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 주거니 받거니 >
-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희 중계를 시청하실 수많은 레이스 팬 여러분! 저는 제프.
- 그리고 그렉입니다.
- 드디어 우리가 이 무대에 왔습니다!
- 정확히는 다시 온거죠.
- 그렇습니다! 2020년 이후 4년만에 다시 이 무대에 발을 들였습니다.
- 사실 저는 레이스가 다시 빠르게 이 무대로 돌아올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당시에는 펜데믹으로 인해서 단축시즌이었던데다가 당시에는 포스트시즌 팀이 대폭 늘어났었던 그런 시즌이었거든요. 시즌 자체가 워낙에 늦게, 그리고 단기적으로 치뤄지다보니 폼이 정상이 아니었던 선수들도 상당히 많았죠. 그러다보니 레이스가 월드시리즈까지 오를 수 있었던거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162경기를 치르는 완벽한 풀시즌이었고, 그 길고 긴 레이스를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승률을 기록한 팀이니까요.
- 갑자기 브래넌의 경기 전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은퇴하기 전에 사랑하는 레이스 팬들에게 월드시리즈 무대를 보여줄 수 있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 시즌 내내 우리를 응원해준 팬 여러분께 너무 감사하다.”라고 했죠.
- 그 말을 저희가 돌려줘야할 것 같네요. 이렇게 월드시리즈 무대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준 선수들, 코칭 스태프들, 프런트의 수많은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
-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즌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중계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 하하! 맞습니다. 그럼 오늘 양팀의 라인업 먼저 볼까요?
레이스
1번 타자 - 2B - 네이선 드레이크
2번 타자 - SS - 앤드류 켈리
3번 타자 - LF - 마르코 루이스
4번 타자 - DH - 배리 브래넌
5번 타자 - RF - 알렉스 스프라우트
6번 타자 - 1B - 알버트 서머스
7번 타자 - 3B - 올리버 올드먼
8번 타자 - C - 알렉스 윌슨
9번 타자 - CF - 메이슨 스탠하우스
선발투수 - 조나 파인트
브레이브스
1번 타자 - 2B - 아지 시몬스
2번 타자 - RF - 도널스 캐스퍼 Jr
3번 타자 - CF - 코디 드링크워터
4번 타자 - 3B - 카를로스 앙헬 Jr
5번 타자 - 1B - 디에고 카브레라
6번 타자 - LF - 브랜트 홀리데이
7번 타자 - C - 로버트 길모어
8번 타자 - SS - 도니 베스비
9번 타자 - DH - 라파엘 바스케스
선발투수 - 웨슬리 앤더슨
- 우선은 1회 초, 조나와 맞붙을 브레이브스 타선부터 볼까요?
- 1번부터 5번까지는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강타자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특히나 코디 드링크워터는 이번 시즌 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죠.
- 아직 결과가 발표는 안났지만, 시즌 0.340/0.378/0.616, ops 0.993, 46홈런, 136타점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며 내셔널리그에서는 적수가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을 생각하면 MVP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야겠죠.
- 작년까지만해도 저희 팀이었던 선수가 저렇게 가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요.
- 하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 대가로 스프라우트를 얻었잖습니까? 아마 저쪽에서도 배아파하고 있을겁니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거 아니겠습니까?
- 맞습니다.
- 뒤이어 홀리데이, 길모어, 베스비, 바스케스가 타석에 들어옵니다.
- 이 중에서 가장 조심해야할 타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 당연히 코디 드링크워터죠. 드링크워터는 올 시즌 내내 잘했고,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도 팀의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홈런 두 방을 날렸습니다. 그 외에도 총 12타점을 기록하면서 브레이브스 타선을 이끌고 있는 선수죠. 게다가 지난 시즌 중반까지는 같은 팀이었던만큼, 조나가 어떤 공을 잘 던지는지, 알렉스가 좋아하는 리드는 어떤건지를 너무 잘 알고있을겁니다. 저희는 조심, 또 조심해야합니다.
중계진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파인트는 아지 스미스를 유격수 앞 땅볼, 도널드 캐스퍼 Jr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드링크워터를 상대로는
따아아아아악!
깔끔하게 홈런을 맞아버렸다.
-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완벽한 홈런입니다.
- 이번 포스트시즌 조나에게 첫 번째 실점을 안겨주는 드링크워터입니다.
- 우리 편일때는 그렇게 든든하더니, 상대팀으로 가니까 이렇게 짜증날 수가 없네요.
- 하지만 또 그렇게 미워할 수는 없네요. 올 시즌 드링크워터는 홈런을 때린 다음 상당히 화려한 플립을 하곤 했거든요. 이제는 세레머니 성 플립이 허용되는 시대이다보니 드링크워터의 플립은 브레이브스 팬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죠. 하지만 지금 보시면, 홈런을 때리고 나서도 플립을 하지 않고 조용히 배트를 내려두고 베이스를 돌고 있습니다.
- 친정팀에 대한 예우라는걸까요?
- 그렇게 볼 수 있죠. 레이스는 다저스 방출 후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던 드링크워터를 데려와서 부활시켜준 팀이니까요. 실제로 드링크워터도 애틀란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운과 레이스 팀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었고요.
-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군요.
- 그렇습니다. 다행인 점은 파인트가 그렇게 흔들려보이지는 않는다는겁니다.
드링크워터에게 선빵을 맞은 파인트는 홈런을 맞았음에도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 언젠가는 나올 실점이었는데 드디어 나와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죠?
