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46화 (246/268)

< 246화 - 무조건 붙을거야 >

디비전 시리즈

AL

레이스

vs

애스트로스 에인절스 승자

화이트삭스 오리올스 승자

vs

매리너스 레드삭스 승자

NL

브레이브스

vs

필리스 브루어스 승자

다저스 파드레스 승자

vs

메츠 카디널스 승자

대진표가 발표되고 난 뒤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바빠지는 팀이 어딜까?

그건 바로 전력분석실이다.

[스트라이크!]

“프레디 고든 몸 쪽 슬라이더에 세 번째 삼진.”

“이 정도면 확실하겠는데요?

“아냐. 몸 쪽 슬라이더에 약한건지, 아니면 몸 쪽 전체에 약한건지를 알고싶은데······. 내일 경기에서 몸 쪽 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세히 볼 필요가 있어.”

다운과 프레슬리가 분석실 한 곳을 점령하고는 경기를 분석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분석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아니 단장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프런트, 아니 레이스에서 가장 근육이 많고 몸이 좋은 남자. 전력분석실장인 프레드 케이지였다.

“뭐하긴요 분석중이죠.”

당연한걸 왜 물어보냐는 듯한 다운의 말에 케이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니 그건 저희 분석실이 할 일인데 단장님이 빼앗아가시면 어떡합니까?”

“선수단에 도움이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옆에 있던 프레슬리도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두 사람은 케이지의 옆구리에 사이좋게 매달려서 끌려나왔다.

“단장님이랑 단장보좌님이 여기 있으면 우리 애들이 집중을 못합니다. 혹시나 자신들이 발견못한걸 두 분이 발견하게되면 애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우리도 더 꼼꼼이 봐야겠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다행이죠. 근데 대부분의 애들은 불안해서 평소보다 더 오버워크를 하게 될겁니다. 오버워크가 안 좋은 이유는 아시죠? 단장님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데?”

“당장에 조금 더 일하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더 큰 실수를 하게 만드는게 오버워크다.”

“우리 팀은 오버워크 없이도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알죠.”

“아시면 저희를 믿고 저희가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십쇼.”

케이지는 두 사람을 전력분석실 밖에 내려놓은 다음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은 굳게 닫힌 문은 황망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단장님.”

“왜.”

“저희 뭐하죠?”

“그러게나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단장이 할 일은 없다. 이미 모든 팀은 만들어져있고, 더 이상 보강할 방법도 없다. 단장이 해야할 모든 일은 이미 끝난 상황이다.

이벤트?

그것도 정규시즌에나 하는거지, 포스트시즌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규시즌보다 배는 더 예민해지는 선수들에게 이벤트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상대 팀 측에서 ‘경기력에 지장이 갈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라며 항의가 들어온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그것도 올 시즌 내내 견제할 때 윽박지르는 ‘마!’응원같은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레이스는 더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밥이나 먹을까?”

“그러죠.”

결국 두 사람은 이버시티의 명물이 된 푸드코트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푸드코트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그래서인지 바로 입구에 있던 쉐프 로랑의 로랑이 다운을 알아보고는 불렀다.

“단장님!”

“어이 로랑 요즘 장사 잘되더라?”

러셀에게 받는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쉐프 로랑에서 들어오는 매출이 상당히 늘어났다. 예전에는 글렌의 음식창고나 돼지 한 돈에서 들어오는 매출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장사 시작 1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은 1위를 다투는 매장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덕분에 로랑은 자신이 원했던대로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할 밑천을 거의 마련한 상태였다. 뭐 그 중 80%정도는 로랑의 음식이 마음에 든다며 레스토랑 오픈에 투자를 하겠다고 한 글라이드의 돈이겠지만, 20%라도 모은게 어딘가 싶다. 아마도 얼마 전에 열렸던 탬파베이 이태리 요리대회에서 우승상금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됐을거다.

“곧 2호점 낼거라며?”

“구단주님이 투자해주시는 덕분이죠. 그리고 아직 멀었어요. 저는 글라이드 파크 근처에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싶은데, 자리가 잘 안비더라고요.”

