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62화 (262/268)

< 262화 - 글라이드 파크로! >

- 결국 이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 그렇습니다. 한 번만 더 패배한다면 더 이상의 경기는 없는 벼랑 끝의 월드시리즈 5차전이 드디어 왔습니다.

- 오늘 우리 레이스 선수들은 무조건 승리해야합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의 표정이 무섭네요.

- 다들 나름대로의 각오를 다지고 들어오는 듯한 모습이네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 그렇습니다! 저희도 계속해서 응원하며 중계할테니 팬 여러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라인업 보시죠.

1번 타자 - 2B - 네이선 드레이크

2번 타자 - SS - 앤드류 켈리

3번 타자 - LF - 마르코 루이스

4번 타자 - 1B - 알버트 서머스

5번 타자 - RF - 알렉스 스프라우트

6번 타자 - DH - 알렉스 윌슨

7번 타자 - C - 사무엘 비어만

8번 타자 - 3B - 올리버 올드먼

9번 타자 - CF - 메이슨 스탠하우스

- 평소와는 다른 라인업이네요.

- 그렇습니다. 오늘은 배리가 라인업에 없습니다. 지난 이틀간 상당한 강행군이었잖습니까?

- 그랬죠. 무려 21이닝을 이틀간 때려넣었으니까요.

- 그래서인지 배리가 어제 다리가 풀려서 라커룸에서 주저앉았다는군요. 그래서 오늘은 배리에게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고합니다.

- 부디 배리가 대타로라도 기용될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 동감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배리가 경험하는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 경기는 글라이드 파크에서 해야죠! 오늘 나서는 선수들도 그렇게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어떻게 알아맞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은 정말로 그 이유 하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배리를 이런 곳에서 죽게 둘 수는 없어!”

“아니, 나 안 죽었ㄴ······.”

“맞아! 배리를 여기에 버리고 가서는 안되지!”

“너희 나 버리고 갈······.”

“배리를 글라이드 파크로 보내자!”

“정상적으로 외쳐줘서 고맙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가짐은 1회부터 드러났다.

- 네이트 볼넷! 시작이 좋습니다!

- 그렇습니다. 무려 11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었어요!

초구를 즐겨치는 드레이크는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1루에 걸어나갔다.

- 하하! 웨슬리 앤더슨이 굉장히 분해하는군요!

- 그럴만도 하죠. 지난 1차전에서도 레이스 타선에게 탈탈 털렸잖습니까? 오늘은 잘 던지고 싶었을텐데, 1회 첫 타자부터 11개나 공을 던지고 볼넷까지 내줬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죠.

- 게다가 뒷 타자는 앤드류 켈리입니다.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타자죠.

-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 다음 타자는 바로 웨슬리 앤더슨에게 저승사자와도 같은 마르코 루이스입니다. 그의 앞에서 주자를 쌓아두는건 미친짓이라는걸 잘 알고있을겁니다.

그래서인지 앤더슨의 투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켈리는 투수가 이렇게 애쓸때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있었다.

홈런?

아니다.

이럴때 투수가 가장 싫어하는건 ‘난 전력투구를 했는데 상대 타자가 힘 하나들이지 않고, 가볍게 결대로 밀어서 안타를 만들어냈을때’다. 켈리는 그걸 실행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어려웠을텐데.’

능력이 있다고 해서 다 안타를 때리면 지난 2, 3, 4차전에서 지는 일은 없었을거다. 특히나 투수들의 힘이 남아도는 1회에는 더더욱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드레이크가 1번 타순에서 11구나 던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앤더슨의 구종을 세 가지나 보여주었다.

그만큼 후속타자인 켈리가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를 알게 해줬다는거다.

