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 다음 우승을 향해서(완) >
단장에게 있어서 11월은 빌어먹을 계절이다.
한 시즌 전체의 성과를 평가받는 기간. 그게 바로 월드시리즈가 끝나는 11월 초였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에 딱 30명 있는(이제는 32개가 되겠지만) 메이저리그 단장들 중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30명 중에서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웃고 있는 바로 한 사람.
그게 다운이었다.
“흐흐흐흐흐!”
그리고 글라이드 역시 똑같은 이유로 웃고있는 구단주였다.
“흐흐흐흐흐!”
두 사람은 어제의 열기가 남아 감돌고있는 글라이드 파크를 바라보며 실실거리고 있었다.
“굉장한 시즌이었어.”
“정말 굉장했죠.”
“굉장한 경기였고.”
“굉장한 스틸이었죠.”
레이스 역사상 최다승, 최고승률, 최다득점을 이뤄낸 시즌이다. 게다가 팀에 수상자는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AL MVP - 조나 파인트
AL 사이영상 - 조나 파인트
AL 다승, 자책점, 탈삼진 1위 - 조나 파인트
AL ROY - 진성찬
AL Gold Glove - 앤드류 켈리(SS), 알렉스 스프라우트(RF), 사무엘 비어만(C)
AL Silver Slugger - 사무엘 비어만(C), 앤드류 켈리(SS), 배리 브래넌(DH), 알렉스 스프라우트(RF), 마르코 루이스(LF)
아마 지금 글라이드의 개인 공방은 기념 피규어 제작을 위해서 죽어라 돌아가고 있을거다.
“만족하겠지?”
글라이드의 중얼거림은 주어가 없었다. 그럼에도 다운은 그게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스틴은 만족해요?”
“나야 만족하지.”
“얼만큼요?”
“레이스에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질만큼 만족하지.”
“그럼 제니는 그거의 딱 10배만큼 만족하며 행복해할거에요. 어스틴보다 10배 정도 레이스를 좋아했으니까요.”
극악의 환경에 놓여있는 구장을 새로운 구장으로 갈아치웠고, 평균 관중수가 1만 명이 간당간당하던 팀을 올 시즌 평균 관중수 7위의 팀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제니퍼 글라이드라면 지금 웃으며 춤을 추고 있을거다.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동안을 말없이 앞을 바라보다가 다운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음 시즌부터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단장님?”
장난 반, 진심 반이 섞인 글라이드의 질문에 다운이 턱을 쓸었다.
“흐음······. 일단은 재계약 제안을 좀 받아야겠는데요? 제가 인기가 좀 많아서요.”
다운의 계약기간은 2026년까지다.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3년만에 레이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단장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다운을 데려가겠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어제 우승을 했는데 곧바로 네 군데서 ‘만나서 이야기해보자.’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정도니, 그 인기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떤 새끼들한테서 제안을 받으셨나요?”
“저런. 구단주님. 단어 선택이 좀 거치시군요.”
“어떤 자식들이 저희 차기 구단주를 빼가려고 했나요?”
“그건 비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네요. 하지만 한 군데는 알려드릴 수 있어요.”
“어디죠?”
“양키스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저도 거짓말인줄 알았다니까요?”
어젯밤 스타인브레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네가 우리한테 안좋은 감정이 많다는건 알아. 그러니 이번에는 1000만 달러짜리 바이아웃도 넣어주지. 우리가 자넬 방출하면 곧바로 자네 통장에 1000만 달러가 꽂히는거야. 팀을 잘 꾸리는 자네가 사장직에서 전반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대런이 그 밑에서 단장을 하는거지. 둘이 꽤 잘 맞았잖아? 어때?]
정말 철면피도 그런 철면피가 없었다. 그러니 양키스라는 거대 구단을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는거겠지만.
“그래서 뭐라고 답했는데?”
흥미진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운을 보채는 글라이드. 그리고 다운은 그를 100% 만족시켜줄 수 있는 대답을 가지고 있었다.
“‘Fuck off.’이라고 말하고 전화 끊었죠.”
양키스에게 쫓겨났던 단장이 어느새 양키스 구단주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릴 정도로 커버렸다.
“푸하하하! 그 자존심 높은 양반 표정 구겨졌을거 생각하니까 속이 다 시원하구만!”
“그러니까 이번 재계약에서는 연봉 좀 높여줘요. 이제 좀 받아야겠어요. 곧 애도 태어날텐데 벌어놔야죠.”
“구단으로도 부족하냐?”
“그럼 차기 구단주 일만 할까요? 저는 그래도 되는데.”
글라이드는 못당하겠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재계약 하고 난 뒤에는?”
“그 뒤에는······.”
뭐 별거있나.
“반지 하나만 가지고 갈 순 없잖아요?”
“응?”
“올라가서 제니한테 하나 주려면 적어도 두 개는 있어야죠.”
의미를 알아차린 글라이드가 짖궂게 웃었다.
“이왕이면 난 열 손가락 다 차고 싶은데? 뭐 내가 다 차겠다는건 아니고 제니가 워낙에 또 반지를 좋아했었거든.”
욕심이 그득한 그의 말에 다운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딱 열 번 만 우승해보는걸로 하죠.”
허황되어보이는 목표.
하지만 지금 만들어 놓은 프런트와 팀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든다.
“가시죠.”
다음 우승을 향해서.
< 에필로그 - 다음 우승을 향해서(완) > 끝
작가의 말
원래는 내일 올리려고 했는데 타플에서는 무료로 푸는게 안되는 곳이 있다고해서....
어제꺼랑 붙여올린다더라고요
그래서 슈슈슉 올립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