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42화 (242/268)

< 242화 - 켈리는 레이스로 >

8월 1일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일 주일 앞둔 시점부터 이상한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 앤드류 켈리 15년 4억 8000만 달러짜리 계약 거절.

처음에는 사람들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야! 4억 8000만 달러면 역대 최고액 금액이잖아? 거기다가 단순 연봉도 3200만 달러야. 그걸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냥 헛소문이겠지.”

워낙에 켈리의 연장계약 소식이 없자 찌라시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공신력있는 팁스터나 기자들의 긴급 트윗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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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들은 그 충격적인 소식, 나도 들었어. 그래서 몇몇 정보통을 통해 확인해봤거든? 근데 양키스의 최종 제안은 15년 5억 달러였대. 그리고 켈리는 그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에는 트레이드가 될 것 같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칼럼리스트 중 하나인 찰리 데이먼의 트윗이 올라오자 순식간에 그 소식은 메이저리그 전체로 퍼져나갔다.

“아니 대체 왜 켈리를 트레이드하는거야?”

“소식 못 들었어? 5억 달러짜리 제안을 거절했는데 양키스라고 방법이 있었겠어?”

“그러면 뭐가 더 필요한지를 알아내야할거아냐!”

“근데 이 상황에서 제 값을 주고 트레이드를 해갈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있었다.

바로 레이스가 말이다.

그리고 그 수장은 지금 양키스의 단장을 협박하고 있는 중이었다.

“7월 28일에 넘겨.”

[아니 8월 1일에 하기로 했잖아요!]

“그거야 양키스가 우리한테 원정오는 날이 7월 28일인줄 몰랐으니까 그런거지.”

양키스가 원정을 오는 그 날, 팬들 앞에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이 아닌 레이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켈리를 상상해봐라. 양키스 팬들이 많은 탬파지역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그 팬들까지도 모두 끌어모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장에 1위를 마크하고는 있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포츠다. 켈리가 있는 양키스는 어떤 팀이든간에 찌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팀이었다. 이왕이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는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게 베스트였다.

[아, 안돼요!]

“안되긴 뭐가 안돼? 너희 이미 언론 밑작업도 다 끝내놨잖아? 때마침 앞선 시리즈도 홈 경기던데? 요즘 트렌드처럼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딱 하고! 우리한테 넘기면 되겠네 그치? 아니면 그냥 트레이드 접을까?”

방금 말에 분명히 대런의 표정이 일그러졌을거다. 다른 구단에서는 마음이 떠났다고 알려진 켈리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제안은 안했을거다. 물론 다저스나 브레이브스 같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구단들은 미친척하고 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빠른 리빌딩’, 즉 리툴링을 원하는 양키스가 원하는 그런 선수는 절대로 내주지 않을 것이었다. 특히나 프리드먼과 같은 놈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프리드먼 그 사기꾼 같은 놈······.’

실제로 프리드먼은 켈리에게 제안을 넣긴 했다. 무려 팀 내 2위, 4위, 5위, 8위, 14위 유망주를 주겠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알아둬야 할 점은 대니얼 윌슨이 레이스 팀 내에서는 3위이지만, BA기준 13위 유망주인 반면, 다저스의 2위 유망주인 토드 캘러한은 BA기준 84위에 위치한 유망주였다. 남은 선수들은 100위 안에 들지도 못한다. 그래놓고 선심쓰는 척 하는 모습이란······.

그에 비해서 다운이 주기로 한 선수들은 모두 검증된 친구들, 혹은 거의 즉전으로 써먹을 수 있어서 남은 시즌 팬들에게 ‘우리는 다음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이미 아버지에게도 겨울에 보강해서 달릴거라고 이야기 해놨는데!’

FA 영입비용 투자까지 약속받아놨다. 그런 상황에서 유망주만 대거 받아온다거나, 켈리를 아예 FA로 풀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하······. 그럼 로또픽 하나 줘요. 그거 하나면 오늘 바로 트레이드 서류 접수할게요.]

로또픽 하나 쯤이야 뭐 나쁘지 않다.

