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화 - 맞이할 준비를 하죠 >
화이트삭스가 개짓거리를 하기는 했지만, 올드먼 덕분인지 경기는 레이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다음날
따아아악!
- 가나요? 가나요! 넘어갑니다! 오랜만에 나온 레이몬드가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신고합니다!
- 이거죠! 이게 바로 제가 시즌 말에 봤던 데이튼의 모습이거든요!
레이몬드의 홈런을 시작으로 레이스는 3회에만 8점을 뽑아냈다. 화이트삭스는 4회에 1점, 5회에 1점을 추가하면서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카스티요는 그렇게 만만한 투수가 아니였다.
- 디에고 카스티요 다시 한 번 삼진!
- 웃고있는거 보세요. 하하!
- 얼마나 좋겠어요? 계속해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팀에 있다가 레이스로 왔는데 포스트시즌에 나왔잖아요.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 지금 이 순간이라는건 아쉬울 수 있지만, 오늘 경기는 이길 가능성이 높고, 오늘 경기만 이긴다면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월드시리즈가 코앞으로 다가오죠. 그러니 웃음이 새어나올 수 밖에 없는거죠.
자신의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카스티요는 93구로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냈다. 아쉽다면 아쉽다고 할 수도 있는 성적이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디비전 시리즈까지 거의 2주 정도 되는 시간동안 실전등판이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잘 던졌다고 할 수 있었다.
4차전에서 레이스의 타선이 폭발하는 바람에 결국 화이트삭스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해야했다.
분명 좋아야하는 분위기지만 레이스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샘이 아직도 손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로 3차전에 손에 타구를 맞았던 비어만이 아직도 손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정밀검사 상에서는 문제 없다고 했잖아요.”
“네. 병원에서는 부상소견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저 타박상 정도라더군요. 하지만 타격할때 계속해서 손에 통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송구할때도 손에 힘을 주게되면 통증이 있는 모양이고요.”
트레이너의 말에 회의실 내부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파드레스가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줬으면 좋겠는데······.”
아메리칸리그보다 하루 늦게 챔피언십 시리즈를 시작한 내셔널리그는 오늘 4차전을 치르고 있었다. 브레이브스는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3승을 기록하고있는 상황. 오늘 경기만 승리하면 브레이브스 역시 월드시리즈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파드레스가 지금 6회까지 4대 2로 리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월드시리즈 전까지 회복이 안될 경우도 대비는 해야겠죠?”
비어만이 만약에 월드시리즈에서도 회복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면 다른 포수를 로스터에 넣어야한다. 윌슨 하나만 있게 된다면 대타자원이라던가, 부상에 대한 대처를 아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뭐랍니까?”
캐시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듯 답했다.
“며칠만 주면 괜찮아질거라고 하지.”
“하긴······. 시즌 내내 잘 해오다가 월드시리즈에서 빠지고 싶은 선수가 어디있겠어요?”
“맞아. 딱 그런 상황인 것 같아. 어떻게든 조금 더 뛰고싶고, 팀에 도움이 되고싶어하는 그런 마음?”
“케빈이 보기엔 어때요? 회복될 것 같아요?”
캐시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침음을 삼켰다.
“흐음······. 이런 경우에는 정말 어려운 문제야. 회복은 될건데, 그게 진짜로 회복인지는 본인말고 아무도 모르거든. 검사상에는 문제가 없는데, 통증은 본인만 느끼고 있으니까. 언제까지 통증이 이어질지도 확신할 수 없고, 회복되더라도 후유증이 남지는 않았을지도 아직까지는 알 수 없으니까. 정말 냉정하게 따지자면 월드시리즈에서 도움이 아예 안될수도 있어.”
“그럼에도 샘을 데려가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요?”
캐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우리가 노리는건 이번 한 번의 월드시리즈가 아니잖아? 지속 가능한 컨텐딩 팀이 되는게 우리 목표 아냐?”
“맞아요.”