“이 근처가 워낙에 상권이 좋다보니까 안비는거겠지. 곧 빌거야 걱정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희망차게 미소짓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다.

예전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4남매를 길러야하는 가장의 무게에 짓눌려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난 할 수 있어! 그리고 잘 될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점심 이제 드시러 가는거죠? 제가 너무 잡았네요.”

“음? 아냐.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서 먹지 뭐. 괜찮지 댄?”

“좋죠. 저도 쉐프 로랑에서 먹은지는 꽤 됐으니까요.”

“그럼 제가 요즘 2호점에서 하려고 생각중인 코스가 있는데 드셔볼래요? 물론 값은······.”

“로랑.”

로랑의 말은 다운에 의해 끊겼다.

“요리는 창작이고 노동이야.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너는 지불받을 자격이 있어. 그러니 공짜로 주겠다고는 하지 마. 알겠지?”

로랑은 씨익 웃음지었다.

“이래서 단장님을 좋아한다니까요.”

“맛없으면 재료값만 낼거다?”

“요리 값 내게 만들어드릴게요. 기다려보세요!”

로랑이 사라지자 다시 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던 사이에 누군가가 프레슬리의 팔을 치고 지나갔다.

“아, 죄송합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예전에 프레슬리를 처음 봤을 때, 그는 PTSD로 인해서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가 단장보좌로 왔을 때에는 누군가와 악수를 하는 것 조차도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다운은 그에게 시즌의 그림의 그리는 능력이 있다는 점 하나만을 보고 그를 채용했다.(물론 경호가 필요하다는 잔소리를 멈추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프레슬리는 점점 나아졌고, 이제는 누군가와 접촉을 하더라도 괜찮다. 드래프트 때에서도 확인했듯이 이제는 누군가의 대표로 뭔가를 이끄는 일도 익숙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았다고 보는게 맞을거다. 그는 군에 있을때도 리더의 역할을 맡았으니까.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다운은 그저께 심슨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다운.”

사적인 자리였기에 심슨은 편하게 다운을 불렀다. 다운 역시 그에게 편하게 답했다.

“네.”

“혹시 댄한테 뭐 들은거 없어?”

“뭐 없는데요? 무슨 소식이라도 있어요?”

“음······. 이걸 내가 말해도 되려나?”

잠시 고민하던 심슨은 아무렴 어때 하며 입을 열었다.

“애슬레틱스에서 댄에게 단장 면접을 제안했대.”

“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레이스는 워낙에 스몰마켓이었잖아. 그런데 자네가 단장으로 온 다음부터 이렇게 성공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할 수 있었지.”

“정확히는 어스틴의 투자가 컸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네의 공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잖아.”

겸손은 이 정도면 됐다. 다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긴하죠.”

“그런 자네의 옆에서 댄은 많은걸 배우고 발전했어. 그리고 최근에는 드래프트까지 믿고 넘겼잖아. 그걸 애슬레틱스 측에서 꽤 좋게 본 모양이야.”

***

애슬레틱스는 곧 베가스로 간다.

그리고 베가스로 이전한 다음부터는 애슬레틱스의 구단주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글라이드로부터 전해들었었다. 그리고 그걸 이끌 사람으로 레이스의 성공을 지켜봤던 프레슬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걸 왜 말 안했을까?’

레이스에 대한 사랑?

자신을 받아준 레이스, 혹은 다운에 대한 의리?

아니면 자신이 구단주가 되면 언젠가는 공석이 될 단장직을 노리고?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다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댄.”

“네, 단장님.”

“네 생각에는 누가 올라오는게 좋을 것 같냐?”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가 생겨서인지 프레슬리가 눈을 빛냈다.

“애스트로스와 에인절스라······. 저는 개인적으로 애스트로스가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아무리 강하다고해도 우리 팀 상대로는 이번 시즌 6전 전패지 않습니까?”

“그렇게 따지자면 에인절스 상대로도 6전 전승이잖아.”