-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마치 ‘이 정도로는 너네를 잡기는 힘들구나?’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입니다.
파인트는 뒤이어 들어오는 앙헬 Jr에게는 한 피치를 더 올려버렸다. 그 결과 앙헬 Jr는 허공에만 세 번 배트를 휘두른 뒤 애꿎은 헬멧만 땅에 던져버렸다.
- 이거죠! 이게 바로 조나 파인트거든요!
- 자신을 공략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곧바로 피치를 한 단계 올려서 압살해버리네요!
- 지금 흐름 그대로 다음 이닝도 이어나갔으면 좋겠네요!
***
잔뜩 신이난 중계석과는 다르게 더그아웃에 돌아온 파인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윌슨과 함께 캐시에게 향했다.
“보스. 오늘은 불펜을 대기시켜야 할 것 같아요.”
“전광판 봤어. 한 피치 올렸던데?”
“네. 적어도 1번부터 5번까지는 피치를 올려서 투구해야할 것 같아요.”
윌슨 역시 파인트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스는 공 3개를 지켜보면서 심판의 존을 확인하고는 다섯 번 째 공을 타격했죠. 몸 쪽 라인에 딱 걸친 공이었는데 그걸 끌어내더라고요. 결과는 켈리 앞으로 가는 평범한 땅볼이 되어버렸지만요. 캐스퍼도 홈런성 파울 하나를 만들어냈어요. 심지어 존을 벗어나는 공이었는데 말이죠. 코디는······.”
윌슨이 말을 흐리자 파인트가 곧바로 이어받았다.
“걔는 오늘 상대하면 안될 것 같아요. 베스트피치는 아니었지만, 평소에 가장 못치던 코스인 인하이로 말려들어가는 커터를 던졌거든요? 심지어 결정구로 던지면 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셋업으로 하나 던졌죠. 근데 그걸 넘기더라고요.”
“그 앞에 던졌던 초구도 조금만 타이밍이 빨랐으면 안타였어.”
“맞아. 오늘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와 있는 것 같아요. 앙헬은 어땠어?”
한 피치를 올린 뒤 상대했기에 앙헬 Jr에 대한 평가는 자신보다는 윌슨이 더 객관적일 확률이 높았다.
“앞선 타석에서의 피치였다면 맞았을 가능성이 높아.”
“확실히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었던 상대들 중에서는 가장 힘든 상대에요.”
그리고는 웨슬리 앤더슨을 상대하러 나가는 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진짜 타선이 잘해줘야겠는데······?”
***
- 브레이브스의 선발투수인 웨슬리 앤더슨이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 앤더슨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라는 평가를 받고있는 투수죠?
- 그렇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좋은 투수는 맞았습니다. 194.1이닝을 던져서 2.9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좌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시즌은 더욱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205.2이닝을 소화하면서, 내셔널리그에서 단 세 명밖에 없는 200이닝 달성자가 되었고,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인 1.89를 기록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현대 야구에서 선발투수가 달성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있는 200이닝과 함께, 1점대 자책점을 유지하는데 성공하면서 팀 동료인 타일러 베넷과 함께 내셔널리그의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죠. 하지만 우리 레이스를 상대하기 쉽지는 않을겁니다.
- 그렇습니다. 조나 역시 찬과 함께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선수였거든요. 그럼에도 드링크워터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죠. 그런만큼 앤더슨도 방심할 수 없을겁니다. 그럼 그렉. 오늘 우리 레이스 타선의 키 플레이어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 개인적으로는 오늘의 키플레이어는 마르코 루이스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내츠에서 있는 네 시즌동안 마르코는 항상 브레이브스에게 강했습니다. 같은 지구였던 브레이브스와 치른 경기는 네 시즌 동안 총 76경기. 그 중에서 마르코는 72경기에 선발로 나섰습니다. 그 기간동안 328번 타석에 들어서서 224타수, 90안타, 18홈런, 86타점, 68볼넷을 기록하면서 0.402/0.482/0.688, ops 1.169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전까지 지난 시즌이 커리어하이였던 웨슬리 앤더슨을 상대로한 세 경기에서 14타석, 10타수, 6안타, 2홈런, 6타점, 3볼넷을 기록할 정도로 강했거든요.
- 그래서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5번이나 6번 타순에 배치되었던 마르코 루이스가 3번에 올라온 것이군요?
- 그렇습니다. 마르코는 좌타자임에도 좌완인 앤더슨에게 굉장히 강했습니다. 분명 케빈은 마르코가 브레이브스와 앤더슨에게 강했던 타자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를 전진배치했을겁니다. 만약에 마르코의 앞에 주자만 깔린다면, 충분히 그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드으레이크! 드으레이크!
해적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나왔던 웅장한 등장곡과 함께 첫 타자로 드레이크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는 테이블세터로만 풀타임 3년차인 드레이크는 테이블세터가 해줘야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테이블 세터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시몬스가 했던 것처럼 심판의 존을 파악하고, 최대한 많은 구종을 던지게 해서 상대 투수가 던지는 구종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것.’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이 무대에 걸맞는 자신의 역할이 아니다. 자신에게는 더 잘 어울리는, 그리고 몇 안되는 리드오프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었다.
그건 바로
따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갑니다! 갑니다! 드레이크가! 초구를 노려! 앤더슨에게에에에에에! 실점을 안깁니다아아아아!
상대방의 기세를 꺾는 선봉장의 역할이다.
“내가 바로 네이선 드레이크다아아아아!”
< 257화 - 주거니 받거니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