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화 -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2) >
올해의
포스트시즌의
월드시리즈의
오늘의 마지막 경기가 치뤄지는 날이 밝았다.
“아빠 잘하고 오세요!”
“오늘도 응원하러갈게요!”
“으쌰! 그래! 아빠 응원 많이 해줘 알겠지?”
“샘 잘하고 와!”
“오늘 지고 들어오면 밥 없다!”
“하하! 오늘 꼭 이기고 돌아와야겠네요.”
선수들은 하나 둘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이런 광경은 스탠하우스의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었다.
“메이슨. 잘하고 오렴!”
“걱정마세요. 오늘 브레이브스 놈들을 끝내버리고 올테니까요.”
스탠하우스의 말에 막내 여동생 앤이 빈정거렸다.
“월드시리즈와서 안타가 몇 개더라? 기록원이 실수한게 아니라면 여섯 경기에서 안타 3개가 전부였던 것 같은데?”
“앤.”
첫째 동생인 엠마가 동생을 나무랐다. 하지만 스탠하우스는 그런 엠마를 말렸다.
“괜찮아 엠마. 사실인걸.”
자신이 안정적으로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을 받게 된 이번 시즌 할머니와 두 여동생은 탬파로 이사해왔다. 다리가 불편하셨던 할머니는 단장님의 소개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할 수 있었고, 둘째 여동생인 엠마 역시 자신이 원하던 음악 쪽으로 진로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앤은 정들었던 친구들과도 헤어지고 아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저렇게 늘상 툴툴거리는 것이고.
그래도 이제 고등학생이라고 가족이 처한 상황을 알고, 항상 오빠와 할머니에게 고마워하는 엠마는 그런 앤이 고깝지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한창 어리광을 부려야할 나이인 앤이 뭘 알겠는가.
“오빠는 앤한테 너무 물러. 만약 오빠가 빠르게 자리잡지 못했다면 우리는······.”
“아직 그런거 생각 안해도 될 나이잖아. 앤은 우리처럼 너무 걱정많이 안했으면 좋겠어. 알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엠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스탠하우스를 향해 할머니가 인자하게 웃으며 등을 두드렸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면 또 잘 안풀릴 수도 있어. 그러니 마음 편하게 먹고.”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항상 할머니가 하던 말이죠.”
스탠하우스의 할머니는 자랑스러운 눈으로 손자를 바라봤다.
“That’s my boy! 그나저나 메이슨. 오늘은 응원하러갈 수 있을 것 같단다.”
“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시다. 물론 글라이드 파크는 최신식 시설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만원관중이 들어찬 그곳에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 경기 전에 단장님이 찾아오셨거든. 오빠 출근하고 나서 오신거라 못봤을거야.”
“단장님이?”
“사람이 많은 곳이 불편하신 선수 가족들이 몇 분 계신다고, 그런 분들에게 경기장이 내려다보이는 프런트 대회의실을 개방하기로 했대.”
“아~”
프런트의 대회의실이라면 스탠하우스도 가봤다. 일부러 계단식으로 만들어 객석의 연장처럼 설계해서 직원들이 경기를 지켜보기 편하게 만들어놓은 그런 공간이었다.
“직원들이 좀 있기는 할테지만, 관중석보다는 관람하기 편할거라고 하더구나. 우리 손주 데뷔전도 집에서 지켜봤는데, 월드시리즈라도 보러 가야하지 않겠니?”
“할머니가 오시면 저야 좋죠. 엄청 힘이 나겠는데요? 근데 가시는 길은 괜찮으시겠어요?”
“단장님이 차 보내주신단다. 그러니 넌 우리는 신경일랑 쓰지 말고, 잘 하고 오려무나.”
“힘내 오빠.”
할머니와 여동생의 응원에 스탠하우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장에서 보자.”
***
오후 두 시.