‘아까보니까 슬라이더는 다 빠지던데, 오늘은 제구가 안된다고 봐도 돼. 그렇다는건 패스트볼과 커브 두 가지. 그 중에서 패스트볼은 슬라이더랑 함께 아직은 약간 흔들리던데······. 마지막 패스트볼이 빠진걸 보면 아직까지 제구는 완벽하지 않아. 그렇다는건 가장 제구가 잘 되는 커브로 허를 찌르면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높지.’

선두타자가 많은 공을 던지게 만들어야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었다. 앞선 타석에서 나온 정보들을 바탕으로 켈리는 커브 타이밍에 배트를 정말 가볍게 돌렸다.

따악!

- 앤드류 켈리! 가볍게 돌려서 내야를 살짝 넘기는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네이트 2루를 지나 3루까지, 3루에는 가지 못하고 2루로 다시 돌아옵니다!

- 괜찮습니다! 아직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앤더슨에게 강한 마르코 루이스가 들어오거든요! 앞선 경기에서도 루이스는 앤더슨을 아주 손쉽게 공략했었죠.

- 혹시나 브레이브스가 다시 한 번 만루작전을 쓰지는 않을까요?

-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1회초인데다가 브레이브스 벤치에서는 적어도 그가 5이닝은 먹어준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겁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루이스를 거른다? 차라리 이번에 붙여보는게 나을겁니다. 아직 브레이브스에게는 여유가 있으니까요.

그의 예상대로 브레이브스 벤치는 웨슬리 앤더슨을 믿어보기로 했다.

자신을 상대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앤더슨을 보며 루이스는 전날 보라스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레이스에서는 아무래도 널 잡지 않을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안한게 있지 않아요?”

“그때랑은 상황이 달라. 켈리를 영입했잖아. 켈리가 헐값으로 계약할거라는 소문이 돌기는 하는데, 다운의 성향상 너랑 거액의 장기계약을 맺지는 않을 것 같단 말이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너는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잖아. 다운은 수비를 중시하거든. 혹시 금액을 깎아서라도 남고싶어?”

“그건 아니죠.”

레이스가 좋기는 하지만, 자신은 연봉과 몸값으로 평가를 받는 프로선수다. 2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뛰어서 가족들과 함께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어야하는 자신에게 연봉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그럼 해야할 건 하나야. 이번 기회에 네가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강하다는걸 보여줘. 그러면 다저스나 양키스 같은 팀들이 네 앞에서 돈다발을 들고 줄을 설거다. 알겠지? 허무하게 삼진을 당하는건 안돼. 네가 잘하는거 있잖아. 골라내고 골라내서 네 공만 때려. 그러면 FA 이후에 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어있을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브래넌의 은퇴식?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오직 자신의 FA 대박을 위한 걸음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것일 뿐이다.

‘나는 아직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줄게 많이 남았단 말이다!’

따아아아아아악!

엄청난 타구음과 함께 공이 높이 멀리 솟았다.

- 갑니다! 갑니다! 어디로? 다시 우리의 집인 탬파베이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쏘아올리는 홈런입니다! 마르코 루이스의 선제 쓰리런!

루이스의 홈런이 터지자 앤더슨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 볼넷이네요.

- 1차전의 재림이네요. 앤더슨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 또 다시 톰 리케츠가 경기를 수습하기 위해서 올라오네요.

브레이브스는 어떻게든 경기를 수습하고 반격을 하기 위해서 불펜진을 동원했다.

“어떻게든 막아.”

“아끼고 다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안돼.”

한 경기 정도 버리면 되는거 아니냐고?

뭐 평소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만 이기면 우승이다. 브레이브스 역시 홈 팬들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브레이브스 감독인 조지 고먼의 머리 한 쪽에서 수년간의 감독생활로 인해서 생긴 직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오늘 지면 안된다. 절대 안돼!’

그저 직감일 뿐이지만, 오늘 경기를 내주게 되면 레이스의 타선이 완전히 살아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올 시즌 레이스 타선의 부진은 길어봐야 세 경기 이상을 가질 않았으니까. 그리고 오늘이 딱 그 세 경기를 벗어난 네 경기째다. 완전히 불타오르기전에 확실히 눌러놔야한다.

