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51화 (251/268)

< 251화 - Nobody >

2024시즌 챔피언십 시리즈 예상

어제 화이트삭스와 레드삭스의 5차전, 파드레스와 메츠의 4차전이 끝나면서 이번 시즌챔피언십 시리즈의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탬파베이 레이스

vs

시카고 화이트삭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vs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와일드카드 시리즈의 가장 큰 이변은 파드레스가 다저스를 2승 1패로 잡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이변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레이스는 에인절스를 눌렀고, 중부지구의 패자인 화이트삭스는 레드삭스와의 양말 더비에서 필 모리슨의 끝내기 안타로 5차전의 처절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파드레스는 다저스를 잡은 기세 그대로 메츠를 눌렀고,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인 브레이브스는 브루어스를 3승 0패로 가볍게 누르고 올라왔다.

이변의 주인공은 없었지만,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신데렐라는 존재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탬파베이 레이스의 내야수 올리버 올드먼이다.

올드먼은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디비전 시리즈를 마친 지금, 어떤 야구 채널을 틀어도, 어떤 스포츠 신문을 들어가도 온통 올드먼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프런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장님!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죠! 지금이 타이밍입니다! 올리버에 대한 굿즈를 만들어서 팔아야······.”

“아니죠 앤디! 굿즈를 만들 시간도 부족하고 만들어졌을 때에 이 인기가 그대로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잖아요? 이 기세를 타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야죠!”

“뭔 소리야 카를! 지금 고작 그런 영상이 중요하다는거야?”

“고작이라뇨! 이 영상이 우리 잠재적 고객들을 얼마나 늘려주는지 모르세요? 저희 채널의 평균 구독자가 수직 상승하는 것과 더불어서 해외 스토어 매출이 증가했다는 보고서 안 읽어보셨어요?”

“그렇다고 올리버가 해외에 먹히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지금 우리가 노려야할건 인생역경을 거치고 나와서 한 방 역전을 이루어낸 올리버 올드먼을 파는······.”

쾅!

다운이 책상을 내리치자 눈앞에서 말싸움을 하는 두 사람의 입이 닫혔다.

“제발 두 사람 다 그만하세요.”

다운은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십분 이해해요. 하지만 앤디.”

“네.”

“지금 당장은 월드시리즈 우승 굿즈를 제외하고는 만들 생각이 없어요. 올리를 아무리 홍보해도 월드시리즈 한 번 우승하는 것만 못하다는거 알죠?”

“압니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는 선수단이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자고요. 그리고 카를.”

“네.”

“배리한테 먼저 물어보고 올리에게 허락을 받은 다음에 지금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월드시리즈를 향한 레이스의 발걸음.’ 시리즈에 짧게 인터뷰를 내는 정도는 해도 돼.”

다운의 허락에 크로포드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진짭니까? 정말이죠 단장님?”

“내가 뭐라고 했지?”

“배리에게 먼저 물어보고 올리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에······.”

“양해가 아니라 허락을 받은 다음이야 카를. 허락!”

“넵! 허락을 받은 다음에 인터뷰를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질문지는 미리 줘서 확인할 수 있게 해. 그리고 질문지에 없는 질문은 하지말고. 우리에게는 그냥 물어볼 수 있는거지만, 본인에게는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일수도 있어. 올리도 베테랑이니만큼 멘탈관리를 잘 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지.”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크로포드는 쏜살같이 단장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앤디도 나가봐요. 저도 구단주님이 불러서 가봐야해요.”

다운의 말에 러셀이 시무룩하게 기가 죽은 얼굴로 단장실을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다운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그때 단장실의 문이 살짝 열렸다.

심슨과 케이지였다.

“단장님. 잠시 이야기 좀 가능하십니까?”

두 사람의 심각한 표정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죠.”

어차피 글라이드에게 가봤자 상세한 준비를 알고싶어하는 구단주의 마인드, 팬심 가득한 한 팬의 마인드가 싸우는 것을 들어주는 일 밖에는 하지 않을거란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운은 아무 미련없이 글라이드에게 좀 더 걸릴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자리에 앉았다.

“일단 이 글 좀 보시죠.”

패드를 받아든 다운은 눈을 화면으로 옮겼다.

“화이트삭스 팬 포럼이네요?”

“네.”

제목 : 내가 파인트와 더지의 약점을 찾아낸 것 같아!

글쓴이 : petermcg0381

클릭할 수 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다들 내가 얼마나 영상을 자주 돌려보는지 알거라고 생각해. 내가 잘하는거라고는 영상을 수십번 돌려보는 것 밖에 없으니까. 이번에도 내가 우리 화이트삭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이래저래 돌려봤단 말이지. 그런데 파인트와 더지의 투구폼에서 이상한걸 발견했어.

우선 파인트부터 갈게.

사실 파인트는 별로 큰 약점은 아니거든.

내가 발견한건 파인트가 1루 견제를 할때마다 습관적으로 턱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더 끌어당긴다는거야.

<움짤>

봤지?

견제를 하지 않을 때에는 턱을 어깨에 마지막 순간까지 붙이고 있다가 포수에게 공을 던져. 하지만 견제를 할 때는 마지막에 턱을 어깨에서 떼. 마치 ‘난 주자 너한테는 관심없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야.

근데 이건 큰 발견이 아니야.

이걸 써먹으려면 파인트를 상대로 1루에 나가야한다는거잖아? 티미의 발을 떼서 달아주지 않는 이상 우리 팀에서 파인트를 상대로 안타를 칠만한 놈 중에서 도루를 할만큼 빠른 주자는 없어. 거기다가 레이스의 그 이상한 응원, 비어만이나 윌슨의 어깨까지 합쳐지면 사실상 파인트를 상대로 2루를 훔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지.

