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48화 (248/268)

< 248화 - 디비전 시리즈 1차전(올드먼 세부 수정) >

앞서 말했지만, 올드먼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가 아니었다. 만약 올드먼을 진성찬의 경기에 넣으려면 시몬 러브, 매튜 에드워즈를 빼고 올드먼을 로스터에 집어넣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은 친분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올드먼은 왜? 합당한 이유라도 있어?”

“아뇨, 뭐. 로스터 진입이 됐을거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려봤는데 안된 모양이네요. 그럼 어쩔 수 없고요.”

다운이 탐탁치 않아하는 것이 느껴졌는지 진성찬은 한 발을 뺐다. 하지만 진성찬은 생긴것이나 하는 행동과는 다르게 똑똑한 놈이다. ‘로스터 진입’이라는 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저 놈은 ‘로스터’는 단장이, ‘선발명단 및 출전’은 감독이 맡고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니 다운의 앞에서 로스터 진입이라는 단어들을 쓴 것이고.

“네 경기에 나왔으면 하는 이유라도 있어?”

다운이 들어주겠다는 제스쳐를 취하자 진성찬의 입은 기다렸다는 듯이 열렸다.

“올드먼이 한국에서 용병으로 활동한건 알고있죠?”

“알지.”

올드먼은 한국에 있는 서울 나이츠에서 4년간 활약했다. 그 기간동안 그는 0.321/0.400/0.620, 총 622 안타, 204홈런, 259볼넷 을 기록하며 나이츠 소속 용병 사상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나이츠는 그에게 시즌이 끝나고 나서도 약 230만 달러의 역대 용병 최고 금액을 써서라도 그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한국에서라면 그의 현역생활은 적어도 2년, 최대 5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머무는 대신, 메이저리그로 돌아오는 것을 택했다.

“한국은 단일리그라서 상대도 엄청 해봤거든요.”

“위협적이었나?”

다운의 말에 진성찬이 무슨 소리하냐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저 진성찬이에요 행님. 정규시즌에서는 그냥 콧대를 콱!”

‘정규시즌에는’ 그랬다는건 곧

“그럼 포스트시즌에는?”

진성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제가 상대한 그 어떤 타자보다 까다로웠죠. 일단 타석에 들어서면 그, 분위기라는게 있다 아입니까? 그게 달랐어요. 눈에서 막 안광이 팍팍 나오는데, 정규시즌때는 곧잘써먹었던 볼을 던지면 골라내고, 타이밍 꼬아서 존에 넣으면 커트하고, 지 타이밍 잘 맞는 공은 고대로 안타 쌔리삐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다운의 몸이 더 듣고싶다는 듯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 다음 시즌에는? 네 성격에 그냥 당하지만은 않았을텐데?”

“당연하죠. 저 진성찬이라니까요? 그 다음 시즌에 만나서 ‘저 새끼 저거 포스트시즌때는 당했던거 그대로 돌려준다!’ 마음먹고 가면 또 지난 정규시즌이랑 약점이 똑같은거에요. 그래서 또 정규시즌때 잘 상대하다가 포스트시즌에서 만나잖아요? 또 귀신같이 친다니까요?”

“에?”

“아니 무슨 귀신에 씌인것도 아니고, 제 통산 성적이 어떤지 아세요? 정규시즌에는 4년 내내 피안타 4개, 피홈런 0개, 볼넷 2개, 삼진 16개거든요?”

하여간 진성찬도 진짜 어지간하다. 저런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

“포스트시즌은?”

“4년 내내 만나서 16번 맞대결해서 1볼넷, 2삼진, 10피안타, 3피홈런이요.”

“호오······?”

다운의 표정이 묘해졌다.

“의논해볼게. 그리고 최대한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줄게.”

진성찬의 어깨를 두드린 다운이 그와 함께 단장실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저녁 오시는거 까먹지 말고요. 와이프가 준비 다 한다고 답장왔어요!”

“알겠어.”

“한 시간 반 내에는 오셔야해요!”

“갈게, 갈게! 그러니까 좀 가있어!”

진성찬을 끌어낸 다운은 곧바로 캐시와의 면담을 잡았다.