“그러면 10년은 우리 안방을 책임져야할 샘이 이런 무대를 한 경기라도, 벤치에서라도 경험하는건 아예 경험하지 못하는것과는 달라. 길게 보자면 샘을 데려가는게 맞아.”
“그럼 선수 하나를 빼고, 포수 하나를 로스터에 넣는건 어때요?”
다운의 눈길이 닿자 요즘 팜 디렉터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고있는 미키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빅터 디아즈와 호세 알미론 둘 다 예비 로스터에 넣어둔 보람이 있었네요.”
빅터 디아즈는 수비보다는 공격력이 좋은 포수다. 올 시즌 트리플 A에서도 포수와 지명타자, 레이몬드가 올라오며 빈 1루수까지 모두 소화하면서 타격적인 면을 뽐내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 시즌에 브래넌의 자리가 비게 된다면 외야 한 자리까지 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뒤, 한 번 올려볼까 생각중인 포수이기도 했다.
호세 알미론은 디아즈와는 다르게 수비가 단단한 포수다. 28세라는 나이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안정적인 수비가 최대 장점. 하지만 타격이 영 받혀주질 못해서 마이너에서 이 팀, 저 팀 돌아다니는 선수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도 6월에 FA로 풀린 뒤 레이스와 마이너계약을 맺고 함께하고 있는 선수로 별 다른 일 없으면 다음 시즌에 함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기도 했다.
“일단 지금은 불펜진이 남아도는 편이잖아요.”
파인트와 진성찬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지금까지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완봉을 달성하면서 불펜진을 쉬게했다.
더지의 경기에서는 두 명의 불펜이 던졌고, 카스티요가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면서 내려간 어제 경기에서는 세 명의 불펜이 나와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등판한 불펜선수라고 해봤자 네 명, 포스트시즌 내내 불펜은 고작해야 다섯 명 밖에 쓰이질 않았다.
아직까지 리처드 로버트슨, 로건 앤더슨, 글렌 위트먼, 파블로 에이바르는 포스트시즌에서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질 못했다. 그럴 바에는 한 명을 빼고 예비로 포수 하나를 넣는 것이 나아보였다.
하지만 캐시의 생각은 달랐다.
“무조건 불펜투수가 있어야돼.”
그는 한 쪽 모니터에서 나오고있는 브레이브스를 가리켰다.
“브레이브스는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해왔던 그 어떤 팀과도 달라. 웨슬리 앤더슨, 타일러 베넷, 이와쿠마 타카시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강력하고, 4선발인 글렌 모어랜드도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 잘 던지고 있어. 그렇다고 선발진만 강하냐?”
“아니죠. 불펜도 강하죠.”
“맞아. 웨이드 로우, 딘 벨라스케스, 유스니엘 페르난데스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세 명 다 1점대 방어율이었지. 마무리인 줄리안 브랜드는 블론이 세 번밖에 없는 최강의 마무리 중 하나고. 거기다 타선도 좀 강해?”
“엄청 강하죠. 도널드 캐스퍼 주니어, 카를로스 앙헬 주니어의 두 주니어 듀오와 작년까지 우리와 함께하던 코디도 완전히 자릴 잡았죠. 8월에 복귀한 디에고 카브레라도 아직까지 수비는 무리지만 지명타자를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고요. 아지 시몬스는 파워가 떨어졌다는 평가는 받지만, 타격의 정확도와 선구안도 좋죠.”
“시몬스, 캐스퍼, 앙헬, 드링크워터, 카브레라로 이어지는 상위, 클린업타선은 우리 레이스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죠.”
“하위타순도 무시할수는 없어. 다들 필요할 때 칠 수 있는 선수들이니까.”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할 때의 라인업을 거의 유지하고있는 브레이브스는 그만큼 강력한 상대였다.
“지금까지 상대한 팀들도 강력했지만, 브레이브스 타선은 현재 폼도 좋고, 전반적인 능력치조차도 에인절스나 화이트삭스와는 달라. 우리도 그만큼의 대비가 필요해.”
“하지만 샘의 부상이 빠르게 낫지 않는다면요?”
