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진심은 현금에 짓밟혔다 >
포스트시즌 프리뷰 - 탬파베이 레이스
AL 동부지구 순위
1위 - 탬파베이 레이스(103-41)
2위 - 보스턴 레드삭스(85-59)
3위 - 볼티모어 오리올스(80-63)
4위 - 뉴욕 양키스(68-77)
5위 - 토론토 블루제이스(58-87)
각 팀 별로 약 1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탬파베이 레이스는 동부지구 우승 확정까지 단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산술적으로 레드삭스가 우승을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후반기에 엄청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레이스가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다는 건 사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스를 시작으로 지금부터 슬슬 포스트시즌 프리뷰를 시작하고자 한다.(어차피 레이스는 남은 18경기를 다 져도 포스트시즌에는 간다!)
포스트시즌 참가 팀이 총 14개로 늘어난 지난 시즌 레이스는 포스트시즌에 이름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겨울 레이스의 투자는 공격적이었다. 시즌 전반기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진성찬, 로드리고를 영입한 정다운 단장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한때는 오프너를 써야했을 정도로 약했던 레이스의 선발진은 단단해졌고, 산을 내려온 로드리고는 자신의 활약이 쿠어스 때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여기에 마르코 루이스까지 데려오면서 레이스의 타선은 빈 곳이 사라졌다.
그리고 시작된 후반기.
레이스에서는 또 한 번의 빅 딜을 성사시켰다.
바로 파이어리츠에 애지중지하던 제시 톰슨과 4선발인 에디슨 포레스트를 필두로 한 패키지를 넘기고 디에고 카스티요를 데려온 것이다. 그를 데려오면서 레이스는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SP rotation
1 - 조나 파인트(R/R)
2 - 리키 더지(L/L)
3 - 진성찬(R/R)
4 - 디에고 카스티요(R/R)
5 - 알렉스 알마다(R/R)
카스티요는 레이스에 온 이후 6경기에 등판해서 6승 0패, 46.2이닝을 던져 3자책점을 안으며 평균자책점 0.58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의 단장이라면 이 정도에서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다운 단장은 보통의 단장이 아니었다.
그는 또 한 번의 빅 딜을 걸었다.
바로 메이저리그의 아이콘과 같은 앤드류 켈리를 데려온 것이다. 거기다가 데려온 바로 그 날 무려 15년 1억 5500만 달러가 보장된 계약을 맺으며 양키스 팬들의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솔직히 여기서 필자는 정다운 단장의 대담한 선택에 놀라기도 했지만, ‘굳이?’라는 생각을 감출수가 없었다.
레이스에는 드레이크라는 좋은 유격수가 있다. 물론 그의 수비력이 가끔은 안정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는 좋은 지표를 보여주는 솔리드한 주전 유격수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운은 2루를 지키고 있는 로드리고를 보내고 그 자리에 드레이크를 밀어넣었다. 그리고 켈리를 유격수로 출장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2루에 가서 수비적인 부담을 덜어낸 드레이크는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엄청난 타격을 8월에 보여줬다.
네이선 드레이크 8월 타격 지표
27경기 112타석, 89타수, 37안타, 4홈런, 13볼넷, 0.416/0.446/0.685, ops 1.132
그리고 정다운 단장은 또 다른 보강을 했는데, 바로 부진하고 있던 덕 흘로첵을 보낸 그 자리에 양키스에서 깜짝 활약을 보이고 있었던 롭 맨브로스키를 데려와 넣은 것이다. 맨브로스키는 2루와 3루가 가능하지만 올 시즌은 모두 1루로 출장해서 자신을 방출했던 카디널스의 선택을 후회하는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1루의 주인은 맨브로스키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끔씩 1루로 출전하던 윌슨 역시 아니었다. 1주일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레이스의 주전 1루수가 된 사나이는 바로 데이튼 레이몬드였다.