경기 시작 네 시간 전이지만 벌써부터 관중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레이스의 프런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피트. 오늘 경기 관람하실 선수 가족분들 픽업계획은 다 세워놨죠?”
“네. 구역별로 묶어서 픽업해오도록 했습니다.”
“빠진 분들 없도록 다시 한 번 체크하세요.”
“네. 그리고 단장님. 외부 스크린은 쪽 좌석은 어떻게 할까요?”
오늘은 월드시리즈 마지막 날이다. 티케팅에 실패한 팬들은 혹시나 취소표가 나오지는 않을까(그래도 티케팅은 폰으로 해야겠지만), 그래도 경기 마치고 우승이라도 하면 행사를 즐기기 위해서 무지막지하게 몰려들었을거라는 말이다. 다운은 그들을 위해 글라이드 파크를 빙 둘러서 대형 스크린 열 개를 설치했다.
“간의 의자는 확보했죠?”
“네. 연락해놨습니다.”
“경기 시작 전까지는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의자는 풀지 마세요. 그리고 경기 시작 이후에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의자를 깔도록 하죠. 외부에도 가드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요.”
“스크린 대여업체 측에서 가드는 제공해주기로 했습니다.”
“좋네요. 그렇게 진행하죠. 앤디. 스토어쪽은 어때요? 혼잡하진 않겠어요?”
오늘 우승을 하게 된다면 관중들은 오늘 티켓의 qr코드를 찍어서 우승 기념 티셔츠와 브래넌이 돈을 내기로 한(물론 우승 시에만) 은퇴 기념 티셔츠를 받아갈 수 있었다.
“파트타임으로 10명씩 더 뽑아서 넣어뒀습니다.”
“교육은요?”
“확실히 해놨습니다. 아마 꿈에서도 qr코드를 찍고 티셔츠를 나눠줄 수 있을겁니다. 각자 맡을 교환대까지 다 지정해뒀으니 헷갈릴 일은 없을겁니다.”
하여간 돈만 관련되면 악마가 된다.
“브래드. 종료 후 행사 준비는요?”
“이버시티와 탬파 시와 협조해서 불꽃놀이 허락 받아뒀습니다. 경기 종료 후 행사까지 마치면 상당히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희 구단의 모든 버스를 나눠서 셔틀 식으로 운행할 예정입니다.”
“버스 배정은 어떻게 했죠?”
“회원정보상의 주소를 기반으로 배정했습니다.”
“버스 회사에도 연락해서 최대한 한 번에 갈 수 있도록 배차하도록하세요. 늦게 나왔다고해서 너무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시면 안되잖아요?”
“하지만 선수들의 사인을 기다리는 관중분들도 분명 있으실텐데요.”
“그러면 세 번에 나눠서 운행하는걸로 하죠. 경기 도중에 미리 나가시는 분, 경기 종료 후 나가시는 분, 선수들이 퇴근한 뒤 사인을 받고 나가시는 분들까지 고려해서 말이죠.”
“알겠습니다.”
이런저런 내용들을 처리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경기 시작 30분 전까지 흘러왔다.
“단장님. 이제 가보셔야 하지 않습니까?”
리타의 말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단주님은요?”
“이미 좌석에 가셨습니다.”
글라이드는 오늘 결과가 어떻게 되던지 구단주실이 아닌 관중석에서 호흡하며 응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레이스의 홈 더그아웃의 바로 옆에 있는 좌석에서 말이다.
“네놈도 따라와!”
구단주가 까라면 까야지, 힘 없는 단장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거스가 일어나는 다운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오늘 행사 마칠때까지 단장님을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우승을 하게 된다면 행사가 있고, 경기 시작부터 행사가 끝날때까지 다운은 그라운드 위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파트장들과 직원들을 보는 것은 모든 행사가 끝난 뒤가 될 것이다.
지면?
브레이브스 시상식하고 경기장 불끄고 치울 인원 빼고 다 퇴근하는거지 뭐.