“좋아. 그냥 하자고 할 수도 있는데 내가 대런 네 체면을 생각해서 하나 더 끼워주는거야. 알지?”

[네이 네이~ 물론 알고있죠. 너무 빌어먹게 잘 알아서 문제죠. 하······.]

“뭘?”

[여기까지 계산했을거잖아요.]

로또픽 하나까지도 원래는 지난 딜에 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런이 일찍 수락하면서 네 명만 보내기로 한 것이었고.

물론 다운은 이 말을 할 생각이 없었다.

“뭘 계산해. 일단 내가 하나 좋은 놈 골라줄테니까.”

[좌완요.]

“그래. 좌완으로 골라줄테니까 빨리 트레이드 서류 접수하자.”

그로부터 3시간 뒤, 브레이킹 뉴스가 발표되었다.

- 앤드류 켈리 트레이드로 레이스 행 예정!

***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친 켈리는 양키스 선수단과 함께 탬파에 건너왔다. 경기를 마친 다음 바로 건너온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하지만 공항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다운!”

“잘 왔어 앤디.”

켈리와 포옹한 다운은 그의 등을 두드리며 물었다.

“게리네 맥주는?”

켈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다운을 쳐다봤다.

“지금 나보다 맥주가 중요해요?”

“게리의 맥주라면 그 정도 가치가 있지.”

“세에상에!”

피식 웃은 다운이 옆에 있던 프레슬리에게 눈짓했다.

“실어 댄.”

“넵!”

프레슬리가 운전대를 잡았고, 다운은 켈리와 함께 뒷좌석에 자리했다.

“피곤할텐데 미안하지만 호텔말고 프런트로 먼저 갈게.”

“기자회견 있다고했죠?”

“어. 기자들이 내일까지는 못기다리겠는 모양이야. 대체 네가 왜 레이스를 택했는지도 궁금해하고.”

“하여간 기자들이 그렇죠 뭐.”

다운은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켈리에게 종이뭉치를 건넸다.

“뭐에요?”

“레이스에 건너온 선물.”

그건 연장계약 사항이 적혀있는 계약서였다.

“우리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이야.”

“어디보자아······.”

기간 : 미정

계약금 : 500만 달러

연봉 : 1000만 달러

보너스 : MVP 보너스 500만 달러, 골드글러브 200만 달러, 실버 슬러거 200만 달러, 올스타 100만 달러, 타격지표 1위 개당 50만 달러

켈리와의 연장계약에 대한 규모를 정하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본인은 500만 달러 이상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로 딱 500만 달러 선을 주게 된다면 분명히 엄청난 논란거리가 될 것이었다. 심지어 레이스를 선택해준 켈리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운은 최소한의 선인 1000만 달러를 맞춰준 것이었다.

“기간 란은 왜 비워뒀어요?”

“네가 직접 적어주길 원해서 비워뒀어.”

양키스가 제안했던 5억 달러에 비하면 아주 빈약한 조건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 레이스의 사정에도 재계약을 해주는 켈리에 대한 존중을 담아서 계약기간은 켈리가 결정할 수 있도록 남겨뒀다.

‘오래오래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솔직히 그건 욕심이다.

‘양키스에서 6년간 은혜를 갚았으니 적어도 자신에게도 6년 정도는 투자해주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를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켈리의 선택은 그 이상이었다.

“펜 있어요?”

“여기.”

다운은 펜과 함께 받쳐쓸만한 판을 넘겼다. 그걸 건네받은 켈리는 별다른 고민도 없이 서명 란을 채웠다.

“1000만 달러라······. 좋네요? 제가 500만 달러만 되어도 뛴다고 했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앤드류 켈리가 1000만 달러도 못받으면 안되지.”

“하하! 제 자존심 챙겨주시는거에요?”

웃고있는 켈리를 본 다운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네 자존심이 아니라 레이스 자존심 문제지. 5억 달러를 거절하고 왔는데 연봉을 1000만 달러도 못주면 안되잖아.”

“그것도 그렇네요 흐흐흐! 그럼 보자······. 기간은 그냥 15년으로 하죠?”

켈리는 2025년부터 15년이라는 숫자를 기입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숫자에 다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시, 십오 년?”