오랜 기간 레이스의 마이너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던 레이몬드는 레이스에서 가장 약한 포지션인 1루라도 차지하기 위해서 포지션 변경을 자청했다고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이몬드는 자신의 강점인 타격지표를 끝없이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결실을 8월에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데이튼 레이몬드 8월 타격 지표
20경기(선발 17경기), 74타석, 61타수, 24안타, 6홈런, 10볼넷, 0.393/0.459/0.754, ops 1.214
타선에 켈리와 레이몬드가 자리하게 되면서 레이스의 타선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선이 되었다.
1번 타자 - 2B - 네이선 드레이크 - S
2번 타자 - CF - 메이슨 스탠하우스 - R
3번 타자 - SS - 앤드류 켈리 - R
4번 타자 - LF - 마르코 루이스 - L
5번 타자 - DH - 배리 브래넌 - R
6번 타자 - RF - 알렉스 스프라우트 - L
7번 타자 - 3B - 알버트 서머스 - R
8번 타자 - C - 사무엘 비어만 - S
9번 타자 - 1B - 데이튼 레이몬드 - S
메이저리그 최강이라고 꼽히는 선발진과, 당장의 폼만 본다면 그 어떤 팀보다도 강력한 타선(이 부분에는 이견이 있을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레이스의 타선은 이번 시즌 이미 한 번 타선 전체가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다. 그런 부분이 또 오지 말란 법은 없다.)을 가지고 있는 레이스는 분명히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
똑똑똑!
단장실의 문이 노크소리를 냈다.
“들어와.”
리타가 살짝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수들 몸푸는 시간 끝나갑니다.”
“오케이! 구단주님은?”
“직접 가실 것 같아서 아직 안들렀습니다. 제가 갈까요?”
“아냐. 내가 갈게.”
단장실을 나온 다운은 구단주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갈게요.”
구단주실에 들어가자 온갖 응원도구가 널부러져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글라이드는 그 가운데서 어떤 응원도구를 들고 응원할지를 고민하는 듯 서있었다. 다운은 그것이 밖에 보일세라 재빨리 문을 닫았다.
“어스틴······?”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는 멋쩍게 웃었다.
“아니 우리가 우승하기까지 딱 한 경기 남았다니까 설레서 있을수가 있어야지······.”
하긴, 오늘 경기의 예매 경쟁이 엄청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레이스의 광팬인 글라이드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라커룸에 가서 선수단 봐야하는데 이렇게······. 아니다.”
다운은 피식 웃으며 널부러져 있는 오늘의 응원도구들을 몸에 둘렀다.
“음? 그러고 가게?”
“오히려 이게 저희 진심을 전하는데 더 좋을 것 같아서요. 가시죠.”
다운은 글라이드와 함께 응원도구들을 둘둘 두른 뒤 라커룸으로 내려갔다.
“크흠······.”
가는 길에 직원들이 조금 이상한 눈으로 보기는 했지만 뭐 어떠랴. 이 편이 글라이드와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는 개뿔
“푸하핫! 단장님! 그게 뭡니까?”
“아니 다운! 무슨 응원 나왔어? 오늘부로 단장 때려친거야?”
“행님. 그······. 그 응원 굿즈는 행님이랑 좀 안어울리네요.”
“닥쳐.”
다운은 싸매고 온 머플러를 진성찬에게 던졌다.
“휘유~ 나이스 캐치!”
“투수 골드글러브는 내꺼.”
“예아~ 찬 형! 수비 멋져!”
진성찬의 영어에 옆에 있던 카스티요가 낄낄 웃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한 놈은 모자란 영어로, 한 놈은 모자란 한국어로 말하는게 참 이상하다.
“다들 모여봐!”
다운의 말에 선수단이 다운과 글라이드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다.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알지?”
다운은 라커룸 한 쪽 벽에 있는 ‘D-1’을 가리켰다. 저걸 모르는 바보는 이 라커룸에 없었다.
“옛 썰!”
