루수 가렛 쿠퍼, 유격수엔 새로운 얼굴 웨인 크루, 2루수 야디엘 리베라, 1루엔 브라이너 엔더슨이 버티고 있다.

‘잘 막아줄 수 있지? 믿는다.’

성낙기는 야수들에게 무언의 믿음을 보내며 리얼무토의 사인을 보았다.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이다. 언젠가부터 리얼무토에게 사인을 넘겼고, 리얼무토도 성낙기가 시즌 초반에 냈던 사인을 참고한 볼 배합을 적절히 이용했다.

서로의 볼 배합 스타일이 버무려진 거라고 보면 정확하다. 초구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은 성낙기가 주로 사용했던 볼 배합 유형이었는데 오늘은 리얼무토가 첫 타자 초구로 그 공을 요구했다.

팡.

“스트라이크.”

초구를 93(149.6km)마일의 최고 구속으로 던진 성낙기는 80마일 후반에서 93마일까지에 이르는 포심패스트볼의 완급 조절과 커브, 슬라이더 등으로 두 타자를 내야땅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섰다. 들어서면서 성낙기를 노려봤는데 전에 당한 벤치클리어링의 아픈 기억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디, 내 몸으로 던지라고 사인 내보지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그래도 돼?”

브라이스 하퍼는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리얼무토에게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고 리얼무토가 여유 있게 말을 받았다.

“자신 있으면 해 봐. 오늘은 전처럼 당하지 않겠어. 배트로 머리통을 으깨어 버릴 거야.”

“어우, 무서워. 그런데 왜 성낙기에게 그래? 쟤는 그날 말리기만 했잖아.”

“흥, 누가 모를 줄 알았어? 말리는 척 내 몸을 묶어서 알칸타라의 주먹에 맞게 만들었지. 저놈이 더 나쁜 놈이야.”

“너 그렇게 열 받아서 타격이나 제대로 하겠어? 얻어맞으면 본인만 손해야. 쟤 있잖아, 태권도 블랙벨트다. 건드리면 그날로 야구는 접어야 할 거야.”

“웃기지 마. 난 배팅이 블랙벨트야.”

마운드에 있던 성낙기는 타격 자세를 잡으며 리얼무토에게 말을 거는 브라이스 하퍼를 바라보았다. 뭔 진 모르지만 심각한 표정이다. 말을 하는 도중 틈틈이 성낙기를 째려보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쟤가 왜 저러지? 혹시 전에 있었던 벤치클리어링 때문에……?’

성낙기는 그렇게 생각이 들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때가 언젠데 지금까지 저러나 싶다가도 무척 자존심이 상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말린 사람을 왜 노려보고 그래.

팡.

라이징패스트볼(7cm/10cm).

휘잉.

“스트라이크!”

브라이스 하퍼는 나름 연구한 대로 성낙기의 초구가 바깥쪽 포심패스트볼 일거라고 확신하면서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은 생각보다 더 위로 솟구쳤다.

‘이것 봐라……? 전보다 공이 훨씬 빠르다.’

브라이스 하퍼는 만만치 않은 스피드의 공이 힘 있게 포수 미트에 꽂히자 내심 놀랐다. 브라이스 하퍼는 긴장했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첫 경기 첫 타석에서 맥없이 물러나면, 안 그래도 생채기가 난 자존심이 더 망가질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 일 없는 듯 미소까지 머금은 마운드의 저 동양 놈을 혼내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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