하지만 더지의 티핑은 조금 더 쓸만해.

알다시피 더지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강점인 투수지.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사도는 떨어져.

그래서인지 본인도 체인지업이나 커브를 던질 때 약간은 긴장하는 것 같아. 아래 움짤을 보면서 이야기해보자고.

<움짤>

보면 알다시피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를 던질때의 더지는 웅크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하지만 커브나 체인지업을 던질때의 더지는 조금 더 웅크리는 느낌이 들지.

움짤을 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미세하긴 하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더 대박인건 뭔지 알아?

다른 패턴은 모르겠어. 하지만 더지가 우타자를 상대해서 앞선 두 공으로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을 던졌다면 다음 공은 무조건 체인지업이야.

거기까지 읽은 다운이 고개를 들었다.

“진짜에요?”

아마 두 사람은 모두 확인을 거친 뒤 왔을거다. 생각했던대로 심슨과 케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팀원들을 나눠서 더지가 등판했던 모든 경기를 돌려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을 던진 다음에는 무조건 체인지업을 던지더군요.”

다운의 표정이 덩달아 심각해졌다.

“리타!”

문을 열고 리타가 들어왔다.

“네.”

“지금 당장 그라운드에 연락해서 감독님, 리키, 샘 올라오라고 해줘. 프레드, 그 영상들 잘라놨죠?”

“네.”

역시 일 잘하는 사람은 준비성부터가 다르다.

“8번 회의실에 세팅해놓으세요. 리타 두 사람 다 8번 회의실로 오라해.”

“알겠습니다.”

리타와 케이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브래드.”

“네.”

“어떻게 찾은거에요?”

심슨의 팀이 항상 레이스 팬 포럼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프런트가 하지 못한 신선한 이벤트들을 팬들은 곧잘 생각해내는 편이었으니까.

“우리 구단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팬들 역시 구단에서 ‘뭘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좋은 의견이 있는가 싶어서 항상 돌아다니죠.”

아무래도 자신이 여기 와서 가장 잘한 일은 심슨을 고용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거 찾아낸 팀원이 누구죠?”

“레이입니다.”

“레이한테 포상금으로 1000달러 보너스 나갈거라고 이야기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새로 전기자전거를 사고 싶다던데, 좋아하겠네요.”

“그리고 저 사람 연락처 알아요?”

petermcg0381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저 사람. 능력은 있지만 사회생활은 잘 못하는 로벨의 향기가 풍긴다.

“연락달라고 메시지 보낼까요?”

고개를 끄덕이려던 다운이 멈췄다.

“아뇨.”

누군지는 모르지만, 확실한건 야구계나 구단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기 구단에 먼저 알리지, 결코 이런 오픈된 곳에 자신의 의견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갑자기 구단의 연락이 간다?

그랬다가는 저 사람이 넷 상에서 레이스의 연락을 공개해버릴수도 있다. 그리고 화이트삭스는 ‘레이스가 이 티핑을 알아챘다.’라고 알아채겠지.

혹시나 역으로 이 상황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어떤지 모를 인재에 대한 욕심으로 확실하게 한 방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긴 싫었다.

“일단은 기억만하고 있자고요. 챔피언십 시리즈 끝나면 바로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리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단장님. 8번 회의실 세팅 끝났고, 호출하신 세 분 모두 들어갔습니다.”

다운은 곧바로 수표책에서 1000달러를 써서 심슨에게 건넸다.

“부탁할게요 브래드.”

“전달하겠습니다.”

8번 회의실로 들어가자 어리둥절하고 있는 캐시, 더지, 비어만이 보였다.

다운은 들어가자마자 세 사람에게 사과를 건넸다.

“갑자기 불러서 놀랐죠? 미안해요.”

지금 시간이면 한창 훈련을 하고있었을 시간이다. 전체적인 훈련 스케줄을 총괄하는 캐시는 물론이고, 자신의 루틴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었을 두 사람의 흐름도 끊어버렸을거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기분나빠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괜찮아. 자네가 별거 아닌 일로 우리를 불렀을 리는 없잖아?”

“맞아요. 단장님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 훈련 방해 안하시는 분인데요. 분명 뭔가 있었겠죠.”

“그래서 무슨 일이죠?”

웃으며 말하는 그들에게 다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리키의 티핑이 발견됐어.”

다운의 눈빛을 받은 케이지가 영상을 틀었다.

“우선 리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던질때는 괜찮아. 하지만 체인지업이나 커브를 던질때는 약간 움츠리는 느낌이 있어. 몸을 좀 더 만 다음에 던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건 영상을 보면 확실히 어떤 느낌인지 알거야.”

영상을 확인한 더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세하긴 하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더지의 옆에서 비어만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것 같네요. 지금 영상은 재생속도를 늦춘데다가 옆에 딱 붙여서 비교를 하니까 잘 보이는 거죠. 그 짧은 타이밍에 타자가 저걸 확인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캐시 역시 비어만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건 좀 다를거야.”

우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 패스트볼을 던진 다음에 무조건 체인지업이 들어가는 루틴.

이 것을 말하자

“와우······.”

더지는 짧은 감탄사만을 내뱉은 채로 굳었고

“이, 이걸 누가 알려줬다고요?”

리드를 했을 비어만은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캐시는 차분히 다운에게 물었다.

“우리가 이걸 안다는걸 누가 알지?”

아무래도 캐시는 다운과 생각이 같은 모양이다.

“Nobody.”

< 251화 - Nobody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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