거스가 한 말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님. 저희 꼭 단장님 얼굴 보고 퇴근해야합니까?”
“저는 관중들 사이에서 즐기다가 퇴근하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직원들의 말에 다운은 웃으며 말했다.
“우승하면 다들 내일 봅시다.”
***
같은 시각 레이스 라커룸에서는 최종적으로 라인업이 발표되고 있었다.
“라인업 부른다.”
1번 타자 - 2B - 네이선 드레이크
2번 타자 - SS - 앤드류 켈리
3번 타자 - RF - 마르코 루이스
4번 타자 - DH - 배리 브래넌
5번 타자 - LF - 브라이언 앤더슨
6번 타자 - CF - 알렉스 스프라우트
7번 타자 - 1B - 알버트 서머스
8번 타자 - 3B - 올리버 올드먼
9번 타자 - C - 사무엘 비어만
선발 투수 - 리키 더지
최종 훈련과 몸상태까지 체크한 뒤 발표된 최종의 최종 라인업이다.
“보스. 제가 5번인데요?”
앤더슨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듯 물었다. 하지만 캐시는 뭐가 문제냐는 듯 말했다.
“5번 맞는데?”
“제가요?”
“5번이지만 넌 전통적인 5번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돼. 그냥 1번 타자라고 생각해.”
“아하~”
앤더슨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한 점 승부가 될 확률이 높다.”
7차전
단두대 매치
지는 팀은 그대로 준우승 확정이다. 레이스 선수들이 집중하는만큼 브레이브스 선수들도 5, 6차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이기기 위해서 엄청나게 집중할 것이다.
“주자가 나가고 투수가 흔들린다 싶으면 지체하지 않고 교체하겠지.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리키.”
교체되더라도 기분나빠하지 말라는 언질을 미리 받은 더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린다 싶으면 제가 먼저 교체 요청 하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다.”
어제에 이어 다시 한 번 더지에게 감사를 표한 캐시가 설명을 이었다.
“그런만큼 우리는 최대한 한 점을 뽑아내는데 집중한다. 그러기위해서 타선을 두 사이클로 나눴다. 1번부터 4번까지는 원래대로 플레이하면 된다. 그리고 5번부터는 다시 한 번 1번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그럼 우리는 하위타선이 없는거군요.”
“그래. 오늘 우리는 오직 상위타선과 클린업만 있을 뿐, 하위타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 늘어져라. 투수를 괴롭혀라. 그리고 한 점을 뽑아내라. 그게 오늘 너희들의 임무다. 알겠냐?”
“예 보스!”
어느새 들어온 다운이 캐시의 말에 박수를 쳤다.
“좋은 말이네요 캐시.”
“하하! 단장님에 비해서는 부족하죠. 그런 의미에서 한 말씀 해주시죠.”
“안그래도 빨리 하고 가려고요. 관중석까지 가려면 힘들 것 같거든요.”
“아, 오늘은 구단주님이랑 관중석에서 보신다고 했죠?”
“자! 빨리 말하고 끝내자!”
다운은 선수들에게 다가오라는 듯 손짓했다. 다운을 중심으로 선수들은 동그랗게 어깨동무를 하고 모였다.
“마지막이다. 프런트는 오늘의 마지막 경기를 위해 후회할 일 없도록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다하고 있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레이스의 한 시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응원했고, 그 결과가 바로 여기 글라이드 파크에 들어선 만원관중이다. 오늘도 팬들은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응원해줄거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다. 이제 남은건 너희들이다. Boys!”
“Yeah!”
“후회를 남기지 않고 뛸 준비는 됐나아아아?”
다운의 외침에 브래넌이 가장 먼저 큰 소리로 답했다.
“Yeeeeeeeaaaaaah!”
“그러면 가자!”
“우승하러 가자아아아아!”
“브레이브스 놈들 박살내버려!”
< 264화 -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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