“그런 선수가 있지. 포스트시즌에서는 미친듯이 잘하는 그런 놈들이.”

보통 그런 선수들은 미스터 옥터버라거나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곤 한다.

“그런데 내가 아는 올드먼은 그런 친구는 아니었는데.”

적어도 메이저리그에 있었을 때에 그런 기질을 보여주지는 않았었다.

“미국을 떠나서 달라졌을 수도 있죠. 성찬이가 간 다음에 일본 기록도 확인해봤는데 표본은 적어도 4타수 3안타 1홈런을 기록했더라고요.”

“그렇다면 넣어볼만한 가치는 있겠네.”

이제 단장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했다.

“부탁할게요 캐시.”

***

- 드디어 왔습니다! 포스트시즌에 저희 레이스가 다시! 다시 한 번 더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 아~ 얼마나 오늘을 기다렸는지 몰라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보면서 ‘아! 레이스 경기 보고싶다!’라고 생각했던 저 같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을겁니다.

- 많죠. 많을거에요. 그러니 이 글라이드 파크가 이렇게 가득차있는거죠! 그리고 이렇게 가득 들어찬 와중에 한 자리만은 비어있습니다.

- 페퍼 여사님의 자리죠. 그래도 저 자리에 앉아서 보고계실거라 믿습니다. 선수들도 루틴처럼 더그아웃을 나오면서 여사님의 자리를 향해 인사를 하는군요.

- 경기에 앞서 어제 있었던 선수들의 인터뷰를 한 번 보고 가시겠습니다.

[마이크. 디비전 시리즈에 올라온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디비전 시리즈 상대로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에 올라있는 레이스를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음······. 스포츠라는건 언제 어디서나 이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가 강한 선수를 때려눕힐 수도 있는거고, 3부 리그에 있는 팀이 1부 리그에 있는 팀을 이기는 이변도 발생하곤 합니다. 그래서 스포츠라는게 재밌는거죠. 그리고 저희는 같은 메이저리그에 있는 팀이고, 가을의 축제에 초대된 같은 위치에 올라있는 팀이죠. 비록 레이스가 이번 시즌 엄청난 기세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에 오르긴 했지만, 저희 에인절스도 절대 약한 팀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레이스는 2014년 이후로 10년간이나 쌓여있던 제 울분을 모두 받아내야할겁니다. 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오랜기간 기다려온 에인절스 팬들을 위해서라도 은퇴하기 전에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하나 정도는 꼭 따내고 싶거든요.]

진지한 토켈슨의 인터뷰에 옆에서 듣고 있던 브래넌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봐 마이크. 그러면 이번에는 우리한테 양보하는게 어때? 나 은퇴 시즌이야. 그리고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없다고. 우리 팀에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있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맨브로스키 밖에는 없을걸? 넌 아직 기회가 남아있지만 나는 올 시즌이 마지막이니까 양보 좀 해줘라 어?]

능글맞은 브래넌의 말에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심지어 토켈슨마저도 피식 웃을 정도였다.

[미안하지만 배리. 이번 시즌 우승 제대로 못하면 쇼헤이 못 잡을수도 있어요. 그래서 절대 안돼요.]

[헤이 쇼헤이. 그럼······. 아차차! 탬퍼링 걸릴 뻔 했네. 저 무슨 이야기 안했죠? 알 위 굳? 마이크 나 아무 말도 안했다?]

[하하하! 그럼 배리. 이번 포스트시즌을 대하는 레이스의 마음가짐, 혹은 배리의 마음가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아까 마이크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게 스포츠고, 그래서 재밌다고 했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에인절스의 이번 시즌 성적은 분명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지구를 우승했던 애스트로스를 누르고 이 자리에 올라온게 바로 에인절스입니다. 저희는 에인절스가 강하다는걸 알고있고, 그들을 누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겁니다. 아니, 이미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는 이번이 마지막 시즌입니다. 제 선수 커리어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서 월드시리즈에 꼭 가고 말겁니다.]

뒤이어 첫 경기 선발인 파인트가 그의 말을 곧바로 이어받았다.