“우리는 이제 우승까지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 1승을 간절히 기원하며 구단주님과 나는 오늘 팬의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28,215명의 팬들과 함께 응원할거다. 다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탈락하며 들었던 그 패배감을 오늘 털어버리고 오자!”
“예에에에에!”
“가자아아아!”
거기까지 말한 다운은 글라이드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오늘 우승을 확정지으면 자네들을 위한 샴페인과 우승기념 티셔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글라이드가 수표책을 꺼내들었다.
“상여금이 1만 달러씩 지급될 예정이다.”
글라이드의 말에 다들 미친듯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다운이 말할때 보다 배는 더 큰 목소리들.
“그거 월급 통장으로 안오고 수표책에서 주시는거죠?”
“휘이이이익! 구단주님 최고!”
“1만 달러라······. 뭘 사지?”
진심은 현금에 짓밟혔다.
“우승 확정이 하루 씩 미뤄질때마다 2000달러씩을 깎을거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에 선수들의 눈에 불이 붙었다.
“오우 쉣! 오늘 무조건 이긴다!”
“젠장할! 디에고! 할 수 있지?”
“너만 믿는다.”
오늘 등판하지 않는 선발들이 오늘 선발 예정인 카스티요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한다! 어떻게든 한다! 타선은 점수를 내. 상대 타선은 내가 틀어막는다. 샘! 타자분석은?”
“완벽하죠. 아까도 말했잖아요. 오늘 경기 플랜대로만하면 디에고 공은 못 쳐요.”
다른 쪽에서는 켈리와 드레이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어이 네이트. 오늘도 내기할까?”
“좋죠! 실책하면 바로 유격수 자리 제겁니다?”
“네가 실책하면 저 1만 달러는 내꺼다?”
“반대로 앤디가 실책하면 1만 달러는 제껍니다?”
“콜! 덤벼 애송아.”
“애송이한테 한 번 데여봐야 정신 차리겠네.”
“아직 15년은 일러 짜식아.”
“15경기 뒤에 뺏을거니까 잘 맡아두라고요.”
켈리는 어느새 드레이크를 다루는 방법을 알아낸 모양이다.
또 한쪽에서는 유부남들이 모여있었다.
“어이 알버트. 너 이번에 상여금 나온거 말하면 죽는다 진짜.”
“아니 티나가 그걸 말할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티나는 잘못이 없지.”
“맞아. 그걸 티나한테 말한 네가 잘못이지.”
아무래도 서머스가 저번에 티나에게 상여금을 받았던 것을 와이프들에게 말하는 바람에 유부남들에게 타격이 꽤 갔던 모양이다. 특히나 브래넌이 강하게 윽박지르는 걸로 봐서 들킨 사람은 그였던 것 같다.
“절대 말하지 마!”
“아, 알겠어요!”
그 모든 상황을 보던 다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개판 5분 전이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기에
이런 분위기였기에
이런 팀이기에
레이스는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팀을 내가 만들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자! Let’s go boys!”
다운이 시원하게 외쳤다.
하지만 다들 자신들이 하던 짓을 멈추지 않았다.
“새로 나온 플스5플러스 사는게 낫지 않을까?”
“나는 엑박이 나을 것 같은데?”
“여기 오른팔이 좀 결리는데 어어 거기!”
“알마다 빨리 주물러!”
“그래 애송이가 해야지 이런건! 한국에서는 으이?”
“수비할때 너무 생각이 많아 넌. 안정감 딸리면 나한테 자리 못뺏는다?”
“이번 겨울에 진짜 두고봐요. 그래서 어디서 캠프하자고요?”
“플로리다에서 하는거지 뭐. 어차피 다운이 다 준비해줄거야.”
“멀리 안가고 좋네요.”
“너도 조심해 짐. 저번에 너도 걸렸잖아.”
“아니 난 딸한테 용돈 따로 주다가 걸린거고······.”
다시 한 번 말한다.
진심은 현금에 짓밟혔다.
< 243화 - 진심은 현금에 짓밟혔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