켈리는 다운의 놀란 표정을 즐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해보니까 팀을 옮긴다는게 생각보다 고려해야할게 많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옮길 생각을 하셔야하고, 집도 새로 알아봐야하고, 팀원들하고도 새로 친해져야하니까요.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경기 딱 하고, 팀원들이랑 마지막으로 양키스 전세기 타고 오면서 이야기하다보니까 좀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다시 한 번 더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가 플로리다에서 살고 싶다고 하시기도 했고요.”

아마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도 어머니가 넣어주셨을 확률이 높았다. 다운은 속으로 켈리의 어머니께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탬파에 오시면 제가 또 잘해드리겠습니다!’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 다운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어머니 나이대라면 탬파가 정말 살기 좋아. 특히나 우리 선수단이 좀 많이 사는 지역이 있는데, 그 지역은 교육도 좋고 주변의 커뮤니티도 엄청 좋거든? 너도 결혼해서 애는 낳고 살거잖아. 거기가 진짜 알아주는 지역이야. 안그래도 너 오기 전에 알아봤는데 거기 집 빈거 두 개 있다더라.”

“그러려면 오래 있어야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트레이드 거부권 하나 넣어주시죠.”

“그 쯤이야 얼마든지 넣어줄 수 있지.”

다운은 잽싸게 계약서에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을 추가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사인을 한 다음에 계약서 자체를 그에게 넘겼다.

“급한건 아니니까 3일 정도 생각 잘해보고 그때도 지금 마음이랑 같으면 나한테 계약서 한 부 줘.”

다운의 마음이 담긴 말에 켈리가 피식 웃었다.

‘항상 저런 식이었지.’

다운은 항상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에게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기쁠 따름이었다.

“일단은 받아둘게요.”

‘일단은’이라는 단어가 살짝 걸리긴 했다. 하지만 다운은 별것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운은 그 단어가 왜 마음에 걸렸는지를 알게 되었다.

“일단 예상 질문들을 좀 공부해보자고.”

***

레이스의 프레스룸은 발 디딜 곳 하나 없을 정도로 기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켈리가 앉았다.

“자 지금부터 질문 받겠습니다.”

다운의 말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다운은 그들 중 하나를 콕 집었다.

“탬파베이 스포츠 투데이의 톰 기자님 발언해주세요. 앞에 계시는 분들은 마이크 넘겨주시고요. 톰. 소개는 제가 했으니까 바로 질문하시면 됩니다.”

곧 마이크를 넘겨받은 그가 일어났다.

“아아! 바로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키스의 대런 스타인브레너 단장은 켈리 선수가 직접 레이스를 택했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예상했던 질문이다.

그리고 아까 차에서 이미 나눴던 질문이기도 했다.

“제가 언제나 말해왔지만, 저는 절 뽑아줬던. 그리고 힘들었던 마이너 시절을 부족하지 않게 버틸 수 있게 서포트해준 다운을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뭐 그 은인이 잠깐 잠수를 타는 바람에 보답은 못했지만 말이죠.”

어깨를 으쓱이는 켈리의 너스레에 기자들이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기회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런 단장님께 말했죠. ‘난 FA가 되면 레이스로 갈거다.’ 그랬더니 대런 단장님이 그간의 공을 생각해서 보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스토리는 대런에게도, 양키스에게도 도움이 된다. 대런은 선수를 위하는 단장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양키스는 최근에 다시 얻고있던 악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벗을 수 있을거다.

“탬파에서는 어디 지역에 사실건가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살펴볼 예정이에요.”

“유격수 포지션이 겹치게되는데 자신은 있으신가요?”

“저 앤드류 켈리입니다. 적어도 계약기간 동안에는 안 밀려날거에요 하하!”

예행연습대로 열심히 대답을 하던 켈리는 딱 한 가지 질문에만 다른 답을 했다.

“정다운 단장님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오셨다고 했는데 연장계약은 하실 생각인가요?”

그 질문에 켈리는 웃으며 계약서를 꺼내들었다.

“네. 15년간 할 생각입니다.”

양키스 팬들 분통 터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 242화 - 켈리는 레이스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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