다운은 대비하는 자다.
모든게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를 항상 염두에 두는 사람답게 최악의 경우를 상정했다.
“샘이 부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알렉스마저 부상을 당한다면 어떻게 하려고요? 특히나 샘이 돌아오지 못할게 거의 확실한 1, 2차전에서 알렉스가 부상당하면 답이없지 않을까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투수를 뺄 수는 없어. 포수 자리는 야수를 넣어서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지만, 투수 자리는 투수를 제외하고는 확실히 커버할 수 없어. 특히나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는 연장전도 각오해야 해. 그런 상황에서 투수를 미리 뺄 수는 없어.”
“포수가 없으면 야수를 쓰려고요?”
“배리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그렇게 해야지.”
그게 현장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캐시의 의견이라면 존중해야한다. 하지만 브래넌에게 마스크를 씌운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좋아요. 하지만 배리를 앉히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마 그 상황이면 배리가 먼저 나서지 않을까?”
브래넌이라면 분명 그럴거다. 하지만 다운은 단장으로서, 그리고 브래넌의 친구로서도 그가 수비하러 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을 만들면 안되죠.”
앤더슨과 앳킨슨을 뺄 수없다. 마이어를 제외하고는 외야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이건 수비를 아예 들어갈 수 없는 브래넌을 지명타자로 쓰고 있는 레이스가 가지고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래라면 올드먼을 뺐겠지만, 올드먼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다. 그를 3루로 쓰고 서머스를 1루수로 쓰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필요없어진 선수.
“그럼 롭을 빼죠.”
다운의 말에 캐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올리는건?”
“알미론이 조금 더 캐시 취향 아니에요?”
수비를 중시하는 캐시의 성향상 알미론이 조금 더 그의 성향에 맞는 픽이었다. 하지만 캐시는 고개를 흔들었다.
“빅터 디아즈로 가자고.”
“웬일이에요?”
“정규시즌이면 모를까, 포스트시즌에서 3포수는 공을 받을수만 있으면 돼. 애초에 거기까지 간 순간 경기는 난타전일테니까. 거기서는 수비도 수비지만 찬스에서 때려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해.”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것이 이미 디아즈에게까지 기회가 온 상황이라면 모든 대타카드와 포수카드가 소멸될 상태일거다. 그렇다는건 엄청난 접전이라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웃카운트와 다름없는 알미론?
그보다는 디아즈가 나아보였다.
“일단은 알렉스를 주전포수로 쓸거야. 샘 같은 경우는 공 받는데는 당장에 문제가 없으니까, 서브로 들어갈 준비를 시킬거고. 샘이 회복하는대로 대타나 선발출장을 고려해야겠어. 그리고 디아즈는 대타로 기용할 생각을 해보자고.”
거기까지 말했을 때 한쪽 구석에 틀어놓은 TV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따아아아악!
- 갑니다! 갑니다! 드링크워터! 파드레스를 무너트리는 역전 쓰리런!
결국에는 파드레스가 브레이브스를 막아내는데 실패했다. 9회 초 결국에는 터진 드링크워터의 역전 쓰리런으로 인해서 파드레스의 불펜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젠장할 하루도 못 버텨주나?”
“그러게 말이에요. 하······. 하루만 더 쉬게 해주면 샘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줄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소리 좀 키워보죠.”
하지만 바뀐 투수도 브레이브스의 타선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악!
- 도니 베스비!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 디펜딩 챔피언인 브레이브스가 월드시리즈에 다시! 다시 한 번 올라갈 채비를 마칩니다!
9회가 시작되자마자 줄리안 브랜드가 올라왔다.
“끝났네요.”
파드레스는 1차전과 3차전에서도 브랜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 심지어 하위타순에서 공략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파아아앙!
- 끝났습니다! 경기 종료! 2024년 월드시리즈는 탬파베이 레이스! 그리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맞붙습니다!
다운이 TV를 껐다.
“브레이브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죠.”
< 255화 - 맞이할 준비를 하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