[저는 배리와는 다르게 아직 선수생활이 남아있죠. 하지만 중간에 예기치 못한 일로 마운드를 떠나야했습니다. 그 기간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보상받을겁니다. 에인절스의 타선은 분명 강하지만 제가 더 강합니다. 그 어떤 타자도 홈에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던지겠습니다.]

도발적인 파인트의 말은 곧 1선발로 예정되어있는 호시노가 받았다.

[저 역시 레이스 타선을 한 명도 1루······로 보내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싶지만, 그건 힘들 것 같으니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던지겠습니다!]

- 하하! 정말 불꽃튀는 인터뷰였죠.

- 그렇습니다.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 임하는 두 팀의 자세를 아주 정확하게 볼 수 있었던 그런 인터뷰였죠. 과연 디비전 시리즈의 첫 경기! 여기서 웃는 사람은 누구일지!

“플레이 볼!”

-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조나 파인트와 호시노 쇼헤이. 두 선발은 자신들이 한 말을 철저히 지켰다.

- 이야~ 이거 이제 9회에 들어서는데 점수가 날 기미가 안보이는데요?

- 그러게말입니다.

8회가 끝난 시점에서 두 팀의 점수는 0대 0. 두 팀이 기록한 안타는 총 3개. 레이스가 두 개를 기록했고, 에인절스가 하나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렇게 된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조나 파인트 - 8이닝 78구(진행중) 15K, 1피안타, 0볼넷

호시노 쇼헤이 - 8이닝 81구(진행중) 12K, 2피안타, 1볼넷

- 오늘 두 선발이 미쳤네요 정말.

- 두 선수가 앞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조나는 최고 95마일의 패스트볼로 최상의 구속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조나의 제구는 정말······.

- 말이 안나오는 수준이죠.

- 그렇습니다. 패스트볼이면 패스트볼. 브레이킹볼이면 브레이킹볼. 모두 윌슨의 미트가 향해있는 곳, 그리고 조나가 원하는 바로 그 곳으로 들어갑니다. 심지어 오늘 모든 변화구의 컨디션이 좋아요.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 파인트는 또 한 번의 완벽한 제구로 에인절스 타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 캬! 완벽하게 라인에 걸치는 패스트볼! 또 다시 삼진! 94마일짜리 패스트볼로 오늘의 16번째 삼진을 달성하는 조나 파인트입니다!

- 몸 쪽 높은 코스에 패스트볼을 던지고, 브레이킹 볼이 들어올 타이밍이라는 것을 역이용해서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꽉 찬 패스트볼을 넣었습니다. 저건 우타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반응할 수가 없는 코스였죠.

- 완벽하게 허를 찔린 모습이네요.

파인트가 남은 두 타자마저 4개의 공으로 잡아낸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글라이드 파크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조오나! 조오나! 조오나!

이제는 기립박수보다 이런 함성이 익숙해졌는지 파인트 역시 무표정한 모습 그대로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마치 관중들에게 ‘봤지? 이게 나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 조나는 자신의 역할을 200%수행해줬습니다.

- 맞습니다. 선발이 9이닝동안 실점 하나 없이 막아냈죠. 이건 조나 파인트가 아니면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을겁니다. 문제는 그걸 상대 투수도 하고 있다는거겠죠.

파인트가 9회에 올라왔듯이 호시노도 9회에 등판했다.

- 오늘의 조나가 제구력이 미쳤다면, 호시노의 경우는 공이 미쳤습니다. 최고 103마일에 8회 말까지도 101마일짜리 패스트볼······.

파아아아앙!

호시노의 첫 공이 박히는 순간 두 사람이 얼어붙었다.

- ······정정하겠습니다. 9회에도 101마일을 뿌리고 있습니다.

- 네이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네요.

- 9회까지 100마일짜리를 뿌릴 줄 몰랐다는거겠죠.

- 구위도 엄청나죠. 오늘 외야로 넘어간 공이 딱 세 개밖에 없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앤트류 켈리가 친 안타, 하나는 알렉스 윌슨이 때려낸 안타였고요. 나머지는 모두 삼진, 아니면 내야에서 처리됐죠.

- 과연 레이스가 9회 말에 이 경기를 끝낼 수 있을까요?

< 248화 - 디비전 시리즈 1차전(올드먼 세부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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