“그래도 에인절스는 뭔가 모르게 토켈슨이랑 호시노가 한 방을 날릴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꺼림칙해요.”

모든 내야 유망주들은 앤드류 켈리를 보고 있고, 모든 외야 유망주들은 마이크 토켈슨을 보고 큰다. 그리고 모든 투수들은 호시노 쇼헤이를 보며 투타겸업의 꿈을 키운다.

이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에인절스는 그 중에서 둘이나 보유하고 있으니 꺼림칙할만도 하다.

“거기다 약간 에인절스는 요즘 예전의 저희 팀을 보는 느낌이에요.”

“팀원들끼리의 끈끈함?”

“네, 딱 그거요. 뭔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일을 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죠. 그래서 이왕이면 못 올라오고 끝나면 좋겠네요.”

“만약에 애스트로스가 에인절스를 잡고 올라와서 기세를 타서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전패를 갚아주겠다!’하고 불타오르면? 그것도 나름대로 무섭지 않을까?”

“근데 애스트로스는 뭔가 고점이 높은 팀이라는 느낌은 안들어서요. 그것보다는 저점이 높아서 다른 팀과는 다르게 안정적으로 시즌을 끌어나갈 힘이 있었다 정도? 실제로 이번 시즌 애스트로스 경기를 보면 연패를 길게 이어나가는 경우가 없었죠. 그리고 연승을 길게 이어나가는 경우도 없었죠. 그에 비해서 에인절스 같은 경우는 후반기에 20연승을 달리면서 5위에서 3위까지 쭈욱 순위를 끌어올렸잖아요. 그런 기세를 탈 수 있는 팀이란 것 자체가 상당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건은 이번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그 고점이 터지는지, 그리고 흐름에 올라타는지가 되겠네.”

“아마 그렇겠죠?”

“그럼 약간 이야기를 비틀어볼까?”

이제는 본론에 들어갈때다.

“애슬레틱스는 뭐가 문제였다고 봐?”

애슬레틱스는 에인절스가 연승가도에 오르기 전까지만해도 3위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에인절스가 20연승으로 치고올라오고, 레인저스까지도 막판에 힘을 내며 올라오는 바람에 결국에는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음······. 애슬레틱스의 문제는 너무 많죠. 일단 후반기에 팬들에게 응원을 못받았잖아요?”

오클랜드를 떠나기로 결정한 애슬레틱스를 응원하는 오클랜드 팬은 거의 없었다. 그만하면 잘 떠나라고 응원할만도 할텐데 애슬레틱스 경기에서 자이언츠 옷을 입고 와서는 ‘샌프란시스코 만은 자이언츠의 것!’이라는 현수막을 펼치기까지 하며 애슬레틱스를 끝까지 조롱했다. 덕분에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하는 선수단은 죄책감과 분노를 느끼면서 후반기를 치뤄야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만약에 정상적이었다면?”

“그래도 와일드카드는 못갔을거에요. 일단은 선발이 너무 약해요. 그나마 잘하던 팀 레인스는 다저스에, 맥스 헤라르드는 필리스에게 팔아치웠잖아요. 남은 애들은 이제서야 데뷔시즌이고. 원투펀치 날리고 3위 유지한다는건 솔직히 말해서 말도 안되는 일이었죠. 그나마 희망적인건 로드니 형제가 각각 유격수와 중견수로 데뷔해서 야수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재목이란걸 보여줬다는 거겠네요. 거기에 포수인 막내 로드니까지 묶어서 확실한 홍보를 해야겠죠. 베가스 팬들은 트리플 A 경기도 바로 옆에서 볼테니까 그곳에서부터 홍보하면서 흥행을 시작하는거죠. 그렇게 된다면······.”

“댄.”

이제 더 들을 것도 없다.

애슬레틱스 이야기를 하는 프레슬리를 보고 있자면, 그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왔는지 알 것 같았다.

“피셔 앞에 가서도 똑같이 이야기하면 돼. 그럼 무조건 붙을거야.”

< 246화 - 무조건 붙을거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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