하지만 1회부터 불타오르기 시작한 레이스의 타선을 준비도 덜된채로 올라온 브레이브스의 불펜이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오늘 우리 레이스 선수들. 너무 잘 해주고 있습니다!

8회 말, 전광판에 올라온 숫자는

TBR 14

ATL 0

두 이닝만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숫자였다.

- 짐 토머슨이 올라오네요? 7회까지 볼넷 두 개만을 기록하면서 두 번의 출루만을 허용한 조나가 이번 이닝에는 마운드를 지키지 않습니다.

- 투구수는 70개로 두 이닝을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분명 조나도 사람이니만큼 지치긴 했을거란 말이죠. 이 타이밍에 불펜투수로 교체.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 하지만 경기를 혼자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을텐데요.

파인트도 경기를 마지막까지 끝내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9회를 포기한 것은 캐시의 요구때문이었다.

“오늘은 승리로 끝났고, 내일은 찬이 나올 수 있지. 하지만 모레는? 모레에 정말 중요한 순간에 네가 한 번 더 던져줘야 할 수도 있어.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진성찬을 쓰는 내일 경기는 사실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지가 나오는 7차전은?

파인트나 진성찬만큼은 믿음직스럽지 못한게 사실이다. 물론 카스티요나 짐 토머슨과 같은 철벽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번 4차전에서 철벽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파인트가 한 번 더 올라오는 것은 그저 마운드를 틀어막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마운드를 올라오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브레이브스 타자들은 ‘저 놈이 왜 또 나와?’라며 질린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 모습을 똑같이 상상한 파인트는 순순히 공을 넘기고 아이싱을 받았다. 그리고 뒤이어 토머슨을 선택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타격감을 아주 나락까지 떨어트려놔야돼.”

야구는 흐름이다.

타격감 역시 흐름이다.

2~4차전에서 좋았던 브레이브스 타선의 타격감은 오늘 경기로 뚝 떨어졌다. 캐시는 그 상황을 최대한 길게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브레이브스 타선이 쉽사리 손댈 수 없는 공을 던지는 강력한 투수를 올려야한다.

그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토머슨은 그의 특기인 묵직한 강속구를 이용해 브레이브스 타선을 윽박질렀다.

- 삼진! 토머슨이 또 한 번 삼진을 올리며 브레이브스 타선을 잠재웁니다!

8회를 순식간에 끝내버린 레이스는 9회에는 제프리스를 등판시켰다. 그 의미가 얼마나 노골적이었는지 중계진들까지도 의미를 알아차릴 정도였다.

- 이야~ 찰리 제프리스까지! 케빈! 오늘은 브레이브스 타선이 타격을 할 건덕지를 주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묻어나오는데요?

- 이틀 뒤에 브레이브스 타선이 절치부심해서 나오지 않을까요?

- 하지만 등판하는 투수가 찬이라면 말이 달라지거든요.

- 아! 리키가 아니라 찬이 등판하죠?

-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던 찬까지 등판하면 6차전에서 브레이브스는 득점을 못한다고 봐야죠. 오늘의 타격감까지는 아니더라도 1점 이상만 내준다면 찬은 승리를 챙겨갈겁니다. 이미 오늘 경기로 인해서 브레이브스는 머리를 잡혔습니다. 그리고 내일 찬이 올라와서 승리하게되면 똑같이 진흙탕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싸울 수 있게 되는거죠.

- 마지막 벼랑 끝 매치로 가는거군요?

- 그렇습니다. 그것도 우리 레이스의 홈인 글라이드 파크에서 말이죠.

제프리스의 마지막 공이 비어만의 미트를 찢어발길듯한 소리를 냈다.

파아아아앙!

- 삼진! 그리고 갑니다! 어디로?

- 글라이드 파크로!

< 262화 - 글라이드 파크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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